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용자(河龍子·64)씨는 이곳에서 일한 지 3년 차 되는 베테랑이다.
“은퇴 후에 아이들 다 키워놓고 돌아보니 나이 먹고 할 수 있는 직업이 있어야겠더라고요. 할 만한 것이 뭐가 있나 고민을 했죠. 그러다 우연히 어르신취업훈련학교에서 진행하는 내일행복학교의 커피학교 과정을 알게 됐어요.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죠. 워낙에 커피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데다,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강한 근력이 있어야 하는 일은 아니니까 지금 나이에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배우는 과정이 모두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고압의 증기를 뿜어내는 기계를 만져야 하는 일이다 보니 막연히 겁이 난 적도 있다고 했다. 또 초보 바리스타 시절에는 손님이 커피를 받기 위해 줄 서 있으면 마음이 조급해져 하지 않아도 되는 실수를 반복하기도 했다고.
바리스타는 단순히 커피를 추출하는 직업이 아니다. 고객을 상대해야 하므로 늘 손님을 맞이할 준비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일들이 쉽게 익숙해졌을까?
“제가 이래 봬도 백화점 의류매장에서 매니저를 10년이나 했던 사람이에요. 사람을 대하는 일은 능숙해요. 백화점이 까다로운 손님이 많은 곳인 만큼 제대로 단련이 된 셈이죠. 또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마음의 여유도 생겼죠. 물론 이곳 손님들이 나이가 많은 편이라 반말하시는 분도 많고 불친절한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유연하게 잘 대처하고 있어요.”
단순 응대뿐만 아니라 이제는 단골 성향까지 꿰고 있을 정도가 됐다. 자주 오는 고객의 커피 성향을 파악해놨다가 기호에 맞게 농도를 조절해 내놓는다. 얼굴을 잊지 않는 매니저 출신만이 가능한 무기다.
엄마와 아내의 갑작스런 변신을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경제적으로 힘든 것도 아닌데 손님을 대하는 일에 대해 부정적이진 않았을까?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남편이 적극적으로 밀어줬고, 아이들은 카페로 와서 제가 내린 커피를 마시고 간 적도 있어요. 이제 아이들도 커피에 관심이 생겨 드리퍼까지 사서 내려 마실 정도가 됐죠.”
하씨가 가장 자신 있는 커피는 기본 아메리카노다. 졸업시험 때 반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고, 본인도 가장 즐기는 커피라고. 가장 저렴한 메뉴이지만 한 잔 내릴 때마다 찌꺼기를 깨끗하게 닦아내는 등 허투루 내놓는 법이 없다. 맛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하씨에게 ‘바리스타 하용자’는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금했다. 지금의 일에 만족하냐는 질문에 100% 만족한다고 답한다.
“다른 카페에 비해 이곳은 특별해요. 시니어들에게 취업 기회를 주기 위해, 한 달에 40시간만 일하며 여러 명이 일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어요. 하지만 시니어 바리스타에게는 이런 자리도 무척 귀해요. 짧은 시간이지만 시니어 바리스타를 뽑아서 다행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해요. 그래야 저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분들에게 모범이 될 테니까요. 이 나이에도 일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제 삶에 활력을 주고 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돼요. 다른 분들도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인생을 즐기며 사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