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겨울 초입에 돌입했다. 새하얀 입김이 나오고, 두 손을 주머니 깊이 찔러 넣는 것이 일상이 되는 시기다. 기상청은 이번 겨울이 평년보다 더 추울 것으로 전망했다. 북극 해빙 면적이 줄어들면서 강한 한기가 한반도까지 내려와 오래 머물 것이라는 예측이다.
‘추운 곳에서 자면 입 돌아간다’는 말이 있듯이 기온이 급격히 낮아지면 신체 변화, 특히 얼굴 변형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 몸은 찬바람을 지속적으로 쐬면 체온이 떨어지고, 체온을 끌어올리기 위해 에너지를 소모한다. 해당 과정에서 몸의 면역기능이 저하되기도 하는데, 이때 각종 바이러스와 염증, ‘안면신경마비’ 같은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에어컨 등 실내 찬바람 영향으로 안면신경마비 환자가 일시적으로 증가한 8월(1만 5369명)에 비해 9월(1만 4528명)에 환자가 잠시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다, 11월(1만 5209명)과 12월(1만 5073명)에 9월 대비 각각 4.6%, 3.7% 환자가 증가했다.
안면신경마비는 말 그대로 눈과 입 주변 근육이 마비돼 얼굴이 한쪽으로 비뚤어지고 이상 감각이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의학계에서는 해당 질환 발생 3일 이내에 집중 치료를 시작해야 향후 치료 기간과 후유증 정도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안면신경마비는 크게 말초성과 중추성으로 나뉜다. 안면신경마비 환자 대부분은 면역력 저하,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발생하는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다. 흔히 ‘구안와사’로도 불린다. 대부분 초기에 귀 뒤 통증과 불편감이 동반되며, 마비가 발생한 쪽의 이마 주름을 잡거나 눈을 감는 것이 어려워진다. 반면 중추성 안면신경마비는 뇌졸중과 뇌종양 등 뇌병변으로 인해 나타난다. 이마에 주름을 잡을 수 있고, 눈을 움직여 감을 수 있다는 점이 말초성과 구분되는 특징이다.
이처럼 안면신경마비는 원인과 증상이 다른 만큼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치료 시기를 놓치면 안면 근육 쇠약, 미각 소실 등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안면부 추나요법(SJS 무저항요법)과 침·약침, 한약 처방 등 한의 통합 치료로 안면신경마비 증상을 호전시킨다. 먼저 안면부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안면 근육을 부드럽게 밀고 당기며 비뚤어진 안면신경과 근육을 바로잡는다. 또한 침 치료는 틀어진 안면 근육과 신경을 자극해 기능을 빠르게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순수 한약재 성분을 정제해 경혈에 주입하는 약침 치료는 면역력 향상과 혈액순환을 촉진한다. 더불어 환자의 증상에 따른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안면신경마비 후유증과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치료 후에도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눈 깜박거리기, 입 다물기, 촛불 끄기, 휘파람 불기 등 안면 근육 운동을 지속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안면 지압을 주기적으로 해주거나, 취침 전후 따뜻한 물로 세안해 안면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