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성 난청 환자의 절반 이상은 유전적일 수 있으며, 원인 유전자를 정확히 파악해 인공와우 수술시기를 앞당기면 회복율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 연구팀(제1저자 이상연 전문의, 서울대병원 강남검진센터 심예지 전문의)은 성인 난청 환자들은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받았을 수 있으며, 원인 유전자 발견 시 청력 회복 범위를 예측해 적절한 수술 시기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잘 들리지 않는 것을 방치한 채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사람들과의 대화가 점차 부담스러워지고,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지어 뇌기능이 떨어져 치매를 유발하기도 한다. 청력 손실을 지닌 고령자는 정상 청력인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5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발표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국내 난청 환자는 34만9000명으로, 2012년 27만7000명에서 연평균 4.8%씩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17년에는 70대 이상의 난청 환자가 34.9%로, 노인성 난청 환자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후천성 난청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증가한다. 대부분 노화와 소음, 약제에 의한 부작용이 원인으로 알려졌지만, 환자 개개인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고 치료 결과를 예측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에 최병윤 교수 연구팀은 후천성 난청 환자들의 유전자 변이 유무와 그에 따른 수술 결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이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시행한 후천성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염기서열분석(NGS)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무려 절반의 환자들(52.5%)에게서 다양한 난청 유전자 변이가 나타났으며 이들의 수술성적도 더 우수한 것을 확인했다.
유전자 진단 그룹으로 분류된 21명의 난청 환자들에게서는 14가지의 다양한 난청 유전자 변이가 확인됐다. 그중에서도 TMC1(DFNA36)이 가장 많이 발견된 유전자였고, 다음으로 SLC26A4, ATP1A3 등의 유전자 변이가 나타났다.
난청 유전자를 확인한 환자들이 뚜렷한 원인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인공와우 이식수술 성적이 유의하게 우수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수술 1년 후 언어평가(문장검사, 이음절 단어검사, 일음절 단어검사) 향상 점수를 비교해보면 유전자 미진단 그룹에 비해 유전자 진단 그룹이 더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연구팀은 난청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 환자들의 경우, 수술 시기가 빠를수록 성적이 우수함을 규명했다. 인공와우 이식수술은 대체로 난청 기간이 짧을수록 수술 후 좋은 예후를 보이는데, 난청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 환자들에게서 이런 경향이 훨씬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특히 난청 기간이 지속된 지 약 5년 이내에 수술한 경우 높은 언어평가 향상 점수를 보여 수술 시기가 빠를수록 청력회복 수준도 높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
최병윤 교수는 “선천성 난청 환자들 못지않게 나이가 들면서 청력이 떨어지는 후천성 난청 환자들 역시 절반 이상은 유전적 원인에 의한 증상일 수 있다”며 “환자 개인의 난청 관련 정보와 유전자 검사를 통한 유전자 변이 유무를 정확히 파악하면, 치료방향 및 수술의 시행 여부를 보다 빨리 결정함으로써 청력을 회복시키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