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가 사람 목숨을 구한다?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주머니 속 시계가 날아든 총탄을 막아줬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스마트 시계 이야기다. 캐나다에 사는 데니스 앤젤모(62)는 지난해 봄에 집수리를 하다 유난히 힘들다는 기분이 들었다. 보통 같았으면 참고 넘겼겠지만, 손목에 있던 애플워치를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심장박동수가 210회로 비정상적이었던 것. 곧바로 달려간 병원에서 “동맥이 70% 가까이 막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칫 사망에 이를 수도 있었던 상황을 시계 덕분에 방지한 것이다. 스마트 기기의 등장으로 이런 극적인 이야기를 우리는 자주 접할 수 있게 됐다.
“목숨을 맡길 만큼 손목시계의 심박수 체크를 믿을 수 있겠어?”라는 의문을 가질 이들을 위한 재미있는 결과가 있다. 지난해 심장과 혈관을 연구하는 순환기내과의 논문을 게재하는 미국의사협회 학술지 ‘카디올로지’에 손목에 착용하는 심박측정기의 정확도에 관한 연구결과가 실렸다. 요약하면 대부분의 장비가 ‘꽤 정확한’ 심박측정 능력을 갖췄고, 국내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애플워치는 91%, ‘핏빗’은 84% 정도의 정확도를 나타냈다. 사용자가 건강을 위해 참고하기에는 충분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는 과거라면 상상도 못할 여러 가지 제품들이 건강관리에 쓸모 있는 기능을 갖추고 속속 출시되고 있다.
늘 나와 함께,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마트 기기 중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 보통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를 통해 무선 연결되어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 안경 형태에서부터 최근에는 이어폰 형태의 제품도 있지만 가장 대중적인 것은 역시 손목에 차는 시계형 제품이다.
자체적으로 앱(app)을 구동시킬 수 있는 삼성이나 애플의 스마트 워치가 일반적이지만, 불필요한 기능을 제거하고 각종 센서들만 부착한 스마트 밴드도 인기가 높다. 간단한 밴드형 제품은 시중에서 5만 원 이하로도 구매가 가능하다.
이런 스마트 기기의 역할은 크게 운동을 돕고 신체 상태를 점검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심박수 센서와 운동 센서 등은 심장 상태에서부터 수면의 질까지 건강과 관련한 다양한 지표를 보여준다. 또 장시간 앉아 있거나 운동이 부족하면 센서가 움직일 시간이라고 알려주기도 하고, 열심히 걷고 나면 수고했다며 칭찬을 통해 동기도 부여한다. GPS 센서가 달린 제품들은 이동한 거리나 경로를 지도에 표시해줘 일기처럼 기록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연결하면 산소포화도나 스트레스 등의 측정도 가능하다.
최근 삼성이 내놓은 블루투스 이어폰인 ‘아이콘X’도 운동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운동량을 기록한다. 착용하면 직전의 운동 기록을 음성으로 알려주기도 하고, 운동 중에도 운동 시간이나 거리, 칼로리 소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스마트폰과 연결하지 않아도 독자적으로 작동한다.
최근엔 허리띠 형태의 제품도 나왔다. ‘웰트’라는 제품으로 그저 바지와 함께 입는 것만으로도 허리둘레, 앉아 있는 시간, 과식 여부를 체크해 생활습관 개선에 도움을 준다.
만성질환도 스마트하게 관리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도 스마트 기기를 통해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서울대병원에서 만든 당뇨병 관리 앱 ‘mDiabetes’가 대표적. 블루투스 혈당계와 연동되는 이 앱은 혈당을 관리하고, 식단 데이터베이스를 통한 식이관리, 운동관리가 가능하다. 의료진에게 간단한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서울대병원은 실제 사용자를 대상으로 그 효과를 조사했는데, 대조군에 비해 당화혈색소(HbA1c)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표적 스마트 기기 회사인 샤오미는 스마트폰에 직접 연결되는 혈당계를 최근 발표했다. 스마트폰에 장치를 꽂으면 일반적인 혈당계와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 얼마 전 스마트 혈압계 ‘아이헬스’를 출시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 제품은 혈압 검사와 함께 간단한 문답을 통해 사용자의 신체 상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스마트 기기 건강관리, 그 효과는?
흔히 사용하는 체중계도 이제는 건강관리 도구로 변신했다. 최근 시중에 판매되는 체중계는 맨발로 올라서는 것만으로도 체중뿐 아니라 체지방, 근육량, 골격량, 수분량, 기초대사량, 신체나이, 내장지방 등을 알려준다.
스마트 기기를 통한 건강관리는 정말 효과가 있을까. 현장의 전문의들 의견은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가 중론이다. 중앙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조수현 교수는 스마트 기기를 통해 생활습관에 자극을 주는 것은 좋지만, 너무 맹신하지 말고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실 나이가 들어 생기는 만성질환들은 생활습관과 연관되어 있어 이러한 생활습관을 정확히 판단해주면 진료에 도움도 주고 본인이 고쳐야 할 부분을 알 수 있어 좋습니다. 우울 성향을 측정하거나 바이오피드백을 이용해 마음의 안정을 갖게 하는 방식 등은 응급상황이 생길 때 자가 조절이 가능하도록 해 치료에 도움이 되게 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신체의 움직임 측정과 수면습관 측정 외에도 운동 종류에 따라 기록을 해주는 기능도 개발돼,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있는지 본인도 확인이 가능하고 의사에게도 보여줄 수 있어 좋은 정보일 수 있습니다. 다만 정확하게 측정되는 것인지 확인해봐야 합니다. 또 당뇨 환자를 위한 기능이 병원에서 검사하는 당화혈색소 측정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보조적 수단이므로 의사와 긴밀히 상의하면서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입안 가득 퍼지는 바다의 향과 달큼하면서도 짭짤한 맛, 마지막에 느껴지는 쌉싸래한 여운까지. 멍게는 노화를 방지하는 타우린을 함유하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켜주기 때문에 당뇨병에도 좋다. 특유의 비린내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많지만, 멍게의 매력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렵다. 아직 잘 모르겠다면 11년째 멍게 요리를 하며 이름을 알린 ‘목포명가’에서 그 진수를 확인해보자.
강남구 삼성동, 도심공항터미널 앞으로 쭉 펼쳐진 왕복 6차선 도로를 건너면 크고 작은 음식점이 모여 있는 먹자골목을 만난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 주변을 살피니 파란색 간판이 인상적인 ‘목포명가’ 건물이 눈에 띈다. 안으로 들어가자 각종 프로그램에 출연한 ‘인증샷’ 액자가 맛집임을 증명하듯 벽에 걸려 있다. 이곳에서 음식을 시키면 본 메뉴가 나오기 전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밑반찬들이 제공된다. 멸치볶음, 어리굴젓, 홍어무침 등에서 목포가 고향인 주인의 손맛이 진하게 느껴진다. 찌그러진 양은 냄비에 멍게 껍질과 함께 끓여져 나온 미역국 또한 시원하고 맛이 깊다. ‘목포명가’에서 가장 사랑받는 메뉴는 멍게비빔밥(1만원)과 물회(1만5000원). 두 메뉴의 공통점은 멍게가 들어간다는 데 있다.
‘목포명가’는 멍게 맛이 가장 좋다는 5월에 살이 잘 오른 3년산 통영 멍게만 받아 사용한다. 잘게 다진 멍게 살에 된장과 고춧가루로 양념한 ‘멍게소스’는 이 집만의 특별한 요리 비법이다. 신선한 야채에 아낌없이 올린 멍게소스가 멍게비빔밥의 맛을 한층 풍부하게 만든다. 최정임 사장은 “비빔밥에 초장을 많이 넣으면 단맛만 강해져요. 저는 초장은 살짝 넣고 멍게소스만으로 감칠맛을 내지요. 돌김에 싸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라며 자신 있게 멍게비빔밥을 추천한다. 물회는 바지락과 야채로 기본 육수를 내고 초장, 식초, 설탕을 가미한다. 마지막으로 멍게소스를 한 숟가락 넣어주면 ‘목포명가’만의 멍게 향이 은은하게 나는 물회 육수가 완성된다. 여기에 싱싱한 활어회, 문어, 해삼 등 각종 해산물과 함께 메밀국수가 들어가니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가을 바다의 주인공 전어의 귀환
제법 선선해진 가을바람과 함께 바다에서 군침 도는 풍어의 소식이 들려온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 ‘가을 전어 머리에는 참깨가 서 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어는 가을에 꼭 먹어봐야 할 별미다. 뼈째 먹으면 칼슘을 다량 섭취할 수 있고 DHA와 EPA 등 불포화지방산이 혈액을 맑게 해줘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
‘목포명가’도 가을을 맞이해 계절 메뉴로 전어세트(5만5000원)를 판매한다. 매일 아침 가락수산시장에서 공수해온 전어만 사용하기 때문에 신선한 전어요리를 맛볼 수 있다.
주소 서울 강남구 삼성로100길 23-22
예약 및 문의 02-558-9412
운영시간 11:30~22:00
노인성 난청은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청력이 떨어지는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다. 45세 이상의 성인은 4%, 65~75세는 30~35%, 75세 이상은 50% 이상이 난청을 가지고 있을 만큼 흔한 증세다. 문제는 방치하면 증세가 계속 나빠지는 데 있다. 40~50대에는 주로 고음만 안 들려 생활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듣는 데 불편함을 느껴 소위 ‘가는귀먹은’ 상태가 된다. 노인성 난청이 심해지면 ‘사회로부터 격리되었다’는 우울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서울 강서구 소재 귀 전문병원 소리귀클리닉 문경래 원장에게 노인성 난청에 대해 알아봤다.
노인성 난청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은 무엇인가요?
“소리는 잘 들리는데, 무슨 말인지 말귀를 못 알아듣겠어요” 하며 찾아오는 분이 많습니다. 소리가 들려도 단어에 대한 분별력이 떨어지는 것이죠. 노인성 난청의 증상은 말소리가 똑똑하게 들리지 않고 작게 들리거나, 중얼거리는 소리처럼 들리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또 사람이 많이 모인 시끄러운 장소에서 하는 대화를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이 들었을 때 어떤 사람은 귀가 밝고 어떤 사람은 난청 증상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눈의 노화나 피부의 노화가 사람마다 다르듯, 귀의 노화도 사람마다 그 속도가 다릅니다. 아무래도 유전적인 영향이 많지요. 젊었을 때 염증을 많이 앓았다든가 소음에 많이 노출된 적이 있다면 노화가 더 빨리 일어나게 됩니다.
노인성 난청의 진단법이 있나요?
청력검사를 통해 난청을 진단합니다. 난청의 여부와 난청이라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노인성 난청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노인성 난청이 아닌 다른 이유 때문에 난청이 생긴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한 환자는 나이가 들어 노인성 난청이 생긴 줄 알고 ‘나중에 보청기나 해야지’ 하고 방치하다가 내원했습니다. 그런데 검사해보니 노인성 난청이 아니라 ‘이경화증(귓속의 뼈가 굳는 병)’이라는 질환이었습니다. 이 병은 수술하면 좋아질 수 있거든요. 수술하고 난 뒤 청력이 좋아졌다며 만족해하셨어요.
노인성 난청을 방치하면 어떻게 되나요? 치매와도 관련이 있나요?
난청을 치료하지 않고 놔두면 앞에서 말씀드렸던 ‘단어 분별력’이 점점 떨어지게 됩니다. 노인성 난청으로 인해 바깥 소리들이 뇌까지 전달이 안 되면 소리를 듣게 해주는 청각 관련 뇌 부위가 녹슬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소리는 들리는데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르겠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빨리 진단하고 필요하면 청각재활도구(보청기, 청각 임플란트 등)를 사용해서 잘 듣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청력 저하’와 ‘치매’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보고가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청력 저하가 있는 환자들이 치매가 잘 온다는 것인데요, 그 이유도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뇌를 안 쓰면 녹슬기 때문입니다.
난청이 우울증이나 당뇨병 등 다른 질병과 관계가 있나요?
난청이 있으면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 어려워져서 만남을 꺼리게 되고, 시끄러운 곳에 가지 못하게 되어 사회생활이 점점 줄어듭니다. 노년기일수록 활발한 사회활동이 정신건강에 중요한데, 난청이 있는 분들은 사회생활을 안 하게 되면서 우울증에 걸릴 확률도 높아집니다. 당뇨병이 있거나 만성신장질환이 있는 분들은 난청이 생길 확률이 일반인보다 더 많습니다.
노인성 난청 수술은 어떤 수술인가요?
만약 난청의 원인이 ‘달팽이관의 노화’가 아니라, 고막 손상, 염증, 소리를 전달하는 뼈의 이상인 경우에는 이를 교정해주는 수술을 합니다. 수술 후에는 보청기나 다른 기기 착용을 하지 않아도 잘 들을 수 있습니다. 또한 달팽이관의 노화로 청력이 떨어진 경우에도, 청각 임플란트 삽입 수술을 하면 효과가 좋습니다.
약물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나요?
전혀요. 흰머리를 약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저희 병원을 포함해 일반적인 이비인후과의 치료 방법은 정기적인 귀 검사를 하는 ‘청력 관리’, 보청기 착용을 하는 ‘청각 재활’, 이명과 어지럼증 등 난청과 함께 동반되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순으로 진행됩니다.
병원에서도 보청기를 맞출 수 있나요?
병원에서도 보청기를 맞추는 환자가 많습니다. 난청이 있으면서 수술에 적응하지 못하는 분들은 보청기를 선택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보청기에서 소리가 나거나, 착용을 불편해하고, 효과가 없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보청기들이 기술적으로 많이 발전했습니다.
보청기를 선택할 때 주의해야 할 것들이 있다면요?
난청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비인후과에서 전문 청각 검사자에게 정확한 청력 검사를 먼저 받아야 합니다. 이후 환자의 청력 상태에 맞는 보청기를 선택하면 됩니다. 귓속형, 귀걸이형, 오픈타입 등 보청기 종류는 다양합니다. 적응하는 시간 동안 귀에 뭔가 걸리는 느낌을 참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참고 착용하다 보면 적응이 됩니다. 그리고 전문가가 보청기를 제대로 조절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 세 가지를 잘 지킨다면 보청기를 편하게 착용할 수 있습니다.
3년 전(2014년 6월 기준)만 하더라도 월간 판매량 20위권 안에 드는 도서 중 9권이 ‘해독(주스)’과 관련된 내용이었을 만큼 디톡스(detox) 열풍이 불었다. 건강 관련 종편 프로그램과 연예인 다이어트 방법으로 소개된 ‘해독 주스’의 영향이었다. 그렇다면 근래의 풍경은 어떨까? 지난 1년 동안의 건강 관련 도서 베스트셀러 100권에서 뽑은 주요 키워드를 통해 알아봤다. *2016년 5월~2017년 4월, 온·오프라인 대형서점 교보문고 통계 기준
자료제공 교보문고
주요 키워드 하나, ‘백세’
베스트셀러 100권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책의 제목은 다. 백세시대를 바라보는 요즘, ‘백년’이라는 수식어는 더는 과장된 표현이 아닐 것이다. 이밖에도 10위 , 33위 등 장수시대를 반영한 제목들이 눈에 띈다. 순위에는 없지만 , 등 여러 건강 도서에 ‘백세’라는 표현이 쓰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요 키워드 둘, ‘셀프(self)’
건강 분야 베스트셀러의 3분의 1(총 33권)을 차지하는 주제는 ‘다이어트’다. 다이어트 도서의 70%가량은 운동 방법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이 책들의 제목이나 소개 글을 살펴보면 ‘홈트’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2위 , 7위 , 16위 등). ‘홈 트레이닝(home training)’의 줄임말인데, 피트니스센터나 트레이너의 도움 없이 스스로 집에서 헬스 트레이닝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24위 , 34위 , 43위 등 독자 스스로의 실천을 촉구하는 콘텐츠가 늘어나는 추세다. 한때 종편 프로그램 건강 정보를 맹신하는 시청자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도서 역시 자신의 건강상태 등에 따른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때라 할 수 있겠다.
주요 키워드 셋, ‘통증’
근육, 척추, 무릎, 목 등 통증 완화와 관련한 치료, 운동, 스트레칭, 지압 방법 등을 소개하는 도서가 전체의 10%가량을 차지했다(10위 , 38위 , 55위 등 총 11권). 질환을 소개하는 도서 중에는 가장 많이 사용된 키워드다. 중장년 대표 만성질환 중에서는 ‘당뇨’가 가장 많이 등장했다(30위 , 51위 등 총 7권). 주요 성인병 중 하나인 ‘고혈압’에 대한 도서는 100위권 안에서 찾을 수 없었다. 또 ‘암’ 관련 도서는 94위 , 98위 등 4권 중 3권이 90위권 아래 머물렀다. 당뇨와 암에 대한 도서는 주로 완화 식품이나 식이요법 위주의 내용을 담고 있는 추세다.
주요 키워드 넷, ‘속 건강(inner health)’
겉으로 드러나는 건강 외에 호르몬이나 정신, 마음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관리하는 도서들이 적지 않다. 전체 목록 중 5위인 와 22위 , 37위 , 40위 등이 그 예다. 이밖에도 60위 , 89위 , 90위 등 마음의 건강까지 살피는 콘텐츠가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 건강도서 Top 100 ✽제목(저자)
1 백년 허리(정선근), 2 주원홈트(김주원), 3 스트레칭이면 충분하다(박서희), 4 닥치고 데스런(조성준), 5 호르몬 밸런스(네고로 히데유키), 6 헬스의 정석: 근력운동 편(수피), 7 주원홈트 100(김주원), 8 NEW 근육운동가이드(프레데릭 데라비에), 9 병의 90%는 걷기만 해도 낫는다(나가오 가즈히로), 10 속근육을 풀어라(우지인), 11 헬스의 정석(수피), 12 닥치고 데스런 우먼스(조성준), 13 다리 일자 벌리기(에이코), 14 마흔 식사법(모리 다쿠로), 15 기적의 3분 시력운동 달력(히비노 사와코), 16 스미홈트(박스미), 17 약보다 울금 한 스푼(서재걸), 18 지방의 역설(니나 타이숄스), 19 속편한 식도 이야기(SOK 속편한내과 네트워크), 20 필라테스 아나토미(라엘 아이자코비츠), 21 죄수 운동법(폴 웨이드), 22 하루 15분 기적의 림프 청소(김성중), 23 지방의 누명(MBC 스페셜 ‘지방의 누명’ 제작진), 24 내 몸을 비워야 내가 산다(이우재), 25 한혜진 바디북(한혜진), 26 8초만 누르면 통증이 사라진다!(장민제), 27 병원 없는 세상, 음식 치료로 만든다(상형철), 28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곤도 마코토), 29 뱃살부터 빼셔야겠습니다(최성우), 30 당뇨약 끊기 3개월 프로그램(신동진), 31 눈은 1분 만에 좋아진다(콘노 세이시), 32 태초 먹거리(이계호), 33 마흔부터 시작하는 백세운동(나영무), 34 내 약 사용설명서(이지현), 35 나는 몸신이다: 하루 5분 생활건강법(채널A ‘나는 몸신이다’ 제작팀), 36 세 손가락 지압혈(야나모토 마유미), 37 장내세균 혁명(데이비드 펄머터), 38 등뼈 실학(이시가키 히데토시), 39 힘콩의 푸쉬업&스쿼트 100(유석종), 40 운동화 신은 뇌(존 레이티), 41 요가 아나토미(레슬리 카미노프), 42 닥치고 데스런 Basic(조성준), 43 새로 만든 내몸 사용설명서(마이클 로이젠), 44 최수봉 교수의 당뇨병 이제 끝! (최수봉), 45 마법의 림프 순환 다이어트(배은정), 46 근육운동가이드(프레데릭 데라비에), 47 그레인 브레인(데이비드 펄머터), 48 근육운동가이드 프로페셔널(프레데릭 데라비에), 49 스트레칭이라도 하셔야겠습니다(최성우), 50 1일 5분 평생 통증 없이 사는 기적의 목 지압 프로그램(시마자키 히로히코), 51 당을 끊는 식사법(니시와키 순지), 52 뻐근하고 아픈 몸 참지 말고 셀프 마사지(박성규), 53 당신의 눈도 1.2가 될 수 있다(해럴드 페퍼드), 54 나는 왜 영양제를 처방하는 의사가 되었나(여에스더), 55 통증 잡는 스트레칭(문훈기), 56 포니의 스타일 메이크업 북(박혜민), 57 디스크 권하는 사회(황윤권), 58 뷰티 페이스 요가(다카츠 후미코), 59 몸신의 바른 몸 3분 교정 체조(박숙희), 60 놓아버림(데이비드 호킨스), 61 요가 디피카(B.K.S.아헹가), 62 하루 한 끼 당뇨 밥상(강남세브란스병원 영양팀), 63 이기는 식단(노박 조코비치), 64 클린(알레한드로 융거), 65 치아 절대 뽑지 마라(기노 코지), 66 림프의 기적(박정현), 67 스탑 스모킹(알렌 카), 68 1일 3분 인생을 바꾸는 배 마사지(나가이 다카시), 69 물만 끊어도 병이 낫는다(최용선), 70 필라테스 바이블(노수연), 71 스미홈트 다이어트 플래너(박스미), 72 최고의 당뇨병 식사 가이드(차봉수), 73 의식 혁명(데이비드 호킨스), 74 혼자서도 거뜬히 해내는 셀프 PT(김동현), 75 상위 4%를 만드는 1등급 다이어트(강태은), 76 미나리를 드셔야겠습니다(이희재), 77 천연식초 만들기 비법 노트(이제성), 78 바른 몸이 아름답다(남세희), 79 다이어트 불변의 법칙(하비 다이아몬드), 80 2주 만에 복근 만들기(제이제이 박지은), 81 코어 운동 가이드(강창근), 82 새로 만든 당뇨병 희망 프로젝트(강북삼성병원 당뇨전문센터), 83 당질 제한식 다이어트(에베 코지), 84 힘콩의 재미어트(유석종), 85 약 대신 주스(유승선), 86 내 몸 사용설명서(TV조선 ‘내 몸 사용설명서’ 제작팀), 87 내 몸 아프지 않은 습관(황윤권), 88 비우고 낮추면 반드시 낫는다(전홍준), 89 웃음혁명(김영민), 90 치유와 회복(데이비드 호킨스), 91 피부에 헛돈 쓰지 마라(함익병), 92 달지 않은 명품 효소 만들기(김시한), 93 스트레칭 아나토미(아놀드 G. 넬슨), 94 명의 하정훈 교수의 갑상선암 두려움 없이 맞서기(하정훈), 95 남자는 힘이다(맛스타드림), 96 최고의 암 식사 가이드(노성훈), 97 정아름의 핫바디 멘토링(정아름), 98 유방암을 이기는 참 좋은 음식(한국유방암학회), 99 편강 100세 길을 찾다(서효석), 100 어싱: 땅과의 접촉이 치유한다(클린턴 오버)
*2016년 5월~2017년 4월, 온·오프라인 대형서점 교보문고 통계 기준
일본에서 건강한 노인들이 대대로 많이 살아 장수마을로 불리는 곳이 있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다양한 건강보조식품의 개발 등에 힘입어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장수촌의 특징 또한 ‘백세인생’의 중요한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 건강한 노후야말로 ‘백세인생’을 즐길 수 있는 전제 조건이다. 의료기술과 건강보조식품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적 ‘백세인생’의 힌트를 일본의 대표적인 장수촌에서 찾아보자.
지난 2010년 일본의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전국 평균수명에 따르면, 남성은 나가노현 마쓰카와촌(長野県 松川村)이 82.2세, 여성은 오키나와현 기타나카구스쿠촌(沖縄県 北中城村)이 89세로 집계됐다. 톱 30을 살펴보면 남성은 나가노현이 40% 넘게 차지했고, 여성은 오키나와현이 20%를 웃돌았다. 특히 나가노현은 2013년 발표에서도 남녀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남성은 나가노현, 여성은 오키나와현
장수 요인에 대해서는 고령자의 높은 취업률, 지역 농산물을 중심으로 한 신토불이 식생활, 전국 2위의 온천 숫자, 주민과 밀착된 지역의료 등이 언급됐지만, 안티에이징 연구의 1인자인 시라사와 다쿠지(白澤卓二) 교수가 나가노현 북부의 산골인 다카야마촌(高山村)을 집중 조사한 결과가 흥미롭다.
시라사와 교수는 장수의 비결로 식사, 운동, 보람 등 3가지를 꼽으면서, 다카야마촌의 고령자들은 그 지역의 야채와 과일, 면역력을 높이는 된장 등 발효식품을 중심으로 한 옛날 식생활을 계속 지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형적인 산골이라 마을 인구의 25%를 차지하는 65세 이상의 고령자 대부분이 건강하게 일하고 있어 일이 삶에 대한 보람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밖에도 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야마다(山田) 온천을 비롯해 다카야마촌에는 온천이 여덟 군데나 있어 온천을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온천욕을 하면 혈액순환이 잘되고 칼로리 소비를 촉진해 신진대사의 기능이 활발해진다. 온천 성분에 따라 효능이 달라지지만, 야마다 온천의 유황천은 모세혈관을 넓혀 혈압을 낮추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 온천은 몸뿐만 아니라 기분도 편안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어 스트레스와 함께 늘어나는 아밀라아제와 같은 물질을 크게 감소시킨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오키나와 장수마을, 오기미촌
오키나와에서 자주 쓰는 ‘하라하치부(腹八分)’라는 말이 있다. 즉 식사를 할 때 전체 포만감(飽滿感) 중 80% 정도 만족할 때까지만 먹고 배가 부르기 전에 수저를 놓는다는 의미다. 칼로리 섭취를 제한하는 식습관을 가진 오키나와 주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말이다. 그렇다면 오기미촌의 노인들의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문화·전통 예능이다. 나무들이 우거져 푸른 숲을 이루고 찬연한 빛을 쏟아내는 태양, 맑은 공기와 맑은 물 등 천혜의 자연 속에서 지내는 유유자적한 삶을 꼽을 수 있다. 서두르지도, 무리하지도 않으면서 느긋하게 삶의 보람을 느끼며 살아가는 ‘낙원의 시간’이야말로 자랑할 만한 장수 비결이다.
둘째, 오기미촌 사람은 일본인들의 평균적인 식생활과 비교할 때 육류를 많이 섭취하고, 녹황색 채소의 섭취량이 3배가량 많으며, 두부와 같은 콩류 섭취도 1.5배 많고, 과일 종류도 많이 섭취한다. 또 주목할 만한 점은 소금 섭취량이다. 일본 후생성이 권장하는 1인 1일 소금 섭취량은 10g인데 오기미촌은 그 목표 이하인 9g밖에 안 되는 지역으로 보고됐다.
셋째, 활발한 사회활동이다. 오키나와의 온난한 기후는 1년 내내 야외활동을 가능하도록 해주는데, 현재 오기미촌의 총인구는 약 3500명이지만, 이 중 90세가 넘는 장수 노인은 80명이나 된다. 이 마을의 노인들은 ‘살아 숨 쉬는 한 현역’이라는 의식이 강해 고령자라도 몸을 움직일 수 있으면 밭일을 하거나 마을의 전통 산업인 파초포의 실을 뽑는 등 노동을 하며 마을 행사, 봉사활동과 같은 사회활동도 열심히 한다.
넷째, ‘상부상조(유이마루, ゆいまる)’의 정신이 뿌리 깊게 살아 숨 쉬고 있다. ‘유이마루’란 간단하게 말하면 마을 사람들이 노동력을 제공하며 서로 돕는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용어는 사탕수수 수확, 모내기 등의 농사일뿐만 아니라, 집 신축이나 무덤 공사, 마을 공공사업과 같은 봉사활동 등을 포함해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우리의 품앗이 정신과도 통한다.
다섯째, 게이트볼과 노래방을 즐긴다. 마을 곳곳에 마련된 게이트볼 경기장에는 날씨만 좋으면 많은 사람이 모여 해질녘까지 지치지 않고 몸을 움직인다. 또한 노래방에서도 흥겹게 노래하고 춤추며 노는 사람이 많다. 고독하게 혼자 지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모여 하루하루를 즐기는 것이다.
장수촌의 몰락, 타산지석으로
야마나시현(山梨県) 유주리하라촌(棡原村)은 1968년 도호쿠대학 교수와 의사 등 전문가들에 의해 ‘일본 제일의 장수촌’이라고 불린 뒤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이곳 사람들은 자연지리적인 조건 때문에 평지가 적고 경사진 산비탈을 이용한 밭일을 주로 했고 식생활은 고기와 생선, 보리와 잡곡, 마, 콩, 야채 등을 주식으로 했다. 노인들은 80세, 90세가 넘어도 원기왕성하게 밭에 나가 일을 했는데, 장내 세균을 조사한 결과 비피더스균은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웰치균은 적어 아주 건강한 상태였다고 한다.
또한 허리와 다리가 건강한 덕분에 심폐기능도 활발한 상태를 유지, 심장병과 뇌졸중 등 생활 습관병 환자도 보이지 않았으며, 암으로 죽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일본 제일의 장수촌 마을은 점점 그 명성을 잃어갔다. 1953년 널찍한 도로가 개통되면서 이 도로를 통해 풍부한 물자들이 마을로 들어왔는데 당연히 그 물자 중에는 고기와 생선 등의 식재료들도 있었고, 전통적인 거친 식사는 서구형 식생활로 급격하게 변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80~90대 노인들은 전통적인 먹거리로 식생활을 이어갔지만, 그 자식들인 50~60대들은 거친 밥상보다는 부드러운 밥상을 선호했고 우유, 빵, 햄, 요구르트, 컵라면, 과자 등 서구형 식생활에 익숙해져갔다. 그 결과 젊은 세대들은 점차 비만, 고혈압, 당뇨병 등 생활습관병에 걸렸으며,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뜨는 자식들도 많아졌다. 이처럼 부모가 자식의 장례를 치루는 기현상 속에 장수촌의 존재감도 사망선고를 해야만 했던 것이다.
300g 남짓의 근육 덩어리가 하루에 10만 번 쉬지 않고 뛴다. 그렇게 퍼내는 양은 8000ℓ가량. 기계라고 생각해도 믿기지 않을 고성능이다. 우리 몸 구석구석 혈액을 보내는 심장 이야기다. 이런 심장에도 피가 통하지 않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게다가 정작 자신의 상태를 자각하기도 힘들다. 바로 심장 관상동맥질환이라는 병이다. 노화 과정에 생각보다 많은 환자들이 이 병을 앓고 있다.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심장내과 전기현(全基賢·36) 과장의 도움을 받아 심장 관상동맥질환에 대해 알아봤다.
“심장도 힘차게 움직이려면 연료가 필요해요.” 전기현 과장은 심장 관상동맥질환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면서 심장을 엔진에 비유했다.
“심장이라는 엔진이 열심히 작동하는 것은 혈액을 온몸 구석구석 순환시키기 위해서죠. 생명과 직결되는 이 일을 원활하게 해내기 위해서는 엔진의 연료가 필요하겠죠. 이 연료를 공급해주는 것이 바로 심장 관상동맥이에요. 의사들이 관상동맥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생김새 때문이죠. 심장을 감싸고 있는 관상동맥은 마치 왕관을 장식하고 있는 술과 같은 모양새라서 그렇게 불러요.”
거대한 근육 덩어리인 심장 역시 다른 근육과 마찬가지로 운동을 위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데 그것이 바로 혈액이다. 혈액을 통해 산소를 공급받고 노폐물 역시 혈액을 통해 내보낸다. 그런데 혈관에 문제가 생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유병 환자 규모 파악조차 안 돼
“관상동맥을 통해 혈액 공급이 충분치 않으면 심장은 조금씩 죽어갑니다.”
전 과장의 설명이 잘 이해되질 않는다. 심장은 뛰거나 혹은 멈추거나 하는 기관이라 오해하기 쉽다. 그는 여러 가닥의 혈관이 심장을 감싸고 있는데, 특정 혈관이 좁아지다가 막히면 그 혈관과 맞닿아 있는 근육 부분만 괴사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마치 커다란 배의 아래 부분이 여러 구획으로 나눠져 있어, 한쪽에서 물이 들어오기 시작해도 전체가 침수되는 일이 많지 않은 구조와 비슷하다.
“심장 근육의 일부 세포가 죽는다고 해서 심장 전체가 죽지는 않아요. 그래서 정작 본인은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아요. 심장 기능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실제로 심장 관상동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규모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심각하지 않은 경우 모르는 채 지나가거나, 이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하더라도 부검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정확히 알아내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병은 아니다. 관상동맥질환으로 인해 심장 근육의 일부가 움직이지 않기도 하는데 이를 심근경색이라고 한다. 또 심근경색 중 갑자기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증상을 급성 심근경색이라고 한다. 중년 남성의 돌연사 중 80% 정도는 급성 심근경색이 원인이다.
심장 노화의 대표적 질환
전 과장은 심장 관상동맥질환을 심장 노화의 대표적 질환으로 꼽았다. 이 질환은 결국 관상동맥의 동맥경화가 주요 원인인데, 이는 혈관의 노화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혈관 벽은 우리가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피부 조직과 비슷한 특성을 갖고 있어요. 어릴 땐 부드럽고 탄력 있지만, 나이들수록 이 혈관은 점점 딱딱해지죠. 그러다 혈관 안쪽에 동맥경화반이 생기면서 혈관이 좁아지고, 여기에 혈전까지 쌓이면 혈관은 완전히 막히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 심장 관상동맥에서 벌어지면 심장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는 것이죠. 이 과정은 일반적인 동맥경화와 마찬가지인데 결국 예방법도 비슷해요.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등이 생기지 않도록 평소에 건강관리를 제대로 해야 합니다.”
혹시나 나에게 관상동맥질환이 있는지 알아보려면 좀 더 전문적인 검사를 해봐야 한다. 우리가 일반적인 건강검진에서 하는 심전도 검사로는 심장 관상동맥질환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심전도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될 때는 이미 중증으로 확대된 경우가 많다.
관상동맥질환을 정확히 검사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에는 운동부하검사가 있다. 시속 6km 정도로 빨리 달리면서 심전도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밖에 관상동맥 CT검사나 혈관에 조영제를 투입해 방사선 사진을 찍는 관상동맥 조영술이 있다.
운동할 때 가슴 아프면 의심해봐야
물론 자각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바로 가슴통증이다. 전 과장은 심장 관상동맥질환이 생기면 운동할 때 가끔 심한 통증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를 협심증으로 부르기도 한다.
“높은 곳을 오르거나 뛸 때 가슴에 심한 통증이 발생하면 반드시 의심해봐야 합니다. 특히 아픈 부위가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이 아니어도 방심하면 안 돼요. 이 병으로 인해 통증이 생기면 일종의 방사통이 나타기도 하는데 왼쪽 어깨에서 왼쪽 팔로 혹은 목으로 타고 내려가는 증상이 일어나기도 해요. 이 역시 관절이 아닌 심장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이때의 통증은 휴식을 취하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안정이 된 것일 뿐 병이 완화된 것은 아니어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이 병으로 인한 합병증도 심각하다. 앞에서 이야기한 협심증과 심근경색뿐만 아니라 심부전이나 부정맥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나같이 심각하지 않은 질환이 없다.
심부전은 심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전신의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생기는 병이다. 숨이 차거나 호흡곤란이 오기도 하고, 쉽게 피로해지면서 운동 능력이 떨어진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는 발이 붓는 등 부종이 오는 것. 심할 경우 전신 부종이 일어나기도 한다.
혈관 관리는 장수를 위한 적금
선택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은 다양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관상동맥이 막히면 두 가지 방법으로 치료를 하는데 하나는 혈관 내에 금속 그물망을 넣고 풍선으로 부풀려 막힌 곳을 뚫는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이다. 다른 하나는 체내의 다른 혈관을 가져다 문제가 생긴 부위에 혈액순환이 되도록 이식하는 관상동맥 우회술이다. 각 치료 방법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스텐트 삽입술의 경우 전신마취도 필요 없을 정도로 간단하죠. 수술이 아니라 시술이라고 불러요. 한두 시간이면 수술이 끝나고 다음 날 퇴원도 가능합니다. 다만 혈관 내에 이물질을 삽입하는 방식이다 보니 오래되면 막히는 경우가 생겨요. 우회술은 가슴의 내유동맥이나 다리, 팔에 있는 혈관을 가져다 이식하는 수술인데, 회복에 1~2주 정도가 걸릴 정도로 큰 수술입니다. 심장외과 전문의들은 내유동맥이 ‘관상동맥 우회술’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이야기할 정도인데, 수술에 적당한 조건을 갖춘 데다 이식에 사용해도 인체에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죠. 이 두 가지 방법 중 무엇을 선택할지는 심장내과, 심장외과 전문의가 혈관이 막힌 위치나 환자의 건강상태, 나이 등을 고려해 함께 결정합니다.”
간혹 고령의 환자도 수술을 하기도 한다. 심장 관상동맥 우회술을 받은 환자 중 국내 최고령 기록은 세종병원에서 수술한, 당시 91세의 남성 환자로 스텐트 시술이 불가능한 상태여서 이 수술을 진행했다.
혹시 특별한 예방법이 있을까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일반적인 건강관리법뿐이었다. 결국 이미 잘 알려진 건강관리법이 그만큼 지키기도 어렵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최선이라는 이야기다.
“금연과 비만·혈압관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고혈압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짜지 않게 먹고, 야채를 많이 먹고, 열량이나 지방이 많은 음식은 삼가야 합니다. 자주 운동하는 것은 기본이고, 탄수화물 섭취도 줄여야 해요. 혈압약 같은, 평소 드시는 약들은 꼭 챙겨 먹어야 합니다. 이 노력들을 저는 일종의 적금으로 표현하는데, 장수라는 ‘만기’를 위해서는 평소의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그 때 참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아버지가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해서 벌어 온 돈으로 일곱 식구의 입에 풀칠하기 바빴습니다. 사실 우리 집만의 일이 아니었죠. 그땐 다 그랬죠. 아니 다 그렇게 사는지 알았습니다.
이밥에 고깃국이 최고인지 알았던 그 시절에는 학교에서는 흰쌀밥을 먹지 못하게 했습니다. 왜냐고요? 쌀이 부족해서였죠. 그러니 쌀 조금에 보리쌀을 듬뿍 섞어 지은 시커먼 밥은 식감도 맛도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못할 짓이었지만 그 시절 어머니한테 보리밥 먹기 싫다고 떼쓰던 일이 생각날 때면 참 많이도 민망하네요.
어쨌든 그 당시 점심시간이면 언제나 담임선생님이 몽둥이를 들고는 도시락 뚜껑을 열고 검사를 했습니다. 혼식검사입니다. 혼식?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사어가 됐습니다만 학생들 도시락엔 반드시 잡곡이 섞여 있어야 했습니다. 문교부 그러니까 지금의 교육부 지시사항이었죠. 권력의 서슬이 청람보다 퍼렇던 시절이니 위쪽 지시사항 하나면 만사가 형통하는 시절입니다.
쌀밥을 싸온 부잣집 아이들은 먼저 담임선생의 몽둥이로 머리를 몇 대 맞고 시작해야 했습니다. 교무실로 가서 반성문도 쓰고 어머니도 불려왔습니다. 그러니 도시락도 자연히 진화했습니다. 몽둥이세례를 받지 않기 위해 자식을 사랑하는 부잣집 어머님은 당연히 머리싸움을 해야 했습니다.
한 학생이 도시락 뚜껑을 열었습니다.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하얀 쌀밥인데 누런 완두콩이 몇 개 박혀 있었습니다. 선생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이 도시락이 과연 쌀밥인지 잡곡밥인지 헷갈려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담은 몇 알이라도 완두콩이 박혀 있었으니 혼식이 아니라며 몽둥이로 머리를 때릴 수는 없었습니다.
학생의 승리였습니다. 담임선생은 몽둥이를 힘없이 떨구고 교무실로 돌아갔고 학생은 환호하며 누런 완두콩 몇 알을 걷어내고는 쌀밥으로 맛있게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지금도 그때 그 장면이 눈에 선합니다. 내 도시락엔 쌀보다 보리가 더 많아 색도 거무튀튀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때 그 학생이 기어이 먹지 않고 걷어낸 완두콩이 그렇게 맛있어 보였습니다. 난 지금도 콩밥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 때 그 학생이 버렸던 완두콩이 어찌나 맛있게 보이던지 그때부터 콩밥을 좋아하게 된 것이죠.
세월이 흘렀습니다. 사는 것이 힘들어졌는지는 모르지만 먹거리만큼은 흔하디흔한 세상이 됐습니다. 노령인구의 20% 이상이 당뇨에 걸리는 세상으로 변했습니다. 흰쌀은 피하고 현미나 잡곡을 많이 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사람들은 당지수가 높다는 음식을 피하고 그렇지 않은 음식을 골라서 먹곤 합니다.
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으면 혈당을 분해하는 인슐린이 너무 분비되어 저혈당을 일으키고 다시 허기를 느껴 또 다시 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신장이 나빠져 혹독한 후유증에 시달리게 되는 것입니다.
어느 날인가 오랜만에 당뇨를 앓던 친구를 만났는데 특별한 치료도 없이 건강이 회복되어 있었습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바로 교도소 때문입니다. 교도소에 있는 이들은 국가에서 지급하는 건강식인 콩밥을 정해진 시간에 먹고 술이나 담배 같은 불필요한 음식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당뇨병도 나을 수 있었던 것이죠. 참 아이러니 합니다.
몽둥이로 맞는 것이 무서워 혼식을 해야 했던 세상이 당뇨의 갖은 후유증이 무서워 혼식을 해야만 하는 세상으로 변했습니다. 사실 지금에야 당뇨병도 좋은 약이 많이 나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만 역시 우리 몸이 원하는 것은 이밥에 고깃국보다 더 많은 운동이나 움직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오죽하면 복날에 보신탕이니 삼계탕이니 하는 것 좀 그만 먹으라고 강권하는 세상이 되었을까요. 아무튼 세상과 세상 사이에서 콩과 보리의 역할이 거어 참 제대로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불로불사(不老不死)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도 삶이 끝나는 마지막 날까지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를 희망한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생물학적 수명이 늘어난 ‘장수시대(長壽時代)’가 되면서, 건강한 노년은 수명연장만큼이나 중요한 숙제가 됐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듯 지난 4월 서울아산병원에서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건강하게 100세까지 사는 법’이라는 제목의 강연이 있었다. 노년의 건강관리와 정신건강, 운동법으로 나눠 진행됐던 강연의 주요 내용을 에 소개한다.
“인간은 왜 늙는가?”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의 이은주 교수가 첫 번째 화두로 던진 질문이다. 이 교수는 아직 과학적으로 노화의 원인이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라면서 몇 가지 가능성들을 소개했다.
“노화의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들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노화 이론은 ‘Wear and Tear’죠. 오래 쓰면 낡아서 닳고 망가진다는 이론이에요. 인체의 노화를 막기 위해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생활습관을 건전하게 바꾸자는 것도 상당 부분 이 이론이 바탕이 되었습니다. 이밖에 몸의 주요 기능 조절이 어려워지는 것이 원인이라는 신경내분비(Neuroendocrine) 이론도 있고, 활성산소를 노화 인자로 지목하는 산화 스트레스(Oxidative stress) 이론, 수명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프로그램(Programmed) 이론도 있어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론은 텔로미어(Telomere) 이론이에요. 염색체의 일부인 텔로미어라는 것이 세포의 수명을 나타내는 지표라는 이론입니다. 복제 양의 수명은 어미 양의 남은 수명과 비슷한 경향을 보이는데, 이미 성체가 돼 수명이 짧아진 상태의 세포를 복제했기 때문에 복제 양들의 수명이나 어미 양이 비슷한 시기에 죽는 것 아니냐는 이론이에요. 그래서 이 텔로미어를 재생해 성장을 촉진하는 연구들이 진행 중입니다.”
이 교수는 우리 사회도 이미 100세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했다. 2014년 행정안전부의 통계에 따르면, 100세 이상 인구는 2012년 조사결과에 비해 15% 증가한 1만4592명에 달한다. 이 중 여성이 남성보다 3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세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이 교수는 “아직까지는 100세 이상 인구 비율이 OECD 회원국 중 낮은 편으로 인구 10만명당 2명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금 65세인 1952년생이 100세까지 살 가능성은 약 10% 정도에 불과하다는 기대여명조사가 있었어요. 하지만 30년 후에 태어난 1982년생의 경우는 5명 중 1명이 100세까지 살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65세 이상의 인구가 30%를 차지하는 일본과 같은 상태가 머지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오래 사는 사람들은 무엇이 다를까. 장수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 장수 노인들을 조사하는 방식을 노화종적연구라 부르는데, 이 교수는 국내에서도 이런 시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북 장수군에서 한국의 백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보고에 따르면, 여자가 남자보다 6배 정도 많았어요. 교육수준은 수명과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고요. 장수하는 사람들은 흡연율이 매우 낮았고 고지혈증, 당뇨, 중풍, 치매, 비만과 같은 만성질환의 빈도가 낮았어요. 간염보균자도 없었고요. 신선한 채소와 과일, 해조류, 버섯, 생선 등을 골고루 먹고, 짜고 자극적이며 지방질이 많은 음식은 멀리했어요. 스트레스를 적게 받고 평소에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생활 태도도 공통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교수는 해외 백세인 조사결과 7가지도 소개했는데, 100세 이상 장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만이 없고 ▲금연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성격이고 ▲인지 능력이 높고 ▲여성의 경우 40세 이후에도 출산한 경험이 있고 ▲형제들도 함께 장수하며 ▲자녀 역시 장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오래 살려면 이것 지켜라
장수를 위한 생활습관은 단순하다. 이미 우리가 상식처럼 알고 있는 것들이다. 먼저 금연이다. 흡연은 활성산소를 통한 노화를 촉진시키고 동맥경화, 관상동맥질환, 암 발생 등의 원인이 된다. 흡연과 함께 따라다니는 술도 피해야 할 음식 중 하나다. 간질환뿐만 아니라 심장질환이나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도 치명적이다.
흡연이나 음주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이들이 많은데, 쉽지 않겠지만 오래 살려면 담배와 술을 멀리하면서 스트레스에도 강해져야 한다. 이 교수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방법으로 명상이나 요가, 마사지, 그리고 등산이나 산책과 같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해소법을 추천했다.
비만과 수면 이상도 피해야 한다. 노화에 따라 기초대사가 감소하면 복부비만은 따라오기 마련인데, 식사량을 줄이는 등 식사습관을 바꿔나가야 한다. 숙면을 위해서는 음주와 밤 시간의 심한 운동을 삼가야 하고, 카페인도 멀리하는 것이 좋다고 이 교수는 이야기했다. 이와 반대로 권할만한 대표적인 것으로 비타민D가 있다. 비타민D는 근력 향상과 암 예방, 항염증 등 여러 좋은 효과가 있다. 이 교수는 또 적게 먹는 것을 권했는데, 적게 먹으면 수명이 연장된다는 이론은 동물 실험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연에 나선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김원 교수는 시니어의 운동 방법에서 주의해야 할 부분은 ‘강도’라고 강조했다.
운동은 살살 하면 효과 없다
“기본적으로 시니어의 운동 방법은 젊은이의 그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무리한 운동으로 다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운동은 규칙적으로 하지 않거나 너무 약하게 하면 효과가 별로 없습니다. 만약 운동을 할 때나, 끝난 후에 통증이 지속된다면 본인에게 과도하거나 맞지 않는 운동일 수 있으니 강도를 줄이거나 종류를 바꿔야 합니다. 통증은 몸에서 피하라는 신호이지 이겨내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이러한 부분을 감안해서 규칙적으로 하시는 것이 장수에 도움이 됩니다.”
김 교수는 특히 빠르게 걷기나 조깅과 같은 유산소 운동에서 강도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대화’라고 조언했다.
“운동 때문에 숨이 차서 옆 사람과의 대화가 약간 힘든 정도를 중등도 운동 강도라고 이야기해요. 운동 효과를 위해서는 최소한 이정도 강도로 해야 합니다. 반면에 편하게 수다를 떨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라면 이는 효과가 별로 없는 저강도 운동으로 규정해요. 효과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겠죠.”
김 교수는 간혹 특정 운동을 오래해 누적 손상이 오는 경우가 있는데,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운동의 종류와 강도를 변경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시니어의 다리운동, 삶의 질 바꾼다
그렇다면 근력운동은 어떨까? 헬스클럽에서 근력운동을 하는 모습을 생각해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아령과 알통이다. 그러나 시니어의 근력운동은 하지운동, 즉 다리운동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김 교수는 조언한다.
“근력 운동하면 상체에 근육이 많이 생겨서 몸짱이 되는 것을 많이 생각하는데, 노년에 너무 무리한 상체 운동을 하면 어깨 통증 등이 생길 수 있어요. 실제 하지의 근육량이 상지보다 더 많기 때문에 오히려 하지 근력 운동이 더 효과적일 수 있어요. 또 일상생활에서 사고 위험을 줄이는 데도 다리 근력은 필수입니다. 삶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셈이에요.”
김 교수는 계단오르기가 시니어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데,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을 병행하는 데 좋은 운동 방법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다만 계단을 내려올 때는 무릎에 충격을 주기 때문에 걸어서 올라간 후 내려올 때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라고 조언했다.
우울감과 우울증의 차이
최근에는 육체적인 건강만큼이나 정신건강도 100세 장수를 위해 관리해야 하는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장수의 조건 중 하나로 스트레스 관리가 지목되는 것과 그 궤를 같이한다. 마지막으로 강의에 나선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성윤 교수는 노년기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우울증과 치매, 신경성 3가지를 꼽았다. 이 중 우울증에 대해 김 교수는 ‘흔한 병’이라고 정의했다.
“정신과 질환 중 가장 많은 질환입니다. 그런데 간혹 우울증과 우울감을 착각하는 경우가 있어요. 우울감은 누구에게나 옵니다. 기분이 가라앉고, 의욕이 없고, 짜증이 나죠. 그러다 다시 평상시로 돌아갑니다. 이런 경우는 우울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증세가 보름 이상 매일, 하루 종일 지속되면 우울증으로 봐야 해요.”
우울증의 증상은 보통 기분이 침체되고 눈물이 자주 흐르고 마음이 약해지는 슬픔형, 아무것도 하기 싫고 만사가 귀찮은 의욕저하형, 갑자기 짜증이 나고 화를 버럭 내는 감정기복형, 뇌기능에 영향을 미쳐 기억력이 저하되고 집중이 안 되는 신체증상형 등 4가지로 구분된다.
김성윤 교수는 우울증 예방과 핵심 치료 방법 중 하나로 ‘햇볕’을 꼽았다.
“우울증 약은 치료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3분의 1밖에 도움이 되지 않아요. 나머지는 햇볕과 운동, 수면습관이 중요해요. 햇볕을 받으면서 하는 운동은 효과가 매우 큽니다. 실제로 빛을 쪼이는 광 치료 방법도 있을 정도이니까요.”
치매는 시니어들에게는 말 그대로 공포다. 신체적으로 입는 피해만큼이나 가족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끼치는 피해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치매는 일반적으로 뇌의 신경세포가 죽는 신경퇴행성질환과 혈관 이상으로 뇌에 혈액 공급이 부족해 생기는 혈관성질환으로 나뉜다.
창조적 행동이 치매를 예방한다
김 교수는 치매 치료를 위해서는 약과 신체운동, 그리고 뇌운동 3가지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과 신체운동은 짐작할 수 있겠는데 ‘뇌운동’이라니 어떤 운동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뇌운동은 사회생활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뉴스를 보고, 신문을 읽고, 메모를 하고, 일기를 쓰고, 책을 읽고, 모임에 나가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생활이죠. 그저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보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뇌운동이 됩니다. 뇌운동에는 수동적인 운동과 적극적인 운동이 있는데요, 영화나 책, TV처럼 남이 만들어놓은 창조물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스스로 만들어보는 적극적인 뇌운동을 더 권하고 있어요. 일기쓰기도 좋고 무엇을 배우는 것도 좋아요. 또 스스로 길을 찾고 낯선 이들과 만나는 여행도 좋은 뇌운동 중 하나입니다.”
신경성질환도 시니어들이 조심해야 한다. 인간의 신경은 운동, 중추, 자율 3가지 신경계로 나뉘는데 시니어들이 겪는 대부분의 신경성질환은 자율신경성질환이다. 땀이 나고, 심장이 뛰고, 숨을 쉬는 등 무의식중에 일어나는 것들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느닷없이 숨이 가빠진다거나 남들은 더운데 혼자 춥고, 시원한 날에 땀을 흘리기도 한다. 김 교수는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심리 상태에 원인이 있다고 말한다.
“우울, 불안, 걱정, 화, 스트레스 등이 영향을 미칩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처럼 말이죠. 이렇게 자율신경계가 말썽을 부리면 강아지를 훈련하듯 병을 다스려야 합니다. 식사나 운동, 수면 등 일상생활을 같은 시간에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것이죠. 이런 훈련을 3개월 정도 반복하면 몸이 완전히 적응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어요.”
야채를 썰다 놓친 부엌칼이 발등 근처에 떨어져 크게 놀라거나, 매일같이 오르던 계단이 어느 날부터 유독 높아 보이거나, 맛있는 깍두기가 제대로 씹히지 않는 날이 있다. 누구나 일상 속에서 개의치 않고 넘길 수 있는 일들이다. 체력이 좀 떨어졌거나, 며칠 쉬지 못해 그러겠거니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어두운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우고 있는 중일 수도 있다. 바로 중증근무력증이다. 안석원(安錫源·42) 중앙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와 함께 중증근무력증에 대해 알아봤다.
중증근무력증은 많은 사람에게 병명조차 생소한 병이다. 게다가 병명에 중증이란 단어까지 붙어 있어 막연한 공포감까지 든다. 실제로 중증근무력증은 국가에서 지정한 희귀난치성질환 중 하나로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치료비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서 이 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7000명 전후로 알려져 있지만, 의료계에서는 훨씬 더 많은 환자들이 자신의 병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유 없이 힘이 빠지는 병
중증근무력증의 대표적 증상은 몸의 힘이 빠지는 것이다. 근육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아 원하는 대로 몸을 쓸 수 없게 된다. 범위는 모든 근육에 해당된다. 팔다리에서부터 안구 근육까지, 인간의 의지로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근육에서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가장 심각한 부위는 숨 쉬는 것을 조절하는 호흡근이다. 호흡근에서 중증근무력증이 발병했을 때,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고 만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억만장자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도 중증근무력증으로 인한 폐렴이 사망 원인이었다. 안석원 교수는 초기에는 증상을 제대로 인지하기 힘들 수도 있다고 말한다.
“모든 근육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날 수 있으니까요. 처음에는 대부분 사소한 증상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피곤해지면서 걷다가 주저앉게 되거나 음식을 씹기 어렵게 되죠. 대화에 곤란을 겪기도 해요. 말이 어눌해지면서 목소리까지 변하죠. 저작근에 문제가 생기면 딱딱한 음식을 씹기 힘들어지고 삼키는 것도 어려워져요. 그런데 휴식을 취하면 증상이 완화되는 경우가 많아 단순한 피로로 여기기 십상입니다. 특히 중장년층은 나이가 들어 그런 것 아닌가 하며 쉽게 넘길 수 있죠.”
중증근무력증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경우가 가장 흔하다. 안구형 중증근무력증과 전신 중증근무력증이 그것. 안구형 중증근무력증은 눈 근육에 이상이 생겨, 눈꺼풀이 처지는 안검하수증과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 증상이 나타난다. 복시는 안구를 움직이는 눈 근육에 이상이 생겨 안구 한쪽이 힘없이 처지면서, 양쪽 안구가 동일한 방향을 바라보지 못해 일어나는 시차 때문에 나타난다. 복시가 심해지면 운전은 물론 계단 오르는 일도 어려워져 대부분의 일상생활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전신 중증근무력증은 전신의 모든 근육이 질환의 영향을 받는 상태를 말한다. 처음엔 사소한 증상부터 시작되지만 몸을 쓸 수 없는 증상은 점차 확대돼 대부분의 경우 6개월에서 1년 정도면 전신으로 확대된다. 이 밖에 중증근무력증을 앓고 있는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신생아가 일시적으로 같은 병을 겪게 되는 일과성 신생아 중증근무력증과, 유아기에 많이 나타나는 선천성 근무력증도 있다.
근육 아닌 면역체계 이상이 원인
발병은 기본적으로 여성이 더 많은 편이라고 한다. 40세 이하 젊은 여성들의 발병이 많은 편이고 노화가 시작되면서부터는 50세 이상의 남성에게서 더 많이 발병한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여성의 경우 갱년기가 지나면 여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지만, 남성의 경우에는 반대이기 때문이다.
중증근무력증은 아직 그 원인이 정확히 파악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가면역체계의 이상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안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신경과 근육이 만나는 곳에 신경근육접합부라는 부위가 있습니다. 뇌에서 근육을 움직이라는 명령을 내리면 이곳을 통해 신호가 전달돼 근육이 실제로 움직이게 되죠. 이 신경근육접합부에서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아세틸콜린이라는 화학물질을 분비하는데, 아세틸콜린을 받아들이는 근육의 수용체에 자가항체가 결합해 아세틸콜린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이에요. 간단히 이야기하면 면역이상으로 인해 생성된 항체가 근육 움직임을 방해해서 생기는 질환이라고 볼 수 있죠.”
또 일부 중증근무력증 환자의 경우 흉선에 종양이 생기거나 비대해지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가슴샘이라고도 불리는 흉선의 이상과 관련이 있다고 추측되기도 한다. 다행히 중증이라는 흉악한 이름과는 달리 대부분의 경우 정확히 진단만 되면 치료는 어렵지 않다는 것이 안 교수의 설명이다.
“이 병이 처음 알려지기 시작한 20세기 초반만 하더라도 치사율이 매우 높았어요. 90% 정도의 환자는 사망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약제와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환자를 정상적인 몸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길이 열렸어요. 일단 이 질환을 앓기 시작하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하는 불편함은 있을 수 있지만 평범한 생활을 하는 데는 문제없어요”라고 말했다.
치료는 어렵지 않다고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중증근무력증에는 완치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증상이 사라져도 병 자체가 없어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중증근무력증이라는 질환은 증세가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기도 하고, 치료 후 수년간 증세를 보이지 않다가 갑작스럽게 나타나기도 해요. 그래서 신경과 전문의들은 중증근무력증에 대해서는 완치라는 단어 대신 관해(寬解)라는 표현을 써요. 일시적이건, 영속적이건 증상이 감소한 상태를 말하죠. 때문에 약을 끊을 정도까지 상태가 호전되더라도 정기적으로 진단을 받아야 해요. 언제 어떻게 증상이 다시 나타날지 예상할 수 없으니까요.”
의료계에서 이 병의 환자 수가 집계되는 통계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병을 안고 있지만 증상이 잠깐씩 나타났다 사라져 멀쩡한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운동은 독
중증근무력증이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진단 자체가 까다롭다는 데 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이 특정 수치로만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 교수는 의사의 진찰 소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중증근무력증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수치만으로는 부족해요. 의사가 환자를 직접 만나 다양한 반응을 확인해봐야 해요. 혈액검사를 통해 항체농도를 측정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알 수 없죠. 폐활량 검사나 근력 테스트도 실시해요. 몸의 각 근육이 모두 다 정상적으로 움직이는지도 확인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치료는 항콜린에스터레이스라는 이름의 약을 투여하는 것이다. 가슴샘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절제를 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 혈장분리교환술과 같은 면역요법이 활용되기도 한다.
치료는 의학적으로 어렵지 않은 편이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괴롭다. 환자를 괴롭히는 첫 번째 요인은 부작용이다. 약에 따라 속이 쓰리거나 소화가 안 되고, 체중이 늘고, 탈모, 간수치 상승과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면역체계와 관련한 약들이다 보니 독할 수밖에 없다. 또 매일매일 빼먹지 않고 먹어야 하는 것도 환자에겐 부담스럽다.
안 교수는 “하루 정도 실수로 빼먹어도 부담이 적은 혈압약이나 당뇨약과는 성격이 달라요. 투약이 중단되면 빠르게 상태가 악화돼요. 심지어 약을 챙기지 않고 해외출장을 갔다 사망한 사례도 있었으니까요.”
만약 중증근무력증을 일종의 체력저하로 판단해 운동으로 이겨내려고 하면 더 큰 독이 된다. 정상적인 근육들까지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 스윙을 할 때 클럽을 자주 놓치거나, 식사 중 젓가락을 놓치는 증상 등 몸에 이상 증세가 느껴지고 갑작스런 근력저하가 나타날 때는 이 병을 한 번쯤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언어구사에 문제가 생기거나 눈 한쪽이 처지는 등 주변에서 증세를 알아볼 정도가 되면 서둘러 신경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찾아가 봐야 한다.
이번 호에서는 당뇨에 좋다는 음식이 왜 좋은지를 생태적으로 밝혀 개개인에게 적합한 음식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양의학에서는 당뇨를 혈당, 당화혈색소, 인슐린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면서 1형 당뇨병과 2형 당뇨병으로 구분한다. 이에 대해서는 독자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의학에서 당뇨를 소갈(消渴)이라 부른다. 에서 소갈은 ‘내부에 열이 뭉쳐 진액을 말리는 것’이라고 표현돼 있다. 열로 인해 목이 마르고, 열로 인해 음식이 금방금방 소화되며, 열로 인해 땀과 소변 그리고 정액이 몰려 나가 몸의 진액이 마르는 것이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소갈을 치료할 때 인체 내부의 열을 식히고, 땀과 소변과 정액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는 데 집중한다.
당뇨를 이해하려면 먼저 혈당지수(Glycemic index; GI)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혈당지수는 일정한 양의 시료식품 탄수화물을 섭취한 후의 혈당 상승 정도를 같은 양의 표준 탄수화물 식품을 섭취한 후의 혈당 상승 정도와 비교한 값(포도당 수치를 100으로 잡음)을 말하며, 이에 따라 혈당지수가 높은 식품과 낮은 식품으로 분류한다. 55 이하면 낮은 식품, 70 이상이면 높은 식품으로 분류한다.
메밀의 루틴 성분 혈관에 좋아
여주 열매는 쓴맛이 강해 ‘쓴 오이’라고도 부르는데 혈당지수는 24다. 한의학에서 고과(苦瓜)라고 부르며 성질이 쓰고 차갑다. 무더위를 잘 견디게 해주고 습열을 제거하는 능력이 강하다. 그러므로 몸에 열이 많고 음식을 잘 먹고 살집이 있는 사람의 당뇨에 적합하다. 위장이 약하고 차가워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다. 또 여주는 여름철에 더 적합한 약초라 할 수 있다.
메밀의 원산지는 히말라야, 동북아시아, 바이칼 호 주변 등 추운 지방이다. 에서 메밀은 “위장의 찌꺼기와 막힌 것을 잘 제거한다. 설사, 이질, 복통, 상기 등의 증상이 있으면서 기가 성하고 습열이 있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만약 비위가 차갑고 약한 사람이 먹으면 원기가 손상되어 수염과 눈썹이 빠지므로, 적합하지 않다”고 표현돼 있다. 그래서 살집이 있고 음식을 잘 먹고 열이 많은 당뇨 환자에게 좋다. 메밀에 들어 있는 루틴은 혈관벽을 튼튼하게 해줘 동맥경화, 고혈압, 뇌출혈 같은 질환에 도움이 되며, 생활습관형 만성질환 개선에도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돼지감자는 국화과 뚱딴지라는 식물의 덩이줄기인데, ‘이눌린(inulin)’이 많이 함유돼 있어 ‘천연 인슐린’으로 알려져 있다. 이눌린은 단맛을 내지만, 소화계를 통해 흡수되지 않은 채 그냥 빠져나가 당뇨병 환자들에게는 금기시되는 단맛을 내는 데 쓰인다. 한의학적으로는 달면서 약간 쓰고 서늘한 성질이 있기 때문에 열을 식히는 음식으로 당뇨에 좋다. 돼지감자는 또한 소화를 도와주고 뼈를 단단하게 해준다. 그러나 빈속에 돼지감자를 너무 많이 먹으면 혈당이 과도하게 낮아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해조류, 성인병에 탁월
우뭇가사리, 미역, 김, 다시마, 파래, 톳 등 해조류의 혈당지수는 10~20 사이로 매우 낮다. 해조류는 물을 정화하는 힘이 있어 인체 내에서 피를 정화해준다. 또한 혈액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항산화 물질이 많아 LDL 콜레스테롤은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은 높여준다. 고혈압을 내리고 미네랄을 공급해주며 식이섬유도 많아 대변을 잘 보게 해 독소를 배출해준다.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도 좋다. 일본 오키나와와 전남 바닷가, 제주도가 장수마을로 유명한 것도 해조류의 영향이 크다. 해조류의 약한 짠맛은 정제염의 강한 짠맛과는 작용이 다르게 나타나므로, 해조류로 미네랄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해조류는 당뇨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크다. 성인병 환자(고혈압, 당뇨, 통풍 등), 육류를 많이 먹어서 피가 탁한 사람, 머리로 열이 치솟는 사람, 편도선·임파선·갑상선 질환 등 목이 잘 붓는 사람에게도 좋다. 고환 주위가 잘 붓는 사람, 관절에 염증이 잘 생기는 사람에게도 좋다. 특히 현대인들은 음식 과다 섭취로 성인병에 많이 노출돼 있기 때문에 해조류, 염생식물이 더욱 필요하다. 만성피로 역시 피가 맑지 못해서 생기는 증상이므로 해조류, 염생식물이 도움이 된다.
블루베리의 혈당지수는 34다. 블루베리는 진달래과 산앵도나무속 식물인데, 혈당 수치의 급상승을 막고 인슐린 분비를 높여 혈당치를 낮춰준다. 시큼하고 단맛이 있어서 땀, 소변, 정액으로 진액이 빠져나가는 것을 수렴시켜 소갈을 치료하며 뼈와 근육을 단단하게 해준다. 따라서 몸이 마르고 뼈와 근육이 약해지면서 시력이 나빠지고 설사가 잦은 당뇨 환자에게 좋다. 몸에 열이 많으면서 입이 마르면 생블루베리가 좋고, 몸이 건조해지면서 마르는 사람에게는 건블루베리가 좋다.
설사가 잦을 땐 달달한 식초를
시큼한 맛이 나는 음식은 당뇨에 좋다. 피클이나 식초, 레몬주스 등 신맛이 나는 음식은 혈당지수가 매우 낮은데, 레몬이나 식초를 드레싱 재료로 이용하거나 채소, 생선 위에 뿌려서 먹으면 혈당수치를 낮출 수 있다. 식초에는 끝 맛이 쓴 식초와 끝 맛이 달달한 식초가 있다. 육류를 많이 먹거나 열이 많은 당뇨 환자는 전통식초처럼 끝 맛이 쓴 식초가 좋다. 그러나 소화력이 약하고 몸이 마르고 땀, 설사가 많은 당뇨 환자는 흑초, 홍초처럼 끝 맛이 달달한 식초가 좋다. 오미자도 끝 맛이 달아 기침, 소변, 설사가 잦고 기가 약한 사람의 당뇨에 좋다. 다만 당 성분이 너무 많이 들어간 오미자청 등은 좋지 않고 생오미자로 만든 오미자즙이나 말린 오미자로 만든 오미자차 등이 당뇨 환자에게 좋다.
콩류는 당뇨병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신장기능 저하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당뇨병 환자의 뇨단백도 감소시킨다. 인산죽염을 만드는 인산가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인 에서는 검고 작으며 반짝반짝 윤이 나고 속이 파란 쥐눈이콩이 당뇨에 좋다고 했다. 그런데 복용법이 좀 독특하다. 쥐눈이콩 생것을 소나무 바가지에 넣고 약수로 불린 후 소나무 절구통에서 소나무 주걱으로 짓찧어서 먹으라 했다. 콩을 짓이기면 비린내가 심해 먹기 어려운데, 소나무 절구통과 주걱을 사용하면 비린내는 제거하면서 콩의 약성은 그대로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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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