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율주행 버스, 왜 은퇴자 마을을 먼저 달릴까?

기사입력 2024-11-07 08:42 기사수정 2024-11-07 08:43

'면허 반납' 주저 않게 이동 대안으로 제시… 현장선 “아직 개선점 많아”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특별기획 [고령화에 갈 곳 잃은 교통난민]

제1부 인국절벽에 가로막힌 노인 이동권

제2부 전용 교통수단으로 활로 찾은 일본

제3부 첨단 기술과 공유경제, 미래 이동권의 키워드

도시 전역으로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이제 거대한 ‘자율주행 기술 시험장’이 됐다. 그러나 지역 특성상 인구밀도가 높고 교통체증이 심각해 자율주행차를 안정적으로 운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일부 지역에서는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해 은퇴자 마을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로스무어 은퇴자 마을의 자율주행 버스 ‘프레스토’(PRESTO)(문혜진 기자)
▲로스무어 은퇴자 마을의 자율주행 버스 ‘프레스토’(PRESTO)(문혜진 기자)

미국에는 고령사회에 대비한 주거 형태 중 하나인 ‘은퇴자 마을’이 다수 있다. 경제활동 시기가 지난 세대가 주변에 구축된 인프라를 누리며 여생을 보내는 장소다. 샌프란시스코 중심부에서 동쪽으로 30분 떨어진 월넛크리크(Walnut Creek) 지역의 ‘로스무어’(Rossmoor) 커뮤니티가 그 예다. 번잡한 도시와 달리 크고 작은 언덕과 나무들이 마을을 안락하게 감싸고 있다. 220만 평 규모의 단지에는 수영장, 헬스장, 쇼핑센터, 극장, 미술관 등 많은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는 직육면체 모양의 자율주행 버스 ‘프레스토’(PRESTO)가 달린다. 셔틀은 월요일에서 금요일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행되며, 탑승객을 안내할 승무원이 차량 내부에 상시 대기한다. 승무원은 출발 전과 도착 후 안전에 관한 안내는 물론, 탑승객들과 직접 소통하고 대화를 나누며 안부를 확인하는 역할도 한다.

‘프레스토 로스무어’는 콘트라코스타 교통국(CCTA)과 자율주행 모빌리티 솔루션 회사 비프(Beep)가 협력한 프로젝트다. 2024년 여름 출시된 해당 자율주행 셔틀 시범 프로그램은 로스무어 주민들이 안전하고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 선택지를 늘리는 것이 목적이다. 린디 존슨 CCTA 외무부장은 “현재 로스무어 주민들의 만족도를 면밀히 조사하고 보완해가는 단계”라며 “안정성 제고를 통한 노선 확대, 맞춤형 운행 서비스 제공 등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연구 중이다”라고 말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브라보 마이 라이프)

은퇴자 마을이 제거하는 장벽

CCTA는 왜 은퇴자 마을을 서비스 대상 지역으로 선택했을까? 린디 존슨 외무부장은 “고령자들은 수십 년에 걸친 격변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차례로 경험하고 적응 중인 세대이기 때문에 무조건 기술을 두려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특성을 지닌 고령자가 밀집해 있는 로스무어가 최적의 지역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도시처럼 일반 차량이 붐비지 않아 효율적인 인공지능 학습(사람이 학습하듯 컴퓨터에 상황별 데이터를 부여함으로써 성능 향상을 기대한다)을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율주행차가 충분한 데이터 수집 없이 갑자기 도로로 뛰어드는 사람, 신호를 지키지 않는 일반 차 등 다양한 변수에 대비하기는 쉽지 않아서다.

미국 플로리다 중부 지역 섬터 카운티와 매리언 카운티에 걸쳐 있는 대규모 은퇴자 마을 ‘더 빌리지’(The Villages) 사례도 마찬가지다. 자율주행 택시 스타트업 보야지(Voyage)는 2018년 더 빌리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올리버 카메론 보야지 창업자는 렉스 프리드먼 팟캐스트 채널에서 “은퇴자 마을은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자 하는 시니어의 욕구를 반영해 구축한 지역이기 때문에) 애리조나나 플로리다처럼 자율주행차를 시험하기 이상적인 날씨와 지형 조건을 가진 곳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도로 체계가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보행자의 통행과 차량 흐름이 급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1 로스무어 커뮤니티 전경 2 자율주행 버스 프레스토 정류장에 배치된 안내판 3 프레스토를 타면 도착할 수 있는 피트니스 센터(문혜진 기자)
▲1 로스무어 커뮤니티 전경 2 자율주행 버스 프레스토 정류장에 배치된 안내판 3 프레스토를 타면 도착할 수 있는 피트니스 센터(문혜진 기자)

고민 없이 운전대 놓을 수 있게

은퇴자 마을에서 운행하는 자율주행차의 궁극적인 목표는 여러 신체적 한계로 인해 운전이 힘든 교통약자에게 실질적인 ‘이동 대안’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최근 고령 운전자의 대형 교통사고가 잇따르면서 무조건 면허 반납을 강요하기보다 또 다른 방안을 고안 중인 한국처럼, 미국 역시 해당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분위기다.

린디 존슨 외무부장은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겠지만 콘트라코스타 카운티는 자가용을 대신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은 구간이 존재한다”며 “대도시와 비슷한 수준의 체계를 당장 마련하기 힘들기 때문에 자율주행 기술과 버스, 미니밴, 택시 등 다양한 차량을 연계한 프로젝트를 우선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일부 고령자는 어쩔 수 없이 운전대를 잡고 있다. 실제로 프레스토 로스무어 프로젝트를 시행한 뒤 설문을 실시한 결과, 기술이 안정됐는지 불안하다는 반응보다 앞으로 운전하지 못할지도 모르니 빠른 사업 확장을 원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유일한 선택지가 개인 차량이 되지 않도록 다방면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브라보 마이 라이프)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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