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고령자들의 스마트폰 사용은 늘고 있지만, 기기를 다루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2020년 56.4%에서 2023년 76.6%로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이들 중 67.2%는 여전히 “정보화 사회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에 노인들은 ‘노인 맞춤형 스마트기기 및 애플리케이션 개발’(29.5%), ‘정보화 교육 다양화’(27.4%) 등을 원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국내에서는 시니어 대상의 다양한 스마트폰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디지털 세대이음단’이나 CJ올리브네트웍스 ‘시니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등이 대표적이다. 노인종합복지관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스마트폰 활용 교육이 정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민관이 협력해 많은 자원을 투입하며 시니어들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시니어를 위한 전용 기기의 개발이다. 스마트폰 강국인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음에도 시니어 전용 스마트폰 개발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일 시니어폰 특징은 ‘물리버튼’
이러한 부분은 미국과 일본의 사례가 참고할 만하다. 미국의 대표적인 시니어 스마트폰은 ‘지터버그’가 있다. 미국은퇴자협회(AARP)를 통해 유통되는 이 시리즈는 많은 미국 노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일본 역시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사들이 다양한 시니어폰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일본 샤프는 2024년 4월 시니어 전용 스마트폰 ‘BASIO active2’를 출시했고, NTT 도코모는 후지쓰를 통해 2025년 1월 30일 자사의 시니어폰 시리즈인 ‘라쿠라쿠 스마트폰(らくらくスマートフォン) F-53E’ 모델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 제품들은 시니어들이 건강상태를 체크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자체에 자율신경 측정 등 건강 센서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스마트워치 같은 별도의 기기 없이도 건강관리가 가능해 체력이나 피부 민감성으로 인해 스마트워치 착용에 거부감을 느끼는 고령자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또한, 물리버튼을 하단에 배치해 홈버튼과 전화, 문자 등 자주 쓰는 기능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 스마트폰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시니어의 접근성을 높였다.
미국의 라이블리는 ‘지터버그 스마트4(Jitterbug Smart4)’를 최근 선보였다. 6.75인치 대화면과 큼직한 글자, 단순한 리스트 메뉴로 고령자의 시각적 부담을 줄였고, 하단에는 물리 홈버튼을 배치해 조작을 쉽게 했다. 고출력 듀얼 스피커 및 보청기 호환, 음성 명령을 통한 앱 실행(Google 어시스턴트) 등 접근성을 강화한 기능들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낙상 감지 센서, 비상 도움 요청 버튼, 응급 대응 서비스, 가족 위치 확인 앱 등을 통해 건강과 안전까지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처럼 미국과 일본의 시니어폰은 단순한 사용성 외에도 안전과 건강관리 같은 부가적인 특화 기능을 갖추고 있다.
노인의 생물학적 특징 고려한 제품 있어야
국내에도 이러한 제품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 스마트폰이 아닌 피처폰이 주로 유통되던 시절에는 고령층을 겨냥한 ‘효도폰’이 시장에 출시되기도 했다. 현재는 국내 통신 3사 중 KT가 유일하게 시니어 특화 스마트폰으로 ‘맘편한폰’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이 제품은 자녀나 보호자의 원격제어 기능과 간단한 홈화면 구성, 복약 시간 알림 등 시니어 친화적 기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고령층을 위해 별도로 제조된 기기가 아니라 기존 스마트폰에 위젯이나 소프트웨어를 추가해 만든 형태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성일 한국접근성평가연구원 이사장은 노인들이 기존 스마트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문제를 “홈버튼의 부재”라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고령자의 경우 인지 저하로 인해 사용 방법이 복잡하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사용 중 문제에 부딪혔을 때 쉽게 처음 화면으로 되돌아가는 홈버튼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노인들은 손동작이 젊은 층과 달리 자유롭지 않아 스와이프(밀기)나 살짝 대기 등의 동작에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시니어 전용 제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