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깊숙한 곳에 있는 셔츠, 철 지난 바지도 얼마든지 멋지게 입을 수 있다. 10년, 20년 뒤를 꿈꾸게 하는 ‘취향 저격’ 멋쟁이를 발견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좋다. 취향 앞에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를 배울 수 있다면, 노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열일곱 번째 주제는 ‘유럽’이다. 김동현 사진작가의 사진과 현지에서 느낀 감상 일부를 옮겨 싣는다.
(김동현 사진작가 제공)
1 ‘밀라노 대성당 아저씨’. 패션의 고장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만난 신사분. 대성당을 배경으로 멋들어진 사진이 완성됐다.
(김동현 사진작가 제공)
2 ‘할리데이비슨 아저씨’. 밀라노를 구경하며 걷던 중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탄 현지인이 눈에 띄었다. 사진 촬영을 하면서 우리는 여행자와 현지인이라는 경계를 넘어 사진작가와 모델로서 교감했다.
(김동현 사진작가 제공)
3 ‘피렌체 포토그래퍼’. 이탈리아 피렌체 길거리에서 만난 백발의 신사분은 자신도 포토그래퍼라고 했다. 사진을 메일로 보내자 그의 인스타그램에 내가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김동현 사진작가 제공)
4 ‘바리 러닝 아저씨’. 이탈리아 바리 해변을 따라 러닝을 하고 계셨다. 건강하고 젊게 사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동현 사진작가 제공)
5 ‘프랑코 마제티’. 피렌체 큰 다리 앞에서 만났다. 살짝 타이트한 셔츠 핏과 완벽히 계산된 듯한 바지 핏, 이탤리언 패션의 정석이었다. 촬영을 마친 후, 그가 인스타그램 팔로어 17만 명을 보유한 유명 패션모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동현 사진작가 제공)
6 ‘프랑크푸르트 멋쟁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재즈 패스티벌에서 인파 사이로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촬영 제안에 그는 죄송하다며 거절했다. 내 작업물을 보여주자 그는 마음에 들었는지 “내가 알지 못하게 찍는 것은 괜찮아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분과 멀어진 다음 최대한 몰래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줌 렌즈를 단 카메라였으니, 그도 어느 정도 인식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