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직장에 다니고 있는 2차 베이비부머(1968∼1974년생) 대부분은 10년 이내 은퇴를 앞두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은퇴 후에도 현재 거주지와 비슷한 지역의 아파트에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는 2차 베이미부머 직장인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은퇴 준비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해 ‘2차 베이비부머 직장인의 은퇴 후 소득 및 주거에 대한 인식 조사’를 발간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가량(47%)이 향후 5년 이내에 현재 직장에서 퇴직할 것으로 예상했고, 10년 내 퇴직할 것이라는 비율은 89.5%로 나타났다.
거주지 선택에 관련한 부분에서, 설문 응답자의 절반(49.7%)이 은퇴 후 현재 사는 집에서 이주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대부분 이사를 하더라도 현재 거주 지역과 동일한 지역 내에서 살기를 희망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응답자 중 64.2%는 은퇴 후에도 계속 서울에 거주하고 싶다고 답했다. 서울 거주자 중 수도권(경기, 인천)으로 이주를 원하는 비율은 22.1%, 지방으로 이주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4%에 불과했다.
반면, 지방 대도시(대구, 광주, 대전, 부산, 울산, 세종) 거주자는 72.3%가 은퇴 후에도 계속 지방 대도시에 살고자 했으며, 지방 소도시로 이사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23.1%였다.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가겠다는 사람은 각각 1.3%, 2%였다.
더불어 2차 베이비부머들은 거주 주택을 노후 소득원보다는 생활 기반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들은 거주지를 정할 때 교통 편의성(22.2%)과 생활시설 접근성(20.7%)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답했다. 부모(2.5%)나 자녀와의 거리(2.4%)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생활 편의성을 추구하는 경향은 희망 거주 형태에도 반영돼 은퇴 후 아파트에 살기를 바라는 비율이 63.9%에 달했다. 단독주택 거주를 원하는 응답자도 25%로 나타났지만, 타운하우스(5.6%), 오피스텔(4%), 시니어타운(1.6%)에 살고자 하는 사람은 현저히 적었다.
이정원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연구원은 “우리나라 은퇴자에게 거주 주택은 생활 근거지인 동시에 전체 자산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자산이기도 하다”며 “특히 2차 베이비부머들은 거주 주택을 노후 소득원으로 활용할 생각을 하기보다 생활의 기반으로 여기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어 “은퇴가 다가오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며 “남은 기간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재원을 확충하는 동시에 재취업이나 창업을 위한 자기 계발과 주택 다운사이징, 주택연금을 활용한 추가 노후 소득 확보 방안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올해 경기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정부가 새해부터 여러 제도 개선책을 내놨습니다. 2022년 소비자물가지수는 5.1%, 2023년에는 3.6% 올라 고물가가 이어졌는데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전망에 대해 “고금리 기조로 소비 부진이 이어지면서 민간 소비는 전년 1.9%와 유사한 1.8%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고금리, 고물가로 올해도 경제 전망이 긍정적이지는 않다는 전망입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새해 첫날 신년사를 통해 민생과 경제 분야에 더 신경 쓰겠다면서 “물가도 더욱 안정시킬 것”을 약속했습니다. 정부의 의지를 담은 듯 새해에는 많은 제도가 달라지는데요. 그중에서도 생활에 도움이 될, 꼭 알아야 할 제도들을 모아봤습니다.
1. 대환 대출이 쉬워집니다.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을 받은 소비자라면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영업점에 방문하지 않고도 유리한 조건의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대환대출 인프라가 확대됩니다. 대출비교플랫폼이나 금융회사 애플리케이션에서 대환대출을 신청하고 신규대출을 실행하면 즉시 대출 이동이 완료됩니다.
2. 결혼하는 자녀에게 줄 수 있는 돈이 늘어납니다.
올해 최대 화두는 저출산인데요. 혼인과 출산을 지원하고자 정부가 결혼하는 자녀에게 증여하는 재산의 세금 공제 폭을 늘렸습니다. 혼인신고일 전후 각 2년 혹은 자녀의 출생일부터 2년 이내에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는 재산이라면 최대 1억 원까지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공제됩니다. 단 기본공제 5000만 원과 별도 적용되기 때문에 혼인 공제와 출산 공제 통합 한도는 1억 원이라고 봐야 합니다.
3. 초등학생 자녀가 있다면 늘봄학교로 돌봄 선택지가 생깁니다.
올해 3월부터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학교 적응 프로그램 무상 지원, 대학·기업·지자체 등 협력으로 양질 프로그램 확대, 기존 학교 운영과 분리된 늘봄학교 운영체계 구축이 이뤄집니다. 기존에 있던 방과후와 돌봄을 통합해 종합 교육프로그램인 늘봄학교를 본격 도입할 예정입니다.
4. 맞벌이 가구 아이 돌봄 서비스 지원이 확대됩니다.
맞벌이 가구의 양육 공백을 채우고, 양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이 돌봄 서비스 정부 지원 비율과 대상 가구를 확대합니다. 2023년에는 8만 5000여 가구에 지원했던 것을 올해에는 11만여 가구로 늘립니다. 정부지원 비율은 중위소득 150% 이하 미취학 아동의 경우 15%에서 20%로, 중위소득 120% 이하 취학 아동의 경우 20%에서 30%로, 2자녀 이상 다자녀가구의 경우 본인부담금의 10% 추가, 중위소득 1505 이하 청소년 (한)부모 가구의 경우 0~1세 자녀 돌봄 비용의 90%를 지원합니다.
5. 통신비 부담이 줄어듭니다.
요금제와 단말기 선택권이 확대될 예정입니다. 실제 사용하는 사용량에 가까운 요금제 선택을 할 수 있게 될 전망인데요. 단말기 종류와 상관없이 요금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5G 단말기여도 LTE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고 반대로 LTE 단말기여도 5G 요금제를 쓸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이어졌던 5G 요금제의 경우 3만 원대 상품이 나올 예정입니다. 30GB의 소량 데이터 구간 요금제를 조금 더 세분화하고 30~80만 원 대 중저가 단말기도 출시됩니다.
6. 자영업자·소상공인 부담을 완화합니다.
고금리·고물가로 어려움을 겪었던 사장님들이라면 눈여겨 볼만한 제도입니다. 먼저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지원책이 이어지는데요. 제2금융권(상호금융기관, 여신전문금융회사, 저축은행)에서 5% 초과 7% 미만의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면, 이미 냈던 이자 중 일부를 환급해줍니다. 올해 중으로 전기요금 특별지원제도가 신설되는데요. 에너지 요금 인상에 취약한 영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전기요금 일부를 보전해줄 계획입니다.
7. 파주에서 서울까지 20분이면 갈 수 있게 됩니다.
올해 3월부터 GTX-A의 수서~동탄 구간이 개통됩니다. 파주 운정에서부터 동탄으로 이어지는 노선인데요. 올해 말이면 파주 운정에서 서울역 구간이 개통될 예정으로, 출퇴근 소요 시간이 50분에서 20분으로 단축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8. 대중교통비 환급 지원제도 ‘K-패스’가 시작됩니다.
올해 5월부터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이동 거리와 관계없이 이용 금액의 일정 비율을 최대 60회까지 환급해줍니다. 기존에 알뜰교통카드 이용자라면 출발지점과 도착지점을 등록하고, 이동 거리에 따라 일정 비율의 금액을 지원받았는데요. 이제는 어디서 타고 내렸는지 기록하지 않고, 이동 거리를 측정하지 않아도 일반 20%, 청년 30%, 저소득층 53% 비율로 더 편하게 교통비를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9. 농촌에서도 의료 서비스를 더 쉽게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농촌은 의료 인프라가 아무래도 부족한 지역이 많은데요. 양·한방 의료, 치과·안과 검진 등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농촌 왕진 버스가 올해 3월부터 도입됩니다.
10. 동물병원의 진료비를 미리 찾아볼 수 있게 됩니다.
요즘 반려동물 키우는 가정이 많은데요.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모든 동물병원은 올해부터 진료비를 사전에 알려야 합니다. 진찰·상담료, 입원비용, 5종 백신 접종 비용, 검사(X-ray, 전혈구) 등 총 11개 항목에 대해 게시해야 하는데요. 동물병원 내에 접수창구나 진료실에 책자나 인쇄물로 비치해야 하고, 벽보 부착 혹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해야 합니다. 진료가 필요할 경우 가고자 하는 동물병원의 진료비용 등을 비교해 선택할 수 있게 되겠습니다.
11. 최저임금이 오릅니다.
시간당 9620원이었던 최저임금이 9860원으로 2.5% 오릅니다. 하루에 8시간씩 주 5일 일하면 주휴수당을 포함해 매달 약 206만 원의 월급을 받게 됩니다.
이 외에 달라지는 제도를 더 알고 싶다면 기획재정부 ‘2024년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를 참고해보세요. 올해 달라지는 제도와 법규 사항 등을 알기 쉽게 정리한 ‘2024년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 책자는 1월 초 지방자치단체, 공공 도서관, 점자 도서관 등에 배포되고, 온라인으로도 공개됩니다.
초고령화 시대에는 1인 노인 가구, 노인 부부 가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 시설 이용이 어려운 노인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방문 진료, 재택 의료 등 다양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에서는 이미 다양한 방문 진료, 재택 의료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에서 지난 11월 7일 진행한 ‘바람직한 재택 의료 정책 방안 토론회’를 참고해 우리나라 재택 의료 시범사업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정책이 일본처럼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실효성에 대해 들여다봤다.
지난 11월 보건복지부가 제3차 장기요양 기본계획에 따라 2024년 2차 시범사업에서 장기요양 재택 의료센터를 100개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장기요양 재택 의료센터 시범사업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집으로 의료진과 사회복지사가 방문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필요한 지역 사회 자원을 연결해주는 사업이다.
2차 시범사업에서는 참여 대상을 기존 장기요양 수급자 1~4등급과 함께 5등급과 인지 지원 등급까지 포함할 계획이다. 치매로 병원 방문이 어려운 노인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2022년 12월 시작한 이번 사업에는 28개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 7곳, 경기 10곳, 충북 2곳이 있고, 나머지 9개는 각 시도별로 1개 의원이 참여했다. 다만 부산, 대구, 울산, 세종, 경북에는 참여 의원이 없는 상태다.
환자 만족도 높지만, 유지 어려워
우리나라 장기요양 재택 의료센터 시범사업에 참여하려면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로 의료팀을 구성하고 의사는 월 1회, 간호사는 월 2회 가정 방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복지사는 통합 돌봄서비스 연계 관리를 담당한다.
현재 2차 시범사업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지난 9월 기준 1993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하지만 2024년 100군데의 의원 참여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재택 의료를 위해 병원 진료를 포기해야 하는 의료진의 의료 수가(진료비)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환자와 보호자는 집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았지만,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를 진료하는 대신 1명을 방문해 진료하는 데 있어서 진료비가 그리 높지 않다 보니 참여 의원이 적을 수밖에 없다.
방문 진료보다는 재택 의료 진료비가 높지만 앞서 언급했듯 3명이 팀을 이뤄야 해서 인건비 유지비가 크다는 문제가 있다. 더불어 간호사가 아닌 간호조무사가 동행할 경우 간호조무사에 대한 수가는 책정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사업 참여율을 낮추는 요인이다.
또한 본인부담금이 10% 수준인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현재 30%를 본인이 부담해야 해 관련 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재택 의료 사업은 왕진료에 재택 의료 기본료 14만 원이 추가된다. 만약 6개월 이상 지속 방문하거나 추가로 방문 진료를 원한다면 돈을 더 내야 한다. 비용에 대한 환자의 부담도 있는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의 ‘방문 진료·재택 의료 의사 인식조사’에 따르면 재택 의료보다 먼저 시범 사업을 한 방문 진료의 경우 참여하고 있는 의료 기관이 전체의 1.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사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겪은 부분은 ‘방문 진료가 필요한 환자 발굴이 어려움’(32.3%)이었고,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는 ‘외래 환자 진료시간 감소에 대한 기회비용’(22.6%)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높았다.
의료정책연구원은 추가로 장기요양 재택 의료센터 시범사업에 참여한 6개 기관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을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이 사업이 유지되려면 한 센터당 환자가 50~70명이 유지되어야 하고, 사업 홍보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방문 진료와 마찬가지로 활성화가 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유로는 △환자 발굴 한계 △필수 인력 기준에 따른 인건비 부담 △환자 본인부담금 높아 참여 저조 △홍보 부족으로 환자가 기관 찾기 어려움 △급여비 청구 시스템 시간 소요 많음 △ 지방자치단체의 시범사업 개념 부족 △의료서비스 필요 기관(치매안심센터, 복지관 등)과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협력 부족 등이 문제로 꼽혔다.
의료·보험·기관 등 협업 있어야
국내의 방문 진료와 재택 의료를 발전시키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지난 11월 7일 ‘바람직한 재택 의료 정책 방안 토론회’를 열고 일본의 사례를 공유하며 국내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 케어)을 제시했다. 일본에서 2013년부터 시작한 ‘지역포괄 케어시스템’과 같은 것인데, 일본의 지역포괄 케어시스템의 핵심은 재택 의료다. 재택 의료는 치료보다 질환 관리와 질병 예방 등을 지역 자원과 연계해서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의료·보험·기관 등 각 영역의 협업이 필수라는 의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카미가이치 리에 재택클리닉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재택 의료 수요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일상적 요양 지원, 증상 급변 시 대응, 퇴원 지원, 케어 등 네 가지 기능이 요구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개호서비스와 의료서비스 연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방문 진료의 경우 외래와 비교하면 비싼 편이지만, 입원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라고 일본의 현황을 설명했다.
이어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이란 간호가 필요한 상태가 되더라도 익숙한 지역에서 본인다운 삶을 마지막까지 지속할 수 있도록 의료, 개호(간호), 예방, 거주, 생활 지원을 일원화해 제공하는 시스템”이라며 “한정적인 자원과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지역사회 내에서 고령자 생활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장기요양 재택 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충형 대한의사협회 커뮤니티케어 특별위원회 위원은 “(우리나라는) 커뮤니티 케어, 돌봄 재택 의료 등 용어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부족하고, 합의도 부족한 것 같다”면서 “재택 의료 수요는 늘고 있지만 재택 의료 대상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통계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짚었다.
수요가 늘어날 거라는 가정만 하는 것이지 정확한 수요 예측은 안 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 보니 서비스 공급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정책 준비도 미흡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충형 위원은 “사망 전 1년 동안 쓰이는 의료비가 마지막 3년 동안 사용하는 의료비의 8~90%에 해당하지만, 대부분 국민은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머물던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싶어 한다”면서 “재택 의료가 활성화된다면 시설 입소를 줄일 수 있고, 임종까지 1년이 남지 않은 분들에게 존엄한 죽음과 의료비 절감 두 부분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를 위해서는 재정이 필요한데,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양쪽에서 지원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한 지금까지 1차 의료 기관이 질병을 치료하는 데 목적이 있고, 병·의원 시설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건강관리와 예방, 재활과 재택 의료를 포함하고 의료 인력 외의 전문가 인력까지 팀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 주로 문제로 꼽힌 것은 ‘수가’다. 팀으로 움직여야 하지만 인건비도 충당하기 어려운 수가 때문에 의료진의 참여가 적을 수밖에 없고, 혹여 좋은 마음으로 참여한다 해도 고립된 환자를 발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어려운 점이다.
그럼에도 일본처럼 지역에서 자원들을 연계해 재택 의료를 활성화하고, 잠재적인 재택 의료 수요를 감당하려면 지자체별로 30~50개 정도의 1차 의료 기관이 재택 의료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고령화 시대 의료비 절감과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재택 의료는 꼭 필요한 서비스가 될 것임은 틀림없다. 현재 시범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참여 의원도 많지 않고, 이런 사업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정부, 건강보험공단, 1차 의료 기관 등이 함께 노력해 우리나라도 향후 일본처럼 재택 의료가 잘 자리 잡기를 기대해본다.
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방법이 있다. 바로 투자다. ’성덕 애널리스트’라 불리는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리서치 센터 선임연구원은 말한다.
“투자를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좋아하는 분야부터 시작하세요.”
단순한 덕질 대상으로 여겨지던 엔터테인먼트는 K-콘텐츠의 약진과 함께 유망한 성장 분야로 자리매김했다. 투자자들은 콘텐츠를 즐기는 동시에 주가 차트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이현지 선임연구원는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엔터주를 지금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제가 엔터주를 좋게 보는 이유는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에요. 시장이 성장 초입 단계라 먹거리도 많죠. 불황이 무색할 정도로 경기를 타지 않는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어요.”
스트리밍부터 굿즈 구매, 콘서트 예매까지. 덕질에 일가견 있는 이라면 이미 엔터주 투자 자격은 충분하다.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며 파고드는 덕질의 기본은 관계성 파악인데 투자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좋아하고 즐기는 것에 대한 애정과 관심. 이제 여기에 하나만 더 갖추면 된다. 이현지 선임연구원은 시니어에게 ‘이것’을 놓치지 말라고 강조한다. 바로 숫자다.
“숫자도 함께 봐야 합니다. 좋아하면 객관성을 잃기 쉽거든요. 매출, 영업 이익 등 재무 상황을 살펴보길 권합니다. 그저 ‘좋다’는 이유로 뛰어드는 건 지양해야 하지만 투자는 쉽게 접근하는 게 좋아요. 주변에 있는 것에 관심을 기울여 보세요.”
최근 해외의 실버타운은 노후에 삶을 더욱 활기차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다양한 세대와 어울리고 단지 내에서도 커뮤니티를 활발하게 운영하면서, 사회에서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추세를 반영해 새로운 실버타운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나라들의 실버타운은 다양한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해외 실버타운의 특징을 꼽자면 △민간과 공공 주도 △세대와의 교류다. 미국은 민간 참여가 활발하고, 일본은 공공이 민간참여를 유도한다. 유럽은 복지 측면이 강조된 실버주택 사업이 많다. 세대와의 교류는 전 세계 실버타운이 따라가는 추세다.
유럽에서는 실버타운을 복지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독일의 경우 연금이나 보험금으로 실버타운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구조이며, 부족한 부분은 국가가 보조해준다. 사회복지법인만 운영 주체가 될 수 있어, 민간 주도 실버타운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본은 부동산, 버스회사, 보험사 등 다양한 주체가 실버타운을 운영한다. 50세대의 작은 규모부터 대형 실버타운까지 다양한 형태의 유료 노인홈(실버타운 공식 명칭)이 운영된다. 일본 실버타운 1위로 꼽히는 베네세 스타일 케어는 자체 브랜드 내에서 고급형・중급형을 나누어 운영해 다양한 이용자가 입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이라는 새로운 실버타운도 등장했다. 도심의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해 노인이 살기 좋은 배리어프리 주택을 만들고, 간호・청소・돌봄 등 본인이 필요한 서비스만 계약해 거주하는 형태다.
미국은 민간이 주도해 말 그대로 마을 형태의 실버타운이 자리 잡고 있다. 1960년대부터 건설된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가 대표적이다. 약 3000개의 CCRC가 조성되어 있다. 과거에는 날씨가 온화하고 전원생활이 가능한 곳에서 대규모 주택단지로 이른바 ‘은퇴촌’을 이뤘다면, 최근에는 자신이 살던 지역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하는 노인이 많아 여러 지역에 실버타운이 지어지고 있다.
다양한 주거 형태, 세대가 어우러지는 곳
해외의 실버타운은 다양한 세대가 함께 교류할 수 있도록 한다. 일본 도쿄 에도가와구에 위치한 고토엔은 노인주거시설과 유치원을 함께 운영한다. 매일 등교하는 아이들과 고령자가 아침 인사를 나누고 운동을 함께 한다. 점심에는 고령자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선생님과 함께 아이들을 돌본다. 미국의 에덴 얼터너티브는 강아지・고양이・새 등 반려동물을 들일 수 있도록 한다. 다양한 연령층과 쉽게 만나 활동할 수 있도록 요양원 내 어린이집과 놀이 공간 등도 설치했다. 지역사회에 고령자가 잘 녹아들도록 가정 돌봄기관 ‘에덴 홈’, 인지 돌봄기관 ‘에덴 라이프 롱 리빙’ 등도 운영한다. 에덴 얼터너티브는 미국에서 시작해 영국, 호주, 독일 등 19개국으로 확장됐다.
해외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에도 새로운 형태의 실버타운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오는 12월 개소하는 KB골든라이프케어의 첫 실버타운 ‘평창카운티’는 평수에 상관없이 보증금을 3000만 원으로 통일해 입주 문턱을 낮췄다. 서울시에서 계획하고 있는 공공실버타운 ‘골드빌리지’도 중산층을 위한 실버타운이다. 고덕양로원 부지, 서울혁신파크 부지에 시범사업으로 진행된다.
서울시의 공공실버타운은 세대 통합도 표방한다. 실버타운 주변에는 지역 수요를 고려한 체육시설, 종합복지관, 아동 돌봄시설, 북카페 등을 두어 세대 통합형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해 여가, 돌봄, 의료 서비스를 복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경기도 의왕시에 지어진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도 여러 세대가 함께 살도록 단지를 설계했다. 오피스텔은 젊은 세대에게 공급하고 노인복지주택은 고령자에게 공급해 커뮤니티 시설을 함께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것. 마곡에 지어진 롯데 VL르웨스트는 국내 실버타운으로는 처음으로 반려동물 동반 입주 시스템을 도입했다. 반려동물 건강 케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클래스 등 함께 일상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도 만든다고 한다.
최근 롯데, KB 등 대기업이 실버타운 시장에 뛰어들고 유튜브나 매체를 통해 실버타운이 소개되면서 60대의 입주 문의 전화가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이용자는 여전히 70~80대가 대부분이어서 실버타운도 고령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 실버타운은 대부분 고급화를 지향해 아직은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입주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법적으로 실버타운의 정의가 애매하고, 공공의 지원이 없어 민간 기업 진입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대형화・고급화 추세는 여전하지만, 최근 반려동물 동반 서비스, 중산층을 위한 실버타운, 세대 교류 서비스 등이 접목되는 것은 긍정적이다. 앞으로 더 많은 고령자가 실버타운에서 활기차고 안락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실버타운 시장 활성화를 위한 공공의 법 개정과 지원,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도움말 이지희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참고 보험연구원 ‘실버산업 해외사례와 활성화 전략’
한국노년학회가 오는 5월 19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이화여자대학교 ECC 및 포스코관에서 ‘2023년 한국노년학회 전기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임박한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건강, 경제, 돌봄서비스, 여가, 주거, 관계, ICT 기술 등의 다면적 차원에서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대응 방안과 전략” 등을 제안할 예정이다.
기조 강연으로는 이윤환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건강 노화의 과제와 전망” 에 대해 발표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2020년 한국 기대수명은 83.5세지만, 건강수명은 66.3세에 그치고 있으며, 질병·부상으로 인한 건강상실년수도 2019년 기준 10.2년에 달한다.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주제발표로 “지속 가능한 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을 다룬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재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38.4%,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은 14.2%에 그치고 있다.
유원섭 국립중앙의료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령자를 위한 사람 중심 일차 의료 제공체계 모형”에 대해 발표한다.
이어 주은선 경기대학교 교수,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연구위원, 양재진 연세대학교 교수, 권순만 서울대학교 교수, 이용주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이윤신 보건복지부 과장이 토론을 진행한다.
또한 이번 한국노년학회 전기학술대회에서는 국민연금연구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한국사회보장정보원·한국 취약노인지원재단·한국노인종합복지관 협회·중앙사회서비스원·건강보험연구원·건축공간연구원·국 노인인력개발원·한국교통연구원 등의 기관 세션, 실천현장전문가 세션의 기획 발표가 이어진다.
보건정책, 예술치료, 사회복지, 노인 심리, 신진 연구, 뉴 라이프 스타일 등 자유 발표 세션도 있을 예정이며, “이야기 치료를 적용한 노인 상담”의 주제로 특별세션(내러티브 노인 상담)이 진행된다.
한국노년학회는 1978년 창립된 개인의 노화와 사회적 고령화에 관한 융복합 연구를 수행하고 고령화 문제 예방 및 해결을 위한 이론적·실천적 대안을 제시하는 다학제적 학술단체다.
2025년 우리나라의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노인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다차원적 접근을 제시하기 위해 이번 학술대회를 준비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노인세대 진입과 젊은 노인층의 등장으로 소득, 건강, 재산 등 여러 측면에서 이전 노인 세대와는 다른 차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퇴 세대를 중심으로 세컨드 하우스, 전원주택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모듈러 주택’이새로운 건축 방식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모듈러 건축은 주요 구조물을 포함해 전기·수도 설비, 마감재 등 전체 건축물의 약 80%를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뒤 현장으로 옮겨 조립하는 건축 방식이다. 레고 블록을 끼워 맞추듯 조립할 수 있어 ‘레고형 주택’, ‘조립식 주택’이라고도 불린다. 주거용 외에도 의료용, 상업용, 군사용 등의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에서 완공된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지원단 숙소가 대표적인 예다.
19개 동 760실의 규모로 최대 3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숙소는 불과 7개월 만에 완공됐다. 시공을 맡은 에스와이패널은 “같은 규모의 건물을 콘크리트로 제작 시에는 최소 1년 6개월이 걸리지만, 모듈러 방식을 활용해 11개월을 단축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모듈러 주택 시장은 대기업이 속속 뛰어들면서 점차 성장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경기주택도시공사와 함께 진행한 경기도 용인 영덕의 ‘경기행복주택’은 13층 높이의 모듈러주택으로 건설됐다. 더불어 GS건설의 모듈러 주택 전문 자회사 자이가이스트는 모듈 전문 설계사인 자이가이스트 건축사사무소를 설립, 2년간 모듈러 기술 연구와 평면 개발을 통해 50여 개의 표준 모듈을 준비했다. 이를 통해 원점에서 설계를 시작하지 않고 표준 모듈을 레고 조립하듯 조합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주택을 설계할 수 있다.
모듈을 직접 조합해 볼 수 있도록 ‘자이가이스트 컨피규레이터’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고객이 자이가이스트 홈페이지에 접속해 미리 준비된 모듈을 조합해 보고 미리 공간감과 평면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베타 테스트를 마친 뒤 조만간 자이가이스트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모듈러 방식은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우선 구조체 공사 등을 미리 작업해야 하므로 일반 주택 시공 대비 공사비가 비싸다. 여러 기업에서 품질 확보에 힘쓰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공업화 주택은 ‘질이 좋지 않은 임시주거시설’이라는 인식이 남아있기 때문에 수요가 적어 현장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
LH토지주택연구원에서 발표한 ‘LH형 모듈러주택의 모델개발 및 품질확보 방안 연구’에서는 “최근 국내 주택 건설의 미래지향적인 기술로서 큰 관심을 얻고 있지만, 아직 생산자 위주의 공급 방식에 머물러 있어 안전과 품질 확보 측면에서 기술 기반이 부족하다”며 “모듈러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경제성 확보가 어려운 점 등 다수의 숙제를 안고 있어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은 평균 49.3세로 나타났다. 같은 해 경기연구원 조사에서 60세 이상 노동자들은 평균 71세까지 일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즉, 중장년에겐 퇴직 후 20년 또는 그 이상을 책임질 제2의 직업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이에 본지는 지난 1월 취·창업 분야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2023년 중장년 유망 직업에 대해 조사했다. 해당 결과를 토대로 시니어가 알아야 할 유망 직업을 하나씩 소개해나가려 한다. 그 네 번째 순서로 ‘공인중개사’에 대해 알아봤다.
◇ 공인중개사, 왜 유망할까?
공인중개사는 오래 전부터 인기 있는 직업 중 하나로 실질적으로 노년기 대비에 좋은 일자리다. 국가전문자격인 ‘공인중개사’는 응시 자격에 제한이 없고, 한번 취득하면 갱신 없이 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나이가 많더라도 도전하는 데 무리가 없어 경력이 단절된 주부들도 시도해 볼 만하다.
-김경환 성균관대학교 글로벌창업대학원장
40대 이상 중장년은 오랜 사회활동 경험을 통한 대인처세술, 폭넓은 대인관계, 복합적인 인지능력 등이 성공적인 공인중개사가 되는 밑거름이 된다. 직업전환의 부담이 적으며 소자본으로도 개인·합동사무소 중개법인 등의 설립이 가능하다. 소득의 경우 개인의 노력에 따라 단기간 내에 기존 업무와의 소득 격차를 최소화 또는 상향할 수 있다. 또한 고령화 사회에 은퇴 후 20년 이상의 사회활동을 준비 할 수 있는 평생직업이다.
-KCI 한국자격증정보원 ‘공인중개사’ 소개란
부동산중개사로도 불리는 공인중개사는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직업으로, 부동산(중개사무소)을 열어 운영하는 이들을 보면 중장년이 상당수다. 눈으로도 쉽게 확인될 정도로 중장년의 수요가 높은 직업임을 알 수 있다. 공인중개사는 다른 업종에 비해 초기투자자본(인테리어, 집기 및 업무시설 등)이 비교적 적게 들고, 진입 장벽이 낮다고 알려져 제2직업으로 염두에 둔 경우가 적지 않다.
공인중개사는 주택이나 상업용 건물, 공장, 토지 등의 부동산에 대해 거래 당사자 간 매매, 교환, 임대차 등의 득실 변경에 관한 행위를 알선하고 중개한다. 부동산 이용과 개발에 대한 상담이나, 주택과 상가 분양 대행, 경매 대상 부동산에 대한 권리 분석, 입찰대리 업무 등을 수행하기도 한다. 때문에 실무에서는 고객과의 관계 형성을 위한 대인관계 능력, 협상 능력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중개 의뢰를 받은 부동산의 지변, 평수 등을 파악해 매입자와 예정자에게 시세, 재테크, 향후 전망 등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현장 답사나 시장 조사 등도 진행한다. 부동산이나 금융 정책, 세무 및 법률 지식, 부동산 경기나 동향 등에 대한 정보 수집 능력이 요구돼, 지식을 습득하는 데 흥미가 있어야 적성에 맞는다.
아파트나 주택 등의 경우 봄, 가을 이사철 주말에 고객이 많은 편이다. 고객의 여건과 편의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근무 시간은 다소 유동적이다. 영업 차원에서 시장조사나 매물분석, 온라인을 통한 고객 상담 등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부동산 현장 방문 외에는 특별히 체력 소비가 되지 않고, 업무 강도가 높지 않아 나이에 제한 없이 평생직장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년의 관심이 높게 나타난다.
◇ 공인중개사, 나도 될 수 있을까?
공인중개사로서 부동산중개 일을 하려면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국가전문자격 공인중개사 시험(국토교통부 주관)에 합격증이 필요하다. 시험은 1차와 2차가 있는데, 둘 다 합격해야(매 과목 100점 만점 기준 40점 이상,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 득점) 자격증이 발급된다. 시험은 연 1회 시행되기 때문에, 시험 일정을 잘 숙지하고 준비하는 것이 좋다.
공인중개사 시험의 경우, 다른 시험과 마찬가지로 1차를 합격해야 2차 시험 응시가 가능한데, 두 시험을 하루에 동시에 치를 수도 있다. 다만, 1차 시험에 불합격했을 경우 2차 시험은 무효 처리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개인의 역량이나 여건에 따라 단기간에 1·2차를 동시에 대비하기도 하고, 시간을 두고 두 해에 걸쳐 각각 준비하기도 한다. 시험 합격률은 20~30% 내외로 난이도가 있는 편이다. 따라서 관련 지식이 전무 하다면 사이버대학 등 관련 대학이나 학원 등에서 공부를 하면 도움이 된다.
자격 취득 후에는 중개사무소 개설 등록을 위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나 대학에서 위탁받아 시행하는 실무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다면 부동산중개사사무실에 중개보조원으로 취업한 후 실무경험을 쌓아 자격증 취득을 준비해도 된다. 중개보조원은 주로 중개대상물에 대한 현장안내 및 일반서무 등 부동산중개사의 중개업무와 관련된 단순한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는다. 꼭 부동산 관련 학력이나 전공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 따르면 자격증 시험 준비나 취득 후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대학이나 대학원 등에서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단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협회) 관계자는 “이전에는 은퇴 후 창업 등을 목표로 한 중장년층이 시험 응시생의 대다수를 차지했으나 요즘은 개업공인중개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며 청년들의 응시율도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창업의 목적 외에도 건설사 또는 분양사 등 관련 업계 취업을 위해 스펙 쌓기 용도로 자격증을 도전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 공인중개사, 도전을 꿈꾸고 있다면?
중장년층의 선호도가 높고, 진입 장벽은 낮은 만큼 제2직업으로 떠올려본 이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몇 가지 염두에 둘 부분이 있다. 먼저, 현재 공인중개사의 경우 과포화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개업공인중개사 수는 2023년 4월 30일 기준 11만 7786명이다. 통계청 집계에서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는 2202만 2753명으로, 공인중개사 사무소당 수요 가구가 약 187명으로 계산된다.
협회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사무소당 가수요층을 300가구로 본다. 공인중개사는 자격 배출이 많고(2022년까지 52만 여 명), 진입장벽이 낮다보니 개업공인중개사 수가 과포화 상태라 할 수 있다”며 “지난해 한 해 동안 전국 휴·폐업자 수가 1만 3217명에 이를 정도로 중개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최근 전세사기 등 불미스런 사회적 이슈에 따른 부담이나, 개업공인중개사끼리의 경쟁 구도와 갈등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협회 관계자는 “타인의 거의 모든 재산이라 할 수 있는 부동산을 거래하는 업종이므로 안전한 거래와 권리 이전에 신경 써야 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직업 윤리와 소명 의식도 필요하다” 며 “부동산 중개 업무는 다량의 정보 취득과 다양한 기법이 뒷받침돼지 않으면 동종 업계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나만의 사무실 운영 및 홍보 노하우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무엇보다 안전한 부동산 중개를 위해 타 중개사무소에서 일정 기간 소속공인중개사 등으로 활동하며 중개 기법을 익히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직업도 있어요!" 공인중개사 자격증 활용 직업 5選
[1] 부동산개발업자
· 유사 명칭: 부동산디벨로퍼(Developer), 부동산시행자, 부동산개발자
· 숙련 기간: 4~10년
· 하는 일: 사업 대상 부지의 입지여건, 주변수요 등을 분석해 적합한 부동산상품을 기획하고, 이를 위한 용지구입, 인허가절차 진행, 자금마련, 건축, 마케팅, 분양, 입주, 정산, 사후관리까지 총괄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2] 부동산정비사업관리자
· 유사 명칭: 재건축정비사업자, 재개발정비사업자, 도시환경정비사업자
· 숙련 기간: 2~4년
· 하는 일: 사업시행자로부터 위탁을 받아, 조합설립 및 정비사업 동의, 조합설립인가 신청 등을 진행한다. 사업성검토 및 정비사업의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사 선정, 사업시행인가 신청, 분양 및 관리 처분계획 수립을 대행하거나 자문하기도 한다.
[3] 부동산경매인
· 유사 명칭: 부동산 경매사
· 숙련 기간: 1~2년
· 하는 일: 고객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법원 경매나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공법인에 의해 시행되는 공매 등 부동산경매 시장에 나온 경매 물건에 대해 권리분석과 현장 확인 업무를 하고 의뢰인의 경매 참여를 지원한다.
[4] 부동산신탁관리원
· 유사 명칭: 부동산처분신탁관리원
· 숙련 기간: 1~2년
· 하는 일: 부동산 소유주로부터 신탁청약을 접수하고, 신탁에 따른 내용을 설명한다. 신탁부동산에 대한 물건, 환경, 법적규제, 이용상황, 인근의 임대료 등을 조사하고 신탁계약을 체결한다. 신탁부동산의 종합관리계획을 작성하고, 소유권이전 및 신탁등기를 한다.
[5] 부동산컨설턴트
· 유사 명칭: 주택상담원, 재건축상담원, 부동산상담원
· 숙련 기간: 2~4년
· 하는 일: 토지나 건물의 최적의 활용방안을 분석하기 위하여 각종 자료를 수집·분석한다. 부동산의 보유, 매매, 개발의 타당성을 검토하거나 개발 최적시설·최적규모를 판정, 투자수익성을 파악한다.
[참고] 한국고용정보원 '2020 한국직업사전'
“명사들은 어떻게 우리 사회를 움직이며 우리 의식 세계를 지배하는가? 그들이 말하는 명성의 본질과 가치는 무엇이며, 우리는 명성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가?” 김정섭 성신여자대학교 문화산업예술학과 교수는 지난 3년간 인간의 ‘명성’(名聲)과 각계의 ‘명사’(名士)를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이 주제를 깊이 연구했다. 그는 관련 이론·데이터 분석, 수양·실천 컨설팅 전략의 발굴 제시는 물론, 각계 명사들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함으로써 학술적 통찰을 끌어냈다. 본지가 이 책의 핵심 내용을 입수해 창간 특집으로 독점 게재한다. 연구 결과물은 ‘셀럽시대’(한울엠플러스)란 책으로 오는 5월 출간될 예정이다.
“사람들은 식당에서 사진을 보고 경탄하며 ‘칠리치즈 프렌치프라이’를 주문해요. 그런데 실제로 나오면 양념이 풍부하고 느끼한 그걸 다 먹어야 하냐는 부담감을 느껴요. 그때 ‘일반 감자튀김’을 시켰다면 더 행복했을 거라고 후회하죠. 인간에게 명성이란 바로 이런 존재예요.”
‘그릿’(Grit, 2016)의 저자이자 심리학자인 앤절라 더크워스(Angela Duckworth)가 2021년 2월 28일 미국 팟캐스트 ‘프리코노믹스 라디오’에 나와서 한 얘기다. ‘명성’은 자아실현 욕구를 지닌 인간의 본능이자 인생의 성공 가도에서 간절하게 그리는 꿈이다. 동시에 앤절라 더크워스의 말처럼 ‘약’과 ‘독’이란 양면성을 지녔다. 명성은 인생 경험과 성과의 소산이자 자신을 웃고 울게 만든 가치이기에 깊은 통찰력과 혜안을 지닌 시니어들에게 더욱 친숙한 어휘다. 명성은 사회적으로 신뢰와 참여를 촉진하고, 정치적으로는 투표율과 지지를 견인하며, 경제적으로는 그 존재량이 희소해 ‘관심경제’는 물론 명성에 대한 선망, 추종, 숭배를 극소수에 집중시키는 ‘슈퍼스타 경제학’을 구성한다. 인터뷰에서 문인·철학자는 대체로 명성을 경계하고, 정치인·경제인·의료인은 능력과 신뢰에 바탕을 둔 적극 활용론을 강조했으며, 예술인·체육인은 조건부 활용론에 방점을 두었다.
명성은 ‘약’과 ‘독’ 양면성 지녀 경계해야
‘풀꽃 시인’ 나태주는 2015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로 꼽은 바 있는 ‘풀꽃(1)’을 썼다. 시구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인데, 그는 이 시에 대한 폭넓은 사랑으로 ‘국민시인’으로 떠올랐다. 나태주 시인은 ‘명성’에 대해 “전적으로 남이 알아주고 평가해주는 고귀한 가치”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명성을 위해 자신의 존엄성을 버리고 아첨하고, 반칙하며, 사술(詐術)을 부리며 아등바등하는 것은 거부했다. 심지어 신춘문예 당선이나 등단에 조급증을 갖거나 빨리 쓰려고 하는 문단 후배들까지 꾸짖었다.
그는 “명성은 유효기간이 매우 짧은 데다 그것에 집착하다 보면 영혼을 망가뜨리기 쉬우므로 존엄과 품위가 가미되어 더 가치가 있는 ‘명예’를 중시한다. 명성은 물로 씻으면 금방 지워져버리는 젊은이의 ‘화장’과 같고, 명예는 경륜 있는 노인들이 갖는 가슴속 숨겨진 ‘흉터’처럼 잘 드러나지도 않고 잘 지워지지 않아 영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철학자 강신주는 철학과 인문학을 인간의 삶에 투영해 저술과 강연을 통해 날이 선 언어로 소통을 확대해왔다. 그는 명성을 절대 추구해서는 안 될 ‘노예의 가치’로 보았다. 그는 “철학과 인문학의 견지에서 명성 추구는 주인인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방법이 아닌, 타인이 원하는 삶을 따라가야 하는 ‘노예의 전략’”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명성을 추구하는 삶은 자기 목소리를 잃고, 자신의 삶도 없고, 허깨비 같은 것을 좇는 것이기에 결국은 꼭두각시의 삶을 사는 것”이라며 그것이 궁극적으로 초래하는 부작용에 초점을 두었다.
정치인 정세균(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국내 헌정사 최초로 여야의 정당 대표, 국회의장, 국무총리를 모두 역임해 ‘대통령만 빼고 다 해본 정치인’으로 통한다. 국회의원(6선), 장관(산업자원부), 원내대표도 지냈다. 그는 “‘명성’은 국민이 어떻게 바라보느냐와 같은 일종의 세평(世評)이지만, 명예는 본인 성과에 대한 자신의 가치판단과 자부심의 척도다. 명성은 반드시 공적으로 좋은 의미를 지닌 일에 열정을 발휘해 얻는 경우에만 가치가 있다”라고 말했다. 국회 ‘한보청문회’(1997년)에서 한보의 로비 자금을 거절한 유일한 국회의원으로 밝혀져 일약 명사로 부상한 이후 지금껏 겪은 성찰을 집약한 것이다. 그는 “국민이 우러러보는 ‘정치인 명사’가 되려면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맡은 공직의 무게를 온전히 떠안으며 일하는 ‘책임의식’, 정성과 투명성을 기본으로 국민을 받드는 ‘신뢰성’, 매사 분별력을 발휘하며 신사 숙녀처럼 처신하는 ‘품격’이 몸에 배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종인, “정직해야 명성 쌓아”
‘카리스마 리더’ 김종인(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은 내로라하는 경세가다. 5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정·관·학의 풍부한 경험 축적은 물론 ‘차르’란 별칭, ‘직업이 비대위원장’이란 비유가 말해주듯 강한 소신과 뚝심으로 진보에서 보수를 망라하는 정당을 모두 이끌었다. 그는 “명성은 국민을 상대로 하는 정치인에게 목숨과 같고, 국민 앞에 서서 정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치인이 명성을 갖고 이를 드높여 성공하려면 기본적으로 일을 잘하고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능력이 없으면 국민에게 피해만 준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의 명성 축적과 유지의 기본 요소는 정직성, 일관성, 신뢰성인데, 그중에서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정직”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정치적 경륜과 지략이 풍부해 ‘정치 9단’으로 불린다. 그는 “정치인은 오늘을 잘해서 내일을 사는 사람이다. 국민의 인정(認定)을 받아야 명성을 얻고, 그 명성을 기반으로 정치력을 발휘하고 정치생명을 이어가기 때문에, 명성은 정치인에게 존재 자체이자 전부”라고 정의했다. 그는 “정치인이 명성을 얻으려면 철두철미하게 지식을 쌓고, 국가 사회와 국민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미래 상황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등의 자기계발을 하고, 하루에 만나는 사람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영향력, 기능, 효과 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매개체인 언론을 하늘같이 알고 받들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나는 신혼여행 이후로는 아내와 여행 한번 같이 못 갔을 정도로 정치 행위 그 자체를 즐기며 사적 자아와 공적 자아를 아예 동일시(同一視)하며 살았다”라고 회고했다.
김세연 전 의원(청년정치학교 운영자, 3선 의원)은 ‘36살의 집권당 최연소 당선’이란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정계에 입문해 개혁보수와 우파혁신을 주창한 ‘청년정치 리더’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명성은 오직 정치인 본인의 의도나 의사와 무관하게 공직에 대한 열정적· 헌신적인 봉사를 통해 그 결과물로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 되어야 한다. 정치인은 외려 명성과 거리를 둘 때 좋은 정치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이 명성을 위해 일하면 공적인 의사결정에 중대한 왜곡이 생기기 때문에 그것을 지향하는 정치를 하면 안 되고, 그런 욕망이나 의도를 가진 사람은 정치를 해서는 절대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한시적으로 위임된 권한과 권력을 사유물인 양 착각한 나머지 여의도 정가를 여전히 지배하고 있는 ‘명성 지향’, ‘명예 지향’의 정치를 단호히 배격하고 거부한다”라고 덧붙였다.
“일관된 목표·방향성 갖고 혁신경영”
차석용 LG생활건강 전 대표이사 부회장은 평사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어 조직, 제품, 서비스 혁신 분야에서 남다른 역량을 발휘해 2022년 말 은퇴하기 전까지 무려 18년간이나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그는 “기업과 CEO의 명성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서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소비자들의 명민한 감각과 반응으로 시시각각 정확하게 측정되는, 영예롭고도 두려운 양면적 존재”라고 정의했다. 따라서 그는 “기업과 CEO는 소비자를 ‘진정한 보스’로 모시고 기업의 증진을 위해 분명하고 일관된 목표와 방향성을 갖고 혁신경영에 몰두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가 CEO로서 LG생활건강에서 강조한 기업과 제품의 명성 증진 전략은 정직, 진정성, 신뢰, 디테일(세심함과 정확함)이었다.
이종천 ‘다나딸기농장’ 대표(충남 논산시 부적면 마구평리)는 독보적인 반전의 귀농 성공신화를 쓴 ‘딸기왕’으로 농업계와 지역사회에서 명성이 높다. 이종천 대표는 “농민의 명성은 자신이 재배한 작물이 말해준다. 저에겐 풋풋하고 탐스러운 저 딸기가 그걸 상징한다. 온갖 정성, 노력, 풍상, 고초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농사의 묘미는 자연과 함께 인생을 즐기며 향긋한 결과물을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딸기 특구’이자 딸기 수출 전진기지인 충남 논산의 성공한 농업인이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위촉한 농업 후계자를 교육하는 현장의 교수로 활동하며 농촌의 미래를 가꾸는 데 헌신하고 있다. 건설사 임원 출신인 그는 퇴직하고 시작한 통신 서비스 사업의 실패 후 무작정 귀농해 8년간 딸기 농사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현재 비닐하우스 딸기 재배동 7개 동과 딸기 육묘장 2곳, 청년귀농장기교육장과 딸기현장실습교육장을 함께 운영하며 연 7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명성은 존재감 뚜렷한 불편함”
서울 용산의 ‘메이플라워/술술상점 용산’ 정미희 대표는 최근 SNS에서 매우 뜨거운 유명인사다. MZ세대 CEO로서 뛰어난 외적 매력을 바탕으로 최근 10년간 미식 탐방, 새벽시장 장보기, 술 시음과 술집 탐방, 여행과 골프 체험기 같은 일상적 콘텐츠를 페이스북에 게시해 인기를 끌면서 ‘SNS 셀럽’으로 떠올랐다. SNS를 한 시대의 문화로 보고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다. 정 대표는 지난해 미국 ‘뉴욕타임스’(NYT, 2022년 1월 20일 자)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명성은 불편함도 크지만, ‘존재감 미약한 편안함’보다 ‘존재감 뚜렷한 불편함’이란 나의 취향을 충족시킨다. 사업보다 친교에 도움이 된다. 수상한 접근을 하는 ‘가짜 친구’도 많이 생기긴 하지만 일생을 함께할 친구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형석 미래본병원 대표 원장(신경외과 전문의, 서울 잠실)은 ‘경추·요추 부위 내시경 수술(수술 경력 9000건)의 명인’이다. 김 원장은 “의사의 명성은 환자를 사랑으로 극진히 돌봤는지에 대한 자화상 같은 척도다. 그것은 오직 환자와 직결되며, 환자를 떼놓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의사는 신뢰와 사랑을 토대로 사력을 다해 환자를 보살펴야 한다. ‘좋은 의사’, ‘훌륭한 의사’, ‘명예로운 의사’의 출발점도 이와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의사가 명의(名醫)란 명성을 얻으려면 환자의 아픔을 깊이 헤아리고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는 ‘공감 능력’과 ‘좋은 인품’, 환자를 제때 제대로 치료하는 ‘뛰어난 실력’, 환자에 대한 ‘치료 의지와 자신감 표출’이 꼭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아주대 의대 출신으로 군의관 시절 선구적인 내시경술 수련과 아프간 의무부대 참전, 척추 전문 병원인 우리들병원 수련원장과 의무원장, 우리들의료재단 부이사장을 거쳤다. 그는 “높은 명성을 지닌 의사가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은 자만과 오만, 그리고 그것의 연쇄반응으로 나타나는 게으름과 나태함”이라고 지적했다.
“배우에게 명성은 삶의 기적과 고귀”
‘대장금 한류’의 주역 양미경 배우는 MBC 드라마 ‘대장금’에서 ‘한 상궁’ 역을 맡아 드라마가 국내는 물론 동남아·중동 지역까지 크게 히트하면서 스타로 부상했다. 양미경 배우는 “‘명성’은 삶의 기적이며 고귀(高貴) 그 자체다”라고 말했다. 그는 “글자에서 알 수 있듯이 명성(名聲)은 이름이 소리가 나서 형성되는 것이다. 그 소리는 선(善)함을 바탕으로 인고의 노력과 울림을 통해 영롱한 새벽이슬처럼 만들어진 것이기에 ‘명성은 고귀’하다고 말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40년간 연기를 통해 맑고 선한 성정, 곱고 단아한 이미지를 각인하는 독보적인 페르소나를 구축해온 명성과 관록에서 나온 통찰이다. 라마단(Ramadan) 기간에도 ‘대장금’을 시청할 정도로 경이적인 시청률(90%)을 나타낸 이란에서 2009년 5월 그를 ‘국빈’(國賓)으로 공식 초대했다. ‘대장금’이 2015년 홍콩에서 방영되었을 때 시민의 약 절반인 328만 명이 시청(최종회 최고 시청점유율 50%)해 홍콩을 방문할 때마다 엄청난 팬들이 몰렸다. 그는 “‘대장금’ 출연 당시 홀연히 찾아온 에너지처럼 새로운 차원의 명성을 느꼈다. 그것은 매우 강한, 삶에서 흔히 만날 수는 없는 특별한 에너지였다”라고 술회했다.
‘골프 여신’ 최나연 프로는 우리나라 ‘여성 골퍼 황금시대’를 이끈 주역이다. 그는 “세계적인 선수라는 명성을 안겨준 원동력은 전적으로 태생적 자질인 강력한 도전정신과 성취욕이다. 나는 일관성과 꾸준함을 가장 잘 보여준 프로 골퍼로 골프사에 기억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실력·매력·저력’을 완비한 골퍼로 ‘롱 아이언 샷의 명수’이자 ‘골프계 최고 얼짱 스타’로 불렸다. 2004년 11월 데뷔 후 18년간 미국여자골프(LPGA) 최고의 대회인 ‘US여자오픈’ 우승(2012)은 물론 LPGA 대회에서만 우승 9회, 준우승 12회, 3위 7회의 저력을 보여준 뒤 2022년 말 전격 은퇴했다. 그는 “‘우승’과 ‘준우승’의 차이는 집중력, 경험, 실력, 운(運)이란 4가지 요소가 경기 당일 어떻게 최적의 조합을 이뤄 경기력으로 구현되느냐에 달려 있다. 골프를 잘하려면 기본기에 충실하면서 4가지 요소를 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스타 골퍼’들이 자신의 명성을 유지하려면 겸손한 성품, 끊임없는 실력 증진 노력, 선수 자신에 대한 믿음이란 3가지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명성, 긴장시키고 겸손하게 만들어”
최상훈 ‘뉴욕타임스’ 서울지국장은 한국인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명성을 갖고 있다. 그는 “명성이란 사람을 끊임없이 긴장시키고 겸손하게 만드는 두려운 것이다. 내가 기자로서 유명해졌다는 것을 처음 느낀 순간은 이메일과 SNS를 통해 내가 쓴 기사에 대한 공감과 긍·부정의 평가가 쏟아지던 순간이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저널리스트로의 명성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두려움이 앞서 균형감각 유지에 대한 강박감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32년 차 기자로서 ‘AP통신’ 기자 시절인 1999년 9월 30일 영구적으로 묻힐 뻔한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을 특종 보도해 2000년 한국인 기자로는 처음으로 서구 언론계에서 ‘언론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퓰리처상’(탐사보도 부문)을 받아 명사가 되었다. 그는 “오늘날 나를 만든 힘은 강한 성취욕과 성실성이다. 노근리 사건의 취재는 어떤 피해자가 쓴 논픽션 실록의 출판이 당시의 참상을 구체적으로 담은 책 내용에 두려움을 느낀 출판사에 의해 거부되고, 한미 양국이 피해자들을 외면해 항의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라고 밝혔다.
KBS 박지원 아나운서는 방송계에서 경쾌한 에너지와 톡톡 튀는 매력을 갖춘 ‘MZ세대 아이콘 뉴스앵커’로 통한다. 그는 “나에게 명성은 방송사에서 일을 더 열심히, 더 잘하게 하는 동기부여 요인이자 원동력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2019년 11월부터 공영방송 KBS의 ‘KBS 뉴스 9’(주말) 뉴스 진행을 맡고 있다. 박지원 아나운서는 “방송을 하는 사람에게는 누가 프로그램을 봐주고 인정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나한테도 그것이 일할 때 항상 열정을 잃지 않게 해주는 힘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명사로 인정받을 만한 유능한 앵커가 되려면 첫째 기사를 보고 핵심을 파악하고 한 걸음 더 들어가 깊게 질문하는 능력, 둘째 명쾌하고 유려한 전달력, 셋째 진행 능력과 같은 퍼포먼스”라고 말했다.
BTS, “기본적인 것, 결과에 따른 신뢰”
한편 세계 음악 시장을 석권한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국민 여동생’으로 사랑을 한몸에 받은 피겨 스타 김연아는 언론 매체를 통해 명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방탄소년단은 2019년 11월 미국 패션 잡지 ‘페이퍼’(PAPER)와의 화보 인터뷰에서 글로벌 스타로 유명해지면서 점점 높아진 명성에 뒤따르는 부담감을 고백했다. ‘멤버들은 명성이 주는 부담감이 큰가?’란 질문에 대해 “아니라곤 할 수 없지만, 저는 요즘 사명감으로 살고 있어요. ‘완벽해야 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진짜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들, 결과에 따라오는 신뢰를 기억하며 해야 할 일을 할 뿐이죠”(제이홉), “완벽에 가까운 공연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어요”(지민), “압박감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 또한 삶의 일부라고 생각해요”(슈가), “여전히 우리는 무대 위에서 정말 잘하고 싶어요”(리더 RM)라고 각각 답했다.
김연아는 명성의 유무에 대해 극명하게 대비되는 경험을 털어놓음으로써 운동선수가 갖는 명성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역설적으로 보여줬다. 그는 19세 때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3년 전 (나에 대한) 관심이 없었을 때는 혼자 외롭게 싸웠다”라고 울먹였다. 그러나 좋은 성적을 거둬 명사가 된 후에는 “유명해지고 사람들이 알아보고 그러다 보니까 좀 불편한 건 피해갈 수 없는 것 같다. 그런 것 때문에 고민하다가도, ‘그래도 행복한 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라고 소회를 내비쳤다.
후기청년기에 들어선 40·50세대의 가장 큰 고민은 일자리다. 120세까지 산다는데, 남은 시간을 어떻게 꾸려가야 하나 막막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또래의 명예퇴직 소식이 들려오고, 50세가 되기 전 은퇴를 해야 할지 모르는 불안감도 있는데, 연금 수령 시기를 더 늦춘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후기청년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김병숙(75) 한국직업상담협회 이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저는 150세까지 살 테지만, 기자님은 170세까지 살 거예요. 지금부터 10년에 한 번씩 직업을 8번 바꿔도 5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남은 50년은 뭐 할 거예요?”
순간 멍해졌다. 100세 시대, 아니 120세 시대라고 하지만 내가 그때까지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사실 ‘설마 그때까지 살겠나?’ 하는 마음이 더 컸다. 그런 기자를 보며 “설마가 현실이 되는데, 다들 내 이야기가 아닌 줄 안다”는 김병숙 이사장의 이야기를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후기청년기를 보내는 40·50세대의 이야기를 하러 왔지만, 결국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다.
150세 시대 준비하려면
김병숙 이사장은 40여 년간 직업에 관한 연구를 해왔고, 경기대학교에 직업학과를 설치해 교수로 활동했다. 직업상담사 자격제도를 도입하고 한국직업상담협회를 설립했다. 책을 25권 집필했으며, 은퇴 후에는 4050을 위한 전직 지원 등 직업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0년 전, 65세의 나이로 교수직을 은퇴하면서 김병숙 이사장은 150세 인생 계획을 선언했다. 75세까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정시 근로를 하고, 95세까지는 시간제로 일하고, 100세까지는 봉사활동을 하고, 150세까지는 화가로 살겠노라고. 그리고 3년 뒤 계획을 바꾸었다. 95세까지 정시 근로를 하겠다고. 김 이사장은 2012년 ‘은퇴 후 8만 시간’이라는 책을 쓸 때부터 150세까지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우리가 이미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2015~2019년 우리나라 최빈사망연령(한 사회의 대다수 구성원이 실제로 사망하는 빈도가 가장 높은 연령)은 남성이 85.6년, 여성이 90년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기대수명은 평균 83.6세지만, 사고 등으로 조기 사망하지 않는다면 평균 85세 이상 산다는 말이다.
“90세 가까이 살다 간다면 지금 40·50세대는 앞으로 최소 40~50년을 더 살아야 합니다. 50년 뒤면 2073년이죠? 그런데 미래학자들은 20세기에 이미 ‘2050년이면 인간 수명은 150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30년이 지나면 2050년이네요.”
150세 시대를 산다고 생각하면 이제는 60세, 80세, 100세를 각각 20세, 40세, 60세로 봐야 한단다. 40·50세대라면 한창 청년기라고 해도 무방하다.
“생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버는 프라임 시기에 일을 그만두는 평균 나이가 47세입니다. 2~3년 내에 43세까지 낮아질 거예요. 최근 은행권에서 명예퇴직한 사람 중에는 20대도 있었다고 하죠? 그런데 주된 일자리 은퇴 연령이 40대고, 노동시장에 굿바이를 외치는 시점은 73세입니다. 연금을 65세부터 받는다고 하면 47~65세까지 18년을 더 일해야 합니다. 이때 노동시장에 나가서 경제생활을 하려면 경쟁력이 필요해요. 그래서 150세 계획을 세우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예요.”
‘나’를 잃어버린 낀 세대
2023년 현재 40·50세대를 사는 이들은 X세대다.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풍요를 동시에 누린 첫 번째 세대’라거나 ‘도무지 알 수 없는 세대이자 신(新)인류’라고 불리곤 했다. 이전 세대보다 개인의 취향에 관심 있는 이들이 많은 세대로 평가받지만, ‘낀 세대’인 이들은 정작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 안에서 40·50세대는 ‘낀 세대’죠. 최고의 생산량을 내는 시기에 회사에서 나가야 하는 상황을 맞이해요. 윗세대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회사에서 일했지만, 그들처럼 회사에 오래 남을 수 없습니다. 아랫세대인 MZ세대는 어때요? 30대는 주어진 시간에만 충실히 일하고 20대는 월급만큼만 일합니다. 그 사이에서 인적 관리를 해야 하는 40·50세대는 위아래로 치여 참 어려워요.”
개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지만, 사회와 조직의 문화는 그렇지 않았다. 자녀를 돌보거나 부모님을 부양해야 하는 데다 자신의 노후까지 준비해야 하는 가장 힘든 시기에 직장에도 적응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사라지고 없다.
“보통 60세까지는 사회, 가족을 위해 살다가 은퇴를 앞두고 혹은 은퇴하고 나를 위한 삶을 찾죠. 회사에서 나가라고 해서 나와 보니 퇴직금은 3년이면 사라져요. 앞으로 50년은 더 일해야겠는데, 직업 세계가 옛날처럼 단순하지 않으니 얼마나 기가 막혀요? 그런데 별안간 ‘너 뭐 좋아해? 좋아하는 거 해’ 하니까 방향을 잃어버리는 거예요.”
어느 세대든 나이를 먹으며 40대, 50대를 산다. 후기청년기는 누구나 거치는 시기다. X세대라고 불린 지금의 40·50세대는 120세 시대를 맞아 후기청년기를 보내는 첫 세대가 됐다. 김 이사장은 조직에 젖어들다 보면 누구든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직업을 8번 바꾸며 살 것을 생각한다면, 과감하게 기존의 조직을 벗어나는 것도 좋다는 조언이다.
“누구든 후기청년기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배움을 멈추지 않아야 해요. 어느 날 삼성전자 수석이라는 분이 찾아왔어요. 회사에서 그동안 인공지능(AI)을 공부하라고 했는데 하기 싫어서 안 했대요. 이제 모든 곳에 AI가 쓰이기 시작했잖아요. 그러니 회사에서 쫓겨나게 생겼다는 거예요. 변화의 맨 앞에 서 있는 삼성전자 직원도 그럴진대, 우리는 어떻겠어요? 퓨처 타임 퍼스펙티브(Future Time Perspective). 미래 시간 전망을 길게 하세요. 미래 시간을 길게 보는 사람일수록 긍정적인 사람이 됩니다.”
스스로 구해야 하는 시기
우리나라에는 7번의 진로 분기점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중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고등학교에서 대학에 갈 때, 대학 졸업 후 취업할 때 등이다. 김병숙 이사장은 이 진로 분기점에 도달해서야 자신이 누구인지 들여다본다며 안타까워했다. 직장 3년 차에 이직하고 싶어질 때에야 닥쳐서 생각한다는 것. 40대 후반에는 또 한 번 분기점이 온다. 이때 어떻게든 버텨서 50대 초반에 회사를 나오면, 오히려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는다. 40대 후반에 승부를 봐야 한다.
“분기점에 섰을 때 고민하면 늦어요. 프라임 시기 이후에는 돈을 적게 벌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 내가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급여 하락세가 달라질 거예요. 10년을 분기점으로 두고 3년은 새로운 역량을 키워내는 공부를 하고, 5년은 키운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일을 해보는 식으로 다리를 놔야 합니다.”
그런데 국가에서는 청년 지원 정책이나 노인 일자리 지원 정책 등 여러 정책을 쏟아놓지만, 정작 중장년을 위한 정책은 많지 않다. 50세에 은퇴하고 재취업을 하려고 해도 갈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은퇴 후 퇴직금으로 창업하는 건 내 돈으로 내 직업을 사는 셈이다. 바야흐로 스스로 구해야 하는 시기다. 김병숙 이사장은 고령화 시대에는 기업들도 점차 50대 이상의 인력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고 하죠. 인력이 없다는 뜻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나이 든 사람을 써야 할 시기가 올 겁니다. 대신 나도 그만큼 실력이 있어야 해요. 요즘은 융합 시대입니다. 세 가지 영역을 알고 통합할 줄 알아야 해요. 배움을 축적하면 나의 자본이 되는데요. 40·50세대에는 여가가 중요한 자본이 됩니다.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등산이라고들 많이 말하는데, 그냥 산에 올라 정상에서 ‘야호’ 외치고 내려오는 여가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등산하면서 보는 주변 식물에 관심을 두다가 내가 직접 키운 차나무로 차를 내려주는 찻집을 구상한다든가 하는 식의 연결이 필요합니다.”
후기청년기는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시기다. 김 이사장은 이때 집에서 편하게 쉬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40·50세대의 재취업은 80% 이상이 지인 추천으로 이뤄진다. 매일 출근하듯이 차려입고 밖에 나가 사람을 만나야 한다. ‘내가 이러이러한 기술이 있어서 이러이러한 일을 하고 싶은데, 관련 일자리 정보를 알게 되면 나에게 말해달라’며 나를 홍보하라는 팁이다. 더해서 건강을 챙기는 건 필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이 타령을 너무 많이 해요. ‘이 나이에’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부디 호기심을 잃지 마세요. 인생 40년 살아보고 직장 20년 다녀보면 다 경험해봤다고 생각해 모두 안다고 여깁니다. 그러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게 어려워요. 경험을 바탕으로 가족, 건강, 재무, 여가, 사회망, 인간관계에 관해 150세 시대를 계획해보세요. 나이는 먹는 것이 아니라 진화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