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의 당 대표시절 초기 대변인이었던 전여옥씨가 쓴 최신간이다. ‘일본은 없다’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던 작가이기도 하다.
몇 년 전 전여옥씨가 정치를 그만 두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독설은 기억한다. “대통령이 될 자격도 없고 대통령이 되어서도 안 된다”고 독설을 했었다. 그러나 박근혜씨는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전여옥씨의 독설은 그대로 묻히고 말았다.
전여옥씨는 한 때는 당 대변인은 물론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당 최고위원자리까지 올랐던 사람이다. 그러나 결별 선언 이후 공천도 못 받았고 정계를 떠나 이제는 정치인도 아니라서 진솔하게 얘기를 할 수 있었다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 가결을 받고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 권좌에 있는데 이만큼 솔직하게 책을 낼 수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가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가 상당히 보장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방송, 신문 등 최순실 일가의 국정 농단과 박근혜대통령의 이해할 수 없는 행장에 대해 여러 얘기가 나오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왜 사태에 이 지경이 되었는지 금방 이해와 정리가 된다. 그만큼 전여옥씨는 지근거리에서 박근혜라는 인물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잘 안다. 같은 여자라 더욱 그럴 수 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돌아서면 가장 무서운 적이 된다. 그래서 대기업에서 임원이 퇴직을 해도 일정 기간 대우를 해준다. 그렇게 해줘야 이적행위를 안 하고 몇 년간 그런 대우를 받다 보면 충성심이 그대로 굳어진다.
전여옥씨는 여자로서 날카로운 감성을 가지고 있다. 전여옥씨가 독설을 퍼부으며 박근혜 사단을 떠났을 때처럼 이 책에서도 여전히 날카로운 비판을 하고 있다. 실화이고 실제 대사가 있고 실명이 등장하므로 믿을 만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잠시 대변인을 했는데도 최순실의 존재에 대해 여러 번 언급했다. 그런데 대통령 측근에서 실세에 있었던 사람들이 청문회에 나와 최순실을 모른다고 잡아떼는 것은 파렴치한 일이다.
광화문 촛불 집회에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이라도 이 책은 읽을 만하다. 매일 채널마다 쏟아지는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들이 이 책 한권으로 밝혀진다.
필자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 있다고 해도 이 나이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치도 아니다. 다만, 이 나라의 앞날이 걱정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해 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그 궁금증을 이 책이 명확히 풀어줬다.
◇전시(exhibition)
1) 프랑스 국립 오르세미술관 이삭줍기 전: 밀레의 꿈, 고흐의 열정
일정 3월 5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9세기 서양미술사를 빛낸 거장들의 명작 130여 점을 만날 기회다. 작품 보존을 위해 엄격하게 관리하는 고흐의 ‘정오의 휴식’은 오르세미술관 개관 이래 수십 년 동안 유럽 이외 지역으로 반출된 적이 없으나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대여를 허가했다. 낭만주의와 고전주의, 아카데미즘과 사실주의, 인상주의와 자연주의, 상징주의와 절충주의, 20세기 예술의 다양한 원천 등 5개의 테마로 나누어 각 주제를 중심으로 작품 간의 대비와 유기성, 예술사의 흐름까지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2) 닉 나이트 사진전: 거침없이, 아름답게
일정 3월 26일까지 장소 대림미술관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진작가로 손꼽히는 닉 나이트(Nick Knight)의 국내 첫 사진전이다. 사진과 디지털 그래픽 기술의 결합이 돋보이는 닉 나이트 특유의 작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상 실험을 접목한 패션필름까지 폭넓게 마련돼 있다. 초상사진, 디자이너 모노그래프, 페인팅·폴리틱스, 정물화·케이트 등을 주제로 한 110여 점의 각양각색 작품을 한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다. 매주 일요일에 열리는 ‘선데이 라이브 앤 클래스(SUNDAY LIVE & CLASS)’ 등 유익한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들도 살펴볼 만하다.
◇도서(book)
1) 인생의 발견(시어도어 젤딘 저·어크로스)
21세기의 예언자라 불리는 영국의 철학자 시어도어 젤딘이 유명 인물들의 전기와 철학적 탐색을 통해 발견한 28가지 질문을 담았다.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인간과 삶에 관해 끊임없이 성찰해온 저자의 성숙한 지혜와 혜안을 엿볼 수 있다.
2) 브릿마리 여기 있다(프레드릭 배크만 저·다산책방)
로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소설이다. 59세 중년 남성 오베와 얼핏 비슷하면서도 다른 성향을 지닌 63세 중년 여성 브릿마리. 누군가의 그늘에서만 살아온 그녀가 삶의 위기를 통해 온전한 자신을 찾아나가는 여정을 그렸다.
◇영화(movie)
1)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
희귀암에 걸린 26세 청년이 한국인 최초로 49일 만에 뚜르 드 프랑스 풀코스를 완주한 실화를 영화화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체육교사를 꿈꾸었을 정도로 건강했으나 어느 날 갑자기 3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 절망스러운 순간에도 희망을 잃지 않던 그는 뚜르 드 프랑스 완주라는 꿈을 키운다. 3500km 레이스의 마지막 지점인 파리 개선문을 통과하며 꿈을 이룬 순간의 가슴 벅찬 감동이 영화의 포스터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개봉 1월 12일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이윤혁 출연 임정하, 전일우, 박형준 등
2)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떠돌이 음악가와 고양이 한 마리가 우연히 만나면서 인생의 희망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제목처럼 주인공 제임스는 어깨에 고양이 밥을 올리고 거리 이곳저곳에서 기타를 치고 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따뜻한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두 주인공은 2007년에 만나 현재까지 뜨거운 우정을 나누고 있다. 데이비드 허슈펠더 음악 감독과 싱어송라이터 찰리 펑크 등 실력파 제작진이 대거 참여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개봉 1월 4일 장르 드라마 감독 로저 스포티스우드 출연 루크 트레더웨이, 루타 게드민타스 등
◇공연(stage)
1) 인간
프랑스의 천재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유일한 희곡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인류 마지막 생존자인 화장품 연구원 라울과 호랑이 조련사 사만타가 ‘인류는 이 우주에 살아남을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 재판을 벌이는 2인극이다.
일정 3월 5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연출 문삼화 출연 고명환, 오용, 박광현 등
2) 꽃의 비밀
네 명의 아줌마가 보험금을 타기 위해 각자의 남편으로 변장해 벌이는 사건들을 유쾌하게 그렸다. 장진 감독이 직접 쓰고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코미디 장르의 연극이라는 점이 돋보인다.
일정 2월 5일까지 장소 대명문화공장 연출 장진 출연 배종옥, 소유진, 이청아 등
3)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중국 고전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를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의 비극성에 희극적 요소를 곁들여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2015년 이 작품의 무대에서 유명을 달리한 배우 고 임홍식의 공손저구 역은 중견 배우 정진각이 이어받았다.
일정 1월 18일~2월 12일 장소 명동예술극장 연출 고선웅 출연 장두이, 하성광, 정진각 등
4) 아이다(AIDA)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던 해 토니 상과 그래미상 등을 휩쓸었던 명작으로 한국에서는 2012년 이후 5년 만에 막이 오른다.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파라오의 딸인 암네리스, 두 여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라다메스 장군의 사랑을 노래한다.
일정 3월 11일까지 장소 샤롯데씨어터 연출 키스 배튼, 박칼린 출연 윤공주, 아이비 등
이유 없이 고국을 떠나 외국에서 살겠다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아주 가끔씩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름다운 곳에는 으레 세계적인 부호나 유명한 배우들이 별장을 짓고 살지만 그 도시가 그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일반 여행자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그 도시에서 한 달 정도만 살면 별장과 다를 바 없다. 이번 호부터 아름답고 특별한 별장을 꿈꾸는 시니어들을 위해 유럽의 멋진 도시들을 골라 시리즈로 소개한다.
글․사진 이신화( 저자, www.sinhwada.com)
고요함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소도시
얼마 전 “폴란드에서 사는 것은 어때?”라고 필자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던진 지인이 있다. 평생 ‘일이 내 삶의 전부’라며 살아온 그도 ‘딴 나라’에서 살 생각은 가끔 하나보다. 처음에는 “영국이 좋을 것 같아” 했다가 “미얀마, 라오스는 어때?”라며 급선회했다. 그러다 이번에는 폴란드를 묻고 있는 것이다. “폴란드는 아닌 것 같아. 체코의 남모라비아 쪽이 더 나아”라고 답변했더니 귓등으로도 들은 척하지 않던 그가 TV의 교양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야 활짝 웃었다. 술 좋아하는 그는 체코 모라비아 지방의 인심 좋은 포도 축제에 홀딱 반한 것이다.
지인이 당장 여행을 떠나지 않으면 어떠리. 꿈이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삶의 질 차이는 엄청나게 크니까 말이다.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얻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지인이 가고 싶은 나라와 도시가 결정됐을 때 필자가 나서주면 될 일이다.
지인이 홀딱 반한 체코의 모라비아 지방에서 추천하고 싶은 도시는 ‘텔츠(Telc)’다. 필자에게 “체코에서 어디가 가장 좋았어?”라고 묻는다면 단언컨대 텔츠라고 말할 것이다. 사람들의 느낌은 비슷하기 마련이다. 체코의 대표 작가 카렐 차페크(Karel Capek)도 자신의 책 에서 “우리나라에서 텔츠보다 아름다운 광장을 가진 도시는 없다”고 적었다. 체코 관광청도 “텔츠는 예술가들과 몽상가들을 위해 만들어진, 사랑스럽고 연약한 분위기를 내는 도시다”라고 소개한다. 텔츠는 주관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매력이 있는 도시다. 특히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여행객들에게는 최적의 장소다.
대도시 프라하보다 물가가 50% 싼 모라비아 지역
모라비아의 남서부에 위치하고 있는 텔츠는 프라하에서 150km, 브르노에서 서쪽으로 약 70km 떨어져 있다. 관광객이 90%나 되는 복잡한 대도시 ‘프라하’를 벗어나 모라비아의 가장 큰 도시 ‘브르노’에 도착했을 때 체감하는 것은 ‘물가’다. 과장 없이 50% 정도 물가가 싸다. 쉽게 예를 들면 커피 값이나 와인 한 잔 값이 1유로를 조금 웃돈다.
브르노를 떠나 텔츠 역에 도착해 10여 분 정도 걸어 호르니브라나 문을 들어서면 올드 타운의 자하리야슈(Zacharias) 광장이다. 광장 주변에는 엇비슷한 형태의 건물이 삼각형 모양으로 길게 이어져 있다. 텔츠는 12세기에 로마네스크 교회의 은신처로 언덕 위(해발 522m)의 늪지에 세워졌다. 처음에는 목조 가옥이었으나 1530년에 큰 화재가 났고 당시의 시장이었던 자하리야슈 폰 노이하우스의 통치 아래 대대적인 재건축에 들어갔다. 가옥들은 르네상스식 석조물로 바뀌었고 타운을 에워싼 성벽과 인공 연못도 요새로 만들어졌다. 그러다 또 한 번 화재가 일어났는데 그때도 같은 방식으로 재건축을 했다. 시장이 사망한 뒤 이 도시는 더 이상 개발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고 그 덕분에 텔츠는 유서 깊은 마을(199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이 될 수 있었다. 텔츠에는 역사적 기념물로 지정된 85개의 구조물이 있다.
바로크, 로코코 건물이 길게 이어진 유네스코 도시
광장 옆으로는 긴 회랑처럼 한 몸으로 붙어 있는 건축물이 길게 이어져 있다. 한 몸이지만 제각각 모양새와 색깔을 달리한다. 건물의 정면은 바로크, 로코코 양식 등으로 장식되어 있고 분홍색, 하늘색, 노란색, 흰색 등으로 칠해져 있다. 뷔르게하우스(Burgerhaus Nr.15)는 다른 집과 달리 건물에 장식물이 달려 있어 쉽게 눈에 띈다. 또 한 곳은 미하일 베커 시장의 집인 61호 저택이다. 미하엘 베커는 빵 만드는 사람이었는데 훗날 텔츠 시장에 당선되었다. 그의 집은 즈그라피토(sgraffi to) 장식으로 1555년에 개축했다. 즈그라피토는 텔츠 성에서 일하던 조각가가 개발한 공법으로 ‘긁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석회 반죽을 이용한 작품이나 도자기 제작에 많이 응용된다. 이외 59호, 520호, 522호 저택 등도 눈여겨볼 만하다. 광장에는 페스트 종식 기념탑인 성모 마리아의 기둥이 있다. 조각가 다비드 리파트에 의해 1718년에 제작된, 이른바 구름 형식의 바로크 탑. 마리아의 탑을 가운데 두고 동서로 각각 6각형 못이 있다. 13세기에 로마네스크로 건립된 후 15세기에 고딕 양식으로 개조됐다는 성령성당도 있다.
영화 등 로케이션 현장 ‘텔츠 성’과 종탑
광장 북쪽으로 가면 텔츠 성과 정원이 있다. 고딕 양식의 성은 여느 지역과 달리 소박하다. 14세기, 자하리아슈에 의해 지어진 이 성에서는 즈그라피토 장식의 벽면과 홀 내의 격자무늬 천장, 아름다운 정원을 볼 수 있다. 1945년까지 리히텐슈타인 포드슈타트슈키 백작이 살았던 이 성이 몰수되자 백작 일가는 오스트리아로 망명했다. 현재 성의 예배당에는 자하리아슈와 그의 아내, 여러 성인들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다. 때때로 음악회가 개최되는 텔츠 성은 영화 촬영지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여성 살인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바토리(Bathory, 2008)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성 뒤에는 16세기에 지어진 성 야곱성당의 종탑(60m)이 있다. 종탑은 멋진 ‘뷰포인트’다. 종탑에 오르면 바로크 양식의 쌍 탑이 두드러진 건물이 눈길을 끈다. 1651~1669년에 제수이트회가 세운 예수회 성당과 대학으로 텔츠에서 가장 큰 건물이다. 텔츠의 백미는 올드타운을 양 안으로 감싸 안고 있는 울리츠키와 슈테프니츠키 인공 연못. 도시를 복원하면서 만들어진 ‘물의 요새’는 텔츠를 샛별처럼 반짝반짝 빛나게 한다. 연못 속으로 유영하는 텔츠의 가옥들을 보면 누구나 시인이 될 수밖에 없다.
Travel Data
교통 정보 프라하 플로렌츠 역에서 매일 2회(13:55, 16:15) 직행버스가 운행된다. 총 2시간 40분 소요. 브루노를 기점으로 찾으면 편하다. 브루노에서는 기차와 버스가 운행된다. 버스는 완행버스처럼 여러 마을에 정차하므로 약 1시간이 소요된다.
여행 포인트 텔츠는 작지만 의외로 즐길 거리가 많아 오래 머물러도 심심하지 않다. 텔츠 성에서는 각종 이벤트가 펼쳐진다. 다양한 레저도 즐길 수 있다. 정원이나 숲길을 따라 트레킹, 하이킹도 할 수 있다. 여름에는 수영, 겨울에는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이 밖에 산악 바이크, 보트놀이를 할 수 있고 낚시도 가능하다. 골프장도 세 곳(www.siskuvmlyn.cz, www.czgolf.cz, www.czgolf.cz/golf-resort-telc)이나 있다.
기타 정보 메인 광장 주변에 호텔은 물론 펜션 등 숙박업소들이 있다. 직접 만든 수제 와인이 유명하다. 토굴 형태의 와이너리도 방문할 수 있다. 인포메이션 직원들이 매우 친절하다.
주변 여행지 브루노, 올로모우츠를 비롯해서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의 여행이 쉽다. 알폰스 뮤샤(Alfons Mucha, 1860~1939)의 개막식에서 만난, 체코 문화원에 있는 미하엘라는 미쿨로브스키를 적극 추천한다. 이곳은 알폰스가 오스트리아에서 고향으로 돌아오다 발길을 멈춘 도시다. 브루노에서 슬로바키아로 가는 길목에는 포도밭이 많다. 가을 수확 시기에 맞춰 가면 금상첨화다.
텔츠 안내 사이트http://www.telc.eu/, http://www.discoverczech.com/telc/index.php4
‘The Duchess’는 공작부인을 뜻한다. 이 영화의 원제는 영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휘트브래드상’을 수상한 아만다 포멘이 쓴 베스트셀러 소설 이다. 18세기 영국 실화라고 해서 더 화제가 되었다.
감독은 영국의 사울 딥이다. 주연에는 공작부인 조지아나 역에 키이라 나이틀리, 데본셔 공작 역에 랄프 파인즈가 나온다. 무대는 18세기 영국의 상류사회다. 17세의 소녀 조지아나는 최고의 부와 권력을 가진 대본셔 공작과 결혼하면서 공작부인이 되고 미모와 지성, 패션으로 사교계의 여왕이 된다. 뭇 남성들은 화려한 그녀를 흠모한다. 그러나 남편 데본셔 공작은 끊임없이 바람을 피우며 조지아나의 속을 썩인다. 하녀와의 외도로 낳은 딸을 데려다 키우기도 한다. 심지어 조지아나가 믿고 있던 친구 베스와 외도하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딸에 이어 아들까지 낳았지만 희망이 안 보였다.
남편의 사랑에 굶주린 조지아나는 젊고 야망 있는 젊은이 찰스 그레이와 사랑에 빠진다. 결국 그의 아이까지 낳는다. 세기의 스캔들 감이다. 그러나 대본셔 공작은 이혼하지 않고 조지아나에게 돌아오라고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찰스의 앞날을 망가뜨리고 아이들과도 떼어놓겠다고 말한다. 결국 체면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조지아나는 사랑을 택하지만 아이들이 보내온 편지에 마음이 돌아선다. 그리고 남편과 같이 살다가 죽었다. 찰스 그레이는 다른 여자와 결혼하고 원했던 대로 영국의 수상이 된다.
조지아나는 실존 인물이다. 비운의 황태자비 다이애나의 4대 선조가 조지아나란다.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다른 남자와 스캔들을 만든 두 사람의 운명이 묘하게 비슷하다. 이 영화가 볼 만한 것은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18세기 영국의 상류사회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가발을 쓰고 스카프를 목에 둘렀다. 27벌의 화려한 의상을 입고 등장한 키이라 나이틀리는 귀부인의 강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상류사회의 파티도 재미있다. 이들의 파티는 배우자 외에 다른 이성과 춤을 출 수 있는 기회다. 그래서 모두들 즐거워하고 재미있어 한다. 조지아나 같은 아름다운 공작부인과 춤을 추거나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이슈가 된다. 그녀에게 자기 아이까지 잉태시켰던 찰스 그레이는 사랑에 모든 것을 거는 듯했지만 결국은 야망을 택한다.
주 촬영지는 데본셔 공작의 전원저택인 체스워드(Chatsworth House)로, 키이라 나이틀리가 출연한 을 찍었던 장소라고 한다. 현재 데본셔 가의 후손들이 살고 있고 300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저택 전체가 개방되어 있단다. 하루에 6000명의 관광객들이 출입할 수 있고 집 안에서 보유하고 있는 렘브란트 작품 등 박물관을 방불케 하는 유물들을 관람할 수 있다고 한다. 런던에 가면 유명 관광지보다 이런 곳을 찾아 이 영화를 떠올리며 둘러봐도 좋을 듯하다.
◇ Exhibition
1) 태양의 화가 반 고흐: 빛, 색채 그리고 영혼 전
일정 12월 31일까지 장소 apM CUEX홀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미디어 아트로 새롭게 연출한 전시다. 고흐의 수작들을 디지털 영상 기술과 접목한 최첨단 전시 기법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변화를 체험하도록 했다. 인상파와의 교류, 대자연, 고흐의 방, 동양의 색채, 초상, 동생 테오와의 편지 등 8개의 존으로 구성되어 있다. 거대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와치아웃 시스템을 이용한 멀티채널과 1만 픽셀 이상의 초대형 화면의 이머시브(Immersive) 시네마 등을 마련했다.
2) 최순우가 사랑한 전시품 전(CHOI SUNU’S FAVORITE)
일정 12월 31일까지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미술학자 최순우(1916~1984)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획한 전시로, 그가 생전에 아끼고 좋아했던 작품들을 글과 함께 소개한다. 평생 한국의 미를 탐색하고 박물관을 발전시키는 데 헌신한 최순우의 문화재에 대한 애정과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자리다. 1층 통일신라실에서는 돌함과 뼈단지 등 일제강점기에 약탈됐다가 돌아온 문화재를, 2층 서화관에서는 김홍도서첩, 달마도 등을, 3층 조각·공예관에는 반가사유상, 달항아리 등 15개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3) 코디최 개인전 CODY CHOI Color Painting: Frustration is Beautiful
일정 10월 28일~11월 20일 장소 PKM 갤러리(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40)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출품 작가인 코디최(Cody Choi)의 개인전이 10월 28일부터 11월 30일까지 PKM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2011년 이후 5년 만에 개최되는 개인전으로 회화와 설치 작업 약 20 여 점이 전시된다. 특히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출품 준비를 위한 기금마련 전시라는 점에서 뜻 깊은 자리다.
1980년대 중반부터 작가이자 문화이론가로서 활동하는 코디최는 현대사회의 문화정체성과 권력관계에 관해 탐구한다. 현시대 다양한 문화가 빚어내는 충돌과 간극에서 태어난 제3의 문화 혹은 혼종문화, 동시대 사회현상에 주목하며 회화·조각·설치 등의 작업으로 표현하고 있다.
LA 아트센터 칼리지를 졸업한 코디최는 LA 현대미술관, 타이페이 현대미술관, 토탈미술관 등 국내외의 주요전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현재 독일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와 프랑스 마르세유 현대미술관 등 유럽에서 순회 회고전을 진행하고 있다. 20세기 문화 지형도 (2010), 동시대 문화 지형도(2010) 등 현대문화에 관한 전문비평서를 출간했다.
◇ Book
1) 초혼 (고은 저 · 창비)
고은 시인의 3년 만의 신작 시집이다. ‘때’와 ‘곳’에 얽매이지 않는 ‘자가지무(自歌自舞)’ 정신으로 우주와 소통하는 대자유의 세계를 펼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삶을 아우르는 우주적 상상력과 예리한 통찰력이 담겨 있다.
2) 보고 시픈 당신에게 (김광자 외 86명 공저 · 한빛비즈)
전국 한글학교에서 늦깎이로 한글을 배우고 있는 어르신들의 시와 산문을 엮었다. 글자를 익히면서 느끼는 기쁨, 가족에 대한 사랑, 삶의 애환 등이 돋보인다. 손글씨의 느낌을 살려 원문을 그대로 옮기고, 저시력자를 위해 큰 글자로 다시 정리했다.
◇ Movie
1) 기적을 증명한 두 남자 이야기
개봉 11월 3일 장르 드라마
감독 맷 브라운 출연 데브 파텔, 제레미 아이언스, 토비 존스 등
인도 빈민가의 한 수학 천재와 그의 가능성을 알아본 영국 수학자의 특별한 우정을 그렸다. 숫자가 유일한 친구였던 순수한 수학 천재 ‘라마누잔’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해 그의 열정적인 천재성과 삶의 고뇌 등을 담았다. 라마누잔 역을 맡은 배우 데브 파텔이 해외 유수 언론에서 “실존 인물 라마누잔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연기했다”는 평을 받는 등 작품성 못지않게 그의 연기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개봉 11월 10일 장르 드라마
감독 나가이 아키라 출연 사토 타케루, 미야자키 아오이, 하마다 가쿠 등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남자가 하루를 더 사는 대신, 세상에서 무언가를 한 가지씩 없애야 한다는 독특한 설정이 돋보이는 영화다. 전 세계적으로 130만부 이상 판매량을 올린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로 제작했다. ‘세상에서 전화가 사라진다면, 당신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질까요?’라는 포스터 속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신선한 스토리 전개로 잊고 지낸 것들에 대한 소중함과 인생의 행복을 선사한다.
◇ Stage
1) 연극 재공연, 이웃사촌들의 수상한 진실게임
일정 10월 27일~11월 20일 장소 대학로 선돌극장
연출 이동선 출연 이황의, 김수보, 리우진, 곽지숙 등
지난 3월 초연돼 뜨겁게 주목받았던 극단 몽씨어터의 (작가 석지윤, 연출 이동선)가 11월 20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재공연 된다. 연극 는 치밀한 구성과 전개, 팽팽한 긴장감과 반전, 그 사이를 비집고 터지는 폭소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이웃 혹은 사람 간 의심이 한순간에 누구든지 싸이코패스로 몰아갈 수 있는 현대인의 각박한 심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신예작가 석지윤의 독특한 언어, 이동선 연출가의 감각적인 연출에 힘입어 씁쓸하면서도 웃음 터지는 우리시대의 슬픈 자화상과 마주하게 한다.
빌라의 고양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죽어나간다. 주민들은 벌어지는 상황을 진단하고 해결하고자 대책회의를 연다. 그런데 301호의 혼자 사는 남자가 수상하다. 사람들은 그가 분명 고양이를 죽인 싸이코패스가 틀림없다고 믿게 된다. 싸이코패스를 잡기 위한 평범한 이웃들의 위험하고 묘하게 웃긴 진실게임, 바로 연극이다.
2) 천재 시인의 삶과 사랑을 노래하다
일정 11월 5일~1월 22일 장소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
연출 오세혁 출연 강필석, 오종혁,이상이, 정인지, 최주리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모던보이였던 시인 백석의 시가 뮤지컬로 재탄생한다.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모티프를 얻은 작품으로 백석과 그의 연인이었던 김영한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그의 시 노랫말로 표현했다.
3) 꿈과 희망을 위해 링 위에 서다
일정 11월 1일~1월 15일 장소 디큐브아트센터
연출 노우성 출연 신성우, 송창의, 신구, 김진태, 김지우 등
영화 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로 실베스터 스탤론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박진감 넘치는 권투시합 장면을 무대 위에 생생하게 그려내며 2014년 토니어워드와 드라마데스크어워드에서 무대디자인상을 받았다.
4) 고모와 조카의 예측 불허 동거
일정 11월 22일~12월 11일 장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연출 구태환 출연 하성광, 정영숙
세상을 곧 떠날 것 같다는 고모의 편지 하나에 다니던 은행을 그만두고 30년 만에 고모를 찾아가는 조카의 이야기를 담았다. 배우 인생 첫 2인극 도전이라는 중견 배우 정영숙이 고모 그레이스 역을 맡아 섬세한 감정연기를 펼친다.
5)인간의 죄의식과 예술가의 고뇌
일정 11월 20일까지 장소 아트원씨어터 3관
연출 김동수 출연 남명렬, 이명호, 박지일, 김병철, 손성호 등
1995년 제26회 동인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정찬의 소설을 연극화한 작품이다. 같은 해 11월 첫 공연한 이래로 상업성이 짙은 작품들이 주목받는 공연계에서 인간의 존재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통의 밀도를 담아내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승부 기질이 있다. 상대와 겨뤄 이기고 싶은 것이다. 내기골프, 내기당구, 내기바둑 등이 성행하는 이유도 승부욕 때문이다. 이긴 결과는 대부분 돈으로 계산된다. 그런데 번거로운 골프, 당구, 바둑 말고 대놓고 하는 돈 내기도 있다. 성질 급한 사람에게 딱 맞는 게임이다. 그래서 생긴 것이 카지노다. 카지노는 사람들에게 슬롯머신, 룰렛, 바카라, 블랙잭 등 다양한 종류의 도박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돈을 벌어들인다. 그러나 도박은 확률상 카지노가 이기게 되어 있다. 그것도 훨씬 유리한 확률로 사람들의 주머니를 턴다. 어쩌다 돈을 딴 사람도 있지만 아주 극소수다. 그런데도 극소수의 행운을 바라고 도박장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있다.
카지노를 상대로 거액의 돈을 딴 사람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있다. 스페인 영화 다. 펠라요(Pelayo) 가족이 전 세계 카지노를 상대로 수천만 달러를 딴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된 것이다. 에두아르드 코르테스 감독이 만들고 다니엘 브륄, 루이스 호마르 등이 주연으로 나온다. 카지노 측과 펠라요 가족 간의 머리싸움이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재미있는 영화다.
영화에서는 룰렛을 집중 공략한다. 룰렛은 둥근 수레바퀴 위에 구슬이 멈추는 숫자가 맞으면 배당률에 따라 돈을 따는 방식의 도박이다. 최고 35배의 배당률에 도전할 수 있으니 거액을 배팅했다가 맞으면 그야말로 대박이다. 그러나 그 많은 숫자 중에 자신이 찍은 숫자가 맞을 확률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펠라요(Pelayo) 가족이 기계를 상대로 합법적으로 거액의 돈을 땄기 때문에 인간승리로 보는 것이다.
펠라요 가족의 아버지는 인간이 만든 기계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간파한다. 미세한 불량으로 인해 룰렛 기계에서도 자주 나오는 숫자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계산으로 그는 배팅을 하고 전 세계 카지노를 상대로 돈을 챙긴다. 당황한 카지노 측은 기계 위치도 바꿔보지만 이들 전문가들은 테이블의 미세한 특징을 어떻게든 잡아내고 이 기계에서 자주 나오는 숫자에 배팅한다. 이 원리로 로또복권 당첨 숫자를 예상해 돈을 버는 사이트도 있다. 매주 같은 기계를 사용하고 기계가 완벽하지 않을 경우 자주 나오는 숫자는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런 사이트의 숫자 장사는 일리가 있다고 본다.
펠라요 가족은 가족 단위로 몰려가 배팅을 한다. 카지노 측에서는 이를 수상히 여겨 뒷조사를 하고 이들의 행태를 알아낸다. 그러나 기계 위치를 바꿔구 출입금지 조치를 내려도 팀원을 바꿔 같은 작전으로 공략하는 것은 막지 못한다. 게다가 소문을 듣고 일반 손님들도 이들을 따라 배팅을 시작하자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도박은 자기 소신이 뚜렷해야 한다. 돈을 잃어도 절대 흥분하면 안 되고, 돈을 조금 땄다고 무모하게 배팅을 해도 절대 안 된다. 패가망신하는 지름길이다. 오죽하면 술, 노름, 바람 세 가지를 컨트롤하지 못하는 남자를 조심하라고 했겠는가. 도박은 스스로 한도액을 정해놓고 즐기는 수준에서 해야 한다. 그 이상이 되면 위험하다. 물론 돈을 따면 좋다. 공돈이기 때문이다. 도박을 잘하는 요령은 돈을 땄을 때 일어나는 것이다. 물론 고스톱 같은 것을 치다가 그러면 욕먹는다. 그러나 카지노에서는 그래도 된다.
전설처럼 남아 있는 펠라요 가족의 이야기는 인간의 머리가 얼마나 비상한가를 잘 보여준다. 라스베이거스에 갈 때마다 큰돈은 아니지만, 늘 잃고 온 것을 생각하면 통쾌하기까지 한 영화다.
알파독(Alpha Dog)은 ‘무리의 리더’라는 뜻이다. 들개나 유기견 등 개떼들이 몰려다니는데도 그 중에 리더가 있다.
이 영화도 납치를 벌이는 과정에 리더가 있게 마련이다. 확실하게 계급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무슨 일이든 주모자나 주도자가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일에 대한 책임도 리더가 가장 크게 지게 되어 있다.
이 영화는 미국의 닉 카사베츠 감독이 만들었고 출연에 납치 주모자 조니 역에 에밀 허쉬, 그의 친구 프랭키 역에 저스틴 팀버레이크, 조니의 적이 된 제이크 역에 벤 포스터가 나온다. 조니의 아버지 역에 브루스 윌리스, 어머니 역에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이 나오지만, 배역의 무게감은 떨어진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어 재미를 더 한다. 아버지는 마약 딜러로 성공한 사람이다. 아들인 조니도 그 사업으로 20살에 20만 달러의 땅과 스포츠카를 소유한 잘나가는 청춘이다. 그래서 파티로 흥청거리고 친구들이 늘 따른다. 그러던 중 친구 제이크가 빌려간 돈을 갚지 못하자 폭력으로 응징한다. 그러나 제이크의 반발이 거세서 그 패거리가 조니가 잠자는 시간에 집을 습격하고 복수한다. 조니는 오히려 피해 다니며 제이크와 연락하지만, 서로 복수할 것을 협박한다.
그 와중에 역시 문제아인 15살 제이크의 남동생이 집 근처에 나타나자 조니 일행이 일단 납치한다. 그러나 조직적이거나 치밀한 전략이 없이 그런 일을 저지르고 나니 어쩔 줄 몰라 한다. 일단 제이크가 돈을 갚을 때까지 데리고 있으려는 의도였다. 한때는 테이프로 입을 막기도 했지만 오히려 자기네들과 어울려 놀다 보니 3일이 지났다. 그러나 그냥 돌려보내자니 납치범이 되는 것이다. 납치범은 종신형, 사형까지도 처해질 중형이다.
그래서 아예 죽이자는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시체를 산에 파묻었으나 몇 년 후 시체가 발견되고 이들은 용의자로 곧 체포된다. 조니는 도망자 신세가 되어 남미로 피신했으나 이 내용이 TV에 소개 되고 난 다음 해 인터폴에 의해 체포되어 미국으로 압송된다. 사형감이라고 한다.
이 영화에서 조니는 제이크의 동생을 납치하라는 지시를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패거리들이 납치 한 것이다. 제이크의 동생은 납치당하기는 했으나 오히려 즐기며 잘 놀았다. 납치되었던 동생이 단순 가출이라고 둘러대면 그만인 일이다. 이 경우에도 납치가 성립될 것인가? 그렇다. 중형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조니는 그의 패거리들에게 납치된 조니의 동생을 살해하라는 지시를 하지는 않았다. 다만, 얘기는 꺼내 보았다. 25,000 달러를 주면 살해해주겠느냐는 제의를 했으나 프랭키가 반발하자 농담이라며 얼버무렸다. 그러나 결국 프랭키가 살해 주역을 맡았다. 납치 주범은 아니지만, 살해 주범이 되어 나중에 사형선고를 받는다.
미국의 일부이겠지만, 이 영화로 볼 때 미국의 청소년들 노는 모습은 한심해 보인다. 마약에 찌들어 언제 사고를 칠지 모르는 화약고들인 셈이다. 총기 소유까지 자유화한 나라이다. 또래의 방탕한 남녀청춘들을 볼 때 미래가 없어 보인다. 중국이 아편으로 큰 치욕을 당했듯이 미국도 만연한 마약 때문에 큰일이다.
납치 실화 영화로 ‘미스터 하이네켄’이 있었다. 맥주회사로 유명한 하이네켄 회장을 납치한 실화인데 죽이지는 않았다. 납치는 중범죄이다. 그러나 그에 관한 죄의식이 옅다는 데 문제가 있다.
추석을 전후해 매년 시대극이 흥행에 성공하는 것이 과거를 기리는 명절의 후광효과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마치 성묘하러 나서는 분위기로 영화 을 보러 온 가족이 나섰다. 개봉 전부터 요란한 홍보로 이미 영화의 반쯤은 알고 있는 듯한 착각 속에 극장 문을 들어섰다.
사실이 그랬다. 이미 김지운 감독의 특징부터 의열단과 실재 인물인 황옥 경부의 실화라든가, 송강호의 연기에 주목하라는 등 사전 지식으로 무장한 채 영화를 보니 그런 느낌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영화의 전개도 초장의 충격적인 시퀀스라든가 열차 속의 액션 신 등 흥행 영화의 익숙한 공식을 잘 따르고 있다.
줄거리는 의열단원인 김우진(공유)이 조선총독부와 일본군 관계자들을 폭살할 목적으로 폭탄을 들여오기 위해 경성 경시청 경부 이정출(송강호)과 접촉한다. 그는 과거 초창기 의열단원으로 활동하다 배신하고 의열단에 관한 정보를 총독부에 제공하고 일본 경찰의 간부로 출세한 인물이다.
한편 일본 경찰은 의열단의 정체를 파악하고 일망타진하기 위해 이정출에게 의열단과의 접촉을 지시한다. 의열단은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그를 거꾸로 이용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그를 의열단 본거지인 상해로 부른 것이다. 이른바 반간계다. 이정출은 엉거주춤한 상태로 임하지만, 어느새 상황에 휘말린다.
영화는 기차가 달리면서 격랑에 빠져든다. 폭탄을 실은 열차 속에서 이정출은 마치 의열단원이라도 된 듯 자신을 감시하는 하시모토와 그의 부하들을 죽이고 열차를 탈출한다. 열차가 경성역에 도착하면서 운송 정보를 알고 기다리던 일본 경찰들에게 의열단원들은 무자비하게 죽거나 체포된다.
그 사이사이 무기 운송의 정보가 일본 경찰에 노출된다거나 함께 움직이는 의열단원이 배신자임이 밝혀지는 등 상황은 긴박하게 흐른다. 결국, 무사히 은닉된 폭탄을 이정출이 경시청 고위 간부들의 연회장에서 터트리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 그렇다면 이정출은 다시 개과천선한 것인가?
그러나 그게 애매모호하다. 마지막의 법정신은 영화 에서 이정재가 열연한 법정신에 버금갈 정도로 드라마틱하다. 이정출은 법정에서 자신은 의열단이 아니며 그동안 일본을 위해 충성을 다했다는 최후진술을 하고 풀려난다. 영화 속에는 그가 의열단을 진심으로 돕는 증거도, 그들이 일망타진되도록 작전에 임한 증거도 다 있다.
그렇다면 그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송강호는 자유자재로 표정을 바꾸어가며 모호한 경계인을 연기한다. 그래서 진실은 끝내 오리무중이다. 다만 마지막 의열단원 중 단장의 여인인 연계순(한지민)의 주검을 보며 오열하는 장면에서 안소니퀸의 영화 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 것은 왜일까?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하고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회색 지대의 삶은 어떤 것일까? 이정출이 어느 편인가보다 그의 실존이 궁금해지는 이유이다. 그가 삶에 집착했다기엔 그의 처신이 너무 위험했다. 단선적인 캐릭터인 김우진 역의 공유보다 송강호가 칭송받는 것은 이정출이라는 인물에 힘입은 바 크다.
김지운은 자기만의 스타일을 가진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독특한 미장센은 시각적 쾌감을 주며, 루이 암스트롱이나 볼레로 등 상황을 역설로 들려주는 음악은 색다른 재미를 준다. 스파이 극처럼 스릴을 주면서도 심리극으로 끌고 가 철학적인 성찰을 제공한 것은 그의 또 다른 성취이다.
“우리는 실패해도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 실패가 쌓이고 우리는 그 실패를 딛고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의열단장 정채산(이병헌)의 대사가 귀에 남는다. 어쩌면 이 말은 가혹한 시대를 살아냈던 극 중 모든 사람에게 바치는 헌사일지도 모른다.
오늘 강변을 걷다가 할아버지 한분이 벤치에 앉아 계셨습니다. 뒷모습이나 앞모습이 상당히 외로워 보였습니다. 내가 말을 붙여봅니다. ‘할아버지 여기 매일 나오세요?’ 했더니 노인 특유의 경계의 눈초리를 보낸다. 이분들은 6.25사변을 겪으며 힘든 세파를 살아오시면서 억울한 일들도 많이 겪어서 남을 믿으면 안 된다는 경계심이 본능적으로 살아있다.
할아버지가 마음을 열게 하기 위해서는 가벼운 너스레를 떨어야 한다.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강물이 제법 불었는데요.’ 하니까 ‘뭐 이정도 비가 와가지고…’ 하신다. 경계심이 많이 풀어진 얼굴이다. 별 부담 없는 대화로는 날씨 이야기가 제일이다. ‘ 그래도 비가 좀 왔다고 날씨가 많이 시원해 졌어요.’ ‘오늘 낮에는 또 무덥게 찐다는 데요.’ 하면서 대화를 이어 나갔다.
전등 스위치를 켜면 불이 들어오듯이 할아버지는 경계심이 풀어지자 이런저런 말씀을 하신다. 올해 82세이고 젊어서 무역업에 손을 대어 돈도 꽤 벌었는데 지금은 대기업 다니던 아들에게 넘겨줬다고 하신다. 며느리가 똑똑해서 사업체를 100배나 키웠다고 며느리 자랑이 대단하다.
세상에 걱정 없는 사람은 없다 할아버지도 3년 전에 상처하고 결혼 못한 40대 후반의 아들과 함께 산다고 한다. 아들 장가보내는 것이 자기에게 남은 마지막 큰 짐으로 생각하신다. 친한 친구들도 대부분 저 세상 사람이 되고 살아있어도 거동들이 불편하니 만나서 말할 상대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아쉬워한다.
대화의 주제를 바꾸어 사업 이야기를 물어봤다. 빚내서 사업하지 말고 남과의 신의를 생명처럼 지켜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빚이 있으면 무리수를 놓게 되고 사업체가 망하기 쉽다고 한다. 신의를 잃으면 남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사업은 남의 도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한다. 돈은 왜 버느냐? 남을 속이고 남의 눈에 눈물 흘리게 하고 버는 돈은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한번은 사업이 어려워 선배 돈을 쓰게 되었는데 도망가지 않고 집을 팔아 선배 돈을 갚았다고 한다. 몇 년 뒤 선배가 그 돈을 그대로 다시 주면서(은행을 경유하지 않고 현찰을 주고받던 시절이라 선배는 쓰지 않고 후배가 어떻게 하나 지켜보고 있었다고 함) 재기하라고 용기를 주었다고 한다.
나는 치매 전문 봉사자 일을 하면서 치매는 외로워 생기는 병이라 확신하고 있다. 말을 하려해도 주위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고 나면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 치매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 수순이다. 이 분들에게 과거를 회상하게하고 말을 하도록 하는 일이 즐겁다.
살아있는 인생 선배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주옥같은 실화를 많이 들으려 한다. 그분들이 살아오신 인생역정을 들으면 안타깝고 눈물지을 때도 있지만 삶의 지혜와 용기를 얻는 이야기도 많다. 나이 60임에도 70대를 모른다, 70대는 80대를 모른다. 외냐면 미래를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나이를 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제일 확실하다. 나는 미래지만 그 분에게는 오늘이기 때문이다
키아누 리브스가 나오는 영화라서 봤다. 이 영화에서는 혼혈 사무라이로 나오는데 원작보다는 흥행의 목적으로 시나리오를 수정해서 출연시킨 것 같다.
미국의 칼린 쉬 감독이 만들었고 사무라이 대장 역에 사나다 히로유키, 영주의 딸 역에 시바사키 코우가 나온다.
여우에 홀려 재판관으로 방문한 사람을 공격했다는 이유로 영주는 쇼군으로부터 할복을 강요당해 죽는다. 영주를 모시던 사무라이들은 즉각 반격을 자제하고 훗날을 기약하며 숨어 지낸다. 드디어 반격의 준비가 갖춰지고 기습 공격으로 적들을 물리친다. 쇼군은 이들의 행위를 용서하면서 할복의 기회를 준다. 47인의 사무라이들은 사무라이 대장의 아들을 제이하고 장렬하게 자결한다.
여우가 둔갑하고 칼 싸움이 볼만한 영화로 타임 킬링 용이지만, 일본에서는 이 일화가 영웅담으로 남아 일본 정신을 심는데 좋은 작품으로 본다는 것이다. 주군을 향한 충성심, 그리고 자결행위가 당연한 영광으로 치는 것이다. 실화인지 만들어진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매년 12월에 이들을 위한 제사를 지낸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카이로 나오는 키아누 리브스와 영주의 딸의 사랑 이야기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칙칙한 남자들만 나오는 영화보다는 여자도 출연시켜 사랑 이야기를 넣어야 그림이 되기 때문이다. 카이도 47인의 사무라이 일원으로 영광스러운 자결에 참여한다. 할복자살을 영광이라고 대우하는 일본의 정신이 섬뜩하다.
일본의 정서는 문(文)의 정서인 우리와 비교할 때 무(武)의 정서이다. 사무라이를 영웅으로 치는 정서 속에 일본은 일찍부터 우리나라를 침략했다. 일제 식민지 시기에는 중국, 러시아를 상대로 싸웠고 미국까지 건드렸다가 패망한 나라이다. 일본의 우익은 아직도 그 향수를 못 잊어 재무장 하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가미가제 정신도 충성심을 강요하며 애꿎은 젊은 군인들을 자살 공격으로 내몬 정신적 기초가 되어 있으며 지금도 이들을 우상화하고 있다.
왕이 있던 우리 역사에서도 충신은 있었지만, 무관으로 그만한 충성심을 보인 예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무관이 득세했던 고려시대에도 이렇다 할 스토리가 없다. 무관들의 집권투쟁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가 있을 뿐이다. 무관인 이순신 장군의 예를 봐도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과는 다르다.
우리 역사에서 사약을 받고 죽은 관리는 많지만, 할복자살을 한 역사는 없다. 할복자살이란 얼마나 끔찍한 행위인가. 그런 정서가 우리 독립군들을 처형할 때 그대로 사용되었다.
그래서 일본에 대해서는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 호시탐탐 남의 나라를 침략할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나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