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상당수 중장년은 정년에 도달하기 전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연장의 혜택이 대기업 정규직에 집중되지 않도록 재취업 지원과 일자리 질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국회미래연구원의 ‘정년연장을 통한 지속 가능한 노동시장 구축의 조건과 정책 과제-대기업 사례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5월 기준 55~79세 가운데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둔 사람은 69.5%였다. 이들이 해당 일자리에서 퇴직한 평균 연령은 53세로 전년 동월보다 0.1세 높아졌다.
근로 형태별로는 임금근로자의 평균 퇴직 연령이 52.1세로 나타났다. 비임금근로자는 56.2세였다. 임금근로자가 자영업자 등 비임금근로자보다 주된 일자리에서 약 4년 일찍 물러난 셈이다.
퇴직 사유를 살펴보면 사업 부진·조업 중단·휴폐업이 24.9%로 가장 많았다. 건강 악화가 22.1%, 가족 돌봄이 15.2%로 뒤를 이었다. 정년퇴직은 13.2%에 그쳐 네 번째에 머물렀다. 권고사직·명예퇴직·정리해고는 9.9%였다.
성별 격차도 컸다. 주된 일자리를 정년퇴직으로 그만둔 비율은 남성이 21.4%였지만 여성은 6.2%에 불과했다. 여성은 경력 단절과 돌봄 부담 등으로 정년까지 근무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노동시장 구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년제의 실질적인 혜택은 대규모 사업체 근로자에게 집중됐다. 국회미래연구원의 ‘생애 주된 일자리 퇴직의 현실과 정책 과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년퇴직자의 33.6%가 1000인 이상 사업체에서 근무했다. 정년퇴직자 3명 중 1명이 대규모 사업체 출신인 셈이다.
연구진은 정년제가 모든 사업장에서 적용되지만, 실제 고용을 보장하는 장치로 작동하는 영역은 대기업 정규직에 편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는 사업체 폐업이나 계약 종료, 해고, 건강·가족 문제 등으로 정년 전에 일자리를 떠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대로 인력 확보가 어려운 일부 중소기업에서는 정년이 지난 뒤에도 고용이 이어졌다. 근로조건이 좋지 않은 일자리에서는 회사가 고용을 유지하려 해도 근로자가 먼저 떠나는 사례도 있었다. 정년 규정의 존재만큼 정년까지 머물 만한 일자리의 질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대기업에서는 정년까지 남는 근로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규율이 강화되고 임금피크제 관련 판례와 연령차별 제한이 축적되면서 과거처럼 근로자에게 퇴직을 직접 종용하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한다.
다만 정년 이후 재고용 기회는 직무에 따라 달랐다. 보고서가 대기업 제조업과 유통업 사례를 살펴본 결과 숙련 기술직과 매장 현장직은 재고용될 수가 있었지만, 본사·연구·일반 사무직은 재고용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됐다. 유통업의 일부 현장직은 재고용 이후 임금이 최저임금 수준으로 조정됐다.

정년연장이 신규 채용과 승진에 미칠 영향도 과제로 꼽혔다. 정년퇴직에 따른 자연 감소를 고려해 신규 인원을 뽑는 기업에서는 퇴직자가 줄어들면 청년 채용 여력도 축소될 수 있다. 고령 인력의 재직 기간이 길어지면서 후속 세대의 승진과 보직 이동이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연구진은 대기업에 대해서는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원칙을 의무화하되, 재고용을 포함한 다양한 계속 고용 방식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기업과 근로자의 여건에 따라 정년연장이나 정년 폐지, 퇴직 후 재고용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단기적으로는 재고용 등을 활용해 고용을 이어가면서 실제 직무와 책임의 변화에 맞춰 임금과 근로조건을 조정해야 한다고 봤다. 연령만을 이유로 임금을 일률적으로 낮추기보다 재고용 후 맡게 되는 직무와 책임과 숙련도, 난이도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근속 기간에 따라 임금과 직급이 상승하는 기존 구조를 직무와 책임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승진과 보직체계 역시 근속 연수보다 담당하는 직무와 역할을 중심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정년연장의 편익이 대기업 정규직에 집중될 경우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할 가능성도 지적했다. 정년제가 실질적인 고용보장 장치로 작동하지 않는 중고령층에게는 고용 유지와 직업 전환, 재취업 지원 등 적극적 노동 시장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같은 처우와 경력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등 고용 형태를 다양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정혜윤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고령자의 고용안정과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기업의 지속 가능한 인력운영을 함께 고려해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며 “대기업에서는 65세까지의 고용보장과 함께 계속 고용 방식을 다양화하고 임금·인사체계를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년제 밖의 중고령층을 위한 고용·재취업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진국의 역설 ③] 아는 사람은 많은데, 의지할 사람은…](https://img.etoday.co.kr/crop/190/120/2381835.jpg)

![[다음 삶의 설계] 웰니스 한 달 살기, 나에게 맞을까](https://img.etoday.co.kr/crop/190/120/2374526.jpg)
![[60+궁금증] 건강검진, 매년 똑같이 다 받아야 할까](https://img.etoday.co.kr/crop/190/120/2376498.jpg)




![[60+궁금증] 사기 피해, 순진해서가 아니라, '믿어서’](https://img.etoday.co.kr/crop/85/60/2374998.jpg)
![[국민연금 노후설계⑥] “연금 없으면 노후준비 잘됐다고 보기 어렵죠”](https://img.etoday.co.kr/crop/85/60/2375148.jpg)


![[일자리 유형 테스트] 내 취향에 맞는 일자리 선택하기](https://img.etoday.co.kr/crop/360/203/2364397.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