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거품의 유무로 분리하면 거품이 생기지 않는 ‘안정 와인’(still wine)과 거품이 생기는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이 있다. 이산화탄소가 함유되어 잔에 따를 때 거품이 이는 와인을 통틀어서 스파클링 와인 혹은 발포성 와인이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샹파뉴’도 스파클링 와인의 일종이다. 그러나 거품이 난다고 해서 모두 샹파뉴는 아니다.
지구상의 여러 곳에서 스파클링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프랑스의 알사스를 비롯한 일곱개 지역에서 소위 크레망(cremant)이라는 수준급의 스파클링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사용되는 포도 품종에는 차이가 있지만, 방식도 거의 샹파뉴 방식으로 주조된다. 한때는 크레망의 레이블에 ‘샹파뉴 방식으로 주조’라는 문구가 들어가기도 했지만, 샹파뉴 지역 생산자들의 항의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밖에도 스페인의 대표적인 스파클링 와인인 카바(cava)가 있고, 미국·이탈리아·호주 등에서도 여러 종류의 스파클링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그러니 거품만 난다고 샹파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물론 맛과 향, 즉 질에서도 분명 차이가 있다. 샹파뉴의 섬세하고 복잡하면서도 다양한 꽃과 과일 향은 물론이고 거품의 질(잘고 가늘며 기포가 끊임없이 올라오는 것이 좋은 거품이다)에서도 큰 차이가 드러난다. 그리고 샹파뉴가 발효할 때 형성되는 이산화탄소를 병 안에 가두어서 거품을 만드는데, 호주나 미국에서 생산되는 많은 스파클링 와인은 이산화탄소를 주입해서 만들어진다.
파리에서 동쪽으로 약 100km 쯤 떨어진 지역을 샹파뉴(La Champagne)라 부른다. 보르도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보르도라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샹파뉴는 이 지역의 수도인 랭스(Reims)를 중심으로 에뻬르네(Epernay)와 에(Ay)라는 도시 주변에서 재배된 샤르도네, 피노 누와, 피노 머뉘에, 이 3가지 세빠주와 이 지역의 전통적인 주조방식인 샹파뉴 방식(methode champenoise)으로 주조하고 숙성하여 병입한 스파클링 와인에만 붙일 수 있는 등록된 상표 이름이다. 한때 이브 생로랑(YSL)이 샹파뉴란 이름의 향수를 시판했다가, 샹파뉴 제조업자들이 제기한 소송에 패해, 결국 YSL(이브 생로랑의 이니셜)로 이름을 바꾼 유명한 일화도 있다. 그만큼 상파뉴의 상표 가치는 대단한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생일 등에 흔히 마시는 플라스틱 마개로 된 소위 우리식 ‘샴페인’은 진정한 의미에서 샹파뉴가 아니며 질적인 면에서 아주 형편없는, 그냥 스파클링 와인에 불과하다. 참고로 샹파뉴는 프랑스어이고, 샴페인은 영어식 표기다.
사실보다는 신화에 가까운 일화지만, 샹파뉴는 17세기 랭스 부근 오빌리에(Hautvillier)란 조그만 마을의 수도사이자 와인 주조자였던 돔 페리뇽(Dom Perignon)에 의해 개발되었다고 한다. 그의 이름을 딴 돔 페리뇽이 최상급 샹파뉴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샹파뉴는 누가 뭐래도 기쁨과 축제의 상징이다. 탄생과 승리는 물론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자리에 함께 하는 것이 바로 샹파뉴다. 옛날에는 ‘왕들의 와인’이었다가, 지금은 ‘와인의 왕’이 되어 세계적으로 그 명성을 누리고 있다. 약 300헥타르의 면적에서 연간 3억 병 정도 생산되는 샹파뉴 한 병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포도의 양은 약 1.2kg이며, 원자재인 포도 값도 다른 지역이 보통 kg당 1유로를 조금 넘는 데 비해 샹파뉴에서는 7유로 정도로 고가다. 역시 제대로 된 축제나 파티의 흥을 돋우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값을 치러야 하나 보다.
전 세계에서 매 초마다 10병의 샹파뉴가 터진다고 한다. 잔 안에서 쉼 없이 솟아오르는 잘고 섬세한 거품은 마치 불꽃놀이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귀를 간지럽게 하는 그 소리는 모래사장 위로 파도가 스치는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축제의 술인 것만은 분명하다.
현재 샹파뉴는 204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2007년 생산량은 3억3870만 병이나 된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45억유로(6조8000억원 정도)이며, 그중 반이 수출에서 이루어진다. 마시는 사람들의 기쁨과 축하의 자리를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상품이기도 하지만, 샹파뉴 지역과 프랑스의 경제를 위해서도 크게 기여하는 효자 제품임에 틀림없다.
샹파뉴는 빈티지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 샹파뉴 지역은 프랑스 와인 산지 중에서도 가장 북쪽에 위치하고 있어 기후가 한랭한 편이라 같은 해 생산한 포도로만 주조하기가 어려워, 여러 해 여러 떼루아에서 생산된 와인을 블랜딩하여 주조하기에 빈티지가 없는 것이 주를 이룬다. 기후 조건이 특별히 양호한 해에만 주조가 가능한 빈티지 샹파뉴는 10년에 평균 두 번 꼴로 나온다.
그리고 샹파뉴는 화이트와 로제가 있으며, 당도에 따라 잔여당분 0g인 부뤼트 나튀르(Brut nature)에서 잔여당분 50g 이상인 두(doux)까지 있다. 빈티지 없는 샹파뉴는 8도, 빈티지 있는 것은 10도, 그리고 오래된 빈티지 샹파뉴는 12도 정도에서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
또 한 가지, 샹파뉴를 딸 때는 병목을 사람이 있는 방향으로 하면 안 된다. 자칫 사람에게로 코르크가 튀어나가고 원치 않는 샹파뉴 세례를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한 사전조치다. 묶인 쇠줄을 풀어 그대로 코르크 위에 씌워 놓은 채, 병을 약간 기울인 상태에서 코르크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병을 돌린다. 즉 (오른손잡이일 경우) 왼손으로 코르크를 단단히 쥐고, 오른손으로 병을 돌린다는 얘기다. 그리고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천천히 코르크를 뽑아(약간의 연습이 필요하지만) 가스가 ‘피식’ 하고 새어나가게 한 후, 가능하면 소리가 거의 없이 여는 것이 샹파뉴를 따는 최고의 예의이고 멋이다. 샹파뉴 병을 열심히 흔들어 승리자의 머리 위로 거품을 마구 뿜어내는 행위는 특별한 세리머니일 뿐이다.
샹파뉴가 축제와 유혹의 술인 만큼 많은 일화가 전해온다. 대단한 샹파뉴의 애호가로 목욕도 샹파뉴로 했다는 루이 15세(Louis XV)의 애첩 퐁파두르(Madame de Pompardour) 부인은 “아무리 마셔도 여성의 아름다움을 손상시키지 않는 유일한 술”이라 극찬했다. 그녀의 샹파뉴에 대한 남다른 애정 때문인지, 처음으로 만든 샹파뉴 잔은 그녀의 젖가슴에서 주물을 뜬 것이란 소문이 돌 정도였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녀의 가슴은 그리 풍만하지 않았으리라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카사노바나 돈 주앙의 명성을 드높이는 데도 샹파뉴가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물론 그들의 넘치는 개인적 매력을 폄하할 의도는 없지만, 유럽 귀족 여성들의 마음의 빗장을 열게 하고, 작업을 거는 데 샹파뉴보다 더 적절한 수단은 없었다고 한다. 이는 지금까지도 예외는 아니다.
>> 장 홍 (張洪)
성균관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국제관계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프랑스 알자르 소믈리에협회 준회원이며, <와인, 문화를 만나다>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사회학적 측면에서 살펴본 와인, 인류역사 속 와인의 의미와 파워, 예술 인문학을 통해 본 와인 등에 대해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