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미는 손질하여 소금 뿌려두었다가 프라이팬에 기름 두르고 노릇하게 구워도 맛있고 매운 양념장 끼얹어 찜을 해도 맛있는 생선이다.
또한, 가자미로 만들 수 있는 특별한 슬로푸드도 있다.
가자미식해인데 이북의 음식으로 알려져있는 이것은 손이 많이 가고 만들기도 번거로워 자주 하지는 않지만, 워낙 남편과 필자가 좋아해서 가끔씩 실력발휘를 해 보곤 한다.
필자의 시부모는 이북이 고향이시다. 시어머니는 또순이로 유명한 함경도 분이신데 음식 손맛이 뛰어나셨다.
결혼 후 어느 날 어머님이 만들어 삭힌 가자미식해가 상에 올랐을 때 그 맛에 반해버렸다.
친정에서는 맛보지 못했던 것인데 식혜라면 시원하고 달콤한 감주로만 알고 있던지라 매콤짭짤하니 아삭한 무와 어우러진 가자미의 쫄깃한 살이 너무나 맛있어서 놀라기도 했다.
요리에 관심이 없었던 필자는 배울 생각은 안 하고 해 주시기만 기다리며 맛을 즐겼었다.
분가를 한 후 가자미식해를 직접 만들어 보았다.
만들면서 어머님에게 좀 더 자세하게 배워놓을 걸 하는 후회가 되었다. 어깨너머로 보기만 했던 터라 그 맛이 나려는지 매우 걱정스러웠는데 어머님께 전화도 여러 번 해가면서 만든 결과 그래도 여태까지 만든 필자 작품도 칭찬받을 만큼 성공하기는 했다.
지난번 만들 때 가자미 손질이 힘들었다. 가시가 억센 부분을 자르는데 칼 닿는 부분의 손가락에 빨갛게 물집이 생길 정도였다.
그래서 이번엔 꾀를 내어 생선가게 주인에게 가자미를 세로로 잘라달라고 주문했다.
보통 가자미는 가로로 토막을 내 주는데 식해용으로 잘게 토막을 내려면 세로로 잘라오면 손에 물집 잡힐 정도의 수고는 안 해도 될 것 같아서였다.
아저씨는 “뭘 만들려고 그러시나?” 하면서 깨끗하게 손질해 주었다.
가자미식해의 재료로 비늘 벗겨 손질한 가자미와 무, 파, 마늘, 생강 그리고 좁쌀(기장)을 준비했다.
조는 꼭 메조를 써야 한다던 어머님 말씀이 있었는데 차조는 찰기가 있어 풀어지니 땡글땡글 알이 살아있으려면 메조가 좋다고 하셨다.
그런데 지난번 만들 때 메조를 구할 수가 없었다. 차조는 있는데 메조는 퍽퍽한 맛으로 수요가 없으니 안 가져온다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메조와 비슷한 기장으로 밥을 해서 만들었는데 모양이나 맛에 별 차이가 없었고 꼭 필요한 재료가 없으면 대체하는 지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도 시장과 마트를 돌아봐도 메조 파는 곳이 없어서 기장을 사 왔다.
비늘을 벗겨 온 가자미는 깨끗이 씻어서 이번엔 손쉽게 토막을 내었다. 세로로 잘라온 보람이 있었다.
토막 낸 가자미에 소금을 뿌려 24시간 절인 다음 채반에 건져 물기를 빼준다.
무도 채 썰어 소금에 절이는데 지난번 얇게 채를 쳤더니 너무 가늘었던 게 생각나 이번엔 손가락만큼 좀 굵게 썰었는데 그래야 씹는 맛이 더 좋지만, 각자의 기호에 따르면 될 것이다. 무는 서너 시간 정도 소금에 절인 후 물기를 꼭 짠다.
기장은 씻은 후 조리로 몇 번 일어준다. 조나 기장 같은 곡식에는 아직도 돌이 들어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장으로 밥을 하는데 물은 적게 잡아 고슬고슬 지어야 한다. 노란색 기장밥이 아주 맛있게 보인다. 밥은 펼쳐서 식혀 놓는다.
커다란 그릇에 소금에 절인 후 물기 뺀 가자미와 꼭 짠 무채, 식힌 조밥 (기장밥도 가능),마늘, 파. 생강, 고춧가루, 멸치액젓 약간을 넣어 버무린다.
장독 항아리에서 삭히면 좋겠지만 필자는 글라스락 유리통에 넣었다.
유리통 가득한 가자미식해를 보니 뿌듯하고 기분이 매우 좋다. 이제 일주일쯤 지나면 잘 익은 가자미식해를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아삭아삭 무채와 쫄깃쫄깃 구수한 가자미 맛이 떠올라 자꾸 침이 고인다.
맛있고 귀한 향토음식을 전수해 주신 고마우신 시어머님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