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브라보마이라이프 12월 호 ‘추억이 있는 길’에 필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일이 있다. 37년 전에 동네 친구들과 사진관에서 찍은 사진과 취재 당시 오래 전 사진과 같은 배열로 찍은 사진이 책에 올라가 있다. 4명 중 한명은 미국에 살고 있고, 한명은 멀리 용문, 또 한명은 분당에 살고 있어서 한자리에 모이기도 쉽지 않은데 마침 한자리에 모였던 것이다. 브라보마이라이프 잡지에 실린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일 년 만에 다시 모였다. 미국에 사는 친구가 왔고 한국에 사는 친구들이 다시 모였다. 우리 사진이 실린 잡지를 보여주자 모두 신기해했다. 의외로 미국에 사는 친구는 작년 12월호가 나오자마자 지인을 통해 브라보마이라이프 잡지를 입수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도 하고 집에 잘 모셔두었다고 했다.
38년 전 사진, 그리고 작년 사진, 또 올해의 사진으로 앞으로도 일 년에 한번 같은 배열로 사진을 찍어 놓자고 했다. 이날은 다른 친구들도 와서 같이 찍자고 했으나 잡지의 우리 사진을 보고는 우리 4명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미국에서 온 친구는 작년 그 사진이 너무 고맙다며 잡지사 담당 기자와 사진 기자에게 식사라도 대접해야겠다고 호기를 부렸으나 필자가 말렸다. 마음만 전하겠다고 했다.
내년 2월에는 미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에 사는 친구에게 모두 가는 것이다. 그 때 또 같은 배열로 사진을 찍을 것이다.
다른 친구들은 이 사진을 보면서 왜 자기는 빼 놓고 찍었느냐며 볼멘소리를 하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사진기가 가정에 보급이 많이 안 되어 있던 시절. 마침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된 친구가 뭔가 기념하자며 사진관을 찍은 것이다. 그 당시에는 결혼, 입학, 졸업, 회갑, 돌 등의 행사가 있을 때는 그렇게 사진관에 가서 사진을 찍었다. 다른 친구들은 좀 멀리 살았거나 다른 일로 그 시간에 맞춰 오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 4명만 찍었다.
앞으로 살다 보면 4명 중 한명 씩 먼저 저 세상으로 갈 것이다. 같은 배열로 사진을 찍다보면 이빨 빠진 모습처럼 변하게 되겠지. 3명만 남으면 같이 나란히 찍거나 한명은 앉고 2명은 서서, 또는 2명은 앉고 한명은 뒤에 서서 찍는 것이 정상적인 구도겠지만, 이 배열을 그대로 유지하자고 했다. 그 자리,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을 마지막까지 기억하자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