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노란 유채꽃이 끝없이 펼쳐져 눈부신 풍경을 이루었다.
몇 년 전 제주도 유채꽃밭에서 사진을 찍으려 했더니 돈을 내야 한다는 팻말이 있어 기분이 안 좋았는데 이곳 부안 유채꽃밭은 포근하게 우리를 맞아주었다.
그 속에서 필자도 꽃이 된 양 마음껏 셔터를 눌러 멋진 유채꽃밭 사진을 얻었다.
유채꽃 만발한 부안 마실길인 수성당은 재미있는 전설이 깃든 곳이다.
수성당은 딸 여덟 명을 낳아 일곱 명 딸을 팔도에 한 명씩 나누어주고 막내딸만 데리고 살면서 서해바다를 다스렸다는 개양 할머니의 전설이 있어 매년 음력 정월 초사흘에 제사를 올리고 풍어와 무사고를 빌었다고 한다. 또 수성당 주변에서 선사시대 이래 바다에 제사를 지낸 유물이 발견돼 죽막동 제사 유적지임이 확인된 곳이라 한다.
유채꽃밭 속에서 손자, 손녀와 그네도 타고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여행 첫날을 보내고 다음 날은 부안에서 유명한 누에박물관에 가보기로 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소라며 고른 방문지다.
온종일 피곤했을 텐데 아이들은 잠을 안 자고 뛰어다닌다.
억지로 끌어안고 누웠더니 필자가 먼저 꿈나라로 갔던 모양이다.
아침에 손녀가 가만히 귀에 대고 “할머니~” 하고 불러 잠이 깼다.
콘도였으면 아침 정도는 간단히 해먹었겠는데 호텔이라 아래층 식당으로 갔다.
넓고 깨끗한 한식 식당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누에 박물관으로 출발했다. 누에 형상을 한 귀여운 캐릭터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해서 손자 손녀는 신이 났다.
누에로 비단 실을 만들므로 실크로드와 부안의 선잠 농가에 관한 설명이 있었는데 실크로드(비단길) 라는 이름의 어원은 1877년 독일의 지리학자 ‘리히트 호팬’이 중국에서 중앙아시아, 인도로 이어지는 교역로에서 주요 교역품이 비단인 것에 착안 그의 저서 ‘차이나’에 ‘자이덴 슈트라쎄’ 라고 명명한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연구가 계속되면서 1910년 독일의 동양학자 ‘알버트 헤르만’이 교역로가 중국에서 시리아까지 간다고 주장했으며 오늘날에는 동서의 교역로를 비단길과 초원길, 바닷길, 3가지로 나눈다고 한다.
부안은 참뽕 프로젝트로 세계제일의 누에 메카를 꿈꾸며 입는 실크에서 먹는 기능성 실크로 녹색성장의 힘찬 도약을 하고 있다.
부안 참뽕 오디를 이용하여 뽕 아이스크림, 뽕 오디 과자, 오디 케이크, 뽕 술, 뽕 바지락죽 등 많은 음식을 만들고 있다.
‘잠령제’ 라는 행사도 있는데 해마다 봄누에 치기를 앞두고 순조로운 누에치기를 빌며 인간이 기능성 식품생산을 위해 큰누에를 급랭 건조하는 죄를 천지신명께 고하고 잠령들의 안녕과 양잠 농가의 풍년 농사를 기원하는 의식이라 한다.
누에에 속죄하는 사람의 마음이 선하게 느껴졌다.
체험관에서는 실제 누에를 만져 볼 수 있었다. 하얗고 보드라운 누에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보니 캐릭터처럼 귀여운 모습이다.
5살 손녀는 징그럽다고 싫다지만 두 살짜리 손자는 단풍잎 같은 손으로 누에를 살짝 만져보며 관심을 보였다.
이런 작은 누에에서 멋진 비단 실이 나온다는 게 정말 신비스럽다.
농약을 하지 않고 키운다는 참뽕나무 터널도 지나보고 참뽕 잎도 하나 따서 입에 넣어 보았다.
부안의 참뽕 프로젝트가 큰 성공을 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