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후 큰 경제적 부담 중 하나는 단연 의료비다.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의 1인당 연평균 의료비 지출은 전체 연령대 평균의 약 3배에 달한다. 소득은 줄어드는데 의료 이용은 늘어나는 노후에 병원비 부담은 가계 재정에 큰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은퇴 후 의료비는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 설계의 대상이다. 의료비 위험에 현명하게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점검해야 할 핵심 체크포인트를 살펴보자.

첫 번째 체크포인트
국민건강보험제도 제대로 활용하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단일 보험 체계와 본인부담상한제까지 갖춘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제도는 노후 의료비 위험을 제도적으로 관리하는 데 국제적으로도 경쟁력 높은 시스템이다. 은퇴 이후 소득이 줄어드는 시기에도 의료 접근성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안전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이 모든 의료비를 전액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 환자의 경우 입원 진료비의 약 20%, 외래 진료비는 병원 등급에 따라 30%에서 최대 90%까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특히 외래 진료가 연 365회를 초과할 경우 본인부담률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이러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가 바로 ‘본인부담상한제’다. 연간 진료비 중 환자가 부담한 금액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그 초과분을 건강보험공단이 환급해주는 제도다. 개인별 상한액은 진료 연도의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소득수준을 10분위로 나누어 정해지며, 매년 진료 연도 다음 해 8월경 확정된다.
2025년에 적용된 본인부담상한액은 소득분위에 따라 연간 최소 89만 원에서 최대 826만 원까지 차등 적용됐다. 이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면, 고액 의료비 발생 시 가계 재정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
다만 비급여 항목, 선별 급여, 전액 본인부담금, 임플란트, 상급 병실(2~3인실) 입원료, 추나요법 일부 부담금, 상급 종합병원 외래 경증질환 진료비, 장애인 보조기기 비용 등은 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별도의 의료비 지원을 받은 금액 역시 산정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두 번째 체크포인트
실손의료보험 세대별 특성 이해하고 리모델링은 신중하게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MRI, 초음파, 도수치료, 비급여 주사료 등은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영역을 보완하는 대표적인 보험이 실손의료보험이다.
실손의료보험은 가입 시기에 따라 1~4세대로 구분되며, 세대별로 보장 범위와 보험료 구조가 크게 다르다. 1·2세대 상품은 보장 범위가 넓은 대신 보험료 부담이 크고, 4세대 상품은 보험료는 낮지만 비급여 보장이 제한적이다. 또한 실손의료보험은 실제 발생한 의료비의 일정 비율만 보장하므로, 간병비나 치료 회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대 비용까지는 충분히 커버하기 어렵다.
기존 보험의 보장 범위가 지나치게 좁거나 만기가 임박하면 보험 리모델링을 고려할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세 번째 체크포인트
노인장기요양보험 적극 활용하기
질병이나 부상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면 국민건강보험과 별도로 운영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치매나 중풍 등으로 장기적인 돌봄이 필요한 경우 요양 등급을 받으면 재가서비스나 요양시설 이용 비용의 상당 부분을 보험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2026년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보장성이 대폭 강화될 예정이다. 장기요양 1·2등급 중증 수급자의 재가급여 월 이용 한도액이 20만 원 이상 인상되며, 1등급 수급자는 방문요양 서비스를 최대 44회까지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장기요양 가족휴가제’ 이용 가능 일수도 연 12일로 확대된다.
이와 함께 중증 수급자가 처음 방문간호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최대 3회까지 본인부담금이 면제돼 초기 의료 접근성이 한층 높아진다. 낙상 예방을 위한 주거 환경 개선 지원과 병원 동행 지원 서비스 등 새로운 시범사업도 차례대로 도입될 예정이다.

네 번째 체크포인트
의료비 전용 현금자산 마련하기
보험과 제도만으로 모든 의료비 위험을 완벽하게 대비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현금흐름을 고려한 자산 준비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납입이 완료된 종신보험이 있다면 연금 전환 기능을 활용해 매달 생활비나 의료비로 받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저축성 보험의 경우 신규 가입보다는 기존 계약의 추가납입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 사업비를 줄이고 실질수익률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주택을 보유한 은퇴자라면 주택연금도 효과적인 대안이다. 주택연금은 평생 거주하면서 매월 연금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치료비나 간병비 등 긴급 자금이 필요한 경우 일정 한도 내에서 인출도 가능하다. 이러한 연금 자산을 ‘의료비 전용 바구니’로 구분해 관리하면 예기치 못한 질병 상황에서도 재정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보험과 제도의 균형 잡힌 준비가 정답
노후 의료비 준비의 핵심은 공적 제도, 사적 보험, 유동자산을 균형 있게 조합하는 데 있다. 국가가 제공하는 건강보험과 의료지원제도의 사각지대를 개인보험으로 보완하되, 불필요한 중복 보장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의료비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전에 미리 위험관리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 것, 그것이 질병의 위협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온한 노후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