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터는 원광대학교병원 정문 맞은편에 있는 ‘쿠키 붕어빵’. 사람들은 나를 ‘붕어빵 아저씨’라고 부른다. 그리고 더러는 이렇게 부른다. ‘기부 천사’.
나는 한때 잘나가는 사업가였다. 레스토랑, 노래방 등 3개 업소를 동시에 운영할 정도로 여유 있었다. 남부러울 것 없던 삶은 1997년 IMF 외환위기와 함께 무너졌다. 재산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영세민(기초수급자) 신세가 된 건 순식간이었다.
전주 지하보도에서 노점을 하며 재기를 꿈꿨다. 계란빵과 오징어 다리를 팔아 생계를 유지했고, 익산으로 향하며 ‘쿠키 붕어빵’을 개발했다. 그즈음 유난히 베풀길 좋아했던 어머니를 떠올렸다. 못사는데도 나눠 먹는 걸 좋아했던 나의 어머니…!
뭘 얼마나 기부했는지는 모르겠다(익산시청에 따르면 김남수 씨가 익산시에 전달한 성금은 3,000만 원이 넘는다). 30여 년 전 전주 오목대 산동네에 사비 100만 원을 들여 난간을 설치했고, 2004년부터 전주종합사회복지관과 인연을 맺고 있다. 익산시에는 2012년부터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 성금 또는 물품. 그것도 아니면 현장에서 붕어빵을 굽는다.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하루에 1만 원’ 기부하는 일이다. 붕어빵 장수도 기부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이 가지지 않아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을 뿐이다. 없으면 없는 대로, 금액이 적으면 적은 대로 기부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내 기부에는 기약이 없다. 언제까지 기부하겠다는 다짐도 하지 않는다. 1997년 별안간 거리로 내몰린 것처럼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나보다 어려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행복을 안고 하루하루 살아가고 싶다.
‘붕어빵 아저씨’ 김남수입니다. 많이 가지지 않아도 나눌 수 있습니다. 나눔은 또 다른 차원의 기쁨입니다.
에디터 조형애 디자인 유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