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화 중 끼어들지 맙시다
- ‘강한 회사는 회의 시간이 짧다’의 저자 랠프 G. 니콜스는 “듣기 능력(경청)은 읽기나 쓰기보다 세 배 정도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나이가 들어가며 이 책의 내용이 더욱 가슴에 다가온다. 우리는 왜 듣기를 잘하지 못할까? 교육과정에서 찾을 수도 있겠다. 학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읽기였고 듣기 교육은 소홀했다. 그러나 경청하는 일은 상대방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라 가슴 속에 숨어있는 감정을 파악해 내는 것이기에 그리 소홀히 할 일이 아니다. 사람에게는 “자신을 나타내보이려는 본능이 있다”고 한다. 대화 때마다 지나치게 자기 생각만 말하며 대화를 주도하려는 이유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할까 생각하느라 제대로 경청하지 못하고 건성으로 듣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조언하려는 충동’도 갖고 있어서 상대방 말의 일부를 듣자마자 끼어들게 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곧 상대방을 돕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대화에서 상대방이 바라는 것은 조언이 아니고 잘 듣고 공감해 주기다. 경청을 중단한 채 대화 중에 끼어드는 자세는 특히 시니어들이 조심해야 할 사항이다. “성숙한 사람일수록 듣기를 즐거워하고, 덜 떨어진 사람일수록 자기 말하기를 즐긴다.”고 한다. 나는 과연 성숙한 편에 속할까, 그 반대일까? 특히 기자 일을 하는 사람에게 듣기는 두말할 필요 없이 중요하다. 전에 어느 잡지사의 전문기자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당연히 그는 거의 듣는 쪽이었다. 취재 내용과 다소 거리가 있는 내용도 경청했고 지나가는 말로 한 사소한 내용도 훗날까지 다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과연 기사를 잘 쓰는 탁월한 기자였다.
- 2019-08-06 11:23
-
- 통계로 보는 60대 부부의 ‘동상이몽’
- 60대 부부는 대체로 은퇴한 세대다. 60대 부부와 관련한 몇 가지 흥미로운 통계가 나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은퇴 후 보내야 할 여가시간을 엄청나게 늘려 ‘여가 혁명 시대’를 가져온다. 배우자와 함께 여가활동하기를 바랄까, 아니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남편은 배우자와 함께 하기를 바라는 비율이 59%, 여성은 46%다. 여가 학자들도 여가활동 중에서 한 가지 정도만 부부가 함께 하기를 권하는 이유가 이해된다. 누가 병 간호하기를 원하세요? 병들어 혼자 움직이기 어려울 때 누가 병 간호 하기를 바랄까? 남편과 아내의 선호도가 다르다. 남편은 1순위로 배우자(51%)를 꼽으나 여성은 배우자보다 일반 간병인(36%)을 선호하고 배우자는 뒤(33%)로 밀린다(자료/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 어떻게든 마지막까지 함께 살 것인가요? 인생 후반에 접어든 부부들은 흔히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의지할 사람은 배우자다.” 그러나 관련 통계자료는 좀 다르다. 우리나라 전체 이혼 건수 중에서 황혼이혼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33.4%(통계청 2018년 혼인 이혼 통계)에 달했다. 또한 “부부는 어떻게든 함께 사는 것이 좋다.”에 대한 대답도 남녀가 현저하게 다르다. 남성은 46%지만 여성은 32%다. 졸혼(卒婚)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다. 졸혼 찬성이 남성은 22%이지만 여성은 33%로 높다. 동상이몽이라고 하면 심한 얘기일까? 이러한 시기를 잘 이겨내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할까? 남성들은 일본 은퇴자들의 모임인 ‘정주관백협회’라는 데서 제안한 생활방식을 참고해볼 만하다. 그 협회는 “아내를 집안의 천황으로 모시고 남편은 제2인자 위치에 자리잡아 아내를 사랑하자”고 제안한다. 다소 과장된 면이 없지는 않지만 최악의 경우로 빠지는 경우를 예방할 수만 있다면... . 남편은 아내에게 의존하기보다 은퇴 전에 혼자 놀 수 있는 취미를 만들고 친구, 자녀 등 새로운 인간관계를 더 공고히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 2019-07-26 09:49
-
- ‘할담비’의 인기가 치솟는 이유
- ‘할담비’의 인기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주위에서 할담비, 할담비 하길래 검색해봤다. 전국노래자랑 종로구 편에서 손담비 가수의 “미쳤어!”를 부른 지병수 씨(77세)가 할담비란다. 할아버지와 손담비의 합성어인 셈이다. 노래도 노래지만 춤사위가 ‘할아버지 버전’이 아니었다.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공중파 방송을 비롯하여 대학축제장에도 초대받는 인기인이 됐다. ‘할담비’의 인기 비결은 무엇인가? 전혀 ‘할아버지스럽지’ 않은 선곡과 춤사위, 다시 말해 ‘남들과 다름’인 것으로 보인다. 정보와 지식이 쉽게 그리고 빠르게 공유되는 시대다. 남과 다른 독특한 콘텐츠가 긴요해진 시대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저서 “세계는 평평하다”에서 “평균 시대는 끝났다. 자기만의 두드러진 가치를 찾아야 한다.”면서 최고보다는 유일함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달라야 한다는 의미다. 일흔일곱 살의 나이에 상관하지 않고 부른 노래와 춤사위가 지병수씨를 하루 아침에 스타 반열에 올려놓았다. 어떻게 해야 남달라질까? 학자들이 이야기하는 미래인재 핵심역량 4가지에서 찾아볼 수 있겠다. 창의력(creative),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 의사소통 능력(Communication Skill) 그리고 협업력(Collaboration)이다.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인간지능이다.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는 창의력과 다르게 생각하는 비판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생각과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다른 사람의 힘을 융합하는 능력이 독특한 콘텐츠를 만든다. 어떻게 해야 창의력을 키울 수 있을까? 노벨상 수상자들이 답을 주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란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잘하게 되고 계속해서 할 수 있게 된다. 더 나아지기 위하여 고정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면을 찾게 되고 자기만의 유일한 콘텐츠를 가꿀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잘 찾아보는 일이 우선 과제다.
- 2019-07-23 09:12
-
- 신조어 ‘안물안궁’을 아시나요?
- 최근 ‘안물안궁’이란 신조어를 알게 됐다. “안 물어보고 안 궁금한데”를 줄인 말. “물어보지 않았고 궁금하지도 않는데 왜 자꾸 잔소리를 하느냐”로 풀이된단다. 신조어는 시대상을 풍자한다. 말 수나 글자 수를 줄임으로써 의사를 빠르게 전달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SNS가 의사 소통의 대세를 이루고 있는 시대이니 간편한 언어가 필요할 게다. 최근 문자 대신에 이모티콘을 간편하게 사용하는 것도 그런 측면이 강하다. 안물안궁. 왜 이런 신조어가 생겼을까? 세대 차이의 산물로 보인다. 대체로 나이가 들면 말이 많아진다. 그것도 과거의 사건들이 화제의 중심이다. 나이 든 이들의 사회적 역할이 줄어든데 대한 안간힘의 표현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신세대에겐 고리타분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노파심이라고 변명하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꼰대로 각인될 뿐이다. 시대가 급변하여 기존세대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이 신세대에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으니 결국 잔소리로 들리게 된다. 어떻게 세대 차이를 극복할 것인가? 자기의 이야기보다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적극 들어보자. 나이 든 세대는 스스로의 생각이 옳다고 단정하고 있어 상대방의 의견을 잘 들으려 하지 않는다. 지갑은 열고 입은 닫으라고 노래를 불러도 실제 생활에선 변화하지 않는다. 시대 변화를 인식하고 동참해보자. 미래 예측이 어려워 열심히 배워도 젊은 세대처럼 빠르게 따라갈 수 없는 상황에서 뒷짐만 지고 있게 되면 차이가 좁혀질 수 없다. 변화의 물결에 따라가야 한다. ‘안물안궁’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 ‘궁물(궁금하여 물어보는)’한 것에 짧게 말해주는 시니어라면 조금은 존경 받을 수도 있겠다.
- 2019-07-16 09:23
-
- 최고의 화장품 ‘미소’를 써봐요
- 불교 성지 순례단의 한 사람으로 미얀마를 여행했다. 맨발로 다녀야 하는 사찰 경내에서 여행객이 벗어놓은 신발을 정리해준 후 “원 달러! 원 달러!” 하며 졸졸 따라다니던 아이들. 그 아이들은 얼굴 군데군데에 진흙 같은 것을 바르고 있었다. 강렬한 햇빛으로부터 피부 보호를 위해 바르는 미얀마 전통 화장품 ‘타나카(Thanaka)’였다. 곱게 보이기 위한 화장이라기 보다는 피부 보호제였다. 처음엔 우스꽝스러웠으나 타나카를 아무렇지 않게 덕지덕지 바른 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웃을 때의 모습은 더할 수 없이 예뻐 보였다. 타나카와 함께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최상의 화장품 역할을 하고있었다. 출근 시간대 3호선 전철 안. 경로석은 만원이어서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일반석 앞에 서 있고 그 앞 좌석엔 20대로 보이는 아가씨 한 사람이 앉아 손거울을 보며 눈 화장을 하고 볼연지도 토닥토닥 열심히 바른다. 세 정거장이 지나서야 마무리 한다. 정성을 다해 화장한 얼굴이 곱게 느껴져야 할텐데 전혀 그렇지 않음은 왜일까? 미소라곤 찾을 수 없고 게다가 앞에 힘들게 선 할머니를 아무렇지 않게 보고 있으니 아무리 화장품을 덕지 덕지 발라도 곱게 보일 리가 없다. 좋은 화장품이나 기능성 제품으로 얼굴을 곱게 다듬는 일도 중요하긴 하다. 자존심을 높일 수 있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아름다운 화장품은 얼굴에 자연스럽게 ‘바르는’ 미소다. “가장 좋은 화장품, 미소를 씁시다.”
- 2019-06-28 14:33
-
- 강점 강화로 단점을 줄이는 조직개발기법
- ‘AI’는 Appreciative Inquiry의 약칭이다. ‘강점기반 조직개발’로 번역하면 되겠다.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환경에 살아남기 위한 경영기법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서구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조직개발 이론이다. AI를 정립한 데이비드 쿠퍼라이더(David Cooperrider) 교수는 ‘비피 프로케어’라는 회사의 AI 적용 사례를 대표적 예로 들고 있다. 그 회사는 고객 서비스 만족도를 조사했다. 만족도가 79%로 낮게 나오자 CEO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대책반을 만들어 제품의 품질, 가격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 추진했다. 1년 후 다시 조사했으나 1%P 정도의정도의 개선에 그쳤다. CEO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어느 날 한 대학생으로부터 색다른 질문을 받았다. “사장님! 21%의 고객이 불만이지만, 79% 고객은 만족하고 있는데 그 이유를 아시는지요? 그것을 찾아내어 강화하면 불만도 줄어들지 않을까요?” CEO는 무릎을 쳤다. 그리고 이렇게 지시했다. “우리 서비스에 만족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찾아내라.” 부정적 측면으로 문제점을 분석할 때 몰랐던 긍정 요소가 있음을 발견했다. 회사의 강점을 강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추진한 결과 고객 만족도는 95%로 높아졌다. 부정적 측면의 개선보다 강점의 강화가 더욱 효과적임을 발견한 셈이다. 앞의 사례처럼 AI는 우리의 조직문화에 새로운 시사점을 준다. 문제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원인을 분석함으로써 해결책을 찾는데 익숙해 있다. 독자가 늘지 않아 대책을 세울 때도 마찬가지다. 개인이나 조직을 불문하고 가능성보다 문제점 해결에 치중한다. 초 지능성, 초연결성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할 조직의 혁신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양지를 넓혀 음지를 줄이는 햇빛 이론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겠다. 조직뿐만 아니라 AI는 인생 이막을 살아가는 시니어의 삶에도 중요한 의미를 준다. 자기의 단점을 고쳐나가기보다 강점을 강화함으로써 약점이 줄어들게 하는 삶의 철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점을 고치는 일보다 강점을 더 발전시키는 일이 쉽다. 단점을 고치면 평범해지고 강점을 살리면 특별해짐을 가슴에 새기자.
- 2019-06-28 10:39
-
- 반론을 제기하는 부하를 섬겨야
- “1+1=3.” 조직의 힘을 이야기할 때 쓰는 산술 표현이다. 조직원 개개인의 힘에 시너지 효과가 생겨야함을 의미한다. “1+1=2”가 되면 죽은 조직이다. 어떻게 해야 조직의 힘을 최대한 살릴 수 있을까? 여러 요소 중에서도 리더(사장, 부서장, 팀장 등)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어떻게 직원들의 힘을 최대로 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 대체로 리더의 방침에 순종하는 사람을 선호하고 반론을 제기하는 직원은 내처진다. 그러나 어떤 구성원이 조직에 도움이 될 지에 대해서는 새로운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한 연구에서 부하 직원을 고를 때에 어떻게 고르느냐는 설문을 했다. 업무 역량보다 순종하는 직원을 선택하겠다는 답변이 70%로 높았는데 근래엔 50%로 감소했다. 또한 업무 역량을 중시하는 답변은 30%에서 50%로 크게 높아졌다. 이제 리더에 순종하는 것으로는 성과 달성이 어렵다고 보는 견해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전히 위계 관념이 강해 자기 주장을 할 수 있는 토론 문화가 덜 발달했다. 구성원이 리더와 다른 의견을 말하기 쉽지 않다. 금세기 최고 경영자 제너럴일렉트릭사(GE)의 잭 웰치(Jack Welch) 전 회장이 성공 비결을 묻는 말에 답한 내용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내 생각과 다른 의견을 가진 부하들과 활발한 토론을 통하여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한마디로 부하로부터 배운다.”고 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L. Friedman)도 그의 저서 “세계는 평평하다”에서 유일함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쓰고 있다. 구성원들의 창의성이 활발하게 발휘돼야 조직이 살아남는 시대다. 살아남아 미래로 나가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순종형보다 리더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구성원을 섬겨야 한다.
- 2019-06-22 13:17
-
- 손주 돌봄,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줘야
- ‘손주 돌봄’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임에 빼놓을 수 없는 화제다. 돌봐주지 않아야 한다는 측과 그래도 어찌 안 봐줄 수 있느냐로 의견이 갈린다. 그 논쟁은 차치하고, 봐줄 거면 제대로 돌봐야 함은 당연지사다. 아이의 인성이 자리 잡아가는 시기에 돌봐주는 역할은 더없이 중요한데 어떤 점에 중점을 둬야 할까. 우리의 경험을 되돌려 보면 그 답이 나올 듯하다. 누구랄 것 없이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 한 둘은 있기 마련이다. 초등학교 시절 방학을 맞아 외갓집을 가면 사립문까지 한걸음에 달려와 환하게 웃으며 꼭 껴안아 주었다. 늘 내 편이었다. 꼬깃꼬깃 주머니에 감춰둔 지폐를 꺼내 용돈으로 쥐여줬다. 나이 들어 그런 위치에 서니 더욱 그리워지고 그런 추억이 있어서 행복하다. 손주 돌봄, 영원히 잊지 못할 그런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는 일이 최우선 아닐까. 아들 내외가 맞벌이를 해서 초등학교 2학년과 유치원에 다니는 손자 둘을 봐준다. 강의나 방송 활동 등으로 그 일은 주로 안사람 몫이다. 짬이 날 때 함께 한다. 힘이 좀 들어도 되도록 환하게 웃어주려고 한다. 일흔 살의 나이에도 할머니 할아버지의 추억에 행복해 하는 나처럼 손주들도 훗날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환한 모습의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고 싶다. 아름다운 추억 만들어 주기. 손주 돌봄의 우선 순위로 꼽아본다.
- 2019-06-10 13:32
-
- 심청의 이야기를 낙엽 형상에 담았다
- 사진(寫眞)... 한자(漢字) 표기대로 풀이하면 어떤 실체를 복사하듯 ‘찍어낸’ 것이다. 사진을 ‘찍는다’고 말하게 된 배경이다. 예술의 한 분야로 본다면 그림이나 소설처럼 사진에도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담겨야 한다. 예순한 살에 늦깎이로 사진을 배우면서 “사진은 카메라로 쓴 이야기”라고 나름 정의했다. 그래서 ‘포토 스토리텔러(photo-storyteller)’라는 말을 스스로 만들어 나의 브랜드로 사용한다. ‘카메라로 이야기를 쓰는 사람’쯤이 되겠다. 그렇게, 단순히 어떤 피사체를 찍는 작업이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작품을 만드는 일을 사진이라고 여기고 그 사진 이야기를 쓰기로 한다. 심청의 이야기를 낙엽 형상에 담았다 찬바람이 이는 늦겨울 어느 날 아침, 마을 뒷산의 둘레길을 걸었다. 길옆 산 벚나무 가느다란 가지 끝에 매달려 있는 낙엽 하나가 시선을 끌었다. 낙엽의 형상이 특이했다. 숱한 겨울날 비바람에 부분, 부분이 찢겨 나가고 헤져 일부가 앙상하게 남은 모양새다. 마치 뒷머리를 쪽 짓고 고운 치마를 두른 여인과 흡사했다.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 심청전 한 장면이 떠올랐다. 그래 그 모습이야~ 심 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300석에 제물로 팔려 인당수로 끌려간 심청이 돛단배에 앉아 있는 모습이 이러지 않았을까. 심청 앞에 있는 또 다른 형상. 무엇일까? 상상의 나래를 폈다. 효심에 감동한 인당수 용왕이 보낸 사자가 틀림없어. 심청의 이마에 입맞춤하며 위로한다. “심청아, 걱정 말거라. 좋은 일이 있을 거다.” 망원 렌즈로 낙엽에 초점을 맞추고 주변 물체를 흐리게 촬영했다. 일상에서 만나는 소소한 피사체를 사진에 담아 ‘심청 이야기’ 한 편을 만들었다. 사진은 카메라로 쓰는 이야기다.
- 2019-05-22 08:37
-
- “밑지듯 살라”
- 오월이면 어머니의 가르침 하나가 떠오른다. “밑지듯 살라” 하셨다. 세상살이는 흔히 ‘주고 받기(Give & Take)’라고 한다. 주었으면 받기를 은근히 기대한다. 경조사의 부조가 그 좋은 예다. 5만 원을 결혼 축의금으로 받았으면 보통 같은 금액을 축의금으로 ‘되갚는다’. 형편이 좀 어려운 상대에겐 받은 것에서 더 얹어 돌려주면 어떨까? 작은 감동이라도 줄 수 있는 행위가 아닐까 싶다. 상대방을 감동하게 하는 것이 인간관계를 더 돈독히 하는 일이다. 주변 사람과의 친밀한 관계가 장수 비결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밑지고 사는 방식의 묘미가 분명 있어 보인다. 밑지며 살라고 한 어머니 말씀이 유난히 귓전에 맴도는 오월이다.
- 2019-05-15 1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