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날] 마음 같지 않은 시니어의 삶, 직접 겪어 보니....

기사입력 2021-10-02 15:06 기사수정 2021-10-02 15:06

노인생애체험센터, 고령 신체 체험으로 세대 간 이해의 폭 넓혀

대한민국이 늙어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2021년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6.5%이며 향후 2025년 20.3%, 2060년 43.9%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자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아직도 청년들은 노인을 이해하기 어렵다. 지하철에서 큰 목소리로 떠들거나, 바쁜 출근길 계단을 굼뜨게 오르는 노인은 답답한 존재처럼 여겨질 때도 있다. 또 버스에서 자리 양보를 강요하거나, 양보해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당연한 듯 앉아버리는 이들을 보면 ‘도대체 왜 저럴까?’ 하는 의문이 든다.

▲용산구 효창동에 위치한 대한노인회서울특별시연합회 노인생애체험센터.(문혜진 기자)
▲용산구 효창동에 위치한 대한노인회서울특별시연합회 노인생애체험센터.(문혜진 기자)

이런 심리적 간극을 줄여 볼 수 있는 장소가 있다. 지난 1일, 10월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서울 용산구 효창동에 위치한 대한노인회서울특별시연합회 노인생애체험센터를 방문했다. 이곳에는 80대 노인의 일상생활을 가상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노인 이전의 세대가 노인이 된 이후의 삶을 직접 느껴보고, 세대 간 이해의 폭을 확대하도록 돕기 위함이다.

간단한 사전 교육 후 본격적인 체험을 시작했다. 우선 80대의 신체 수준을 만들기 위해 팔과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감은 후 다리와 팔에 무겁고 뻑뻑한 억제대를 채웠다. 억지로 허리를 구부정하게 만드는 조끼도 입었다. 눈에는 평소보다 시야가 2배 이상 좁게 느껴지는 고글을 착용했다. 모든 준비를 완료하니 일상생활 체험을 해보기도 전에 작은 움직임마저 불편함이 느껴졌다. 몸이 무거워 어기적어기적 걷는 것은 물론 시야가 흐린 탓에 자꾸 허리를 숙여 바닥을 보게 됐다.

이어 일반 집 구조를 그대로 구현한 체험 공간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특수 장비를 착용한 체험자들에겐 신발을 벗고 낮은 문턱을 넘는 것부터 만만치가 않다. 의자에 앉거나 침대에 눕고, 빨래를 개는 등 사소한 몸놀림조차 힘겨웠다.

▲몸이 무거워 침대에 한 번 누우니 자세를 고치기가 힘들다.(신다정 기자)
▲몸이 무거워 침대에 한 번 누우니 자세를 고치기가 힘들다.(신다정 기자)

프로그램에 참여한 채수빈(29) 씨는 “특히 냉장고를 열어 음료수의 유통기한을 확인하거나 홈이 없는 반찬통의 뚜껑을 열어보는 것은 나에게는 하나도 힘들지 않은 일인데, 이런 사소한 행위조차 노인들은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진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진행을 담당하는 장옥희 팀장은 “노인들은 제품에 작게 표시된 유통기한 숫자가 잘 보이지 않는 데다 적힌 위치도 제각각이라 확인하지 못하고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며 “유통기한 기입란을 통일하는 등 사회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음료수 뚜껑에 작고 옅은 글씨로 적혀있는 유통기한.(신다정 기자)
▲음료수 뚜껑에 작고 옅은 글씨로 적혀있는 유통기한.(신다정 기자)

이날 체험자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것은 계단 체험이었다. 눈이 잘 보이지 않아 넘어질까 조심스러운 모양새다. 신다정(27) 씨는 “노인들이 평소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고 말하는 까닭을 알 수 있었다”며 “둔해진 몸에 시야도 좁아지니 사고 위험성이 배가 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시야가 좁아진 탓에 계단을 성큼성큼 내려가기란 쉽지 않다.(신다정 기자)
▲시야가 좁아진 탓에 계단을 성큼성큼 내려가기란 쉽지 않다.(신다정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고령자 중 전반적인 생활에 대해 스트레스를 느끼는 사람은 42.8%다. 내 마음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물리적,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장옥희 팀장은 “모든 노인이 힘든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같은 80대라도 몸이 불편해 누워있기만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여가생활을 즐기며 노후를 보내는 사람도 있다. 다만 비교적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물리적 환경 개선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나라뿐 아니라 우리도 일상에서 노인을 조금 더 양보하고 이해해주는 미덕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프로그램은 하루 두 번. 사전 예약을 통해 오전 10시와 오후 2시를 선택할 수 있다. 요양보호사 희망자, 간호사, 복지 관련 전공자 등 노인 문제와 연관성이 있는 사람은 물론 고령의 부모를 부양하고 있는 자녀, 청소년 자녀의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부모도 자녀와 함께 참여할 수 있다. 자세한 예약 방법과 내용은 대한노인회서울시연합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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