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7년도 노인복지와 통합돌봄 예산이 확대됐지만, 실제 고령층에 필요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인력과 지역사회 기반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노인복지 예산 증가분 상당 부분이 기초연금에 집중되고 통합돌봄 예산 역시 사업 기간과 지원 대상 확대를 고려하면 증가율만으로 충분한 재정 지원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27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 토론회’에서는 내년도 보건복지 예산의 주요 변화와 함께 노인복지, 통합돌봄, 지역 공공의료 등 사회서비스 확대 과제가 논의됐다. 토론회는 남인순, 이수진, 김윤, 박지원, 전종덕 국회의원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공동 주최했다.
정부가 편성한 2027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은 148조7697억 원으로 올해보다 8.2% 증가했다. 다만 정부 전체 총지출 증가율인 12.8%에는 미치지 못했다.
발제를 맡은 이주하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예산 증가 규모와 실제 서비스 확대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초연금 등 현금급여는 늘었지만 돌봄과 같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과 기반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노인복지 예산 9.5% 증가…장기요양은 0.7%에 그쳐
내년도 노인복지 예산은 올해보다 9.5% 증가했다. 그러나 증가액의 상당 부분은 기초연금에서 발생했다. 기초연금을 제외하면 나머지 노인복지 예산의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특히 노인장기요양보험 사업운영 예산 증가율은 0.7%에 그쳤다. 고령 인구 증가로 장기요양과 재가돌봄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소득보장 확대와 함께 돌봄서비스 공급 기반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송아영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초고령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소득보장과 돌봄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 두 영역이 균형 있게 증가하면서 안정적인 노후의 삶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초연금 등 소득 지원이 확대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고령자가 살던 곳에서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방문 요양과 재가서비스, 지역사회 돌봄 인프라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통합돌봄 예산 70% 늘었지만…지역 격차 우려
올해 3월 전국적으로 시행된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사업의 내년도 예산은 1558억 원으로 올해 914억 원보다 70.4% 증가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애초 요구한 2531억 원보다는 973억 원 적게 편성됐다.
전문가들은 증가율만으로 통합돌봄 예산이 충분히 확대됐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올해는 사업 기간 9개월분이 반영됐지만, 내년에는 12개월 전체 운영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원 대상도 노인에서 중증장애인과 정신질환자 등으로 확대된다.
송 교수는 “2027년은 법 시행 이후 12개월 전체로 운영하는 첫해”라며 “지원 대상도 확대되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이 충분히 진행될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별 예산 배분 문제도 제기됐다. 전종덕 의원이 토론회 자료집에서 밝힌 국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225개 지자체 가운데 37곳의 통합돌봄 사업비가 감소했으며, 이 중 34곳은 군 지역이었다.
돌봄 수요가 많더라도 재정여건과 민간 서비스 기반이 취약한 농어촌 지역에서는 예산 부족이 서비스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전달체계 인력 확보 역시 과제로 꼽혔다.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된 지자체 통합돌봄 전담 공무원 인건비 지원은 2400명에 대한 6개월분 규모다. 송 교수는 통합돌봄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대상자의 욕구를 파악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할 인력과 지역 내 공급기관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관해 토론에 참석한 박지민 보건복지부 재정운용담당관실 서기관은 해당 인건비 예산이 지자체 공무원을 6개월만 고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연간 인건비를 절반씩 부담하기로 한 합의에 따라 국가 부담분을 6개월분으로 반영했다는 것이다.

AI 돌봄 확대보다 사람과 주거 기반 확충 필요
돌봄 분야에서 인공지능(AI) 관련 예산이 빠르게 증가하는 점도 논의됐다. 자료집에 따르면 돌봄 전달체계 내 AI 관련 사업예산은 올해 56억7000만 원에서 내년 234억6000만 원으로 네 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기존 AI 복지·돌봄 혁신사업은 집행실적 부진으로 예산이 절반 이상 줄었다. 전문가들은 기존 사업의 효과를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AI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적절한지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AI가 돌봄 업무를 보조하고 서비스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돌봄 인력과 사례관리 인력, 공공 서비스기관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자의 지역사회 계속거주를 위해서는 주거 지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재 주거복지 예산은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주거급여를 중심으로 편성돼 있지만, 주택개조와 주거상향 지원, 주거복지 전문인력 배치 등 생활지원 서비스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적다고 분석한다.
송 교수는 통합돌봄의 핵심인 ‘살던 곳에서 계속 생활하기’를 실현하려면 주거와 돌봄이 함께 제공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의 예산이 분리돼 있어 통합돌봄과 연계된 주거지원 규모를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역 공공의료 투자 방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장숙랑 중앙대 적십자간호대학 교수는 지역필수의료특별회계 신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국립대병원 중심의 지원 확대와 비교하면 지방의료원과 의료취약지의 인력 확보를 위한 투자는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지역에 필요한 의료서비스의 최소 수준을 정하고 이를 제공할 공공의료기관과 인력에 재원을 우선 배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예산 총액의 확대뿐 아니라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얼마나 늘어나는지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공통으로 제시됐다. 기초연금 등 소득보장 강화와 함께 장기요양, 통합돌봄, 지역 의료와 주거지원 체계를 확충하는 것이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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