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블로그 글쓰기 강사 데뷔
- 사회연대은행에서 블로그 강의를 했다. 글쓰기 강사로 데뷔한 셈이다.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가 주관하는 50+교육센터 강좌 중 ‘블로그 개인브랜드 구축하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블로그는 나의 브랜드’, ‘이론과 실제’, ‘블로그 하는 법(PC, 스마트 폰)’, ‘블로그 스킨 만들기’, ‘사진으로 블로그하기’, ‘봉사 활동’, ‘여행’, ‘체험단 블로그’ 등 다양한 강의 과목으로 구성되었다. 필자가 맡은 강의는 ‘블로그 글 잘 쓰기’였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사실 기준이 애매하다. 수학이라면 점수로 환산이 가능하지만, 글쓰기는 점수로 환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문인협회 정회원이라는 것과 대한민국 100대 블로그로 선정된 경력으로 밀고 나갔다. 그렇다면 블로그 글은 어떻게 써야 할까 생각해 봤다. 블로그 글은 시, 소설과 다르고 수필과도 다르다. 그러므로 독특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블로그는 ‘Web+Log’라는 뜻으로 ‘인터넷 일기’이다. 그러나 일기는 본인만 보지만, 블로그 글은 다른 사람들도 읽는다. 그 점이 다른 것이다. 그래서 읽는 사람을 의식하고 배려해야 한다. 글자체를 시니어들이 읽기 좋게 12PT로 하고, 글의 양은 A4 한 장 내외로 한다. 칸 띄우기를 해서 가독성을 높인다. 사진을 붙여 인터넷 시대에 맞게 읽기 좋게 만든다. 블로그 글을 왜 써야 하는지 목적이 있어야 될 것 같다. 블로그 글은 소통, 자기 PR, 정리, 논리적 사고, 어휘력 유지, 힐링 등에서 목적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해두면 무형의 재산 목록이 되는 것이다. 글쓰기의 첫 번째는 요령은 쉽게 쓰는 것이다. 누가 읽어도 부담 없이 쉽게 쓰는 것이 첫째 요령이다. 한자어나 외래어는 가급적 배제한다. 전문용어 앞에는 간단한 설명을 붙여준다. 호흡이 길지 않게 단문으로 쓴다. 등이다. 요즘은 입말, 즉 구어체로 쓰는 것이 유행이다. 신문 기사도 그 전에는 5W1H 원칙으로 써나갔지만 요즘은 내레이션 기법을 자주 쓴다. 사진은 중요하다. 필수이다. 글과 연관되는 사진을 찍는 것 자체가 볼로그 글을 쓰는 기본 자세에 속한다. 그러므로 사진에 대해서도 공무도 해야 하고 부지런도 떨어야 한다.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옷감이 필요하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물감이 필요하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감이 필요하다. 글감은 어디서 찾을까? 삼라만상에서 찾는다. 다만,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보고 내 글을 쓰는 것이 좋은 글이 된다. 그 외에 영화, 책, 공연, 여행, 신문, 뉴스 등에서 소재를 잡는다. 글감을 찾는 사람에게는 충격이라는 것이 올 때가 있다고 한다. 자다가도 충격이 오고, 걷다가도 충격이 올 때가 있다. 술자리에서 대화하다가도 글감이 튀어 나온다. 그것을 잊지 않고 메모해두는 것이 요령이다. 제목을 잘 잡아야 시선을 끈다. 고인의 회고록 집필을 하다 보니 추모사의 글이 60여 편 들어 왔다. 책으로 만들자니 제목이 모두 추모사였다. 그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각 추모 글을 읽고 내용 중에서 제목을 잡아냈다. 추모사를 쓴 사람은 다른 사람도 같은 제목으로 쓴다는 것을 모른다. 우리가 그간 한자 문화권에서 살다보니 제목을 무의식적으로 한자용어로 다는 경우가 많다. 늘 제목이란 그렇게 붙여 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블로그 글은 매일 쓰는 것이 좋고, 그러려면 장소도 안정적인 곳이 있어야 한다. 대부분 집에서 글을 쓰지만, 집은 TV, 군것질 등 유혹하는 요소가 많아 집중하기 어렵다. 나 같은 경우는 셰어 오피스를 이용한다. 첫 강의라 시간 배분에 자신이 없었다. 시간이 남을 경우에 대비하여 스터디 교재를 갖고 갔다. 같이 읽고 토론하다 보면 시간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송파 수필가협회에서 공부했던 작가노트 몇 편을 들고 갔다. 정임표의 ‘나의 꽃, 나의 향기’, 곽흥렬의 ‘충격에서부터 옷 입히기까지’, 김우종의 ‘소재의 의미화와 주제의 철학성’, 김경남의 ‘철학을 수필적으로 풀어내기’가 글 공부에 좋은 참조가 된다. 추천 수필로 김미원의 ‘그 남자의 구두’, 송혜영의 ‘굴욕’을 소개했다. 카리스마 있게 강의를 잘 끌고 나갔다는 칭찬을 받았다. 블로그 글 4천여 개, 출간한 책 11권, 하루 방문객 1,500~2,000명에 누적 조회 수 330만 명이라는 수치가 분위기를 압도했을 것이다.
- 2016-11-14 11:34
-
- [브라보가 만난 사람]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호스피스 담당 이인순 수녀
- 올해에도 노벨문학상 유력 수상 후보로 거론됐던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소설 에서 “죽음은 삶의 대극(大極)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잠재해 있다”고 말했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일상과 무관하고, 삶과 거리가 있게 느껴지지만 사실 죽음은 늘 우리와 함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대단히 죽음에 인색하다. 입에 올리는 것마저 거북해한다. 매일 죽음을 접하는 사람은 다르게 느낄까? 이 단순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마리아 병동(호스피스 병동)의 이인순(李仁順) 수녀를 만났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저는 죽음이 삶의 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인간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존재니까요. 하루하루 죽어가는 존재라는 이야기도 있고요. 모든 여정에는 그 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가 던진 우문(愚問)에 이인순 수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도 소인의 입장에선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매일 죽음을 맞닥뜨리는 일이라니. 일이 어렵거나 도망치고 싶을 것 같다고 얘기했더니 이인순 수녀는 되레 의아해한다. 소임받은 일에 의문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인순 수녀가 이 호스피스 병동에 부임한 것은 국제성모병원이 개원한 2년 전.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에서 근무하다 수녀회로부터 소임 이동 명을 받고 이곳 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자격이 필요한데, 이 수녀는 간호사이면서도,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 대학원 과정을 이수했다. “물론 이곳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에겐 이곳 일이 쉽지만은 않아요. 다들 젊은 나이이기도 하고요.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은 환자와 가족들과의 만남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데 병동에서 함께 산다고 볼 수도 있죠. 돌보던 환자가 돌아가시면 습(襲)까지는 아니지만 시신을 정성껏 닦고 새 옷을 입혀드립니다. 그리고 장례식장으로 보내드리는 일까지 모두 직접 해요. 스트레스도 적지 않아요. 그래서 함께 일하는 팀원들의 소진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가족이 치료 대상이 되는 이유 이렇게 어려운 일인 호스피스는 무엇일까?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말 그대로 더 이상 적극적인 치료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보다는 통증 경감과 기타 신체적 증상 조절, 심리·사회·영적 돌봄을 통해 ‘남은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진행되는 의료서비스를 말한다.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죽음만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운 생의 마감과 가족과의 이별을 돕는 것이 목적이다. 정부에선 지난해 7월부터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국민건강보험 적용 대상으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국민건강보험에서는 말기 암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앞으로 그 대상이 다른 질환의 환자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현재 이인순 수녀가 있는 마리아 병동에는 33개 병실이 있다. 환자가 머무는 시간은 평균 한 달 정도. 물론 길면 두 달, 짧으면 일주일 이내에서 몇 시간까지 차이가 있다. 호스피스 병동이 일반 병동과 다른 것 중 하나는 바로 ‘가족’에 대한 관점이다. 호스피스 병동에선 가족도 돌봄의 대상으로 바라본다고 이 수녀는 말한다. “‘사별 상실 스트레스’라는 말이 있어요. 말 그대로 가족을 잃은 상실감이죠. 보통은 13개월에서 3년 정도면 사별 상실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다고들 해요. 하지만 그 이상 길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그 정도 되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죠. 여전히 배우자와의 사별이 가장 큰 충격, 즉 삶의 스트레스 1위이지만 최근에는 형제·자매와의 사별도 그 충격이 매우 큰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요.” 이러한 사별을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는 비슷한 고통을 겪은 다른 사람들과 슬픔을 나누는 것이라고 한다. 사별의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에겐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별 상실 스트레스를 겪는 분들이 말합니다. 자녀나 가족들로부터 ‘이제 그 얘기 좀 그만해. 잊을 때도 됐잖아’라는 말을 듣는다고요. 죽음을 터부시하고 외면하고 싶은 심리가 있으니까, 고인에 대한 이야기도 못 꺼내게 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태도는 사별 가족 모두에게 좋지 않아요. 심한 경우 50년이 지나서 사별 상실의 슬픔이 터져 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사별을 겪었던 당시에 상실의 슬픔을 충분히 표현하거나 극복하지 못한 채 마음속 깊이 묻어두고 건드리지 않았던 것이 결국은 표출되고 마는 것이지요. 이러한 슬픔은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나’와 ‘슬퍼하고 있는 그 당시의 나’를 대면하고 인정하면서 극복해나가야 합니다.” 병명 알고 죽음 맞는 환자 적어 현재 호스피스 병동은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일단 입원하면 모든 환자가 암 환자다. 그러나 실제로 병명과 상태를 정확히 알고 오는 환자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이 수녀의 설명이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가족에게 권하는 것이 ‘진실 통고’ 혹은 ‘나쁜 소식 전하기’예요. 환자의 알 권리를 존중하자는 것이지요. 환자에게 병명이나 의료적 상태를 정확히 알리고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보호자, 즉 자녀분들이 당사자들에게 말기 암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요.” 환자에게 가벼운 병명으로 둘러대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 미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왜 이런 거짓말을 하는 걸까? “‘진실 통고’를 권하면 보호자들 반응이 대부분 비슷해요. ‘아마도 충격을 받으실 겁니다, 얼마 안 남으셨는데 꼭 그런 얘기까지 해야 하나요, 삶의 끈을 놓으실 것 같습니다’ 등등 이유가 많습니다. 하지만 삶의 주인공은 나 자신, 환자 본인이잖아요. 자신의 남은 삶을 삶의 주인이 갈무리해야 하는데, 그것을 자녀들이 막는 셈이죠. 환자의 권리를 앗아가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본인들에게 진단명이라는 이름으로 말기 암을 알리고 현재의 의료적 상태를 알렸을 때 심리적으로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만약 환자에게 진실 통고를 할 때 심적 부담이 된다면, 보호자가 그 짐을 떠안을 필요는 없어요. 원래 그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의료진의 몫이니까요. 가족 중에 말기 암 환자가 있다면 환자는 물론이고 가족 모두가 환자 상태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손주들, 즉 어린아이까지요.” 어린아이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이 수녀는 말한다. 어린아이들이 놀란다는 이유로 혹은 어리다는 이유로 부모 사별 현장 또는 조부모 사별 현장에서 배제된다. 결국 남는 것은 기억뿐인데, 부모와의 마지막 추억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수녀의 이야기다. 병명을 확실하게 언급하지 않고 숨기더라도, 환자는 병 진행에 따른 본인의 몸 상태의 변화나 병동의 환자들, 주변 분위기를 보고 눈치를 채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환자는 자신이 어떤 상태라는 걸 안다는 사실을, 또 가족은 환자가 눈치 챘다는 것을 알아도 입을 닫는다. 서로가 서로를 안타까워하며 현실을 외면하고 숨기는 것이다. 슬프게도. 시한부 환자가 겪는 5단계 그렇게 알게 된 말기 암에 대한, 본인의 몸 상태에 대한 환자의 심리적 반응은 어떨까. “호스피스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zabeth Kubler Ross)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5단계로 설명했어요. 맨 처음엔 부정하죠. 결과를 믿지 않고 다른 병원을 찾아가요. 그러나 같은 결과를 듣게 되지요. 그럼 ‘하필 내가 왜?’라며 자신이나 가족 또는 병원 직원, 더 나아가 신에게까지 분노를 직접적으로 표현합니다. 그러나 환자가 존경과 이해와 지속적인 관심을 받으면 격한 분노가 한결 누그러집니다. 진실과 인내가 필요하죠. 그러면서 사실을, 죽음을 인지하지요. 하지만 타협하는 과정을 거쳐요. 종국에는 신과의 타협입니다. 그것이 끝나면 우울해지고 수용하는 과정을 맞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만나는 환자들은 반드시 이 순서대로 감정 상태를 보이지는 않아요. 감정의 기복이 큽니다. 누구를 만났는지,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에 따라 완전히 달라져요.” 그렇게 죽음을 수용하는 과정을 거친 후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어떤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은 죽음일까. 또다시 튀어나온 모호한 질문에 이 수녀는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분명하게 해줬다. “그 전에 바르게 사셔야 해요. 잘살아야 잘 죽을 수 있는 것이지요. 흥청망청 살다가 인생 말년에 웰다잉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입니다. 가족과의 불협화음이 있는 경우의 환자들은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아요. 마지막까지 외롭고 힘든 과정을 거치게 되더라고요. 환자 본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확실하게 의사표현을 해서 정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별히 경제적인 문제는 남은 가족한테 떠넘기지 말고 본인이 해결하셨으면 좋겠어요. 사별의 아픔을 겪는 가족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남기는 셈이니까요.” 냉정하게 들릴 수 있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죽음 역시 인생의 방점이고 현실이니까. 로맨틱할 이유도, 동정만 할 일도 아니다. 죽음을 앞두고 있다고 해서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자택 임종’ 하고 싶어도 못해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의학적으로 임종 시기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단다. 때문에 그 시기가 가까워지면 환자를 임종실로 모시고 차분히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가족들과 이별할 시간도 마련한다. “임종실을 해밀방이라고 불러요. 해밀은 비온 뒤 맑은 하늘을 뜻하는 우리말이에요. 해밀방으로 옮겨지면 환자와 가족들이 그간 하지 못했던 말,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하라고 권해요. 서로가 청할 것이 있으면 청해서 용서받고, 화해하라고요. 이런 과정은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도움이 돼요. 한번은 의식이 없는 아버지(환자)와 가족 모두가 마지막 인사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환자의 의식이 살짝 돌아와, 네가 했던 말 다 들었다고 하면서 고맙다고 표현하신 거예요. 환자의 큰아드님이 감격스럽고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가셔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환자는 의식이 없어 반응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귀는 열려서 듣고 있었던 거죠.” 그렇게 환자가 임종하면 이 수녀와 담당 간호사는 고인의 몸을 닦고 준비해뒀던 옷, 생전에 좋아했던 옷으로 갈아입힌다. 이 수녀는 이 과정을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보람 있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에 피를 토하는 환자가 있어요. 그러면 고인의 얼굴을 잘 닦아드리고 정돈된 모습으로 가족과 마지막으로 인사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드려요. 그러면 가족들이 기억하는 고인의 마지막 모습은 피 토한 흔적 없는 깨끗하고 편안한 모습이에요. 그 모습에 가족은 위로를 받아요. 편한 얼굴을 보고 편하게 돌아가셨다고 믿고 싶은 거죠.” 환자들은 생의 마지막 장소로 병원을 어떻게 생각할까. 사실 많은 환자들이 임종 장소로 집을 원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병원이 선택되는 이유는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이다. “집에서 환자를 24시간 간호한다는 것이 쉬운 문제가 아니잖아요. 환자를 돌보는 문제도 있지만,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난 뒤에도 문제가 있어요. 사망 확인을 위한 행정적인 절차가 꽤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호자들이 겁을 먹는 경우가 많아요. 죽음의 현장이 자연사임에도 불구하고 죽음 자체가 익숙하지 않고 낯선 것이니까요. 죽음을 터부시하는 문화의 영향이 지배적인 거죠. 현재는 꼭 가정에서의 임종이 아니어도 가정형 호스피스 제도를 통해 호스피스 서비스를 가정에서 받으실 수 있어요. 올 3월부터 시범사업을 시행 중인데, 병원에서와 같은 돌봄을 가정에서 받을 수 있고 돌봄 제공자들이 연계되어 가정으로 방문합니다. 환자들이나 가족들의 반응도 좋아요.” 죽음 앞에서 가족들의 모습은 어떨까. 이 수녀는 예외 없이 모두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수고했다. 고통 없는 좋은 데로 가라”고. “다들 그러세요. 고생 많았다. 수고했다. 고통 없는 데로 먼저 가라고 하면서 덧붙이는 말이 있어요. 다시 만나자고. 아마 우리네 민간신앙이 바탕에 깔렸겠지만, 죽음 너머에는 여기가 아닌 어딘가가 있다고 믿는 것이죠. 그래서 이야기해요. 좋은 곳에 먼저 가 있으라고. 다시 만나자고.” 이 수녀는 마지막으로 잘 죽는다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송나라의 주신중(朱新中)이 훌륭한 죽음에 대해 5멸(五滅)의 실천을 이야기했어요. 멸재(滅財), 재산을 남기지 말고 죽을 것. 멸원(滅怨), 원한을 남기지 말 것. 멸채(滅債), 남에게 빚을 남기지 말고 죽을 것. 멸정(滅情), 정분을 남기지 말고 죽을 것. 마지막으로 멸망(滅亡),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죽을 것이라고요. 인생 여정의 붙잡고 있기와 놓아주기를 균형 있게 한다면 하루하루 잘 죽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 2016-11-07 09:32
-
- [최성환의 똑똑한 은퇴] 중·장년들의 세 가지 오해
- 요즘 은퇴 강의를 할 때 빼놓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강의를 들을 때 다들 웃어넘기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찬바람이 부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바로 ‘우리나라 중·장년들의 세 가지 오해’ 때문이다. ‘나는 100세까지 못 살 거야, 내 자식은 다른 집 자식과 다를 거야, 내 배우자는 다른 배우자와 다를 거야’라는 생각은 오해 또는 착각일 수 있다. 위의 세 가지 오해가 정말 오해로만 끝난다면 이보다 더 행복한 인생도 없을 것이다. 80세를 건강하게 훌쩍 넘기고 자녀(손자 손녀 포함)들이 자주 찾아와 안부를 물어주고 배우자와 오순도순 살다 죽으면 더 이상 바랄 게 뭐가 있겠는가? 그러나 문제는 한두 가지 또는 세 가지 모두가 오해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100세까지 살지 못할 거라면서 허랑하게(?) 살다가 병들어 누워보라. 자식도 배우자도 없이 썰렁한 방에 혼자 누운 인생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일본에서 시작된 고독사(孤獨死)는 결코 남의 나라, 남의 일이 아니다. 어쩌면 중·장년들이 자주 하는 세 가지 오해에서 비롯된 일일 수도 있다. 그 오해들을 좀 더 살펴보자. 첫 번째, 나는 과연 100세가 되기 전에 죽을 것인가? 기대수명(期待壽命, 2014년 기준)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지만 평균 82.4세로 남자는 79.0세, 여자는 85.5세다. 혹자들은 그런데 왜 100세까지 살 거라고 협박(?)을 하냐고 따질 수 있다. 기대수명은 0세의 출생자가 향후 몇 년을 더 생존할 것인가를 통계적으로 추정한 기대치를 말한다. 같은 연장선상에서 60세 남자가 향후 몇 년을 더 생존할 것인가를 통계적으로 추정한 기대치는 기대여명(期待餘命)이다. 통계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성별로 각 나이의 기대여명을 구할 수 있다. 60세의 기대여명은 몇 년일까. 남자는 22.4년, 여자는 27.4년이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현재 60세의 남자는 앞으로 22.4년을 더 살다가 82.4세경에, 60세의 여자는 27.4년을 더 살다가 87.4세경에 생을 마감할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 70세의 기대여명은 남자와 여자가 각각 14.5년과 18.3년이므로 남자는 84.5세, 여자는 88.3세까지 산다는 추정치다. 의학발전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기대여명이 더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60대 남자들은 85세 안팎까지, 60대 여자들은 90세 안팎까지 살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이 추산도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100세까지 사는 이들도 적잖을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11월 현재 우리나라의 100세 이상 고령자는 3159명으로 남자가 428명, 여자가 2731명에 달하고 있다. 인구 5000만 명 중 3159명이면 그리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늘어나는 속도에 있다. 2010년의 1835명과 비교할 경우 5년 만에 1324명, 72.2%나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인구 10만명당 100세 이상 고령자는 6.6명으로 2010년 3.8명에 비해 2.8명이나 늘어났다. 일본의 경우 100세 이상 인구가 6만5692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51.7명이나 된다. 일본 정부는 장수사회를 기념하는 취지로 1963년부터 100세 노인에게 기념 은잔을 선물해왔다. 당시만 해도 153명에 불과했던 100세 고령자가 53년이 지나면서 무려 420배로 늘어난 것이다. 작년까지 순은(純銀)으로 만든 잔을 선물했지만 올해부터는 도금한 은잔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2050년에는 100세 인구가 10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이 나오는 가운데 은잔에 들어가는 예산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두 번째, 내 자식은 과연 다른 자식과 다를 것인가? 오해가 아니면 얼마나 좋을까. 효자 효녀를 둔 부모들은 전생에 좋은 일을 많이 해서 복 받았다 생각하며 고마워하면서 살면 된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다. “이번에 얼마만 해주시면 부모님을 평생 잘 모시겠습니다.” 물론 이런 약속을 잘 지키고 부모를 잘 모시는 자식도 있다. 하지만 재산 다 털어주자 찾아오지도 않는 자식 때문에 후회하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자식에 대해서라면 유난스러운 우리나라 부모들 아닌가. 최악은 재산을 다 넘겨준 부모도, 넘겨받은 자식도 생활이 어려운 경우다. 처음부터 부모에게 불효하고 싶은 자식은 없을 것이다.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불효자가 되는 것이다. 자식은 젊기라도 하지만 부모는 나이가 들어 회복 가능성이 전혀 없는 막다른 골목 앞 상황일 수 있다. 재산을 다 주고 나서 후회하는 기간이 이전처럼 10년 안팎이라면 그나마 견딜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30~40년 동안 가난 속에서 후회하며 살아야 한다. 세 번째, 내 배우자는 다른 배우자와 다를 것인가? 물론 믿고 사는 게 편하다. 그러나 이런 경우를 생각해보자. 남편이 90세, 아내가 87세인데 남편이 병들어 눕게 되었다. 지금까지 남편에게 지극정성이었던 아내는 당연히 수발도 직접 들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87세의 여자가 90세 남자를 어떻게 돌볼 것인가? 마음이 있어도 신체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배우자를 끝까지 지켜주고 싶어도 현실적으로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무리하다가는 건강한 아내가 먼저 세상을 뜰 수도 있다. 극단적인 사례라고 생각하겠지만 곧 중·장년들에게 다가올 미래임은 틀림없다. 이쯤에서 내려야 할 결론은 긴 말 필요 없이 ‘거안사위와 각자도생’이다. 거안사위(居安思危)는 ‘편안할 때 위기를 대비하라’는 뜻으로 유비무환(有備無患)과 같은 말이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은 제각기 살길을 찾으라는 말이다. 중·장년들은 이제 100세 인생을 예상하고 은퇴 후 60대, 70대, 80대, 90대를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계획해야 한다. 가족, 친구들과 어울리며 건강하고 재미있게 살려면 필자가 늘 강조하는 5F를 챙겨야 한다. 즉 ‘Finance(돈), Field(할 일), Friend(가족과 친구), Fun(재미), Fitness(건강)’를 연령대별로 설계하고 챙겨놔야 한다. 누구든 배우자 혹은 가까운 사람을 떠나보내고 혼자 남는다. 그게 인생이다. 오해와 착각은 자유이지만 그 결과는 내가 지고 가야 할 무거운 짐이다. 그래서 끝까지 믿어야 할 존재는 자식과 배우자가 아닌 내 자신인 것이다. ‘9988 234’라는 말이 있지만 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2~3일 앓다가 세상 뜨는 일이 마음대로 될까. 내가 먼저 갈 때 혼자 남은 배우자가 끝까지 품위를 지키며 살다 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이다. 특히 남편이 아내보다 3~4세 정도 더 많을 때 남편이 가고 난 뒤에도 아내는 10년 정도 더 살아야 한다. 남아 있는 아내가 고충 없이 잘 살다가 뒤따라오도록 자산을 남겨둬야 하는 것이다. 이때 먹고 사는 것뿐 아니라 치료비와 간병비도 충분히 챙겨야 하는 것 잊지 마시라. >> 최성환(崔聖煥)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한국은행 과장,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 고려대 국제전문대학원·경영대학원 겸임교수, 한화생명 경제연구원 상무, 은퇴연구소장 등 역임.
- 2016-10-26 12:07
-
- [BML 칼럼] “가을 깊은데 이웃은 무얼 하는 사람일까”
- 마쓰오 바쇼(松尾芭蕉, 1644~1694)는 ‘하이쿠(俳句)의 시성’으로 유명한 일본의 시인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17자(5·7·5)로 세상과 인간을 노래하는 하이쿠를 바쇼는 언어유희에서 예술 차원으로 끌어올려 완성했습니다. 그는 삶의 자세에 대해 “자신의 길에서 죽는 것은 사는 것이고, 타인의 길에서 사는 것은 죽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시를 쓰는 일에 대해서는 “하이쿠라는 시는 사계절의 변화를 벗으로 삼는 것이다. 보이는 것 모두 꽃 아닌 것이 없으며 생각하는 것 모두 달 아닌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소나무에 대해 배우려면 소나무에게 가고, 대나무에 대해 배우려면 대나무에게 가라는 말도 했습니다. 그가 사는 방법은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一所不在]는 방랑이었고, 그리 길지 않았던 삶은 스스로 선택한 개별자 단독자의 고독으로 점철돼 있었습니다. 그가 극단적으로 보여주었듯 인간은 모두 단독자이면서 개별자입니다. 신 앞에서 단독자이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유일하고 독립적인 개별자입니다. 개별자는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독립체로, 보편자와는 정반대인 개념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 태어나 죽음 이후를 모르는 채 혼자 죽어갑니다. 그렇기에 인간은 외로움과 두려움을 덜기 위해 남들과 어울리고 공동체를 만들고 부부의 인연을 맺어 함께 살아가는 게 아닐까요? 그 부부로부터 집안이 만들어지고 가족과 자녀가 형성돼 인간세상이 인멸되지 않고 전승돼온 게 아니겠습니까? 남들과의 관계 속에서 일정한 틀과 얼개를 지키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평균적이고 대체적인 모습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독자 개별자의 삶을 추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남들과 맺어온 관계를 스스로 또는 어쩔 수 없이 단절한 채 혼자만의 삶을 이어가고, 어떤 사람들은 상하고 묵은 관계의 지층 위에 새로운 관계를 쌓으면서 살아갑니다. 우리말의 ‘홀’과 ‘홑’은 비슷해 보이면서도 아주 다른 말입니다. 홀의 반대는 짝이고, 홑의 반대는 겹입니다. 홀은 홀가분하다, 홀로서기처럼 여유롭고 당당한 뜻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홀아비 홀어미, 홀알(무정란), 홀앗이(모든 살림살이를 혼자서 맡아 처리하는 처지)처럼 외롭고 쓸쓸한 개념이 먼저입니다. 홀아비 홀어미는 홑힘(남의 도움이 없는 자기 혼자의 힘)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홀아비 홀어미의 반대말은 핫아비 핫어미랍니다. 핫바지 핫저고리처럼 솜을 두어 만든 것이라는 뜻과 함께 배우자를 갖추고 있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결혼에 실패하거나 사별해서 홀아비 홀어미가 된 채 살아가는 사람들, 이른바 싱글이나 돌싱족이 점차 늘어나고 1인가구가 이미 500만 가구를 넘었습니다. 혼자 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관심, 혼자 사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혼자 사는 자유로움과 홀가분함을 누리는 사람들보다는 고통과 고독 속에서 외롭게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혼자 사는 데는 남녀간의 차이가 큽니다. “홀아비는 이가 서 말이고 홀어미는 은이 서 말이다”라는 우리 속담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늙어서 아내 잃은 남편은 어찌 살아가야 할지를 모릅니다. 친구도 없고 새로운 사람을 잘 사귀지도 못합니다. 이와 달리 여자들은 남편이 없어도, 아니 남편이 없으면 더욱더 편하게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늙어서 아내가 없는 홀아비, 늙어서 남편이 없는 과부, 부모가 없는 고아, 늙어서 자식이 없는 사람, 이른바 환과고독(鰥寡孤獨)에 대해서는 일찍이 맹자가 말한 대로 나라와 정치지도자가 특별히 관심과 배려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래서 ‘안으로는 원망하는 여자가 없고 밖으로는 짝 없는 남자가 없는’ 이른바 내무원녀 외무광부(內無怨女 外無曠夫)의 세상을 만드는 것이 제왕과 통치자의 할 일이었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인보복지 증대, 사회안전망 구축의 정치이겠지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나라가 할 수는 없습니다. 스스로 혼자 사는 삶을 잘 꾸려가도록 각 개인이 노력하고, 지역이나 사회공동체가 서로 돌봐야 합니다. 그 대상은 앞에서 이야기한 환과고독이 제일 먼저일 것입니다. 사람은 왜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일까? 성경의 예전 번역을 그대로 옮기면 창세기 2장 18절은 “여호와 하나님이 가라사대 사람의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하시니라”라고 돼 있습니다. 그래서 아담의 짝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독처(獨處)는 독거와 같은 말입니다. 그런데 왜 독처하면 좋지 않은 것일까? 짝 없이 혼자 사는 게 생리적 신체적 생활적으로 힘들기 때문이겠지요. 무슨 일이든 합심협력을 할 사람이 있어 함께 삶을 꾸려가는 것과, 북한 말로 혼자씨름(자기 혼자 마음속으로 이리저리 따지고 재어 보는 일)을 하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큽니다. 형영상조(形影相弔) 형영상련(形影相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몸과 그림자가 서로 불쌍히 여긴다는 뜻입니다. 척영(隻影)도 짝이 없는 오직 혼자인 사람을 일컫습니다. 의지할 데 없어 혼자 매우 외로운 사람은 그림자도 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헨릭 입센은 희곡 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인간이란 고독 속에서 홀로 선 인간이다”라고 말했지만. 이런 그럴듯한 문학적 수사와 철학적 사유와 달리 현실은 냉엄하고 각박합니다. “외로움이란/내가 그대에게/그대가 나에게/서로 등을 기대고 울고 있는 것이다.” 시인 이형기(1933~2005)의 ‘그대’라는 시의 마지막 대목입니다. 마쓰오 바쇼로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마쓰오 바쇼로 글을 맺겠습니다. 병으로 쓰러진 그가 마지막으로 일어나 앉아서 쓴 하이쿠는 최고의 명편으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가을 깊은데 이웃은 무얼 하는 사람일까.”[秋深き隣は何をする人ぞ] 이걸 일본 발음으로 읽어봅니다. 아키후카키 토나리와 나니오스루 히토조. 쓸쓸한 가을의 정서가 입을 거쳐 몸 안으로 들어오는 듯합니다. 가을은 겨울로 가는 계절입니다. 가을이 깊어지는 것은 침잠과 저장 동면의 시기를 준비하라는 뜻입니다. 온기가 그립고 이웃의 관심과 정이 절실해지는 계절이지요. 바쇼는 생이 이우는 마지막 가을에 이렇게 이웃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면서 시인으로서의 자신을 완성하고 떠났습니다. 이웃이라는 말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진 것일까? 아무도 그렇게 주장한 바 없지만 이웃의 ‘이’에는 이승이라는 말처럼 지금 여기, 이곳이라는 뜻이 있는 것이라고 우겨보고 싶습니다. 그러면 그 반대인 저웃도 있나? 그런 말은 있지 않습니다. 이웃이라는 글자 ‘隣(린)’은 가엾게 여긴다는 ‘憐(련)’과 사촌간입니다. 혼자 사는 삶과 이웃을 생각하게 하는 계절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길이 많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의 해묵은 손때’를 떠나보내려 합니다. >> 임철순(任喆淳) 이투데이 이사 겸 주필 고려대 독문과,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졸. 한국일보 편집국장 주필, 이사대우 논설고문 역임. 현재 자유칼럼그룹 공동대표,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 시니어희망공동체 이사장.
- 2016-10-26 11:29
-
- 20년 젊게 사는 비법
- 보통 나이 들면 욕심부터 버려야 한다는 말이 있다. 부질없는 자존심이나 과거의 연공서열에 대한 자부심도 잊으라 한다. 그러나 정신건강 멘토인 이시형 박사님은 과거 명함을 지켜야 20년 젊게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은퇴 후 남성을 불행하게 만드는 건 낮은 자존감이라는 이야기다. 자신이 가장 잘해왔던 과거 명함을 지켜야 자존감 높고 활력 넘치는 인생 후반전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남을 위한 배려로 봉사도 생각해볼 수 있는데, 나는 물론 남도 행복해지는 친절한 행동을 하고 만나는 사람 누구나 행복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옥시토신과 세로토닌이 분비되고 미주신경이 활성화되어 젊어지고 건강해진다고 한다. 잡지를 읽다가 건강 멘토 몇 분이 인생시계를 되돌려 20년 젊게 사는 비법을 공개하는 글을 보았다. 누구라도 젊게 살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비법이 있다니 어떻게 하면 될까? 멘토들이 말하는 대로 따라 하면 필자도 20년 젊게 살 수 있을지 열심히 기사를 읽어보았다. 80대에는 남자나 여자나 똑같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이는 의학적으로 맞는 말이라 한다. 이미 여성호르몬, 남성호르몬 분비가 줄어 남자나 여자나 별 차이가 없게 되지만 100세 시대에 20년 젊게 살려면 남성은 남자답고 여성은 여성다워야 하며 비록 호르몬은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설렘 호르몬인 EPA 호르몬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50세부터 인생 후반전이라 하면 100세 시대에 80대는 제2의 중년기이자 전성기가 되니 인생의 멋을 아는 여유 있는 제2의 중년기를 즐기면 되겠다. 배우자도 좋고 친구도 좋으니 우아한 차 한 잔의 시간에 설레는 마음이 들면 된다고 한다. 또 다른 조언으로 자신만의 플라시보(위약효과)를 가지라 한다. 건강하고 젊게 살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몸은 점점 나이 들어가고 있어서 그런 확신을 가지기가 쉽지는 않으니 어떻게 할까? 그 비결은 ‘믿는 구석’에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운동이, 또 다른 사람에게는 약 종류가 될 수도 있는데 “난 헬스를 열심히 하고 있으니 젊을 거야”라거나 “나는 좋은 음식을 먹고 있으니 건강할 거야”라는 신념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플라시보 효과다. 젊을 때는 좋은 음식을 먹거나 운동을 해서 더 건강하고 젊어질 수가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어떤 노력으로도 더 젊어지거나 건강해지기는 어려우니 더 나빠지지 않게 유지하는 게 좋다. 그러려면 노화의 주범인 발생기 산소 생성을 막아야 하는데 발생기 산소는 혈관이든 장기이든 몸속 어느 곳에서나 발생해 노화를 일으킨다. 이를 덜 발생시키거나 생긴 발생기 산소를 빨리 없애는 것이 노화 방지의 비결인데 이미 생긴 발생기 산소를 없애려고 비타민을 복용하거나 채식을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발생기 산소를 생기지 않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할 거다. 발생기 산소를 생기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는 것인데 “나는 젊다, 나는 건강하다”라는 확신으로 얻는 마음의 안정이 중요하다고 한다. 운동이나 소식, 채식, 절주와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운동을 하고 있으니 괜찮을 거야”라거나 건강검진을 꾸준히 받는 사람이라면 “난 건강검진을 잘 받고 있으니 괜찮을 거야”라고 믿게 되는 플라시보가 될 만한 것을 찾아보는 게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런 것들은 남자나 여자나 다 똑같이 해볼 수 있는 방법이니 잘 받아들여서 행동하면 20년 젊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의 안정을 유지해서 노화의 주범인 발생기 산소를 없애고 주위 사람들에게 친절한 말과 행동으로 옥시토신과 세로토닌을 분비시켜 우리 모두 더 젊고 건강하게 살아보자.
- 2016-10-19 17:53
-
- 나이 들면 더 참지 못한다
- 며칠 전 77세의 집안 형님과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에서 술자리를 같이했습니다. 형님은 77세이지만 신체 건강하고 노인복지관에서 일본어, 중국어, 한문 등 *쉼 없이 공부도 하는 신세대 노인입니다. 지혜도 있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갖고 있다고 평소 생각했던 분인데 술이 취하자 감정을 참지 못하는 것을 보고 깜작 놀랐습니다. 나이 탓인지 술 탓인지 애매하지만 필자는 나이 탓이 더 크다고 봅니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면 너무 고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날 일어난 일은 대략 이렇습니다. 누구나 술을 먹다가 시간이 흐르면 소변이 마렵습니다. 그날 형님은 화장실에 가기 위해 음식점에서 공동 화장실 열쇠를 받아 나갔습니다. 화장실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리다가 건물 경비를 만났다고 합니다. 화장실 위치를 물어보자 70대의 경비가 “찾아보세요” 하고 퉁명스럽게 말했다고 합니다. 경비의 태도에 형님은 참지 못하고 화가 폭발했습니다. “이 XX 너 임무가 뭐냐? 고객이 물어보면 성실히 대답을 해야지 뭐? 찾아보라고?”, “뭐? 이 XX? 야! 임마! 저기 화장실이라고 쓴 글씨 안 보이냐? 눈XX은 뭐하러 달고 다니냐!” 하고 서로 주먹다짐이 오가는 걸 내가 뛰어가서 겨우 뜯어 말렸습니다. 고객은 화장실을 처음 물어보지만 하루에도 수백 명이 들락거리는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의 상가 경비원 입장에서는 똑같은 질문을 여러 사람에게 받다 보니까 짜증도 났을 겁니다. 경비원 눈에는 너무나 잘 보이는 ‘화장실’이라는 붉은 글씨입니다. 그러나 알면 잘 보이지만 모르면 앞에 두고도 찾는 법입니다. 직업이 안내 겸 경비원이니까 누가 백번을 물어봐도 백번 대답하겠다는 심정으로 처음에는 입사했을 겁니다. 또 형님도 찾으라니 찾아보지 뭐! 하고 한 번 더 둘러보면서 화장실을 찾았으면 아무런 문제 없었을 겁니다. 나이가 들면 무시당한다는 느낌이 자주 들고 옳다고 생각하면 목소리를 높여 지지 않으려 합니다. 이런 생각이 싸움까지 할 정도로 분노를 일으킵니다. 나이 들면 별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제일 큰 문제가 상대가 미안한 기색을 보이고 알아 들는 제스처를 취하면 멈춰야 하는데 항복문서를 받을 것처럼 계속 야단을 친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젊은이가 새치기를 합니다. 나이 드신 분이 새치기하지 말라고 한마디했습니다. 젊은이는 고개를 숙이며 급해서 이 버스를 타야 된다는 간절한 눈빛으로 사정을 합니다. 무슨 급한 사정이 있는 모양이구나 하고 넘어가면 좋았을 것입니다. 나이 드신 분이 내 말이 먹혀들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상대가 고개를 숙이고 미안해하니 만만하게 보고 이럴 때 몰아붙여야 한다고 생각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더 큰 소리로 싸가지가 없는 놈이라고 막말까지 했습니다. 그러자 젊은이의 태도가 돌변했습니다. 내가 언제 새치기했느냐고 덤벼듭니다. 궁지에 물린 쥐가 고양이에게 덤벼든다고 지나친 질책이 지나쳐 역으로 봉변을 당합니다. 자기 잘못은 잘 모릅니다. 내가 좀 손해보고 산다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보통 수준의 생활입니다. 말로는 남의 얘기에 경청하고 좋은 말하고 살겠다고 다짐하지만 나이 들수록 점점 꼰대가 되어갑니다. 점점 완고해지는 내 모습에 나도 깜작 놀랍니다. ‘유하게 살자’ 늘 다짐합니다.
- 2016-10-19 17:45
-
- 거절을 못하는 사람
- 거절을 못해서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직장인 A씨는 주말근무를 도맡아하고 있습니다.“넌 싱글이고, 주말에도 잠만 잘 텐데~ 사무실 나와도 되지?” 이런 부탁을 하루 이틀 들어주다보니 당연하게 된 꼴이었죠.이제는 소심하게 보일까봐 거절도 못합니다. 급기야 A씨는 자기합리화를 시작합니다!! - 나로 인해 동료들이 가족들과 좀 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어. - 그래, 나중엔 내 배려를 알아주겠지. 아~ 비극의 시작이 아닐 수 없습니다!!A씨에게는 거절 근육을 키울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데 말입니다. 우선 거절에 대한 오해부터 걷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큰 오해는 A씨가 거절을 아주 예외적인 사건으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삶의 기본 모드는 거절이고, OK 같은 승낙은 어쩌다 하는 기분 좋은 배려라고 생각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거절을 쿨하게 생각할 때 쿨하게 거절할 수 있습니다. 세련된 거절의 기술을 익혀두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상대가 내 거절을 존중할 수 있도록 거절의 표현을 제대로 하는 것인데요. 첫 단계에서는 상대방 입장에 대한 이해 혹은 공감을 나타낸 다음, 자신의 입장으로 연결하는 다리를 놓습니다. 이른바 ‘브릿징bridging 테크닉’, 즉 ‘다리 놓기 기술’입니다. “난감하시겠네요. 저도 도움을 드리고 싶은데요. 이번에는 오래전부터 잡혀 있던 일정이 있어서 힘들 것 같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도와드릴게요~” 만약 이렇게 거절하지 못하고 결국 들어주게 되는 상황이라면, 이번이 예외적인 상황임을 어필해줘야 합니다. “삶에서 겪는 문제의 절반은 ‘예’라고 너무 빨리 이야기하고 ‘아니오’라고 충분히 빠르게 이야기하지 않는 데서 생긴다.” 19세기 마크 트웨인을 잇는 유머 작가 조쉬 빌링스가 한 말입니다. 남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싫다’, ‘안 되겠다’는 아쉬운 소리를 못하고 살아왔다면, 이제는 자신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싫은 건 싫다고, 아닌 건 아니라고, 지금보다 조금만 더 솔직해져보세요! 당신은 당신 마음을 그대로 전할 권리가 있습니다.
- 2016-10-11 13:27
-
- 여행길, 시니어가 알고 있으면 좋은 꿀팁
- 10월에서 11월은 한창 단풍여행이 이어진다. 광고에도 자주 등장하는 화담숲이나 아침고요수목원은 물론 여러 곳에 있는 허브랜드와 단풍이 좋은 산을 차를 대절해 단체로 여행가는 계절이다. 필자는 동네 통장이나 부녀회장은 물론 각종 모임에 단체 임원을 많이 맡아 일해본 경험이 있어 여행 꿀팁을 모아봤다. 나이 들어도 한껏 멋을 부린다고 치마를 입거나 구두를 신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여행길에서는 불편한 옷차림이다. 박물관 견학 등 편안하게 다녀오는 장소 외에는 운동화를 신는 게 좋다. 산에 갈 때도 등산화가 당연히 필요하지만 오래 걸을 때, 딱딱한 도시의 길을 걸을 때도 등산화가 발이 덜 아프다. 대형버스로 이동할 때 휴게소도 아닌데 아무데서나 차를 세워달라는 분들이 꼭 계셔서 서로가 난감할 때가 있다. 요실금 증세가 신경성이나 급박성으로 있는 분들은 여행 당일에는 가능한 한 물 종류를 드시지 않는 것이 좋다. 여행지에서는 식사를 한 끼 이상 함께하게 되는데 꼭 건배사가 이어진다. 그러나 분위기상 필요할 때만 건배사를 하는 게 좋다. 보기에는 인격적으로 생긴 분들이 가끔 여성 회원들이 나이가 있어 당연히 이해하겠지 하면서 아주 듣기 거북한 19금 건배사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얼굴이 찌푸려지는 일이다. 유난히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은 목소리가 너무 크고 시끄럽게 해서 함께 여행간 분들이나 맛집에서 눈총을 받는다. 같은 팀의 다른 자리에 계신 분들이나 다른 모임에서 오신 분들과 시비가 붙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렇게 안 좋은 일에 휘말려 함께 간 여행객들을 불편하게 하면 안 된다. 요즘은 친한 모임에서도 초상권 운운하면서 사진을 함부로 찍거나 영상을 찍는 것을 안 좋아한다. 사전양해도 없이 스마트폰으로 사람을 줌으로 당겨 무작위로 촬영모드에 들어가는 분들이 꽤 많다. 분위기상 그냥 넘겨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따지고 드는 다른 여행객 일행들을 만나면 같이 간 사람들이 아주 힘든 상황이 된다. 사전양해 없이 얼굴이나 영상을 막무가내로 찍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식사시간에 술을 주문해서 드실 때 폭음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놀러가셨다가 폭음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자녀들이 단체나 운영자에게 큰 책임을 물을 수 있으니 누군가 폭음할 경우에는 자제시켜야 한다. 이러한 책임은 함께 간 모든 분들에게 있다. 노래방으로 이동해 나들이를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 차례가 왔을 때 분위기를 위해 한 두곡 부르는 것이 좋다. 노래를 잘 못 부른다고 생각하는 분은 무난한 곡, 예를 들어 모두 잘 아는 ‘만남’이나 ‘개똥벌레’같이 함께 부르기 좋은 곡을 평소 알아두었다가 부르면 좋다. 노래방에서는 무조건 안 한다고 빼지도 말고, 남이 노래하는데 눈치도 없이 마이크 하나 더 있는 것 집어서 함께 부르지도 말아야 한다. 함께 부르기를 청할 때 외에는 잘 들어주고 호응해주는 것이 매너다. 또 상대방이 노래하는데 본인이 노래할 제목을 찾느라 책만 들여다보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이는 배려가 없는 행동이고, 누군가의 기억에 안 좋게 남는 행동이다. 부디 즐거운 여행을 할 때마다 매너 있는 행동으로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상대방 기억 속에 남기기 바란다.
- 2016-10-10 11:19
-
- [김정렬의 재미있는 부동산이야기] 아파트 선택, 숨어 있는 체크포인트
- 아파트는 무엇을 보고 선택할까? 교통, 환경, 편익시설 등 기본적인 사항을 판단하고 가격이 적절한가를 생각하는 것은 보통의 방법이다. 재미있는 것은 요즘엔 주차장과 쓰레기 재활용 수거현장을 보면 된다는 말이 있다. 주차장과 쓰레기 재활용 수거현장은 건축물 시설만이 아니라 같이 사는 사람들의 소득과 문화, 주민 상호간의 배려를 같이 엿볼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좋은 아파트를 고를 때 확실한 방법은 살아 보고 사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론 불가능한 일이다. 이럴 때 실수요자의 입장에서는 돈으로 계산되지 않는 여러 요소들이 또 다른 관심의 대상이 된다. 아파트는 가격이 싸고 품질이 좋아야 잘 팔린다. 아파트를 품질이 좋고 쾌적하게 잘 지으려면 사업성이 줄어든다.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중요한 사항들이 많다. 새 아파트를 구매할 때 수요자 입장에서는 대지 지분으로 표시되는 크기의 땅값과 함께 건물 값으로는 아파트 바닥 면적 크기를 기준으로 돈을 낸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실수요자들이 아파트를 선택할 때 신경을 덜 쓰는 항목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것이 실내 천정 높이이다. 그 외에 꼼꼼하게 챙겨야 할 것으로는 건물 동(棟)간의 간격, 소음, 단지 내 동선의 편리성과 안전성 등이다. 천정 높이를 확인해 보셨나요? 높은 천정은 확 트이고 고급스러운 공간을 연출한다. 층간 소음 문제를 완화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천정의 높이는 층고와 관련이 있다. 층고를 높이려면 그만큼 건축비가 많이 든다. 고도제한이 있는 경우 천정 높이가 평균치 보다 현저히 낮은 건물이 나타나기도 한다. 에어컨이나 강제 환기시설 등으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천정이 높아지기도 한다. 또 층수별로 층고가 달라질 수 있다. 단열이 필요한 곳이나 평면이 바뀌는 곳, 초고층건물에서 중간기계실이 있는 경우는 기계실 높이가 반영된다. 주차장도 크고 넉넉하게 잘 만들면 결국 아파트 가격이 비싸진다. 지하 주차장을 위한 땅파기 공사는 훨씬 많은 돈이 든다.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예민한 부분인데 수요자는 소홀히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잘 팔리는 아파트와 살기 좋은 아파트는 큰 차이가 있다. 즉 건설과 개발을 할 때는 실수요자가 아닌 중간에 있는 투자자를 겨냥하는 경우가 많다. 최종 실수요자의 입장을 배려해야 하는데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다. 겉으로 드러난 부동산 가격만으로 부동산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숨어 있는 부동산의 가치를 이해한다는 것은 흥미롭기도 하고, 앞으로의 부동산 트렌드를 예측하고 이해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숨어 있는 부동산 가치를 이해해야 건물은 얼마나 크고 높게 많이 짓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건물의 최종 사용자를 배려할 때 그 품격이 더해지고 결국 땅의 가치도 높아진다. 결국 예전과 달리 건물을 사고자하는 사람은 건물의 최종 판매가격 기준에 직접적으로 포함되지 않은 것들을 더 꼼꼼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공급자도 당장의 눈앞의 이익보다는 수요자를 배려한 설계와 건축을 하여야 한다. 실용성과 예술성도 조화를 이뤄야한다. 부동산은 관련 법규, 건설, 금융, 조세 등이 복합적으로 관련돼 있어 단순한 판단만으로는 해결하기 곤란한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수익성을 무시할 수 없지만 또 수익성만을 강조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수요자에 대한 배려와 함께 공공성과 환경친화성 등 다원적인 목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도 공급자의 철학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건물을 지을 때 남이 하는 대로 흉내를 내면 성공하기 어렵다. 아이디어는 죽어 가는 땅에도 생명을 불어넣어 줄 수 있고 살기 좋은 내 집을 만든다. 다음 문제들을 풀어보세요 ❶ 아파트를 분양 받을 때 공급 면적은 무슨 뜻일까? ❷아파트 전용면적, 공용 면적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❸아파트 발코니 확장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일까? ❹아파트의 층고는 무슨 의미일까? ❺ 아파트의 천정 높이는 어떻게 판단할까? 해설과 답 ❶공급 면적은 주거전용 면적과 주거공용 면적을 합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계약하는 면적은 주차장, 기계실, 관리사무소, 주민공동시설, 놀이터, 화단 등 기타 공용 면적까지 포함된 것이다. 다만 발코니, 베란다, 다락방 등은 서비스 면적에 해당한다. 이러한 내용들은 대부분 바닥 면적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❷아파트 전용 면적은 거실, 주방, 화장실 등을 포함한 넓이이다. 주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전용 생활공간을 말한다. 공용 면적은 다른 세대와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이다. 계단, 복도, 엘리베이터 등이 이에 해당된다. 전용률은 건물의 바닥 면적 중 각 세대 등의 사용자가 전용으로 사용하는 부분을 말하고, 전용률이 높다는 것은 실제 사용 면적이 그만큼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 ❸발코니를 확장하게 되면 거실이나 방을 더 넓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냉난방 비용 증가와 수납공간 감소 등 단점도 있다. ❹아파트의 층고는 기준층 콘크리트 바닥에서 기준층 위층의 콘크리트 바닥까지의 거리를 말한다. ❺일반 아파트 천정 높이는 평균 2m30㎝이며 최근 높아지는 추세이다. 30층 이상은 초고층아파트로 분류하며, 초고층아파트 층고는 일반아파트 보다 훨씬 높다. 초고층아파트 천정 높이는 일반아파트 보다 10㎝ 정도 높다. *일반아파트 평균 층고 : 2m60㎝ = 천정 높이(2m30㎝)+천정 속(5㎝)+바닥마감(10㎝)+콘크리트(15㎝) >> 김정렬(金淨烈) 한국일반행정사협회 전임 교수 국내 최초로 부동산 전문가들로 네트워크를 구성, RE멤버스를 설립하고 부동산써브 대표를 역임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자산신탁, 기업체, 금융기관 등에 부동산 자문을 꾸준히 하고 있다. 저서로는 등이 있다.
- 2016-10-06 09:03
-
- 천국으로 가는 계단
- 지난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고 쾌적한 전철을 탄다. 경로석은 한쪽에만 의자가 있고 다른 한쪽은 장애인 소형 전동차 거치대가 있는 칸이 많다. 고령화 사회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노인인구가 많아지자 노약자석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노인들은 젊은이들이 앉아 있는 자리로는 가지 않으려 한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눈을 감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지금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일꾼이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할 나이이다 보니 피곤할 것이다. 그들은 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어렵게 이 자리에 앉았고 지금 몹시 피곤합니다. 일어나고 싶지 않은 저도 괴로우니 제발 경로석으로 가주세요. 우리도 경로석 쪽으로는 가지도 않고 간다 해도 그 자리에 절대 앉지 않잖아요.” 할 수 없이 문 쪽으로 가서 서 있는데 어느 쪽 문이 열릴지 신경이 자꾸 쓰인다. 경로석에서는 자리 양보가 잘 이뤄진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연배 혹은 거동이 불편하신 분이나 임산부, 아이를 데리고 있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젊은이들 자리에서보다 더 자연스레 이뤄진다. 물론 큰소리치는 늙은이도 있어 간혹 신문에 오르내리기도 하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빙산의 일각도 안 될 정도로 미미한 정도다. 노인들은 전철을 공짜로 타는 것만으로도 미안해한다. 노인들은 부모를 봉양해본 경험이 있기에 오냐오냐 떠받들며 키운 젊은이들과 다르다. 모르는 어르신이라도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인사를 하고 말씀을 듣고 경청했다. 효와 배려가 몸에 배어 있는 사람들이다. 전철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를 쳐다보니 마치 그림에서 보았던, 밝은 빛을 보고 그 빛을 따라 천국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보는 듯하다. 저 계단 위에 내가 소풍 갈 때 문 열고 나왔던 집이 있다는 생각을 하며 기쁜 마음으로 느리고 느린 에스컬레이터 속도가 답답해 불편한 무릎으로 한 칸 한 칸 빨리 올라도 간다. 그리고 매번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윗세대 봉양 잘했고 아랫세대에 치이는 알파고 시대에 플라톤 세대들을 노인의 날에 생각해봤다.
- 2016-10-05 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