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라면 누구나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플레이를 즐기려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어 연습하려고하지만 현대사회의 구조적 특성, 즉 가족관계, 직장, 개인적 일상사로 연습시간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골프는 개인의 성취욕을 충족하고, 사회적 관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 친구들과의 사교적 모임으로 우의를 돈독하게 할 수 있는 긍정적 가치를 가지고 있어 시간이 주어지면 즐기고 싶은 중독성을 가진 스포츠다.
함께 자주 플레이하는 친구의 핸디캡이 자신보다 점점 낮아지고 있다면 대등하게 플레이하기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 특히 겨울 동안 자신만의 연습계획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다면 새로운 골프시즌을 맞이할 때 다른 수준의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인가를 떠올리면 막막해지는 것이 골프다.
연습장에서 스윙과 샷 연습도 하고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플레이도 하고, 간혹 코스에도 나가서 플레이를 해보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점도 경험해봤을 것이다. 더구나 함께 플레이하는 동반자나 친구들로부터 특정한 샷이나 잘못하는 점에 관한 지적과 조언을 받으면 그대로 따라서 해보지만 오히려 혼란스럽기만 할 뿐이다. 그러나 그들로부터 조언을 들을 때는 주의해야 한다. 그들은 프로골퍼가 아니고 같은 수준의 골퍼라는 점을 말이다.
골프를 스포츠로 여긴다면 그에 걸맞은 연습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코스에서 플레이하기 전에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샷을 하고 연습그린에서 몇 차례 퍼트하는 것은 연습이 아니다. 몸을 풀기 위한 준비운동에 지나지 않는다. 플레이를 해오면서 한 샷, 한 샷 모두 다 가치를 가지고 있는 점은 알지만 진정으로 수준을 높이려면 골프의 다양한 샷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잘 계획되고 조직화된 연습을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는 점을 마음에 두어야 한다. 드라이버를 잘 사용하지 못한다고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드라이버 하나만 연습한다고 해서 좋아질 수 없는 것처럼 올바른 연습 방법으로 다양한 샷을 연습해야만 골프 수준을 높일 수 있다.
연습장에서 올바르게 연습하기 위한 방법을 살펴보자.
첫째, 준비운동을 잊지 말라. 골프 스윙은 매우 격렬한 동작이므로 클럽을 휘두르기 전에 근육이 이완되도록 스트레칭을 습관화해 혹시 모를 상해를 예방한다. 또한 샷 연습을 하기 전에 무거운 클럽이나 2~3클럽을 쥐고 스윙연습을 하며 몸을 적응시킨다. 아주 느리게 클럽을 스윙하면서 몸의 감각을 되살려가며 스윙한다.
둘째, 취약점을 판단한다. 코스에서 플레이할 때마다 1번 홀 티샷부터 18번 홀 퍼트로 마무리할 때까지 모든 샷의 내용을 기록한다. 홀마다 티샷한 공이 슬라이스였는지 훅이었는지, OB나 해저드에 빠진 횟수, 그린을 향한 우드나 아이언 샷이 성공한 횟수, 그린에 공을 올리지 못해서 칩 샷을 했는지, 피치 샷을 했는지를 구분해서 기록한다. 그린에서 퍼트한 횟수와 벙커샷도 기록해야 한다. 적어도 5번 정도 코스에서 플레이한 내용들을 보면 자신이 교정하고 연습해야 할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다.
셋째, 임팩트 순간을 집중한다. 모든 미스 샷의 가장 큰 원인은 임팩트 순간 클럽헤이스의 스윗 스파트에 공을 맞히지 못하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클럽페이스를 토우(toe), 가운데, 힐(heel) 로 3등분하고 작은 스윙으로 토우, 가운데, 힐 부분으로 임팩트하는 샷을 연습한다. 어느 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임팩트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순서를 정해 임팩트하는 것이다. 눈의 초점을 공에 두고 자신이 정한 클럽페이스에 공을 임팩트하면 스윗 스파트에 공을 임팩트하기가 훨씬 쉬워지고 샷에 대한 자신감을 높이게 된다.
넷째, 샷의 질에 집중한다. 연습장에서 많은 공을 쉴 새 없이 때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샷 연습은 시간당 60개다. 1분에 샷 한 번이라는 마음을 가진다. 한번 스윙하는 데 2초가 걸리는 것이 보통이므로 나머지 58초 동안에는 다음 샷을 준비해야 한다. 땀을 흘리며 단위 시간당 많은 샷을 해봤자 결코 좋은 샷을 익히지 못한다. 타석에서 스탠스도 바꾸지 않고, 그립도 다시 쥐지 않고 바쁘게 많은 연습공을 때리게 되면 오히려 나쁜 샷을 더 많이 하게 되고 나쁜 스윙 습관만 단련할 뿐이다. 한번 샷을 하면 타석에서 벗어났다가 다시 연습 스윙을 한 다음 그립을 올바르게 쥐고 겨냥, 스탠스, 포스처 등을 점검하며 어드레스를 한 다음 샷을 한다.
다섯째, 모든 클럽과 친숙하라. 심리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클럽이 있어도 연습할 때는 클럽별로 일정한 공의 개수를 정하고 샷을 한다. 처음에는 피칭 웨지에서 드라이버까지 순서대로 샷을 하도록 한다. 어느 정도 클럽을 휘두르기 시작하는 느낌이 들면 홀수 번호로 시작해서 드라이버까지 하고 짝수 번호로 되돌아온다. 자주 플레이하는 코스에서 실제 플레이하는 것처럼 시뮬레이션하면서 티 샷, 세컨드 샷, 어프로치 샷 등으로 상황에 맞는 클럽을 바꾸어가며 샷을 한다. 이때 미스 샷이 나왔다고 같은 클럽으로 다시 샷을 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여섯째, 스윙 크기를 조절한다. 스윙 크기에 대한 감각 훈련은 8번 아이언이 적당하다. 8번 아이언으로 2분의 1 크기 스윙과 4분의 3 크기의 스윙을 한다. 스윙의 크기는 백스윙했을 때 왼팔이 지면과 수평이 될 때를 4분의 3 크기로 한다. 상대적으로 왼팔이 오른쪽 엉덩이보다 위에 있을 때를 2분의 1 스윙 크기로 보면 되고 피니시는 백스윙에 대칭되는 위치여야 한다. 스윙 크기를 알면 스윙 타이밍과 리듬감을 익히기 쉬워진다. 바르게 작은 스윙을 구사할 수 있으면 큰 스윙은 훨씬 쉬워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8번 아이언으로 스윙 크기를 조절할 수 있게 되면 피칭 웨지로 바꿔 같은 연습을 한다. 그린을 향한 어프로치 샷의 정확도가 훨씬 높아지는 것을 보게 된다.
위와 같은 연습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코스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플레이를 하되 겨울이라는 점을 활용해 플레이를 즐기기보다는 코스에서도 연습하겠다는 마음을 갖도록 한다. 겨울에는 내장객이 많지 않으므로 여유있게 플레이할 수도 있고 덤으로 두세 번 샷을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도우미의 허용이 있어야 가능하지만 다른 동반자의 플레이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티 샷을 두 번씩 시도해 한 홀은 좋은 공을 선택하고 또 다른 홀은 나쁜 공을 선택해 플레이해본다. 좋은 공을 선택해 플레이했을 때를 목표로 자신감을 높일 수 있고, 나쁜 공을 선택했을 때엔 파 세이브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글 박영민 전 고려대 교수
국내 골프칼럼니스트 1세대. 고렫대와 한국체육대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1980년대 초부터 방송해설은 물론 일간지, 스포츠지 등에 많은 칼럼을 연재했다. '골프의 이론과 실제', '골프'(체육고등학교 교재)등 저서도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