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레터] 키오스크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입력 2025-09-01 07:00

기술적 배려, 심리적 배려, 사회적 이해가 함께해야

"뒤에 사람이 많아, 빨리 결정해.”

“앗! 잘못 눌렀어.”

부쩍 키오스크가 많아졌음을 느낍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를 나가봐도 모바일로 QR코드를 찍고, 주문 화면을 열어 자리 번호를 입력하고, 여러 옵션을 선택해야 하는 절차를 거쳐 음식을 주문하고, 비로소 마지막 단계인 카드 정보를 넣어야 음식 주문이 들어갑니다. 직접 직원에게 주문하는 것보다 시간도 더 들고 사용법도 훨씬 까다롭고 어렵습니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70대 이상 시니어 70%가 “도움 없이 키오스크 사용이 어렵다”고 응답했습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키오스크, 모바일 앱,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가 일상화되고 있지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 시니어 세대는 종종 소외감을 느낍니다.

사실 키오스크 사용의 불편은 비단 나이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젊은이들도 대기자가 많은 경우 빨리 선택해야 한다는 조급함에 마음이 불안하고, 키오스크마다 주문 방식이 달라 당황하기도 하고, 한눈에 정보가 파악되지 않다 보니 버튼을 찾아 헤매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간단했던 주문 방식이 기계를 상대하다 보니 메뉴 찾기, 옵션 선택, 개인정보, 결제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복잡하고 번거로운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고령자는 단순히 노화의 문제가 아닌, 정보를 받아들이는 차이가 젊은이들과 달라 더 어려움을 겪습니다.

NHN과 토스 등이 앱 사용자를 분석한 결과 고령자는 화면상의 예시나 이미지를 자기 정보로 오해하거나, 설명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모션 그래픽을 보면서 정확한 순서와 방향을 외워 따라 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는 젊은 층과 달리 시니어들은 더 주의 깊게 보고 정보를 암기하려다 보니 사용 속도가 느리다는 겁니다.

(사진=서울시)
(사진=서울시)

단순히 기술 활용 미숙이 문제가 아니라,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불안, 입력 방식에 대한 혼란, 정보 요구의 목적에 대한 불신 등 복합적인 심리적 요인도 키오스크 사용을 꺼리는 원인이 됩니다.

이에 반해 AI의 등장은 기존 앱 서비스나 키오스크와 비교해 디지털 사용의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인간 중심으로 설계되지 않아 기계에 맞췄던 과거 방식에서, AI의 등장으로 인간의 특성과 요구에 기계가 맞추는 삶으로 바뀌고 있습니다(물론 아직은 개선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지만).

이번 호 주제를 ‘AI 사용 설명서’로 정하면서 고령자도 쉽게 AI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을 두었지만, 동시에 ‘고령자는 디지털 사용이 미숙하다’는 편견에 대해 ‘인간에 대한 이해 부족’이 원인이라는 점을 꼭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키오스크의 사용 사례처럼 단순히 노화가 진입장벽의 원인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모든 서비스의 중심은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됩니다. 스페셜 기획 중 ‘고령 친화형 AI 설계가 필요한 이유(AI도 시니어를 알아야 한다)’라는 콘텐츠를 마련한 이유입니다. AI로 세상이 더 편리해진 만큼 기술적 배려, 심리적 배려, 사회적 이해가 함께하길 바랍니다.

공도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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