한 살이 채 되기 전에 한국전쟁이 터졌다. 읍내와 가까운 집성촌 친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첩첩산중 외가로 피난을 갔다. 초등학교 입학 때까지 살았던 외가는 차를 본 일도 타본 일도 없는, 해방소식도 종전 다음 해에야 알았다는 곳이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입학을 준비할 때가 되었다. 신원이나 부동산공부 정리가 매우 미진하였던 시절, 제대로 된 ‘호적’이 필요하게 되었다. 면사무소가 상당히 먼 거리에 있어서 한 차례 일처리하려면 며칠이 필요했던 옛이야기다. 민원서류가 당일 처리되지 않고 며칠 후 찾으러 다시가야 했다. 이장이 면사
요즘 젊은 사람들이 입는 바지는 벨트를 하지 않아도 되는 바지가 대세다. 벨트를 하면 어딘지 아저씨 분위기가 난다. 젊은이들의 상징인 청바지도 요즘은 벨트를 안 하고 입는다. 벨트는 남성 바지의 필수품이었다. 바지는 일단 벨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은 형식을 탈피하고 싶어 한다. 골반 바지라 해서 흘러내린 듯한 바지가 유행이기도 하다. 이런 바지에 벨트를 하면 이상하다. 벨트는 한때 멋쟁이의 패션이었다. 여성들처럼 다양한 멋을 낼 수 없었던 남성들이 한껏 멋을 낼 수 있었던 것이 넥타이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라는 꽃말을 가진 봉선화. 어린 시절, 그 기나긴 여름이면 초가집의 울밑마다 봉선화가 피었다. 그 봉선화를 나라 잃은 슬픔을 비유해 해방 전후에 태어난 우리들은 “울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라고 애처롭게 노래했다. 여성들은 지금의 매니큐어 대신 백반과 섞어 찧은 봉선화 꽃을 손톱에 동여매 곱게 물을 들이곤 했다. 손톱에서 봉선화 꽃물이 첫눈 올 때까지 빠져나가지 않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하여 손톱을 깍지 않고 첫눈이 오기만을 초조히 기다리던 추억 한가닥 씩은 다들 품고 있으리라. 그런데 어느
걷기 좋은 골프장이 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카트를 타고 이동하기보다는 건강을 위해 동료와 수다를 떨며 걸어보자. 대관령의 선선한 바람과 가을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골프장, 알펜시아 700 GC를 소개한다. 2016년 11월, 경기도 광주에서 강원도 원주까지 연결되는 제2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됐다. 덕분에 강원도 골프장으로의 접근이 한결 수월해졌다. 예전엔 강원도 한번 가려면 도로 위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부담스러웠지만 이제는 서울에서 평창까지 3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대관령에 위치한 알펜시아 리
정유년인 올해는 정유재란(1597.1~1598.12) 발발 420주년이다. 임진왜란으로부터는 427주년. 임진왜란이 치욕의 역사였다면, 정유재란은 왜군이 충남 이북에 발도 못 붙인 구국승전의 역사다. 그 전적지는 진주, 남원, 직산 등 삼남지방 곳곳에 있지만 옛 자취는 찾기 어렵다. 뚜렷한 자취가 남아 있는 곳은 왜군이 남해안을 중심으로 농성하던 성터들이다. 주로 경남 중동부 해안에 밀집한 왜성 터들도 오랜 세월 허물어지고 지워져 갈수록 희미해져간다. 왜성이라는 이유로 사적지 지정이 해제된 탓이다. 근래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그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전할 수 없는 상황이 돼서 마음만 동동 구르는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이번 호에는 최학 소설가께서 故김용덕 교수님께 쓴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김 교수님. 참으로 오랜만에 인사 올립니다. 40년 가까운 세월을 흘려보내면서, 더러 예전 초등학교 시절의 방학숙제를 떠올리듯 가끔 교수님을 생각하긴 했지만 ‘인사’는 엄두조차 내질 못했습니다. 그곳에서 잘 계시겠지요? 이런 치렛말은 모두 생략하겠습니다. 교수님은 이미 ‘그곳’, ‘계시다’
영화 에서 주인공 톰 행크스가 하얀 깃털이 인도하는 대로 평생 마라톤을 하는 것처럼 강주은도 최민수라는 깃털에 이끌려 전혀 예기치 못한 라이프가 되어버렸다. 처음 만난 강주은은 생각보다 날씬하고 예뻤다. TV에서의 모습은 미스코리아 출신에 상남자 최민수를 주눅 들게 하는 아줌마의 이미지도 있고 해서 크고 강해 보였는데 막상 마주한 그녀의 이미지는 부드럽고 우아했다. 강주은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집에서 나설 때 내 아내가 꽃단장을 하고 따라나섰다. 평소 TV를 보면서 강주은에 대해 호감을 가졌던 아내가
한민족의 성산으로 추앙받는 백두산(白頭山·해발 2744m). 그러나 내 길을 잃고, 남의 땅을 거쳐 오르내린 지 어언 수십 년에 이르니 그곳이 진정 내 나라, 내 땅인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런 어리석은 마음을 꾸짖기라도 하려는 듯 어느 순간 눈앞에 나타난 꽃 한 송이가 백두산과 백두평원, 그리고 남한 땅이 식물학적 동질성을 가진 같은 땅임을 일깨워줍니다. 털개불알꽃, 애기작란화 등으로도 불리는 털복주머니란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풀과 나무 등 자생식물의 수는 모두 4100여 종.
해외토픽 뉴스에서 매우 재밌는 화제를 하나 보았다. 무려 53세 차이의 결혼식이 있었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도 연상연하 커플의 결혼이 보편화 되어 아무도 나이 차 많이 나는 결혼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추세이다. 더구나 프랑스의 최연소 대통령 마크롱은 고교 시절 은사인 24세 연상 선생님과 결혼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예전에는 남자가 두세 살 정도 많은 차이를 적당하게 여겼다. 남자가 나이가 훨씬 많으면 도둑이라는 표현도 하지만 여자가 나이가 많으면 능력 있다고 축하해 준단다. 그래서 신부가 연상인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지
또 달걀이 난리다. 얼마 전 AI로 산란 닭들이 떼로 매몰되는 바람에 달걀 품귀현상이 일어나 달걀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번엔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왔단다. 먼저 유럽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잠시 우리 달걀이 유럽보다 나은 것으로 여겼는데 아니나 다를까 우리 달걀에서도 여지없이 살충제가 검출되고야 말았다. 이런 파동이 일어나면 우리 사회는 매번 비슷한 패턴을 반복한다. 먼저 극심한 공포에 사로잡혀 사회적 공황상태에 빠진다.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고 모든 제품이 대형마트 매대에서 사
외출에서 돌아와 문을 열려고 열쇠를 찾았는데 손에 잡히는게 없다. 순간 아득함을 느꼈다. 당황스러웠지만 아들 집에 맡겨 놓은 보조키가 있었으므로 가져오라고 했다. 마침 토요일이라 아들이 집에 있었는데 만약 여분의 키를 맡기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열쇠 수리공을 부르는 등 귀찮은 일이 벌어질 뻔했다. 어쨌든 차선책이 있다는 게 다행스러웠다. 찬찬히 찾아보면 가방 속 구석에서라도 열쇠가 나올 줄 알았는데 가방을 뒤집었는데도 나오지 않았다. 오늘 동선을 곰곰이 되짚어보았다. 엄마 집에 갔다가 마트에 들르고 아파트 관리실에 잠시 머문
흔히 나이가 들면 새벽잠이 없어진다고 한다. 멀뚱멀뚱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이기도 하고, 여기저기 두리번거려보지만 세상은 아직 단잠에 코골이 중이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 일찍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다정한 목소리가 있다. “안녕하세요. 박영주입니다.” KBS 1라디오 의 박영주(朴英珠·57) KBS 아나운서가 그 주인공이다. 매일 아침 97.3MHz의 라디오 주파수를 타고 들려오는 그녀의 모닝콜은 전국 방방곡곡 시니어 애청자들에게 비타민주스처럼 신선한 에너지를 선사한다. 새벽
한국의 조선업, 그러니까 대형 화물선을 만들어 수출도 하고 국내 해운회사에 판매하는 산업인 조선업은 1970년대 초에 시작돼 20여 년이 지난 1990년대에는 일본을 넘어 세계 1위 자리를 확보했었다. 그 전까지는 영국이 세계 1위였는데 일본이 영국을 넘어서 세계 1위의 지위를 누리다가 한국에 추월당한 것이다. 당시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조선소 10개 중에 한국이 7개나 점할 정도였다. 그만큼 한국의 조선업이 영업력, 기술력, 생산성과 관리력 등이 뛰어나 이른바 국제경쟁력이 세계 1위 수준에 올랐던 것이다. 어떠한 어려운 상황이나
고구려 건국신화에 나오는 주몽의 아버지 해모수는 천제(天帝)의 아들로 지상으로 내려와 인간 세상을 다스렸는데, 하루는 웅심(雄心)산 부근으로 사냥을 나왔다가 우물가에 있는 하백의 맏딸 유화를 발견하고 그 미모에 끌려 물을 청한다. 유화는 신선한 물을 한 바가지 가득 뜬 다음, 마침 우물가에 늘어진 버들잎을 하나 따서 띄운 뒤 수줍게 얼굴을 돌리고 바가지를 건넨다. 버들잎을 불어가며 시원한 물을 들이마신 해모수는 유화의 지혜와 미모에 흠뻑 젖어 버렸다. 때마침 불어온 부드러운 바람에 버들잎과 유화의 늘어진 머리카락이 흔들리자 해모수
임대해주고 있는 아파트가 한 채 있다. 전세금이 워낙 빠르게 오르다 보니 다시 연장 계약할 때 전세금으로 100% 채우기는 불가능해서 오른 차액을 월세로 받은 적도 있다. 그러나 금리가 워낙 싸다 보니 금리로 계산한 월세는 수입에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전세로 하자고 하면 그렇게 해줬다. 세입자들은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이다. 그래서 필자는 전세금을 주변 시세보다 싸게 받는다. 많이 받아봐야 보증금 정도. 결국 세입자가 나갈 때 내줘야 하는 돈이다. 2년마다 오르는 전세금으로 차액이 생기니 생활비로도 쓰고 잘 굴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