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추석 명절이 지나갔다. 추석과 같은 명절은 일부 주부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연휴일 수 있다. 오랜만에 가족·친지들과 함께한다는 즐거움도 잠시, 평소보다 많은 양의 음식 준비와 설거지, 청소 등 가사노동 강도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집안일 대부분이 손목을 자주 써야 하는 특성상 ‘손목터널증후군’이라는 불청객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 사용이 잦은 40~50대 주부에게서 빈번하게 발생해 ‘살림병’으로도 불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손목터널증후군 환자 중 여성 비율은 72%에 달했다. 이 가운데 40~50대 여성 환자의 비율은 36%를 차지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 앞쪽에 있는 9개 힘줄과 정중신경이 지나가는 손목터널(수근관)이 반복된 자극을 받아 좁아지는 질환이다. 이 때문에 ‘수근관증후군’이라 칭하기도 한다. 손목터널을 덮고 있는 인대가 염증과 섬유화로 인해 두꺼워지면 그 아래로 통과하는 정중신경을 압박해 찌릿한 통증이나 저림 증상을 유발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의 증상으로는 손목에 힘이 빠져 병뚜껑을 돌리지 못하거나, 손을 꽉 쥘 때 느껴지는 타는 듯한 작열감 등이 있다.
손목 상태는 간단한 자가진단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먼저 양쪽 손등을 맞대고 손목을 90도로 꺾은 뒤 손가락 끝이 바닥을 향한 자세를 취한다. 이 자세를 1분 이상 유지했을 때 손목이 아프거나 저리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때는 지체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치료받아야 한다.
한의 치료가 손목터널증후군 치료에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특히 침·약침 치료의 효과는 연구논문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대한한방내과학회지에 소개된 자생한방병원의 임상증례 논문에 따르면, 약침 치료를 받은 손목터널증후군 환자군의 통증 숫자평가척도(NRS)는 치료 전 매우 심한 통증에 해당하는 9에서 치료 3주 후 가벼운 통증인 1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한의학연구원과 미국 하버드의대가 진행한 공동연구에서 손목터널증후군 환자들에게 8주간 침 치료를 실시한 결과, 치료 전보다 증상이 25.1%가량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손목터널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선 틈틈이 손목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이 효과적이다. 아울러 손목의 움직임이 가동 범위를 넘어가지 않도록 손목 보호대를 착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