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조용한 여행이나 고요한 곳을 찾고 싶어진다. 요사이 조심스럽게 시도하는 것이 있다. ‘혼자 여행하며 얼마나 외로운지 반대로 얼마나 자유로운지 체험해보자’는 것이다. ‘혼자 하는 여행’에 대한 선망에도 불구하고 시도는 정말 쉽지 않다. 천성이 게을러서 일수도 있고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남들은 아무도 내게 관심 없겠지만 그래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 그래서 연습할 겸해서 모르는 사람 사이에 끼어 강화도를 택했다. 외세에 항쟁으로 대적한 곳으로 마치 내가 지금 두려움과 싸우듯 그곳을 택했다. 이전에도 2번정도 강화
정유년인 올해는 정유재란(1597.1~1598.12) 발발 420주년이다. 임진왜란으로부터는 427주년. 임진왜란이 치욕의 역사였다면, 정유재란은 왜군이 충남 이북에 발도 못 붙인 구국승전의 역사다. 그 전적지는 진주, 남원, 직산 등 삼남지방 곳곳에 있지만 옛 자취는 찾기 어렵다. 뚜렷한 자취가 남아 있는 곳은 왜군이 남해안을 중심으로 농성하던 성터들이다. 주로 경남 중동부 해안에 밀집한 왜성 터들도 오랜 세월 허물어지고 지워져 갈수록 희미해져간다. 왜성이라는 이유로 사적지 지정이 해제된 탓이다. 근래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열흘간의 황금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10월입니다. 연휴와 함께 계절도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들면서, 산과 들을 울긋불긋 물들이는 단풍을 찾아 강원도로, 설악산으로, 높은 산으로 너나없이 줄지어 떠나는 광경이 안 봐도 눈에 선합니다. 그 와중에 비할 데 없이 붉게 타오르는 가을을 만나려면 남도로 가야 한다고 길을 잡는 이들이 있습니다. 단풍보다 붉게 타오르는 진홍의 축제를 보려면 남으로, 남으로 가야 한다고 속삭이는 이들이 따로 있습니다. 꽃무릇을 만나려는 이들입니다. 고창 선운사 등 남도의 절집 마당에 펼쳐진 수천, 수만 평의 꽃무릇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을 우리나라 진경산수(眞景山水)의 시발(始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있는 그대로의 풍경을 관념의 이입(移入) 없이 자연스럽게 펼쳐 보이자’는 화풍은 특히 중국의 관념적이고 과장된 그것에 비해 스케일이 적고 다소 초라해 보일지라도, 우리의 풍광을 소박한 그대로, 진솔하게 그림으로 남기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풍경을 화폭에 정지시켜야 하는 속성상, 실제의 입체 공간을 평면화하자면 화가의 고민이 깊어진다. 평론가나 미술기자들은 ‘오지호(吳之湖, 1905~1982) 이
연예인과 술은 불가분의 관계다. 연기와 노래라는 창작 영역의 특성과 연예인이라는 직업적 특수성 때문이다. 연예인은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관심을 끌고 미디어가 구축한 이미지와 실제 삶의 괴리 속에서 살아간다. 연예인은 작품 흥행 성공 여부에 따라 몸값이 달라지므로 인기를 유지하고 스타가 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해야 한다. 연예인은 자신의 예술적 한계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을 한다. 자신의 예술적 지향과 연예 기획사의 이윤추구 간의 대립으로 촉발된 갈등에 어려움을 겪는다. 대중의 비난과 대중매체의 부정적 보도에 대한 심적 부담감도 크다
극작가 노경식(盧炅植·79)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 “어떤 얘기든지 들려주세요.” 극작가란 무언가. 연출가에게는 무한대의 상상력을, 배우에게는 몰입으로 안내하는 지침서를 만들어주어 관객에게 의미를 전달하는 자가 아닌가? 그래서 달리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인생 후배로서 한평생 외길만을 걸어온 노장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싶었다. 무대 위 모노드라마를 관람하듯 말이다. 자, 그럼 이제 커튼을 열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봐 주시겠습니까? 노경식 희곡집 1권 을 꺼내 들다 인터
몬테네그로의 아드리아 해안 도시인 페트로바츠(Petrovac)는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구석은 없다. 올리브나무와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바닷가 마을. 신선한 공기, 푸르고 맑은 물빛, 모래와 조약돌이 어우러진 해변, 16세기에 만들어진 요새, 바다 앞쪽의 작은 섬 두 개가 전부인 해안 마을이지만 동유럽의 부유층들에게 사랑받는 휴양도시다. 영화, 뮤직비디오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 도시는 긴 여행에 지친 여행객의 마음을 매우 편하게 해준다. 낚싯대와 책 한 권이 꼭 필요한 곳이다. 푸른 아드리아 해안을 정원 삼은 해안 도
세상에는 허구의 사실이 진실로 받아들여지는 사례가 왕왕 존재한다. 중국 역사상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에 나오는 적벽대전(赤壁大戰)이 아닐까 한다. 호풍환우하는 제갈량의 화공(火攻)에 의해 무참히 무너진다는 조조의 80만 대군, 그 진실은 무엇일까? 정사(正史) 에는 적벽의 전투를 기록한 글이 모두 다섯 군데 등장한다. , , , ,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깨끗한 가을 하늘, 시원한 바람, 따사로운 햇살만으로도 완벽했던 지난 9월 초. 직장인들과 동네 시니어들의 휴식처이던 서울의 ‘작은 터키’ 앙카라공원에 진짜 터키가 생겨났다. 무심코 지나지던 이곳에 ‘하루에 한 가지만 들어준다는 모래요정 바람돌이 선물’처럼 터키가 정말 짠 하고 나타났다. 참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heritage.unesco.or.kr) 화창한 서울이 터키를 맞이하다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인도네시아대사관과 9호선 샛강역 사이에는 시민들의 작은 쉼터 앙카라공원이 있
가산 이효석(可山 李孝石)의 단편소설 의 주 무대로 알려진 강원도 평창군 봉평. 이효석의 고향이기도 한 봉평은 매년 가을이 찾아오면 메밀꽃이 활짝 펴 수만 평의 메밀밭을 하얗게 물들인다. 한때 수입산 메밀에 밀려 사라질 위기도 있었지만 2002년 ‘이효석 문학관’이 개관되면서 다시 한 번 더 흐드러지게 그 꽃을 피우게 됐다. 소설가 이효석은 1907년 출생해 1942년 결핵성 뇌막염으로 36세의 나이로 단명했다. 서울대학교의 전신인 경성제국대학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경성농업학교에서 교
‘삼포세대’, ‘비혼’, ‘1인 가구’ 등의 유행어는 전통적 가족 형태의 붕괴가 급속하게 진행됨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는 말조차 시대와 트렌드에 뒤처진 박제된 구호로 전락한 지 오래다. 취업난과 치솟는 집값 등으로 초래된 경제적 어려움이 고조되고 사람과의 관계 맺기를 꺼리는 ‘관태기(인간관계와 권태기의 합성어)’의 사람들이 늘면서 결혼은 고사하고 연애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요즘 TV 화면은 이 같은 현실과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남녀 만남을 전면에 내세운 다양한 포맷의 짝짓
명품인 줄 알고 샀는데 짝퉁임을 확인했을 때의 기분이랄까.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작품이며 그 감독이 유명한 코폴라 패밀리의 일원이라는 정보만 믿고 기대에 차서 본 영화인데 보고 난 후 조금 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글쎄 칸이 보는 관점과 필자의 시각이 달라서일까? 소피아 코폴라가 칸을 설득하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필자를 설득하는데 미흡했던 것은 분명하다. 영화 은 미국 남북전쟁 당시 남부에 있던 가톨릭 여자 기숙학교 판즈워즈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룬다. 치열한 전쟁 한복판에 있는 학교는 사람들이 대부
영화 는 몇 번을 봐도 재미있다. 다 아는 내용인데도 지루하지 않다. 포레스트 검프로 나오는 톰 행크스가 천연덕스럽게 바보 연기를 하는 것도 재미있다. 이 영화에 포레스트 검프가 사랑하는 여자, 제니가 나온다. 어렸을 때부터 끼가 많아 발레도 하고 기타 치며 노래도 하고 운동권에도 들어가서 활동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여자이다. 포레스트는 그녀와 어릴 때부터 가깝게 지냈고 첫사랑이었지만, 그녀를 잡지 못한다. 살면서 몇 번을 다시 만나지만, 그녀는 떠난다. 포레스트의 아이를 임신하고도 연락도 안 했다. 나중
시대가 변하면서 만화의 모습도 달라졌다. 우둘투둘 잿빛 종이 위에 그려졌던 무채색 주인공들은 매끈한 스마트폰 위에 저마다 형형색색 개성을 입게 됐다. 칸칸이 나뉜 지문을 읽느라 지그재그로 바삐 움직이던 눈동자는 이제 화면 스크롤에 따라 위아래를 훑는다. 무엇이 더 좋고 나쁘다 할 수 없을 만큼 만화는 만화 그 자체로 얻는 재미가 크다. 언제라도 즐거운 만화, 그 새로운 얼굴과 마주해보는 것 어떨까? 도움말 웹툰인사이트 이세인 대표 요일별로 즐기는 한 토막의 즐거움 ‘웹툰’ 웹툰은 웹(web)과 카툰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동문을 중심으로 구성된 극단 세로보기(대표 주종현)가 오는 9월 21일부터 23일까지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연극 을 선보인다. 주종현 대표는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설립 25주년을 기념한 공연으로 소통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이번 작품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연극 은 평범해 보이는 부부 사이의 감춰진 갈등을 여성의 시각으로 풀어냈다. 이 작품은 스포츠서울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원작자인 서미애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연출은 연극 ‘썬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