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2

日 사회가 만우절 맞아 상상한 이상적인 돌봄 미래상은?

입력 2026-04-02 06:00

기업들 4월 맞아 추구하는 이상향 발표… 연명보다 존엄, 관리보다 자립에 무게

▲매직실즈 직원들이 4월 1일 ‘April Dream’ 캠페인에 맞춰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매직실즈는 고령자가 넘어져도 큰 부상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매직실즈 제공)
▲매직실즈 직원들이 4월 1일 ‘April Dream’ 캠페인에 맞춰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매직실즈는 고령자가 넘어져도 큰 부상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매직실즈 제공)

‘초고령사회 선배’ 일본 사회가 꿈꾸는 이상적인 돌봄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이를 엿볼 수 있는 캠페인이 최근 열렸다. 일본의 홍보 기업 PR TIMES가 2020년부터 이어온 프로젝트 ‘April Dream’은 4월 1일을 거짓말이 아니라 ‘이루고 싶은 꿈’을 말하는 날로 바꾸자는 캠페인이다. 기업·지자체·단체·개인이 이루고 싶은 꿈을 대신 소개하는 행사다. 캠페인을 통해 소개된 ‘꿈’ 중에서 돌봄과 관련있는 기업·지자체 등의 것만을 추려 이들이 추구하는 미래상은 어떤 모습인지 엿보았다.

이들이 말하는 이상향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본 기업들이 만우절에 내놓은 돌봄의 미래는 거창한 문구보다 노년의 생활을 지원하는 쪽에 가까웠다. 마지막까지 집에서 살 수 있게 하겠다는 말, 누군가를 번쩍 안아 옮기는 돌봄을 끝내겠다는 말, 귀가 들리지 않아 줄어든 대화를 다시 돌려놓겠다는 목표가 반복됐다. 이들은 돌봄을 ‘노인 관리’가 아니라 ‘생활을 유지하는 기술’로 보고 있었다.

말기암·난치병 환자 등을 위한 완화돌봄형 주거시설과 방문간호·방문요양 사업을 하는 오프솔(opsol)은 “인생의 마지막이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되는 사회를 꿈으로 내걸었다. 몸 상태가 나빠진 입주자가 “한 번만 더 목욕하고 싶다”고 했을 때 마지막 직전까지 입욕을 돕고, 가족이 “끝까지 목욕할 수 있게 해줘 고맙다”고 말하는 장면을 제시했다. 요양이 시작되면 할 수 있는 일이 하나씩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도 익숙한 일상과 관계를 지켜내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오사카의 사회복지법인 오오토리복지회가 도입한 이동·이승 보조기기들. 오토리복지회는 종사자가 고령자를 직접 들어 옮기지 않는 ‘들어 올리지 않는 돌봄’을 돌봄 현장의 표준으로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오오토리복지회 제공)
▲오사카의 사회복지법인 오오토리복지회가 도입한 이동·이승 보조기기들. 오토리복지회는 종사자가 고령자를 직접 들어 옮기지 않는 ‘들어 올리지 않는 돌봄’을 돌봄 현장의 표준으로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오오토리복지회 제공)

오사카의 사회복지법인 오토리복지회가 내놓은 미래상은 더 분명했다. 2030년까지 모든 돌봄 현장에서 종사자가 고령자를 두 팔로 들어 옮기는 방식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 법인은 이를 위해 리프트 같은 보조기기를 활용하는 ‘들어 올리지 않는 돌봄’을 제시했다. 무리하게 안아 옮기는 방식이 고령자의 관절을 더 굳게 만들고, 일상생활 기능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반대로 기기를 활용한 돌봄이 자리 잡으면 관절 부담을 줄이고, 다시 스스로 식사할 수 있는 일상을 돕고, 현장의 안전사고를 줄이며, 요양보호사 등의 허리 부상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꿈꾸는 미래는 단순히 “더 안전하게 옮기는 돌봄”이 아니다. 고령자를 물건처럼 번쩍 들어 옮기지 않는 돌봄이 당연한 기준이 되는 사회다.

교토의 디자인 회사 소프트디바이스가 운영하는 ‘요띠(yottey)’ 팀은 ‘원격돌봄 사회’를 말했다. 이들이 만든 것은 인지증 초기의 지남력 저하에 대응하는 달력형 앱이다. 가족이 일정과 해야 할 일을 입력하면 부모에게는 “오늘이 무슨 날인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간단히 알려주는 방식이다. 이 팀이 제시한 미래는 부모를 돌보려면 자녀가 직장을 그만두거나 무조건 동거해야 하는 사회가 아니었다. 부모는 익숙한 집에서 살고, 자녀는 자신의 생활을 유지한 채 멀리서도 일정과 생활을 받쳐주는 사회, 물리적 거리가 있어도 서로의 일상이 무너지지 않는 사회였다.

아이치의 스타트업 이루(イル)는 GPS 내장 인솔 ‘미마모리 이루!’를 앞세워, 고령자가 “기계를 쓴다”고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돌봄을 꿈꿨다. 이 회사는 스마트기기와 IoT가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오히려 닿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신발 속 인솔처럼 생활동선에 녹아드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이들이 말하는 미래는 고령자가 목에 무언가를 걸거나 손에 단말기를 들고 다니는 사회가 아니다. 그냥 평소처럼 신발을 신고 나가면, 실종 위험이나 돌봄 공백을 줄이는 기술이 뒤에서 작동하는 사회다. “고령자도 쓸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굳이 배우지 않아도 이미 쓰고 있는 기술”이 돌봄의 표준이 되는 미래라고 할 수 있다.

▲우구이스헬스케어가 선보인 보청기 낙하방지 장치 ‘노츠케룬(Norkkerun)’. 회사는 보청기와 관련 보조기구를 통해 고령자가 일상 대화를 보다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우구이스헬스케어 제공)
▲우구이스헬스케어가 선보인 보청기 낙하방지 장치 ‘노츠케룬(Norkkerun)’. 회사는 보청기와 관련 보조기구를 통해 고령자가 일상 대화를 보다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우구이스헬스케어 제공)

보청기 전문업체 우구이스헬스케어는 보청기와 낙하방지 장치 같은 보조기구를 통해 고령자가 일상 대화를 보다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손주의 “다녀왔어요”, 부부의 사소한 대화, 친구들과의 잡담이 다시 오가는 노년을 그린 것이다. 청력 지원을 단순한 기능 보완이 아니라 관계를 회복하는 돌봄으로 본 셈이다.

▲매직실즈가 개발한 충격 완화 바닥재 제품. 고령자가 침대 주변에서 넘어지더라도 충격을 줄여, 큰 부상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매직쉴즈 제공)
▲매직실즈가 개발한 충격 완화 바닥재 제품. 고령자가 침대 주변에서 넘어지더라도 충격을 줄여, 큰 부상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매직쉴즈 제공)

낙상 충격을 줄이는 바닥재와 매트를 개발하는 매직실즈의 꿈도 뚜렷했다. 이 회사는 “몇 번을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세계”를 내걸었다. 고령사회에서 낙상은 곧 골절과 와상, 장기요양 진입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 회사는 넘어지지 않게만 하는 사회보다 넘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요양시설과 주거공간의 바닥 자체를 바꿔, 낙상 후 삶이 급격히 무너지는 경로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고령자의 자립을 개인 의지 문제가 아니라 생활환경 설계의 문제로 본 사례다.

종합하면, 일본 기업들이 그린 돌봄의 미래는 몇 가지 공통된 방향으로 모인다. 우선 노년의 마지막 시간을 보다 사람답게 지내게 하려는 구상이다. 마지막까지 목욕하고, 스스로 먹고, 가족과 대화하며, 가능한 한 익숙한 집과 생활을 유지하는 노년을 상정하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돌봄의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도 두드러졌다. 종사자가 고령자를 직접 들어 옮기던 관행을 보조기기로 대체하고, 청력 등 작아 보이지만 일상 유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화들을 초기에 살펴 더 큰 악화로 이어지지 않게 하겠다는 접근이다. 동시에 돌봄의 부담을 가족에게만 맡겨두지 않겠다는 인식도 읽혔다. 함께 살지 않아도 돌볼 수 있고, 기술은 전면에 드러나기보다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돌봄의 공백을 메우는 사회를 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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