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비부머 세대를 중심으로 한 ‘신중년’은 오래 일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이들에게 일이란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사회적 관계를 지속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핵심적인 활동이다.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 일자리’의 개념이 중요해진 시대, 신중년에게 유망한 일자리와 그에 따른 준비 전략을 살펴본다.
통계청 고령층 부가조사(2024년 5월 기준)에 따르면, 고령층(55~79세)의 장래 근로 희망자 비율은 69.4%로 나타났으며, 희망 근로 상한 연령은 평균 73.3세로 조사됐다. 이들이 계속 근로를 희망하는 배경에는 소득 단절 우려, 노후 준비 부족과 함께 건강관리, 소속감 유지 등의 목적이 작용한다.
신중년은 고학력의 인적 자본을 보유한 세대로 과거의 노인과 차별화된다. 그러나 국민연금 도입이 늦어 노후가 보장되지 않은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동시에, 경제적 독립이 지연된 자녀 세대의 양육 부담을 안은 ‘낀세대’로서 이중의 책임을 떠안고 있다.
강민정 한국고용정보원 고용통계조사팀장은 “신중년 연령대는 인구구조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10년 전만 해도 향후 노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는 시기였다. 현재의 신중년은 퇴직을 준비하는 동시에 다음 일자리를 위한 이·전직이 원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보는 유망 일자리의 변화
한국고용정보원은 2016년 책 ‘인생 2막, 새로운 도전’을 발간했다. 여기에서 베이비부머에게 적합한 30개 직업을 ‘틈새도전형’, ‘사회공헌·취미형’, ‘미래준비형’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소개했다.(표 참고)
틈새도전형은 전문성과 경력을 활용해 도전할 수 있는 직종이다. 협동조합 운영자, 귀농귀촌 플래너 등이 포함된다. 사회공헌·취미형은 숲 해설가, 인성교육 강사 등 비교적 유연한 시간 활용이 장점이지만 수익성은 낮은 편이다. 미래준비형은 미래 일자리 수요가 있는 직업들로, 3D 프린팅 운영 전문가, 주택임대관리사 등이 거론됐다.
약 10년이 흐른 가운데 강민정 팀장은 “대부분의 직종은 여전히 유망하다”면서도 새로운 과제와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짚었다. 틈새도전형 직종은 자영업 및 플랫폼 창업 확대와 맞물려 성장 가능성은 유지되고 있지만, 수익의 불확실성과 시장 포화라는 이중 리스크를 안고 있다. 사회공헌·취미형은 꾸준한 수요가 있으나, 돌봄 기반의 사회서비스 분야가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준비형 직종 역시 신중년에게는 진입장벽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강 팀장은 “세대 간 협업을 통한 직무 재설계가 병행되어야 지속 가능한 일자리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년이란 시간 동안 일자리 시장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4차 산업의 도래와 IT를 넘어 AI(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주목할 수 있다. 세계 최대의 비즈니스 플랫폼 ‘링크드인’은 ‘2025년 유망 직업 25가지’를 발표했다. 1위 AI 엔지니어, 2위 AI 컨설턴트 등 AI와 데이터 관련 직군이 대거 포함됐다.
시니어에게 끼칠 영향에 관해, 강 팀장은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로 인해 단순직이나 저숙련 일자리는 소멸 가능성이 높으며, 새로운 기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도태될 위험성도 높다”고 진단했다. 반면 신중년에게 새로운 직업 전환의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디지털 전환에 대응한 직무 재교육 및 평생학습의 중요성이 증가했다.
미래를 위한 제언
향후 10년간 유망한 직업군에 대해 강 팀장은 ‘돌봄과 사회복지 서비스’를 꼽았다. 일자리 공급 부족 문제 해결책으로 고령층의 계속 고용, 외국인과 여성 인력 활용 등이 제시된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케어 인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이며,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또한 높아질 수 있다.
신중년이 계속 일하기 위해서는 개인, 기업,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시니어는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자기 계발을 지속해야 한다. 더불어 건강관리에 힘쓰고 다른 세대와 소통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기업은 시니어가 계속 일할 수 있는 경력 기반 직무 개발과 분위기 조성 및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며, 정부는 신중년의 고용 안정을 위한 제도와 인프라 마련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경력 기반 직무 개발과 시간제·탄력근무 등 근무 형태의 유연화, 디지털 전환에 대응한 훈련 시스템 마련이 핵심 과제로 제시된다. 강 팀장은 “앞으로의 일자리는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다. 사회공헌과 자아실현이 결합된 의미 있는 일자리로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사회 전체가 신중년 일자리를 바라보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도움말 강민정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조사분석팀장신중년 및 고령자의 고용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한국고용정보원의 ‘고령화고용패널’의 연구 책임자이다. ‘2024 고령사회 대비 국제 컨퍼런스’에서 ‘2차 베이비붐 세대: 노동시장에 더 오래 남기를 희망하는 이들’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