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찾아오면서 무더위쉼터가 문을 닫거나 축소 운영되고 있다. 이에 가마솥더위에 견디지 못한 7080 노인들이 공원 또는 거리로 나섰다.
21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서울 35.3도, 춘천 35.9도, 충남 아산 36.7도 등 전국 각지에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기온이 관측됐다. 전문가들은 이른 장마 종료와 티베트 고기압 발달, 지구 대기 흐름 등을 고려해 올해 극심한 더위를 예상했다.
쪽방에 사는 A 씨는 “집이 바깥보다 더 덥다. 코로나 때문에 쉼터나 경로당도 문을 닫아, 갈 데가 없어서 골목 바람이라도 쐬려고 한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이어 “여러 사람이 모여있는 공원, 골목이 코로나 때문에 걱정되기도 하지만 더워서 도저히 방에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되면서 인근 경로당은 문을 닫았고, 지자체가 운영하는 무더위 쉼터도 백신 접종자만 이용할 수 있다. 백신 접종 후 2주가 지난 사람들만 이용이 가능하니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있다. 주민센터도 코로나19 탓에 적극적으로 쉼터 사용을 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심해지는 여름철 폭염을 ‘재난’으로 인식하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정부는 폭염 대응 상황점검 관계차관 회의를 개최하고,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 최소화에 총력 대응하겠다고 21일 밝혔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폭염에 취약한 독거인, 노숙인, 쪽방 주민, 고령의 어르신들을 세심하게 보살피고 논밭에서 일하시는 농민, 야외 건설 현장 노동자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 지원하기로 했다”며 “국민들이 자신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폭염 특보와 폭염 대비 국민 행동요령에 대해서 재난방송 같은 각종 매체를 통해 충분하게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숨을 쉬고 싶어 시작한 달리기였다. 울트라 트레일러너 심재덕(52)은 칠전팔기의 도전으로 미국, 일본 등 산악마라톤 강국의 ‘강호’들을 찾아가 한판 승부를 겨루는 과정에서 꿀 같은 우승도 여러 번 맛봤다. 최근 인생의 숙원이었던 또 다른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 중인 그를 만났다.
코로나19가 바꾼 일상의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를 꼽는다면 사람들의 야외 활동이 부쩍 늘었다는 점이 아닐까. 그중에서도 ‘등산’과 ‘러닝’이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대중적 인기를 얻는 이유는 큰 제약 없이 언제든지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취미 활동이기 때문일 것이다. 말마따나 옷과 신발만 있고 체력과 마음만 있다면 누구든지 산을 오르고, 또 어디든지 달릴 수 있다.
‘트레일러닝’(Trail Running)은 등산과 러닝을 합한 산악 종목의 아웃도어 스포츠다. 전 세계적으로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스포츠는 국가와 지역에 따라 마운틴러닝(Mountain Running), 펠러닝(Fell Running), 알파인러닝(Alpine Running), 스카이러닝(Sky Running) 등으로 불리며, 우리나라에서는 오랜 기간 산악마라톤(Climbathon)으로 소개됐다. 1990년대 초반 북한산과 설악산 일대에서 산악구보 형태로 열린 대회를 효시로 볼 수 있다.
그 시작점에 울트라 트레일러너 ‘심재덕’이 있다. 트레일러너이기 전에 마라토너이기도 한 그는 오늘까지 30년 가까이 달려오면서 총 315회가량 풀 코스 마라톤 서브3(42.195km를 3시간 이내에 달리는 것)를 달성했고, 그중 100여 회 우승한 바 있는 ‘철의 사나이’다. 그를 일컬어 ‘철의 사나이’라고 부르는 건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실제로 그는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34년 동안 근무하며 조선업에 종사 중인 ‘철의 노동자’다.
철의 노동자는 어쩌다 달리게 됐을까?
모든 러너에게는 ‘러너가 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심재덕은 왜 달리게 됐을까? “1992년 말, 그러니까 제 나이 스물다섯 살에 기관지 확장증 판정을 받았습니다. 폐 속 기관지가 손상을 입어 점차 후각을 잃게 됐고, 비염과 축농증으로 끊임없는 잔병치레를 해야 했습니다. 입을 거의 벌린 채로 살았어요.” 일종의 직업병이었을까. 잠수함을 만드는 과정에서 과도한 화공약품에 노출되어 호흡기에 문제가 생긴 것이 이상할 리 없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게 됐을 때, 역설적으로 그는 ‘숨을 쉬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 전 달리고, 출근 후 점심시간을 쪼개 30분 동안 달리고, 퇴근 후 또 달렸다. 야간근무를 하면 달빛 아래 달렸다. 달리면 숨이 가빴지만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렇게 회사 근로자의날 기념 4km 마라톤에 출전해 우승했고, 이를 계기로 거리를 늘려 5km, 10km 마라톤 대회에도 출전했다. 나가는 족족 우승했다.
우승이라니! 어릴 때 괴산 분지골에서 학교 다닐 때도 공부로 상 한 번 받아본 적 없었던지라 갑작스럽게 발견한 재능 앞에서 얼떨떨해도 기분은 좋았다. 내가 이걸 잘하는구나, 열심히 하니까 이렇게 잘하게 되는구나, 더 잘하고 싶다! 그 후로 거리를 늘려 훈련해 하프 코스 마라톤에 출전했고, 달린 지 2년 만인 1995년 가을, 생애 첫 풀 코스 마라톤 대회인 춘천마라톤에서 2시간 39분 39초를 기록했다.
회사에 잘 뛰는 사람이 있다고 소문이 나니 사내를 비롯해 학교, 공공기관, 단체 등에서 마라톤 강연 의뢰가 빗발치듯 이어졌다. 특히 산업재해가 많은 조선업 종사자들에게 최고의 화두는 언제나 ‘건강’이었다. 6개월 동안 매주 월요일마다 수백 명의 사람들 앞에서 마라톤 강연을 했다. 덕분에 근골격 환자가 눈에 띄게 줄었고, 사내에 달리기 붐이 일어 무려 20개 정도의 마라톤 동호회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변화에는 IMF의 영향도 있었다.
그의 마라톤 서브3의 신화는 계속됐다. 1990년대 중반, 당시만 해도 마라톤 대회가 지금처럼 성황리에 열리지 않았다. 많아야 1년에 2~3회 정도. 지병이 있어서 뛰는 데 불편함이 컸지만 참고 잘 뛰었다. 뛰는 게 가장 좋았기 때문이다. 기관지 확장증 환자가 달린 지 2년 만에 서브3라니. 어쩌면 ‘타고난 재주’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성취에 대해 극구 ‘99%의 노력’이라고 말한다.
“타고났다니요. 저는 절대 아니라고 자신합니다. 학창 시절에 100m 달리기를 하면 15초 안에 들어온 적이 거의 없었어요. 그런 스피드로 그렇게까지 달릴 수 있었던 건 순전히 99%의 노력이었죠. 그만큼 열심히 달렸습니다.” 달리는 중에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장점을 발견했다. 바로 끈기, 인내, 즉 ‘지구력’이 좋다는 점이었다. 그는 자신이 오래, 멀리, 긴 거리를 달릴수록 도리어 힘이 나는 체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산길’을 달릴 때 더욱 힘이 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마라톤에 이어 산악마라톤에 발을 딛게 된 이유는 앞서 말했듯 그 시기에 마라톤 대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99%의 노력으로 기량은 한껏 올라와 있는데 솜씨를 발휘할 무대가 없는 상황. 있는 대회 없는 대회 전부 찾아다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간헐적으로 열리던 산악마라톤 대회에까지 출전하게 됐다. 1997년 제천 금수산 마라톤 대회였다.
산악마라톤의 황제가 되다
숨을 쉬고 싶어 시작한 달리기였다. 그리고 산을 달리는 동안에는 정말이지 이제야 자신의 호흡을 찾은 것 같다는 고조된 감정이 들었다. 산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내달리는 것이 평지를 달리는 마라톤보다 몇 배로 힘은 들었지만 그만큼 살아 있다는 기분 또한 강하게 들었다. 어릴 때 산과 들에서 뛰어놀며 터득한 감각이 산을 달리면서 터져 나왔다. 달리면 달릴수록 힘들었지만 돌아서면 즐거웠다. 행복했다. 계속 산을 달리고 싶었다.
30대 중반, 그는 삶의 순리처럼 산악마라톤에 빠져들었다. 지루하고 단조로운 마라톤과 달리 풍경과 지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산악마라톤에서 그는 인간 본연의 호연지기를 찾았다. 달릴 때, 특히 산을 달릴 때, 그는 자신의 몸과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감 없이 무기력하게 살아온 그간의 세월을 180도 뒤집는 강렬한 경험이었다.
더 크고 높은 산을 달리고 싶다는 열망이 국경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즈음 달리기 실력도 전성기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해외에서는 산악마라톤 대회가 많이 열리고 있었어요. 바야흐로 저의 산악마라톤 ‘원정’ 시대가 시작됐죠!(웃음)” 자영업자도 아닌 월급쟁이가, 그것도 거주지가 서울도 아닌 한반도 끝자락인 거제에서 해외의 산을 달리려 분투했으니 얼마나 많은 수고로움이 따랐을까.
해외여행이 활발했던 시기도 아니었고 마라톤이 지금처럼 인기를 끌던 시기도 아니라서 해외 마라톤, 특히 해외의 산악마라톤 대회 정보를 찾는 일이 쉬울 리 없었다. 울트라 마라톤을 다룬 책이라면 어떻게든 구해 읽었고, 해외 마라톤에 관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감사한 마음으로 호의를 받았다. 특히 영어라는 난관 앞에서 어려움이 컸지만 그때마다 신의 이끄심을 느꼈다.
그런 칠전팔기의 도전으로 미국, 일본 등 산악마라톤 강국의 ‘강호’들을 찾아가 한판 승부를 겨루는 과정에서 꿀 같은 우승도 여러 번 맛봤다. 특히 2006년 미국에서 열린 MMT(Massanutten Mountain Trail) 100mile 레이스에서는 세계적인 선수 칼 멜처를 제치고 17시간 40분 45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같은 해 일본의 대표적인 산악마라톤 대회 하세츠네컵에서는 71.5km 산길을 최초로 8시간 이내 기록으로 우승해 유명세를 떨쳤다. 이듬해 출전한 미국의 유서 깊은 트레일러닝 대회 웨스턴 스테이츠 100mile에서도 전체 순위 10위라는 좋은 성적을 냈다.
산악마라톤이 무엇인지, 칼 멜처가 누구인지, 알아주는 사람도 없었고 박수 쳐주는 관중도 없는데, 그렇게 갈급해 해외의 산을 찾아다닌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우승하려고요. 세계 최고의 울트라 러너가 되고 싶었으니까요. 세계의 센 놈들(?)과 대결해 이기는 기쁨을 맛봤으니까요.” 그렇게 산악마라톤 해외 원정에 쏟아부은 비용만 연간 1000만 원 정도. 10년이 넘었으니 합하면 1억이 훌쩍 넘는다. 그 돈 아꼈으면 지금쯤 아파트 한 채는 샀을 거라고. 하지만 후회는 없다.
영원한 현역을 꿈꾸며
그는 지금도 여전히 달리고 있다. 보통 등산객들이 2박 3일에 걸쳐 완주하는 지리산 화대종주(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의 지리산 주능선) 47km도 무려 7시간 42분 만에 내달린다.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20~40대 후배 러너들과 같은 대회를 달려도 거뜬히 우승할 정도로 울트라 마라토너로서, 트레일러너로서 그는 건재하다. 또 달리기를 시작한 이래 유지하고 있는 ‘턱걸이 60개 철칙’(턱걸이를 60개 하지 않으면 밥상 앞에서 숟가락을 들지 않는다) 또한 변함없이 실천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인생의 숙원이었던 또 다른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 중이다. 바로 그의 달리기 인생을 담은 단행본 작업이다. “요즘은 퇴근하면 집에 가서 컴퓨터 켜고 매일 원고를 쓰고 있어요. 보통 새벽 1시까지 쓰고, 일찍 잔 날은 새벽 5시에 일어나 마저 원고를 씁니다. 24년 가까이 훈련일지를 써온 것이 도움이 됐어요. 책을 쓴다는 게 쉽지 않았는데 역시 노력하니 끝이 조금씩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출간 예정입니다.”
그렇게 뛰었는데 ‘무릎’ 아프지 않냐고 물었다. 어떻게 달려야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달릴 수 있냐고. “달리기를 시작하시는 분은 처음부터 뛰지 마세요. 걸으세요. 걷다가 뛸 수 있는 체력이 되면 그때부터 조금씩 뛰면서 그 거리를 늘려보세요. 그리고 기본은 언제나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입니다. 이런 기초가 잘 닦이면 부상 없이 오래, 멀리, 즐겁게 달리실 수 있을 겁니다.”
세월이 흐르고 지금보다 더 나이 들면 그의 몸도 노화가 올 것이고 지금과 같은 기량도 언젠가는 과거의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날에 대한 아쉬움이나 조바심은 없다고 말한다. 그 또한 삶의 순리대로 가는 것 아니겠냐며. 다만 그날까지 한 점의 후회도 없이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자신의 한계를 보고 싶다고. 남다른 달리기 열정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여러 모로 자극과 귀감이 되고 있는 심재덕은 ‘영원한 현역’으로 남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달리고 있다.
입문자들에게 안내하는
트레일러닝 필수 아이템 11
1 기능성 상의와 방풍 재킷 면 소재 의류는 땀이 잘 마르지 않아 체온을 떨어뜨리므로 쿨맥스 소재의 기능성 상의를 착장한다. 변화무쌍한 기온에 대비해 방풍 재킷도 준비한다. 비 소식이 있다면 방수 소재 재킷을 챙긴다.
2 기능성 하의 면이나 청 소재 바지는 하체의 활동성을 떨어뜨리며 신체 컨디션을 조절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최근 기능성 하의는 바지 내부에 속옷이 달려 제작된다.
3 모자 계절과 날씨 등 상황에 따라 선캡, 비니, 바이저 등의 모자를 착용한다.
4 GPS 시계 개인의 활동 거리, 시간, 고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GPS 시계를 활용하면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운동할 수 있다. 고가이므로 입문 단계에서는 휴대폰 앱을 활용해도 무방하다.
5 서바이벌 블랑켓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로 인한 저체온증 사고에 대비해 배낭 안쪽에 항상 챙겨둔다.
6 헤드램프 길을 잃어 하산 시간을 놓치는 사태에 대비해 항상 준비한다.
7 과일 개인의 기호에 따라 수분과 당을 동시에 보충할 수 있는 과일을 준비한다.
8 트레일러닝 배낭 산에서 빠르게 물과 간식 등을 보급할 수 있도록 평소 트레일러닝 배낭을 등에 멘 채 달리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착용했을 때 몸에 이물감이 없으면서 활동 거리에 적합한 용량의 트레일러닝 배낭을 준비한다. 보통 4~12리터를 착용한다.
9 에너지젤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을 간편하고 빠르게 섭취할 수 있도록 젤 형태로 만든 혼합음료다. 1시간에 30~60g 정도 섭취하길 권한다.
10 물 사용하기 편한 형태의 수통 안에 1리터 이상의 물을 준비해 수시로 급수한다. 트레일러닝 배낭 내부에 하이드레이션 시스템의 물팩을 넣어 호스를 이용해 마실 수 있고, 트레일러닝 배낭 어깨 밴드 부분의 주머니에 수통을 장착해 마실 수 있다.
11 트레일러닝화 발의 볼과 아치 등 족형에 맞는 트레일러닝화를 준비한다. 활동 중 발이 부을 것을 대비해 일상화보다 한 치수 큰 사이즈의 신발을 권한다. 자신의 족형에 맞는 트레일러닝화를 추천받고 싶다면 신촌 ‘러너스클럽’을 방문해보자.
“한날한시에 같이 가자고. 사는 것도 같이 살고.”
2년 전 작가 이외수 씨와 졸혼(卒婚)을 선언해 화제가 된 아내 전영자 씨가 투병 중인 이 씨의 곁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졸혼은 이혼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혼인 관계는 유지하지만 부부가 독립적으로 사는 삶의 형태다.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가 2004년 쓴 책 ‘졸혼을 권함’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 씨의 장남 한얼 씨는 지난 15일 짤막한 영상을 통해 이 씨의 근황을 전했다. 54초 분량의 영상에서 전 씨는 병상에 누운 이 씨의 다리를 주무르며 “여보, 이러고 둘이 사는 거야. 혼자면 외로워서 안 돼. 한날한시에 같이 가자고. 사는 것도 같이 살고”라고 말했다.
삼킴 장애로 말하기 힘든 이 씨는 대답 대신 전 씨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이어 전씨가 “한날한시에 가지만 서로 다른 길로 가자. 다른 사람 만나게”라고 농담하자 가벼운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이 씨와 전 씨는 결혼 44년 만인 지난 2019년 졸혼을 선택했다. 이후 이 씨는 강원도 화천에서, 전 씨는 강원도 춘천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했다.
졸혼 이유에 대해서 전씨는 “몸이 아프면서 모든 게 귀찮아졌다. 남편을 도와 하루에도 30명씩 손님을 맞는 삶에 지쳐버렸다"며 "철저히 외로워지겠다는 생각에 남편에게 이혼을 꺼냈더니 졸혼을 권하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이 씨가 뇌출혈로 쓰러지자 전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졸혼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산들바람 산들 분다 (최성각 저·오월의봄)
‘환경운동 하는 작가’로 알려진 저자가 18여 년간 강원도 춘천에서 산촌 생활을 하며 느낀 점을 모은 책이다. 겸손하게 사는 삶, 자연과 인간의 공존 등의 메시지를 담백하게 풀어낸다.
걷기를 생각하는 걷기 (울리 하우저 저·두시의나무)
독일 중년 저널리스트가 100일간 떠난 걷기 여행기. 저자만의 생생한 경험과 더불어 걷기 전문가의 의학적인 견해, 세계 곳곳의 길에 얽힌 역사 등 ‘걷는 일’에 관한 모든 내용을 담았다.
당신 마음 가는 대로 살아도 됩니다 (시미즈 켄 저·시그마북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저자가 인생에 ‘오춘기’가 찾아온 이들을 위해 마음을 다스리는 솔루션을 제시한다. ‘남이 원하는 나’가 아닌 ‘내가 원하는 나’로 사는 법을 이야기한다.
선동열 야구학 (선동열 저·생각의힘)
레전드 투수 출신 선동열이 국내 프로야구와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특징을 흥미롭고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현 야구 선수와 코치, 감독 인터뷰도 수록돼 현장감을 더한다.
입체 꽃자수 수업 (이연희 저·나무수)
우리 꽃 야생화를 입체 자수로 표현한다. 초심자도 도전할 수 있도록 15가지 기초 자수법만으로 완성할 수 있게 구성했으며, QR코드를 수록해 영상으로도 이해를 돕는다.
발효식탁 (김봉경 저·수작걸다)
누룩소금, 누룩간장 등 10가지 누룩발효조미료로 만든 72가지 발효 요리 레시피를 소개한다. 시판 조미료에 누룩만 더하는 간편한 방법으로 발효 식품의 효능을 낼 수 있게 했다.
1년 넘게 지속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우울감, 무기력증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가 시니어를 덮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발간한 진료비통계지표(진료일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의원급에서 전체 내원일수가 4억 6822만일로 전년 대비 15.4% 감소했다.
다른 과들이 내원 환자들이 줄어든 것과 달리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환자가 크게 늘어났다. 심평원에 따르면 정신건강의학과 내원일수는 1281만일로 같은 기간 10.0% 증가, 두 자릿수의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장기화가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코로나 블루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되는 가운데, 충청권·호남권·강원권 트라우마센터가 6월 30일 새로 문을 열었다. 이로써 수도권역을 담당하는 국가트라우마센터와 영남권 트라우마센터(부곡병원)를 비롯해 전국 5개 권역에서 트라우마센터가 시니어들의 ‘마음 건강’ 지원을 본격화한다.
이번에 개소한 트라우마센터는 각각 국립공주병원, 국립나주병원, 국립춘천병원에서 운영한다. 세 곳은 지난해 12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에 따라 신설됐다.
권역별 트라우마센터는 ‘마음 안심버스’를 운영해 재난 시 신속한 심리 지원을 제공하고, 평소에는 노인, 장애인 등 취약 계층을 직접 찾아가 심리 상담을 진행한다.
보건복지부는 “국가-권역별 트라우마센터는 지역 자원과 연계와 협력도 강화해 전국적인 재난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산불, 풍수해와 같은 지역 재난에도 심리 지원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주’라고 하지만, 이 남자의 손주 사랑은 꽤 유별나다. 여름에는 ‘할아버지의 여름 캠프’를 준비해 손주들과 강원도 농막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가 하면, 겨울에는 산타 할아버지로 변신해 아이들 앞에 깜짝 선물을 들고 찾아온다. 그 모든 기록은 그의 블로그에 빼곡히 담겨 있다. 조용경(70)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대표이사 부회장의 이야기다. ‘워커홀릭’ 인생 2막을 매듭짓고, ‘손주홀릭’으로 노년을 지내고 있는 조 전 부회장의 특별한 손주 사랑법을 들여다봤다.
“축하해주세요. 제가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조 전 부회장의 블로그 중 ‘손자바보의 육아일기’ 카테고리에 게시된 첫 글이다. 글 안에는 그의 첫 손주 현우의 신생아 적 사진이 담겨 있다. 첫 글부터 1년 단위로 나뉘어 있는 폴더를 눌러보면 늘어나는 숫자만큼 쑥쑥 자라난 손주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남이 봐도 대견한데, 할아버지 눈에는 오죽 사랑스러울까. 손주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는지 이야기를 꺼내는 그의 표정은 싱글벙글하다.
“손주들이 태어나고 나니까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었어요. 인생이 달라지는 것 같고요. 무엇보다 저는 6·25 전쟁통에 태어나서 어린 시절의어떤 기록도 남아 있는 게 없어요. 그냥 백일 사진, 돌 사진 한두 장 정도가 다예요. 그게 참 안타까워서 우리 손주들은 태어나서부터 성장할 때까지의 기록을 남겨줘야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블로그를 시작했죠.”
손주는 절친한 벗이자 스승
손주들을 위한 기록을 남긴 지 어느덧 11년째. 그 사이 고사리 같은 손발로 기어 다니던 두 손주는 친구들과 노는 데 푹 빠질 나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할아버지 뒤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닌다. 손녀 현아도 할아버지를 만나는 날이면 껌딱지처럼 떨어질 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함께 즐기는 놀잇거리가 꽤 다양하다. 바둑, 알까기, 배드민턴부터 최근에는 복잡한 보드게임까지 연마하고 있다.
“거창한 교육 철학은 없지만, 몸이 힘들어도 친구처럼 놀아주려고 해요. 누가 보든 말든 홀랑 벗고 팬티 하나만 입고 같이 수영장 들어가서 놀고, 침대에서 레슬링하고, 음식도 만들어서 먹이고 그러는 거죠. 어떨 때는 우리 집사람도 한심하다는 듯 봐요.(웃음) 그래도 손주들은 잔소리하는 할아버지보다 같이 놀아주는 할아버지를 좋아해요. 아이들에게 어른의 기준을 요구하는 대신, 어른이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때로는 친구가 아닌 스승과 제자처럼 지내기도 한다. 대신 여기서 스승은 손주다. 그는 ‘논어’에 나오는 고사성어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세 사람이 같이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를 인용하며 손주를 통해서도 배울 점이 많다고 강조한다. 손주와 가까이 지내는 그만의 두 번째 비결이다.
“작년에 동영상 편집을 공부하려고 학원을 알아보는데, 승우가 가르쳐주겠대요. 그러더니 영상 자르고 붙이기, 자막 쓰기, 음악 넣기 등 영상 편집하는 방법을 삐뚤빼뚤한 글씨로 1번부터 10번까지 적어온 거예요. 감동도 감동이지만 충격이었어요.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아이들과 소통을 잘하려면 계속 배워야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날 승우에게 ‘이제부터 승우가 할아버지 선생님이다!’ 하니 무척 좋아하더라고요.”
할아버지의 특별한 자연 수업
2014년 우연한 계기로 마련한 강원도 춘천의 농가 주택은 손주들의 또 다른 놀이터다. 봄에는 상추나 고추 모종을 심으며 싱그러운 계절을 느끼고, 가을에는 밤송이를 줍기 위해 뛰어다니고, 겨울에는 내리막길에서 썰매를 탄다. 모니터 안의 게임 화면보다 생동감 넘치고 즐거운 놀이다. 사계절 내내 자연 속에서 손주와 뒹굴며 행복을 느끼는 건 조 전 부회장도 마찬가지. 그중에서도 그는 ‘할아버지의 여름 캠프’를 잊지 못할 추억으로 꼽는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이어져온 가족만의 작은 연례행사다.
“자연 속에서 지내는 걸 손주들이 생각 이상으로 좋아하더라고요. 걔들 눈에는 모든 게 다 장난감이잖아요. 돌멩이도 장난감, 개구리도 장난감. 그 모습에 제가 위안을 받은 것 같아요. 덕분에 추억이 참 많아요. 낮에 너무 열심히 논 나머지 손주 녀석이 자다가 이불에 지도를 그린 적도 있고, 세 녀석과 파고라에 누워 별을 보며 잠들었던 기억도 나네요.”
마냥 평화롭게만 보이는 농촌 생활이지만, 위험천만한 상황도 종종 겪었다. 뱀이 수시로 마당이나 텃밭을 기어 다녀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은 기본, 말벌에 이마를 쏘여 응급실로 실려 간 적도 있었다. 이 정도면 자연에 신물 날 법도 한데, 손주들이 즐거워하면 그만이라는 그다.
“벌에 쏘였을 때는 눈앞에서 번개가 치는 줄 알았어요. 병원에 가려고 집 밖을 나서다가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들어가서 손주들을 한 번씩 안아주기까지 했다니까요. 위험한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손주들이 자연과 가까워지고 친해지는 것 같아 좋더라고요. 더 이상 송충이도 무서워하지 않게 되고요.”
배려하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손주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그는 때때로 자신의 조부모를 떠올린다. 조부모 밑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기억이 있어서다. 공립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조 전 부회장의 아버지는 직업 특성상 2~3년 주기로 전근을 다녔다. 어린 동생들은 아버지를 따라갔지만, 장손인 그는 열 살이 될 때까지 조부모와 함께 살았다.
“할아버지와 사랑방에서 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매일 새벽이 되면 깨워서 세수를 시키시고, 호롱불을 켜놓고 ‘천자문’과 ‘명심보감’을 알려주셨죠. ‘일생지계재어유’(一生之計在於幼·일생의 계획은 유년 시절에 세운다)라는 옛말처럼 어린 시절부터 공부를 한 덕분에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었어요. 제가 인생의 스승으로 삼는 사람이 세 분 있는데, 그중 할아버지가 첫 스승이에요.”
손주 사랑도 유전인가 싶을 정도로 그의 조부모 역시 그를 애지중지 아꼈다. “사랑을 받은 사람이 사랑을 베풀 줄 안다”는 그의 말이 이해되는 지점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사랑에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듯했다.
“손자에 대한 사랑이 맹목적인 분들이셨어요. 모든 것을 제 중심으로 맞춰주셨죠. 집 앞 산이나 강도 쉽게 못 갔어요.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서 성장 과정에서 버릇없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었죠. 그런 기억이 있어서인지 손주들은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싶더라고요.”
마지막까지도 ‘손주’
건설업계에서 30년간 굵직한 족적을 남기고 자식 농사도 성황리에 끝마쳤으니 이제는 느긋이 노년을 즐기며 쉴 법도 한데, 조 전 부회장은 여전히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0여 년 전 작성한 버킷리스트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특이한 점은 버킷리스트 대부분이 손주들에게 해줄 것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 손주들과 몽골 초원에 누워 밤하늘의 별 바라보기, 2년에 한 번 손주들과 해외여행 가기, 장학금 만들어주기 등 온통 손주를 위한 이벤트뿐이라 손주들이 쓴 버킷리스트인지 헷갈릴 정도다. 물론 ‘할아버지의 여름 캠프’도 그중 일부다.
“2008년에 영화 ‘버킷리스트’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밤을 새워가며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 30가지 정도를 꼬박 적었죠. 3년 뒤 현우가 태어나고 다시 펴봤어요. 그때 보니 손주하고 아무 관계 없는 것들만 써놨더라고요.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서 손주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들로 다시 썼죠. 몽골 여행은 올해 목표였는데 코로나 때문에 어려워졌지 뭐예요.”
이야기 도중 그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작은 USB 카드 3개가 눈에 들어왔다. 세 손주의 성장 과정과 함께한 추억을 사진으로 정리한 것이다. 틈날 때마다 사진기를 든 덕분에 두 손자는 2000장, 뒤늦게 태어난 손녀 현아는 700~800장 정도의 사진이 모였다. 첫머리에는 할아버지가 보내는 영상 편지도 담았다.
“올해 안에 선물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어요. 나중에 이걸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없어도 영원히 제 곁에 있다고 느끼지 않을까 싶어서요. 세 녀석이 할아버지를 ‘세상에서 가장 나를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기억해주었으면 해요.”
조 전 부회장과 함께 사는 둘째 손자 승우 군이 인터뷰 중 할아버지를 찾아 카페로 왔다. 자다 일어나니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아서였다. 그런 손주를 바라보는 조 전 부회장의 눈은 사랑으로 가득했다. “인생 후반전에 주어진 새로운 삶의 에너지원, 나의 부활”을 마주할 때만 짓는 표정이었다.
손주 마음 엿보기
Q. 할아버지랑 뭐하고 놀 때 제일 좋아요?
A. 알까기 할 때요. 하지만 제가 이겨요. 오목은 할아버지가 더 잘해요. 여름에 같이 파고라에 누워서 자는 것도 재밌어요.
Q. 할아버지 왜 좋아요?
A. 너무너무 착해요. 잘 놀아주고, 원하는 거 많이 해줘요.
Q. 앞으로 할아버지랑 같이하고 싶은 건요?
A. 단둘이 미국으로 여행 가고 싶어요.
Q. 단둘이? 현우, 현아랑 셋이 가면 좋잖아요.
A. 아뇨, 할아버지랑 둘만 갈래요.(웃음)
대한민국을 재발견하는 재미와 별개로 간절한 것이 바로 ‘먼 이국’으로의 여행이지만 지금은 해외로 나가는 발길이 묶여버린 상황. 언제까지 코로나19가 잦아들기만을 넋 놓고 기다릴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홀로,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저비용 고효율로 즐길 수 있는, 이름하여 ‘한국에서 즐기는 외국 여행’ 가이드. 인생은 짧고 갈 곳은 많다. 한국에서 만나는 독일, 스위스, 사막, 지중해, 중국, 스페인 산티아고, 아프리카 등 지금 당장 가슴이 끌리는 그곳으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해외여행)을 떠나보자!
한국에도 사막이 있다?
신두리 해안 사구
우리나라 최대의 해안 사구 지대로서 해안 사구가 지닌 환경적, 생태적 가치가 인정되어 2002년 11월 해양수산부에 의해 생태계 보존 지역으로 지정됐다. 오랜 세월 바람에 의해 날려온 해안의 모래가 쌓여 만들어졌으며 길이 약 3.4㎞, 폭 약 200m에서 최대 1.3㎞ 규모로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사구 표면은 대부분 사초로 덮여 있으나 육지 쪽에는 방풍림이 조성되어 있고 해안 가까이 해당화도 자라 사구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신두리 해안 사구는 현재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으로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생태계 보존 지역이니 자연을 아끼는 각별한 마음도 가져가야 한다.
위치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유럽풍 숲속 정원을 거닐다
제이드 가든
숲속 정원 ‘제이드 가든’(Jade Garden). 새소리와 물소리가 어우러진 자연의 공간 만병초원을 비롯해 어릴 적 즐겨 읽고 보던 동화 ‘백설공주’와 ‘신데렐라’를 모티브로 지은 유럽풍 마을, 젊은이들의 프러포즈 장소로 인기가 좋은 이탈리아 웨딩가든, 그리고 수생식물원, 고산식물원, 꽃물결원, 피크닉가든, 은행나무미로원, 키친가든, 재배온실 등을 천천히 거닐며 몸과 마음을 치유해보자. 레스토랑, 카페, 기념품점 등의 휴게 공간도 마련돼 있고 가든 가꾸기 프로그램도 상시 진행한다. 하절기 기준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입장료는 성인 9500원, 경로우대 7000원. 굴봉산역-제이드 가든 왕복 셔틀은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
위치 강원 춘천시 남산면 서천리 햇골길 80
독일 교포들의 생활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
독일마을
1960년대 독일의 광산과 병원에서 일해온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은퇴 후 한국에 돌아와 살 수 있도록 마련한 생활 터전이다. 독일에서 반백 년 가까이 살았던 교포들이 실제로 살고 있어 독일 정취와 문화를 느끼고 경험하기에 좋은 곳이다. 2001년, 남해군이 사업비 30여 억 원을 들여 40여 동의 건축물 택지를 교포들에게 분양했다. 그 후 이 주택들은 교포들의 주거지 또는 휴양지로 쓰이는 동시에 일반 관광객들을 위한 민박으로도 운영되고 있다. 독일 전통 소시지와 맥주 맛보기, 독일마을 추억 만들기, 전통의상 입어보기, 파독 전시관 관람하기 등이 대표 체험 프로그램이다. 상주하는 독일 교포들이 해설사 역할도 한다.
위치 경남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1074-2
오감 만족 스위스
에델바이스 스위스 테마파크
아름다운 숲과 마을, 스위스풍 건축물과 공원을 통해 스위스의 자연과 문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커피, 치즈, 초콜릿, 와인 등 스위스를 대표하는 다양한 주제별 박물관을 포함해 스위스 테마관, 동물농장, 양떼목장, 사랑의 연못, 에델바이스 광장, 갤러리, 포토존 등 전시 시설과 전원 시설을 다채롭게 누릴 수 있다. 어둑해지면 인터라켄 마을의 아름다운 야경을 만날 수 있다. 주말 기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운영되며 입장료는 성인 9000원, 경로우대 7000원.
위치 경기 가평군 설악면 다락재로 226-57
포천 숲속에서 느끼는 아프리카의 숨결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카라반펜션캠핑장
태천만 관장이 수년 동안 아프리카 대륙 30여 개국을 다니며 150여 부족에게 수집한 유물과 민예품 560여 점, 석목 조각 330점, 미술품 30점 등을 통해 아프리카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성인식, 토속 춤, 혼례 및 장례 등 제례의식과 왕족, 족장, 전쟁과 사냥 등과 관련한 유물 및 악기, 각종 생활용품도 감상할 수 있다. 최근에는 카라반펜션캠핑장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 도심을 벗어난 자연에서의 낭만적인 하룻밤까지 즐길 수 있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10시에서 저녁 6시까지 운영하며 요금은 성인 1만2000원, 경로우대 1만 원.
위치 경기 포천시 소흘읍 광릉수목원로 967
산토리니의 호젓한 골목을 걷고 싶다면
지중해마을
푸른 지붕에 파스텔 톤 골목들이 알록달록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지중해에 접한 그리스의 섬과 프랑스 남부의 건축 양식을 빌렸다. 지중해마을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7년. 원래는 너른 포도밭이었는데 주변 땅이 개발하면서 탈바꿈의 시기를 거쳤다. 3층짜리 60여 동 건물에는 레스토랑, 와인바, 베이커리, 카페, 기념품 숍, 식당,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 주민들의 거주 공간 등이 마련돼 있다. 야간에는 골목 위로 은하수 조명이 매달려 마을 분위기를 한층 돋운다. 또 마을 공원 곳곳에는 벤치가 있어 이국적인 건물을 바라보며 호젓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
위치 충남 아산시 탕정면 탕정면로8번길 55-7
사진 출처 충남 홈페이지
한국적 정취와 어우러진 작은 산티아고
기점·소악도 순례자의 길
신안군 다도해에 자리 잡은 작은 섬이다. 목포나 무안에서 배를 타고 30분에서 1시간이면 갈 수 있다. 썰물 때면 드러나는 노둣길이 대기점도, 기점도, 소악도, 진섬을 마치 하나의 섬처럼 이어준다. ‘기점·소악도 순례자의 길’은 하나로 이어진 이 섬들을 걷는 12㎞ 트레일이다. 길을 이어 걷는 중간에 예수의 제자 12사도의 이름을 딴 열두 개의 예배당을 쉼터처럼 만날 수 있다. 참고로 섬에는 마을 사무국에서 운영하는 식당과 게스트하우스가 한 곳 있으며 섬 누리집에는 교통편과 노둣길 물때 등 여행에 필요한 정보가 잘 정리되어 있어 처음 가는 사람도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
위치 전남 신안군 증도면 병풍리
동기들과 춘천여행을 했다. 코로나19가 신경 쓰였지만 모든 활동을 멈출 수는 없다. 50+ 세대 열두 명이 4대의 차에 나눠 타고 춘천으로 향했다. 목적지까지 차로 이동하니 조심하면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가을처럼 푸르렀다. 춘천에 들어서기 바쁘게 그 유명한 닭갈비를 먹었다. 춘천에서 제일 맛있는 집이라는데 입맛이 다르니 각자 판단할 일이다.
우리가 간 곳은 2001년도 범죄 없는 마을로 선정된 곳이다. 마치 증명이라도 하듯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관광지도 아닌 이곳을 찾은 이유는 동기 중 한 사람의 지인이 폐교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데 장소가 넓어 모임하기 좋다는 점이 컸다.
서울이 고향인 나는 이렇게 작은 학교도 있구나? 할 만큼 교실이 몇 칸 안 되는 건물이었다. 신기했다. 주인의 인심을 말하듯 활짝 열린 문으로 들어서자 지금은 보기 힘든 옛 물건과 미술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주로 서양화였다. 인수한 지 얼마 안 되어 구상한 인테리어를 조금씩 해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미완성이라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더 좋았다. 잔디가 있고 풀과 꽃이 함께 자라는, 예전엔 운동장이었을 너른 공간이 좋았고 차에서 내렸을 때 여기저기 피어 있던 계란꽃으로 불리는 개망초도 많아 좋았다. 낮은 폐교 앞뒤로 보이는 넓은 하늘도 좋았다. 폐교를 사방이 둘러싼 형태라 마치 따스한 엄마의 자궁처럼 느껴졌다. 뜻 모를 그리움도 스멀스멀 피어났다.
불과 몇 시간 전 괜히 나섰나 했던 마음이 떠올라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사실 하루 전만 해도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 자리가 남아 얹혀간 것이나 다름없다. 때마침 아이와 콩닥대고 마음도 복잡한 상태였다. 집에 있으면 더 나빠질 게 틀림없었다. 피하고 싶었다. 아이도 나도 휴식이 필요하다고, 스스로 잘한 선택이라고 토닥이며 나선 길이었다. 결과적으로 아주 잘한 일이었다. 한때는 마을 아이들의 작은 숨소리가 들렸을 교실을 둘러보는 동안 마음이 안정되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짐을 풀고 한동안 주변을 둘러봤다. 저녁에는 바비큐 파티를 했다. 영업을 하는 곳이 아니어서 오는 길에 장을 봤던 터라 음식이 푸짐했다. 고기는 양껏 먹어도 줄어들지 않았다. 나중에는 집주인이 기르는 두 마리의 풍산개도 거들어야 했다. 직접 담근 된장을 풀어 끓인 된장국은 두부와 호박과 파만 듬뿍 넣었을 뿐인데 세상 어느 요리보다 꿀맛이었다.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밥을 먹어선지 행복이 온몸에 스며들었다.
장구를 챙겨온 동기들이 있어 돌아가며 장구의 기본을 익혔다. 잠시 몰두했는데도 등줄기로 땀이 흘렀다. 장구를 치면 절로 체중이 줄 것 같다. 한번 해볼까? 자꾸 마음이 동했다. 역시 여행은 마음의 여유를 준다. 춘천에 있다는 사실이 집에서의 북적임을 잠시 잊게 해줬다.
해가 지기 시작했다. 별이 보인다는 말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우르르 운동장으로 나갔다. 커다랗게 빛나는 샛별 하나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우리 집 베란다에서 밝게 보이던 샛별 하나가 “너였구나? 나야 나” 하며 아는 체하는 것 같았다. 불빛에서 좀 더 벗어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더 많은 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밤하늘 가득 보석이 박혔다. 누군가 한 줌 집어 뿌린 것 같았다. 서울에서는 볼 수 없었던 북두칠성이 고개를 들 때마다 보였다. 그저 별을 본 것뿐인데 가슴 밑바닥에서 울컥하며 찌릿함이 올라왔다. “별은 늘 그 자리에 있다”는 어느 영화 대사가 떠올랐다.
센스 있는 동기가 준비한 폭죽으로 운동장은 금세 파티장으로 변했다. 폭죽을 하나씩 손에 든 어른들이 까만 운동장을 콩콩 뛰어다녔다. 수십 년의 세월을 거슬러 다시 아이가 된 것 같았다. 저마다의 행복이 몸을 뚫고 까만 세상에 퍼져나갔다.
불쑥 떠난 여행인데 오래 계획한 여행보다 좋았다. 마음에 말을 걸 듯 ‘둥둥’거리던 장구소리도 잊히지 않았다. 춘천에서 돌아오는 내내 장구를 배우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에 도착했을 때 마침내 장구를 시작할 것을 알았다. 다시 춘천을 찾을 것도.
닭갈비는 전국적인 요리가 됐다. 그러나 역시 원조는 춘천 닭갈비. 확실히 춘천에 가서 먹는 원조 닭갈비는 타지방 닭갈비와 차이 난다. 그래서 서울 등지에서는 닭갈비를 맛보러 일부러 춘천을 찾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춘천에 관광하러 갈 게 아니라면 굳이 닭갈비만 맛보러 춘천까지 찾아갈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포장 판매를 하고, 전국으로 택배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춘천을 찾은 김에 포장 닭갈비를 사서 기자의 고향인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하천리 농촌마을에 갖고 가서 함께 요리, 고향마을 사람들과 함께 맛을 봤다.
대형 프라이팬 앞에 옹기종기 모여서 오랜만에 동네 이야기를 나누면서 요리를 시작했다. 사 갖고 간 춘천 닭갈비 세트에는 닭갈비, 떡국, 면, 양배추, 깻잎, 고구마, 무, 치즈, 고추장, 양념이 들어 있고 세트에 없는 고추, 마늘, 양파, 김치, 상추 등은 현지에서 준비했다.
큰 프라이팬에 고기와 양념 채소 등을 넣고 20분 정도 지나니까 익기 시작했다. 양배추와 양파 등 채소부터 먼저 건져 먹고 다른 것은 차례로 익는 대로 먹었다. 면과 고구마, 떡국, 닭갈비는 조금 뒤에 익었다. 닭갈비에 채소 그리고 마늘 등을 넣고 깻잎이나 상추에 쌈을 싸서 먹는 것도 별미다. 어른이나 아이들 모두 별미라며 맛있게 먹었다. 하긴 제주에선 그런 식의 닭고기 요리는 먹은 적이 없었으니. 어른들은 주로 쌈으로 먹고 아이들은 고기와 고구마를 골라서 먹었다.
요리하는 방법도 세트에 안내되어 있어서 그대로 실행하면 큰 어려움이 없었다. 채소와 고기를 먹고 난 다음에 밥을 볶아 먹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춘천 원조 닭갈비는 품질 좋은 닭고기를 사용하고, 부위별로 적당하게 자르고, 양념에 들어가는 재료와 거기에 맞는 채소들을 잘 조화시켜서 제대로 맛을 내는 것 같다.
춘천 시민들에게 봄을 맞는 춘천의 어디를 가보는 게 좋을까요? 라고 물어봤더니 많은 사람들이 카페 거리를 가보라고 권했다. 의외였다.
막상 방문해보니 춘천시 카페거리는 새 봄과 함께 가족끼리, 이웃끼리, 연인끼리 함께할 수 있는 춘천의 멋이 담긴 거리였다.
춘천시의 카페는 사전적 의미의 수준을 넘어서 다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드라이브 코스로, 전망대로, 모임 장소로, 휴식장소로, 그리고 특이한 음료를 제공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그런 용도들에 맞게 위치도 선정하고 시설해놓았다. 많은 카페 중에서 시민들이 추천한 구봉산 카페 거리와 소양강댐 주변의 감자밭 카페를 찾아갔다.
구봉산 카페거리는 춘천시 동면 장학리에 조성되어 있다. 강원도청 소재지가 있는 중앙로에서 구봉산 카페거리까지는 약 7Km. 춘천시를 방문한 지난 1일 저녁을 먹고 카페에서 야경을 보기 위해서 이 곳을 찾아갔다.
구봉산 카페 거리에 있는 많은 카페 중에서 “구봉산 카페 편의점”을 방문했다. 위치가 너무나 좋았다. 차를 마시며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주변 경관과 야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새 봄을 대비하여 주경시설도 아름답게 꾸며놓았다. 편의점도 같이 운영하는 특이한 형태의 카페다. 아메리카노 커피는 3,000원이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3,500원.
밤에는 밤대로 야경이 아름답고 낮에는 춘천시내가 다 보여서 전망이 좋은 곳이다. 그래서 주야로 춘천시의 모습을 보면서 분위기를 즐기며 차를 마실 수 있다. 춘천시에서 가볼만한 곳 베스트 10에 춘천시 카페거리가 포함되어 있다.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에 있는 감자밭 카페. 춘천시 중앙로에서 카페까지는 10km 정도. 소양강댐에서 가까운 곳이다. 젊은이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카페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운영하는 카페다.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공부도 하고 책도 보고 대화도 나누기도 한다. 농장에서 재배한 농산물이 적절하게 배치돼있다. 쉬기 위해 시내에서도 이곳까지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2일 오후에 찾아갔다. 좋은 자리는 모두 손님들로 꽉차 있었다. 20분 정도 기다렸더니 편안한 자리가 나와서 쉬면서 편안하게 차를 미실 수 있었다. 카페 안에서 앞에 보이는 소양강댐과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책도 읽으면서 차를 마실 수 있었다. 이 카페에 오면 계절별로 꽃을 볼 수 있고 농사를 짓는 것도 볼 수 있다. 감자 카페라테는 6,000원, 아메리카노는 5,000원. 새봄을 맞기 위한 야외 행사 등을 준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