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니어 패션은 촌스럽다”는 편견을 뒤집는 축제가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펼쳐졌다.
시니어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 창간 10주년을 기념해 열린 패션 축제 ‘브라보 골든 보그’가 28일 서울 강남구 이투데이빌딩 19층 라운지에서 진행됐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발행하는 이투데이피엔씨가 주최하고, 엘리트모델에이전시(EMA)가 주관했다.

“시니어의 멋, 다시 발견하는 무대”
이번 행사는 △스타일링 강연 △미니 트렁크쇼 △브랜드 체험 부스 등으로 구성됐으며, 70석 규모가 마련된 자리는 패션에 관심이 많은 시니어들로 일찌감치 매진됐다.
행사의 문을 연 신동민 이투데이피엔씨 대표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 창간 10주년을 맞아 ‘비바 브라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였다. 문화와 예술을 통해 시니어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첫 걸음이 바로 오늘의 무대”라면서 “이 자리에서 각자만의 멋진 날을 다시 발견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알렉스강 EMA 대표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인연을 맺은 지 4년 만에 시니어만을 위한 패션 축제를 함께 열 수 있어 뜻깊다”며 “그동안 시니어 세대만을 위한 무대가 드물었던 만큼, 오늘이 새로운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의미를 강조했다.
특히 행사에 데보라 차이 개리스(Deborah Chai Garris)가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그는 1970~80년대 유럽과 미국 런웨이에서 활약하며 구찌·발렌티노·이브생로랑 등 세계적 브랜드의 무대에 선 해외 진출 1세대 패션 모델이다. 이날 무대에 오른 시니어 모델들에게는 선배로서 아낌없는 조언을 건네고, 패션쇼는 애정 어린 눈빛으로 지켜봤다.

트렁크쇼: 개성과 철학이 담긴 4개의 무대
1부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미니 트렁크쇼에서는 네 개 브랜드가 차례로 무대에 올라 시니어 세대를 위한 다채로운 패션을 선보였다.
첫 무대는 세인트메리(SAINTMARI)가 열었다. 주얼리·스카프 브랜드답게 화려함 대신 절제된 우아함에 집중하며, 가을 분위기에 어울리는 실용적이고 은은한 컬렉션을 공개했다.
이어 강단(KANGDAN)은 동묘·광화문 등 전통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은 가방을 선보여 관객의 감탄을 이끌어냈다. 정강현 강단 대표는 “우리 브랜드는 20~60대까지 주 고객층이 다양하다. 시니어들의 패션 센스가 점점 좋아지는 것을 실감한다”고 전했다.
세 번째 무대의 주인공은 이림(LEE LIM)이었다. 1970년대부터 부티크를 운영해온 노련한 감각을 담아 핑크 드레스와 블랙&화이트 드레스를 공개했다. 특히 블랙&화이트 드레스는 한국적인 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림 대표는 “시니어 모델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트로아(TROA)가 올블랙 컬렉션을 선보였다. 윤상아 대표는 “1세대 패션디자이너 트로아조의 손녀로서 전통과 현대를 잇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며 “명주 실크와 양가죽을 믹스매치해 F/W 시즌 감각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스타일링 강연: “멋은 나이와 상관없다”
2부에서는 패션디렉터 박명선의 강연이 이어졌다. 그는 마리끌레르 패션에디터, 마담휘가로 패션&뷰티 디렉터를 거쳐 현재 ‘스타일링 바비’를 운영하고 있다.
박 디렉터는 “옷을 잘 입는다는 건 단순히 예쁘게 보이는 것을 넘어 자신감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자신감 있게 입기 △타인의 조언 귀담아듣기 △패션 공부하기라는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또 “온라인에서 F/W 컬렉션을 검색해 트렌드를 파악하고, 무조건 유행을 따르기보다 자신의 체형과 개성에 맞는 옷을 선택해야 한다”며 체형별 맞춤 스타일링 팁을 공개했다.

체험 부스: 친환경 슈즈부터 맞춤 스타일링까지
공식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는 브랜드 체험 부스가 열렸다. 트렁크쇼에 참여한 네 브랜드에 더해, 누스미크(NUOSMIQ)가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젠더리스 슈즈를 선보였다. 폐플라스틱·식물성 가죽으로 제작된 다채로운 컬러의 슈즈는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현장에서는 브랜드 담당자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며 스타일링을 추천받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이어졌다. 일부는 현장에서 결제를 하기도 했고, 시니어들은 “새로운 감각을 더했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50대 여성은 “시니어 모델들을 보면서 나도 몸매 관리를 하고 예쁜 옷을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박명선 패션디렉터의 강연이 유익했고, 이번 가을·겨울 옷을 살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런 행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