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태극기를 보며

기사입력 2017-05-08 16:56 기사수정 2017-05-08 16:56

▲재활용센터에 버려진 태극기(변용도 동년기자)
▲재활용센터에 버려진 태극기(변용도 동년기자)
재활용센터 한 귀퉁이에 태극기 하나가 다른 폐품들과 함께 수거 돼 있다. 태극 문양이 선명하고 낡지 않았다. 대체로 태극기는 나라의 상징이어서 아무렇게나 버리지 않는다. 왜 이렇게 버려졌을까? 쓸모가 없어서였을까? 아니면 나라를 버리고 싶은 마음이 도사리고 있었을까? 한때 소수의 국민은 나라를 등지거나 이민을 선택한 경우도 더러 있었다. 국가에 대한 신망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오늘의 현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나라가 국민을 지켜줄지 의심하는 경향이 없는 바도 아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진정한 지도자는 찾을 길이 없고 권력과 치부를 위한 다툼이 난무하는 듯하다. 근래엔 선거 양상이라고 둘러댈 수 있으나 보수와 진보 그리고 중도를 주장하는 부류로 나뉘어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다. 국민 통합을 외치면서 상대의 괴멸을 부르짖는다. 핵 개발로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를 위협하는 북한의 행태 또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 관련 국가들이 펼치는 국제 정세도 불안을 더한다. 먹고 사는 일도 만만치 않다. 경제 사정이 어려워서다. 젊은이의 취업도 쉽지 않다. 최대의 실업률이 이를 웅변한다. 정년 퇴직자도 800만 명에 이른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려는 젊은 남녀도 늘어나고 출산율도 자꾸만 줄어들어 “인구절벽”을 실감한다. 미래가 불안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내닫고 있는 앞날도 걱정이다. 수명은 상상 이상으로 늘고 있다. 과연 나라가 나를 지켜줄 수 있을까? 멀쩡한 태극기를 재활용 센터에 버리듯 나라를 버리고 싶을지도 모른다. 다른 폐품 속에 버려진 태극기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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