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남긴 디지털 발자국, 사망 후 어떻게?

기사입력 2025-02-06 08:40 기사수정 2025-02-06 08:40

게시물, 영상부터 게임 아이템과 가상화폐 같은 자산까지 다양

현대사회로 오면서 물리적 형태의 재화나 화폐 같은 기존의 전통 자산 외에 온라인 내 데이터, 보관된 저작물, SNS 게시물 등 디지털 기반 새로운 유형의 자산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정보를 생성한 당사자가 사망했을 때 온라인에 보관된 자산을 누가 습득·관리·처분할 수 있는지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어도비 스톡)
(어도비 스톡)

내가 세상을 떠난 후 생전에 밴드나 페이스북 등 온라인에 올렸던 사진, 댓글, 휴대전화에 남긴 데이터는 어떻게 될까.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디지털 자산’도 상속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주항공 참사로 재점화

디지털 자산은 사자(死者)가 온라인에 남긴 디지털 자료와 정보를 가리킨다. 아이디·비밀번호 같은 계정 정보, 블로그·SNS·커뮤니티 등에 올린 영상·글 등 게시물, 게임 아이템과 가상화폐 등이다. 디지털 자산의 주체가 사망하면 디지털 유산이 되는 셈이다.

예상치 못한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사망자에 대한 디지털 유산을 제공하라는 유가족들의 요구도 잇따른다. 지난해 12월 일어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그 예다. 유족들은 원활한 장례 절차 진행을 위해 사망자의 온라인 계정에 등록된 지인 정보를 공개해달라고 네이버와 카카오 등에 요구했다. 갑작스럽게 부고를 보내야 할 시점에 고인의 주변인들에게 연락할 방법이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정부도 관련 기업과 지원 방안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1월 7일 네이버와 카카오는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 따라 희생자들의 아이디·비밀번호 등 회원 정보를 유가족에게 전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고인의 프라이버시는 물론 제3자의 개인정보 침해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 부근에 놓인 국화.(이투데이)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 부근에 놓인 국화.(이투데이)

상속받을 권리 vs 프라이버시

네이버는 디지털 유산 관련 정책에 ‘회원의 아이디 및 비밀번호 같은 계정 정보를 일신전속적(사망자만이 행사할 수 있고 타인에게 귀속될 수 없는 것) 정보로 보아, 유족의 요청이 있는 경우라도 제공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카카오도 마찬가지로 ‘고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카카오 계정 정보를 비롯해 카카오톡 대화, 친구 내역 등의 비공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유가족의 요구가 커지자 결국 1월 9일 삼성전자·애플·카카오는 정부와의 법령 검토 끝에 ‘이름을 뺀 전화번호’만 유족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디지털 유산이 상속 대상인지에 대해 명시된 바는 없다. 윤여정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에 따르면 민법은 상속재산을 특정하고 있는 게 아니라,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 의무’를 승계하는 개념이다. 다만 피상속인의 일신전속권은 상속 대상이 아니라고 정하고 있다. 디지털 유산의 개념과 상속 여부, 일신전속권 적용 범위, 관리 절차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윤 변호사는 “사망자와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 간 계약 내용 중에서 계정 주체만이 접근 가능한 이메일에 담긴 정보, 블로그에 비공개로 설정한 게시물 등 공개하지 않은 정보들이 주로 문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플랫폼에서 발생한 정보 자체는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서버에 저장되고 그의 소유 아래 놓여 있으므로, 피상속인과 관련된 자료라 하더라도 별도 저작권이 인정된 경우를 제외하고 상속인에게 자동으로 이전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도비 스톡)
(어도비 스톡)

세부 사항 유언장에 기재해야

상속인의 청구권, 피상속인과 그 주변인의 인격권도 명확하게 정리돼야 한다. 그는 “상속인에게 계정 접속을 요구할 청구권이 인정되는지 역시 쟁점”이라며 “피상속인이 온라인상에 남긴 정보가 상속인에게 손쉽게 이전된다면, 피상속인의 인격권에 대한 사후적 보호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지 또는 피상속인의 통신 상대방이 갖는 일반적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문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유산을 둘러싼 문제들이 현재로서는 별도의 처리 규정이 없고, 오랜 기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때문에 남겨진 가족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자신의 디지털 흔적을 되도록 미리, 스스로 알리기를 권한다. 사전 정리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계정과 게시물을 주변 사람이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디지털 유산에 관한 정보와 상속 의사를 유언장에 기재하는 식이다. 윤 변호사는 “일반적인 자산과 마찬가지로 계정 아이디·비밀번호 등 디지털 자산에 관한 부분을 유언장에 기재해야 할 것”이라며 “보유한 디지털 자산 종류와 구체적인 상속 대상 역시 정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픽=브라보 마이 라이프)
(그래픽=브라보 마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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