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1

“부모 돌봄, 퇴사만 답 아니야” 일과 돌봄 양립 방법은?

입력 2026-04-01 06:00

日 사이타마현 ‘일과 돌봄의 양립 사례집’ 발간… 실제 사례 통해 ‘가족 삶 지키기’ 소개

(어도비스톡)
(어도비스톡)

부모가 아프기 시작하면 많은 이들이 먼저 떠올리는 것은 ‘내가 직접 다 해야 하나’라는 부담이다.

지난 27일 일본 사이타마현이 출간한 ‘일과 돌봄의 양립 사례집’은 그 막막한 순간을 지나온 사람들의 경험을 담았다. 책은 답을 단정하기보다, 일을 계속하면서도 돌봄을 이어간 9명의 실제 사례를 통해 다른 길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례집은 돌봄이 대개 예고 없이 시작된다고 적었다. “어느 날 갑자기 부모가 쓰러졌다”, “요즘 부모 상태가 이상하다”는 식으로 일상에 갑자기 들어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과 돌봄의 병행은 이제 일부 사람만의 일이 아니라, 일하는 세대라면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현실이라고 했다. 막상 돌봄이 시작되면 많은 사람이 “직장을 택할 것인가, 돌봄을 택할 것인가”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몰아세우기 쉽다고도 짚었다. 책은 대단한 성공담보다 버텨낸 과정에 눈을 맞춘다. 사례자들은 흔들리고 망설이면서도 일을 놓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돌봄을 이어갔다.

한 사례는 58세 여성 슈퍼마켓 직원의 이야기다. 사례집은 그를 ‘후루야 히사에 씨(가명)’로 소개한다. 그는 뇌경색 후유증을 앓는 어머니를 14년째 따로 살며 돌보고 있다. 남편과 별거한 뒤 자녀를 키우며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그는 어머니를 집으로 모셔와 24시간 돌볼 형편이 아니었다. 대신 퇴근 뒤 어머니 집을 찾고, 쉬는 날에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방식으로 돌봄을 이어갔다. 친척과 이웃의 도움을 받고, 방문요양과 주간보호도 함께 이용했다.

이 여성은 어머니를 모시고 살지 않은 데 대한 미안함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거리가 있어야 자기 삶을 지킬 수 있다는 뜻의 말을 남겼다. 부모의 삶도 소중하지만, 돌보는 자식의 삶까지 함께 무너지면 오래 버티기 어렵다는 얘기다. 사례집은 이 사례를 통해 꼭 한집에 살아야만 돌봄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또 다른 사례는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과연 가족을 위한 길인지 묻는다. 35세 남성 물리치료사의 어머니는 쓰러진 외할머니를 돌보기 위해 퇴직까지 생각했다. 외할머니는 오랜 시간 집 안에 방치된 채 발견된 뒤 가장 높은 수준의 돌봄이 필요한 상태로 판정됐다. 어머니는 직접 모셔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지만, 아들은 그 선택이 오히려 어머니 자신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봤다.

이 사례에서 가족은 결국 요양 시설 입소를 선택했고, 외할머니는 그곳에서 또래와 어울리며 오히려 밝아졌다고 한다. 집에서 가족이 직접 돌보는 것만이 반드시 옳은 길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족이 모든 것을 떠안으려 할수록 남은 가족의 일상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현실도 드러난다.

▲‘일과 돌봄의 양립 사례집’ 표지(일본 사이타마현 제공)
▲‘일과 돌봄의 양립 사례집’ 표지(일본 사이타마현 제공)

사례집은 돌봄의 현실을 꾸미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다. 가족을 돌보는 것은 힘들고 지치는 일인 것은 분명하지만, 괴로움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이 책은 이야기한다. 부모의 늙음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시간은 자기 삶과 일, 가족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다만 그 시간을 견디기 위해서는 혼자 버티지 않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사이타마현 사례집은 부모를 돌본다는 이유로 자기 삶까지 모두 접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시설과 서비스를 활용해 도움을 받는 일도 더 오래, 더 무리 없이 돌보는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한국에도 낯설지 않은 이야기다. 지난달 27일부터 ‘통합돌봄’ 서비스가 시작된 우리 사회 역시 이런 이웃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더 궁금해요0

최신 뉴스

  • “미국 내 가족돌봄 경제가치 1532조 원” 美은퇴자협회 발표
    “미국 내 가족돌봄 경제가치 1532조 원” 美은퇴자협회 발표
  • 봄철 높은 노인 자살률, 전남 ‘내안愛’로 고위험군 대응
    봄철 높은 노인 자살률, 전남 ‘내안愛’로 고위험군 대응
  • 네덜란드가 말하는 의료·복지 협력, “지역 중심으로 풀어야”
    네덜란드가 말하는 의료·복지 협력, “지역 중심으로 풀어야”
  • 통합돌봄 시행 앞둔 한국, 일본 지역포괄케어에서 길을 묻다
    통합돌봄 시행 앞둔 한국, 일본 지역포괄케어에서 길을 묻다
  • “돌봄 서비스 느는데 인력은?” 사회복지사 처우 개선은 어디로
    “돌봄 서비스 느는데 인력은?” 사회복지사 처우 개선은 어디로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