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영업자가 많다는 말은 ‘지역 경제가 살아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고는 한다. 직장의 은퇴 연령과 무관하게 일할 수 있고, 가게 운영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미지는 오랫동안 자영업을 긍정의 영역에 두었다. 그러나 국회미래연구원이 2025년 12월 발간한 연구보고서 ‘인구구조 변화와 자영업의 지역·연령별 구조 전환 및 대응 전략’은 이런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시니어 자영업의 증가는 도전의 결과가 아니라, 떠날 수 없는 선택의 누적이라는 분석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영업의 문제는 경기 변동이나 개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인구감소와 고령화, 지역 격차가 중첩된 구조적 현상이다. 보고서는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이 전체 취업자의 23.2%로 OECD 평균 15.6%를 크게 웃돈다고 지적한다. 특히 50세 이상 중·고령층에서 자영업 의존도가 두드러진다. 임금근로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은퇴 이후 재취업 경로가 막히며, 자영업이 사실상 대체 생계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감소·고령화와 자영업의 높은 상관관계
자영업이 많은 지역이 왜 더 위험한지는 지역별 비교에서 분명해진다. 2024년 기준 인구 대비 자영업자 비율은 경북 16.9%, 전남 16.5%, 전북 15.0%로 높게 나타난 반면, 서울은 8.5%, 인천은 9.6% 수준에 머물렀다. 지방의 자영업 비중이 더 높지만, 보고서는 이를 지역 경제의 활력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령화율이 높고 인구가 빠르게 줄어드는 지역일수록 자영업자 비율이 높아지는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2024년 기준 고령화율과 자영업자 비율의 상관계수는 0.69로 나타났다. 이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값이다.
더 주목할 점은 ‘지역소멸위험지수’와의 관계다.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이 지수가 낮을수록 인구 기반이 취약함을 의미한다. 같은 해 기준 지역소멸위험지수와 자영업자 비율은 상관계수 -0.75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역의 미래 인구 기반이 약할수록 자영업 의존도가 오히려 높아진다는 뜻이다.
이 구조는 연령대별 자영업의 성격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보고서는 자영업 시장을 단일한 공간으로 보지 않는다. 청년층, 중장년층, 고령층의 진입 동기와 운영 방식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20~30대는 디지털·플랫폼·프랜차이즈 기반의 빠른 진입이 특징이다. 기회형 창업이 많지만, 동시에 폐업률도 높아 실패 이후의 재취업과 재도전 경로가 중요하다. 40~50대는 임금근로 경험을 활용한 경력 연계형 자영업이 중심이다. 동일 업종 재창업 비중이 높고, 매출과 영업이익 수준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편이다.
은퇴 후 창업 신화는 이미 깨졌다
반면 60대 이상 고령층은 상황이 다르다. 프랜차이즈나 전자상거래 활용 비중은 낮고, 매출과 영업이익도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낮다. 그럼에도 자영업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창업이 아니라 잔존이라는 표현이 붙는 이유다.
이 지점에서 ‘은퇴 후 창업 신화’는 균열을 드러낸다. 보고서는 고령 자영업자의 다수가 낮은 수익성과 장시간 노동, 불안정한 사회보장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한다. 자영업이 시니어의 안전망 역할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고령 빈곤과 취약 노동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창업은 선택이지만, 잔존은 구조의 문제라는 문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이처럼 인구가 줄고 청년층이 빠져나간 지역에서는 임금 일자리가 사라지고, 남은 고령층은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머문다. 단기적으로는 자영업자 수가 유지되거나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소비 기반과 미래 노동력은 약화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를 ‘자영업 기반이 강화된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과 복지 체계의 취약성이 자영업으로 전가된 결과’라고 진단한다.
이러한 구조 인식은 정책 방향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국회미래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자영업 정책을 일률적으로 설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구감소·고령화 지역에서는 창업 지원보다 소득·부채·건강 위험을 완충하고, 자영업 외 대안 소득 경로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광역시는 과밀과 반복 창업을 줄이기 위한 정보 제공과 진입 관리가 필요하고, 수도권과 인구유입 지역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회형 자영업의 역량 강화를 중심에 둬야 한다.
시니어 자영업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져야 한다. 더 많이 창업하도록 독려하는 정책이 아니라, 왜 여전히 자영업을 떠나지 못하고 버티는지 묻는 질문이 먼저다. 자영업의 숫자보다, 그 안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조건을 살피는 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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