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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의 문화행사
- 벚꽃이 만발하는 4월, 이달의 추천 전시·공연·행사를 소개한다. 진해군항제 일정 4월 1~10일 장소 중원로터리 및 진해 일대 국내 최대의 벚꽃축제로 손꼽히는 ‘진해군항제’가 개최된다. 벚꽃 명소인 여좌천, 경화역, 진해탑 등에선 36만 그루의 아름다운 왕벚나무를 감상할 수 있다. 축제 동안에는 평소 출입이 어려운 해군사관학교, 해군진해기지사령부의 영내 출입이 가능하며 해군복 입기, 요트크루즈 승선 등 다양한 체험 행사가 열린다. 특히 금요일 저녁과 주말에 개최되는 군악의장페스티벌은 진해군항제에서만 볼 수 있다. 당신은 지금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 일정 4월 3~8일 장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당신은 지금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는 출연진과 관객이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공연으로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없앴다는 점이 특징이다.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 중년 여성들에게 아직도 아름답고 열정을 내뿜을 수 있다는 용기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지난 6년 동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민참여형예술프로젝트,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신나는 예술여행 등의 사업에 선정됐다. 돌아온다 일정 4월 5일~5월 6일 장소 드림아트센터 2관 더블케이씨어터 출연 강성진, 정상훈, 김수로, 김곽경희 등 포스터에 ‘그리운 사람이 돌아옵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연극 ‘돌아온다’는 군대 간 아들을 기다리는 초등학교 여교사, 집 나간 필리핀 아내를 기다리는 청년, 욕쟁이 할머니 등 후회와 미련이 많은 주인공들의 사연을 통해 기다림과 그리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배우 김수로와 강성진을 필두로 다양한 연극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정상훈, 김로사, 김사울 등이 참여한다. 아드만 애니메이션 – 월레스&그로밋과 친구들 일정 4월 13일~7월 12일 장소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아드만 스튜디오’는 영국의 유명한 클레이 애니메이션 제작사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드만 스튜디오의 대표작 ‘윌레스와 그로밋’, ‘숀더쉽’, ‘치킨런’ 속의 주인공들을 만나볼 수 있다. 2018 앙상블마티네 개막 4월 21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지휘 윤승업 연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단 모차르트 시리즈를 목관, 현악, 금관, 심포니 총 4가지 테마로 나눴다. 이번 첫 번째 시리즈에서는 모차르트 작품 중 유일한 클라리넷 협주곡인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1악장’이 연주될 예정이다. 사랑해요, 당신 일정 4월 28일~6월 3일 장소 KT&G상상마당 대치아트홀 출연 이순재, 장용, 정영숙, 오미연 등 연기 베테랑 이순재, 장용이 남편 '한상우' 역을, 정영숙, 오미연이 아내 '주윤애' 역을 맡았다. 연극 '상랑해요, 당신"은 평범했던 부부에게 치매라는 불청객이 찾아오면서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렸다.
- 2018-03-2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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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섯 번 째 ‘따뜻한 콘서트’
- 이투데이 신춘음악회 ‘2018 따뜻한 콘서트’가 3월 9일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다. 공연은 7시 30분, 전 MBC 아나운서 서현진의 진행으로 시작했는데 객석은 이미 꽉 차 있었다. 순서지에는 K'ARTS 발레단, 김남윤과 바이올린 오케스트라, 프르테 디 콰트로와 발라드 가수 김범수가 아주 간단하게 소개되어 있었다. 첫 공연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진이 이끄는 K'ARTS의 발레로 시작되었다. 발레리나 민세연과 발레리노 이은수는 자그마한 체구로 대단한 기교는 느껴지지 않지만, 감동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민세연은 깃털 같은 발을 내디디며 몸짓은 날리는 꽃잎 같았다. 이은수의 깔끔한 동작과 어우러져 경쾌한 봄을 알리러 온 듯, 눈을 떼기 힘들었다. 물의 요정처럼 차고 신선했다. 이어서 발레리나 박선미와 발레리노 류성우의 무대가 있었다. ‘바람의 신’과 ‘공기의 요정’은 격동적이고 활기차 무대가 좁다는 느낌을 줄 정도였다. 진행자 서현진은 이투데이 김상우 부회장을 무대로 초대해서 신춘 음악회의 취지를 질문했다. 김부회장은 “이투데이가 사옥을 마련하면서부터 시작했는데 이번이 6회차가 되었다. 이투데이가 경제 신문의 사명을 다하고 나라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기여하여 국민이 부자 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무대는 한국음악예술종합학교와 영재교육원의 초등학생부터 대학생으로 구성된 세계 유일의 쇼스타비치 바이올린 오케스트라였는데 대중에게 익숙한 OST작품과 정통클래식 등을 연주했다. ‘에델바이스’, ‘미션임파셔블’이 나오자 관객들은 반가운 듯 손뼉을 치기도 했다. 사실‘ 클래식은 지루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일시에 날리는 신나는 무대였다. 음악은 면역력과 기억력을 향상하니 참지 말고 좋아하시라고 진행자가 말했다. 관객들의 환호를 받으며 등장한 남성4중창 ‘포르테 디 콰토르’. JTBC의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의 초대 우승팀으로 뮤지컬배우 고훈정, 테너 김현수, 베이스 손태진, 가수 이벼리를 멤버로 구성된 팀이다. ‘포르테 디 콰토르’는 ‘4명의 힘’ 또는‘ 4중창의 파워’를 의미한다. ‘오딧세아’, ‘베틀노래’는 여린 듯, 감성을 어루만지며 관객들을 평화로 이끌었다. 고급스러움과 대중성을 동시에 느끼게 했는데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크로스오버로 황홀하도록 설레는 감동을 주었다. 끝으로 무대에 오른 김범수는 관객들의 감성을 그 목소리 하나만으로 그에게 몰입시켜 버렸다. ‘끝사랑’, ‘보고 싶다’로 완전히 김범수에게 중독된 관객은 눈물을 글썽이며 각자의 사랑을 떠올리거나 작은 한숨을 내쉬는 것 같았다. 그런 순간에 김범수는 노련하게도 유머를 잊지 않았다. ‘어리석은 질문에 하는 흔한 답변을 이야기’하며 긴장을 풀어주기도 했다. 앙코르곡과 함께 무대는 막을 내렸다. 모두에게 봄을 배달한 것 같은 무대였다. 투명한 얼음이 눈앞에서 녹고, 물방울이 경쾌하게 떨어지며 시냇물이 졸졸 흐르기 시작하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매년 이투데이 음악회는 필자를 한 번도 실망하게 한 적이 없었다. 색다른 무대를 위해 노력한 담당자의 결과물일 것이다.
- 2018-03-1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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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춘음악회 '2018 따뜻한 콘서트'를 보고
- 매년 봄이 오는 길목에서 이투데이 신춘음악회 '2018 따뜻한 콘서트'가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다. 올해는 벌써 6회 공연이지만 필자는 운 좋게도 작년 이맘때쯤에 5회 공연을 관람하고 이번에 두 번째로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송파에 살고 있는 필자는 조금 이른 시간에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다. 퇴근시간의 지하철 9호선은 지옥철이었다. 공연시간보다 다소 이른 저녁 일곱 시 직전에 도착하여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근처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는 KBS로 올라갔다. 입장하기 직전의 KBS홀 로비에는 삼삼오오 지인들끼리 모여서 반가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평소 알고 지내는 동년기자들과 가볍게 인사를 하고 티켓팅 부스에서 티켓 두 장을 받아들고 입장을 했다. 사회를 맡은 서현진 아나운서의 맑고 카랑카랑한 멘트와 함께 막이 올랐다. 'K'ARTS 발레단‘은 국내외 최고 권위의 콩쿠르에서 입상한 무용수들이 대한민국의 발레를 선도하는 발레단이라고 들었다. 2명의 남녀 무용수들이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무대를 휘젓고 있었다. 사실, 발레공연은 필자 일상의 삶속에서 꽤나 거리가 먼 예술이다. 어쩌다가 찾아온 기회나 되어야 관람할 수 있지만, 오늘의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환상적인 공연은 어렴풋 지난 세월 속에서 관람했던 ‘빌리엘리어트’라는 영화를 추억해 내게 했다. 삶의 벼랑 끝인 탄광의 막장에서 아들 빌리의 성공을 위해 죽을힘을 다해 살아가는 광부와 그의 아들이 빌리엘리어트의 이야기다, 엄마를 여의고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광부인 아버지와 형을 둔 빌리는 우여곡절 끝에 성공하여 영국 왕립발레학교에 입학을 하게 된다. 그리고 멋진 발레리노가 된 빌리가 가족을 초청해서 공연을 펼치는데, 그 멋지게 날아오르는 앤딩 장면이 자꾸만 클로즈업 되어 왔다. 이어지는 무대는 바이올린 오케스트라였다. 바이올린의 대가 김남윤을 중심으로 한예종 졸업생과 재학생, 그리고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어린 예술영재들의 황홀한 바이올린 연주였다. 곡이 끝날때마다 관객 모두가 힘찬 박수로 환호를 했으며, 이들은 전통클래식, 올드팝, 영화음악 OST 등 다양한 분야의 음악을 들려주었다. 바이올린의 간드러지면서도 애달프고 때로는 경쾌한 선률이 리듬을 타고 객석에 울려퍼지는 순간, 칙칙한 겨울은 이미 떠나가고 있었다. 감상하는 내내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듯 한 시원함이 묻어나왔다. ‘따뜻한 콘서트’에 딱 어울리는 공연이었다. ‘포르테 디 콰트로’는 JTBC의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의 초대 우승팀으로 4인조 멤버로 구성된 팀이다. 시원시원하면서도 우렁우렁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매료되어 어깨까지 들썩이면서 감상을 했다. 선이 굵은 목소리에서 나오는 4중창은 무대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마지막 순서로 서현진 아나운서가 비주얼 가수라고 소개한 김범수가 등장했다. 지금까지 정통클래식 공연을 감상했다면 이번에는 섬세한 바이브레이션과 고저음을 오가는 가창력으로, 슬픈 가사와 멜로디를 지닌 김범수의 음악을 감상하게 되었다. “사랑이 날 또 아프게 해요 사랑이 날 또 울게 하네요 ~” 관객중에 어떤 분은 김범수의 ‘하루’를 들으면서 울컥했다고 했다. 공연은 무르익어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관객들은 공연자들과 끝까지 호흡하며 객석을 떠나지 못했다. 아직은 모질게 추웠던 금년겨울의 여운이 남아있었지만, ‘따뜻한 콘서트’ 공연을 감상하면서 칙칙한 그 여운조차 밀어내고 있음을 마음으로부터 느껴야 했다. 아내와 함께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공연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아내는 가장 인상깊은 공연은 ‘바이올린 오케스트라’라고 했으며 두 번째는 ‘포르테 디 콰트로’의 4중창을 꼽았다. 하지만 필자는 공연 모두가 의미있고 가슴속에 깊은 떨림과 여운으로 남았다고 대답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따분한 일상에서 만나게 된 ‘따뜻한 콘서트’는 잠자던 가지에 물을 올려 봄을 꽃피워 내고 있었다. 또한 아내랑 모처럼 함께 차분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어 더욱 의미가 있었다. ‘따뜻한 콘서트’를 감상하면서 겨울철의 암울했던 찌꺼기들은 훌훌 떠나보내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찬란한 새봄을 맞이해야겠다.
- 2018-03-1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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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
- 영하 15℃의 강한 한파가 몰려올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있던 어느 겨울날 저녁, 대학로로 연극 한 편을 보러 갔다. ‘앙리 할아버지와 나’라는 제목의 연극으로 꽃할배로 유명한 이순재, 신구 선생이 더블 캐스팅된 작품이다. 필자가 보러 간 날은 신구 선생이 열연을 했다. “니들이 게 맛을 알아?”라는 호통을 치는 광고로 매력을 발산하던 신구 선생. 고집불통 앙리 할아버지 역에 매우 잘 어울려 보였다. 상대역인 상큼 발랄한 젊은이 역은 탤런트 박소담이 맡았다. TV 드라마에서 봤던 이미지 그대로 매우 귀여운 모습이었다. 작품에는 4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더블 캐스팅이니 8명의 배우가 출연하고 있는 셈인데 필자가 보러 간 날은 신구, 박소담, 이도엽, 김은희 배우의 연기가 펼쳐졌다. 대학로에는 곳곳에 크고 작은 공연장이 있다. 오늘의 연극은 대명 문화공장에서 한다는데 대학로로 연극 좀 보러 다녔던 필자에게도 생소한 이름이었다. 약도대로 찾아가 보니 잘 아는 수현재 건물이다. 이 공연장은 배우 조재현 씨가 직접 지은 건물인데 건축비 일부를 대명그룹에서 후원을 받았기 때문에 개관 후 5년간 ‘수현재 씨어터’라는 이름 대신 DCF 대명문화공장이라는 명칭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규모가 매우 큰 이 공연장은 현재 1관과 2관은 대명에 임대한 상태이고 3관인 수현재 씨어터는 조재현 씨가 운영하고 있다 한다. 연극이 공연된 대명 문화공장 1관 비발디 파크홀은 아담하고 관람하기에 매우 좋았다. 무대와 객석이 가까워 친밀감이 드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 좌석의 경사도가 있어 앞사람에 가려 무대가 보이지 않는 일이 없어 편안했다. ‘앙리 할아버지와 나‘는 고집불통 할아버지 앙리와 상큼하고 발랄한 여대생 콘스탄스가 서로의 인생에서 특별한 존재가 돼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렸다. 은퇴한 회계사인 앙리는 아내를 잃은 후 혼자 살고 있다. 그가 하는 일은 아내가 아끼던 피아노를 거실 중앙에 놓고 매일 쓸고 닦으며 지내는 게 고작이고 아들 며느리에게 잔소리를 퍼붓는 게 일상이다. 그러자 아들이 아버지의 집 방 하나를 월세 놓겠다는 광고를 낸다. 겉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으니 아버지 약이라도 챙겨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속으로는 며느리를 못마땅해 하는 고집불통 아버지의 변화를 원하는 아들이다. 발랄한 여대생 콘스탄스는 싼 월세의 이 방을 놓치고 싶지 않다. 자신의 거처에 무단 침입한 듯한 젊은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앙리 할아버지는 월세를 줄 테니 자기 아들을 유혹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를 빌미로 탐탁지 않은 며느리를 쫓아낼 계획을 세운 것이다. 방이 절실히 필요했던 콘스탄스는 그러기로 하고 앙리 할아버지와 한집에 살게 되는데 유쾌한 퍼포먼스가 매우 재미있게 진행된다. 아들 폴 역을 맡은 이도엽 배우의 훤칠하게 잘생긴 모습으로 우스꽝스럽게 실수를 하는 연기로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40대 불임부부로 의욕 없는 나날을 보내던 폴은 콘스탄스의 유혹에 넘어가는 듯했지만 아내의 임신 소식에 그녀를 깊이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삶이란 성공이나 실패로 가를 수 있는 게 아니다. 짧은 인생 속에서 성공과 실패의 선을 굳이 그어보라고 한다면 서로를 얼마나 사랑했는가, 결국 그거였다고 말하는 앙리 할아버지. 그의 모습이 묵직한 무게로 다가왔다. 아들 내외를 축하하며 지병을 치료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앙리 할아버지의 마지막 편지는 관객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든다. 또 새로운 꿈을 찾아 떠나는 콘스탄스를 응원하며 자신이 죽더라도 콘스탄스의 대학 학비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한다.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홀로 남은 생을 살아가던 앙리 할아버지가 궁극에 깨달은 건 부와 명예도, 자신을 위한 자존심도 아닌 사랑이었다는 말이 가슴을 울렸다. 고집불통 앙리 할아버지와 콘스탄스가 서로에게 다가가며 이해하는 과정은 삶에 있어서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추운 겨울 날씨에도 훈훈한 마음을 한가득 품을 수 있었던 멋진 연극이었다.
- 2018-02-0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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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작가 故 윤조병 선생과의 마지막 수업
- 사랑하는 스승을 하늘로 떠나보낸 제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여느 해 같았으면 활기찬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을 것이다. 분위기는 엄숙했고, 숙연했다. 간간이 웃음소리가 들리지만 길지 않다. 한국 연극계 큰 별이고 원로였던 故 윤조병(1939~2017) 극작가가 살아생전 죽을힘을 다해 정성을 쏟았던 희곡교실의 마지막 수업 현장. 제자들은 조명 켜진 무대에 올라 객석을 주시한다. 아이 볼에 입꼬리 닿는 것처럼 해맑게 웃던 윤조병 선생이 저만치 객석에 앉아 있지는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다시 한 번… 또… 바라본다. 배우 입김을 불어넣은 희곡, 무대에 오르다 과천시설관리공단의 ‘극장에서 쓰는 희곡’ 프로그램은 2006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는 글쓰기 교실이다. 말 그대로 연극의 주재료이면서도 기초인 희곡을 극장에서 배우며 써보는 특별한 수업. 과천시민극장의 상주 단체인 극단 모시는사람들(대표 김정숙)과 함께 기획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작년 12월 5일 과천시민극장 소극장에서 가진 낭독회를 끝으로 2017년 전 과정을 마무리했다. 23명의 수강생 중 총 10명의 희곡이 낭독회 무대에 올랐다. 극단 모시는사람들의 배우 3명(문상희, 신문성, 이재훤)과 수강생이 무대에 나와 앉아 배역을 나눠 실제 연기하듯 희곡을 읽었다. 세월호를 주제로 한 ‘갈매기가 전해준 편지(현재경 작)’를 시작으로 그로테스크한 반전이 돋보이는 ‘어디만치 왔어요(박수자 작)’, 노부부의 허망한 이별을 다룬 ‘늦은 오후에 병을 만나니(김영희 작)’, 연천 GOP 총기난사 사건을 생각하게 만드는 ‘나는 GOP 병장입니다(정진영 작)’ 등 작가 10명의 작품이 무대 조명 아래 빛을 발했다. 다양한 주제와 각기 다른 연령에서 담아낸 작품은 전문가 못지않았다. 글을 꾸준히 써야 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재수강이 가능해 오랜 시간 희곡을 쓰고 배우면서 나날이 성장한 결과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희곡을 알게 되고 또 작가로도 활약하는 수강생도 꽤 되는 내공 깊은 글쓰기 모임이다. 극작가 윤조병의 후학(後學)이 꽃피다 이날은 수강생의 희곡 발표와 함께 그리움을 나누는 시간으로 이루어졌다. ‘극장에서 쓰는 희곡’ 교실에서 후학을 양성하던 극작가 겸 연출가 윤조병 선생이 마지막 수업 한 달여를 남기고 타계했다. 윤조병 선생은 수업이 하고 싶은 마음에 진통제를 먹어가며 최선을 다한 진정한 스승이었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극작가의 꿈을 꾸는 제자들에게 용기 북돋워주는 말은 물론이고 거침없는 독설까지 뱉어내면서 애정과 열정으로 가르쳤다. 제자들은 스승이 위독하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희곡을 써내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가르침을 받고 싶어서였다. 희곡교실 전체가 슬픔에 빠지고 말았다. 제자들은 침통해했고 상황을 버거워했다. 이날 낭독에 앞서 추모글을 읽은 현재경 씨는 “선생님이 돌아가신 이후 글 한 줄을 적을 수 없었다”며 애끊는 마음을 전했다. 2011년부터 돌아가시기 전까지 열두 번의 강의를 한 윤조병 선생. 이를 통해 제자 240명을 만나 희곡을 가르쳤고 함께 성장했던 노장이자 현역 극작가였다. 윤조병 선생 사후 그가 각색한 연극 ‘위대한 놀이’가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올라 죽어서도 이름을 남긴다는 말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윤조병 선생은 드라마센터연극아카데미 1기 출신으로 극작가 노경식과 함께 유치진, 차범석의 계보를 잇는 한국 사실주의극의 계승자였다. 윤조병 선생을 대신해 남은 수업을 진행해온 극단 모시는사람들의 김정숙 대표는 이날 인사말을 통해 “윤조병 선생님이 틀림없이 이곳 어딘가에서 앉아 여러분이 갈고닦은 보석 같은 작품을 함께 들어주실 것”이라면서 “밑거름이 돼주신 선생님이 더욱더 생각나는 밤”이라고 눈시울을 적셨다. 조용한 가운데 낭독회를 마친 수강생들은 시원섭섭한 마음과 함께 윤조병 선생을 회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수강생 강수정 씨는 “살아오면서 글 쓰는 사람을 많이 만났는데 작가라고 부르고 싶은 한 사람이 윤조병 선생님이고, 글쓰기를 즐길 수 있게 가르쳐주신 그분이 오늘 많이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현역 극작가인 정승진 씨는 “2015년부터 희곡교실을 다닌 덕에 희곡을 쓰며 살고 있는 것에 감사드리며 거짓 없는 글을 쓰겠다고 마음속으로 선생님과 약속했다”고 밝혔다. 살아생전 마지막 수업 날 몸이 너무 아파 목에 뭐가 넘어가지 않는다며 힘들어하던 윤조병 선생. 앉아 있기도 힘든 상황에도 끝까지 수업을 이어가던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 라이프@이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소개하고 싶은 동창회, 동호회 등이 있다면 bravo@etoday.co.kr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 2018-01-1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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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바탕 떠들썩하게 즐기는 마당놀이
- 필자는 음악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재즈, 팝송, 칸초네, 클래식 등 외국 장르를 즐겼고 우리 가요나 국악은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나이 들면 우리 노래가 좋아질 거라는 옛말이 있었지만 믿지 않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보니 어른들 말씀에 그른 것이 하나 없다는 걸 깨닫는다. 우리 가요나 국악의 은은함이 너무 좋아졌기 때문이다. 가사 하나하나가 마음을 울리는 폭풍 같은 매력을 이제는 알 것 같다. 마당놀이라는 장르의 공연을 보게 되었다. 뮤지컬, 오페라도 아닌 마당놀이라 해서 조금 망설였지만, 대여섯 살 무렵 엄마 치마를 잡고 극장에 따라가서 재미있게 봤던 국극이 떠올랐다. 임춘앵이라는 국극 배우의 이름을 아직도 기억하는데 그때의 국극 배우는 여성들로만 이루어져서 여자 배우가 짙은 눈썹과 수염을 달고 남장을 했던 것이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다. 당시의 국극이 아마 요즘의 마당놀이와 비슷한 것 아니었나 싶다. 마당놀이에는 특유의 해학과 풍자가 있다니 기대해보기로 했다. 마당놀이는 굉장히 재미있고 기운이 넘치는 흥겨운 무대였다.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심청이 온다’를 관람했다. 제목처럼 효녀 심청이에 관한 줄거리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야기인데 다 아는 내용을 어떻게 연출해서 보여줄지 기대가 되기도 했다. 아들이 티켓을 주며 재미있게 보는 꿀팁을 주겠다고 한다. 마당놀이가 시작되기 전 이벤트로 고사를 드린다고 하는데 배우뿐 아니라 관람객 누구라도 무언가 소원하는 게 있거나 동참하고 싶은 사람들은 얼마간의 돈을 고사상에 놓고 절을 올릴 수 있으니 엄마도 만 원 한 장 놓고 고사를 드리라 했다. 그러면 더 재미있게 마당놀이를 즐길 수 있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필자는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했다. 공연장이 원형이어서 관람석 어디에서나 잘 볼 수 있어 좋았다. 천장에는 연꽃을 표현한 연분홍의 큰 차일이 쳐져 있었고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국악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한쪽에 자리 잡고 흥겨운 곡들을 연주했다. 놀이가 시작되자 아들이 말한 대로 고사상이 차려졌다. 배우뿐 아니라 관객 중에서 몇 분이 나가 절을 했다. 필자는 정말 남 앞에 서는 걸 못하는 사람이다. 절대 나서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들이 해준 말을 생각하고 용기를 내어 무대로 걸어 나가 돼지머리 입에 만 원짜리 한 장을 끼워넣고 막걸리 한 잔을 받아 상에 올리고 절을 하며 아들 가족의 평안함을 기원했다. 극을 즐기려는 사람이 많았던 건지 꽤 많은 사람이 줄지어 돈을 놓고 절을 하며 소원을 빌었다. 고사상의 돈은 아마 극단 배우들의 회식에 쓰일 거라는 생각에 흐뭇했다. 극의 내용은 잘 알고 있어도 요즘 세태를 풍자하는 예리한 내용이 관객을 즐겁게 했다. 주인공은 물론 심청이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뺑덕어미 같았다. 뺑덕어미 역할을 맡은 배우는 어찌나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하는지 누구보다 돋보였다. 뚱뚱한 뺑덕어미가 자신도 심청이를 연기하고 싶은데 왜 심청은 여리여리한 날씬한 여자이어야만 하느냐고 푸념을 해대서 웃었다. 또 카톡, 해시태그, 급식체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젊은 관객을 유치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는 것 같았다. 심청이 아버지를 찾기 위해 맹인 잔치를 여는데 이 잔치를 가리켜 심청이가 사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 국가 권력을 남용한 게 아니냐고 했다. 요즘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사건을 연상시킨 풍자여서 웃음을 자아냈다. 화려한 조명,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의 조화, 상황에 맞는 다양한 소품, 아름다운 의상 등이 마당놀이를 환상적이고 멋지게 연출해냈고 중간 중간 배우들과 관객의 소통은 극을 보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심 봉사가 딸 청이를 보려고 눈을 번쩍 뜬다는 이야기로 극이 끝나자 천자에서 꽃가루가 뿌려지고 배우들이 객석을 돌며 관객들을 무대로 나오게 해 둥글게 손을 잡고 춤을 추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절대 그러지 않을 줄 알았던 필자와 같이 간 지인도 배우의 손에 이끌려 무대로 가서 춤을 췄다. 마당놀이는 좀 과장된 몸짓 연기가 펼쳐지지만, 필자 세대가 관람하기에 매우 흥겹고 즐거운 공연이다. 그저 감상하기만 하는 게 아니고 같이 동참해 즐길 수 있는 마당놀이를 필자는 계속 응원하고 싶다.
- 2018-01-0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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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구장의 배경음악
- 공식 당구 시합이 벌어지는 장소는 각양각색이다. 쇼핑몰에서 하는 경우도 있고 체육관에서 하는 경우도 있다. 쇼핑몰은 쇼핑객들에게 구경거리를 선사하고 쇼핑몰 광고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각종 잡음이 있어 별로 좋지 않다. 체육관에서 하는 경우는 객석이 너무 멀리 있어 관심 있는 선수의 경기를 보기 어렵다. 당구대가 여러 개 있어 여기저기서 박수소리가 들려 집중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외국에서 벌어지는 국제 경기는 독립된 건물에서 하기도 한다. 큰 건물이 있는 휴양지에서도 국제 경기를 한다. 우리나라에서 하는 경기는 기존 당구장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당구장에서는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당구 치는 사람들의 잡담 소리만 들린다. 조용히 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공을 칠 때마다 한마디씩 하게 되므로 다른 당구대 사람들에게 방해가 된다. 소위 방해 작전으로 하는 말도 있다. 당구 치는 사람의 평정심을 흐트러뜨리려는 의도로 일부러 말을 걸기도 하는 것이다. 재미는 있을지 모르나 좋은 매너는 아니다. 어느 당구장은 TV 스포츠 경기를 하루 종일 틀어놓는다. 프로야구 경기를 틀어놓기도 하고 UFC 경기를 틀어놓기도 한다. 그것만으로도 시끄럽다. 당구장을 투기 오락장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야구 경기 정도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데 안타라도 치면 괴성을 지르니 문제다. 아무 소리가 없으면 불안한 모양이다. 어느 당구장은 들어가자마자 개 두 마리가 짖으며 달려 나와 놀란 적이 있다. 계속 짖어대는 바람에 그만 치고 나갈 생각까지 했다. 주인은 개를 사랑한다지만 개를 싫어하는 손님들도 있다. 영업장에 개를 풀어놓을 일은 아니다. 경기도 한 당구장은 대회 때 감미로운 바이올린,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배경 음악을 깔아 호평을 받았다. 선수들이 평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반면 대한체육회장 배 당구대회에서는 수시로 공지 멘트를 마이크로 하는 통에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선수별 당구대 배정 멘트인데 댄스대회처럼 한쪽 벽에 붙여놓으면 될 일을 왜 소음에 버금가는 소리로 전달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독일의 국제 당구대회장에서는 축구장에서나 사용할 법한 나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해설자 얘기로는 독일만 그렇다는데 정신이 좀 나간 사람이 한 사람 있는 모양이다. 당구는 귀족 오락이다. 궁정에서 하던 스포츠였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요즘은 고급 라운지처럼 차려놓은 당구장도 종종 보인다. 물론 게임비가 일반 당구장보다 비싸다. 당구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멘탈 게임이다. 심리적 요소가 경기에 많이 작용한다. 고급 당구장들은 클래식 음악을 낮게 틀어놓는다. 좋은 일이다. 당구를 치면서도 스스로 격이 올라가는 기분이다.
- 2017-12-2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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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감상 매너는 마당놀이와 다르다
- 최근 일주일에 두 번꼴로 클래식 음악회, 오페라 등을 감상했다. 그만큼 고급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셈이다. 처음엔 어렵게만 생각되던 음악회와 오페라 등을 자주 보게 되면서 작품을 이해하는 폭도 점점 넓어졌다. 같은 오페라를 한 번 보고 두 번 볼 때의 이해도는 다르다. 인터넷으로 줄거리를 검색해보고 카탈로그를 사 보고, 후기까지 쓰고 나면 이해도는 더 높아진다. 두 번째로 볼 때는 이전에 써놓은 글을 보면 좋은 참고가 된다. 처음 볼 때 인상 깊었던 장면들을 유심히 보면 당시에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인다. 그런데 클래식 음악회나 오페라 공연에 대한 관객들 참여는 높아졌으나 질적인 면에서는 다져나가야 할 점이 많아 보인다. 전문가의 얘기를 들어보면 더욱 그렇다. 클래식은 귀족문화인데 서민적인 마당놀이와 구별을 못한다는 것이다. 또 클래식은 조용히 앉아 감상하는 것이 바른 태도인데 연주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쳐 다음 연주의 맥을 끊어버린다는 것이다. 박수를 쳐야 할 때가 따로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니면 판단하기 어렵다.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보고 있을 때는 음악이 끝났더라도 박수를 치면 안 된다. 어떤 공연에서는 지휘자가 손짓으로 박수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지휘자가 객석을 향해 인사할 때 박수를 치면 된다. 잘 모르면 다른 관객들이 박수를 칠 때 따라서 해도 늦지 않다. 반면 마당놀이는 객석에서 무대와 함께하는 반응이 나와줘야 흥이 난다. 클래식 공연장에서 출연자 노래를 따라 부르며 허밍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음악을 좀 안다는 자기과시다. 음향 시설이 잘되어 있는 음악당에서는 허밍 소리가 꽤 잘 들리며 다른 사람의 귀를 거슬리게 한다. 매너 없는 행위인 것이다. 클래식 공연장엔 비교적 깔끔한 옷을 입고 가야 한다. 객석이 어두워 누가 보랴 싶지만, 공연 시작 전 로비에서 사람들 복장을 보면 그 공연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편한 등산복 차림으로 들으면 편할지 모르지만, 같이 진지하게 감상할 준비를 하고 온 사람들과 땀 흘리며 연습한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최대한 좋은 옷을 입고, 최대한 좋은 음악을 들려주려 준비한 단원들에게 복장이나마 깔끔하게 하고 감상해주는 것이 매너다. 연주자들이나 성악가들은 엄청난 학비와 노고로 높은 수준에 오른 사람들이다. 악기 하나 배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단원들 중 외국 유학을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런 사람들이 협연하는 것이 오케스트라다. 클래식 공연에 아이들을 데려오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안내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란다. 공연 중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해서 다른 사람들의 집중을 방해한다. 클래식을 일찍 들려주려는 목적이라면 몰라도 아이 맡길 데가 없어 데려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 2017-11-0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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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 당구 선수들의 표정 관리
- TV 당구 채널이 생겨 하루 종일 당구 시합을 볼 수 있다. 국내 경기도 있고 국제 경기도 있다. 아무래도 국내 프로 선수들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프로 선수들은 얼굴이 알려져 연예인 급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직 당구 대회가 많지 않고 상금도 약하지만, 프로 당구 선수들은 당구 만으로 생업이 가능해졌다. 상금 외에 유명세 만으로도 레슨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꽤 되는 모양이다. 'LG U+' 대회는 올해 우승 상금이 8천만 원이었다.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라 하니 우승하고 나면 상금만으로도 상당한 수입이다. 지난 'LG U+' 대회에서 우승한 이탈리아의 자네티 선수는 경기 중에 스트로크 할 때마다 다양한 개성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멋진 기술이 통했을 때는 자기 자신을 뿌듯해 하기도 하고 실수를 했을 때는 안타까운 표정도 잘 지었다. 너무 경망스러워 보이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었지만, 해설자도 “프로 선수들은 그래야 한다”라고 거들어 줬다. 4대 천왕이라고 불리는 산체스, 쿠드롱, 야스퍼스, 브롬달 선수를 보면 자네티 만큼은 아니더라도 얼굴 표정에 여유가 있어 보인다. 약간의 익살이나 쇼맨십도 있다. 그런 것을 잘 할수록 팬이 늘어난다. 물론 베트남의 응유엔 선수나 프랑스의 뷰리 선수는 큐를 다루는 모습이 불량스러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선수들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프로 당구 선수들의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 모두 너무 비장해 보인다. 노련한 프로 당구 선수나 이제 갓 성년이 된 젊은 선수나 또는 여자 선수들까지도 남녀노소가 모두 같다. 웃음 띤 모습은 전혀 볼 수 없고 항상 진지하고 심각해 보인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승자는 웃음을 보이고 패자는 여전히 무표정하게 악수를 받아 준다. 물론 승패가 걸렸으니 여유를 부릴 틈이 없다. 그리고 일단 자기 차례가 왔을 때는 스트로크, 당점, 큐 스피드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공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너무 경직되면 스트로크 또한 경직되게 나간다. 점수를 올리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공략법이 있는데 시야가 좁아지니 제 페이스를 못 찾고 공타가 늘어난다. 선수도 아니고 동호인끼리 당구를 치면서도 표정 관리는 중요하다. 너무 심각한 표정으로 플레이를 하게 되면 지나치게 승부욕에 집착하는 것으로 보인다. 구경하는 사람들까지 경직되게 만든다. 승패 이전에 같이 즐기는 게임이라는 것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댄스에서도 표정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초보자들은 스텝을 익히기 바쁘지만, 정작 경기 대회에서는 스텝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당연히 스텝은 연습하면 익힐 수 있는 것이고 수없이 반복 연습을 하면서 경기 대회에서 스텝을 틀리는 선수는 거의 없다. 틀린다 해도 선수들마다 루틴이 다르므로 심사위원들이 잡아내기 어렵다. 그렇다면 결국 심사위원들의 시선은 최종적으로 선수들 얼굴 표정으로 간다. 스텝을 틀린 사람은 얼굴 표정에서 나타난다. 파트너를 믿지 못하는 선수는 파트너의 스텝이 불안해서 시선이 아래로 떨어진다. 그러나 파트너를 믿게 되면 시선은 자연스럽게 위를 향하며 여유가 있어 보인다. 춤을 추는 동안에 심사위원들과 눈도 맞추고 객석의 응원하는 사람들과도 소통한다. 프로는 얼굴 표정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 2017-10-14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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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꿈꾸는 소녀 양수경, 인생 2막을 다시 가수로 데뷔
- 제목만 말해도 그 시대의 풍경이 떠오르는 노래들이 있다. ‘사랑은 창밖의 빗물 같아요’, ‘이별의 끝은 어디인가요’, ‘당신은 어디 있나요’ 등등 발표될 때마다 가요 차트를 점령하며 시대의 유행가로 자리매김한 그 노래들. 특유의 여린 목소리로 그 시절의 애절한 감성을 노래했던 양수경(52)이 무려 27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긴 세월을 넘어 그대로 도착한 듯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그녀는 여전히 꿈을 꾸는 소녀와 삶의 부침을 겪고 거듭난 생활인으로서의 모습을 함께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철두철미한 가수였다. 그녀가 인생 2막을 열면서 발견한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가수 양수경의 귀환은 요즘 한창 일어나고 있는 ‘8090’ 가수들의 복귀 붐 속에서도 특별한 느낌을 준다. 작년부터 여러 음악 방송 프로그램에서 무대를 가진 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단독 콘서트를 27년 만에 연 것이다. 절대로 쉽지 않은 일이었음이 짐작된다. 후회 없이 할 수 있는 일, 답은 노래였다 “준비하면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몇 번이나 들었어요. 추억 속에 있는 게 낫지 않을까. 그렇지만 아이들 엄마이기에 나만 생각할 수는 없었어요. 사업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어요. ‘내가 잘하는 일이 뭘까’, ‘눈감는 날까지 후회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를 무지 많이 고민했죠. 답은 노래였어요.” 양수경은 공연을 앞두고 2014년 일기를 봤다. 공연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써놓은 자신의 글이었다. 그 막연했던 희망이 3년 정도 지나 이제야 이뤄진 셈이다. 그러나 막상 그런 무대가 찾아오니 갈등과 두려움이 올라왔다. ‘이번만 하고 다시는 못하는 것 아닌가, 무대에 섰는데 노래가 잘못 나오지 않을까, 차라리 안 보여주면 망신이라도 안 당할 텐데….’ 공연 끝나고 다음 날 아침까지 잠 못 자 “요즘 공연 시장도 안 좋지, 음반업계도 안 좋지. 내 나이에 뭔가 시작한다는 것도 두려웠고. 공연 날 표가 백몇 석이 비었다는 얘기를 듣고 무대를 올라갔어요. 그런데 막상 올라가 보니, 객석이 꽉 차 있었어요. 나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 뻔했어요. 그리고 노래를 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했는데… 모르겠어. 시작했는데 끝나 있었어요.” 성공이었다. 공연 직전까지 떠올렸던 모든 어둠과 고통을 날려버릴 정도의 성공. 공연 전날 불안감에 잠을 못 잤던 양수경은 공연이 끝나고 정반대의 이유로 그다음 날 아침 여덟 시까지 잠을 못 잤다. 공연을 본 사람들에게서 들은 “다시 또 오고 싶어요”라는 말이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울고 웃는 게 상상을 초월했죠. 우리 밴드는 최고의 세션이에요. 최고의 가수들과 해외 공연을 다 해본 사람들이라서 무대에서 설렐 사람들이 아니에요. 그런데 그 친구들이 나처럼 잠이 안 온다면서 전화를 했어요. ‘누나, 이상해. 아직도 안 가셔. 모르겠어. 어떤 힘인지 모르겠는데 아직은 설레’라고.” 세상의 무수한 따스함과 마주하다 양수경은 이번 공연을 기획하고 추진하면서 자신을 도와주는 따뜻한 사람들을 무수히 만났다. 그 만남들은 그녀로 하여금 지난 시간을 후회하게 만드는 계기도 됐다. “옛날에는 제가 말을 잘 안 했어요. 그게 너무 후회스러웠어요. 좀 어렸을 때 주위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말하고 사귀면 그게 추억으로 남는 건데 그걸 못한 거죠. 어렸을 때는 너무 가난해서 똑바로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기 때문에 나 자신을 너무 포장했어요. 지금은 내가 풀어놓으니까, 많은 걸 내려놓고 나니까 세상이 따뜻해요. 전보다 가진 것도 없고, 모든 걸 다 잃은 줄 알았는데 여기 이렇게 따뜻한 분들이 계셨어요.” 그녀가 세상의 따뜻함을 깨닫게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 과정은 슬픔과 인고의 세월이기도 했다.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어 인간 양수경은 내비게이션 아니면 어디에도 갈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자꾸 ‘수호천사’들이 나타나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들이. 뜻밖에 누군가가 나타나 나에게 손을 내밀어줄 거라곤 생각 못해봤어요. 단절된 삶, 이슬에 젖어 산 세월이 참 길었지. 해 뜨는 것도 싫고 해 지는 것도 싫었던 때가. 너무나 많은 배신이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그녀는 사람을 볼 때 눈을 본다고 말했다. 눈은 숨길 수 없다는 게 그녀의 지론이었다. 그리고 그 기준은 자신에게도 해당되었다. 그녀는 힘든 시간에 ‘제 마음에 분한 게 없게 해주세요, 내 눈에 사악한 게 없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그 소원 덕분일까, 그녀의 눈은 30여 년 전처럼 여전히 해맑았다. “아직도 아픈데, 그 아픔이 사람들에게 전해지지 않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날 보고 울고 웃고 용기를 얻으면 좋겠어요.” 내년 데뷔 30주년 공연도 하고 싶지만…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서 고통을 보지 않고 힘을 얻으면 좋겠다는 말은 철저한 대중가수로서의 양수경을 설명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제2의 인생 또한 첫 번째 인생처럼 가수로서 다시 문을 연 셈이다. 컴백 공연 전에는 조관우의 ‘늪’, 김범수의 ‘약속’을 만든 베테랑 작곡가 하광훈과 손잡고 신곡 ‘애련’을 발표했다. 그것은 과거에만 함몰되지 않는 ‘현역’ 가수로서의 양수경을 증명해주는 의지처럼 보였다. “지금 리메이크 앨범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런데 참 돈이 많이 들어가더라(웃음). 과거에는 음반을 내면 많은 수입이 들어왔어요. 그런데 지금은 음반이 안 나가요. 그래도 우리 또래 사람들은 CD를 가끔씩 사는데 젊은 사람들은 전혀 그렇지 않죠. 우리의 낭만은 산업에 묻혔어요. 음반이나 예술 하시는 분들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거잖아요. 하지만 시대를 따라가다 보니까 앨범 한 장을 만들면서 생기는 추억이나 낭만이란 게 묻혀서 없어졌어요. 그래도 난 앨범을 만들 거예요.” 그러고 보니 그동안 양수경이 소화한 장르는 굉장히 넓다. 트로트, 발라드, 댄스, 탱고 등등. 자연스럽게 그녀가 어떤 가수가 되길 원하는지 궁금해졌다. “저는 대중가수예요. 그럼 대중이 좋아할 쉽고 편한 노래를 부르면 되죠. 노래는 안 되면 언제든지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내가 노력이라는 걸 잊지 않는 가수면 좋겠고 확실한 내 색깔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전 분명 이선희, 현미 언니와도 다르니까요.” 비굴하게 살지 말자는 다짐 인터뷰를 하면서 양수경은 그 소녀 같은 이미지와는 달리 직업적으로 완고하고 고집이 센, 흡사 장인에 가까운 의식이 있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그것이 그녀가 타고난 성정일 것이다. 그리고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굴곡진 삶을 이겨내고 최고의 자리에 설 수 있게 만들었던 힘일지도 모른다. “가수를 딴따라라고 부르는 게 싫었어요. 그런 시선들이 좋지 않았고, 나라도 똑바로 살아야겠다 싶었죠. 연예인은 우리가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계속 쳐다보는 직업이에요. 그럼 많은 걸 포기해야 해요. 외로운 것도 받아들여야 하고요.” 어렸을 때부터 연예계에 몸을 담아야 했기에 체득해야 했던 그 완고함을 도와줬던 것은 책이었다. “어렸을 때는 책을 많이 읽었죠. 맨 연애소설만 읽었지(웃음). 특히 시드니 셀던 소설을 즐겨 읽었는데, 사람들은 그 소설에서 연애를 읽지만 잘 읽어보면 가난한 여자가 상류사회로 진출하면서 변화되는 모습이 나와요. 전 그 여자의 성공 과정에 대한 내용을 계속 읽었어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인문학 서적만 찾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시드니 셀던 소설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도 발견했고, 과학, 경제, 예술에 대한 이야기들도 읽었어요.” 소설에서 인생을 배웠다는 신선한 관점. 그렇다면 그녀가 삶을 살면서 이것만은 지켜야 한다고 마음먹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비굴하게는 살지 말자. 누군가 내 눈동자를 봤을 때 무엇을 감추려 하거나 비굴하게 보이지는 말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 나이 아름다움은 눈빛에서 나오는 것 양수경은 화가 날 때면 하늘을 보며 웃는다고 말했다. ‘예쁘게 살기도 힘든데’라는 말이 그녀의 반문이었다. 예쁘게 살고 싶다는 희망은 그녀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였다. 그녀는 여자로서 당당하게 사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고 예쁘게 사는 것 또한 당당한 여성으로서의 삶의 일부였다. “우리 나이의 아름다움은 눈빛에서 나와요. 그러니 잘 때도 웃으면서 자야 해요. 그건 돈으로도 할 수 없고 시술로도 안 되는 부분이죠.” 그녀는 여성의 삶에서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딱 잘라 대답했다. “아, 그건 없어. 내가 신데렐라가 돼야 해요. 기다리는 게 아니라 자신이 그만큼 되어야 하는 거예요. 연애? 예전에는 연예인이라서 다 막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어요. 하지만 지금 그런 거 생각할 여유가 없어요. 그리고 내가 타인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요. 내 스스로 일어나고 싶은 거죠.” 그녀가 여유가 없다고 말한 이유, 바로 내년이 데뷔 3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른 생각들보다 다음 공연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하는 게 더 급해 보였다. “이번 콘서트가 끝나고 다른 가수들의 공연을 본 뒤에 ‘난 아직 좋아할 때가 아니다. 다음 공연을 어떻게 할지 그걸 짜야 한다’ 했어요. 3년 전에 생각한 걸 이제야 한 거잖아요. 그래서 공연 다음 날 바로 다음 공연 기획을 짰어요. 물론 아무리 계획을 세워봤자 우리 뜻대로 되는 건 없죠. 꿈과 희망을 가질 수는 있는데 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지진 않아요. 그래서 자연의 순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세상이 예뻤으면 좋겠어요” 최근에 양수경은 예능 프로그램인 에 출연했다. 방송은 그녀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대답은 지극히 ‘가수 양수경’다웠다. “방송? 불러줘야 나가죠. 그런데 방송 욕심보다는 공연 욕심이 더 커요. 그렇다고 방송국에서 절 안 부르는 건 아니에요(웃음). 부르긴 불러요. 하지만 난 대중가수예요. 대중들을 위해 쇼를 하는 가수이고 싶어요.” 가수로서의 삶 외에도 양수경에게는 또 다른 삶에 대한 꿈이 있다. “혼자 사는 여자들, 싱글맘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여유가 생긴다면 그런 삶을 살고 싶은 거죠.” 양수경 본인은 몰랐을지라도, 그녀를 그리워하는 팬들은 항상 있었다. 그들에게는 남편과 사별하고 세 아이의 엄마로서 그녀가 다시 돌아온 것이 고마운 선물 같았을 것이다. 힘겹게 먼 길을 돌아 자신의 자리로 다시 도착한 그녀는 그 시절 그때처럼 여전히 꿈꾸는 소녀 같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꿈을 꾸면서 살고 싶었어요. 지금도 꿈을 꿔요. 밝고 맑은 세상에서 그렇게 예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 2017-09-30 1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