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필수 의료 지탱을 위해 “시니어 의사와 함께합니다”

기사입력 2025-02-17 08:36 기사수정 2025-02-17 08:36

오영아 국립중앙의료원 시니어의사지원센터 센터장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 진입과 만성적인 저출산,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층 진입으로 인해 저마다 역할 변화의 요구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고민은 의료계라고 다르지 않다. 시니어 의사들과 지역 공공의료기관이 갖는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이가 있다. 바로 국립중앙의료원 시니어의사지원센터(이하 센터)의 수장, 오영아 센터장이다.


▲오영아 국립중앙의료원 시니어의사지원센터 센터장
▲오영아 국립중앙의료원 시니어의사지원센터 센터장

교육자에서 행정 전문가로

우리나라 의사 평균 연령은 2012년 47세에서 2022년 51세로 증가했고, 활동하지 않고 있는 의사도 2020년 기준 10년간 3372명 늘어나 전체 의사 수의 7.8%에 달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최근 의사, 간호사 역시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지방 의료 인프라가 붕괴되는 것은 물론, 의사 인력 부족으로 의료 취약지가 발생하고 진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4월 국립중앙의료원 내 센터를 개소했다.

오영아 센터장은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복지인재원에서 14년간 교수로 재직하며 공공의료계 종사자 역량 강화, 만성질환 건강 증진 등에 대한 교육을 했고, 2021년부터는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교육훈련센터장으로 재직하며 공공보건의료 교육 발전을 위해 매진해온 인물이다. 그런데 이번 센터 개소를 기점으로 그는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맞이했다. 공공보건의료인 교육이라는 한 우물만 파던 그에게 행정 전문가라는 또 다른 길이 열린 것이다.

“은퇴 후 인맥이나 학맥으로 정보를 듣고 일하는 등 인력풀이 전혀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였어요. 은퇴(예정) 시니어 의사들의 현황이나 요구사항을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웠고, 어떻게 이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이러한 문제는 센터를 개소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흔들림 없이 나아가려면 탄탄한 조직 구성이 선행돼야 해요.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지만, 지역·필수 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진작 시행했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이런 제 마음을 센터 내 직원들이 이해해줬기에 센터가 무사히 시작될 수 있었죠. 그 덕분에 지금은 시니어 의사들이 신뢰할 수 있는 조직이 된 것 같아 기쁩니다.”

덤덤하게 이야기를 이어갔지만, 짧은 시간 내 시스템을 궤도에 올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는지 가늠케 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센터는 의사들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었고 △인력풀 구축·관리 △매칭 서비스 운영 △사업 홍보 및 협력체계 구축 △채용 지원금 지원 △연구 및 교육 등의 다양한 일을 시행하고 있다.


의사 80명 매칭 성공!

센터의 여러 가지 일 중에 가장 중요한 업무를 꼽는다면 바로 매칭 서비스. 매칭 서비스는 시니어 의사 인력풀을 기반으로 지역 의료기관에서 요청한 조건에 맞는 의사를 연결하는 것이다. 단순히 구인·구직 연결 플랫폼이라고 치부하기엔 아쉬움이 있다.

“본인의 전문 분야에서는 매우 철두철미하지만, 제2의 인생 설계나 행정적인 부분에서는 정보도 많지 않고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진료와 관련된 일만 하기에도 벅차니까요. 양쪽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지역 의료기관과 의사 사이에서 서로 필요한 부분을 협상하는 일까지 센터가 대신 함에도 단순 플랫폼으로 인식하면 좀 서운해요.(웃음)”

전무후무한 이 서비스를 처음 경험해보는 의사들과 의료 현장의 반응은 어떨까? 1년이 채 되지 않은 터라 표본이 많지 않지만, 의료계와 현장, 시니어 의사들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운을 띄웠다.

“시니어 의사들은 학술적·임상적 전문성이 높고, 공익에 기여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해요. 게다가 건강하고 활동 잠재력이 강한 분들이 많아요. 은퇴 후에도 사회에 도움 되는 일에 참여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이런 경험을 주변 동료들에게 알리는 분도 있고, 기관 차원에서 센터와의 사업 협력을 제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죠.”

높은 만족도가 말해주듯 41개 지역, 168명의 의사가 지원해 80명의 시니어 의사와 34개 지역 의료기관 매칭에 성공했다(2024년 12월 기준). 개소 7개월 만에 이루어낸 성과다. 오 센터장은 매칭 과정에서 어떤 일보다 신중을 기하며 최상의 만족도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센터 내 연구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매칭 과정에서 의사와 의료기관 모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정말 많은 사람이 애쓰고 있어요. 더 많이 연결되는 것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내는 게 중요하니까요. 매칭 사례를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개선점을 찾아 더 효율적인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시니어 의사와 지역 의료기관을 연결하는 맞춤형 인력 매칭 플랫폼 ‘닥터링크’도 오픈했다. 이들의 경력, 전문 분야, 희망 근무 지역 등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료기관의 요구와 시니어 의사의 역량을 분석해 좀 더 효율적인 매칭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오 센터장은 “시작한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았지만, 플랫폼을 통해 단순한 인력 채용을 넘어 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꾀하고 의사의 전문성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매칭이 끝은 아니야

시행 초기인 만큼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선 개선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의료 취약지에는 특정 진료과 의사가 없거나, 단수과로 인해 병원 운영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빈번하다. 보통 필수 의료라고 하면 내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만 생각하기 쉽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소아청소년과는 전국 26개 시·도 지역, 응급의료는 98개 지역, 분만의료는 72개 지역이 의사가 없는 취약 지역이다. 하지만 지역에서 정말 필요로 하는 진료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오 센터장의 이야기다. 예를 들어 피부과, 비뇨의학과, 재활의학과도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는 중요한 진료과일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배후 진료과가 없어 배치가 어려운 경우도 발생한다고 한다.

그는 “의료 취약지에 다양한 진료과 의사를 배치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하며, 더 나은 길로 가기 위한 계획과 방향 수립을 위해 현장의 의견을 많이 듣고 정책적 유인책과 지원 조건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의료 현장에서의 시니어 의사 현황과 운영 행태, 어떤 식으로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하는지를 연구 중입니다. 2024년에는 예비비 형태로 시니어 의사를 채용하거나, 계속 고용할 경우 채용 지원금을 지급했어요.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만큼 모두 지원할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2025년에는 다른 형태의 지원금을 정부와 논의 중입니다. 뿐만 아니라 닥터링크를 통해 시니어 의사들이 현장에서 원활하게 적응하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과 워크숍 등 다각적인 지원체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의료 현장의 최신 동향과 정보를 정기적으로 공유하고, 이용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서비스를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시니어 의사들의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이 폭넓게 활용될 수 있도록, 정부와의 협력은 물론 지역 의료기관 및 다양한 유관 단체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지원책을 확대할 것이라는 포부도 내비쳤다.


시니어 의사의 든든한 파트너

센터는 개소의 본래 취지에 맞춰 권역별 시니어 의사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공고한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협력체계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오영아 센터장은 임상 환경이 다른 여러 현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재진입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교육은 시니어 의사들이 지역 의료기관에 연착륙하기 위한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세심한 프로그램 구성을 통해 의사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해결해줄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길 바란다며 환하게 웃는 오영아 센터장.

“지역사회 의료 공백을 줄이기 위한 매칭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더 나아가 시니어 의사들이 활동 영역을 다양하게 넓혀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특별교수·촉탁교수 등의 역할, ODA 의료봉사(보건의료 공적개발원조 사업), 후배 의사를 위한 컨설팅 등으로 범위를 확대하고, 이를 위한 지원체계를 고도화하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니어의사지원센터의 자체 기반을 공고히 하고, 국가가 시니어 의사를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 우선되어야겠지요. 우리 사회에서 시니어 의사들의 가치가 더 돋보일 수 있는 토털 케어 센터를 만들겠습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더 궁금해요0

관련 기사

  • “신탁제도 잘 활용하면, 무덤서도 재산 관리 가능케 해”
    “신탁제도 잘 활용하면, 무덤서도 재산 관리 가능케 해”
  • 치매와 싸우며 웃음 피우는 ‘인지케어 드림팀’
    치매와 싸우며 웃음 피우는 ‘인지케어 드림팀’
  • “초고령사회, 일자리 찾는 중장년 서울시민 위한 핵심 기관 될 것”
    “초고령사회, 일자리 찾는 중장년 서울시민 위한 핵심 기관 될 것”
  • 배우 서영희가 말하는 일과 가정 사이… “나를 위한 균형의 기술”
    배우 서영희가 말하는 일과 가정 사이… “나를 위한 균형의 기술”
  • 영구임대주택의 사각지대 밝히는 친절한 이웃, 주거복지사
    영구임대주택의 사각지대 밝히는 친절한 이웃, 주거복지사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브라보 스페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