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장거리 여행을 많이 다니는 때다.
항공기 이용은 장거리 여행의 출발점이다. 고급 좌석이면 더없이 좋겠으나 경비 부담으로 일반석을 이용할 때 좁은 좌석이라도 편하게 갈 방법이 있다면 관심 가져 볼 만하겠다.
스스로 좌석을 관리해보는 요령 몇 개.
첫 번째는 창문 쪽 좌석이냐, 통로 쪽이냐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면 몰라도 좌석을 고를 수 있다면 신경을 쓰는 것이 여행을 즐겁게 하는 조건일 테다. 창문 쪽이 좋을까, 아니면 통로 쪽을 선택해야 할까?
동남아 지역이나 중국, 일본 등 가까운 나라로 갈 때는 창가 쪽이 좋다. 왜냐하면, 바깥 경치를 구경할 수 있어서다. 장거리, 즉 아프리카, 미국, 유럽 등의 여행은 통로 쪽이 편하다. 화장실을 이용할 때 전등을 끈 시간대라면 옆 좌석의 사람을 깨우기가 곤란해서다. 특히 나이가 들어 화장실을 자주 가야 하는 사람이나 여성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장거리 비행은 단거리에 비해 높은 고도로 비행하기에 외부 온도가 낮아 창문 쪽이 더 춥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두 번째는 앞쪽 좌석이냐, 뒤쪽 좌석이냐다.
앞 좌석은 먼저 내릴 수 있어서 출입국 수속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이점이 있고 흔들림이 적은 편이어서 멀미를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다른 위치보다 공간이 너른 편이어서 배정받기 쉽지 않다. 마일리지가 많은 고객 등에 우선한다. 날개 부분의 좌석도 덜 흔들린다. 또한, 단체여행객이 탑승했을 때는 다소 소란스러워진다. 그들의 소음에서 벗어나는 위치도 앞쪽이다.
그밖에 또 하나는 좀 더 나은 쪽의 좌석으로 변경하는 방법이다. 쌓아둔 마일리지가 많으면 좋은 좌석 발권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놓치고는 있지 않을까?
칠순이나 결혼기념일 등 특별한 목적의 여행일 때 항공사에 이야기하면 더 편안한 좌석을 배정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물론 확실하지는 않아도 밑져야 본전이니 한 번 시도해 볼 만하다. 그뿐만 아니라 옆자리 아이가 심하게 우는 경우라든지 배정된 좌석의 등받이 등에 불편한 점이 있으면 다른 좌석으로 옮겨 주기도 한다는 것을 알아두면 도움이 되지 싶다.
해외여행은 그 출발과 마무리가 비행기 안에서 이루어진다. 여행 추억의 시작이고 끝을 장식하므로 편안하고 편리한 좌석 관리는 여행을 즐겁게 하는 요소다. 활용할 수 있는 좌석 관리 팁들을 여행 계획에서 놓치지 말자.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내리사랑‘이라고들 한다. 되돌려 받기를 바라지 않는 자녀에의 헌신적 사랑. 그건 통계적으로도 확인된다. 그런데 자녀들은 부모 부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100세 장수시대여서 금전적 노후 준비는 날로 더 필요해지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런 와중에서도 자녀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우선이다. 자녀 결혼자금 염출도 노후 자금으로 모아둔 돈을 사용하는 데 망설이지 않는다.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자녀 결혼 비용으로 예금이나 적금을 활용하겠다는 의견이 93.2%로 가장 높다. 빚을 내서 돕겠다는 의견도 12.3%이고 퇴직금 활용 11.2%, 개인연금이나 보험을 해약해 쓰겠다는 의견도 5.3%다. 사는 주택을 처분하겠다는 의견이 5.0%, 주식 등 유가증권 매각도 10.6%로 나타난다. 자신들의 노후생활비로 준비한 것들이다. 내리사랑의 통계적 증명인 셈이다.
그에 비해 자녀 세대의 생각은 어떨까?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자녀의 부모 도움은 2008년 52.9%에서 2018년에는 44.4%로 급격히 낮아졌다. 자녀들의 생활이 쉽지 않아서일 터이고 가족 해체 등 사회적 변화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다. 자녀 세대의 48.3%는 부모 부양을 정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19.4%는 부모 스스로가 해결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은 26.7%에 불과하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고령자 부모들의 생활비 마련 방법이 과거 자녀들의 지원 형태에서 벗어나 스스로 해결해 가는 추세다. 부모 스스로 해결한다는 응답이 2008년의 46.6%에서 2018년엔 55.6%로 높아졌다.
100세 장수시대, 노후준비를 누가 해야 할지가 뚜렷해진다. 가족에게 의지할 생각은 아예 버려야 하고 스스로 살아갈 궁리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자녀 결혼자금 등은 어떻게 할 것인가? 비용이 많이 드는 현재까지의 방식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또 어린 시절부터 독립심을 키워주는 교육도 필요할 테고. 내리사랑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자녀들이 손을 댈 수 없는 개인연금이나 주택연금 등을 준비해둬야 하고, 이래저래 노인세대의 내리사랑 방식은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여수엑스포역은 관광지 철도역으로는 만점짜리 자리에 있다. 열차에서 내려 역 구내를 빠져나오자마자 엑스포 전시장이 눈 앞에 펼쳐진다. 그 왼쪽에서는 쪽빛 바닷물이 넘실댄다. 일정이 바쁜 사람들은 열차 도착 시각에 맞춰 역 앞에 긴 줄로 늘어서 있는 택시를 바로 잡아탄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이끌리듯 엑스포 전시장으로 직진한다. 높낮이 없이 평평하게 설계된 전시장 길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걸어도 걸리는 곳이 없다. 시니어들에겐 맞춤 산책길이다. 자기도 모르게 왼쪽에 있는 바다 쪽으로 접근해 걷게 된다.
조금 걷다 보면 왼편 얼마 안 떨어진 곳에 조그만 섬 하나가 눈에 잡힌다. 소문 난 오동도다. 전시장 끝자락에서 이어지는 다리가 있으니 그 섬에 가지 않을 도리가 없다.
만만한 섬! 천천히 걸어도 30분가량이면 다 돌 수 있다. 이 섬이 소문난 건 동백꽃 덕분이다. 동백꽃은 한창 피어나는 겨울보다는 지기 시작하는 초봄에 장관을 이룬다. 바닥에 무리를 이뤄 떨어져 있는 빨간 꽃송이와 꽃잎들은 처연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우리 인간들에게도 질 때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지라고 충고하는 듯하다! 그 교훈을 실감
나게 체득하려면 동백꽃이 떨어지는 3~4월께 오동도를 다시 찾아야 한다.
실비로 먹는 ‘시골밥상...’ 식당
오동도 구경을 마치고 나올 때쯤이면 뱃속에서 신호가 오게 마련이다. 더욱이 이곳이 맛의 고장 여수임에랴! 오동도 앞에서 돌산으로 가는 해상 케이블카 탑승장 바로 밑에 음식점들이 즐비해 있다.
8000원짜리 여수 가정식 백반을 파는 ‘뚱땡이 할머니의 밥상 시골밥상’ 집은 언제나 손님이 차고 넘쳐 끼니때는 이용이 쉽지 않다. 칠순을 넘긴 뚱땡이 할머니와 마흔도 채 안 돼 아이를 넷이나 출산한 ‘애국자’ 따님이 운영한다. 맞은편 엠블 호텔 투숙객들도 이 식당을 많이 찾는단다.
특별한 반찬은 없지만, 하나하나 간을 잘 맞춘 맛깔스러운 반찬들과 매일 바뀌는 국 종류 때문에 밥 한 그릇을 더 시키는 손님들이 적지 않다. 식사를 끝낸 자리엔 종업원이 큰 통을 들고 가서 남은 ‘아까운’ 반찬들을 모두 담는다. 음식 재활용을 않는다는 걸 손님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좁은 자리가 꽉 차고 기다리는 사람도 많아 사진도 못 찍고 문전에서 아쉬운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아쉽기는 뚱땡이 할머니와 따님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문 앞에 서서 손님을 그냥 보내는 눈빛에 미안함과 아쉬움이 가득하다.
진남관 앞 ‘서울해장국’ 식당
그렇다고 애써 맛집을 다시 찾아야 한다면 여수가 아니지. 이순신(李舜臣) 장군이 전라좌수영(全羅左水營)의 본영으로 사용하던 진남관. 그 오른쪽 앞과 길 건너편 거리에 여수의 오래된 먹자골목이 있다. 모두 다 소개하고 싶은 맛집들이다. 그중에서도 시민들이 많이 찾는 ‘서울해장국’이 있다.
아니, 맛집 고장 여수에서 엉뚱하게 옥호를 ‘서울~~’로 쓰다니! 그러나 사실 이상할 게 없다. 수십 년 전 여수가 관광지로 채 발돋움하기 전에 개업했으며 그 당시만 해도 서울은 대단한 동경의 대상이었기에. 마치 50, 60년대 서울의 빵집과 양복점 등의 이름으로 뉴욕, 파리, 런던 등을 많이 썼던 것처럼.
이 식당은 새벽 5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영업한다. 바싹 말린 우거지를 장어로 국물 맛 낸 된장국에 넣어 푹 끓여낸 우거지국, 바삭바삭한 식감을 즐길 수 있는 콩나물국, 두툼한 선지국은 모두 한 그릇에 6500원, 돼지고기를 아낌없이 넣은 김치찌개(8천 원) 등이 하나같이 별미다. 이 식당은 특히 밑반찬에 들이는 정성이 남다르다. 그 때 그 때 구워주는 생김을 찍어 먹게 집간장과 양념간장을 함께 내주고 갓 만들어 내오는 숙주나물, 고추멸치볶음, 계란부침 등도 모두 싱싱하고 맛깔스럽다.
주인 할머니와 따님이 조그만 식당을 무려 종업원 10명가량을 쓰며 운영한다. 김 굽는 직원, 식재료 다듬는 직원, 우거짓국 끓이는 직원, 김치찌개 끓이는 직원 등이 제각각이다. 맛집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불친절은 찾아볼 수 없고 직원들이 손님상을 수시로 체크하며 모자란 반찬은 알아서 채워주는 친절함까지 보인다. 손님들이 저마다 이 식당 칭찬하기에 바쁘다. 팔순이 넘어 보이는 어르신이 선짓국을 들고 계신다. 궁금해서 말을 붙여보았다. “40년 단골이지. 맛도 맛이지만 정성이 들어간 건강식이고 배고프던 시절 추억을 떠올려 더 좋지.” 여러모로 완벽한 맛집인 셈이다.
그 밖에도 복춘식당, 조롱박 등 여수의 별미를 즐길 수 있는 맛집들이 이 일대에 많다. 서대회, 아귀찜, 아귀탕, 생선 내장탕, 돌게장, 삼치회 등이 주메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일대의 많은 아귀찜 식당과는 비교도 안 되게 풍부한 아귀를 넣은 아귀탕이 1만 원. 둘이서 다 먹기 부담스러운 양의 아귀찜도 2만 원 미만이다. 마산 일대가 주산지로 알려진 아귀는 여수에서 더 풍족하게 요리된다. 여수 앞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삼치의 선어회는 여수의 특징적인 음식 중 하나다. 처음 접하면 물컹한 식감에 다소 거부감을 느끼지만 익숙해지면 삼치회만 찾을 정도로 중독성이 있다. 구이로 먹는 삼치 머리는 클수록 맛이 좋다.
진남관. 이순신광장. 장군섬
식사를 마치고 여수의 상징인 진남관과 이순신 장군 동상이 우뚝 서 있는 이순신 광장을 ‘참배’ 할 차례다. 여수를 하루만 둘러봐도 곳곳에 있는 이순신의 흔적을 발견하곤 새삼 놀라게 된다. 심지어 이순신 장군의 어머니가 거처했던 곳까지 여수에 있고, 거북선을 건조하고 수리하던 ‘선소’도 세 곳이나 있다. 어머니 처소는 보존작업이 마쳐져 관광객들의 발길이 띄엄띄엄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는 그 앞에 새로 이순신 공원 조성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심지어 실재하지 않은 소설 속 인물까지 끄집어내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데 ‘점잖은’ 여수 시민들은 ‘이순신 자원’을 그리 요란하게 활용하지 않는다. 기자도 여수를 몇 번 찾기 전까지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전 전라좌수사로 여수에 부임해 곳곳에 이렇게 많은 흔적을 남긴 줄은 알지 못했다.
이순신 장군은 사후에도 여수민들을 여러모로 ‘살려주고 있는’ 중이다. 거북선 빵집, 이순신 햄버거 등 여수 상가의 옥호 중 이순신과 거북선이 가장 많이 활용된다. 여수민들의 충무공에 대한 애정과 충성도 역시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생전에도 사후에도 나라와 국민을 위한 충정이 한없는 불멸의 영웅은 여수에서 그 숨결이 가장 생생하게 느껴진다.
진남관은 2020년 봄까지 보수 일정이 잡혀있어 내부 관람이 금지돼 있다. 광장의 장군 동상 앞에 실물 크기로 지어졌다는 거북선도 기자 일행이 찾았을 때는 수리 중이어서 입장을 할 수 없었다. 관람객이 너무 많아 수시로 보수를 해야 한단다.
진남관 입구와 장군 동상 너머 장군섬에 이르는 곳까지 장군의 위세가 당당하게 뻗쳐져 있는 일대를 보는 것만으로 성웅 충무공에 대한 참배를 대신해야 했다. 참고로 해방 즈음까지는 장군 동상 앞에까지 바닷물이 들어차 있었단다.
종포공원 거쳐 오동도 가는 길
이순신 광장에서 오동도 방향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다. 하나는 자산공원이 있는 방향으로 나지막한 언덕길을 거쳐 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몇 해 전부터 여수의 포장마차 촌으로 유명해진 종포공원을 거쳐 바다를 끼고 가는 길이다. 우선 종포공원부터 걸어보기로 한다.
이 일대는 여수의 오래된 바닷가 놀이터 중 하나다. 지금은 공원으로 명칭이 붙여져 있지만, 낚시꾼이 모여들고 고기잡이배가 들락날락하던 곳이다. 그래서 지금도 바로 옆에 새벽마다 경매가 열리고 종일 생선 판매가 이뤄지는 선어 시장이 있고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낚시꾼들도 간간이 모습을 보인다.
몇 년 동안 성시를 이루던 포장마차 촌은 인근 하멜기념관 옆으로 옮겨졌다. 정비 차원이었던 모양인데 아직은 포장마차 촌의 모습으로 보기엔 익숙하지 않다. 행정력도 자연스러움에 초점이 맞춰져야 바람직한데...
종포 공원 일대에 펜션 서너 곳이 있고 펜션 부근에 맛집이 꽤 늘어서 있다. 포장마차와는 구분되는 식당들이다. 여수 특산물 중의 하나인 돌문어 식당이 많다. 돌문어삼합, 돌문어라면 등등. 진화한 여수 음식 종류 중 하나는 해산물을 활용한 라면 요리다. 이 돌문어 식당엔 점심때부터 줄이 늘어서 있다. 젊은 층이 많다. 돌문어라면 뿐만 아니라 해물라면, 돌문어삼합 등 새로운 메뉴가 계속 개발되고 있다. 돌문어라면 1만 원, 네 사람이 먹어도 남을 정도의 푸짐한 돌문어삼합은 3만9000원.
기자도 몇 년 전 여수에 와서 라면 요리를 ‘개발’했었다. ‘꼴뚜기 라면’. 시장 아지매한테 1만 원만 주면 한 접시 가득 주는 꼬록(여수에선 꼴뚜기를 꼬록이라고 부른다)을 특별한 레시피 없이 라면과 함께 끓여주면 색다른 국물 맛을 내는 아주 맛깔스러운 라면이 완성된다. 강추!!!
몰포 나비와 나비 반도 여수
자산공원은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공원이다.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어 걸어 올라가기에 좀 힘이 들기 때문이다. 관광버스들도 코스로 잘 잡지 않는다. 그러나 노인 체력으로도 천천히 걸어 올라갈 만 하다. 아침저녁으로 산이 아름다운 자색으로 물든다 하여 자산으로 이름 붙여진 그 산속 공원엔 여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또 생뚱맞은 이름의 전시관이 하나 있다.
곤충체험관인데 이름하여 ‘빠삐용(나비) 전시관’이란다. 여수에 빠삐용 전시관이라니.. 입구에 영화 빠삐용의 주인공 역을 맡았던 미국 배우 ‘스티브 맥퀸’의 사진이 걸려 있다. 여수에 빠삐용? 생각해보고 거듭 생각해 봐도 생뚱맞다!
전시관에 들어가 설명을 들어봤다. 여수시의 전직 공무원 한 분이 현직에 있을 때부터 집념으로 나비를 채집해 개인적으로 만든 전시관이다. 시에 기증해 지금은 시가 운영하고 있다. 수많은 나비 표본 중에서 대표적인 전시물이 저 멀리 중남미 원산의 몰포나비. 푸른 금속성 광택이 나는 아름다운 몰포나비와 그 나비 모양을 빼닮은 여수반도 그림이 나란히 전시돼있다.
아하! 그제야 조금 몰포나비 채집자의 의도가 이해될 듯했다. 그는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폈음 직하다.
“지구 저편에서 몰포나비가 너울너울 날아와 한반도 끝자락에 앉았다. 여수반도다!”
여수의 강남이라는 웅천에서
여수에서는 걷다가 가끔 시내버스도 타볼 만하다. 2층 관광버스도 좋지만 무작정 시내버스를 타고 한가롭게 시내를 돌다 보면 대충 여수 시내의 윤곽이 들어와 다음날 일정에 참고하기에도 좋다.
물어물어 버스 몇 번 갈아타고 여수의 강남이라는 웅천지역으로 갔다. 고급 아파트촌이 있고 인공 해변이 조성돼있으며 입구 상가엔 여수답지 않게 주차난이 심한 모습을 하고 있다. 서울 사람들에겐 식상한 풍경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구원은 ‘예울마루’다. 전시회와 음악회를 수시로 여는 이 건물은 여수 산단에서 매출을 많이 올리는 어느 대기업이 외국인 건축가에 설계를 맡겨 지어서 시에 기부한 것이다. 건물 외벽 없이 자연 친화적으로 지어 건축물 문외한이 보기에도 시원하다. 건물 바깥쪽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있는 것도 특이한 모습이다.
예울마루 관람을 마치고 15분가량 옆의 산길을 돌아 걸어가면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짓고 수리했다는 선소가 나온다.
이순신 장군의 또 다른 작품 ‘선소’
이 선소는 여수반도를 에워싼 바다의 ‘골목길’ 맨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적군에게 노출되지 않는 장소를 고른 것이다. 실제로 가까운 웅천 쪽에서도 선소는 보이지 않고 웅천의 바다 건너편에 있는 아파트촌에서도 이곳이 보이지 않는다. 입지 선택이 탁월했던 셈이다. 그러니 여유롭게 안정적으로 거북선을 짓고 수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거북선과 수전의 각종 전략 외에도 이순신 장군의 지모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이순신 장군은 영국의 넬슨 제독과 함께 세계 해전사에서 최고의 명장으로 기록된다. 러일전쟁을 일본의 승리로 이끈 일본의 제독 도고 헤이하치로가 이순신 장군에게 존경을 표한 것도 거북선 뿐만 아니라 해전 전술, 주민 친화력, 그리고 선소 운영 능력 등을 보았기 때문이다. 충무공께 새삼스러운 존경의 묵례를 보내고 이번엔 선소 길 건너의 그 유명한 보리굴비 식당으로.
명사들이 찾는 여수의 보리굴비 식당 ‘석정’
굴비 하면 영광 굴비, 법성포 굴비다. 그런데 여수에 명사들도 즐겨 찾는 보리굴비 전문식당이 하나 있다. 옛 여천 지역, 여수 시청 부근에 있는 석정 식당이다.
이 식당도 덕장은 법성포에 두고 있다. 법성포에서 굴비를 말려 여수로 가져와 조리한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굴비 정식엔 굴비와 함께 해물 보쌈김치, 여수산 각종 나물 등 17가지의 반찬을 내놓고 직원이 각 테이블을 돌면서 먹기 좋은 크기로 굴비를 찢어 준다. 기름기 잘잘 흐르는 보리굴비 속살, 군침이 돈다. 보리굴비 정식 2만 원. 여수엑스포 준비위원장을 지낸 전 건설교통부 장관 강동석 씨, 지금 병마에 시달리고 있다는 윤정희, 백건우 씨 부부 등 명사들이 오래된 단골이란다.
여수에서 11월에 열렸던 세계한상대회 때의 에피소드 한 토막. 대회기간 중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온 참가자들이 각자 이 식당을 찾았다가 우연히 만나는 일이 몇 차례 있었단다. 각국 한인들에게까지 이 식당 소문이 났다는 식당 측의 자화자찬이다.
식당 판매보다는 전국에 보내는 택배 영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선물 포장된 다섯 마리에 택배비 포함하여 6만5,000원, 10마리 세트는 12만5,000원.
구여수와 신여수
여수시청이 있는 구 여천지역과 구 여수를 잇는 길은 크게 두 갈래다. 내륙 쪽 버스들이 다니는 길과 바닷가로 이어지는 길이다. 웅천지역을 지나 구 여수로 가는 길목 왼쪽에 한국화약 소유 대지가, 있으며 그 건너편엔 여수반도에서 가장 탁 트인 넓은 바다가 있다. 트레킹 코스로 개발하든지 아니면 대단위 리조트로 개발할 만한데, 웬일인지 방치되고 있다. 띄엄띄엄 바닷가 길을 둘러 가면 구 여수의 전통 항인 국동항이 나온다. 옛 여수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국동항엔 항상 낚싯배들이 수백 척 정박해있고 경매장에선 새벽마다 활발하게 경매가 이뤄진다. 바로 앞 경도엔 미래에셋이 경도 리조트 재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경도는 골프장과 함께 여름 한 철 먹거리인 하모(갯장어의 일본말)의 주산지이다. 경도와 고흥 일대의 하모를 최고의 갯장어로 꼽는다. 경도 안엔 하모를 회와 샤부샤부(일본말. 유비끼라고도 함)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있다. 혹자는 일본사람들처럼 갯장어에 기름이 끼는 7월 이후엔 맛이 별로라고도 하고 혹자는 그때의 하모 맛이 일품이라고도 한다. 정답은 없고 각자 취향에 따르면 될 일이다.
자매식당 등 국동항의 맛집들
그러나 여름철이건 겨울철이건 바닷장어 요리를 꾸준히 하는 식당들이 여수에 많다. 특히 국동항 주변엔 갯장어를 통째로 끓여 내놓는 통장어탕 식당이 몇 곳 있다. 그중에서 여수 시민들 사이에서도 소문 난 자매식당을 찾았다.
장어를 잘라서 국 끓이는 게 아니라 통째로 넣어 끓인 후 손님상에 내와서 종업원이 국자로 장어를 으깨서 먹기 좋은 크기로 나눠준다. 된장 국물에 우거지를 넣어 장어 맛과 함께 시원하고 구수한 맛이 잘 어우러진다. 일반적으로는 토막 낸 장어를 숙주나물을 넣어 함께 끓여 내놓는다. 통장어탕 14000원, 장어 소금구이 2만 원을 받는다.
여수에 가장 많은 식당이 장어탕 식당과 돌게 간장게장 식당이다. 장어탕 식당은 수산시장 안, 시청 주변, 시내 곳곳에 있다. 그중 자매식당이 가장 생명력이 있다는 여수 지인들의 전언이다. 이 식당에서 밑반찬으로 내놓는 멍게 젓갈이 또 일품이다. 자꾸 더 달라는 손님이 늘어나 포장 판매를 시작했단다. 한 통(3kg)에 3만 5000 원, 택배비 4000원이란다.
여수의 수산시장
여수에는 수산시장이 몇 곳 있다. 수산시장, 특화시장, 교동시장, 선어시장. 그중 수산시장이 중앙시장 격이다. 몇 년 전에 이 시장에 큰불이 나서 시장이 완전히 전소했었다. 주변의 지원과 상인들의 복구 노력에 힘입어 업그레이드된 새 시장 모습으로 태어났다.
시장 내 수십 곳 되는 활어 판매대에서 펄펄 뛰는 생선을 잡는 활발한 모습은 장관이다. 생선 잡는 사람들의 정신 건강이 매우 좋다는 어느 보고서에 전폭적으로 공감하게 된다.
물새횟집 아지매. 수십 년간 온 가족이 이 업에 종사해왔단다. 종포공원 옆에 자그마한 건물도 소유하고 있다. 재빠르고 시원시원하게 생선을 잡고, 손님과 흥정도 시원시원하게 하며, 횟감은 그야말로 맛깔스럽게 썰어낸다. 전문가가 따로 없다. 일본 시장 상인들과 일 합을 겨루게 해봤으면 좋겠다. 여기서 회를 떠 가져갈 수도 있으나,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2층 식당으로 올라가 상차림 값으로 한 사람당 4,000원과 매운탕값 5,000원을 주고 식사를 한다. 서울의 가락시장, 노량진 시장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실비다. 생선 산지이니 어찌 보면 당연하기도 하다. 세 명이 싱싱한 돔, 갑오징어, 농어, 삼치 등 각종 회를 남길 정도로 푸짐하게 먹고도 6만 원 미만을 냈다.
시내의 실비식당 ‘와사비’
게장 골목 소개는 생략한다. 여수의 전통적인 먹거리 중의 하나인 간장게장 식당들은 이제 시설과 메뉴에서 한 등급 더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신 시내의 횟집 한 군데를 더 소개하고 여수의 맛집 소개를 마친다. 여서동 네거리 근처의 ‘와사비’식당. 옥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름 때문에 최근 곤욕을 치렀단다. 얼마 전부터 보는 시선들이 좀 누그러지더란다.
옥호를 ‘고추냉이’로 바꿀 생각은? 이제 겨우 정착단계인데요... 이 식당은 문 연 지가 몇 해 되지 않았다. 6년 전께 문을 열자마자 여수에서 오래된 횟집들을 제치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유는 초간단. 남자 사장이 새벽에 바다에 나가 직접 생선을 잡아 오고 여수 주변에서 구하기 어려운 건 통영 등지로 달려가 구해와서 오후부터 바쁘게 회를 만든다. 혼자서 몇 사람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게 몇 년을 일해 얼굴이 수척해졌을 정도다. 부인은 서비스 메뉴를 개발하고 상차림을 연구하는 한편 수시로 주방에 들어가 남편과 주방 보조 여인을 돕기도 한다. 이들의 노력은 상차림과 회접시에 그대로 반영된다. 이 식당도 갈치회, 삼치회가 일품이다. 가격도 비싸지 않다. 회 한 접시에 4만 원에서 6만 원이면 세 사람이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맛집 몇 곳을 소개했지만, 여수의 장점은 어느 식당에 가든 다른 지방에 비해 만족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식당마다 자부심이 대단하고 음식에 들이는 정성이 손님들 눈에도 보일 정도다. 전통인지, 요즘의 트렌드인지는 알 수 없지만, 특히 엑스포 이후 시설과 함께 식당들의 자세가 확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 먹방과 인터넷에서 칭찬은 많이 받고 악평은 덜 받는 곳, 여수가 됐다.
오동도 입구의 일출
여수에서 일출을 보는 장소로는 돌산섬 일대를 많이 꼽는다. 그중에서도 섬 끄트머리의 향일암(向日庵)은 일출로 유명해진 곳이다. 정동진과 함께 일출 사진이 워낙 많이 나돌아다녀 우리는 다른 곳에서 일출 사진을 찍기로 했다. 여수 현지의 정보로는 요즘 오동도 입구의 일출이 장관이란다.
새벽에 일어나 이틀을 기다렸다. 해는 우리의 애를 태우면서, 햇살만 내려보내 고기잡이배들을 비춰줄 뿐이었다. 붉게 솟아오르는 태양 대신에 빛줄기만 담았다. 일정상 일출 장면 촬영을 포기하고 서울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철수하면서 여수 지인에게 일출 촬영을 간곡히 당부했다. 간곡히 간곡히 거듭 부탁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일출 사진이 메일로 왔다.
쌩큐 오 선생!
쌩큐 여수!
영하의 추위 속에서 긴 시간 야외 사진 촬영할 때가 있다. 설경과 상고대 촬영을 위해서 날씨를 아랑곳하지 않는다. 겨울철 장시간 바깥에서 촬영을 위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전문 작가든 일반 사진가든 알아두어야 할 유의점 두 가지.
첫째, 카메라에 장착된 배터리 외에 여분 배터리를 준비해야 한다. 배터리는 추위에 아주 약해 전기가 생각보다 빨리 닳기 때문이다. 카메라용 배터리는 일반 마켓에서 살 수가 없다. 충전기도 함께 챙겨둘 필요가 있다. 또한, 배터리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쉬는 시간에는 카메라에서 빼내어 호주머니 같은 따뜻한 곳에 보관하는 것도 배터리 수명을 늘리는 하나의 방법이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배터리도 같아서 추위에 약하기는 마찬가지. 추운 날 야외에서 촬영하다 보면 전기가 빨리 소진되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는 충전용 보조 배터리를 따로 준비해야 한다. 용량이 큰 것이 좋고 급속충전용이 유용하다. 스마트폰 자체가 추위에 노출되어 극도로 차가워지면 보조 배터리를 장착해도 충전이 되지 않는 상황도 발생한다. 촬영 중간마다 스마트폰을 따뜻하게 해두면 훨씬 낫다.
둘째, 안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길이나 언덕, 바위 등 서 있게 될 곳이 눈에 보이지 않는 미끄러움이 있다. 얼어있는 길 위에 떨어진 낙엽도 그렇다. 더 나은 구도를 잡기 위해 뷰파인더나 화면에 눈을 고정한 채로 위치를 앞뒤 또는 좌우로 움직일 때가 많아 발아래 쪽을 잘 살필 수 없어 위험에 빠질 때가 많다. 미끄럽지 않은 시기에도 난간 끝에서 사진 촬영을 하다가 큰 변을 겪는 사례도 더러 있다. 겨울철엔 미끄러움이 감춰져 있는 경우가 많아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
겨울철에만 찍을 수 있는 멋진 풍광을 사진에 담기 위해서나 취재 등 특별한 목적을 띈 사진 촬영 여행이 좋은 결과를 얻도록 미리 준비하고 예방해야 한다.
크리스마스트리가 밤거리를 빛내기 시작했다. 누구에게 어떤 선물을 줄까?
‘엘림넷 나우앤서베이’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때 가장 받고 싶은 선물 1위가 남녀 모두 현금으로 나타났다. 자기가 갖고 싶은 물건을 살 수 있는 정도의 현찰을 원한다. “현금이 최고야!”라고 일상에서 하던 농담이 진심이라는 얘기. 남성은 38.9%가 현금 선물을 원했지만, 여성은 더 높아 55.7%였다.
그다음으로는 신발, 목도리, 장갑 등 의류(남성 14.4%, 여성 12.9%), 스마트폰과 게임기 등과 같은 소형 전자제품이 뒤를 잇고 있다. 특히 소형전자제품은 남성의 경우 의류보다 배 이상이 많은 27.8%로 받고 싶은 선물 2위로 나타났지만, 여성은 9.8%로 관심이 적다. 향수와 화장품도 받고 싶은 선물 4위에 올랐다.
또 하나의 재미있는 조사 결과(G마켓 2017)도 눈길을 끈다. 연말 선물을 주고 싶은 대상. 남성은 부모님(35%)을 가장 많이 들었고 그 다음으로 연인과 배우자. 여성은 자녀조카가 가장 높았고(24%) 특이하게 ‘나 자신’에 대한 선물을 들었는데 21%로 두 번째였다. 선물을 주고 싶은 대상에서 남녀 차이가 극명하게 갈린다.
선물은 당연히 받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겠다. 크리스마스나 연말 선물 고를 때에 고려해볼 만 하다.
연탄 한두 장의 온기로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는 이웃들이 있다. 대부분 오래된 주택가로 연탄배달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구석진 곳이다. 독지가들의 기부로 마을 입구까지 배달돼온 연탄을 집 안까지 한 장 한 장 손으로 옮길 수밖에 없다. 한두 장은 몰라도 서너 달 쓸 양은 만만치 않아 옮겨주는 사람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다.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그 손길을 보탠다. 연탄배달 봉사활동이다.
나도 3년 전부터 같은 취지의 봉사단원으로 초겨울이 오면 연탄배달 봉사를 한다. 좁은 골목길이나 언덕을 오르내리며 2~3시간, 길게는 4시간 정도 손으로 나르는 일이어서 나이 든 사람에게는 힘에 부친다. 지난 11월 29일 아내의 걱정을 뒤로 하고,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상계종합사회복지관(서울시 노원구)을 통하여 선정된 당고개 지역에 사는 불우 노인 다섯 집에 연탄을 옮겨 쌓아주었다. 한국산업은행이 후원하는 KDB사회공헌아카데미 수료생 남녀 20여 명과 함께 가수 소녀시대 수영 씨 등이 기부한 연탄 1,040장을 옮겼다.
네 집엔 200장씩 그리고 한 집은 240장을 배달했다. 겨울을 나기에 다소 부족해 보이는 양을 옮겨주었으나 이미 들여놓은 연탄이 남아있어 이번 겨울은 그럭저럭 버틸 듯하다.
천 사십장을 봉사자들이 연탄을 쌓아놓은 곳에서 배달할 집까지 컨베이어벨트형으로 일렬로 서서 2시간에 걸친 작업을 했다. 손으로 한 장 한 장 옮기는 일이 꽤 힘들었지만, 통장 아주머니가 끓여온 대추차가 우리 봉사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줬다.
연탄 한 장으로 6시간 정도 걸려야 방 구들이 조금 따뜻하게 덥혀진다고 한다. 하루에 4장이 들어가는 셈이다. 연탄 한 장의 값이 780원이니 하루에 4장 때면 하루 연탄값이 3120원. 커피숍의 커피 한 잔 값도 채 안 된다. 칼바람 이는 겨울, 노인들이 연탄이라도 마음껏 피우며 따뜻하게 몸을 덥힐 수 있었으면 좋겠다.
행복하세요?
고개를 가로저을 사람이 많을 것 같다. 통계도 이를 보여준다. 2019년도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른 대한민국 행복지수. 156개국 중 54위다. 순위로 보면 중간보다 위쪽이니 그리 나쁘지 않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 27위, 기대수명 9위라는 점과 견주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행복지수 개발에 관한 연구'에서는 행복의 가장 중요한 기준을 건강, 일, 관계 순으로 두고 있다. 경제적 안정, 삶의 가치와 목표 등은 행복 순위에서 뒤로 밀린다.
연령대별 행복지수를 보면 60대가 20대, 30대, 40대, 50대보다 낮다. 10점 만점 기준으로 30대가 6.56인데 60대는 6.05이다. 자기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연령대인 60대의 행복도가 낮은 이유는 행복 기준인 건강 일관계에서 만족하지 못해서다.
은퇴하면 건강이 점차 나빠지고 더 일할 수 없게 돼 불안감이 커진다. 줄어드는 인간관계 네트워크도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행복요소 3가지가 모두 빨간불이 켜져 불안감, 즉 걱정거리를 해소할 수 없다. 걱정거리가 많으면 많을수록 행복하지 않다.
지금 당신이 행복하지 않다면 걱정거리가 있다는 의미다. 은퇴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가장 큰 걱정거리로 '나와 가족의 건강'을 꼽았다. 노후 의료비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걱정도 더해진다. 건강보험 진료비 전체의 40.8%가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차지하고 있어 걱정이 이해된다. 노후자금과 연금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일도 갖기 힘들어 생활비 마련도 큰 불안으로 다가온다. 은퇴자 10명 중 4명은 노후생활비 부족을 경험했다고 실토하고 있어 걱정거리가 틀림없다.
57세에 9급 공무원시험에 도전해 동사무소 근무를 하는 분도 있음을 기억해두자. 하루 6시간씩 5년이면 1만 시간이 넘는다. 어느 분야건 우뚝 설 수 있는 ‘1만 시간의 법칙’이 적용된다. 5년을 투자해도 30, 40년을 더 활용할 수 있는 수명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 미래의 행복을 설계하는 일이다.
부부의 노후 생활비는 매월 얼마나 있어야 할까?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2018년)에 따르면 최소생활비는 197만 원, 적정생활비는 283만 원이라고 한다. 그런 돈을 충분히 모아두었을까, 아니면 연금이나 건물 임대 등과 같은 매월 일정액을 받을 수 있는 준비가 되었을까? 대체로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노인 상대 빈곤율이 1위인 점과 무관하지 않다.
은퇴 가구 4가구 중 1가구는 연금소득이 전혀 없고 고령자의 연금 평균 수령액은 61만 원에 불과하다. 최소생활비에도 크게 못 미친다. 돈을 벌어 모자라는 금액을 벌려해도 은퇴노인이 일자리를 얻기가 쉽지 않다.
해결 방안으로 한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겠다. 하나는 자식에게 지원을 받는 방법이나 당연히 여의치 못하다. 다른 하나는 국민연금 등의 공적 연금에 더해 개인연금을 드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은퇴자가 개인연금에 새로 가입하는 것은 그 수령 시기가 늦고 보험료를 낼 소득이 없어서 의미가 없다.
차선책으로는 가지고 있는 자산을 활용하여 노후생활비를 보충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 은퇴자들이 가지고 있는 자산은 주택이 유일한 경우가 많다.
주택을 팔아서 현금화하여 쓸 수 있으나 그러면, 살 집이 없어지게 되어 적절한 대안이 아니다. 그런 점을 고려, 사회복지 차원에서 만든 제도의 활용이 관심을 끌고 있다. 주택연금이다. 현재 가입자가 6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70세에 7억 원 아파트를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매월 그리고 죽을 때까지 169만 원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죽은 후에는 배우자에게 같은 조건으로 승계할 수 있다. 받은 총 연금액보다 집값이 많으면 차액을 자식에게 돌려준다. 반대로 모자라면 상속자에게 돌려받지 않고 정부가 책임을 진다. 부부 중 한 사람이 60세 이상이어야 가입할 수 있으나 올해 안으로 50세 중반으로 낮춰질 예정이다.
고령자 평균 연금 수령액 61만 원에 주택연금 가입으로 받게 되는 금액, 169만 원을 더하면 부부 최소생활비 197만 원을 넘어선다. 준비하지 못한 노후생활비 보충 방법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미국의 전기자동차 제조업체인 테슬라 모터스(Tesla Motors)가 중국에서 펼치고 있는 색다른 마케팅 기법이 자동차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도 베이징을 위시한 대도시에서는 주차난이 심각하다고 한다. 이 점에 착안, 테슬라는 대도시에 주차 공간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테슬라 차만 이곳에 주차할 수 있고 주차비는 무료다.
단순히 일순간의 판매 증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터다. 테슬라 전용주차 공간 마련은 그 회사가 장기적으로 충분히 수익성 있다는 판단에 따른 전략일 것이다. 주차장이 차를 판매하기 위한 ‘미끼상품’으로 충분히 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계산에 따라 채택한 전략으로 보인다. 차주들이 자동차를 바꾸거나 새로 승용차를 구매할 생각을 할 때면 자연스럽게 테슬라 제품을 떠올리게 될 것이므로 장기적으로 승산이 있다고 보았을 것이다. 주차장 설치를 통한 테슬라의 중국시장 성패 여부는 자동차업계의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다.
연말이면 불우이웃돕기 모금이 활발해진다. 아이들의 돼지 저금통 동전에서부터 대기업의 성금까지 모이며 사회 분위기가 모처럼 훈훈해진다. 액수의 많고 적음이 가치의 잣대는 물론 아니다. 이렇게 자선냄비가 거리에 등장하는 계절이면 많은 사람들이 적은 금액이라도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진다.
나는 조금 색다른 방법으로 성금을 마련한다. 이발료 아끼기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머리를 깎을 때 조금 싼 이발관을 이용함으로써 절약한 돈을 1년 동안 모은다.
동네에서 이발하면 싼 곳을 이용해도 한 번에 1만 원 이상 한다. 서울시 종로 3가 주변의 이발관은 4000원을 받는다. 6000원 이상 절약되는 셈이다. 2년 전쯤에 이곳을 우연히 알게 된 뒤로 이용하고 있다. 그 지역을 들를 일이 많아 자투리 시간을 내어 머리를 깎으러 전철을 타고 간다. 한 달에 한 번 머리를 깎으니 1년이면 12번, 7만 2000원이 모인다. 이 돈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사용한다.
보잘것 없는 액수지만, 필요한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월 1만 원이 귀중한 생명을 살립니다”라는 홍보 문구와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꼭 써야 하는 돈을 보다 가치 있게 쓰는 생활의 지혜라고 자부한다. 이번 연말도 그래서 작은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