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되지 않은 노후, 주저 말고 진단받아야”

기사입력 2025-06-26 08:32 기사수정 2025-06-26 08:32

조준배 강남종합사회복지관 관장, “대다수 노인 된 뒤에 소홀 깨달아”

▲조준배 강남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이준호 기자)
▲조준배 강남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이준호 기자)

서울 강남구 개포동, 1600여 세대로 구성된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한가운데 자리한 강남종합사회복지관. 최근 35년 만의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마치고 문을 연 이곳은 외관만 바뀐 것이 아니다. 이곳을 30년 가까이 지켜온 조준배 관장은 이번 변화의 핵심을 ‘노후 진단과 컨설팅’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종합사회복지관의 역할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제 복지는 더 이상 저소득층만의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나이 들어가며 부딪히게 되는 문제입니다.”


조 관장은 “요즘은 60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노후를 돌아보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한창 일할 때는 바빠서 미뤄두고, 은퇴 후에는 두렵거나 복잡해서 외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노후 준비는 금융 상품 하나 가입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의료, 주거, 돌봄, 관계, 결정 등 삶의 전 영역을 돌아보고 점검하는 ‘노후 종합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강남종합사회복지관은 최근 리모델링을 통해 ‘스마트 노후종합지원센터’라고 명명한 노후 컨설팅 전용 공간을 구축했다. 디지털 키오스크를 통해 신체 기능을 측정하고, 정신 건강과 사회관계, 주거환경, 자기결정 능력까지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조 관장은 이를 두고 “복지계의 건강검진센터 같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중산층 사각지대 놓여… “복지에서 소외된 사람들”

그는 특히 복지제도의 공백에 놓인 중산층 고령자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본다. “경제적으로 완전히 빈곤층은 아니어서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하지만, 실제로는 자산만 있을 뿐 유동성이 없고, 가족 돌봄도 기대하기 어려운 분들이 많습니다.” 베이비부머 세대를 대표적으로 언급한 그는 “이분들의 노후는 집 한 채뿐인데, 복지 제도는 이를 자산으로만 평가할 뿐, 실질적 생활 능력과 욕구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 관장이 말하는 ‘노후 컨설팅’은 이처럼 제도 밖에 놓인 사람들을 위한 실질적 대안 서비스다. 그는 “무언가를 ‘해주는 복지’가 아니라, ‘무엇이 필요한지 알려주는 복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경제적 여유가 다소 있는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상태를 진단하고, 그에 맞는 민간 서비스나 공공 제도를 안내받는 기능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조 관장은 이 같은 복지관의 변화를 ‘프로그램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의 전환’이라고 표현한다. “기존의 복지관은 미리 정해진 프로그램을 모집해 공급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사람이 무엇이 필요한지부터 들어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강남종합사회복지관이 실천하고자 하는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이곳에선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외부 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맞춤형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조준배 강남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이준호 기자)
▲조준배 강남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이준호 기자)


“준비된 노후를 위한 질문 지금 시작해야”

그는 앞으로 복지 현장에도 ‘노후 설계 전문가’, ‘복지 플래너’ 같은 민간 시장이 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변호사, 세무사처럼 이제는 ‘사회복지사’도 지역을 기반으로 개별 컨설팅 전문가로 활동하는 시대가 올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공공기관이 먼저 모델을 만들어야 하고, 우리가 그 시작점이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조 관장은 “노인이 되어서 준비하는 노후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누구나 80세, 90세까지 사는 시대입니다. 60세에 은퇴하고 30년을 살아야 한다면, 그 시간은 가만히 기다려주는 시간이 아닙니다. 주거는 안전한지, 돌봄은 준비돼 있는지, 존엄한 삶의 마무리는 가능한지, 지금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조준배 관장은 “복지관은 단순히 어려운 사람만 오는 곳이 아니라, 모든 노인의 삶을 미리 설계하고 조율할 수 있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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