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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해와 편견 거둔 실버타운, “이유 있는 열풍”
- 부모를 실버타운에 모신다고 하면 불효자처럼 여기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5성급 호텔 수준의 서비스와 시설을 갖춘 고급 실버타운이 등장하고, 입주 대기를 해야 할 만큼 인기가 치솟으면서 인식이 달라졌다. 오히려 최근에는 ‘실버타운에 살려면 돈이 많이 든다’는 편견도 생겨났다. 고령화 흐름 속 실버타운의 수요 증가는 쉬이 예측할 수 있다. 문제는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 실버타운을 둘러싼 업계 전망과 더불어 나아갈 방향을 짚어봤다. 도움말 강대빈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부회장 실버타운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그 개념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흔히 실버타운 또는 시니어타운으로 부르는 곳(이하 ‘실버타운’으로 일괄)들은 주로 노인복지법에 따른 노인주거복지시설(양로시설·공동생활가정·노인복지주택)을 의미한다. 아직까지는 국내에 실버타운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나 체계가 미비한 실정이다. 때문에 소비자들도 요양원, 요양병원 등과 헷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는 보증금 및 관리비, 생활비 등을 ‘100% 개인이 부담’하는 ‘유료 양로시설과 노인복지주택’을 실버타운으로 이해하면 된다. 여기에 ‘독립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만 60세 이상의 건강한 노인’이라야 입소 가능하다는 것도 유사 시설과의 차별점이다. 과거 부모를 실버타운에 보내는 자식을 불효자로 여긴 배경은 ‘몸이 아픈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간호가 필요한 노인은 실버타운 입소가 어렵기 때문에 이는 오해였다. 이러한 오해가 점차 해소되고, 점점 고급화된 시설이 생겨나면서 실버타운을 바라보는 업계 시선도 달라졌다. 강대빈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부회장은 “과거엔 주로 사회복지법인이나 건설 대기업이 실버타운을 짓고 운영했다면, 요즘은 보험사나 금융사, 호텔, 식품회사 등 다양한 기업이 참여한다. 예전에는 실버타운으로 수익을 낸다고 하면 ‘노인들 대상으로 장사한다’며 시선이 곱지 않았다. 이제는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면서 ‘노인복지’ 측면에서 바라보기보다는 ‘사업성’에 주목하는 경향”이라며 “과거엔 실버타운에 간다고 하면 부끄럽게 여기기도 했는데, 요즘은 상당히 완화됐다. 이제는 노후 주거생활의 선택지 중 하나로 간주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불효자 오해 거두니 ‘비싸다’는 편견 생겨 강대빈 부회장은 “요즘은 실버타운은 비싼 곳이라는 편견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진행한 ‘실버타운 및 요양원 관련 인식 조사’(2017)에 따르면 ‘부모가 아플 때 모시고 싶은 곳으로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고려하는 진짜 이유’를 묻자 대다수가 ‘국내 실버타운은 왠지 부유층만을 위한 주거시설이라는 느낌이 있다’(82.4%)고 답했다. 이는 그동안 실버타운의 이미지 변화를 꾀한 업계의 노력과 더불어 호텔형 실버타운이 이슈로 떠오른 결과로 유추할 수 있다. 유명인사의 초호화 실버타운 생활이 공개되거나, 거액의 보증금과 생활비를 부각하는 콘텐츠 등의 영향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는 일부 최고급 실버타운에 해당하는 이야기라는 게 강 부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상위 몇 곳 정도 제외하면 대체로 합리적인 가격대로 실버타운 생활이 가능하다. 가령 실버타운에서 생활비가 월 200만 원 정도 든다고 하면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입주 전 지출 비용과 비교해보면 비슷하거나 그보다 적게 드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다만 현재는 실버타운 수가 많지 않아 대체로 비슷한 형태의 서비스가 제공되는데, 점차 공급이 많아지면 옵션이 다양하고 특화된 서비스를 갖춘 곳이 생겨날 전망이다. 그럼 자신의 생활이나 경제 상황에 알맞은 곳을 선택할 여지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국민연금연구원(2019)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장년은 부부 기준 매달 적정 노후 생활비로 평균 268만 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실제 지난해 기준 부부의 실버타운 월 생활비(의무식 포함 기준)는 상위 4곳을 제외하면 대부분 200만 원대로 책정됐다.(도서 ‘실버타운 올가이드’ 참고) 즉 애써 생활비가 높은 곳을 택하지 않는다면, 꼭 비싼 돈을 들여야만 실버타운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입주자들의 후기를 보면 비슷한 생활비로 가사 노동에서 벗어나고, 편의시설과 다채로운 문화생활을 즐긴다는 점에서 이득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수요 대비 공급, 0.05% 수준에 불과해 실버타운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입주자의 만족도가 올라가며 이에 대한 수요도 자연스레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그 열풍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다만 물리적으로 수요에 걸맞게 공급이 따라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대빈 부회장은 “업계에서는 실버타운에 대한 수요가 노인 인구의 2~3%가량 된다고 추정한다. 현재 대한민국 노인 인구는 100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의 2%만 추려도 20만 명이다. 그런데 현재 운영 중인 실버타운에 공급 예정인 곳들을 합산하더라도 총 1만 세대 정도다. 일본만 해도 현재 실버타운이 1만 5000곳 넘게 운영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즉 한국 실버타운은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언급한 노인주거복지시설의 개념에 따라 합산해본다면 국내에 운영 중인 실버타운은 30곳 남짓이다. 강 부회장이 말한 수치로 견주어보면 수요량을 따라가기 위해선 현재보다 20배의 공급량이 필요한 시점이다. 때문에 강 부회장은 이에 대한 정책적 논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노인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실버타운을 공급하고 있다. 소위 ‘알뜰 실버타운’으로 불리는 ‘고령자복지주택’(공공실버주택)이다. 2021년 말 기준 2260가구의 공급을 완료했고, 2025년까지 1만 가구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다만 저소득 고령자를 위한 복지의 목적이기 때문에 입주 자격이 정해져 있다. 만 65세 이상이면서, 무주택자이고(배우자와 신청자 모두 주택도 없고 분양권도 없어야 함),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50%, 70%(국가유공자) 이하인 자라야 가능하다. 때문에 업계 전문가들은 ‘중산층’에 대해 우려하는 상황이다. 강 부회장은 “고소득층은 경제적 능력이 되니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저소득층은 나름의 복지정책이 마련돼 있다. 문제는 중산층이다. 경제적으로 크게 여유롭지 않고 아무런 혜택도 없는 상황에서, 턱없이 부족한 실버타운 몇 곳에 몰리게 되는 것”이라며 “시설과 서비스가 양적으로 질적으로 다 좋으려면 비용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실버타운의 경우 대체로 생활 전반에 필요한 모든 걸 제공해주는 식으로 운영하는데, 해외 사례를 보면 필요한 일부 서비스만 제공하는 형태도 생겨나는 추세다. 중산층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맞춤형으로 취사 선택 가능한 서비스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연구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평생 보금자리 위한 실버타운의 미래 여러 기관에서 실시한 노후 거주와 관련한 조사를 살펴보면 ‘어디에 살 것인가’를 묻는 항목의 1순위는 대체로 ‘현재 사는 집’이 차지한다. 한 예로 보건복지부 ‘2020 노인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84%는 건강이 유지된다면 현재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원했다. 이는 가급적 살던 집(또는 지역)에서 나이 들고 싶어 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이하 AIP)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만약 노후에 실버타운 거주를 택했다면, 이들에게 AIP는 살던 실버타운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실버타운에서 AIP를 이루기란 쉽지 않다. 현재 국내 실버타운에서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법적·제도적 한계가 있어서다. 때문에 실버타운에서 생활하다가 건강이 악화되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삶의 터전을 옮길 수밖에 없다. 강 부회장은 “현재 국내 실버타운 운영체제를 보면 AIP를 실현할 수 있는 곳은 몇 군데 되지 않는다. 어르신들이 실버타운에 오실 때는 곧 이사를 가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죽을 때까지 여기 살겠다’는 마음으로 들어온다. 그러다 건강이 악화돼 퇴소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낙담하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기본적인 생활과 더불어 너싱홈(Nursing Home)등을 갖춘 복합시설 개념의 실버타운이 앞으로 많이 생겨나길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 2023-11-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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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의 피 나눠 가진 자매, 귀촌해 일군 농장
- 그가 귀농한 지 어언 15년이 지났지만, 처음이나 지금이나 농장의 모습은 변한 게 없단다. 처음부터 그냥 있는 그대로 자연스러운 농사를 지었는데, 지금도 그냥 그렇게 자연의 생리를 좇아 일을 지속하고 있다는 거다. 한 가지 변한 건 있다. 처음 몇 가지 소소하게 길렀던 채소, 과일, 화초의 수가 자그마치 300여 종으로 늘었다. 그 많은 식물이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지? 그다지 넓지 않은 농장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려도 단박에 알아보기는 불가능하다. 비정형적으로 또는 제멋대로 작물이 산재하고 있거니와, 그마저도 수북이 자란 풀들과 동거하기 때문이다. 얼추 야생의 풀밭을 연상시키는 농장이다. 그렇다면 이건 지리멸렬한 농사의 산물? 아니다. 농장주 한은영(59, 아르아르농장 대표)은 옥천군에서 알아주는 이가 많은 선진농업 경영인이다. 매우 독특한 농법으로 순풍을 돛에 매단 배처럼 질주하고 있다. 서울에서 살았던 한은영이 이곳 옥천군 외진 시골로 내려와 관심을 가진 건 양봉이었다. 과천시 변두리에서 양봉을 했던 부모님의 어깨너머로 좀 익힌 양봉 기술이 있어서였다. 그래 벌통 몇 개를 놓고 소규모 양봉 농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의 진정한 관심사는 자급자족에 있었다. 이왕 시골살이를 할 거라면 내가 먹을 건 내 손으로 길러 취하자는 생각으로 텃밭 농사 스타일의 농장을 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겐 수칙 하나가 있었다. 농약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농법을 시종일관 유지하겠다는 기본 방향을 설정한 것이다. 농장은 한적하고 조용한 야산 아래에 있다. 저 멀리 사방에도 나지막한 산들이 펼쳐져 싱그럽다. “이곳에 터를 잡은 건 아늑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였다. 아, 좋다! 우연히 지나가다 만난 곳이지만 첫눈에 호감을 갖고 탄성을 터뜨렸다. 양봉을 할 만한 밀원(蜜源)도 있어 적격이었다. 무엇보다 먹거리를 자급하며 재미있게 살 수 있는 산골이라는 생각에 즐거웠다.” 여기에서 산 15년 가운데 절반의 세월이 흐르기까지는 자급자족을 위한 작은 농사를 했을 뿐, 계획적인 생산이나 판매 활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지? “그렇다. 애초 무슨 구상을 가지고 귀농을 한 게 아니었다. 그저 농약 치지 않은 깨끗한 먹거리를 길러 건강한 밥상을 차리고, 거둔 것들을 친지나 이웃들과 나누자는 데 가치를 두었다. 따라서 비닐하우스 두 동 외에 농업 시설이나 장비를 마련할 필요가 없었다. 이렇게 시작한 귀농의 나날은 정신적으로 여유로웠다. 살고 싶은 방식대로 살아 유쾌했다. 작물을 가꾸고 꽃을 키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농사 초심자였던 만큼 유기농에 필요한 기술 습득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초기엔 씨앗이 싹을 틔우고 싱싱하게 잘 자라는 재미에 빠져 무엇이든 갖다가 잔뜩 심었다. 한 평 땅에 20여 가지 채소류를 가꾸기도 했다. 서툰 재배 기술은 마을 어르신들에게 여쭈어 보완했다. 그런데 농업기관에서 나온 이들이 작물마다 특화된 농약과 비료가 있다며 만류하더라. 자칫 다 죽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는 얘기였다. 있는 그대로 자연조건을 고려해 심은 식물들이 잘 자라는 걸 경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수확량은 관행 농사보다 적을망정 생태농업을 통해 깨끗한 결실을 거둘 수 있다는 게 너무도 좋았다.” 이곳에서처럼 무농약농업, 생태농업을 하는 농가가 드물지 않다. 그러나 수익성이 낮아 흔히 고전한다. “무농약농업은 제초 작업부터 버거운 게 사실이다. 나는 풀을 베어 거름을 만들거나, 발로 밟아 쓰러뜨려놓거나, 그냥 그대로 놔둔다. 농토를 최대한 자연 상태 그대로 두고 식물을 기르는 게 사리에 맞다는 생각에서다. 한때는 소 한 마리를 기를 생각도 했다. 기계장비로 밭을 가는 것보다 소 쟁기질로 일을 처리하는 게 땅이라는 자연을 존중하는 길이라고 봤는데, 소 한 마리 사육을 위한 축사 허가가 불가능한 걸 알고 포기했다.” 생계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 먹거리 자급자족만으로는 생활 유지에 한계가 있었을 텐데. “소득원이 있었다. 서울에서 해왔던 직업 활동의 일부를 이곳에서도 틈틈이 계속해 문제를 해결했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판매 목적의 농사 방식을 선택했을 것 같다. 농사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감을 갖고 살지는 않았다.” 긍정적인 신호로 가득한 나날들 한은영에겐 서울에 근거를 두고 활동했던 직업이 있었다. 그는 국악을 전공했다. 비파라는 전통 현악기 연주자이자 작곡가로 활동했다. 한동안 명맥이 끊기다시피 한 비파를 복원한 유공자이기도 한 그는 강의를 했고, 제자를 양성했다. 이와 같은 경륜과 재능 일부를 시골 생활에 접목했다. 이를테면 원데이 클래스 같은 걸로 일정한 수입을 얻으며 긍정적인 신호로 가득한 나날을 꾸려왔던 것이다. 이채로운 건 또 있다. 그는 여동생 한은미(57)와 이곳에서 함께 산다. 즉 이 농장은 자매가 지향점을 공유하며 공동으로 일군 노력의 소산이다. 한은미도 예술을 전공했다. 금속공예로 기량을 발휘했다. 이런 한은미 역시 텃밭 농사를 즐기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지역에서 공예 관련 일을 함으로써 수입원으로 삼았다. 언니와 마찬가지로 인근 학교 아이들에게, 또는 농장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재능을 나누며 생활에 지장 없는 수준의 소득을 올렸다. 농장에선 자매의 컬래버레이션으로 기획된 예술적 프로그램이 자주 펼쳐졌던 것 같다. 어쩌면 농장이 통째 두 사람의 예술적 감수성과 상상력이 날갯짓하는 오픈 스튜디오, 혹은 꿈의 공간일지도. 한은미는 요즘 인근 학교의 도서관 사서로 일한다. 이날도 출근해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삶이란 묘한 것이다. 사람을 미처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데려가기도 하니까. 변신이랄까, 한은영은 귀농 중기에 이르러 완전한 농부가 됐다. 직업으로 농사를 하기에 이르렀다. 먹거리를 스스로 해결하는 한편 이웃들과 결실을 나누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으나, 시나브로 농장 상황에 한결 긍정적인 변화가 오면서 판매 활동에 나서게 됐다. 10년 후에도 지금처럼 풀들과 함께 본격적인 농사, 그러니까 남들에게 생산물을 팔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나? “7~8년 전부터다. 당초 농작물 판매는 계획에도 없었고 예감하지도 못했다. 일찍부터 우리 농장엔 방문객이 많았다. 구경 삼아, 체험 삼아 오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풀밭에서 자라나는 온갖 식물들을 신기해했다. 단장을 하지 않아 농장은 어수선했지만, 말 그대로 ‘자연이 준 선물’에 가까운 친환경 생산물을 거둔다는 데 관심을 갖고 지지해줬다. ‘정신 나간 농사’라는 말도 들었지만 말이다.(웃음) 그러나 이상하다 여긴 사람들조차 우리가 나누어준 먹거리에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구매를 원했고, 그 수가 날로 늘어났다. 이러한 상황에 부응해 상업적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저절로 고객층이 형성되다니. 이는 흔히 보기 어려운 신개념 판매 루트에 가까울 것 같다. 농민들에게 가장 어려운 판로 문제가 선행적으로 자동 해소된 ‘넘사벽’ 마케팅이다. “구매를 원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입소문도 덩달아 나서 주문이 잦았다. 그런 상황 변화에 따라 농장 일이 한결 분주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택배 꾸러미를 만들어 배송을 하거나 로컬푸드 마켓을 통한 판매 활동 같은 게 일상화된 지 이미 오래됐다. 소규모 농장이라 생산 물량은 많지 않다. 매출도 크진 않지만 일찌감치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했다. 읍내 재래시장 안에 작은 가게도 차렸다.” 가게까지? 어떤 물건을 판매하나? “식당 겸 농산물 매장을 겸한 공간이다. 먹을 수 있는 약용 꽃들을 콩처럼 넣어서 지은 밥으로 만든 ‘꽃김밥’이 주력 상품이다. 모든 상품이 자연농법으로 거둔 청결한 것들이라 인기가 있다.” 농장 연매출액은 얼마나 될까? “농산물 판매와 체험 교육으로 얻는 수입, 그리고 식당에서 나오는 매출 등을 합해 1억 원 이상이다.” 적지 않은 매출이다. 한은영은 애초 생태농업에 관한 인식조차 없이 그저 당연지사처럼 자연환경에 순응하는 농사를 시작했으며, 지금도 여전히 풀들과 공생하는 농사를 지속하고 있다. 이런 생활이 그는 즐겁다. 소농이지만 상당한 수준의 이득을 내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어쩌면 불안하거나 순진한 농사라 할 수 있는 생태농업의 가치와 지속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얻는 자신감과 보람 역시 크기만 하다. 그의 농사를 두고 ‘이상적인 미래 농업의 모델’이라 하는 평하는 사람도 있다. 한은영의 농사법엔 인상적인 게 더 있다. 주변 농가들과 협업하는 방식이 그렇다. “농사에 욕심부릴 것 없다는 생각이다. 가령 토마토 3개를 수확했다고 가정할 경우, 그중 하나는 내가 먹고, 하나는 이웃과 나누고, 나머지 하나는 자연에 돌려주는 게 옳다는 생각으로 농사를 지어왔다. 특히 나의 농장 일이 이웃 농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마음을 썼다. 예컨대 마을 분들을 나의 고객들과 연결시켜 농산물 판매를 적극 거들곤 했다. 이렇게 하면 그들도 어떤 식으로든 우리 농장 일을 돕는다.” 농사는 물론 식당 일까지 하느라 일상이 매우 분주할 것 같다. 한 이틀쯤 완전한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나? “이걸 어쩌나? 난 자유에 갈증을 느낀 적이 없다.(웃음) 내 딴엔 즐거운 일상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식당 일도 어렵지 않다. 시장 할머니들과 사이가 좋아 사나흘 가게에 못 나가도 그분들이 알아서 척척 장사를 대신 해주신다. 행운처럼 난 귀농 이후 많은 주민들과 좋은 인연을 맺었다. 이 역시 즐거운 생활의 원천이다.” 10년 후 당신의 농장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10년 전 과거의 모습과 현재가 다르지 않듯이, 10년 뒤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풀들은 여전히 가득하고, 새들과 곤충들이 지천이고, 그냥 지금처럼 그렇게.” 현실에 만족이 커서 미래에도 별다른 기대가 없다는 얘기다. 현재 그가 지닌 고민은 딱 한 가지. 어떤 방법으로 지역 친환경 농가들의 이익 창출에 이바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자신의 농사는 이미 자리를 잡았으니, 이젠 남들을 도울 차례라는 것이다. 한은영이 주는 귀농 Tip •시골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귀농 생활로 만족을 누리려면 우선 소박한 삶의 방식을 기획하자.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감성을 끌어내 마음을 돌보는 일도 중요하다. 그게 ‘소확행’과 만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농사로 성공하기 쉽지 않다. 치밀한 준비 없이 귀농해 큰돈을 벌 욕심에 사로잡힐 경우 실족할 가능성이 높다. 생계유지조차 버거울 수 있는 게 농사라는 걸 유념하자. 큰돈을 벌고 싶다면 차라리 도시에서 사업을 하는 게 낫다. •과도한 투자를 하지 마라. 농토도 가급적 작게 확보해 농사를 시작하는 게 안전하다. •그림 같은 집보다 편안한 집을 지어라. •좋은 풍경만 보고 산속 외진 곳에 터를 잡는 건 좋지 않다. 밤마다 으스스한 분위기에 질려 떠날 수밖에 없는 불운을 초래할 수 있다.
- 2023-10-2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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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 후 단독주택 건축, “어떤 땅이 좋을까?”
- 전원주택을 짓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첫 과정은 땅을 선택하는 것부터다. 모든 땅에 집을 지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법적으로 건축이 가능한 곳인지, 주변 환경과 방향은 어떤지, 도로 상황은 어떤지 등 여러 가지를 살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토지가 집을 짓기 적합할까? 아래 사항들을 살펴보고 현장답사를 통해 꿈에 그리던 주택을 구현해 보자. 1. 땅 계약 전 먼저 체크해야 할 것 ‘네이버 지도’나 ‘다음 지도’ 등을 통해 위성사진을 봐야 한다. 땅의 지번을 검색하면 대략적인 경계와 주변 상황, 기본적인 도로 문제를 알 수 있다. 네이버 지도나 다음 지도의 오른쪽 상단에 지적 편집도 버튼을 눌러보면 더 자세하게 파악 가능하다. 또 ‘토지이음’에서 구입하고자 하는 토지의 주소를 검색하면 소재지, 지목, 면적, 지역지구 등 지정 여부, 기본법 및 시행령, 확인 도면이 크게 나타난다. 전부 숙지할 필요는 없지만 내 정보와 표시된 내용이 일치하는지 보고, 지역지구를 알아두는 편이 좋다. 해당 항목에 따라 건폐율과 용적률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2. 집터로서의 제1조건, 도로 내 땅까지 진입할 수 있는 도로가 없다면, 다른 조건이 모두 만족해도 건축을 진행할 수 없다. 보통 개인이 개발해 분양하는 택지에서 문제가 생기는데, 계약서에 도로에 대한 부분을 언급해 놓지 않았다면 조심해야 한다. 도심지역보다 도심 외 지역에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도심지역은 4m, 도심 외 지역은 3m의 도로를 확보해야 한다. 간혹 농로를 도로로 착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지적도상 정확히 ‘도로’로 명시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3. 원하는 용도로 건축하지 못할 수도 있다 도시의 복잡함에 지쳐 지방으로 내려가 작은 가게를 운영하면서 여생을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특히 문화재가 많은 경주나 심의가 있는 제주도는 땅을 구입하기 전 확인이 필요하다. 상가주택, 숙박 시설 등 옆 땅에 내가 원하는 용도의 주택이 있더라도 내 땅에는 허가가 나지 않는 사례가 종종 있다. 더불어 제주도에서 숙박업을 하고 싶다면 6m 도로와 상수도를 확보해야 한다. 4. 전문가들을 통해 한 번 더 검토하자 집 지을 땅을 정했다면 최종 계약 전 구청이나 군청에 들러 건축과 인허가 담당 공무원에게 ‘이 땅에 집을 지으려 하는데 인허가 나는 데 문제가 없는지’ 물어보자. 지역의 설계사무소나 토목측량사무소에서 소정의 자문비를 지불하고 컨설팅을 받아도 된다. 땅을 구매하거나 집을 지을 때 스스로 판단하기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 많은 법규를 챙겨 해석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지역마다 토지 상황이 달라 동일한 조건으로 분석할 수 없어서다.
- 2023-10-18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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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볍게 경험하는 귀농·귀촌 프로그램
- 언제부턴가 마을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귀해졌다.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7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0년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소멸위험 지역은 총 119개로 전체 시·군·구의 52%에 이른다. 태어나는 아이는 줄고, 고령자는 늘고 있다. 지역 소멸을 해결하려면 인구를 다른 관점으로 봐야 한다. “인구 감소는 정해진 미래입니다.” 조영태 인구정책연구센터장(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의 말이다. 100년 역사를 지닌 공주기독교박물관 공간에서 미래가 정해졌다는 말을 들으니, 마치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을 보는 느낌이었다. 8월 31일 퍼즐랩과 써드에이지가 주관하고 행정안전부가 후원한 ‘2023 제민천 포럼X재도전프로젝트’에서는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가 모여 인구 감소라는 정해진 미래를 지역이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열띤 논의가 이뤄졌다. 국내 인구학 분야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조영태 센터장이 이날 행사에 참여한 건 큰 의미가 있다. 지역에서 인구 감소에 대응할 실마리를 봤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조 센터장은 ‘인구’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여간다면 지역 소멸이라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로컬’이라는 지역 공간과 ‘생활 인구’라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활 인구는 서울시가 2018년 제시한 새로운 인구 모델로, 출퇴근·관광·의료·등하교 등을 목적으로 지역에 오고 가는 인구를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행사가 열린 공주는 생활 인구와 정주 인구가 점차 늘어나는 지역이다. 공주는 2022년부터 전입자 수가 전출자 수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2023년(8월 기준)에는 청년 인구수가 감소에서 증가로 돌아섰다. 공주 원도심에서 커뮤니티 기반 지역관리회사 퍼즐랩을 운영하는 권오상 대표는 “아주 적은 숫자이긴 하지만, 전입자가 늘어나고 청년 인구가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건 매우 의미 있는 실마리”라고 했다. 권 대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지역을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돼 2021~2022년 2년 동안 1212명의 청년이 공주를 경험했다. 올해는 행정안전부 ‘2023 재도전프로젝트’ 사업에 선정돼 ‘마을생활 튜토리얼’을 진행하고 있다. 중장년과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 살이 프로그램이다. 특히 중장년은 귀농·귀촌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정작 지역에 내려와 마을에서 이웃들과 어울려 지내는 경험을 할 기회는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마을생활 튜토리얼’은 지역과의 관계 맺음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내가 이 지역에 와서 산다면 어떤 생활이 이어질까’ 상상해보고 실험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권 대표는 “중장년의 경우 커리어, 취향, 경험을 가지고 지역을 이동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지역에 온다는 건 마치 하나의 세계가 이동하는 것과 같았다”며 “지역에 필요한 전문성과 경험을 가진 분들이 실제로 자신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지역만 이동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았다”고 말했다. 반드시 지역에 정착하지 않더라도 도시와 지역을 오가며 그들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데 중장년의 연륜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권오상 대표는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삶을 꿈꾼다는 건 엄청난 도전”이라면서 “현업에서 전문성을 쌓았지만 반복되는 업무가 지루하신 분,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팀으로 일할 수 있는 분, 은퇴 후 나의 재능으로 봉사하고 싶은 분들은 지역에서의 삶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장년의 지역 생활을 응원했다.
- 2023-10-0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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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 갈등 풀어야” 초고령사회 주목받는 공동체 주택
-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등 인구 구조 변화에 대한 주거 대안으로 ‘공동체 주택’이 떠오르고 있다. 공동체 주택이란 독립된 공동체 공간(커뮤니티 공간)을 설치한 주거 공간으로, 공동체 규약을 마련해 입주자 간 소통‧교류를 하며 생활 문제를 해결하거나 공동체 활동을 함께하는 새로운 형태의 주택을 말한다. 그간은 청년을 중심으로 공동체 주택이 증가·보급되어 왔는데, 초고령사회를 앞둔 현재는 고령자를 위한 공간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정말 고령자 공동체 주택은 필요할까, 그리고 장단점은 무엇일까. 그 해답을 찾고자 서울시 내에 있는 어르신 공동체 주택 ‘해심당’을 직접 찾아가 봤다. ‘따로 또 같이’ 공동체 주택 서울시 도봉구 소재의 어르신 맞춤형 공동체 주택인 ‘해심당’(海心堂)은 바다와 같은 마음과 따뜻한 햇살이 있는 집이라는 뜻이다. 어르신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집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도봉구청, 사회단체가 협업해 만들었다. 기존 노후 주택을 신축해 재탄생된 곳으로 2021년 문을 열었다. 총 21세대가 살 수 있으며, 1층에는 장애인, 2·3층은 1인 가구, 4층은 부부 세대가 거주할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배리어프리(무장애) 디자인이 도입됐다. 거주 공간뿐만 아니라 복도 등 공용 공간에도 손잡이를 설치했고, 단차를 최소화했다. LH 최초로 소규모주택 배리어프리(BF·무장애) 인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해심당의 입주 조건은 ‘도시 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50% 이하’로 정해져 있다. 임대료 시세는 주변 시세의 45% 수준으로 보증금은 월 800만 원, 임대료는 월 40만 원 정도이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저렴하다고 느껴지지만, 저소득층에게는 부담이 되는 금액이다. 앞서 말했듯이 4층을 제외하고는 해심당의 거주 공간은 1인 가구를 위해 설계됐다. 입주를 원해 방을 둘러 본 이들은 ‘집이 임대료 대비 좁다’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터줏대감인 이현민 자치회 총무 역시 “공간 자체가 작긴 하다. 입주 당시 물건을 많이 정리했고, 늘 정리해야만 한다. 반대로 장점도 되는 것 같다. 공간을 깔끔하게 유지하게 되고, 또 생활하기 편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심당의 매력은 ‘공동체 주택’이라는 데 있다. 이에 따라 1층에는 카페 ‘향’이 있고, 2층부터 4층까지 각 층에는 입주민들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공용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안마 의자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주민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옥상의 ‘키친 가든’이다. 키친 가든은 해심당 설계에 참여한 이연숙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특히 신경 쓴 공간이다. 정원과 텃밭이 합쳐진 복합 공간으로 도시 농업이 가능하도록 체계적으로 설계했다. 꽃, 식물뿐 아니라 채소, 허브 등을 심고, 입주민들은 직접 기른 작물을 수확해 먹는다. 특히 키친 가든 관리를 맡은 이현민 총무는 이곳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 매일 정원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무엇이 심어져 있고, 열매는 언제 맺는지 다 알고 있다. 이현민 총무는 “교수님이 친환경을 목표로 만든 곳이라서 사용하는 비료도 정해져 있다. 그런데 주민들이 화학 비료를 막 뿌려서 나는 반대했다. 그래서 우리가 주민인데 왜 교수님 편을 드냐고 갈등을 빚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공용으로 만드는 공간이다 보니 갈등도 종종 일어났다. 입주민들은 얘기를 나누며 의견을 조율했고, 본래의 목적대로 친환경 도시 정원 형성을 이어가고 있다. 함께 기른 작물을 나눠 먹으면서 이웃 간의 정도 더욱 끈끈해졌다. 올여름에는 샐러드 파티도 열렸다. 이현민 총무는 “최근에도 호박이 나서 모두에게 나눠줬다. 그런데 요리를 못 하시는 분들은 안 가져가려고 해서 내가 감자를 사서 호박과 같이 전을 부쳤다. 그래서 모두에게 호박이 돌아갔다”라고 덧붙였다. 가족 아닌 가족, 노인 갈등 해결해야 해심당은 노인들이 이곳에서 공동체로 외롭지 않게 살며, 자립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설계된 곳이다. 초반에는 일자리 제공도 했다. 실제로 이현민 총무는 입주와 동시에 일자리가 생겼다. 1층 카페 ‘향’에서 실버 바리스타로 일한다. 이 총무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는 열정을 발휘했다고. “특별한 직업이 없었는데 해심당 입주 후 2년째 일하고 있다. 집에서 내려오면 바로 일할 수 있고, 주민들과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그는 설명을 덧붙였다. 취미, 운동 등을 함께 하는 커뮤니티 활동은 예상과 달리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LH의 공동체 활동 지원이 끊긴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해심당의 임대 관리를 맡은 김익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 본부장은 “다른 서울시의 공동체 주택은 공동체를 구성하는 사람들끼리 공통점이 있고, 유대관계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만 65세 이상이라는 것 외에는 공통점이 없다”면서 “작년에는 외부 강사를 초청해서 총 16강짜리의 심리 치료 및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했다.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입주민들의 체력적 조건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김익 본부장은 짚었다. 그는 “사실 건강한 분들이 계셔야 커뮤니티 활동도 가능하다고 본다. 해심당에는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 많은 상황이다. 그래서 다 같이 모이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면서 “벌써 두 분이 돌아가셨고, 곧 요양원에 가신다는 분도 계신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공동체 활동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어르신들이 크고 작은 다툼을 벌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현민 총무는 “정말 많이 싸웠고, 지금도 맞춰가는 과정인 것 같다. 우리는 가족 아닌 가족 사이기 때문에 싫어도 매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익 본부장은 “나이가 들수록 고집이 세진다고 하는데, 실제로 어르신들이 사소한 것으로 많이 다투신다. 그런데 금방 화해하시기도 한다”면서 “싸우는 게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도 다 애정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또한 김익 본부장은 이현민 총무가 공동체 운영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칭찬했다. 이현민 총무는 “참 굴곡이 많은 삶을 살았다. 남편이 부도를 두 번씩이나 맞아 그 충격으로 세상을 떠났고, 저는 흘러 흘러 여기까지 왔다. 제가 어디를 가나 몇 명만 모이면 리더가 되는데, 그래서 여기서도 총무가 됐다. 총무라고 어떤 보수가 있는 것도 없는데, 정의감에 불타는 성격이라 불이익을 그냥 지나칠 수 없고 꼭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현민 총무는 공동체 주택에 장점이 더 많다고 느낀다. 그는 “다 같이 모여 사니까 외롭지 않은 게 제일 크다”라면서 “저도 누군가 도와줄 수 있고, 제가 어려움에 처하면 저를 도와주는 분들도 많다. 그럴 때 의지가 되고 보람도 많이 느낀다. 가족처럼 외식하러 나가서 맛있는 것 먹는 것도 좋고”라고 설명했다. 김익 본부장은 “우리 회사에서는 나중에 실버타운을 만드는 것도 생각하고 있는데, 이곳을 관리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고독사 예방 등, 노인에게 공동체 주거 공간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민간 운영 기관에 전적으로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심당에서 오래 살고 싶다는 이현민 총무도 앞으로 노인 공동체 주택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 2023-10-03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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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 후 주거와 투자, 모두 잡는 아파트는?
- 해를 거듭할수록 기대수명이 증가하는 가운데, 노후 준비는 더 이상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부동산, 즉 아파트를 주거뿐 아니라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왕 살 집, 자산으로서 교환가치가 높은 아파트를 선택하고 싶다면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을 만나 여생을 위한 부동산 투자전략과 시세 변동성이 적은 '알짜' 아파트 고르는 방법을 알아봤다. Q. 대한민국에서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는 언제부터 주요 자산으로 기능했나요? A. 우리나라는 고속 성장을 이루면서 도시 주변으로 인프라가 형성됐고, 인구 집중 현상이 심화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보다 더 효율적이고 편리한 생활을 위해 아파트가 도입됐어요. 새로운 주거 형태에 수요가 몰리고 가격이 상승하면서 상품화가 이뤄진 겁니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는 아파트 가격의 상승기를 경험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지고, 남다른 애착이 있죠. 여전히 한국인에게 아파트는 삶의 공간이자 최후의 안전망이라는 인식이 남아있습니다. Q. 하지만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있어 즉각 대응이 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A. 보통 은퇴 전후로 자녀가 대학 진학이나 결혼 등의 이유로 분가하게 됩니다. 더 이상 자녀와 함께 살던 큰 규모의 주택이 필요 없어지게 돼요. 기존 부동산을 처분하고 중소형 주택을 마련하는 다운사이징(Downsizing)을 고려해볼 법합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차익은 노후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Q. 노후를 위해 아파트를 마련한다면, 어떤 요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까요? A. 당장 눈앞에 보이는 수익성보다는 안전성과 환금성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소위 ‘한방’을 노리는 투기적 접근을 시도했다가는 투자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요. 이미 3저(저성장, 저금리, 저물가)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은퇴자가 큰 폭의 매각차익만을 노리고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다소 무모할 수 있죠. Q. 신축 아파트와 구축 아파트, 둘 중 하나만 살 수 있다면 어느 쪽을 택하는 게 경제적인가요? A. 신축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축 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구축 아파트에 실제로 거주하면서 향후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몸테크’족도 있고요. 하지만 50대, 60대 은퇴자들이 동파 사고 등 낡은 건물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점을 견디기란 쉽지 않습니다. 사실상 재건축에 돌입해도 최소 5년은 기다려야 하니까요. 그래도 구축에 투자한다면 땅값이 비싼 곳일수록, 재건축 사업 기간은 짧을수록, 대지 지분은 클수록, 현재 용적률 혹은 개발 가능한 용적률이 높을수록 좋습니다. 앞서 반드시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조합원인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Q.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에서 주거와 투자 가치가 높은 아파트는 어떻게 골라야 하나요? A. 입지 및 교통 요건, 지형, 방향, 층, 조망권, 학군은 물론이고 최소 500세대 이상의 단지 규모에 브랜드 파워가 강한 아파트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아울렛이 근접해 있으면 좋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온라인 쇼핑이 발달해 과거보다 선호도가 떨어지는 추세입니다. 더불어 갈수록 인구는 줄어들지만 1인 가구, 2인 가구로 나뉘어 가구 수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앞으로는 소형 평수지만 수영장, 헬스장, 커뮤니티 시설 등 다양한 공간이 갖춰진 아파트가 주목받을 거라 예상합니다.
- 2023-10-0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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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의 보석상자, 치앙마이 하이랜드 골프클럽
- 치앙마이 하이랜드 골프클럽(The Chiang Mai Highlands Golf Club)은 치앙마이 고원 최고의 골프장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2017년 아시안 골프 월간지가 선정한 ‘아시아 최고의 뉴 골프장’ 등 여러 국제적인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치앙마이 하이랜드 골프클럽은 태국 13위에 랭크된 명문 코스다. A코스(파36, 3617/3108야드), B코스(파36, 3610/3179야드), C코스(파36, 3522/2963야드)의 각 9홀로 이루어졌으며, 치앙마이 최고의 코스로 손꼽힌다. 치앙마이는 태국 북부에서 가장 큰 도시로 방콕에서 북쪽으로 700km 떨어진 곳에 있으며, 인구는 120만 명으로 치앙마이주 전체 인구(180만 명)의 66%가 거주한다. 치앙마이(태국어로 ‘새로운 도시’라는 뜻)는 1296년 란나 왕국(Lan Na, 1292~1775)의 새로운 수도로 설립되었다. 치앙마이 왕국(1775~1899), 시암 왕국(1899~1946)을 거쳐 타이 왕국(1946~현재)에 이르고 있다. 치앙마이 고원의 보석 2017년 12월 초 치앙마이는 유네스코 창의도시 칭호를 받았으며, 2015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었다. 치앙마이는 2014년 트립어드바이저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여행지 25곳’에 태국의 두 관광지 중 하나로 24위를 차지했다. 날씨가 좋고 선선한 태국 북부 치앙마이주 계곡 사이로 골프장의 산들바람과 시원한 공기가 감도는 가운데, 10월부터 2월까지는 이른 겨울 아침에 춥고 안개가 낀다. 해발 300m다. 치앙마이 하이랜드 골프클럽은 유명한 건축회사 슈미트&컬리 디자인에 의해 설계되었으며, 2005년 개장해 치앙마이 골프 코스의 질을 크게 높였다. 치앙마이에서 하이랜드로 가는 자동차는 놀라운 풍경을 관통하며, 동쪽 방향으로 논과 농장을 지나 산으로 향한다. 코스는 27홀의 웅장한 챔피언 골프 코스가 특징이며, 골프 선수에게 매 홀마다 웅장한 산 조망을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모든 레벨에 맞게 5개의 다른 티 박스를 제공하며, 태국 현지인처럼 전형적인 시골 경험을 제공하는 현장 코티지 스타일의 숙박 시설을 갖추고 있다. 잘 관리된 그린 매력적 치앙마이 하이랜드는 19개 프라이빗 리조트 빌라, 스파, 콘도미니엄, 세련된 주택 개발로 태국 북부 최고의 골프 휴양지가 되었다. 치앙마이 하이랜드 골프와 스파 리조트는 최고의 시설, 친절한 란나 타이 서비스, 완벽한 플레이 조건을 갖춘 챔피언십 골프의 조합으로 잊지 못할 골프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태국식 클럽하우스는 쾌적한 분위기로 골프 라운드 전후의 휴식을 제공한다. 로커룸은 기본적이지만 적절하다. 치앙마이 하이랜드는 여러 개의 연습용 그린, 짧은 경기장, 잔디 티가 있는 300야드의 드라이빙 레인지를 포함해 매우 잘 정비된 연습 시설을 갖추고 있다. 페어웨이는 패스팰럼 그래스, 그린은 티프이글 그래스가 식재돼 뛰어난 타격 표면을 보장하고, 일 년 내내 일관된 그린을 더 빠르게 유지하고 있었다. 그린 스피드는 9.5피트로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매우 훌륭한 속도였다. 무엇보다 130개 이상의 페어웨이 벙커와 그린사이드 벙커는 라운드 내내 어려운 도전이었다. 대부분 높은 턱을 가지고 있어 일단 벙커에 볼이 들어가면 거리보다 벙커 탈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마음을 비우고 탈출하길 권한다. 높은 턱의 벙커 공략이 관건 A2번 홀(파3, 184/154야드) 티 박스 왼쪽부터 페어웨이를 따라 길게 그린 왼쪽까지 큰 호수가 이어지는 멋진 홀이다. 그린 오른쪽 벙커가 부담된다. 그럼에도 그린 오른쪽을 공략하는 것이 맞다. 정확한 원 샷이 필요한 홀이다. A8번 홀(파4, 438/360야드) 페어웨이 중간부터 왼쪽을 따라 이어지는 거대한 벙커들이 압권이다. 시각적으로 그린 앞까지 벙커들이 이어지는 모습으로 보여서 부담스러운 홀이다. 그린 앞 그린사이드 벙커는 그린 공략에 큰 부담이다. 대부분 턱이 높아 실제보다 거리를 더 봐야 할 경우도 많다. B2번 홀(파4, 342/315야드) A2번 홀과 비슷한 디자인이다. 파4 홀이므로 기회는 더 많을 수 있다. 역시 그린 오른쪽에 큰 벙커가 기다리고 있다. 넓게 이어지는 큰 호수가 장관이다. B9번 홀(파5, 558/512야드) 시그니처 홀이다. 그린 앞 140~170야드 지점에 큰 크리크가 페어웨이를 가로지르는 디자인이다. 오른쪽 카트길을 따라 건너는 다리도 멋진 모습이다. 세컨드 샷으로 바로 크리크를 넘기려면 거리가 필요하다. 웬만하면 무리하지 않고 끊어서 170야드 이상 그린 공략을 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린 오른쪽으로 멋진 클럽하우스가 나타난다. 멋진 홀이다. 130개의 턱이 높은 페어웨이 벙커들과 그린사이드 벙커들이 라운드 내내 관건이다. 언듈레이션이 매우 심하지는 않지만 중간중간 어려운 홀들이 있다. 잘 관리된 그린이 돋보인다. 9.5피트의 그린 스피드도 마음에 들었다.
- 2023-09-27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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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픈 몸 이끌고 준비 없이 귀농, 구명줄 되어준 구절초
- ‘이게 뭔가? 세상에 뭐 이런 병이 다 있나?’ 몸 안에 심각한 병이 들이닥쳐 횡포를 부리는 건 알겠는데, 도무지 병명조차 알 수 없었던 정규원(54, 백민구절초연구소 대표)은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이 병원 저 병원 돌아다니며 갖가지 검사를 해봤지만 별 이상 없다는 얘기만 들었다. 조만간 죽음이 방문할 듯 몸의 통증이 자심했는데도 말이다. 매우 난처한 상황이었다. 고민과 궁리를 한 끝에 그는 마침내 시골로 내려가기로 했다. 시골이라는 의사에게 몸을 맡기기로 한 거다. 시골의 자연환경이 괴로운 육체는 물론 덩달아 저하된 정신까지 끌어올려 줄 거라는 기대를 가졌던 것 같다. 그의 귀농은 이렇게 시작됐다. 정규원이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귀농한 건 2010년, 41세의 한창 나이 때였다. 인생의 전성기라 할 시즌이었으니 정리가 쉬웠으랴. 만족스럽던 직업(의류 관련 액세서리 사업)을 일거에 접는 것부터 쉬운 일은 아니었겠다. 게다가 그의 곁엔 살뜰한 아내와 토끼 같은 어린 자식 둘이 있어 발목 잡히기 십상이었다. 과연 아내가 귀농에 동의할지, 무엇보다 가족을 동반하고 귀농할 경우라도 아이들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지, 이래저래 고심이 많았다. 그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우선은 혼자 외진 산속에 들어가 쑥이나 고사리처럼 조용히 사는 게 좋겠다는 쪽으로. TV에 나오는 ‘나는 자연인이다’처럼 살며 병부터 다스리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생각을 바꿔야 했다. 아내가 동행을 자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 만한 일이지만, 대부분의 아내는 남편이 귀농을 선창할 경우 일단 반기를 든다. 매우 영민한 종족인 아내들은 날이면 날마다 풀을 뽑다가 뱀을 만나 까무러칠 가능성이 농후한 귀농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걸 직관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정규원의 아내는 시골행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표했다. 그의 얘기는 이렇다. “아마도 아내는 가정을 지켜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민만큼이나 어려운 역경과 맞닥뜨릴 수 있는 게 귀농이다. 하물며 남편만의 단독 귀농이라면? 이는 가정의 불안정을 촉진하는 지름길이다. 최악의 경우 가정의 해체까지 불러들일 수 있다. 정규원의 아내는 이와 같은 리스크를 고려해 전향적인 판단을 했을 테다. 아내의 대범한 태도에 힘을 얻은 정규원은 마침내 귀농 거사를 착수하게 됐다. 서울에 있던 집을 처분하고 사업을 정리한 뒤 가족 모두를 대동하고 시골로 내려갔다. 그가 귀농한 곳은 할아버지의 고향인 충북 청주시 문의면이다. 이왕이면 아주 낯선 객지보다 연고가 좀 있는 곳이 정착에 유리하겠다는 생각으로 점찍은 곳이다. 거처는 농촌 마을이 아닌 면 소재지에 마련했다. 초등생 아이들의 등하교 편의를 배려한 결정이었다. “귀농 초기엔 건강 회복에 중점을 두었다. 텃밭 농사를 통해 직접 기른 채소로 만든 음식을 주로 먹었고, 부지런히 뒷산을 오르내렸다. 명상센터에 나가 수련을 하며 마음을 돌보는 일에 집중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농사에 대한 구상도 많이 했다. 논을 사 벼농사를 시도하기도 했다. 쌀만큼은 직접 농사지어 먹자는 아내의 의견에 공감해서였다.” 귀농 전에 미리 받아둔 귀농교육이나 농사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나? “서울에서 ‘인드라망 생명공동체’가 주관한 귀농교육에 관심이 있어 아내와 함께 참여한 경험이 있다. 경기도 의왕에 텃밭을 마련해 작은 농사를 지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소소한 경험치에 불과했다. 사실 계획 없이 막연한 귀농을 한 셈이었다. 건강 문제가 화급해 사전 준비를 할 겨를이 없기도 했다.” 농업만큼 만만치 않은 직업이 드물다고 알려져 있다. 섣불리 농사에 뛰어들 일이 아니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 “난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났다. 농사로 가족을 건사하느라 고생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기에 농업에 매력을 느껴보진 못했다. 하지만 한줄기 동경 같은 게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는 걸 알겠더라. 농부로서 긍정적인 풍모를 지녔던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귀농교육은 귀농 이후 적극적으로 받았다. 이를테면 지역의 농업기술센터에서 1년간 교육을 받았다. 친환경 농업을 기본 방향으로 정한 바 있어 관련 공부를 해 유기농업기능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전자상거래 등 다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적응할 필요를 느껴 E-비즈니스 교육도 받아두었다.” 일련의 농업교육을 이수한 뒤 비로소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했나? 아니면 몸 치유에 치중한 시간이 더 많았나? “치유와 농사를 병행했다. 그게 바람직한 길이기도 했다. 농사일을 하면서 건강도 서서히 좋아졌고, 좋아지는 건강 상태에 따라 농사에 대한 의욕도 상승했으니까. 2013년엔 친환경 농업을 추구하는 귀농인들과 함께 협동조합을 만들어 상생의 토대를 마련했다.” 멧돼지들이 농장을 초토화하기도 정규원이 선택한 주 작목은 구절초다. 구절초를 재배, 가공식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현재 그는 산속에 있는 4000평 규모의 구절초 농장을 운영한다. 바야흐로 유능한 구절초 농부로 부상하고 있다. 출발은 미미하고 미묘했다. 할머니 묘소에 벌초를 하러 갔다가 가을바람에 살랑대는 구절초 꽃을 본 기억을 잊을 수 없어 200평 남짓한 작은 땅에 구절초를 심은 게 구절초와 인연을 맺은 계기라는 게 아닌가. 일종의 감성적 충동으로 시험 재배 삼아 구절초를 심어봤을 뿐인데 이게 향후의 길을 환하게 열어줬다. “남에게 빌린 200평짜리 작은 밭에서 거둔 구절초로 조청을 만들어봤는데 50인분 밥솥 하나 분량의 조청이 나왔다. 판매 목적으로 만든 건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과 나누면 된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으니까. 그런데 조청 품질이 좋다며 구입을 원하는 사람이 많았다. 홍보도 해주었고. 이렇게 기대하지 않았던 판매 효과까지 거둔 뒤엔 서서히 생산량을 늘려나갔다. 자연스럽게 구절초 농사에 본격 입문한 셈이다.” 조청만 생산하는 건 아니겠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구절초꽃차, 모종, 체험 상품인 에코화분, 그리고 구절초블랙이라 이름 붙인 농축액 등을 생산한다. 주력 상품은 구절초블랙이다. 이건 유기농 구절초 함량 97%에 달하는 제품으로 나름 야심을 가지고 개발했다. 현재 상표출원 절차를 밟고 있다. 소비자의 80% 이상은 구절초 제품을 약용 목적으로 구입한다. 구절초블랙은 이와 같은 소비자의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 개발됐다.” 구절초 농사 전체 과정 가운데 어려운 부분은 어떤 것인가? “모든 농사가 그렇듯 구절초 역시 제초 작업부터 뭐 하나 손쉬운 게 없다. 재배 기술 습득은 비교적 용이하다. 문제는 날씨 변동이다. 예상하지 못한 폭우와 긴 장마엔 구절초가 맥을 못 춘다. 과도한 습기에 약한 작물이니까. 배수시설을 완비하고 밭에 경사도를 만들어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병충해 예방을 위한 선제적 대응 능력도 필요하다.” 흔히 병충해 방제는 농약에 의존한다. 당신의 경우는 어떤가? “유기농업은 농약 없는 농사를 추구한다. 그러기 위해 생태환경 유지에 공을 들인다. 난 구절초 농장 복판에 억새섬이라 부르는 작은 숲을 조성해 자연생태와 평형을 이루도록 했다. 이 작은 숲은 병충해의 기습을 완충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사마귀 알집도 활용한다. 미리 채집한 사마귀 알집을 봄철에 방사하는 것인데, 부화된 사마귀들이 해충들을 먹어치운다. 이렇게 사마귀들이 농장을 지켜준다. 그런데 난해한 복병이 하나 있다. 바로 멧돼지다.” 멧돼지 피해가 심각했다는 얘기겠지? 그런데 멧돼지가 구절초도 먹나? “구절초를 먹는 건 아니고 땅속에 있는 굼벵이를 꺼내 먹기 위해 밭을 아예 농부처럼 갈아엎는다. 한번은 멧돼지 군단이 몰려와 농장을 투철하게 초토화했다. 징을 쳐대고, 포수를 불렀지만 아무 소용없더라. 포수들이 야간 매복을 했으나 잡을 수 없었다. 녀석들의 공격은 한 달간 이어졌다. 내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울고 싶은 심정이다.(웃음)” 구절초 향수를 개발하고 싶어 농사로 긍정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안락을 얻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오죽하면 귀농을 고행에 견주랴. 정규원은 비지땀 이상의 피땀을 쏟았다. 덕분에 순항을 거듭했다. 매우 어려운 사안으로 알려진 판로 문제도 길을 잘 찾아 해결했다. 생명운동을 지향하는 생활협동조합 ‘한살림’과 관계를 맺어 상품을 납품, 꾸준히 안정적인 경영을 해왔다. 세상에서 익힌 처신과 경험을 슬기롭게 제련해 귀농 생활의 재료로 활용하는 능력도 뛰어나 안정적인 행보의 거름이 됐다. 그의 언사는 나직하고 다소 어눌하다. 반면 내부엔 뭔가 강철 같은 게 들어 있다는 느낌을 풍긴다. 이기심은 줄이고 이타적 선의를 키워 나아가는 게 삶의 정수를 맛보는 길이라는 신념을 육화한 인간 유형이랄까. 그는 사실상 신념을 밀어붙이며 당찬 귀농 생활을 해왔다. 2013년에 결성한 문화적 농업 공동체인 유기농협동조합에 이어, 2017년엔 경제 공동체인 마을기업 ‘백민구절초연구소’를 만들어 리드하고 있다. 그렇다면 건강 문제는? 여전히 아픈 몸을 고독하게 끌어안고 농장에서 뛰나? “실로 고통스러웠다. 오죽하면 몸 하나 살려보자고 귀농을 했겠는가? 몸이 추락하자 온갖 회의가 몰려들기도 했다. 이 지경으로 몸을 망쳐놓다니, 난 패배자야! 그런 넋두리가 잦았다. 그런데 기대보다 빠르게 건강이 회복됐다. 2017년에 이르러선 병의 늪에서 거의 완전히 해방된 걸 알았다. 따라서 마을기업 결성에 나설 수 있었다.” 아이들이 어느덧 대학생으로 자랐다지? 뒷바라지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가계 형편은 어떤가? “서울에 있던 집을 판 자금의 절반쯤은 귀농 초기에 다 까먹었다.(웃음) 농업으로 소득을 거둔다는 게 쉽지 않다. 그러나 이젠 꾸준히 소득이 늘고 있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가족 모두 건강하게 잘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부인은 당신의 농사에 어떤 식으로 조력하나? “아내는 아내대로 일이 있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강의한다. 각자의 일을 하며 살아가는 상황에 우리 부부는 만족한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고마운 게 아내이고.” 만약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귀농을 하게 된다면 지금과 어떤 점이 달라질 거라고 보나? “(잠깐 생각하다가) 일을 좀 줄여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귀농 방식을 모색할 것 같다. 그러나 그게 가능할까? 내겐 아직 꿈이 많다.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는 과욕과 과속 없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농장을 키워왔다. 하지만 확장에 대한 갈증은 여전하다. 구절초 가공 제품을 세계 시장에 선보이고 싶고, 구절초의 아찔한 향을 재료로 한 향수 개발에도 뜻을 두고 있다. 그 매너리즘 없는 정신이 그의 돛을 밀어주고 있는 게 아닐까. 정규원이 주는 귀농 Tip •집과 농지를 서둘러 구입할 것 없다. 평생의 삶터로 삼을 경우엔 더 신중해야 한다. 처음엔 남의 농지를 빌려 활용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처음부터 농사 규모를 크게 설정하는 건 금물이다. 내 농사는 작게, 그리고 남의 일도 도와주면서 농사 물정을 익히는 게 필요하다. •농업 교육기관에서 만난 귀농인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자. 모임을 만들어도 좋다. 결국은 귀농 에너지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농사만으로 자립하기 쉽지 않다. 도시에서 쌓은 경륜을 살린 일거리를 만들어 수입을 보완하자. •구절초 농사에 뜻이 있을 경우 500평 정도의 작은 규모로 시작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판로 문제에 대한 사전 연구도 필수다. ‘한살림’ 같은 생활협동조합에 가입해 활로를 모색하자.
- 2023-09-2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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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가을에 뭐입지?” 중년 남성의 마음 저격하는 브랜드들
- 옷을 고르는 센스가 부족하다 생각해 쇼핑이 망설여지는 중년 남성이라면 주목하자.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찾아야 하는데, 쇼핑 초보자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먼저 여러 브랜드에서 지향하는 분위기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코디해보는 방법이 있다. 중년 남성의 고급스러움을 높여줄 브랜드 3곳의 특징과 가을 신상품을 소개한다. 도시 느낌의 스타일링, 마시모뚜띠 마시모뚜띠는 1985년에 설립된 스페인 스파(SPA) 브랜드로 75개국에 79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일상에서 입는 캐주얼한 옷을 도시적인 분위기로 선보이고 있는 브랜드다.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멋을 내고 싶거나 잘 보이고 싶을 때 꺼내 입을 만한 옷이 많다. 마시모뚜띠가 설립되던 초기에는 남성복에 초점을 둔 브랜드였으나, 현재는 남성복을 포함해 여성복과 액세서리, 향수 등을 판매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중년이 되면 옷을 고를 때 디자인 못지않게 소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마시모뚜띠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리넨, 레더, 데님과 같이 소재별로 상품이 구성되어 있어 원하는 소재의 옷을 찾기 용이하다. ▶ 마시모뚜띠는 가죽 소재 의류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2023 F/W 컬렉션 ‘나파 레더 오버 셔츠’도 가죽 의류다. 나파는 양이나 염소가죽을 사용한 소재다. 옷은 양가죽 소재로 만들어졌고 무광으로 마감했다. 오버 핏 느낌이 나서 여유롭게 입기 좋은 아우터다. 두 개의 바깥 주머니 이외에도 안주머니가 여러 개 있어 실용성을 더한다. 함께 신상으로 나온 ‘릴랙스 핏 쇼트 슬리브 코튼 티셔츠’는 100% 면 소재로 착용감이 좋다. ‘스트레이트 핏 진’도 100% 면 소재이고 일자로 떨어지는 청바지다. 다섯 개의 주머니로 편리성을 더했고, 허릿단에 벨트 고리로 디테일을 살렸다. 음악과 스포츠의 역사, 프레드페리 프레드페리를 만든 프레드릭 존 페리는 윔블던을 비롯한 세계 테니스 대회에서 세 차례 우승한 테니스 스타다. 노동자 계급 출신이었던 그는 상류층이 즐기는 스포츠에서 활약해 주목받았다. 세련된 스타일로도 관심을 모은 그의 인기에 힘입어 프레드페리는 스포츠 의류로 화제를 모았다. 이후 노동자 계급 출신의 많은 펑크 밴드가 프레드페리 옷을 착용하면서 뮤지션들에게도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었다. 현재는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한 의류도 나오는 추세다. 프레드페리는 테니스에 기반을 둔 브랜드여서 스포츠 활동을 할 때 입기 좋은 피케셔츠의 비중이 높다. 피케셔츠라도 다양한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상견례, 예식장 등 격식을 차리는 자리보다는 편한 인상을 심어주는 일상에서 활용하기 좋다. ▶ 프레디페리는 2023 F/W에도 폴로셔츠에 집중했다. 신상품으로 나온 ‘마이크로 체커보드 롱 슬리브 폴로셔츠’는 면 소재의 긴소매 폴로셔츠다. 자카드 원단으로 제작되어 격자무늬가 돋보이고, 신축성이 있다. 또한 테이퍼드 핏(허리에서 밑으로 내려갈수록 통이 좁아지는 핏) 면바지도 나왔다. 트렌치코트에 주로 쓰이는 소재가 사용돼 구김이 잘 가지 않는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다. 여가 즐기고픈 현대인의 소망, 헨리코튼 헨리코튼은 영국의 프로 골퍼이자 건축가, 작가인 ‘토머스 헨리 코튼 경’의 삶에서 영감을 얻은 남성복 브랜드다. 헨리코튼의 브랜드 상징인 ‘피셔맨 로고’는 바쁜 일상에도 평온한 여가를 즐기고자 노력하는 현대인의 소망을 담았다. 토머스 헨리 코튼 경이 즐기던 플라이 낚시를 모티브로 ‘플라이 피싱 클럽’ 낚시웨어를 출시해 이번 S/S 시즌에 인기를 끌었다. 영국과 이탈리아의 조화가 깃든 헨리코튼은 정교한 디테일, 자연스러운 색감, 편안한 착용감과 소재를 추구한다. 모던하면서 클래식한 스타일을 지향하기 때문에 중년 남성이 멋을 내고 싶을 때 입으면 좋은 옷이 많다. 홈페이지 내 ‘시즌 베스트 리뷰’에 들어가면 니트, 팬츠, 티셔츠 중 고객의 리뷰가 좋은 제품들을 볼 수 있다. 이를 참고해 옷을 구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2023 F/W 신상으로 나온 ‘가을 코튼 재킷’은 부드러운 면 스판 소재를 사용해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한다. 단추에는 자체 제작한 시그니처 로고를 각인했고, 내외부에 다양한 크기의 주머니를 배치해 실용성을 높였다. ‘가을 코튼 팬츠’는 면 스판 소재로 신축성 있는 착장감이 특징이다. 허벅지부터 밑단까지 일자형으로 떨어지는 바지다.
- 2023-09-2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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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렌드로 떠오른 '리버스 멘토링', 시니어 멘티라면 이것 주의해야
- 지난 7일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경영진과 MZ세대 직원 간 직접적인 소통과 정서 공감을 위한 리버스 멘토링 프로그램 ‘신구조화’를 운영했다. 이들은 MZ세대 신조어 및 놀이문화, MZ세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사용법, 챗 GPT 활용법 등에 대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세대 간 화합의 시간을 보냈다. 삼성생명의 경우 3명의 주니어 멘토와 1명의 임원 멘티가 한 팀을 이뤄 최신 트렌드를 경험하고 소통하는 ‘동감 프로젝트를’ 2020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다. 이는 리버스 멘토링의 일환으로, 경영진과 젊은 직원들 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그밖에도 한국해양진흥공사, 안양시, 성남교육지원청, KB라이프생명 등 수많은 지자체 기관 및 기업에서도 ‘리버스 멘토링’을 운영 중이다. 멘토링(mentoring)이라 하면, 멘토(mentor)와 멘티(mentee) 관계가 형성되는데 이때 경험과 연륜을 겸비한 연장자나 선배가 멘토가 되곤 한다. 이와 대조되는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 역멘토링)의 경우 연소자나 후배 쪽에서 멘토 역할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출간한 ‘트렌드 모니터 2023’에서도 주요 이슈 중 하나로 ‘리버스 멘토링’을 꼽았는데, 최근에는 세대 간 소통 및 조직원 융화를 위한 솔루션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트레드 모니터 2023’에 따르면 “역할이라는 것은 사회적 관계에서 개인이 가지는 특정한 지위나 범주, 그리고 그러한 범주 내 규정된 모든 행동거지를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이를 ‘나이’에 맞게 규정하는 것이 그 어느 국가보다 강한 사회다”라며 “나이에 따른 역할이 있고, 이 역할에 맞는 욕망과 감정 같은 것들을 규범에 맞게 행해야 함을 전제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전 세대에서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풀이된다. 이는 국내에만 국한되는 현상은 아니다.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젊은 멘토와 함께 일할 때 알아야 할 사항’에 대해 언급하며, 리버스 멘토링과 같은 관계 형성이 시니어의 역량 개발에도 효과적이라 설명했다. AARP가 시니어에게 제안하는 리버스 멘토링 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서로의 경험과 가치가 평등하고 중요함을 인식하라. 나이를 떠나 겸허한 자세로 다가갈 것. 젊은 멘토의 도움을 받기 전 자신의 역량을 파악 후, 배울 점과 목표를 설정한다. 가령 영상 플랫폼에 대해 알고 싶다거나, 프레젠테이션 애니메이션 활용 기법 등 구체적일수록 좋다. △ 자존심 내세우지 않기. 멘토가 자신보다 어리다고 해서 배우는 상황을 자존심 상해하다 보면 스스로의 역량을 과대포장하거나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태도는 멘토링 효과를 떨어뜨리게 된다. 자신의 능력이나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조언을 구하자. △ 멘토링 장소와 시간을 분명히 해두자. 멘토링 시간에 대한 경계가 모호하면, 젊은 멘토의 역할이나 위치가 애매해질 수 있다. 서로 합의 하에 멘토링 기간, 시간, 장소 등에 대해 미리 정하고, 정해진 내용에 따라 멘토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 가르치고 싶은 게 있다면 겸손하게, 상대가 원할 때만. 아무래도 연륜이 부족한 젊은 멘토를 대하다 보면 선배로서 이것저것 알려주고 싶은 부분이 생길 수 있다. 젊은 멘토도 배움을 얻고자 하는 분위기라면 겸손하게 제안해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삼가는 게 좋다. 어디까지나 자신이 ‘멘티’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 2023-09-20 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