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20

바닥 기술로 지키는 존엄과 자유

입력 2026-05-20 06:00

[일본 시니어 라이프] ‘낙상’이 인생의 끝이 되지 않도록

한국과 일본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시니어에게 ‘살던 곳에서 스스로 살아가는 삶’은 공통된 바람이다. 그러나 이 평온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위험이 있다. 바로 ‘낙상’이다. 넘어지는 순간, 삶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 이 거대한 사회적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한 기업이 있다. 매직 실즈(Magic Shields)는 일본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시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으로, ‘넘어져도 괜찮은 바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현실화했다


(매직 실즈)
(매직 실즈)


한일 양국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고령자의 낙상으로 인한 골절은 한국 약 40만 명, 일본 연간 약 100만 명에 이른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병원이 아닌 ‘집 안’에서 발생한다.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가는 짧은 거리, 부엌과 거실 사이의 일상적 이동, 침실 문턱이나 복도 모서리 같은 평범한 공간이 낙상의 위험 현장이 된다.

문제는 사고 이후다. 한 번의 골절은 단순한 부상이 아니다. 근력 저하와 인지기능 악화를 거쳐, 결국 와상 상태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출발점이 된다.

시모무라 히로시 매직 실즈 대표를 만나, 충격을 흡수하는 기능성 바닥재 ‘코로야와’의 탄생 배경과 세계로 확장되는 비전을 들어봤다.


(매직 실즈)
(매직 실즈)


‘보이지 않는 배려’에서 출발한 혁신

코로야와의 출발점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었다.

기존에도 충격을 흡수하는 매트는 존재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시모무라 히로시 대표가 찾은 이유는 단순했다. “사람들이 쓰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심리적 저항이 있었다. 그는 어머니의 사례를 떠올렸다.

“어머니는 집에 손잡이를 설치하는 것을 끝내 거부하셨습니다. 스스로를 ‘돌봄이 필요한 사람’으로 규정짓는 것처럼 느끼셨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기술 이전에 ‘마음의 장벽’이 존재한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혀 다른 방향에서 해답을 찾았다. 일본의 전통 건축과 문화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시모무라 히로시 매직 실즈 대표.(매직 실즈)
▲시모무라 히로시 매직 실즈 대표.(매직 실즈)


“닌자(일본의 전통적인 자객) 문화처럼 장치를 드러내지 않고 숨길 수 있다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가 구현하고자 한 것은 눈에 띄는 안전장치가 아니었다.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보호장치였다. 평소에는 단단하지만, 낙상 순간에만 충격을 흡수하는 바닥. 그는 이를 “보이지 않는 배려”라고 정의했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는 과정은 예상보다 험난했다. 고령자의 보행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바닥은 단단해야 한다. 반면 낙상 시 골절을 방지하려면 충분히 부드러워야 한다. 이 두 조건은 근본적으로 충돌한다.


(매직 실즈)
(매직 실즈)


“가장 어려웠던 건 ‘정답이 없다’는 점입니다. 세계 어디에도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기준 데이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직접 만들 수밖에 없었어요.”

이들은 답을 찾기 위해 실험을 반복했다. 1만 회 이상의 낙상 테스트를 진행하고, 700종이 넘는 소재 조합을 검증했다.

그 결과 ‘대퇴골 골절을 줄이는 충격 흡수율’과 ‘안정적인 보행’을 동시에 구현하는 구조를 완성했다.

코로야와는 단순한 바닥재가 아니다. 반복된 실험과 데이터 축적을 통해 탄생한, 고령자를 위한 정밀 기술의 집약체다.


▲‘넘어져도 웃자’라는 슬로건을 내건 매직 실즈.(매직 실즈)
▲‘넘어져도 웃자’라는 슬로건을 내건 매직 실즈.(매직 실즈)


현장이 원한 건 ‘안전’이 아닌 ‘편리함’

코로야와가 기존 제품과 다른 지점은 분명하다. 현장이 요구한 것은 ‘더 강한 안전’이 아니라, ‘불편하지 않은 안전’이었다는 점이다.

기존 충격 흡수 매트는 두 가지 한계를 안고 있었다. 하나는 지나치게 두꺼워 오히려 낙상 위험을 높인다는 점, 다른 하나는 사용과 관리가 번거롭다는 점이다.

두꺼운 매트는 바닥에 턱을 만들어 또 다른 사고를 유발했다. 청소나 간병 과정에서도 걸림돌이 됐다. 반면 얇은 제품은 충격 흡수력이 부족해 본래의 목적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했다.

코로야와는 이 상충된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 얇지만 충분한 충격 흡수 성능을 갖추면서도, 설치 상태 그대로 휠체어와 스트레처 이동이 가능하고 일상적인 청소에도 지장을 주지 않는다.


▲매직 실즈 코로야와를 적용한 요양시설.(매직 실즈)
▲매직 실즈 코로야와를 적용한 요양시설.(매직 실즈)


‘치우지 않아도 된다’,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등 현장의 반응은 명확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제품이 가져온 변화가 단순한 안전성 개선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용자들에게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안심’이었다.

시모무라 히로시 대표는 고령의 부모가 밤에 화장실을 오갈 때마다 자녀들은 낙상을 우려해 수년간 잠을 설쳐야 했다는 한 가족의 사례를 들었다.

“코로야와를 설치한 뒤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혹시 넘어져도 괜찮다’는 안심과 여유가 생기면서 가족 모두 오랜만에 깊이 잠들 수 있게 됐습니다.”

이 기술이 바꾼 것은 단순한 사고의 위험이 아니다. 불안을 덜어내고 일상의 균형을 되찾은 ‘삶의 변화’였다.


▲매직 실즈 코로야와를 적용한 요양시설.(매직 실즈)
▲매직 실즈 코로야와를 적용한 요양시설.(매직 실즈)


‘보호’에서 ‘자유’로

시설 현장에서도 변화는 분명하게 나타났다. 이전에는 낙상을 막기 위해 입소자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 결과는 역설적이었다. 활동량 감소는 곧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더 큰 낙상 위험을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코로야와 도입 이후 이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입소자들은 다시 걷기 시작했고, 일상 속 움직임을 회복했다.

전보다 자유롭게 이동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생활하는 모습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삶의 질 역시 눈에 띄게 달라졌다.

낙상을 ‘통제’의 문제로 보던 접근이‘자유를 전제로 한 안전’으로 전환된 것이다.

현재 코로야와는 병원과 요양시설을 중심으로 일본 내 약 1200곳에 도입됐다. 특히 병원에서의 성공 사례가 요양시설과 가정으로 확산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으며, 시설 전체에 적용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매직 실즈 코로야와를 적용한 요양시설.(매직 실즈)
▲매직 실즈 코로야와를 적용한 요양시설.(매직 실즈)


기술은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넘어진 이후’를 보호하는 수준을 넘어, ‘넘어지기 이전’을 예측하는 방향이다. 현재는 디지털•AI 기술을 접목한 센서를 통해 보행 이상을 감지하고 낙상을 사전에 예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 시장, 그리고 세계로

매직 실즈는 이미 미국, 캐나다, 중국, 대만, 싱가포르, 북유럽 등 10개국 이상에 진출했다. 한국 역시 중요한 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다.

“한국도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낙상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입니다. 한국 시니어들이 더 안전하게, 더 오래 자립할 수 있도록 이 기술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매직 실즈가 제시하는 해법은 제품을 넘어선다. 보이지 않는 낙상 공포를 줄이고, 다시 걸을 수 있는 용기를 회복하는 ‘생활 인프라’에 가깝다.

안전은 자유를 제한하는 장치가 아니라, 자유를 지속하기 위한 조건이다. 이러한 변화는 고령화를 불안이 아닌 관리 가능한 문제로 바라보게 한다.

사람은 끝까지 자신의 두 발로 살아간다. 그 당연한 삶을 지탱하는 변화가 이미 조용히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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