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늦은 장마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통상 8월 말에서 10월까지 집중적으로 비가 많이 내리는 기상 현상을 뜻하는 ‘가을장마’는 다음 달 초까지 충청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게다가 이번 가을장마에는 태풍까지 겹쳐 기상청은 폭우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철저히 대비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가을장마가 오면 수확을 앞둔 농가에 많은 피해를 미치기 때문에 예로부터 가을장마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왔다. 비구름이 물러나면 덥고 습해지는 여름철 장마와 달리, 가을장마가 지나가면 날씨가 선선해지고 일교차가 커진다. 이번 여름이 워낙 무더웠던 탓에 아침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을 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노화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진 시니어들은 건강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면역력 낮은 시니어, 일교차 심할수록 체온 조절 신경 써야
나이가 들어 노화가 시작되면 면역력을 비롯한 신체기능이 떨어진다. 면역력은 피부와 호흡기 등으로 들어온 외부침입자를 막아내는 힘이다. 일교차가 커지면 신체가 외부 온도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워 면역력이 떨어진다. 이때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낮은 노인은 감기 같은 감염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져 주의해야 한다.
기온 자체보다는 급격한 기온 변화 때문에 몸이 항상성을 잃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외출 시 얇은 옷을 챙겨 몸이 바깥 환경에 적응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장년층 피부는 노화로 인해 온도조절 능력이 떨어지므로 얇은 겉옷을 챙겨 체온 조절을 잘 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발표한 가을철 건강관리 방법에 따르면 목덜미 부분을 약간 따뜻할 정도로 감싸는 방법으로 감기를 예방할 수 있다. 잘 때는 긴소매 잠옷을 입어 새벽에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습하고 어둑한 날씨에 찾아오는 우울증·곰팡이성 질병 조심
비가 오랜 기간 많이 내려 습해지면 곰팡이가 활동하기 좋은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진다. 곰팡이가 배출하는 미세한 포자는 알레르기나 호흡기 질병, 피부염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다. 무좀과 완선, 비염, 구내염 등도 곰팡이가 원인인 질병이다.
전문가들이 꼽은 노인들이 장마철에 가장 주의해야 하는 피부질병은 발가락에 생기는 무좀과 사타구니의 완선이다. 노인들은 피지선과 피부면역체계 등의 기능이 약해 곰팡이성 질병에 더욱 취약하기 때문이다. 김수영 을지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특히 당뇨병 환자는 무좀 같은 곰팡이성 질환 때문에 고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곰팡이로 인한 피부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피부를 잘 씻고 말려줄 것을 권한다. 옷과 양말 등을 세탁하고 나면 햇볕에 말려 곰팡이가 번식하지 않도록 한다. 욕실, 주방이나 여름 내 사용한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밀폐된 옷장 등 집안에서 곰팡이가 자라기 쉬운 곳도 관리가 필요하다.
장마가 길어지면 우울증도 심해진다. 뇌의 호르몬 분비 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수면을 유발하는 호르몬인 세라토닌과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장마철에는 쉽게 피로해지고 불면 증세까지 나타나기 일쑤다. 낮에 졸리고 밤에 잠이 오지 않는 수면장애는 우울증과도 연관이 깊다. 잠을 잘 못 자면 우울증 발생 위험이 2~3.5배까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평소처럼 일어나서 낮에 졸려도 20분 이상 자지 않는 등 신체리듬을 정상으로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커피나 홍차 같은 카페인 음료를 적게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또 전문가들은 비 오는 날일지라도 노인들이 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고 권한다. 맨손체조와 근력운동이라도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천둥이 치면서 내리는 비인 우레비가 내리면 가급적 야외 운동을 피해야 한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비가 오더라도 밖에 나가 산책하고, 실내에서는 조명을 밝게 유지하면 우울증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전 세계가 심각한 경제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간 이어지리라는 진단이 의료계에서 거듭 나오고 있는 지금,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이루려면 기존과는 다른 차원으로의 도약이 필요한 상황. 정부에서는 이를 위한 ‘한국형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들이 성공적으로 지역에 안착해 주민들이 좋은 일자리를 체감하는 게 정부의 목표이자 지역의 목표이기도 하다. 이는 양천구를 책임지고 있는 김수영 양천구청장 또한 마찬가지다. 그녀에게 직접 일자리와 양천구 개발의 미래상을 들어봤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지난해 7월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에서 지방정부를 대표하는 지역위원으로 위촉된 이후,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목소리를 대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는 각 지방정부에서 시행되고 있는 우수한 일자리 정책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중앙-지방정부 간, 지방-지방정부 간 협업을 강화하는 소통의 창구 역할이다. 양천구는 2019년 119개 사업에 7231개 일자리 창출 목표를 수립해 119개 사업, 68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과를 이뤘다.
“일자리는 더 이상 단순한 생계유지 수단이 아닌,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핵심적인 복지 영역입니다. ‘일자리가 곧 복지’인 거죠. 질 좋은 일자리 창출에 힘써 다양한 계층이 체감하는 내실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는 모두의 바람이자 희망입니다.”
중장년층 일자리 확보를 위한 다양한 노력
김 구청장은 50대 이후의 중장년층을 위한 양천구만의 일자리 지원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양천구의 어르신복지과 ‘인생 이모작 팀’이 중장년층을 위한 여러 솔루션들을 기획 중이다. 그리고 50대 독거남들이 사회에 다시 진출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는 ‘나비남 프로젝트’, 80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의사, 간호사, 영양사 등 전담 팀이 직접 방문해 건강관리를 해주는 ‘백세건강 돌봄 사업’ 등 세대별 맞춤형 복지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외 양천시니어클럽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장년층이 제2의 인생을 준비할 수 있게끔 다양한 정보 제공 및 취·창업 지원을 위한 양천50플러스센터를 2021년 7월 개관할 예정이다. 또한 ICT 기술을 독거노인 및 취약 계층에 도입해 디지털 취약 계층과의 정보 격차를 줄이고 고독사를 예방하는 신중년 일자리 사업도 추진 중에 있다. 예를 들어 ‘ICT 기반 돌봄 서비스’는 신중년 ICT 케어 매니저들이 AI 스피커를 활용해 독거 어르신의 고독사 예방 및 신속한 위기 대응 등의 돌봄 서비스를 수행하는 일이다. 더불어 조리사 자격을 갖춘 신중년들이 어린이집의 대체조리사로 활동해 급식 공백을 최소화하는 서비스인 ‘대체조리사 지원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자치단체로는 전국 최초 ‘목재교육전문가’ 양성기관 지정
양천구가 자치단체로는 전국 최초로 목재교육전문가 양성기관으로 지정됐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양천구가 선정된 배경에는 먼저 ‘연의목공방’이 서울시 자치구 목공방 중 규모가 제일 크며, 목재 관련 박사학위가 있는 외부 강사를 인력풀로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 있다. 그리고 지자체에서 목공지도사를 직원으로 채용해 직접 운영하는 것도 높이 평가받았다.
“양천구는 주거 지역이 전체 면적의 약 72%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베드타운으로 흔히 목동을 얘기하면 대입 전문학원이나 목동 아파트 등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런 입시학원 중심의 목동에서 평생학습 중심의 양천구를 만들기 위해 오목공원 내 창고로 방치돼 있던 공간을 목공예 체험장으로 조성한 것이 연의목공방의 시작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 7월 산림청에서 전국적으로 공모한 ‘목재교육 전문가 양성기관’에 지원하였으며, 지정을 받았습니다. 전국 총 44개 기관에서 신청했는데 6개 기관만 선정되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양천구죠. 앞으로 목재교육 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국가자격증반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개강은 곧 할 예정입니다.”
12월부터 개강할 목재교육전문가는 산림청에서 목재교육전문가 양성기관으로 지정한 기관만이 배출할 수 있다. 6개월 과정으로 운영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목재교육 분야의 전문지식·기술습득 및 국가자격증을 취득하면 목재문화체험장, 강사 활동, 학교 방과후 교사 및 마을 학교 강사, 소창업 등이 가능해진다. 양천구에 목공방 마을 1호가 머지않아 탄생될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마음 치유는 공원에서
일자리를 못 구하는 일도 사람의 마음을 척박하게 만들지만, 이제 우리에게는 그 이전에 가혹한 생존의 문제가 하나 생겼다. 바로 코로나19다. 김 구청장은 자칫 몸과 마음이 삭막해질 수 있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무엇보다 ‘삶의 질’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그런 기준에 따라 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서 여가를 보내는 대신, 쾌적하고 안전하게 ‘쉼’을 누릴 수 있는 공원을 추천했다. 양천구는 이러한 방향성에 맞춘 다수의 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양천구 면적은 17.4k㎡로 이 중 주거 지역이 71.8%인 12.5㎢입니다. 녹지는 23%인 4㎢로 그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며 전역에 크고 작은 공원 104개소가 조성되어 있어 힐링하기에 좋은 환경이죠. 특히 연의목공방에서 700m 떨어진 곳에 양천도시농업공원을 작년 4월에 개장했는데, 7000평 규모에 농업체험학습장, 친환경텃밭, 야생초화원, 생태연못 등이 마련돼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삭막한 도시 환경을 개선함은 물론 마을공동체 사업과도 연계해 건강, 교육, 공동체 개선 등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이끌고 있는 중입니다.”
양천도시농업공원에서 수확한 채소는 각 동의 취약 계층과 어르신 사랑방에 기부하거나 양천푸드마켓을 통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된다. 작년 한 해 동안 기부된 채소들은 300kg이 넘는다. 공원을 가꾸는 재미가 정서적 위안과 함께 공동체 정신을 높이는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김 구청장은 이러한 호응에 힘입어 2022년까지 연의목공방 맞은편에 제2의 도시농업공원을 하나 더 개장해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균형 발전을 위한 대규모 사업들
“양천구는 강남권과 비강남권을 말하는 서울시의 축소판처럼 목동과 비목동 간의 지역 격차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구청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균형 발전에 대한 밑그림을 구상했고 민선 7기를 열면서 구체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 구청장이 균형 발전을 위해 구상한 ‘H-Plan’은, 양천구의 큰 개발 계획을 통해 동쪽(목동)과 서쪽(비목동)이 균형 발전을 이루고 상생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정책 사업이다. 미래 양천의 30년 발전을 위해 주민들과 약속한 내용이기도 하다. 우선 동쪽에는 중소기업 혁신 성장 밸리를 조성하고 서쪽에는 서부트럭터미널을 개발해 도시 첨단 물류단지를 추진할 계획이다. 남쪽은 신정차량기지를 이전 및 개발해 문화 상업 복합 시설을 유치하며 북쪽으로는 국회대로와 차도를 지하화해 지상에 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신정3동의 서부트럭터미널 개발은 운영사인 서부T&D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해 그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경전철 목동선도 서울시와 정부에서 재정사업으로 추진하기로 발표한 이후, 국토교통부 국가교통위원회의 심의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의 승인이 끝나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다음 절차가 진행될 것입니다. 워낙 큰 사업들이라 임기 내에 모든 것을 마무리할 수는 없겠지만 미래의 먹거리 사업이라 생각하고 차근차근 추진해나가려고 합니다.”
자발적인 착한 소비 운동에 감동
김 구청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양천구민들에게 감동을 받은 경험이 있다. 구청에서는 코로나19로 지역경제가 어려워지자 힘들어하는 소상공인을 응원하기 위해 ‘착한 소비’ 캠페인을 시작했다. 동네 단골집에 미리 ‘착한 선결제’를 한다거나 포장 주문을 하거나, 1+1 구매를 해서 주변 이웃과 나누자는 ‘착한 소비자’ 운동이 그 내용이다.
“현장에 나가 보면 손님이 너무 없어 힘들다는 사장님이 많은데 ‘주민들이 이렇게 착한 소비 운동을 해주시니 그래도 버틸 힘이 난다’고들 하셨습니다. 그중 한 식당 사장님은 주민들이 방문 포장도 하고 선결제도 해주고 응원해주는 것이 너무 고마워서, 자신도 단골 미용실에서 선결제를 하는 착한 소비자 운동에 동참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더군요.”
정부에서 재난지원금, 새희망자금, 소상공인 신용보증 융자 지원 등 여러 가지 정책들을 통해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일시적인 지원보다 단골손님들의 응원과 소비가 더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사실 ‘착한 소비’ 캠페인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으면 불가능했을 사업입니다. ‘나도 힘들지만 우리 이웃을 위해 함께 이겨내자, 힘내자’ 하면서 서로 응원하는 마음으로 동참해주시는 주민들을 보면참 감사한 마음도 들고, 사회를 움직이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은 주민들에게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니어 구민을 위한 행정
최근 김 구청장이 관심을 갖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시니어 구민을 위한 디지털 격차 해소다.
“얼마 전 모 신문에서 국민 10명 중 8명이 유튜브를 이용하고, 한 달 평균 30시간이나 시청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뉴스가 가장 많은 채널을 묻는 질문에 50대와 60대의 절반 이상이 유튜브를 지목할 만큼 가짜 뉴스에 노출되어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가짜 뉴스와 거짓 정보에서 진짜를 가려낼 수 있도록, 중장년 어르신들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줄 ‘디지털 문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김 구청장은 로봇과 시니어를 연결하는 일도 하고 있다. 관내 어르신들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교육용 로봇 사업을 도입한 것이다.
“어르신 복지관 3개소에 얼굴과 음성 인식이 가능한 카카오톡 교육 로봇인 ‘리쿠’를 40대 보급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손님들이 비대면 주문을 선호하고,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도 적어 매장마다 늘어나고 있는 무인단말기 ‘키오스크’ 사용을 어려워하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패스트푸드점 주문, 기차표 발매, 영화관 티켓 발매, 무인발급기 이용 방법 등을 알려주는 교육용 키오스크를 복지관에 설치하고 관련 강좌를 개설할 예정입니다.”
김 구청장은 또한 ‘스마트폰 사용 기초 과정’을 시작으로 유튜버로 활동할 수 있는 ‘1인 크리에이터 교육’, ‘시니어를 위한 빅데이터 교육’ 등을 실시해 다가오는 스마트 미래 시대에 신중년들이 당당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진행형의 인생 2막
“보통 정년이라고 해서 퇴직하는 나이가 정해져 있는 직업에서는 은퇴 후를 ‘인생 2막’이라고 표현하지만 저는 계속 이어지는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더 일해야 할 때라고 말하는 김 구청장은 양천의 미래 30년을 위한 굵직한 사업을 많이 추진하고 있다. 그런 사업들을 꼼꼼히 챙기면서 양천구민들을 위해 어떻게 잘 마무리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밝혔다. 50대 중반의 신중년인 김 구청장이 생각하는 시니어로서의 삶은 뭘까. 그녀는 나무와 같다는 말로 비유했다.
“울창한 산길을 걷다 보면 주위에 나무가 참 많은데, 이 나무들의 나이를 겉만 보고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나무는 우리처럼 나이를, 이마나 눈가에 주름으로 새기는 것이 아니라 나무 속에 나이테로 새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봄이 되면 모든 나무가 푸른 잎을 꺼내는 것은 똑같죠.”
김 구청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성해지는 나무처럼 나이 들수록 더욱 울창하고 푸르른 나무가 되어, 누군가 와서 쉴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주는 그런 포용력과 배려심을 키우는 게 멋지게 나이 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큰 나무처럼 양천의 미래를 책임지며 자신의 나이테를 깊이 새기고자 하는 그녀의 소망이 어떤 봄을 맞이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목동자생한방병원은 17일 서울 양천구 해누리타운에서 열린 ‘2019 양천구 진로교육의 날’ 행사에서 양천구(구청장 김수영)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올 한해 청소년 진로교육 활성화 및 인적자원 양성한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 수상의 계기가 됐다. 아울러 이번 수상은 2017, 2018년에 이어 3년 연속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목동자생한방병원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병원 내 근무하는 직업군들에 대한 직무 인터뷰와 체험교육을 진행하는 등 학생들의 진로 결정을 돕기 위한 양질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왔다. 이에 2016년 12월에는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우수 진로직업체험 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2017년 6월에는 교육부 심의를 거쳐 한방병원 최초로 교육기부 진로체험 기관 인증을 획득했다.
목동자생한방병원 정벌 병원장은 “목동자생한방병원은 장차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이 올바르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청소년들의 진로체험 활동이 더욱 원활하게 이뤄지게끔 교육내용을 폭넓게 구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끝별 시인이 추천하는 '삶이 힘에 부칠 때,위로가 되는 시집'
혼자 가는 먼 집(허수경 저)
최근 독일에서 유명을 달리한 친구 허수경을 기리는 마음으로 골랐다. 그가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고단한 시기에 나온 시집으로, 제목 자체에 삶과 늙음과 죽음이 담겨 있다. 시인의 흔들리는 내면을 담은 시편들이 홀로 힘겨운 삶을 사는 이에게 위로를 줄 것이다.
백석 문학전집
우리가 고단한 삶 속에서 잃어버린 채 살아온 본원적이기에 향수어린 감각, 언어, 서사들을 일깨워준다. 훈훈하게 감싸 안는 듯한 백석의 시를 읽다 보면 마음 편안한 위로를 받게 된다. 기교 없이 담담한 언어로 쓴 서정시들은 차분히 삶과 시간을 들여다보고 성찰하게 한다.
김수영 전집
김수영의 시는 현실의 좌절과 억압 속에서 냉철하게 사회를 직시하고 거침없이 분노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백석의 시와 대조를 이룬다. 부조리한 인생을 살다 보면 가끔은 공격적으로 저항하고 토해내는 김수영의 시가 선사하는 가슴 통쾌한 위로가 필요할 때가 있다.
김종삼 전집
김종삼의 시는 비현실적일 정도로 현실을 아주 맑고 영롱하게 표현한다. 그의 삶을 견주어 보면 그의 시가 지닌 투명함은 처절한 고통 속에서 걸러진 증류수와 같다는 걸 알 수 있다. 삶의 무언가를 거르고 싶거나, 현실 넘어 삶을 말갛게 보고 싶을 때 읽어보면 좋겠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다양한 캘리그라피 작품과 마주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손글씨를 전문으로 하는 캘리그라퍼가 새로운 직업으로 탄생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어 새로운 취미활동으로도 인기라는 캘리그라피를 김수영(66), 김종억(66) 동년기자가 배워봤다.
촬영협조 한국캘리그라피협회
서예와 비슷한 듯 다른 캘리그라피
캘리그라피(Calligraphy)는 그리스어 kallos(아름다움)와 graphy(쓰기)의 합성어로 ‘글이 가지고 있는 뜻에 맞게 아름답게 쓰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쉽게 말해 ‘예쁘게 쓴 손글씨’라고 이해하면 된다. 간혹 캘리그라피를 서예와 혼동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 둘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특징을 가진다. 그렇다면 서예와 켈리그라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서예는 점과 선, 먹의 농담(濃淡), 문자 상호간의 조형미를 통해 완성되고 집필법, 완법 등의 규칙이 정해져 있다면, 캘리그라피는 기본 원리는 서예와 같지만 보다 자유로운 방식으로 글씨에 감정과 생각, 기분 등을 표현한 것이다.
한국캘리그라피협회 유현덕 회장은 “‘풍선껌’이라는 단어를 생각할 때 뾰족뾰족한 글씨체보다 동글동글한 글씨체가 어울리듯 단어 분위기에 맞는 개성 있는 글씨체로 생동감을 살려 글씨를 표현하는 게 캘리그라피”라고 설명했다.
김수영 동년기자
처음엔 느낌을 담아서 글씨를 쓰라는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럴 땐 단어를 입 밖으로 소리 낸 뒤 써보라는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따라 해보니 효과가 있었다. 글씨에 강, 약을 표현했을 때 그 느낌이 달라진다는 점이 신기했다.
김종억 동년기자
솔직히 캘리그라피란 용어가 있는지 잘 몰랐다. 단순히 ‘예쁜 글씨네’, ‘잘 썼네’라고만 생각했던 글씨체들이 캘리그라피였다니! 글씨를 쓴다는 점에서는 서예와 다르지 않았지만 표현하는 방식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캘리그라피의 다양한 활용
개성과 핸드메이드를 선호하는 현시대에 캘리그라피는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으며 그 활용 범위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기업의 로고, 영화 포스터, 간판 등 폭넓은 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대표적인 예로 소주 ‘처음처럼’의 상표가 있다. 이처럼 캘리그라피의 사용이 대중화하면서 캘리그라퍼, 캘리그라피 자격증, 학원 등이 생겨났다. 유 회장은 “기본부터 다양한 선을 그리는 방법까지 꾸준한 연습이 중요하다”며 “최소 일주일에 한 번씩, 세 시간 이상 투자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캘리그라피를 배웠다면 단순히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엽서, 부채, 머그잔 등 일상 소품에 써넣어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해보는 것도 좋겠다.
김수영 동년기자
집 근처 문화센터에서 캘리그라피 교육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인터넷에 캘리그라피를 검색하면 수많은 교육기관에 대한 정보가 나온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배울 수 있으니 시니어도 한번 도전해보는 것이 어떨까. 특히 한 번 배우면 집에서도 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김종억 동년기자
시니어들이 캘리그라피 자격증을 취득하면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을 것 같다. 재능기부뿐만 아니라 손주들에게도 멋진 캘리그라피 솜씨를 한껏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더불어 창작활동도 함께하면 약간의 수익 창출도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누구나 배울 수 있는 캘리그라피
캘리그라피는 누구나 관심만 있으면 도전할 만하다. 물론 악필이어도 상관없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 중 하나는 처음 시작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붓 또는 붓펜, 먹, 머루, 종이만 준비하면 끝. 고가 제품의 붓은 필요없다. 초보자에게는 1만 원짜리 정도면 적당하다. 유 회장은 “고가 제품의 붓은 필요 없다. 초보자에게는 선의 질감 등 다양한 표현을 담을 수 있다”며 “캘리그라피를 심도 있게 배우고 싶다면 붓펜보다는 붓으로 시작하는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캘리그라피는 붓의 종류, 잡는 방법, 종이 종류 등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처음 시작할 땐 다른 작품을 따라 쓰는 것보다는 선 긋기, 원 그리기 등의 반복 훈련을 통해 기본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연습이 끝나면 인사말, 계절과 관련한 문구, 명언 등을 따라 써보자. 보다 즐겁게 연습을 마무리할 수 있다.
김수영 동년기자
처음엔 재미있다기보다는 어렵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평소에 붓을 사용하지 않다 보니 붓을 먹에 적시는 것부터가 어색했다. 긴장해서인지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붓을 든 손이 바르르 떨리기도 했다. 천천히 써야 하는데 자꾸 마음이 앞서 선생님으로부터 ‘침착하게 쓰라’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성격이 급한 시니어는 캘리그라피를 통해 마음을 다스려봐도 좋겠다.
김종억 동년기자
2시간의 체험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처음에는 서예를 배운 경험이 있어 아주 쉬울 것으로 생각했지만, 시각적인 요소를 고민하다 보니 마음처럼 예쁘게 써지지 않았다. 그다음엔 선생님이 쓴 글씨를 따라 써봤는데 웬걸… 더 이상할 뿐이었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나만의 느낌을 담은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점점 모양을 잡아가더니 마지막엔 꽤 괜찮게 문장을 만들 수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지속적으로 배워보고 싶다.
은퇴를 했거나 자녀들을 결혼시킨 시니어는 늘어난 시간에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면 좋다. 이때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시니어 취미활동으로 사진 촬영을 추천한다.
무조건 고가의 카메라를 처음부터 구입할 필요는 없다. 주변 지인의 추천을 받고, 인터넷으로 구입하기보다는 직접 눈으로 보고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무리 비싸도 가방 속에 고이 모셔둔 카메라는 쓸모가 없다. 현재 내 손에 들려 있고 셔터를 눌러 당장 카메라에 담고 싶은 피사체를 찍을 수 있어야 가장 좋은 카메라다.
박상복(38) 분당 금곡동 행정복지센터 사진반 강사는 “사진 촬영을 배울 곳이 그리 많지는 않다. 주민센터나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사진반이나 대학교 평생교육원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된다”고 하면서 “디지털 사진기가 일반화되어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진 촬영은 평상시 모습을 카메라로 찍은 후 그걸 들여다보면서 추억으로 회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고 사진의 매력을 설명한다.
성남수정노인복지관 사진예술반은 70대 교육생이 대부분. 손자들이 자라는 모습을 좀 더 멋지게 남겨두려고 사진 촬영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강성길(74) 교육생, 젊은 시절 필름 카메라에 대한 추억이 아직 남아 있어 사진예술반에 참여하고 있다는 윤승창(72) 교육생 등 사진 촬영을 취미로 시작한 이유도 다양하다.
사진 촬영이 시니어 취미활동으로 좋은 이유는 무엇보다 장소 및 시간 제약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소재 또한 무궁무진하고 언제 어디서든 카메라만 있으면 마음껏 즐길 수가 있다.
카메라 파인더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이 처음엔 좀 낯설고 어색할 수 있지만 사진을 찍다 보면 어느새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촬영 대상에 대한 관심과 집중력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그동안 발견 못한 자신의 예술적 감성도 발견하게 된다. 또 부지런해지고 건강해진다. 예를 들면 일출을 카메라에 담으려면 새벽에 일어나 사진 찍기 좋은 장소에 미리 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반 동아리에 참여하게 되면 전국 방방곡곡을 걸어다녀야 하므로 일부러 운동을 하지 않아도 건강을 챙길 수 있다. 이 밖에 동호회 활동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전시할 기회도 생겨 보람과 자부심도 느낄 수 있다.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무조선 자주 많이 찍는 것이 가장 좋다. 2~3년 열심히 찍다 보면 카메라의 메커니즘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다. 여생을 좀 더 즐겁게 지내고 싶은 시니어라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해보길 바란다.
“오늘도 일하러 가세요? 점심이나 간단히?”
“점심 같이 먹자. 내가 살게. 나이 들어갈수록 지갑을 자주 열어야 한대. 먹고 싶은 음식 있으면 미리 생각해두렴.”
“네~ 12시에 제가 차 가지고 모시러 갈게요. 310동 도로에서 뵈어요.”
그렇게 만나 함께 낙엽 쌓인 율동공원을 산책하며 가을날 오후를 즐겼다.
K와의 인연은 2년 전쯤 양평군립미술관에서 열린 미술관음악회에서 시작되었다. 그날 음악회 무대에 올려진 슈베르트의 가곡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를 잘 듣고 집으로 가는데 역시 음악회에 참석한 그를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만났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눴고 그 후 선후배로, 멘토·멘티로, 부담 없는 이웃으로 가깝게 지냈다.
K는 50대의 모태솔로다. 성악을 전공한 음악도였는데 뜻한 바가 있어 대학 졸업 후 10여 년간 금융기관에서 일했다고 한다.
경제력도 빵빵해 아파트는 물론 상가를 서너 채나 보유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반드시 필요한 곳에만 돈을 쓰는 알뜰형 인간이다.
현재 사설 합창단 대표, 복지관 어머니 합창단 강사, 성가대 지휘 등 돈 안 되는 일도 많이 하고 있다. 명함을 내밀 만한 직업은 딱히 없지만 ‘마음씨 좋은 동네 아저씨’ 같은 인상에 어지간한 조건은 다 갖추었다.
그런데 제일 중요한 한 가지, 건강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신경정신과 치료를 10년 넘게 받고 있는 조현병 환자이기 때문이다.
감정기복이 심해 기분이 괜찮을 때는 한없이 좋았다가 날씨가 흐리거나 하면 갑자기 기분이 다운되는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필자가 K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따뜻한 격려와 위로의 말밖에 없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도 필자가 K와 친구가 된 것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필자와 K 두 사람 모두 한 번도 결혼 경험이 없는 모태솔로라는 점이다. 둘째, 음악·미술·연극 등의 분야에 관심이 많은 것도 비슷하다. 또 같은 동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를 더 쉽게 친구로 만들어줬다.
한번은 혼자 라면을 끓이고 있는데 K에게 연락이 왔다. 저녁으로 라면을 먹으려 한다고 말하니 아직 온기가 가시지 않은 밥 한 공기를 어느새 들고 와 내민다. 라면 국물에 밥 말아 맛있게 먹으라면서.
또 어느 날은 텃밭에서 수확한, 흙냄새가 아직 코끝으로 풍겨오는 싱싱한 고구마 한 보따리를 불쑥 내밀며 심심할 때 쪄서 드시란다. 고마운 마음이 가득해지는 친구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 가끔씩 필자의 근황을 궁금해하고 미래도 걱정해주는 친구 K가 있어 올겨울은 덜 쓸쓸할 것 같다. 너무 자주도 아니고 너무 뜸하지도 않게 보내오는 카톡도 그래서 더 반가운지 도 모르겠다.
‘내가 너인 듯싶고 네가 나인 듯싶은 내 마음속 풍경’ 같은 그런 벗이면 좋겠다. 500m 떨어진 곳에 사는 K가….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책 한 권을 선물로 받았다.
라는 책이다. 이 책에는 65세 아들이 10년째 치매에 걸린 92세 노모를 위해 매일 밥상을 차리는 이야기가 들어 있다.
요즘 나는 하루하루가 너무 벅차고 힘들다. 하지만 젊고 건강했던 엄마가 늘 하시는 말씀처럼 ‘자물쇠가 있으면 반드시 열쇠가 있는 법’이니 힘든 면만 보지 말고 열쇠를 찾아보려 한다. 친구 몇 놈처럼 퇴직하고 ‘삼식이’ 소리나 들어가며 살 수도 있었는데, 오히려 삼시 세끼 요리사가 되었다. 덕분에 운동도 열심히 하게 되었고, 이렇게 책도 내게 되었다. 감사한 일이라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책을 읽는 동안 필자는 7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어머니와 지낸 60여 년의 긴 세월이 매일 그립지만 마지막 5년만큼은 떠올리기가 싫다. 애처로운 기억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당시 필자는 대전으로 근무지 발령이 나서 주중엔 대전에서 지내고 주말엔 어머니가 계시는 집으로 오곤 했다. 그렇게 주말 모녀로 몇 년을 살았다. 그런데 집에서 혼자 지내는 일이 익숙하지 않았던 어머니는 한동안 불면의 밤을 보내셨고 급기야는 우울증을 앓게 되면서 치매 초기 증세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입원시키기 전에는 조선족 아주머니를 간병인으로 채용해 하루 24시간 케어도 해봤으나 소용이 없었다. 어머니는 점점 더 안 좋아지셨다. 여전히 잠도 잘 못 주무시고 식사량도 갈수록 줄었다. 아주 오래된 일은 기억하지만 며칠 전 일과 몇 시간 전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치매 증상도 심해져갔다. 결국 죽전의 한 요양병원으로 모셨다.
2~3일에 한 번씩 침대에 누워 계신 어머니를 만나러 가면 어머니는 늘 “조심해라, 조심해” 하시며 한마디를 잊지 않으셨다. “뭘 조심해요?”라고 물으면 “모든 걸 다 조심해야지” 하셨다. 그 나지막한 목소리가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정상적일 때나 치매를 앓으실 때나 어머니는 그저 자식 걱정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자상하시고 자식을 위한 일이라면 주저함이 없었던 어머니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일상생활이 가능한 치매 환자가 되시다니…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 가누기가 힘들다.
이별 앞에서는 누구나 다 아쉬움뿐이겠지만 세상 떠나기 전 몇 년간 우울증과 치매로 고생하셨던 어머니를 좀 더 다정하게 대해드리지 못했던 것이 회한으로 남았다. 건강에 좋지 않은데 하루 종일 TV만 본다며 퉁명스럽게 말했던 일, 도우미 아주머니 옷주머니에 시도 때도 없이 만원짜릴 집어넣어주시던 어머니를 눈 부릅뜨고 힐책했던 일, 혼자 미장원에 갔다가 길 잃고 헤매다 늦게 귀가한 어머니를 큰 소리로 야단쳤던 일, 병문안 오신 외삼촌 얼굴도 못 알아보시는 어머니에게 툴툴거렸던 일 등등.
치매 환자로 누워 있어도 어머니가 곁에 있을 때는 든든했다. 오늘도 필자는 혼자 쓸쓸히 저녁밥을 먹는다. 의 저자처럼 하루 세끼 함께 밥 먹어주던 어머니가 필자에게도 있었음을 기억하며….
같은 직장에서 만난 30년 지기 친구 K에 대한 이야기다.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결혼 전 동거해 아이까지 낳고 그렇게 불같은 연예와 출산의 과정을 거친 후 결혼을 했다.
K의 남편은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데다가 잘난 여성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좀 고리타분한 성격의 남자였다. 아들 하나 딸 하나 낳고 그럭저럭 사는가 싶었는데 이 남자, 연애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성격이 결혼 후 나타나기 시작한 모양이다. 그들의 결혼생활을 구체적으로 알 길은 없다. 다만 가끔씩 K를 만나면 쏟아내는 이야기가 거의 드라마 수준이었다.
필자야 돌싱도 아니고 오리지널 솔로이다 보니 K의 남편과 같은 남자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부부싸움 이야길 실감나게 하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K를 보고 있노라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 K의 남편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난감했다. 부인 알기를 부하 직원이나 하수인 다루듯 하고 툭 하면 욕설과 폭행까지 일삼는다고 하니 분명 정상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필자는 K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헤어져라, 헤어져. 그런 남자랑 더 살아봤자 뭐하겠니?”라고 했다. 그러면 K는 “아이들 때문에 이혼은 못하겠어. 아이들 결혼시킨 후라면 몰라도…” 하면서 눈물 콧물 닦아낸 수건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나 과연 사랑도 정도 없는 남자와의 결혼생활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허구한 날 부부싸움을 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또 어떻고…. 다행히 엄마 마음을 조금은 헤아리는 것인지 아들과 딸은 K에게 자기들 걱정은 하지 말고 이혼하고 싶으면 하라고 했단다.
그러나 시어머니 입장은 달랐다. 사소한 문제로 부부싸움을 하던 하루는 마침 시어머니도 함께 있었다고 한다. K의 남편은 일상적인 대화를 하다 감정이 격해지면 욕을 해대면서 주변의 물건을 던지기도 하는데 그 광경을 지켜보던 시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더란다. 그러면서 나중에 K에게 “난 옛날에 너희 시아버지한테 맞으면서 살았어” 하더란다. K가 폭력을 당하는 것이 부부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런 이야기들을 들을 때마다 필자는 참기 힘들었고 더 고통스러웠을 K는 흐느꼈다. 그러나 시도 때도 없이 다투던 그들의 부부 이야기는 이제 더는 들을 수 없게 되었다. K를 만날 때마다 했던 “헤어져라, 헤어져!”라는 말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얼마 전 K의 남편이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요즘 K는 죽은 남편 이야길 하면서 또 훌쩍인다. 더 이상 볼 수 없는 남편이 이제는 그립기까지 하단다. 부부란 원래 그런 것일까. 필자는 K의 속내를 전혀 짐작할 수 없다. 상대방 입장이 되어봐야 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데, K와 필자는 무엇 때문에 흐느끼고 무엇 때문에 분노했던 것일까. 인간의 감정이란 참으로 미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4월 14일 동년기자단 2기 발단식이 열렸다. 지난 1년간 감동과 연륜이 묻어나는 글로 두각을 나타냈던 1기 동년기자 26명을 포함한 총 48명의 2기 동년기자단이 꾸려졌다. 각자의 인생과 삶의 철학은 다르지만, ‘동년(同年)’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하게 될 그들이 첫 만남을 가졌다.
3월 1일부터 15일까지 온라인 지원과 서류 심사를 거쳐 선발된 48명의 동년기자가 설렘을 안고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발단식 이후, 이듬해 3월까지 1년간 각자의 역량에 따라 활발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2기 동년기자들은 1942년생부터 1966년생까지, 평균나이 61세로 1기 동년기자단(평균나이 54세)보다 연령대는 높지만, 저마다의 깊은 연륜과 강한 열정으로 앞으로의 활동에 기대를 불어넣고 있다.
공감과 감동이 있는 기사 기대돼
이날 행사는 명함 및 기자수첩 수여, 윤리강령 채택, 동년기자단 1기 활동 보고, 개인 프로필 및 단체사진 촬영, 자기소개 등으로 이뤄졌다. 발단식에 참석한 길정우 이투데이 총괄대표이사는 “동년기자들의 눈높이로 일상의 행복한 일, 감동을 주는 이야기 등을 기사로 쓴다면 중장년 독자와의 공감대를 잘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좋은 글을 많이 써서 우리 주변에 행복과 기쁨을 나눠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혁 이투데이PNC 대표이사는 “매호 동년기자의 글을 감동적으로 읽고 있다. 1기 동년기자단의 활동 덕분에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콘텐츠 잡지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며 2기 동년기자단의 활약을 기대했다.
보람만큼 책임감 더한 기사로 발전하길
동년기자단 1기를 이끌었던 강신영 단장은 “처음에는 얼떨떨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모두 액티브 시니어로 활동하는 분들이라 잘 자리 잡을 수 있었다”며 지난 활동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했다. 아울러 “블로그나 SNS 등에만 쓰던 내 글이 잡지와 온라인 사이트에도 실리는 것에 무척 보람을 느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보게 되는 만큼 글과 사진의 수준을 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동년기자단’을 작명한 임철순 이투데이 주필 겸 이사는 “동년이란, 같은 나이라는 뜻도 있지만, 과거 시험에 함께 합격한 이들을 일컫기도 한다. 서로 나이는 차이 나지만, 친구로 동무로 어울리며 망년지교(忘年之交)하길 바란다. 열심히 글을 쓰고 보람찬 활동을 하면 좋겠다”며 그 의미를 되새겼다.
남자 25명, 여자 23명 / 50대 20명, 60대 23명, 70대 5명 / 평균나이 61세
가나다순 48명
가재산(63·남), 강신영(65·남), 김수영(64·여), 김영선(65·여), 김종범(61·남), 김종억(64·남), 김진주(57·여), 김태형(57·남), 박기원(51·남), 박미령(63·여), 박수남(54·여), 박애란(66·여), 박정하(51·여), 박종섭(62·남), 박혜경(65·여), 배인휴(65·남), 백외섭(66·남), 변용도(67·남), 성경애(60·여), 성미향(54·여), 손웅익(59·남), 신용재(68·남), 안영란(55·여), 안영희(70·여), 양복희(60·여), 옥선희(59·여), 육영애(71·여), 윤영애(56·여), 윤재훈(58·남), 윤정자(75·여), 윤종국(70·남), 이경숙(65·여), 이두백(67·남), 이미숙(56·여), 이석현(56·남), 이찬만(58·남), 이현숙(59·여), 장영희(61·여), 전용욱(59·남), 정성희(57·여), 정원일(60·남), 조왕래(66·남), 주상태(51·남), 최원국(61·남), 최은주(54·여), 최현식(64·남), 한정수(71·남), 홍재기(57·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