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기에도 좋지만, 글쎄요. 전 데이트하러 왔어요.”
10일 오후 2시 김현진(25ㆍ서울 영등포구)씨는 여자 친구의 손을 잡고 정독도서관을 찾았다. 책은 읽지 않았다. 두 사람은 꽃샘 추위에 어깨를 웅크린 채 도서관 주변을 거닐었다. 둘은 완연한 봄이 오면 정독도서관을 다시 찾기로 했다. 벚꽃이 흐드러지는 봄의 정독도서관을 보기 위해서다. 도서관은 더 이상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다.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도서관 = 2014년 1월 기준, 하루 평균 6081명이 서울 종로구 북촌에 위치한 정독도서관을 방문한다. 전국 공공도서관의 1관당 하루 평균 이용자가 1061명임을 감안하면, 무척이나 높은 수치다.
이는 정독도서관의 다양하고 내실 있는 문화프로그램에서 기인한다. 정독도서관 문화활동지원과 이향 문화교실 담당자는 이용자들의 호응도가 높은 ‘book村(북촌) 인문학스터디’를 정독도서관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꼽았다.
지난 1월 ‘북촌 인문학스터디’에서 강신주 철학박사가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강연했고, 지난달에는 ‘고전으로 다시 일어서기’ 강연이 진행됐다. 이밖에도 정독도서관은 세미나실 대여, 문화강좌 운영, 문화 행사 등의 다채로운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뛰어다녀도 되는 도서관 =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뛰어다녀도 누구 하나 타박하지 않는 도서관이 있다.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 위치한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에서 아이들은 조용할 틈이 없다. 한옥으로 지어진 이 도서관은 물레방아, 정자, 디딜방아 등 전통 한옥 정원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했다.
도서관 1층 열람실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다락방이 놓여 있다. 다락방에서는 전통문화교실, 한문교실, 제례의식교실 등 전통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지난달 13일에 개관한 서울 종로구 숭인동의 도담도담한옥도서관에는 책상이 없다. 아이들은 배를 깔고 바닥에 누워 책을 읽는다. 전체면적 107㎡(약 33평)에 불과하지만, 하루 평균 70~80명이 꾸준히 이 도서관의 문턱을 넘나든다. 한옥을 개ㆍ보수한 이 도서관은 아이들에게 아늑함과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앞으로 한문교실과 전통공예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자연에 둘러싸인 도서관 = 관악산 ‘만남의 광장’ 뒤편, 등산로 입구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관악산시도서관이 자리해 있다. 이 도서관의 주 이용자는 등산객이다. 짧은 시간 등산객이 가볍게 읽기에 시만큼 좋은 것도 없다.
시도서관은 각종 시 선집을 비롯해 외국 시, 한시 등 종류별로 시집을 섬세하게 분류해 놨다. 도종환 시인의 기증서고도 있다. 강예린과 이치훈 건축가는 ‘도서관 산책자’에서 “시도서관 만드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 장소를 택했다기보다 이 장소가 원한 장르가 시였던 것 같다”고 산과 시의 찰떡궁합을 설명하기도 했다.
관악산 등산로를 따라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작은 오두막이 하나 있다. 이 오두막의 정체는 숲생태체험관(관악산숲속작은도서관)이다. 4월부터 10월까지만 운영되는 이 도서관은 매주 수요일마다 숲 생태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총 2300여권의 책 중 대부분은 환경부나 환경단체가 추천하는 환경ㆍ자연 관련 우수도서다. 식물도감이나 동물도감도 많다.
서울 종로구 삼청공원 입구에서 100m 정도 걸어가면 아담한 사이즈의 삼청공원숲속도서관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개관한 이 도서관은 생활 속 작은 도서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낡고 오래된 매점을 도서관으로 만들었다. 삼청공원 생태학습장과 연계해 땅파기, 나무타기, 풀ㆍ벌레 관찰, 흙공 만들기 등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