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들면 차분해진다. 그리고 푸근하다. 나무 숲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은혜롭다. 더 바랄 것 없이 관대해지기까지 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밀린 숙제 하듯 허둥대며 떠밀려온 시간이었는데 갑자기 느긋하고 풍요해지는 마음이다. 걷기만 해도 지지고 볶던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듯하다. 차분해지고 감사함이 생겨난다. 숲이 주는 고마움, 풍성하게 누린 날이다.
서울에서 그리 멀리 온 것 같진 않았다. 고갯길을 넘고 간간히 조붓한 길을 주춤주춤 달리기도 했지만 자동차는 어느새 나남수목원 앞에 다달았다. 나남수목원은 한평생 책을 만들며 살아온 사람의 인생을 전해주는 숲이다. 경기도 포천의 산비탈에 '세상에서 가장 큰 책, 나남수목원'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고 있는 숲에 들었다.
숲으로 걸어 들어가는 길에 수목원의 검둥개가 꼬리를 흔들며 앞장선다. 느릿느릿 두리번거리면서 사진도 찍느라 늦장 부리면 가다가 뒤돌아서 한참씩 멈춰서 기다리기를 반복한다. '일루 와요, 나만 따라오면 된다니까' 하는 표정이다. '알았어, 갈게. 조금만 기다려' 그렇게 수목원의 개와 노닐며 한적한 숲길을 걸었다.
책과 나무의 숲에 살다
‘나와 남이 어울려 사는 우리’라는 포부를 담고 시작한 나남출판사의 조상호 회장이 2008년부터 일군 나남 수목원. 포천의 왕방산 산자락에 20여만 평의 땅에 만들어낸 숲이다. 이런 숲을 개인이 가꾸다니... 언감생심 부러워할 수조차 없지만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일이 생각만 해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란 건 짐작이 된다. 적어도 고된 노동과 긴 시간의 기다림이 필요한 일이 아닌가.
수목원의 아름다움은 역시 아침 무렵이다. 숲 사이로 유난히 도드라지는 빛이 눈부시다. 온누리에 아침빛을 받은 숲의 투명함 또한 참 이쁘다. 숲길에 구절초와 벌개미취가 자연스럽게 무더기를 이루어 피어났고 꽈리꽃의 붉은빛이 선명하다. 산책로 옆으로 5리쯤 된다는 실개천이 촉촉하게 흐른다. 숲길을 걸으면서 와, 좋구나를 연발할 수밖에 없다.
굽이진 산속이다 보니 여타 수목원처럼 주변과 입구에 음식점이나 카페도 없다. 내부에 놀이 공간이나 즐길 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흔한 포토존이나 무슨 촬영지였다는 표지판도 없다. 인위적 기교 없이 수수한 숲은 마냥 자연스럽다. 온전히 숲을 받는 느낌이다. 그저 숲이기만 한 게 이렇게나 고맙구나 싶다.
책 박물관으로 이르는 길의 연못에 푸른 하늘이 풍덩 빠져 있다. 연못 앞에서 세찬 바람에 머리를 날리는 듯한 여자의 조각상이 인상적이다. 짐바브웨이의 조각가 Witness Bonjisi의 A Windy Day라는 작품이라는데 그 풍경 속에서 잘 어울린다.
수목원 중턱쯤에 있는 책 박물관에 오르니 딱 그 자리가 제 자리인양 앉혀져 숲을 내려다본다. 그 모습이 편안하고 멋스럽다. 안이 훤히 보이는 3층 건물에 가을볕이 에워싸고 숲이 둘러있다. 숲지기인 조상호 회장이 나남출판사를 통해서 평생 만들어 낸 책이 담겨있는 곳이다. 그리고 책으로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문화공간이기도 하다.
책 박물관, 이 또한 책의 숲이다. 나남출판사에서 40년간 3500여 권의 책을 펴낸 숲지기 조상호 회장이 직접 심은 나무가 10만여 그루라 했다. 이젠 세상에서 가장 큰 책이라 일컫는 나무를 키우는 일에 파묻혀 있으니 더 할 일이 있을지.
서가 벽면에는 몇 해 전 나남출판 40주년 기념으로 펴낸 조상호 회장의 '숲에 산다' 포스터가 멋지게 붙어 있다. 어차피 이곳에서는 책과 나무 이야기가 오갈 수밖에 없다. 그것만으로도 차고 넘친다.
나남에서 펴낸 책으로는 주로 사회과학 서적이 많았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책으로는 박경리 작가의 '토지'와 '김약국의 딸들' 등이 있다. 2층과 3층에는 이러한 것들을 들여다볼만한 공간이다. 특히 3층에는 책과 인연인 된 사람들이 모여 서가를 채워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숲과 책에 둘러싸인 날의 행복
북카페는 널찍하고 시원하게 트여서 그저 여유롭다. 한적한 실내엔 군데군데의 책장이 인테리어 몫을 다한다. 세미나룸인 듯한 아늑한 공간도 따로 있어서 의미 있는 모임을 계획할만하다. 북카페 안과 테라스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데크에 앉아 숲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멍 때리기에 최적의 장소다.
1층 북카페에 앉아 바라보는 숲, 눈앞에 꽉 찬 짙푸른 숲이 압도한다. 숲이 주는 힐링, 세상 더 할 말을 잊는다. 숲을 보며 누군가가 말했다. "초록빛에 왜 그리 환호하지?" 그럴 리가, 생생한 자연의 색감만으로 눈앞에 있으니 감동이 아닐지. 가을 색으로 물들면 또 그것으로 미칠 듯 반할 것이다. 나남 수목원 저편의 눈 내린 자작나무 숲의 풍경은 또 어떨지 상상해 보게 된다. 숲을 앞에 두고 보니 철마다 달라지는 나남 숲의 풍경을 가슴 두근거리며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게 사실이다.
북카페의 직원에게 조회장님에 관해 궁금해 했더니 지금 마침 숲에서 수목 전지작업 중이라고 알려주었다. 직접 나무를 가꾸고 관리하느라 늘 바쁘시다며 숲으로 가면 만날 수 있을 거라면서 연락해보겠다고 한다. 그러더니 벌써 산 능선을 훌쩍 넘어가서 너무 멀리 계시어 만나보기 어렵겠다는 것이다. 괜찮다. 오늘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숲 속에서 나무를 가꾸는 숲지기의 모습을 멀리서나마 바라보는 일, 전망 좋은 인수전과 자작나무 숲을 지나 언덕을 올라 산을 넘어가 더 많은 숲을 보는 일을 남겨두는 것, 어찌 한두 번으로 숲을 보았다고 할 수 있을까. 여길 다시 올 수 있는 이유를 만들었다.
그냥 숲과 책에 둘러싸인 채, 서늘한 마젠타 빛으로 가득 채운 레몬 블루베리 에이드 한잔 앞에 놓고 나니 세상 더 바랄 게 없다. 감성도 깊어지는 시절이다. 이 계절에 이만한 여행 없다는 생각에 숲을 찾은 자신에게 뿌듯하다.
◎가볼 만 한 곳 1. 술이 익어가는 느린 마을, 산사원
포천에 가면 술 익는 마을 산사원을 빠뜨릴 수 없다. 이 계절의 따사로운 햇볕이 딱 어울리는 곳이다. 두 팔 벌려 안아도 모자랄 커다란 술독 500여 개에 내려앉은 햇살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가. 쏟아지는 볕을 받으며 술이 익어가는 포천 산사원의 세월랑에 들면 느긋하게 계절의 풍류를 즐겨보고 싶은 마음이 불끈 솟는다.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풍성해지는 술독 사이를 걸으며 저만치 한시름 밀어내고 술 향기만으로도 취하고픈 시절이다.
포천의 느린 마을 양조장 배상면주가는 입구에 술박물관이 자리 잡았다. 그곳을 지나 '느린 마을'이라는 문패가 높이 매달린 정원으로 먼저 마음이 간다. 약 4천 평 규모의 산사원에는 이곳의 상징과도 같은 술항아리 행렬들이 맞아주고 있다. 전통주들의 숙성 공간 '세월랑'이다. 한 켠의 풀밭 근처 '줄행랑'에는 그 옛날 술이 만들어지던 모습과 술통을 매달고 배달하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다.
산사원 저편으로 펼쳐진 너른 정원에는 소쇄원의 광풍각을 본뜬 취선각이 마주 보인다. 건너편으로 2층 석조 누각이 멋스러운 우곡루, 바로 옆으로 경주 포석정과 같은 유상곡수가 있으나 코로나19가 방문자의 만고 시름 잊고 취해도 좋을 한나절 풍류를 온통 막아버린다. 그리고 전통술에 빠질 수 없는 부재료 누룩 이야기를 살필 수 있는 부안당. 누룩의 미생물을 이용해서 술의 주원료 쌀과 곡류를 분해해서 알코올을 생성하는 과정. 한 줄기 빛으로 술의 향기와 맛을 내는 부안당의 누룩을 비춘다.
이제 그 과정들을 통해 만들어진 전통술을 빚어낸 우곡 배상면 선생의 양조 철학을 살피고 우리 술의 역사를 풀어낸 박물관에서 술 문화의 면면을 살피는 시간이다. 전통주의 규제가 심했던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 고유의 술을 살리기 위한 그 분만의 노력을 본다. '백번을 시도하고 천 번을 고쳐라' 누룩 왕으로 불리던 배상면 선생의 기록실에서 술을 향한 일생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가볼 만 한 곳 2. 허브 마을에서 만난 산타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허브아일랜드 위로 푸른 하늘이 빼꼼하다. 지중해식 건축이 얼핏 이국적이다. 허브 정원, 허브 식물박물관, 허브힐링센터... 무수한 허브 이야기로 가득한 '어쨌든 완전히 허브나라에 들어왔습니다'... 하는 듯하다.
언덕 위 스카이 허브팜에 오르면 핑크 뮬리로 핑크 핑크 하다. 잔털처럼 피어나 너른 산 아래 밭에 함께 모여 뭉쳐있는 핑크빛 물결의 군락들, 핑크 뮬리는 개화기간이 길다. 아직도 산속에 갇힌 듯 조용히 피어나 환하다. 숨차게 올라 땀 식히며 핑크 뮬리에 담뿍 빠져볼 수 있다.
이곳은 허브관광농장으로써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것들이 한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진다. 볼거리는 물론이고 갖가지 체험과 먹고 자고 사색하고 힐링하는 것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서울을 떠나 멀리 산속으로 들어오니 강원도인가 싶기도 하지만 이곳은 경기도 포천이다. 허브 숲에 드니 심리적으로 온몸이 이완되는 듯한 느낌이다. 바쁜 현대인들에겐 숨통을 트이게 하는 곳이다. 쭉 돌아보고 나오기 전에 허브마을 깊숙이 들어가 보면 숨겨진 듯 나타나는 곳, 거기 산타마을이 있다. 메리 크리스마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가을철 풍성한 결실의 기쁨을 나타내는 옛말이다. 추석 명절의 풍요는 밥상 위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사람들 간 왕래를 막아도 풍성한 계절까지 막을 수는 없다. 코로나19 2년차, 코로나19 팬데믹 이래 네 번째 명절을 앞두고 있다. 아직 장을 보지 못했거나 싸고 좋은 물건 사러 전통시장을 방문하고 싶지만 주차 문제나 인파가 걱정된다면 스마트폰을 켜보자. 비대면 장보기 서비스가 추석날 풍속도를 바꿔놓고 있다.
네이버ㆍ쿠팡 대형 플랫폼 활용하는 전통시장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9월 26일까지 ‘온라인 전통시장 추석 특별전’을 개최한다. 네이버 장보기, 놀장, 장바요 외에도 ‘모두의 장날’, 위메프, 우체국 쇼핑에서 진행하는 이번 행사에는 전국 전통시장 300여곳, 온라인 쇼핑몰 10여곳이 참여했다. 1만 원 이상 구매하는 모든 고객에게 배송비를 지원하며, 5만 원 이상 구매 시에는 추첨을 통해 모바일 온누리상품권과 자체 쇼핑몰 포인트를 지급한다.
서울시에서도 ‘온라인 장보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같은 시장 내 여러 점포 물건을 한꺼번에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하면 배송을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네이버 장보기나 쿠팡이츠나 ‘놀러와요 시장’(놀장) 앱, ‘장바요’ 앱과 같은 쇼핑 플랫폼을 활용한다. 현재 서울시내 70곳에 달하는 전통시장이 온라인 장보기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에는 암사종합시장, 화곡본동시장, 노량진시장, 마장동시장 등 서울시내 대표적인 전통시장 8곳이 입점해 있다. 이 중 신선한 해산물과 육류로 유명한 노량진시장과 마장동시장은 서울시 전 지역 당일배송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고객 만족도가 높다. 놀장과 장바요는 앱에서 전국 전통시장 중 원하는 곳을 지정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모두 주문 후 2시간 내 배달을 지원하며, 1만 원 이상 구매시 배송료가 무료다.
동네 전통시장 장보기, 앱 하나면 충분
자체적으로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앱)이나 플랫폼을 활용한 배달 서비스를 지원하는 전통시장도 늘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서는 지난해부터 전통시장 배달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미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성대전통시장 978건, 남성사계시장 676건, 상도전통시장 1135건, 남성역 골목시장 106건 등 총 2895건의 배달 서비스도 시행한 바 있다.
전통시장과 배달이 성공적으로 결합한 데에는 동작구에서 자체 개발한 온라인 플랫폼 ‘장봄’ 덕이 컸다. 주민들이 이용하고 싶은 전통시장을 고르고, 입점해있는 상점들 중 2만원 이상 물건을 구매해 배달서비스를 신청하면 당일 배송이 이뤄진다. 성대전통시장은 주문 금액이 2만원 이상이면 2시간 이내에도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성대전통시장을 필두로 시작된 배송서비스는 남성역골목시장, 상도전통시장, 남성사계시장 등 동작구의 다른 전통시장과 성동구의 할인마트, 노원구의 도깨비시장까지 이용 가능 지역을 넓혔다. 결제 수단은 카드와 온누리상품권, 지역사랑상품권 등을 사용할 수 있으며 픽업 서비스를 지원하는 매장들도 많다. 시장마다 영업 시간과 배달 최소 금액, 무료 배달 최소 금액이 다르므로 홈페이지 내 매장 상세정보를 확인하고 이용할 필요가 있다.
강동구민이라면 전통시장 무료 배달 플랫폼 ‘빈손장보기’를 참고한다. 빈손장보기 역시 온라인으로 각 전통시장의 상품을 구입하고, 구매 가격에 따라 무료배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소비자에게는 빈손장보기에 입점한 전통시장의 물품을 각각 따로 구매해도 하나로 묶어서 배송하는 합배송을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게다가 강동구 전 지역으로 배달하며 기본배달료가 500원으로 매우 저렴하다. 2시간 내 배달을 원칙으로 하나 주문 마감시간인 오후 8시 이후 주문건은 다음날 배달된다. 현재 둔촌시장, 길동시장, 명일시장을 이용할 수 있으며, 오는 10월부터는 송파새마을시장도 서비스할 예정이다.
경기도에서는 공공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특급’에 ‘전통시장 장보기 코너’를 개설했다. 현재는 구리전통시장과 오산시 오색시장, 부천상동시장, 일산시장, 화서시장 등 5개 시장에서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시장 인근에 거주하는 경기도민은 배달특급 내 ‘편의점·시장’ 메뉴를 선택해 시장 물건들을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배달 받을 수 있다. 일반 배달앱과 비슷한 배달 속도와 지역화폐,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고객 호응도가 높다.
이 외에도 상인과 영상통화로 가격 흥정도 가능한 대전 신도꼼지락시장의 ‘꼼지락배송’ 앱, 당일 배송과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제고현시장 ‘모두의장날 고현시장콜’ 앱 등 시장 자체적으로 개발한 시스템도 편리한 장보기를 지원하고 있다.
명절 대목을 맞아 전통시장들이 활로 개척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다양한 할인 혜택도 제공하고 있으니, 이참에 전통시장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를 통해 발품도 덜고 비용도 줄여 알찬 추석 차례상을 차려보는 것은 어떨까.
보건복지부가 시니어 일자리 공익활동 참여자 중 상품권 지급을 신청한 사람을 대상으로 ‘노인 일자리 상품권’을 차례로 지급한다. 이에 우리은행은 8일부터 ‘노인 일자리 공익활동 참여자 온누리상품권 지급사업’ 지원에 나선다.
복지부는 지난 3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취약한 시니어 일자리 공익활동 참여자 등에 소비 쿠폰을 지원하기로 밝히고, 이 사업을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위탁해 진행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시니어 일자리 공익활동 참여한 사람 중 기본활동비 27만 원의 30%를 온누리상품권으로 신청한 이들에게 추가로 활동비의 22%에 상당하는 상품권을 4개월간 지급한다.
이에 따라 상품권 신청자는 매달 32만9000원(상품권 14만 원 포함)을 지급받는다. 지자체별 일자리 수행기관이 온누리상품권을 직접 교부하며,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해당 수행기관에 영업점 직원을 파견해 상품권 지급 업무를 지원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 등 우리금융의 그룹사는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소외계층을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시니어 일자리 지원사업의 급여 일부가 다음달 8일부터 상품권으로 추가 지급된다. 시니어 일자리 참여자가 최대 4개월 동안 보수의 30%를 상품권으로 받는 데 동의하면, 기존 보수의 약 20%를 상품권으로 추가 지급하는 방식이다.
보건복지부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시니어 일자리 참여자의 소비 여력을 강화하기 위해 상품권 지급 준비를 마쳤다고 26일 밝혔다. 복지부는 다음달 8일부터 순차적으로 상품권을 지급할 예정으로, 대상을 공익활동 참여자 약 54만 명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상품권 수령으로 다음달부터 공익활동에 참여하는 시니어들의 소득이 5만9000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 지급액은 23만6000원(4개월분) 내에서 월 활동시간과 연동해 지급한다.
상품권 종류는 수요조사 결과에 따라 온누리상품권 또는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229개 시·군·구 가운데 96개 지역은 온누리상품권(종이)을, 130개 지역은 지역사랑상품권(종이 100개소, 카드 30개소)을, 상품권 가맹점이 부족한 3개 지역은 농협상품권을 선택했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자체별 여건에 따라 읍·면·동 주민센터나 시중은행 등에서 지급한다. 누리상품권은 우리은행과 협력해 수행기관에서 지급할 예정이다.
저는 아침이 좋습니다. 그래서 늦잠을 자지 못합니다. 아예 밤의 끝자락에서 깨어 눈을 바짝 뜨고 새벽을, 아침을, 기다립니다. 때로 밤을 새우기도 하고 잠자리에 드는 시각이 들쑥날쑥하긴 하지만 대체로 남보다 더 많이 자는 셈인데 일어나는 시각은 늘 새벽 4시쯤입니다.
이러한 저를 보고 기가 차서 말을 못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습니다. 아니, 꽤 많습니다. 가까이에는 제 아내가 그러하고, 멀리에는 이제 ‘남’이 되어 자기네 식구 거느리고 사는 자식들이 그러합니다. 자식들은 제 그러한 모습을 ‘문화사적’으로 단정합니다. 농경시대의 마지막을 사시던 분이니 산업사회 이후의 ‘밤이 있는 문화’를 제대로 짐작하실 까닭이 있느냐는 것이 저에 대한 자기네 이해의 변(辯)입니다. 아내의 반응은 이보다 훨씬 ‘실존적’입니다. 자정이 지나면서 비로소 마음도 몸도 차분해지면서 바야흐로 삶이 삶다워진다는 그녀의 삶의 리듬에서 보면 저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기를 지나 그지없는 연민의 대상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어린아이처럼 어둠을 무서워하고, 그윽함을 낯설어하며, 깊은 고요를 견디지 못하고, 어둠을 밝히는 찬란한 빛을 눈부셔하는 모자란 사람이 됩니다. 나아가 소음이 침묵하면서 겨우 들리는 바늘귀 꿰는 소리조차 듣지 못하고, 어둠의 아련하고 아득한 정경에서 비로소 이룰 수 있는 뮤즈[詩神]와의 만남을 스스로 차단해버린 딱한 사람, 그래서 연민조차 넘어 이제는 어찌 해볼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맙니다.
아침을 좋아하는 저에게 가해지는 양쪽 모두의 묘사를 저는 조금도 부정하지 못합니다. 사실이 그렇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밤이 있는 문화’가 지닌 의미와 가치를 폄훼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저는 아내가 누리는, 제가 미처 다가가지 못한, 뿌듯한 행복을 아니라고 반박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침을 좋아하는 것은 문화가 결정한 것만도 아니고 사람됨이 그러해서 그런 것만도 아닙니다. 저는 저 스스로 내가 주인이 되어 내 삶을 꾸려 나아간다는 자의식을 지니고 아침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아침이면 저는 무엇보다 세상이 밝아지는 과정이 그리 좋을 수가 없습니다. 동트는 무렵이면 해를 등지고 서쪽을 바라봅니다. 그러면 서서히 어둠이 걷히는 것이 보입니다. 사물이 자기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저는 어두워 더듬거리던 혼란스러움에서 벗어나면서 어떤 질서의 정연함을 확인합니다. 사물에 대한 앎이 다듬어지고, 그것들이 서로 맺고 있는 관계도 뚜렷해집니다. 당연히 그러한 것들과의 만남에서 제 판단도 어둠에서와는 달리 밝음에서 차분하게 이루어질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세상이 차츰차츰 밝아지면서 마침내 저는 온누리를 한꺼번에 안습니다. 제가 경험하는 새벽은 그러합니다. 새벽은 저로 하여금 세상을 품에 안게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품은 세상은 어제의 세상이 아닙니다. 비록 어제저녁 어둠에 잠기는 것을 보면서 제가 스스로 잠들며 닫아버린 세상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사라졌거나 달라졌을 까닭은 없습니다. 그러나 아침은 어제를 ‘잇는’ 마디가 아닙니다. 어제를 ‘지운’ 마디입니다. 그래서 아침입니다. 아침은 저에게 “내가 보여주는 세상은 어제의 세상이 아냐! 그러니 너는 지금 이 아침에 어제가 없었듯 그렇게 네 하루를 시작해야 해! 그것이 내가 너에게 주는 아침의 선물이야!” 하고 말합니다. 저는 그 선언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마다 듣습니다. 아침에는 세상을 그렇게 만나야 하는 거라고 저는 스스로 다짐합니다. 그래서 아침이면 저는 언제나 ‘미지의 세상’과 만납니다. 그 세상은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흰 그림책 같습니다.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입니다. 그것을 내가 커다랗게 품는 때가 아침입니다. 가슴이 설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이래서 아침이 좋습니다. 서둘러 아침을 맞으려 일찍 일어납니다. 결국 아침은 새로운 탄생이니까요.
하지만 저녁이 없으면 아침은 없습니다. 미지의 가능성을 채우면서 이렇게 저렇게 뛰며 사느라 조금은 피곤해 쉬고 싶은 하루가 저녁의 붉은 노을에 서서히 잠길 때면 그 노을이 아침의 신비와 겹치는 것을 바라보면서 스스로 나 자신을 토닥거리며 ‘잘 지냈다. 하루 종일. 이제 푹 쉬거라!’ 하고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면 아침은 오지 않습니다. 불면의 밤은 밤만을 상처내지 않습니다. 그것은 아침도 산산이 조각나게 합니다.
그러고 보면 해가 뜨는 아침만이 아침인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찍 일어나는 것만이 아침을 좋아하는 모습도 아니고, 저녁을 지새우는 것만이 밤을 좋아하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맞는 새날을 내 삶이 새롭게 펼쳐지는 뚝 떨어진 천복(天福)으로 여기는 감격, 그리고 그에서 솟는 고마움을 하루의 삶 속에서 어떻게 해서라도 잘 펼쳐 내가 사는 세상이 조금이라도 낮을 낮답게 밤을 밤답게 누리며 살 수만 있게 된다면 아침이든 저녁이든, 일찍 자든 늦게 자든, 일찍 일어나든 늦게 일어나든 무슨 상관이 있을는지요. 아침의 좋고 그름, 저녁의 좋고 그름을 이야기할 까닭이 있을는지요.
그런데 문득 아침을 맞지 못할 밤도 있을 겁니다. 그렇게 저녁을 맞지 못할 낮도 있을 겁니다. “아직은~” 그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겠죠. 저도 그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침이 펼쳐주는 미지의 가능성 속에는 그 사실조차 담겨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나잇값을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저리게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오지 않을 아침 때문에라도 저는 한껏 오늘 아침을 겸손하게 그리고 황홀하게 맞고 싶습니다.
2018년 주식 등 금융상품에 투자한 이들 중 요즘 밤잠 못 이루는 사람이 많다. 코스피지수가 한때 연 고점 대비 20% 넘게 추락하는 등 격렬하게 요동치면서 주식이나 펀드 등 금융상품 투자자들의 손실이 크게 늘었다. 미국이나 중국 등 글로벌 시장도 피난처가 되지 못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2019년 금융시장도 변동성이 클 것으로 내다본다.
격동의 세월을 맞아 ‘쥐꼬리’만 한 이자로 냉대받던 예·적금 등 안전상품의 가치가 쑥쑥 올라가고 있다. 때마침 금리 인상으로 이자도 두둑해졌다. 다만 가입 조건이나 우대 혜택이 제한적이라, 자금 운용 목적에 맞는 꼼꼼한 비교가 필수다.
‘최고 6%대’ 예·적금 상품의 귀환
“또 허탕쳤어요. 오늘 1번이신 할머니, 손주 해준다고 오셨는데 새벽 1시부터 기다리고 계세요. 정말 핫하고 치사한 적금이다 싶네요.” (jhy***님)
최근 은행 문 앞에 새벽부터 대기줄이 이어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하루 가입자 수 제한으로 다른 지역으로 원정을 가는 고객도 상당수다.
SH수협은행은 ‘Sh쑥쑥크는아이적금’으로 인기 돌풍의 중심에 섰다. 아침마다 가입 전쟁이 벌어지자, 지점마다 하루에 10명씩만 선착순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비결은 금리다. 2018년 9월 출시된 이 상품은 타 시중 은행에서는 찾기 어려운 최대 연 5.5%의 금리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하지만 가입조건이 제한적이다. 월 10만 원 한도, 최대 만기는 5년, 만 6세 미만의 자녀 명의로만 가입할 수 있다.
이 상품은 출시 두 달이 채 되기도 전에 판매고 10만 좌를 넘는 기염을 토했다. 예상외의 뜨거운 반응에 수협은 2018년 12월 말까지만 한시 판매하는 것으로 판매 계획을 변경했다.
2018년 12월 새롭게 출시된 새마을금고의 ‘우리아기첫걸음정기적금’은 선착순 제한 없이 ‘최소 5%’의 금리를 내세워 인기몰이에 들어갔다. 만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가구 대상으로, 아동 또는 부모 중 1인 이상이 새마을금고와 거래하는 경우 파격적인 우대이율을 적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납입 금액은 월 5만 원 이상 20만 원 이하이며, 전체 새마을금고 통합 1인 1계좌만 개설할 수 있다. 직장인 차은진 씨는 “친정어머니께서 아이 통장을 만들어주고 싶다 해서 연차를 내고 가서 적금에 가입했다”며 “연 5%가 넘는 상품은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데 다행히 통장을 만들었다”며 기뻐했다. 최고 연 6.5%까지 우대금리를 제공한다는 ‘우리아기첫걸음정기적금’은 새마을금고 지점별로 금리 차이가 있다. 방문 전 해당 지점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비단 아이를 위한 상품이 아니라도 연 5% 안팎의 고금리 상품이 다수 나왔다. 우리은행의 ‘우리 여행적금’은 최고 연 6.0%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여행 특화 상품이다. 정기적금으로 가입기간은 6개월 또는 1년이며, 월 납입 한도는 50만 원이다.
금리는 가입기간 1년 기준으로 기본금리 연 1.8%에 우대금리 연 4.2%포인트를 더한 최고 연 6.0%다. 우대금리는 우리은행 첫 거래고객, 우리은행 계좌로 급여 또는 연금 수령이나 공과금 자동이체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연 0.7% 포인트, 우리신용카드 이용액과 공과금 카드납부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연 3.5%포인트가 제공된다. 제주항공 국제선 왕복 항공권 할인권(최대 10%)과 현대백화점인터넷면세점 적립금(최대 8만 원) 및 1년간 최상위 멤버십 자격도 제공된다.
IBK기업은행의 ‘IBK W소확행통장’ 적립식의 경우 월 100만 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는 적금이다. 계약기간 중 레저 업종에서 IBK카드를 사용한 실적, 온누리상품권 현금 구매 실적에 따라 최대 연 2.4%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3년 만기 상품의 경우 최대 연 4.0% 금리를 받을 수 있다.
OK저축은행의 ‘OK VIP 정기적금’은 최고 연 4.9%(만기 12개월)의 이자를 준다. 하지만 방카슈랑스 동시 가입이라는 조건이 있다. 월 보험료 납입액에 따라 기본금리 2.5%에 우대금리 0.9~2.4%포인트가 더해진다.
최근 출시된 은행 예금 가운데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상품이 눈에 띈다. 케이뱅크의 ‘코드K 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가 연 2.55%(2018년 12월 12일 기준)로 은행권에서 가장 높았고, 카카오뱅크의 정기예금은 연 2.5%를 이자로 준다. 스마트폰 가입 전용 상품이며 우대조건은 없다.
파킹 통장을 아시나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갈 길을 잃은 부동자금이 ‘파킹 통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파킹(parking) 통장이란, 말 그대로 주차장에 차를 잠깐 주차하듯 단기간 자금을 굴릴 수 있는 통장을 의미한다. 아주저축은행의 ‘더 마니 드림 저축예금’은 단 하루만 맡겨도 최대 연 2.0%의 금리를 제공한다. 금리는 예금 잔액별로 달라지는데, △1만~9만 원이 1.6% △10만~99만 원은 1.7% △100만~499만 원은 1.8% △500만~999만 원은 1.9% △ 1000만 원 이상은 2.0%다. 예치금액 제한이 없고 인터넷뱅킹 이체수수료도 면제된다. OK저축은행의 ‘OK 대박 통장’은 복잡한 조건 없이 하루만 맡겨도 연 1.7% 금리를 준다.
3개월 안팎의 단기 자금 운용이 목적이라면 특판 RP(환매조건부채권)를 주목할 만하다. 증권사에서 한시 판매하는 상품으로, 단기 자금에 연 3%가 넘는 금리를 제공한다. 하이투자증권은 DGB금융그룹 편입을 기념해 특판 RP는 3개월(91일) 약정 상품으로 연 3.3%의 금리가 적용된다. 신규나 휴면고객 대상으로 가입 한도는 2000만 원까지다.
한국투자증권에서 판매하는 특판 RP는 3개월(91일) 예치 시 연 3%의 이자를 준다. 1인 가입 한도는 10억 원까지이며, 선착순 판매로 한도 소진 시 종료될 수 있어 지점별로 가입 한도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달러 투자 상품도 나왔다. 신한금융투자는 달러 자산 수요에 맞춰 연 3%의 이자를 주는 ‘달러RP특판’을 내놨다. 만기는 3개월 약정이며, 달러RP에 신규 가입하는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1인당 최대 100만 달러까지 가입할 수 있다.
2019년 금리, 올라가나
주부 박지윤(가명) 씨는 ‘금리 인상시기’ 뉴스에 예금 운용기한을 저울질하고 있다. 박 씨는 “앞으로 금리가 올라간다면 자금을 짧게 굴리다가 고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좋을 텐데, 경기 침체 얘기도 많아 마냥 기다리는 게 괜찮은 건지 모르겠다”고 갸우뚱했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지난해 11월 30일 기준금리를 1.75%로 인상했다. 종전 1.50%에서 0.25bp 올렸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2017년 11월 이후 1년 만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둔화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새해 추가 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19년 경제 및 자본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2020년까지 경기 하강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국내 경제성장률은 2018년 2.7%에서 2019년 2.6%, 2020년 2.5%로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새해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2020년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가 확인된 시점에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국내 주요 금융기관들도 새해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19년 우리나라의 경제 여건 악화 속에 GDP갭 마이너스 폭이 추가로 확대되며 정책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새해 금리 인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의 ‘특판’ 고금리 상품 출시 경쟁도 곧 수그러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제2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리 인상을 전후해 자금을 미리 확보해두려던 2금융권에선 특판으로 상당 부분 목표를 채웠기 때문에 계속 고금리로 고객을 유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융 전문가들은 경제 침체의 시그널로 읽히는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을 주목한다. 미국 국채 5년물과 2년물 금리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역전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국내에서도 경고음이 들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8년 12월 5일 한국 국고채 3년물은 연 1.901%, 10년물은 연 2.058%로 마감해 금리 격차가 15.7bp로 줄었고, 장단기 금리의 축소 영향으로 단기 예금과 중장기 예금의 금리 차이도 크게 좁혀졌다.
박해영 하나은행 Club 1 PB센터 PB팀장은 “단기 상품(1개월짜리 등)의 금리와 장기 상품의 금리 차이가 좁혀지면서 상당수 자산가들이 3개월 이내로 짧게 자금 운용을 하는 추세”라며 “금리 동결 혹은 인하 등의 전망이 불확실한 만큼 단기 운용하면서 추이를 지켜보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중한 예금 안전하게 지키는 법
높은 금리의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안전성’이다. 과거 저축은행 파산 사태를 거치며 예금자보호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예금자보호제도는 금융회사 파산 등에 대비해 금융회사별로 예금자 1인당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0만 원까지 보호해주는 제도다. 고금리를 겨냥해 저축은행 등에 예금을 맡길 경우 금융기관별로 5000만 원 이내로 나눠 분산 예치하는 것이 좋다.
새마을금고, 신협, 농·수협 지역조합은 현재 예금보험공사의 보호 대상 금융회사가 아니다. 하지만 관련 법률에 따른 자체 기금에 의해 보호를 해준다. 새마을금고 예금은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은행과 마찬가지로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0만 원까지 예금을 보호하고, 신협도 신협중앙회를 통해 준비된 예금자보호준비금으로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5000만 원까지 보호한다.
금융상품별로 예금자보호 대상을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적금은 기본적으로 보호 대상이지만,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수익증권, 주가지수연계증권(ELS),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저축은행 후순위채권, 주택청약저축 등은 보호 대상이 아니다. 다만 대형 증권사가 판매하는 발행어음 같은 경우 예금자보호법의 원금보장을 적용받진 못하지만, 신용도가 좋은 회사인 경우 파산 가능성이 희박해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다.
용담(龍膽)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꽃 중 하나입니다. 보통 논두렁이나 저수지 인근에서 만나곤 합니다. 여러해살이풀이기 때문에 난 자리를 기억해두면 계속 즐길 수 있습니다. 용담의 꽃말은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입니다. 복효근 시인은 이 꽃말을 제목으로 한 시에서 헌신적 사랑을 이야기했습니다. ‘내가 꽃피는 일이/당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면/꽃은 피어 무엇하리//당신이 기쁨에 넘쳐/온누리 햇살에 둘리어 있을 때/나는 꽃피어 또 무엇하리//(중략) 그렇게 나는/그대 슬픔의 산높이에서 핀다//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Tip
용담은 색연필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는 재료인 철펜을 많이 써서 표현합니다. 왜냐하면 이 꽃의 꽃잎 안쪽에 점이 많은 것이 특징이기 때문입니다. 점의 색이 아주 흰색이 아니기 때문에 스카이블루나 퍼플 컬러를 연하게 색칠한 뒤 점의 위치를 고려하여 굵은 철펜으로 지그시 눌러 자국을 내고 그 위에 다시 어두운 톤을 채색합니다. 얇은 꽃잎의 표현을 위해서 블랜딩 펜으로 색을 칠하듯 블렌딩하면 비교적 쉽게 얄팍한 꽃잎이 만들어집니다. 꽃의 아랫부분은 레드바이올렛과 퍼플, 그린 톤을 섞어 칠합니다. 이파리 채색에서도 마찬가지로 명암의 강약을 통해 하이라이트의 위치를 강조합니다. 그다음 단계로 빛에 따라 달리 보이는 명암과 컬러의 변화에 따라 더 어두운 그린, 옐로, 블루 등의 색들을 더하며 채색합니다.
이해련 작가
blog.naver.com/lhr1016 인스타그램@haeryun_lee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실내환경디자인을 전공했다. 이화여자대학교 글로벌미래평생교육원과 신구대학교식물원 보태니컬아트 전문가 과정의 겸임교수이며 한국 보태니컬 아트 작가협회(KSBA)와 보태니컬아트 아카데미 ‘련’의 대표다. 영국 보태니컬 아트 작가협회(Society of Botanical Artist)의 Annual Exhibition 2017에 참가하는 등 국내외 각종 전시에서 활동 중이다.
대형마트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요즘. 빠르고 편리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장을 보는 맛’은 좀 떨어진다. 덤도 주고, 떨이도 하고, 옥신각신 흥정도 하면서 정이 쌓이는 건 장터만의 매력일 테다. 사진만 봐도 따뜻한 인심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한국의 장터’를 책방에서 만나봤다.
참고 도서 ‘한국의 장터’ 정영신 저 자료 제공 눈빛
전국 오일장을 한 권에
저자 정영신은 1987년부터 시골 장터를 기록해온 사진가이며 소설가다. 그동안 개인전 ‘정영신의 시골 장터’, ‘정영신의 장터’와 저서 ‘시골 장터 이야기’ 등을 통해 직접 발로 뛰며 포착한 우리 장터의 모습을 공개했다. 특히 ‘한국의 장터’에는 전국 오일장의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470여 페이지에 묵직하게 담겨 있다. 총 9개 도로 구분하고, 다시 군으로 분류해 정리한 전국 대표 오일장 82곳을 소개한다.
430여 장으로 만나는 시골 장터 풍경
경기도부터 제주도에 이르는 전국 오일장의 생생한 모습을 다양한 사진을 통해 엿볼 수 있다. 430여 장에 이르는 사진이 모두 흑백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컬러 사진보다 오히려 시골 장터 특유의 투박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잘 드러나는 듯하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국밥, 날개를 퍼덕이는 장닭, 반들반들 기름기가 도는 부침개, 가격을 흥정하는 사람들의 손짓 등 생동감 넘치는 장터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상인들의 애환에 귀를 기울이다
저자는 단순히 장터 정보와 사진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인들의 이야기까지 함께 담아냈다. 포천 적성장 무말랭이 할머니, 충남 금산장 붕어빵 아저씨, 음성 무극장 뻥튀기 할아버지 등 장터 상인들의 모습을 묘사하고 그들의 애환을 들려준다. 고단한 일상을 살면서도 순수한 미소를 잃지 않고 삶의 터전을 일궈가는 그들의 사연을 읽고 나면, 사진 속 상인들의 표정에 시선이 더 오래 머물게 된다.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훈훈해지는 마음이 어느새 우리의 발걸음을 장터로 옮겨놓는다.
책에서 발견하는 또 다른 즐거움
plus 01
장터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2012년에 출간된 책이기 때문에 가장 최근의 사진은 6년 전이지만, 그보다 훨씬 오래전인 1980년대와 1990년대 사진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유행이 달라지며 사람들의 차림새만 조금 달라졌을 뿐, 사진에서 느껴지는 순수한 분위기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 직접 때를 맞춰 오일장을 가보는 것도 좋겠다. 다만 몇몇 곳은 현재 장이 열리지 않을 수 있으니 미리 확인 후 방문하도록 하자.
plus 02
‘전통시장 통통’ 웹사이트를 이용하면 전국 오일장을 비롯한 전통시장을 찾아볼 수 있다. 시장 이름은 물론 지역별 또는 특정 품목명으로도 검색 가능하다. 점포수를 토대로 한 시장의 규모, 주소, 주요 취급 품목, 주차장·화장실 등 편의시설, 온누리상품권 가맹 여부 등을 알려준다. 이 밖에 외국인과 함께 가볼 만한 ‘글로벌 명품시장’, 상품·교육·문화를 동시에 소비 가능한 ‘지역선도 시장’, 관광·예술을 접목한 ‘문화관광형 시장’ 등 특성화 시장도 소개한다.
plus 03
일부 지역 관광지 할인, 온누리상품권(5000원권) 제공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팔도장터관광열차’를 이용해보자. 올해에는 문화체험을 즐길 수 있는 전통시장 20곳을 선정해 11월까지 총 65회 운영할 예정이다. 휴가철인 8월에는 3~4일 강릉중앙시장·강릉문화재야행, 11일 단양구경시장·고수동물, 26일 대전중앙시장·영동포도축제 일정이 마련돼 있다. 예약은 코레일관광개발 홈페이지와 콜센터,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가능하다.
요즘은 노래방에 가서 “가을이니까, 가을 노래를 하나 부르겠다”라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가을이니까 가을 노래를 하면 분위기 상 어울릴 것 같은데 노래방이 워낙 확산되다보니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한 여름에 이루의 ‘흰 눈’을 부른다고 해서 이상하게 보지 않는 것이다. 계절을 따지지 않고 그냥 여러 노래 중 하나라고 보는 것이다. 방송에서는 선곡을 계절에 맞춰 하는 편이다.
10월이면 꼭 듣게 되는 노래가 있다. 이용의 잊혀진 계절인데 노래 제목을 ‘10월의 마지막 밤’이라고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가사 첫 줄에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로 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노래방에서 제목을 ‘10월의 마지막 밤‘으로 찾으면 못 찾을 수밖에 없다. 어쨌든 이 노래는 슬로 고고 풍으로 10월 마지막 주 쯤 잘 어울리는 노래이다. 달맞이꽃이 마지막 꽃을 피울 무렵이다. 밤에 야외에 나가면 기승을 부리던 모기도 어느 덧 사라지고 덥지도 춥지도 않으면서 달빛이 좋은 계절이다. 이 노래는 박건호 작사, 이범희 작곡인데 원래 조영남 씨에게 건네졌다가 이용씨에게 넘어갔다고 한다. 이용씨를 매년 10월이면 이 노래로 각종 행사에 초청되게 하는 노래이다. 원래 가사는 10월이 아니라 9월이었다는 설도 있다. 조영남씨도 노래를 잘 부르지만, 이용씨가 불러 다른 분위기를 만들었다. 오리지널 키는 C 키인데 이용씨 조차도 나이 들면서 고음이 힘들어 보인다. 일반인 남자들은 A 키 정도면 무난하다. ‘어머나’가 주현미씨에게 먼저 건네진 노래였는데 장윤정 씨에게 넘어가 장윤정씨를 트로트의 여왕으로 만들었듯이 노래와 가수의 운명이란 묘하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도 10월이면 많이 들리는 노래이다. 바리톤 김동규씨 노래로 유명하다. 가사 맨 끝에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들어 있다. 이 곡은 원래 노르웨이 음악 그룹 ‘시크릿 가든’의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원곡은 ‘봄의 세레나데’라는 것이다. 김동규씨가 워낙 저음으로 불러 오리지널 Ab 키 그대로 따라 불러도 무난하다. 외국 곡이고 왈츠 곡이라 약간 생소한 박자에 주의해야 한다. 김동규씨의 바리톤이 워낙 강하게 박혀 있어 어지간한 소리통이 아니면 김동규씨 맛이 안 나는 게 흠이다.
‘가을 타는 여자’도 좋은 노래이다. 박현진 작곡, 온누리 작사, 이영희 노래이다. 봄은 여자의 계절이고 가을은 남자의 계절로 알고 있는데 요즘은 남자 여자를 가리지 않는 모양이다. 빨간 단풍잎, 노란 은행잎을 보며 누구나 옛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 모양이다. 성별에 따라 남자가 부르면 ‘가을타는 남자’로 개사해서 부르기도 한다. 이 노래를 부른 이영희씨는 여자이므로 노래방 음정 세팅이 Bb 여자 키로 되어 있다. 남자가 부를 때는 남자 음정으로 필히 바꿔 놓고 불러야 한다. 남자들은 F 키가 대부분 맞는다.
노래방에 어떤 사람들과 같이 가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워낙 트로트가 대세이다. 노래가 대부분 비슷하고 박자도 맞추기 쉽기 때문이다. 귀에 익숙하며 분위기를 돋우는데 그만이다. 그래서 ‘잊혀진 계절’,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가을 타는 여자’ 등 발라드풍의 노래들은 조심해서 불러야 한다. 분위기를 가라앉게 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작 때쯤이면 주목을 받아 좋고, 트로트 노래를 계속하다 보니 지쳐 있을 때 마지막 시간 쯤 부르는 것이 요령이다.
‘온누리 사랑 챔버 오케스트라’는 장애인 챔버 오케스트라로서 국내에서 독보적인 자리에 서 있다.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손인경(51) 단장은 한국에서 태어나 홍콩에서 자랐으며 예일대 음악 박사를 취득한 전문가로서, 1999년에 온누리 사랑 챔버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올해로 18년째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면서 그녀는 스스로도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고 말한다. 언젠가는 북한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진 그녀를 만나 사랑 챔버에서 사랑을 지휘하게 된 사연을 들어봤다.
“작게 애기 활~ 둘둘셋, 셋둘셋, 크게 쫙쫙 시원하게, 미혜씨 한 번 더 멈추고 혼자서~ 멀리 둘, 파~ 둘, 올리고 내리는 활 부드럽게, 선생님 손만 봐요, 낮음 미~~ 참아야 해요, 너무 잘해서 한 번 더, 참 잘했어요~”
매주 화요일 ‘사랑 챔버’ 연습실에서 손인경 단장의 암호 같은 손놀림으로 화음이 미묘하게 달라졌고 쩌렁쩌렁 악기들이 울렸다.
손 단장의 암호에 가까운 신호와 몸짓은 단원들만을 위한 특별한 지휘처럼 보였다. 그녀는 눈빛과 표정, 손 모양으로 단원들 개개인에게 사인을 주며 가르친다. 아이들을 혼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쓰다듬어주고 이끌어줘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느 보통 아이들과 똑같이 말이다.
통제가 어려운 지적 장애 단원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시키지 않아도 피아노 소리가 들리면 저절로 자기 자리에 가서 앉았다.
“악보도 모르고 악기를 어찌 다루는지도 모르던 단원들이 이제 연주로 감동을 줄 뿐만 아니라 복음을 전하고 영혼을 치유하는 작은 선교사들이 됐어요. 아이들과 코드를 맞추고 적응해가면서 하나님 안에서 성장했어요. 제가 아이들한테 배워요.”
학부모님, 악기 선생님, 자원봉사 선생님, 단원들. 100여 명이 넘는 인원들이 부산하게 움직인다. 불쑥 의자에 서 있는가 하면 쉴 새 없이 왔다 갔다 돌아다니거나 빽 소리를 지르고 울고 웃고 떠드는 60명의 단원들 곁에는 사랑이 넘치는 학부모와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손 단장은 코스모폴리탄으로서 한국인의 삶을 보여준다. 그녀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세 살부터는 홍콩에서 자랐다.
“어머니가 피아노를 전공하셔서 저도 피아노를 가까이 하게 됐죠. 그런데 어느 날 기타를 치는 사람이 멋있어서 고무줄로 기타 비슷한 걸 만들어 놀았어요. 그리고 어머니에게 기타를 사달라고 졸랐죠. 그랬더니 어머니가 기타는 커서 안 된다면서 대신 바이올린을 사주셨어요. 그때부터 바이올린을 켜기 시작했고 콩쿠르에 나가 입선하고 신문기사에도 나고 칭찬도 받았죠(웃음).”
그저 칭찬만 받은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자리매김한 그녀는 한국인 최초로 예일대 음대 음악 박사까지 취득한다. 그리고 1990년에 한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지내던 어느 날사촌오빠를 따라갔다가 온누리교회와 만나게 됐다.
거룩한 부담감으로 시작된 오케스트라
“1999년 4월 1일에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씨의 독주회를 가서 볼 일이 있었어요. 독주회였는데, 그날 앙코르를 받고 풀 오케스트라 세팅으로 남학생들이 나와서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마이웨이’ 등을 연주하더군요. 알고 보니 보육시설인 부산 소년의 집 학생들이었어요. 보육시설에서 지내는 그 아이들이 미사시간에 떠드니까 악기를 쥐어주면서 연주가 시작된 것이라고 들었어요. 그 많은 애들을 대체 누가 가르쳤을까, 충격을 받았죠.”
‘나는 뭘 하고 있지, 나누지도 못하는구나’라는 반성을 하게 됐고 그와 같은 오케스트라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생각은 부담감으로까지 발전했다.
“목사님이 ‘뭔가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면 그것은 거룩한 부담감’이라고 하셨죠. 이것이 그 거룩한 부담감인가 싶었어요. 저는 자연스럽게 장애인 오케스트라를 떠올렸어요. 바이올리니스트 이작 펄만은 소마마비 장애가 있어도 국제적으로 성공한 연주자가 됐잖아요. 한국의 장애아들 중에도 재능은 있는데 선생도 없고 악기도 없고 지원도 없어서 발견되지 못하고 있는, 숨어 있는 이작 펄만이 있을 것 같았어요.”
온누리교회 집사인 손 단장은 온누리교회에 연락해 자신이 챔버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장애아들을 데리고 음악을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교회에서 모집이 시작됐다. 하지만 처음 시작하는 일, 좌충우돌이 없을 리 없었다.
“교회에서 장애아들을 모으는데, 하용주 목사님이 정서장애아, 학습장애아, 지체장애아 모두 지원하라고 했어요. 저는 신체장애만 생각했지 지적장애까지는 생각도 못했어요. 그리고 지금처럼 풀타임으로 하게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 못했죠.”
울면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첫 일 년
장애인 오케스트라에 대한 정보를 찾아봤는데 타악기와 관악기를 다루는 곳들은 이미 어느 정도 있었다. 그런데 극도의 섬세함이 필요한 바이올린이나 첼로 등의 현악기를 다루는 곳은 없는 상태였다. 참고할 사례가 없으니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는 입장일 수밖에 없었다.
“처음은 다섯 명으로 시작했죠. 첫 일 년은 정말 힘들었어요. 아이들이 모이기만 한 정도였죠.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거든요. 제가 경험이 전혀 없었고, 자폐 증세도 잘 모르고 그러다 보니 아이들의 장애 등급이나 유형 같은 개념도 전혀 몰랐고. 부모님들의 요구도 부담됐어요. 눈도 못 마주치는 첫 일 년은 차에서 울고 그랬어요. 오늘은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하고.”
그러나 선한 의지로 시작한 일, 망하라는 법은 없었나보다. 막상 아이들을 만나면 어떻게든 된 것이다.
“연주회 섭외를 받고 그걸 위해 연습을 하게 되니 목표가 생기면서 어느 정도 정비가 됐어요. 첫 연주회는 완전 눈물바다였죠. 첫 연주회 후 새로운 섭외를 받고, 사례비도 받게 됐어요. 지금은 사례비가 엄청 많아졌어요.”
현재 ‘온누리 사랑 챔버 오케스트라’는 봉사하는 선생님 40명, 단원은 현재 60여 명에 이르는 큰 규모로 성장했다. 물론 성장통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방송에 나가고 언론을 타면서 막무가내로 내 아이도 가르쳐 달라고 오는 부모도 있었지만, 연주보다는 기도를 더 많이 해야 한다며 안 나오는 학생도 있었고, 악기 연주가 성향에 안 맞는다며 그만둔 아이도 있었어요. 그러면서 차차 정리된 거죠.”
부끄럽지만 사랑 챔버와 함께 성장하다
생전 처음 만나는 특별한 아이들에게 자신이 배운 것들로는 가르칠 수가 없었다. 온누리 사랑 챔버 오케스트라의 성장은 손 단장 개인의 성장이기도 했다.
“제가 학교에서 배운 것들 중에 아이들에게 전수할 게 하나도 없었어요(웃음). 아이들이 이탈리아어를 알 리가 없으니 연주할 때 힘을 빼라는 말도 못하고 ‘원숭이 팔’, ‘애기 팔’ 이렇게 유치원 아이 가르치듯이 해야 했죠. 악보를 읽을 줄 모르는 학생들을 위해 손 모양을 개발해서 가르쳐줬어요. 그래도 멜로디를 알고 박자 감각이 있으면 배우기 시작해서 첼로를 연주할 때까지 십 년 걸린 경우도 있었어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려도 기다렸던 거죠.”
가능성이 보이면 시간이 오래 걸려도 기다려준다는 것이야말로 온누리 사랑 챔버 오케스트라의 강점이었다. 그래서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어린 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 제일 나이 많은 아이는 1977년생이다.
“창단 멤버 5명 중 한 명은 첼로, 한 명은 클라리넷을 대학교에서 전공하게 됐어요. 그런데 저한테 보람은 그런 큰 사건들이 아니고 뭔가 안 통했던 거 같은데 통하는 그런 순간들이에요. 벽이 있었는데 교감이 되는 그 순간. 그리고 우리는 숙제를 카톡으로 해요. 물론 어머니가 도와줘야 하죠. 악기를 연주한 영상을 카톡으로 보내면 아이들이 그걸 보면서 자신의 연주를 점검하고 연습을 하죠. 스마트폰 기술이 저희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에요(웃음). 그런데 그렇게 해서 다음 연습에 모이면 소리가 달라진 걸 느낄 때가 있어요. 제가 투자한 만큼 아이들이 따라온 거죠. 그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음악만 하는 게 아니라 음악을 하면서 삶을 배우게 됐다.
“아이들이 변화된 것을 보는 것도 기쁘지만 어머니가 기뻐하시는 것을 보면서 제 기쁨으로 돌아오더군요. 단원 중 자폐아가 70~80%예요. 심한 애들은 정말 이유 없이 깨물고 소리 지르고 해요. 어머니가 어떻게 해도 안 되는 아이들이 있죠.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는 눈도 안 마주치고 앉아 있다가 뛰쳐나가고. 그런데 그런 아이들이 피아노 전주만 나와도 악기를 잡고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요. 본인들이 보람을 느끼는 거죠. 서로 챙겨주는 모습도 발견되고. 그건 이 아이들이 가지지 못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사회성이죠.”
“우리의 목적은 공동체”
요즘 손 단장은 과거와는 조금 다르게 오케스트라를 운용하고 있다.
“예전에는 잘하는 애들이 있으면 못하는 애들도 있기 때문에 공평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기회를 덜 줬어요. 아무래도 아래쪽으로 더 치우친 방향성이었죠. 지금은 아이들의 실력을 나눠서 잘하는 아이는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줘요. 그보다 못한 애들은 못한 애들을 위한 클래스가 있고요. 현악을 하는 아이들은 소규모 실내악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따로 가르치고 있어요.”
일반인도 다루기 어려운 악기인 바이올린이나 첼로를 장애인이 다룰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뮤직 테라피라고도 하죠. 여기에 오는 아이들의 95%는 음악을 너무 좋아해요. 어떤 때는 엄마는 귀찮아하는데 아이가 ‘사랑 챔버 사랑 챔버’ 노래를 불러서 끌려오는 경우도 있고(웃음). 여기 오면 너무 즐거워하는 학생도 있고.”
온누리 사랑 챔버 오케스트라의 목표는 공동체다. 더 뭉쳐야 한다는 게 손 단장의 생각이다.
“그동안 큰 공연도 해왔지만 일단은 큰 연주가 있으면 저희가 뭉쳐지거든요. 아이들도 집중적으로 해야 하는 부분이고. 연주하는 모습을 녹화해서 올리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때로는 부모님도 배워오는데 그것도 큰 자극이 되거든요.”
손 단장은 사랑 챔버 단원들을 위한 바람도 덧붙였다.
“언젠가는 이 아이들의 부모가 돌아가시고 나 또한 언제 떠날지 모르니까 함께 살 공동체 공간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내 뜻대로 된 적이 없었지만 저에게 할 일을 알려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분의 뜻대로 잘 쓰일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어요.”
카네기홀보다는 북한에서 공연하고파
손 단장은 과거를 돌아보며, 주어진 삶대로 사는 것이 자신의 삶이었다고 평가했다.
“홍콩에서 바이올린을 공부하게 되고, 좋은 학교를 나오고, 한국에 돌아와 결혼을 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제가 계획한 건 하나도 없었어요. 저는 그냥 주어진 대로 살았을 뿐이죠. 개인적인 목표요? 개인적으론 없어요(웃음). 지금 하는 일이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그러나 주어진 삶을 산다는 것이 무조건 수동적으로 사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명이 주어졌을 때는 ‘왜 시키셨지?’ 하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저를 시켜주셔서 감사하고 순종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는 거죠. 제가 한 가지 맡겨진 일이 있으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긴 해요(웃음).”
그 말대로, 손 단장은 사명감만으로 시작한 오케스트라를 지금의 준프로급 오케스트라로 성장시켰다. 그녀가 말하는 끝장을 보는 마음가짐 덕분이었을 것이다.
손 단장은 ‘내가 잘나서가 아니구나, 하나님이 다른 사람 돌보는 일을 시키려고 나를 이렇게 만드신 거구나’라고 깨닫는 데 10년이 걸렸단다. 두 아이 엄마로서 대학 강의에 봉사활동까지 하느라 바쁜데 최근에는 음반도 내놨다. 손 단장이 바이올린, 배일환 교수는 첼로, 이민정 교수는 피아노를 연주했다. 그녀는 예일대 음대 재학 중인 1992년 이후부터 탄탄하게 연주 실력을 쌓아 실내악계에서 기량과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사랑 챔버 같은 오케스트라가 있으면 카네기홀을 대여하고 언론을 타려고 노력하는데, 저희는 시작부터가 그냥 만들어진 것이고 하나님이 시키신 대로 따랐을 뿐이에요. 길이 열리는 대로 자연스럽게 이뤄진 거죠. 얼마 전에는 북한 장애인 오케스트라와 함께할 기회도 있었는데 핵실험 때문에 무산됐죠. 사실 저희 목표는 카네기홀보다는 북한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