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세 나 모 씨의 아들은 요리에 취미가 있어 관련 공부를 하며 음식점에서 직원으로 3년째 일하고 있다.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자 최근 아버지인 나 모 씨에게 음식점 창업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나 모 씨는 아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증여세가 걱정됐다. 창업 자본이 부족한 자녀를 위해 얼마까지 도와줄 수 있을까?
코로나19 이후 채용 규모가 축소되면서 취업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었다. 게다가 한 직장에 오래 종사하는 것을 큰 가치로 두지 않는 젊은 세대는 직장 생활보다 창업을 생각하는 경우가 늘었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실질 창업 추이’에 따르면 39세 이하 청년층 창업이 2021년 대비 4.3% 증가했다.
사례 속 나 모 씨처럼 자녀가 창업을 준비하고 있어 도움을 주고 싶을 때 ‘창업 자금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를 활용하면 증여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창업 자금 과세특례란 18세 이상인 사람이 중소기업(조세특례제한법 제6조 3항에서 열거해 규정)을 창업할 목적으로 60세 이상의 부모(부모 사망 시 조부모)로부터 창업 자금을 증여받은 경우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5억 원을 공제하고 10% 세율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창업 자금 증여는 일반적인 증여보다 증여세 공제 한도가 높고, 세율이 낮다. 일반 증여의 경우 증여세 공제 한도는 성인 자녀 기준 10년간 5000만 원이다. 10년마다 5000만 원까지는 증여해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의미다. 5000만 원 넘는 금액에 대해선 1억 원까지 10% 세율이 적용된다. △1억 원 초과~5억 원 이하는 20% △5억 원 초과~10억 원 이하는 30% △10억 원 초과~30억 원 이하는 40% △30억 원 초과는 50%다.
반면 창업 자금 지원에 대한 증여세 공제 한도는 5억 원이다. 창업 자금으로 증여한 재산에 대해선 5억 원까지 세금이 전혀 부과되지 않는다. 5억 원이 넘는 금액에 대해선 30억 원까지 10% 세율이, 30억 원 넘는 증여 재산은 일반적인 증여와 똑같이 50% 증여 세율이 적용된다. 대신 창업한 해에 직원을 10명 이상 새로 고용하면 50억 원까지 10% 증여세율이 부과된다. 예컨대 자녀에게 10억 원을 증여한 경우, 일반 증여라면 2억 2500만 원의 증여세를 내야 하지만 창업 자금 증여라면 5000만 원의 증여세만 납부하면 된다. 다만 창업 자금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를 받은 증여 재산은 기간과 관계없이 상속세 계산 시 합산된다. 상속개시일 10년(상속인 아닌 자에 대한 증여는 5년) 이전에 증여하면 상속세 계산 시 합산되지 않는 일반적인 증여와는 다른 점이다.
창업 자금 증여 특례를 적용받으려면 법에서 정한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그 기준은 △18세 이상이 증여받을 것 △60세 이상의 부모로부터 받을 것 △증여받는 재산은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물이 아닐 것 △법에서 정한 중소기업 업종을 창업할 것 등이다. 현금이 아닌 토지나 건물 등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자산인 부동산을 증여해서 음식점을 창업하는 경우에는 과세특례를 적용받을 수 없다.
이외에 창업 자금 증여세 과세특례를 적용받았다 하더라도 수증자가 증여일 이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증여받은 날로부터 2년 이내 창업, 4년 이내 사용할 것 △창업한 사업을 10년간 유지할 것 등 세법에서 정한 사후 의무 요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세가 추징된다. 따라서 증여하기 전에 증여 재산의 종류와 창업 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좋다.
증여 특례는 증여세 과세신고 기한까지 과세표준 신고서와 함께 ‘창업 자금 특례신청 및 사용내역서’를 납세지 관할 세무서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대신 창업 자금 증여세 과세특례는 증여세 신고 기한을 지킬 때 세액공제 3%를 받는 신고세액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한편 이와 비슷한 증여 특례로 가업의 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가 있다. 가업 승계 증여 특례와 창업 자금 증여 특례는 중복해 적용받을 수 없고, 한 가지만 선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