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상대방을 죽이기 위한 맹목의 뜨거운 싸움이 끝나면 이제부터 그 땅에 살아남아야 하는 개인들의, 살벌하고 차가운 또 다른 전쟁터가 열린다. 그래서 전쟁은 더욱 참혹하다. 전쟁은 늘 고상한 명분을 앞세우고 시작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하고 불분명한 법이다. 전쟁은 그래서 더욱 추악하다. 전쟁영화 하면 식의 영웅담이 먼저 떠오른다. 승자 의식을 고취시키고 역사의 주도권을 확인하는 주류 영화들이다. 이런 영화들은 대부분 스펙터클하고 승자의 미담이 주를 이룬
그렇게나 화사하고 황홀하게 아름답던 꽃이 한때 내린 비바람에 떨어져 이제는 마당 한쪽에 예쁜 연분홍의 꽃잎 융단을 만들었다. 이렇게 꽃이 지면 연초록에서 진초록 세상으로 변하며 봄은 우리에게 ‘안녕‘을 고할 것이다. 떨어진 꽃잎을 밟으며 예술의 전당으로 연극을 보러 갔다. 꽃이 져서 우울한데 연극도 우울한 ‘세일즈맨의 죽음’이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필자가 대학생일 때도 무대에 올랐고 지금까지 수많은 공연이 펼쳐진 작품이다. 수많은 공연이어도 출연진에 따라 분위기가 달랐을 텐데 이번의 ‘세일즈맨의 죽음’은 어떤 느낌일지 기대하
처음 그를 봤던 그때 그 느낌을 잊을 수 없다. 마치 온몸에 전기가 감돌고 있는 전기맨(?) 같았다. 연극이 끝나고 극장 로비에 나온 젊고 낯선 배우는 차갑고 깊은 까만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바로 MBC 드라마 에서 열연한 배우 한갑수(韓甲洙·48)다. 불꽃 카리스마로 연극 무대를 내달리더니 어느 날 갑자기 TV 속에 나타났다. 그것도 강아지 같은 함박웃음과 함께 말이다. 연기 인생 30년. 그 누구도 몰랐던 반전 연기로 사랑받은 배우 한갑수를 만났다. 아직도 사람들의 시선이 익숙하지 않다는 대세 배우의
블로그를 시작한 지 십년이 되었다. 그동안 많은 자료를 다음과 같이 분류해서 블로그에 저장해 두었다. 내 사진과 개인자료/ 나의 글/ 가족 이야기/ 고등학교 친구/ 대학교 친구/ 건축 프로젝트 자료/ 포럼활동 자료/ 사진과 짧은 이야기/... 오늘까지 블로그에 저장해 둔 글과 사진 항목 수가 총 1,582개다. 과거 아나로그 사진은 스캔을 받거나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서 저장한다. 그 결과 필자의 어린 시절 흑백사진도 모두 디지털 사진으로 바뀌어 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의 성적표와 졸업장, 그림 사생대회에 나가서 받은 상
시니어 기관 워크숍에 참여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시니어들 모임은 물론 어떤 단체이든 오래 활발한 활동을 하려면 기금이 마련되어 진행비가 있을 때 좀 더 모임이 활성화된다. 그래서 예상되는 지출 비용보다 회비를 더 많이 걷어 모아뒀다가 1년에 한두 번 큰 행사를 할 때 사용하곤 한다. 어떤 모임에서는 일일찻집을 하거나 경매 행사 등을 통해 기본 진행비를 마련하기도 한다. 야유회 때 기부금을 받는 경우도 많다. 오랜 기간 회비를 모으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가기관에 제안서를 넣어 비용을 제공받아 단체 성격에 맞게 사용하
웅장하게 펼쳐진 겹겹의 산속에는 지난날의 기억들이 어른거렸다. 미국에서 돌아와 자리 잡은 곳이 태릉과 멀지 않은 퇴계원이었다. 복잡한 도심과는 거리가 먼듯하고 경기도가 시작되는 서울의 끝자락이다. 여기저기 뚫려있는 도로와 교통량이 그나마 적고 어딘가 모르게 미국의 정서가 남아있는 듯해서 선택한 곳이었다. 더구나 공기가 맑고 쾌청해서 바로 옆 서울과는 비교가 되는 곳이었다. 아파트 앞에는 용암천이라는 개울이 흐르고 조금 멀리 시야에는 웅장하게 드리워진 불암산의 자태가 지난날의 추억들을 불러일으켜 잠자던 동심을 자아내기도 한다.
회사에서 매월 하루 오전시간에 두 시간 정도 시간을 내어 사무실 주변 청소를 한다. 기업의 사회봉사활동 차원이다. 근무시간에 하는 일이므로 엄격히 말한다면 회사가 임금을 주고 시키는 일이다. 예전에는 자발적이라는 이름으로 근무시간 전에 출근하여 이런 봉사활동을 했는데 이제는 개인의 인권이 신장되고 민주화가 많이 되었다고 느낀다. 예전에는 이런 유사하고 잡다한 일들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명령조로 시켰다. 학생들이나 직장인에게도 ‘저축의 달’이나 ‘불조심강조기간’이라는 리본도 달게 하고 표어, 포스타를 상금을 내걸고 만들게 했다.
공직생활을 하면서 선물과 뇌물사이에 갈등을 많이 겪었다.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자’라는 말도 유행 했었고 그래도 근절이 되지 않자 속칭 ‘김영란법’이라는 것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사람이 동물과 달리 잘 살기위해 인간관계라는 특수한 관계를 맺으면서 선물과 뇌물은 명맥을 이어왔다. 선물은 인간관계의 윤활유로서 정을 나타내므로 지나치지 않다면 부모자식 사이에도 있어야 한다. 어느 독립운동가의 며느리가 시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리러 만주 벌판으로 찾아갔다. 독립 운동가는 이렇게 멀리 찾아온 처음 보는 사랑스러운 며느리가 반갑고
국립극장 달오름으로 창극 '흥보 씨'를 보러 갔다. 마침 티켓이 여러 장이라 친구들에게 연락하면서도 조금은 걱정스러움이 있었다. 구닥다리처럼 창극이 뭐냐고 할 줄 알았는데 모두들 좋다며 환호한다. 사실 필자는 음악이라면 모든 장르를 다 좋아한다. 그렇지만 아직 창극이나 판소리공연은 가보지 못했다. 젊은 날 팝송과 샹송, 칸초네를 듣고 거기에 잘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클래식까지 섭렵하면서도 우리 가락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가요 중에서도 트로트를 들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금기시했는데 옛말 그른 것 없다는 말이 딱 맞다는 것을 시니어
199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백인 경찰의 흑인 폭행으로 시작된 흑백 갈등이 엉뚱하게도 코리아타운으로 불똥이 튀었다. LA폭동이었다. 미국 매스컴들의 편파보도는 살림 잘하고 있던 한 한국 아줌마를 ‘욱’하게 만들었다. 현모양처가 꿈이었던 그녀는 그 길로 정치판으로 뛰어든다. 이 드라마틱한 스토리의 주인공은 미셸 박 스틸(62). 미주 한인 커뮤니티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는 여성 정치인이자, 현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슈퍼바이저 위원장이다. 그녀를 미국 현지, 산타에나 오렌지카운티 청사에서 만났다. 카운티 슈퍼바이저(Coun
교육 좀 안다는 사람에게 전혜성(全惠星·88)이라는 이름은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녀 자신이 24년간 예일대학교 교수를 지냈으며, 4남 2녀를 모두 명문대에 입학시킴으로써 자녀교육의 전설적인 대가로 일찌감치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때 화제가 됐던 그녀의 자식들은 지금 교수 또는 미국 정부 차관보로 지내는 등 사회의 최고 엘리트로서 활동하고 있다. 여전히 교육에 있어 현역 활동을 하고 있고 그 와중에 한국을 찾은 전혜성 박사에게서 특별한 교육철학과 인생의 보람에 대해 들어봤다. 무려 24년 동안 예일대학교 교수를 지낸 전혜성
최근의 여행 트렌드는 친구나 연인과의 여행보다는 가족과 함께 떠나는 테마 여행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여행의 보편화와 맞물리는 현상으로 보인다. 여행이 일상이 된 현재, 보다 일상적인 이벤트로서 가족과 함께하는 모습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시인 류시호씨는 며느리, 사위, 손주 등 온 가족과 자주 여행을 떠난다. 이번 5월에 떠나는 여행지 그곳의 시간이 느리게 흘렀으면 좋겠다. 류시호 시인ㆍ수필가 얼마 전, 가족 9명을 데리고 보라카이로 여행을 떠났
최근 고궁과 같은 사적을 방문하면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역사적 배경을 곁들여 문화재를 설명하는 문화해설사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전하는 ‘이야기꾼’에서 역사적 사건과 그 배경을 설명하는 ‘역사 선생님’으로서, 때론 유적을 안내하는 ‘안내자’로서의 열정을 보여주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문화해설사에 대한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그 매력에 빠지는 것만큼 문화해설사가 될 수 있는 방법도 쉬울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문화해설사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이 직업이
달력에 빨간 글자로 적힌 쉬는 날들이 많으면 사람들이 모두 좋아합니다. 놀 수 있으니까요. 자칫 질식할 것 같았는데 ‘숨통이 트인다’는 사람도 있으니 그 좋음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됩니다. 그런데 저는 가끔 정말 누구나 그렇게 좋아할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사사로운 것이긴 합니다만 저는 젊었을 때부터 명절을 포함한 쉬는 날이 두려웠습니다. 현실적으로 잘 감당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돈도, 시간도, 더불어 사는 사람들과의 긴장도 그랬습니다. 게다가 후유증마저 없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쳇바퀴 돌듯하는 일상이
허비되기 쉬운 건 청춘만은 아니다. 황혼의 나날도 허비되기 쉽다. 손에 쥔 게 많고 사교를 다채롭게 누리더라도, 남몰래 허망하고 외로운 게 도시생활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머리에 들어온 지식, 가슴에 채워진 지혜의 수효가 많아지지만, 알고 보면 우리는 모두 은하계를 덧없이 떠도는 한 점 먼지이지 않던가. 그러나 살아있는 동안 한 걸음 더 나아가야만 한다. 어둠속을 부유하는 먼지의 신세를 면하기 위해, 저마다 나름의 별이 되기 위해, 타성에 젖은 삶을 바꾸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경북 김천시 구성면 우두령(해발 650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