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는 의사의 봉인가? 필자는 60대 초반까지도 좌우 시력이 1.0에서 1.2 정도로 양호한 편이었다. 그러나 4~5년 전부터 점차 시력이 약해지기 시작해 삼성동에 있는 S병원 안과에서 6개월에 한 번씩 검진을 받아왔다. 담당 의사는 백내장 증세가 약간 있으나 심하지 않다면서 매번 좀 더 두고 보자고 하였다. 그러나 시력이 0.4~0.6 정도로 나빠지면서 책을 보거나 핸드폰, 컴퓨터를 볼 때 돋보기를 써야 했다. 또 TV나 영화 그리고 먼 곳을 보거나 운전을 할 때는 원시 안경을 사용해야 해서 안경을 두 개나 가지고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특히 결혼식 주례를 할 때는 예식 장갑을 낀 채 안경을 번갈아 바꿔 써야 해서 그 불편함이 매우 심했다.
비슷한 나이의 주변 사람들은 백내장 수술을 받으면 수일 내에 눈이 무척 밝아져서 그런 불편함이 완전히 없어진다고 말했다. 귀가 번쩍 뜨이는 솔깃한 이야기에 올여름 마침내 백내장 수술을 받기로 마음을 정하고 다니는 안과 의사 선생님과 상의했더니 두 명의 다른 안과 선생님들에게 추가 진단을 받으라고 해서 복잡한 검사 후에 수술할 단계가 되었다는 진단이 주어졌다. 수술비용을 알아보니 35만원이었다. 그런데 수술 전, 정밀 검사가 또 필요하다 해서 105만원 정도가 추가됐다. 그동안 매년 두 차례씩 검사를 받아왔는데 왜 또다시 큰 비용을 들여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주변에 알아보니 눈 한쪽에 보통 30만원에서 50만원 정도의 수술비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안과를 알아보기로 하고 종로의 G안과와 강남역 근방의 G안과를 방문해보았다. 종로의 G안과는 환자도 많고 혼잡하여 일정이 맞지 않았다. 필자는 늦은 나이에도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 금요일 오후 늦은 시간이나 토요일에만 시간을 낼 수 있는 처지다. 강남역 G안과는 환자도 꽤 많지만 큰 건물의 3개 층을 사용하고 있어 여유 있는 아늑한 분위기에 검사 장비도 잘 갖추고 있고 일정 조율도 가능해 마음에 들었다.
강남역 G안과에서의 검사 결과, 필자는 백내장뿐 아니라 노안과 난시도 가지고 있었다. 원장은 한쪽 눈에 35만원인 일반 백내장 수술보다는 노안과 난시를 함께 교정할 수 있는 330만원의 고가 수술을 권유했다. 며칠 동안 고민을 하며 망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내 몸, 특히 내 눈이라는 생각으로 고가의 수술을 받기로 했다.
드디어 지난 9월 24일 토요일 오전, 왼쪽 눈 수술을 받았다. 수술 전의 검사 절차는 상당히 복잡했으나 정작 수술은 겨우 15분 정도에 불과했다. 주의 사항이 많았다. 술과 담배는 절대 안 되고, 직사광선도 피해야 하며, 눈에 물이 들어가면 오염될 수 있으니 일주일간은 세수나 샤워를 하지 말라고 했다. 정 불편하면 수건을 빨아서 짠 후 얼굴과 몸을 씻도록 했다. 다음 날 오전, 병원에 들러 수술 경과 확인을 위한 검사를, 수술을 담당한 원장이 아닌, 당직 의사에게 받았으며 정상적으로 잘되었다는 소견을 들었다. 소염제도 복용하고 오염방지 용도의 안약도 3가지나 매일 수차례씩 눈에 투여했다. 무척 불편하였으나 며칠만 참으면 시력이 정상적으로 좋아지리라는 기대로 참을 수 있었다.
수술 후 일주일 만에 다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정상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시력은 조금도 좋아지지 않았다. 왜 그런지 물어보니 조금 더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고 하면서 다음에는 보름 후에 검사를 하자고 했다. 의사의 주문대로 눈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혼자서 눈을 번갈아 감고서 시력을 자가 검사해 보았으나 매번 같은 상태로 좋아지는 것 같지 않아 점차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다시 병원에 갔더니 원장이 검진하고 수술은 이상 없이 잘되었으니 기다리면 된다고 하면서 한 달 후에 다시 오라고 했다. 한 달은 무척 길고 길었고 시력에는 역시 아무 차도가 없었다.
11월 17일, 여러 검사를 받은 후 원장의 진료 시, 자세한 설명도 없이 레이저 치료를 하자고 하여 치료를 받았다. 치료 후 접수창구로 갔더니 치료비 11만3700원을 내고 약은 약국에서 사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 CT 촬영을 해야 한다는 통보를 했다.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하니 다른 사람들은 1~2주 만에 시력이 확실히 좋아진다는데 필자는 무려 두 달이 다 되어가는데도 변화가 없으니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병원 측의 잘못일 텐데 왜 필자가 장시간 고생을 하고 추가로 비용까지 더 지급해야 하는지 속이 상했다. 다음 날 CT 촬영을 하고 6만600원을 추가로 냈다. 이번에는 3개월 후에 병원에 오라고 하였다. 병원 측에 제대로 따져 묻고 싶었으나 눈 치료에 악영향이 주어질까봐, 화를 억누르고 3개월 더 참아보기로 했다.
나이가 많아지면서 치과와 내분비 내과 등 병원을 찾는 일도 점점 더 많아진다. 그런데 의사들이 환자와 제대로 상의도 하지 않고 각종 고가의 검사와 치료 등을 임의로 결정해 이를 따르지 않을 수도 없고 그대로 따르기도 어려워 고민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환자를 위한 의사가 아니라 병원 영리만을 위한 의사가 아닌지 의문이 많다. 눈이 좋아지지 않고 계속 현재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조언을 받고 싶지만 어디에서 누구한테 받아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치과의사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하세요?” 조윤선 문화체육부장관이 그를 보고 던진 첫 질문이었다. 장영준(張永俊·58) 회장은 대한바이애슬론연맹을 대표해 나간 자리에서 받은 그 질문이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아마 조 장관이 아니라 누구라도 비슷한 질문을 했을 것이다. 바이애슬론이라는 비인기 동계스포츠를 대표하는 자리에 치과의사라니. 더군다나 지금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중요한 시기. 그는 어떻게 동계스포츠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일까.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장영준 회장은 사실 치과의사들 사이에서는 아주 잘 알려진 인물이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그는 선거에서 당선된 대한치과의사협회의 부회장이었고, 그 전부터 협회 기획이사와 홍보이사 등을 경험한 회무에 밝은 사람으로 평가받아왔다. 때문에 치과계 돌아가는 사정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장영준이라는 이름 석 자를 모를 리 없다. 그를 치과계에서 유명하게 만든 또 하나의 직함이 있다. 바로 연세대학교 치과대학동문회장이라는 자리. 현재 국내에는 의대보다 훨씬 숫자가 적은 11개의 치과대학이 있고, 그만큼 의과대학에 비해 결속력이 강하다. 한때는 어떤 대학 동문회가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지에 따라 협회 회장이 바뀐다는 이야기도 떠돌았다. 이렇게 그는 뼛속까지 치과의사 그 자체다.
벽안의 한국인 서안나와의 인연
다시 그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조윤선 장관의 질문에 장영준 회장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물론 스포츠도 하나의 전문적인 분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자격이 필요한 분야는 아니잖아요. 단체를 운영한다는 것은 운동과는 별개의 이야기니까요. 치과의사들의 다양한 사회 참여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합니다. 치과의사들에 대한 인식이나 위상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에서의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영준 회장의 바이애슬론과의 인연은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올해 4월이 그 시작이었다. 바이애슬론 연맹은 곧 있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성적 향상을 통해 외국인 선수의 귀화를 야심차게 추진했는데, 그중 한 선수인 러시아 출신의 프롤리나 안나(한국이름 서안나·32)의 후원 요청을 받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바이애슬론의 주 무대가 유럽인 만큼, 활발한 활동을 위해서는 스폰서가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만 해도 바이애슬론은 제게 낯선 스포츠였죠. 그러나 제가 운영하는 의료법인 메디피움 이름으로 후원을 해달라는 선수 에이전시 측의 요청이 있었어요.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만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또 태극 마크를 달고 뛸 선수를 돕는 일이라 기분 좋게 동의를 했죠.”
후원이 결정된 프롤리나 안나는 2009년 평창 세계선수권대회 스프린트 4위, 계주경기 1위를 차지하고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여자 스프린트 7.5km 경기에서 4위를 기록한 세계 정상급 선수다.
이런 그의 응원이 힘이 됐는지, 안나는 한국 바이애슬론 역사상 첫 세계선수권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8월 27일 에스토니아 오테페에서 열린 2016 바이애슬론 하계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스프린트 종목에서 22분 29초 01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다음 날 열린 여자 추발 종목에선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동메달을 하나 더 따냈다. 평창에서의 금메달을 바라는 이들의 기대에 부응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알린 셈이다.
“안나는 결혼과 함께 잠시 은퇴했던 선수였어요. 그러다 2년 만에 복귀했는데 지난여름의 성과로 주변의 우려를 한 번에 불식시켰어요. 여성 운동선수들은 나이가 들면 남성호르몬 분비가 늘면서 오히려 성적이 더 좋아지는 경우가 있어요. 아마 안나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후원자에서 진두지휘하는 수장으로
일각에서는 마치 용병을 사 모으듯 외국인 선수를 귀화까지 시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합당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가대표를 출전시켜야 하는 바이애슬론연맹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한다.
바이애슬론의 올림픽 출전권은 국가 순위가 기준이 되는데, 이 순위는 9번의 월드컵과 1번의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결정된다. 그런데 한국의 2015~2016 국가 순위는 25위로 22위까지만 주어지는 자동출전권을 얻기는 어려운 상황. 게다가 남자 대표의 경우 성적이 나빠 세계선수권 출전권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결국 2016~2017 시즌에서 출전권을 확보하려면 성적을 낼 선수가 필요했다.
장 회장은 “귀화 선수를 더 확보하려고 추진하고 있는데 쉽진 않다고 들었어요. 여자 선수는 선수층이 얇아 보강이 필요하다고 하고. 이런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은 단기적인 성과만 내주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어린 선수들이 기량을 갖추는 데 마중물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안현수 선수가 쇼트트랙 종목의 수준이 낮은 러시아에 가서 금메달도 따고, 러시아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기여한 것처럼, 안나도 바이애슬론 수준이 낮은 한국에서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죠”라고 말했다.
장 회장은 안나의 후원식이 열리던 날 안나의 성적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후원이 결정되고 얼마 되지 않아 바이애슬론연맹 회장직에 도전하게 됐고 지난 7월 29일 열린 투표에서 제5대 대한바이애슬론연맹 회장에 당선됐다. 가장 강력한 후원자가 된 셈이다. 그 과정을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3월에 국민체육진흥법이 바뀌고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되면서 새누리당 염동렬 의원이 맡고 있었던 전임 회장자리가 자동으로 공석이 됐어요. 국회의원의 체육단체장 겸직 불가 의견도 있어 새 회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들었는데 문득 욕심이 나더라고요. 아마 안나를 후원하면서 바이애슬론 매력에 빠진 모양이에요(웃음).”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이렇게 평창올림픽을 위해 애쓰고 있는 입장에서 일련의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올림픽이 마치 범죄의 온상이라도 된 듯한 지금의 상황에 대한 그의 생각이 말이다. 장 회장은 당연히 성공적 개최가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맹과 조직위원회가 맡은 역할이 달라 세세하게 알긴 어렵습니다만, 지금의 상황이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평창올림픽은 국가적인 사업이라는 점이에요. 실제로 이번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많은 사람이 애쓰고 있고요. 이미 IOC에서도 실사를 다녀갔고, 경기 준비 진행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받았어요. 한 차례 세계대회를 치러본 경험도 있고, 경기장도 12월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제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일만 남았어요. 연맹 예산이 적어 홍보활동에 많은 한계가 있지만 좋은 성적을 내고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응원도 열심히 해주시고, 많이 보러 와주시면 좋겠어요.”
이종결합으로 대중화 앞당길 것
바이애슬론은 국내에선 어쩔 수 없는 비인기 스포츠이지만 유럽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국내의 프로야구나 프로농구에 비견될 만큼의 인기 스포츠 중 하나. 유럽 일부 국가에선 하루 24시간 바이애슬론 경기만 방영하는 방송국이 운영되고 있을 정도. 역대 올림픽 성적을 보면 독일이 가장 강국이고, 그 뒤를 노르웨이와 러시아가 뒤쫓고 있다.
장 회장은 “바이애슬론은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이 결합된 경기예요. 선수들은 총을 등에 맨 채로 스키를 타고 일정 거리를 달리다가, 사격장에선 사격을 겨뤄요. 바이애슬론이 인기가 있는 이유로는 두 가지 경기, 그러니까 스키와 사격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과 과녁을 맞히지 못하면 페널티가 주어지는 역동성이 꼽히죠. 이 밖에도 꽤 흥미로운 요소가 많아요. 한 가지 경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계주도 있고, 앞 주자를 앞질러야 하는 추적 경기도 있어요. 올림픽에서는 11개의 메달이 걸려 있는 종목이니까 비중도 꽤 높다고 봐야 합니다. 남자 5개, 여자 5개, 혼성 1개의 경기가 진행돼요”라고 설명한다.
장 회장이 바이애슬론연맹을 맡으면서 관심 갖는 것 중 하나는 바이애슬론의 대중화다. 결국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되지 않고서는 인지도와 성적 모두 다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바이애슬론은 생각보다 즐길 수 있는 여지가 많아요. 꼭 스키가 아니더라도 자전거와 같은 다른 종목과 결합할 수도 있고, 사격 역시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가 많죠. 요즘엔 레이저를 이용한 장비들도 있어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얼마 전에 대중화를 위한 연맹 차원의 행사가 있었는데, 어린아이들의 반응이 대단했어요.”
치과의사들의 다양한 목소리 듣고 싶어
그가 속한 의료법인 메디피아는 치과뿐만 아니라 의료검진센터 등 다양한 과목이 결합된 의료법인이다.
“메디피아를 시작한 시기는 1990년이었어요. 다른 과목 의사들과 의기투합해서 만들었는데, 어려움이 생겨 경매에 넘어가게 된 상황까지 처해 할 수 없이 모든 지분을 제가 인수하게 됐죠. 2000년 1월 1일에 이사장이 됐어요. 경영 정상화가 되면서 2013년에는 판교에 분점도 냈죠. 치과의사가 다른 메디컬 분야의 경영에까지 참여한다는 것이 한계도 있고 공부도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조직의 힘과 팀워크 그리고 소통의 중요성을 알게 됐어요.”
그가 최근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바로 치과의사를 위한 일종의 사회운동, ‘행복한치과만들기 준비위원회’다. 그는 이 위원회를 통해 철학자 강신주를 초청, 대담을 진행한 적도 있고, 청년이나 여성 치과의사들과의 모임도 진행했다.
“치과의사들에게 ‘우리는 행복한가’라는 화두를 던져보고 싶었죠. 치과의사들이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다양한 계층의 치과의사들과 터놓고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젊은 치과의사들이나 여성 치과의사들의 생각은 어떤지, 동료로서 선배로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다양한 시도들을 했습니다.”
이런 모임에서 여러 직함을 갖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도 그가 놓지 않는 것은 치과의사라는 스스로의 정체성이다. 이제는 직원이 300명인 의료법인의 대표라면 진료를 쉴 법도 한데, 아직도 매주 환자를 대면하고 직접 진료하는 활동을 멈추지 않는다. 이유에 대해 묻자 간단하게 대답한다.
“배운 것이 이것이고, 치과의사니까요.”
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어린 친구들이 쓰는 말로 표현하면 ‘성공한 덕후(마니아)’ 같다고. 다른 분야가 아닌 ‘불교 덕후’. 그러자 웃으며 그가 화답했다. “맞아요. 덕후는 나쁜 표현이 아니에요. 결국 한 분야에 능통하고 깊은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미래를 주도하며 세상을 바꿀 거예요.” 이렇게 스스로를 덕후라 말하고 있는 그는 바로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이자 치과의사이기도 한 김성철(金星喆·58) 교수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들었어? 남일이가 죽었대. 숙명여고 애들이랑 대성리에 갔잖아. 물에서 못 나왔대.”
서울고등학교 1학년 학생 김성철은 친구의 죽음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남일이와 같은 미술반이었던 그 역시 그곳에 있어야 했다. 하지만 여학교 클럽과의 비공식적인 교류는 학교에서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동행하지 않았다. 그저 혼나는 것이 겁이 났기 때문에. 처음엔 무덤덤했다. 그저 교실에 빈자리 하나만 눈에 띌 뿐이었다. 죽음이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그 사고로 인해 그해 여름방학에 떠난 학교 해양훈련은 엄격해졌다. 선생님들은 안전사고가 생길까 노심초사하며 엄하게 감시를 했다. 아이들은 수군거렸다. 모처럼 신나고 재미있어야 할 행사가 힘들기만 한 것이 죽은 남일이 때문은 아니냐고. 그런 일들을 겪으며 어린 김성철은 조금씩 죽음이라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죽음이라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구나 하고.
김 교수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표현했다. ‘마음의 병’이 시작된 것은 그때부터였다고.
“그렇게 마음이 무거워지면서 무작정 책을 보기 시작했어요. 사춘기 소년이었으니까. 알베르 카뮈의 이나 장 폴 사르트르의 와 같은 실존주의 문학 작품들이었죠. 또 엠마누엘 칸트의 같은 철학책들도 있었어요. 뜻도 잘 모르는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죠.”
화가가 되고 싶었던 소년
사실 미술반에 들어갔던 것은 화가가 되고픈 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시절 화가를 꿈꾸는 모든 소년, 소녀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 역시 가족에게 그 꿈을 털어 놓는 것은 쉽지 않았다. 치열한 시대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놀고먹는’ 예술에 대한 꿈을 이야기하는 것은 ‘죄악’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좋은 학교에 어려운 시험을 거쳐 들어간 우등생이었기에 주변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었다.
고3이 된 김성철 학생은 이과인 전공에 미술이라는 취미를 덧대려면 건축학과가 좋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건축이라면 그림에 소질 있는 손재주도 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손재주에 대한 담임선생님의 생각은 좀 달랐다. 선생님이 추천한 것은 ‘치과대학’이었다.
그 추천에 반감이나 저항은 없었다. 무엇보다 치과의사가 되면 근무시간이 짧다는 것이 매력이었다. “치과를 하는 친구는 늦게 출근해서 오후 일찍 퇴근한데, 그리고 골프 치러 간다더라”라는 어느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시간에 그림을 실컷 그리면 되겠다 싶었다. 그림을 그리며 먹고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 일석이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는 큰 고민 없이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에 입학했다.
“치과대에 입학해서도 그림 그리기는 멈추지 않았어요. 학교에서 그림에 관심 있었던 친구들과 함께 아틀리에를 차렸어요. 대학 입학 후 우리가 다니던 화실에 매달 내는 돈만 모아도 월세 정도는 해결할 수 있었거든요. 그렇게 2년을 열심히 그렸어요. 학교가 있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시작해서, 전공이 다른 친구들 때문에 서대문구 북아현동까지 4번을 옮겨 다녔어요.”
마음의 병에 해답을 얻다
김 교수는 그 와중에서 가슴 한편에 풀리지 않는 무엇이 있었다. 바로 친구의 죽음에서 비롯된 마음의 병이었다. 그러다 만난 것이 이다. 밀교사상과 선종 사상을 설한 대승경전으로, 그는 이 경전을 읽다 죽음에 대한 의문이 조금씩 풀려가는 것을 느꼈다고.
“책에서 변치 않고 죽지 않는 것은 무엇이냐는 파사익(波斯匿)왕의질문에 부처는 이렇게 대답해요. 저 흐르는 강의 모습이 어릴 때와 지금이나 차이가 없듯, 그대 역시 외모는 바뀌었지만 보는 성품은 그대로라고. 원래의 나는 멸(滅)함이 없다는 설명을 듣고 하나의 깨달음과 함께 불교 교리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허겁지겁 불교에 관한 책을 독파하기 시작했다. 그의 ‘덕후’적인 기질이 발휘된 것이다. 그래서 시중에 출판된 불교 관련 책들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더 이상 읽을 만한 책이 없었다. 서점에 나와 있는 책들을 다 읽고 나니 불교에 관해 더 깊이 알 수 있는 책을 구할 수 있는 곳은 국내에 단 한 곳뿐이었다. 불교학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동국대학교 도서관. 그 도서관을 편하게 들락날락하기 위한 단 하나의 방법은 동국대학교 학생이 되는 것뿐이었다. 불교연구원을 설립한 이기영(李箕永) 교수의 강의를 청강까지 했지만, 그것 가지고는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1987년 동국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했다. 이 교수가 있었던 인도철학과였다.
“치대에서 만난 아내는 처음에 이해를 못했어요. 책 때문에 대학원에 가다니. 그것도 치과의사가 인도철학과에 말이죠. 그래도 2년만 기다리면, 그 이후에는 마음껏 도서관을 다닐 수 있으니 참아 달라고 부탁했죠. 처음엔 학부 출신 학생들에 비해 많이 모자랄 것 같아 걱정했는데, 별 차이가 나진 않았어요. 알고 보니 제가 닥치는 대로 읽었던 책들이 대부분 불교학과 학부생들의 교과서였어요.”
그렇게 대학원을 다녔다. 하지만 불교라는 학문에 대한 갈증은 더 커지기만 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아내는 이번에는 선선히 응해줬다.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당시엔 이미 치과를 차려 개원한 상태였기 때문에, 치과의사와 박사과정 대학원생이라는 두 가지 신분을 유지하게 됐다.
번역서 통해 불교학계에서 ‘주목’받다
그가 불교계에서 이름이 알려지게 된 것은 그가 번역해 1993년에 발표한 이라는 책 덕분이었다. 은 나가르주나(중국에서는 용수(龍樹)라 불림)라는 1800년 전에 활동한 인도의 고승이 쓴 책으로, 나가르주나가 쓴 책들은 대승불교의 뿌리가 된다. 은 인도철학, 불교철학에 있어 매우 중요한 책이지만, 그동안 이 책은 제대로 번역돼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었다. 그가 번역하기 전까지.
“일반 불교학과는 일본어 정도만 할 줄 알면 됐지만, 인도철학과는 산스크리트어와 티베트어까지 할 줄 알아야 했어요. 영어는 기본이고. 그런데 기대 이상으로 언어를 익히는 것을 잘해서, 그간 번역이 안 된 책들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가 불교계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입니다. 산스크리트어로 씌어진 원전을 직접 번역하고, 주석을 달아 다른 학자들이 원전과 비교하며 연구할 수 있도록 해놓았죠.”
어쩌면 이 선택도 가장 ‘덕후’다운 방법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여하튼 그동안 국내의 많은 불교학자들이 해내지 못했던 일을 현직 치과의사가 이뤘다는 점에서 불교계는 주목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1995년 대승불교의 공(空) 사상을 체계화한 개론서인 을 번역해 다시 세상에 내놓는다. 인도의 불교학자 무르띠(Murti)가 영어로 저술한 책이다.
그리고 내놓은 세 번째 책 으로 학계의 찬사를 받게 된다. 은 중론을 쓴 나가르주나가 에 대한 비판을 반박한 책이다. 이 책은 현재 산스크리트어 원전과 티베트역본, 한역본이 남아 있는데, 김 교수는 이 3가지 언어를 각각 우리말로 번역해 정확한 뜻과 번역의 배경을 알 수 있게 했다. 물론 후학을 위한 문법적 해설도 잊지 않았다.
3가지 책에 대한 번역이 끝나 있을 때, 그는 이미 불교학계에서 ‘불교에 관심 있는 치과의사’가 아닌 ‘불교학자’로 인정받고 있었다.
치과 폐업하고 대학으로
박사과정을 마치고 나서 그가 준비한 것은, 치과를 쉬고 인도로 유학을 떠나는 것이었다. 불교 발상지에 가서 좀 더 깊은 공부를 하고 싶은 학문적 욕심이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불교학에 대한 욕심’을 멈추게 만든 것은 가족도 치과도 아니었다. 바로 동국대학교였다.
“제가 전공한 공(空)사상 분야의 전공교수님이 건강이 나빠져 퇴직하셨다면서, 그 강의를 맡아 달라고 제안이 왔어요. 사실 그 분야는 논리학과 수학이 바탕이 되어야 해서, 일반 불교학자들 중에도 능통한 사람은 많지 않았거든요. 그것을 인연으로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물론 치과는 그만뒀고. 단지 강의를 나가는 것이 아니라 치과의사로, 그리고 서울에서의 삶을 포기하는 것이었지만 주저함은 없었어요.”
공사상은 의 ‘색즉시공’을 떠올리면 쉽다. 물질이 곧 비었고 빈 것이 곧 물질이니 감각과 생각과 행함이나 의식이 이와 같다는 뜻이다. 흔히 공(空)을 무(無)와 혼동하기 쉬운데, 공(空)은 아무것도 없다는 무(無)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흔히 우리가 살면서 큰방, 작은방 이런 표현을 하죠. 하지만 어떤 방을 보고 큰방이라고 부를 땐 이미 우리 기준엔 비교할 수 있는 방이 들어서 있는 거예요. 그런 이분법적 생각이 우리를 힘들게 하죠. 게다가 요즘의 승자가 독식하는 신자유주의는 이것을 더욱 부추겨 우리 삶을 어지럽게 하고 있어요. 늘 비교당하고, 경쟁하는 삶 말이에요. 이 신자유주의는 하나의 경제 원리일 뿐인데 우리는 이것을 행정과 교육, 문화에까지 도입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나 같은 프로그램을 보세요. 예술을 도구로 경쟁하고 있잖아요. 그 프로그램을 통한 폐해가 여실히 드러나죠. 결국 크게 소리 지르며, 성량이 큰 사람이 이기는 구도로 변질되잖아요. 노래라는 예술이 큰소리를 내는 시합이 아닌데, 경쟁을 통하다 보니 결국 획일화되는 것이죠.”
이런 사회적 변화 속에서 가장 외면 받고 있는 세대 중 하나가 바로 시니어들이다. 육체적 수명은 점점 길어지는데, 성과주의로 인해 설 곳을 잃고 사회적 수명은 짧아졌다. 그들에게 김 교수는 어떤 이야기를 해 주고 싶을까?
죽음에 대한 공포도 나름의 노력과 수행이 더해진다면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타적인 삶을 사세요. 우리는 기본적으로 종족을 보전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는데, 자식이 아닌 다른 사람을 돕는 것도 일종의 종족 보전 본능이에요. 나라는 개체를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동족을 보존하면서 그 욕구가 충족되는 셈이죠. 거기에 수행을 통해 내가 이 우주의 중심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면,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아울러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할 수 있는 제2의 삶을 살 수도 있고요. 모든 것이 공하다는 것을 머리로 깨닫고, 수행을 통해 마음에서 욕심, 분노, 교만과 같은 번뇌를 지울 수 있다면 가벼워진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빈자리 채워가며 기여하고파
앞으로 그의 목표는 한국 불교학에서 필요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것이다. 그가 그동안 번역서들을 내놓으면서 기여했던 것처럼.
그가 2014년에 내놓은 같은 책들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진화생물학, 일반적으로 종교와 대립각을 세운다고 여겨지는 ‘진화론’을 불교적 관점에서 해석했다. 최근 각광받는 뇌과학도 불교적 관점에 분석해냈다.
“뇌과학에서 밝혀내지 못한 마지막 키워드는 바로 ‘마음’이에요. 뇌파나 뇌의 기능에 대해서 뇌과학자들은 많은 연구결과를 내놓았지만 ‘마음’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죠. 하지만 불교적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과학적 연구 결과를 모두 포용하면서 마음이나 윤회(輪廻)까지 설명할 수 있어요. 그게 불교학의 힘이죠.”
누구나 알고 있듯이 건강의 밑거름은 매일 맛있게 먹는 것과 몸과 머리를 충분히 쓰는 것. 그리고 푹 자는 것입니다.
이것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99%는 성공이라 할 수 있겠죠. 소중한 건강은 이처럼 매일매일의 생활습관에 달려 있습니다. 특히 그중에서 수면은 최근 들어 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푹 자고 일어나면 몸에 쌓여 있던 피로와 찌꺼기가 씻겨 나가는 기분이 들고, 머리와 마음이 산뜻해진 느낌을 받는다”는 느낌은 이미 의학적으로 사실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와 함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알츠하이머성 치매(알츠하이머병: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 중 하나)의 원인이 되는 ‘베타-아밀로이드’라고 불리는 노폐물을 질 높은 수면이 제거한다는 것이 밝혀졌다는 점입니다.
이 이야기는 잘 자고,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발병 원인은 뇌 속의 신경세포가 활동하고 남은 잔해(殘骸)로 생성되는 베타-아밀로이드라고 하는 단백질이 쌓이기 때문입니다. 40대 무렵부터 뇌 속에 쌓이기 시작하는 베타-아밀로이드는 수십 년에 걸쳐 조금씩 우리들 뇌에 축적돼, 나이가 들면 어느 순간 치매를 일으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베타-아밀로이드에게 대책 없이 공격만 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수면을 취하는 동안, 인체는 뇌를 지키는 힘을 발휘합니다. 양질의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좋은 습관은 베타-아밀로이드를 씻어 내고 뇌세포를 손질해서 치매의 위험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주는 것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수면 가운데에서도 낮잠이 치매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크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도쿄의과치과대학(東京医科歯科大学) 의학부의 아사다 다카시(朝田隆) 특임교수는 연구를 통해 “하루 15분에서 20분 이내의 낮잠이 치매 예방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또한 적절한 낮잠은 생활 리듬의 균형을 찾게 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고령자의 경우, 점심 무렵에는 몸과 마음 모두에 피로가 쌓이게 됩니다. 그때 무리해서 낮 활동을 계속하다가 완전히 지쳐 버려 녹초가 되기보다는 낮잠으로 재충전하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한숨 자고 나서 몸과 마음을 모두 재충전해 즐겁게 오후를 보내는 쪽이 더 낫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나아가 짧은 낮잠이라면 밤의 올바른 수면에도 바람직한 역할을 합니다. 단, 낮잠은 오후 2시 이전까지, 그리고 길어도 20분을 넘지 않아야 합니다. 너무 늦은 시간 긴 낮잠은 정작 중요한 야간 수면을 방해하니까요. 아사다 교수의 보고서에도 잘못된 낮잠 시간의 습관은 치매 예방에 방해가 된다고 쓰여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추천하고 싶은 낮잠 방법은 에스프레소를 한 잔 마신 뒤 낮잠을 주무시라는 것입니다. 커피의 카페인은 체내에 흡수되고 나서 각성 효과가 나타나는데, 그 효과가 나타나기 까지 20~30분의 시간이 걸립니다. 때문에 진한 커피를 마셔도 바로 누우면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조금 뒤 카페인이 체내에서 활동하기 시작해 자명종 시계 대신에 여러분을 깨워 줄 겁니다. 너무 오래 잠들지 않고도, 기분 좋게 눈을 뜨는 산뜻한 각성(覺醒)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꼭 한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 오쿠무라 아유미(奥村歩)
기후(岐阜)대학 의학부 졸업.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신경과학센터에 유학 후 기후대학의학부부속 병원신경외과 겸임강사를 지냈다. 기후현에 있는 그의 병원에는 전국에서 매일 150명의 환자가 찾아 와 진찰을 받고 있고, 현재까지 3만 명 이상의 치매 환자를 치료한 경험이 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치매·우울병·뇌졸중 예방과 대응 등 뇌 건강 관련 출판·강연·텔레비전 출연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등 치매 관련 서적은 30만 부 이상 팔렸고, 19번째 저서인 신간 가 최근 출간됐다.
이지승 감독이 만들고 형사 역에 마동석, 아줌마 역에 장영남이라는 여배우가 나온다. 이 영화로 2012년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젼’ 섹션 여자배우상, 2013년 어바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무명 감독에 무명 배우를 써서 9차례의 촬영 스케줄에 5천만원의 저예산으로 만들었다니 흥행 마케팅을 제대로 못해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이다. 그러나 완성도가 높은 수작이다.
전직 치과 간호사였던 아줌마(장영남 분)는 치과의사 남편과 별거 중이다. 보험회사에 다니느라 10살 딸 아이의 귀가를 챙기지 못한 날 딸은 누군가에게 무참히도 성폭행을 당한다. 아줌마는 절규하지만, 공권력은 절차를 따지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남편은 유명 인사라 자신의 명예에 누가 될까봐 모른 척 한다. 40일 만에 범인을 잡은 한 아줌마의 얘기를 인터넷 실제 기사를 모티브로 했다는데 일부 조두순 사건을 연상하게 하는 내용이다.
별거부부의 문제도 심각하다. 남편은 유명 치과의사인데 자신의 유명세에 집착하여 자신의 딸이 그런 문제가 생겼는데도 외면하는 철면피가 유명인사라니 세상 공정하지 못하다.
아줌마는 집요하게 혼자 성폭행범을 추적하여 경찰에게 알리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날짜를 미룬다. 당장 성폭행범이 있다는 신고를 했는데도 공권력은 움직이지 않는다. 마동석이 형사로 분해 짜증나는 표정의 연기를 잘 한다. 장영남도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이 압권이다. 아줌마는 세상이 공정한 사회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래서 스스로 복수에 나선다.
최근 상영 영화 ‘그랜드 파더’와 비슷한 설정이다. 할아버지가 아들의 죽음을 재수사해달라고 요청하지만, 이미 화장 처리된 사건을 들추기 싫은 것이다. 그렇게 공권력을 기대하다가 지쳐서 결국 자신이 자신의 방식대로 배운 대로 한다며 복수의 화신으로 나선다. 공권력이란 책임 회피와 귀찮은 일에는 나서지 않는다.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들이다. 오히려 실망하게 만든다.
연약한 아줌마가 어떻게 복수를 할 수 있을까? 범인은 잡혀가 봐야 곧 풀려 난 예가 대부분이라며 오히려 능글거린다. 조사 과정은 어린 여자 아이가 악몽을 재현하도록 수차례 묻고 또 물으며 정신적으로 고통을 준다.
결국 연약한 아줌마가 나선다. 자신의 방식으로 범인을 처벌하는 것이다. 범인을 치과 의자에 묶어 눕혀 놓고 생 치아를 미구 갈고 뽑아낸다. 전쟁 중이나 식민지 시절 용의자를 잡아 생니를 갈고 뽑아내는 고문은 가장 고통스럽다는 기록도 있다. 현역 간호사 시절에 잘 하던 일이란다. 범인의 절규가 오히려 통쾌하다. 딸아이가 엄청난 정신적 트라우마를 안고 평생 배변 주머니를 차고 살아야 할 것에 비하면 그 정도도 성에 안 찬다.
영화 내용으로 볼 때 경찰들은 보통 한 사람이 사건 40건 정도를 동시에 취급한단다. 그러니 손이 딸린다. 시급을 요하는 사건들은 위에서 닦달을 한다. 그러니 우선순위가 있어 이미 처리된 사건이나 생색이 나지 않는 사건은 회피하거나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 범인이 지금 집에 있다는데 다음 주 월요일에나 가보겠다고 태연히 말한다. 범인이 그 집에 살고 있으니 월요일에 가도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경찰의 실정이라면 심각하다. 누굴 믿고 치안을 바랄 것인가? 잡아 가도 곧 풀어주는 공권력의 심판도 문제이다. 흉악범의 징계 수위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져야 한다. 복잡한 전철 안에서의 불분명한 성폭행 시비는 진위 여부를 떠나 일방적으로 피해자 말만 듣고 용의자를 혹독하게 처벌한다. 그러나 정작 한 아이의 장래까지 망친 성폭행범의 처벌은 왜 무겁지 못한지 따져 볼 때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가윗날만 같아라”는 옛말이 있을 정도로 추석은 모든 것이 풍족한 날이다. 그러나 이 즐거운 명절은 생각보다 건강에 많은 악영향을 미치기 쉬운 시기다. 생활습관이나 식습관이 평소와 달라지기도 하고, 평소에 하지 않는 무리한 자세나 행동도 문제다. 무엇보다 그리 달갑지 않은 그 누군가와의 조우도 질환의 원인이 된다. 생각보다 어려운 명절나기.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각 분야 전문의의 조언을 들어봤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가장 대표적인 명절 질환은 바로 가족이나 친척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다. 이런 지인들과의 스트레스는 일종의 대인공포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가급적이면 평소에 고부간이나 동서 간, 시누이와 올케 간 등 갈등이 발생하기 쉬운 관계를 평소에 돈독하게 해 놓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말이다. 이런 증상은 명절만 피하고 나면 좋아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지만, 명절이 지나도 앙금은 남게 마련. 이런 앙금들이 쌓이면 되레 큰 감정의 폭발을 부를 수 있으므로 미리미리 해소하는 것이 좋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는 가족 간의 문제에 있어서는 남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가족 간 문제에 관해 무관심하거나 회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방적으로 한쪽 편만 들어선 안 되죠. 양쪽을 다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양쪽의 입장을 조율하는 중간 입장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나머지 가족들은 특정 구성원에게 집안일이 몰리지 않도록 서로 이해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해요. 남자와 여자의 차이, 가족 간의 서열 때문에 일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서로 감정만 상하게 만들 뿐이죠.”
기름진 식사 계속되면 담석증 주의해야
이렇게 스트레스 받고 고생하며 차린 음식이지만 무작정 폭식하다간 되레 화를 부를 수 있다. 추석에는 송편이나 떡, 갈비찜, 각종 부침 등 기름지고 열량과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들을 먹게 된다. 이런 요리들을 과식하면 배탈이나 복통, 설사 같은 소화기 증상에 시달릴 수 있다. 만약 위쪽 배 또는 명치 부위에 통증이 있거나 더부룩한 느낌이 자주 든다면 담석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특히 밀가루 음식이나 고기를 먹은 후 소화가 잘 안 된다면 담석증일 가능성이 높다. 담즙 속 염분과 콜레스테롤 양이 변하면서 담낭의 운동성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담석증은 대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에 따라 우상 복부의 통증이나 소화불량, 황달, 발열 등이 나타난다. 위경련, 급체 등 위장장애와 혼동할 수 있으므로 초음파나 CT를 통해 담석증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담석증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급성담낭염이나 담낭이 터지는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적절한 시기에 치료해야 한다. 최근에는 수술 상처를 최소화하는 ‘단일공복강경 수술’이 대표적인 치료법으로 선호된다.
민상진 메디힐 병원장은 “추석 때 과식을 하거나 배탈이 나면 위장이 예민해져 복부질환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먹고 싶은 음식이 많더라도 평소의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심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지만 연휴 이후에도 복통과 구토 등의 증상이 자주 발생한다면 허투루 넘기지 마셔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안 하던 집안일 몰리면 관절과 힘줄에 무리
명절이 되면 유난히 날라야 하는 짐들이 많다. 평소에 충분한 운동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거운 물건을 급하게 들다가는 순간적으로 힘이 가해져 급성요통이 생기거나 척추분리증 등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척추분리증은 뼈마디를 연결하는 부위에 결손이 생겨 서로 분리되는 질환이다. 척추분리증은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허리 근육을 강화해서 척추뼈를 제대로 잡아 주면 굳이 수술로 뼈를 붙이지 않아도 평생 별 탈 없이 살 수 있다. 하지만 치료 없이 방치하다간 합병증을 불러올 수 있다.
평소에 하지 않던 집안일이 늘어 어깨와 손목, 팔꿈치 등에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는 명절 질환이다. 보통은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뼈나 관절, 근육의 이상이라고 여기는데, 사실은 힘줄염으로 인한 급성 통증인 경우가 많다. 힘줄염은 손목이나, 팔꿈치, 어깨 등 힘줄에 염증이 생기는 증상으로 발생 부위가 관절과 가까워 관절 질환과 혼동하기 쉽다.
부평힘찬병원 김태호 원장은 “근육이 수축하면 힘줄을 통해서 뼈로 힘이 전달되고 관절 운동이 이루어지는데, 명절에 지나친 가사노동으로 인해 반복적인 힘이 가해져 근육이 계속 긴장돼 힘줄을 다치는 경우가 생깁니다. 주부들이 명절에 흔히 걸리는 병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성묘 때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가을철에 흔한 질환인 유행성 출혈열과 쯔쯔가무시병 등을 조심해야 한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선 잔디에 눕지 않고, 긴소매 옷을 입고 산에 가는 것이 좋다. 농사를 도울 때도 맨발로 논물 속에 들어가지 말고 장화를 신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모처럼 농촌을 방문했다가 벌에 쏘이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나무나 땅속의 벌집을 건드리지 않도록 하고 벌에 쏘인 경우 전신이 붓거나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있으면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밤이나 감을 따기 위해서 나무에 올라갔다가 추락하는 낙상사고도 명절에 빈번한 사고 중 하나다.
여성들의 고질병 수족냉증
명절이 되면 여성들은 앉은 자세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다. 전을 부치는 것도, 수다를 떠는 것도 바닥에서 이뤄진다. 게다가 그 바닥이 차갑다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명절의 이런 환경으로 혈액순환은 힘들어지고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해 손발이 차가워져 수족냉증이 야기되기도 한다. 특히 여성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수족냉증의 증상은 주기적 또는 지속적으로 두통이나 현기증, 수족의 떨림이 나타나고, 정신적으로는 흥분하기 쉽고, 권태감, 긴장감, 압박감 등이 나타난다.
강남자생한방병원 이상운 원장은 손과 발이 냉하고 따뜻해도 곧 차지는 것을 한방에서는 복부나 허리의 오랜 냉기가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수족이 냉해지는 경우는 당귀나 천궁뿌리 말린 것, 혹은 유자를 넣은 물에 목욕을 하면 혈액순환을 높여 냉증 개선에 도움이 됩니다. 마른 쑥이나 무 잎을 끓인 목욕법도 냉증을 해소하는 데 효과적이에요. 다만 물의 온도는 너무 뜨겁지 않은 38~40도 정도가 적당하고, 자주 목욕하기 힘들면 손발을 매일 뜨거운 물에 담가 기혈의 순환을 원활히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부러진 치아는 우유에 보관
명절에는 아무래도 육류나 견과류의 섭취가 많다보니 자칫 치아가 부러지거나 빠지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평소라면 가까운 병원을 바로 찾으면 되지만, 온 국민이 쉬는 추석인데 문을 연 치과를 찾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이럴 때 부러지거나 빠진 치아는 물에 씻으면 안 되며, 생리식염수나 차가운 우유 등에 담가 가는 것이 좋다. 우유의 칼슘 성분은 치아 표면의 부식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생리식염수가 없다면 젖은 수건으로 치아를 감싸 습기를 유지하는 것이 좋고, 빠진 치아를 혀 밑에 넣고 신속하게 치과를 방문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뉴페이스치과병원 정명호 원장은 “치아가 부러졌을 경우에는 당황하지 말고 최대한 빨리 치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치아가 부러진 후 치료까지 소요되는 시간에 따라 신경, 턱관절에까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신속한 치료가 중요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만약 상태가 심각하다면 응급실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보통 치과는 응급실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각 치과대학에선 치과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 명절에 주변에 문 연 약국을 찾고 싶다면 온라인 사이트를 검색하면 된다. 대한약사회에서는 ‘휴일지킴이약국’(www.pharm114.or.kr) 웹사이트를 통해 명절이나 휴일에 운영하는 약국을 안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처방전 없이 급하게 살 수 있는 의약품의 종류나 의약품의 복용법 등의 관련정보도 얻을 수 있고, 집에 보관 중인 약을 복용해도 되는지 의약품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운영하는 응급의료포털 ‘E-Gen’(www.e-gen.or.kr)도 꼭 즐겨찾기 해야 할 웹사이트다. E-Gen에서는 주변에 급히 찾을 수 있는 응급실이나 병원, 민간 구급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야간이나 휴일에도 운영하는 어린이 병원 정보를 제공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은 손주를 위해 반드시 기억해 놓는 것이 좋다. 이곳에서는 병원 정보뿐만 아니라 응급상황 대처요령, 자동심장충격기(AED)의 비치 위치나 사용법까지도 안내하고 있다.
2012년 대한민국 전역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가뭄은 농업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인 ‘마실 물’의 부족이었다. 당시 가뭄과 극심한 더위로 팔당호와 북한강에 남조류가 대량 번식하면서, 이곳의 물을 수원으로 사용하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마음속엔 ‘수돗물이 정말 안전할까?’하는 의문이 커져갔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이런 의문은 실제 숫자로도 증명된다.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수돗물을 끓이지 않은 채 마시는 서울시민의 비율은 4.9%에 불과했다. 그만큼 수돗물을 믿기 어렵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불안을 가라앉히려 2020년까지 개인·공동주택 37만 가구의 수도 노후관을 전량 교체하기로 했다.
다른 지자체들 역시 대안을 내놨다. 각 지자체에서는 경쟁적으로 정수장에 고도 정수처리 시설을 도입했고, 녹조가 발생해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치과의사를 중심으로 의료단체에서 추진 중인 수돗물 불소화사업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수돗물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는 역할만 하는 셈이 됐다. 불소가 함유된 물이 충치 발생을 막고, 건강에도 해가 없다는 것이 이들 단체의 주장이지만, 일부 환경단체에선 반대하고 있어 논란만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선 불소 투입을 중단하기까지 했다. 이 논쟁은 수십 년 전 미국에서 점화된 역사 깊은 수돗물 관련 논쟁 중 하나다.
결국, 수돗물에 대한 의문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고, 이 물음표와 함께 성장한 것이 정수기 시장이다.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정수기 시장규모는 2014년에 1조9500억원에 달했고, 올해는 2조2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예상대로 성장이 이뤄진다면 2011년 1조7004억원에서 5년 만에 시장규모가 30%가량 성장하게 되는 셈이다.
이런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은 사건이 지난 7월에 있었다. 국내 정수기 대여 1위 업체로 손꼽히는 코웨이의 얼음정수기에서 니켈 성분이 검출된 것. 코웨이 얼음정수기에서 은색 금속가루가 보인다는 소비자 불만이 잇따르자, 당시 코웨이는 시중에서 수거한 얼음정수기 29개 제품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벌였다. 검토 결과 일부 정수기 내부에서 얼음을 만드는 핵심 부품이 벗겨지면서 금속가루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로 인해 코웨이는 공식 사과 후 리콜과 피해 보상 등으로 분주했다.
제품군 다양해 선택의 폭 넓어
현재 시중에서 판매하는 정수기들은 업소용 대형 제품을 제외하면 크게 네 가지이다.
가장 일반적인 제품은 널리 쓰이고 있는 냉온정수기다. 정수기 본체 안에 작은 물통이 있어, 정수된 물이 수조에 담기면, 이를 차갑게 하거나 뜨겁게 가열해 냉수와 온수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얼음을 얼리는 제빙기가 합쳐진 것이 가장 인기 있는 얼음정수기. 최근 중금속 논란이 있었던 모델이기도 하다. 이번 문제가 된 얼음정수기가 모두 가진 구조적 문제라기보다는, 일부 초창기 제품들이 과냉각이 잦아 써선 안 될 곳에 도금 부품을 사용해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전체 문제로 확대되진 않으리라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검찰도 관련 사건을 조사 중이다.
일반 냉온정수기나 얼음정수기는 문제가 된 코웨이와 청호나이스가 전통적인 강자로 꼽힌다. 그만큼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최근 안마의자로 유명한 바디프랜드가 직수형 얼음정수기로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인기가 식을 줄 모르던 얼음정수기가 의외의 암초를 만나 휘청거리는 사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정수기들이 있다. 직수형 정수기다. 직수형 정수기는 자체에 수조 없이 순간적인 냉각이나 가열시스템으로 온도조절을 하기 때문에 수조에서 세균이 번식 가능한 일반 냉온정수기에 비해 안전하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동양매직이 사용하는 광고 문구 “이제 고인 물 말고 새물 드세요”에서도 이런 특징이 잘 나타난다. 구조도 비교적 단순해져, 크기가 작아진 것도 장점 중 하나다. 직수형 정수기는 LG, 쿠쿠전자, 동양매직, 교원웰스와 같은 정수기 시장의 후발주자들이 강세를 나타내는 분야다.
이외에 언더싱크형 정수기도 일부 사용자들 사이에서 사랑받고 있다. 해외에서 직접 물건 구매를 즐기는 ‘직구족(族)’이나 설치 인테리어를 직접 하고자 하는 ‘DIY족’들이 주로 애용하는 형태다. 싱크대 밑에 설치해야 하므로 이 과정에서 ‘공사’가 필요하고, 밸브 관리가 까다롭다. 온수와 냉수 기능 없이 오직 ‘정수’만 가능하다. 하지만 필터 용량이 커 필터 교체 주기가 길고, 싱크대 아래에 숨기 때문에 공간 활용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전기소모가 없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국내시장에선 주로 워터피아, 3M, 에버퓨어, 듀벨 등의 제품이 사랑받고 있고, 일부 다단계 기업의 인기 아이템이기도 하다. 상당수 사용자는 필터와 같은 소모품은 아마존과 같은 사이트에서 직구하는 경우가 많다. 샤오미 정수기도 직구족들에게 최근 주목받는 제품이다.
접 관리가 어렵다면 대여형 서비스가 간편
제품을 고를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관리를 스스로 할 수 있는가이다. 내가 직접 정수기를 설명서대로 일부 부품을 꺼내 청소하거나, 필터 교체를 할 수 있는지 따져 봐야 한다. 언더싱크형 정수기는 대부분 설치까지 소비자가 직접 해야 한다.
스스로 할 수 있다면 선택의 범위가 넓어지지만, 만사가 귀찮거나 정수기 관리가 어렵고 복잡하다면 대여형 서비스가 답이다. 정수기는 생명의 근원인 물을 다루는 제품인 만큼 세균 번식도 쉽고, 물을 걸러 내는 필터의 경우 제때 교체해 주지 않으면 되레 물을 더럽힐 수도 있다. 그만큼 정수기는 구매보다는 사후 관리가 중요한 품목이다. 대부분의 대여서비스의 경우 계약 기간 내 정기적으로 업체 직원이 방문해 청소나 필터 교체 등의 업무를 대신해 주기 때문에 특히 시니어에겐 유리하다. 일부 회사의 경우 필터 교체는 소비자에게 맡기는 대신 가격을 깎아 주기도 한다.
가격은 큰 차이가 없다. 직수형 정수기가 월 3만~4만원 수준이고, 얼음정수기는 월 5만~6만원 정도에 대여가 가능하다. 일반 냉온정수기는 보통 월 2만원 이하 수준이다. 계약조건은 3년 혹은 4년 약정 계약에 사용 기간이 5년이 넘으면 소유권이 이전되는 형식이다.
소음과 전기 사용량도 따져 봐야 할 부분. 사시사철 시원한 얼음을 쉽게 먹을 수 있는 얼음정수기는 아무래도 전기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지난여름 이상고온으로 에어컨 사용량이 사회적으로 전기요금 누진제가 화두가 되면서 정수기도 냉장고만큼 전기 먹는 제품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업계에선 냉장고와 비교할 정도는 결코 아니라고 항변한다.
의외로 소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용하지 않아도 자체 살균이나 청소 등의 과정에서 소음이 발생하는 제품이 일부 있어, 사용자들이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
구매 시 계약조건 잘 따져 봐야
마지막으로 따져 봐야 하는 부분은 대여서비스가 합리적인가 하는 부분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대여서비스 민원을 분석했는데, 전체 대여서비스 중 정수기 관련 불만이 50.7%를 차지했다. 그만큼 사용자도 많고, 불합리한 부분도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민원 유형은 계약 내용 불이행이 44.9%를 차지했고, 품질 불만이 20.3%, 안내 고지 미흡이 14.3%를 차지했다.
정수기를 고르기 어렵다면 대여가격 비교 사이트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현재 10여 개가 넘는 대여가격 비교 사이트가 있는데, 여러 업체의 제품들의 가격이나 대여조건들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이런 대여가격 비교 사이트들은 엄밀히 말하면 가격비교가 목적이 아니라, 사이트 스스로가 각 회사와 계약을 맺고 제품을 공급하는 양판점 형태의 대리점이라고 보면 된다. 일부 회사 제품의 경우 같은 제품도 계약조건이나 금액이 달라질 수 있는 유통구조를 갖고 있어 이들은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 보다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사은품 역시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요소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해당 제품이나 제조회사뿐만 아니라 제품을 취급하는 대리점의 사용 후기, 회사 사업자번호를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기본적으로 정수기 대여는 3~4년의 장기 계약이고, 약속한 사은품 증정을 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인 회사(대리점)인지 확인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인생 65세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어르신, 노인으로 호칭되는 ‘고령자’의 대열에 편입된다. 국민연금 수급자가 되고 ‘지공거사’가 된다. 하지만 전철무료 지공거사! 요금 면제커녕 폭탄을 맞는 경우가 많다.
한국전쟁 와중에 출생신고가 몇 년 늦어 이제 65세가 되었다. 기초연금신고와 전철 무임승차권에 대한 안내문을 받았다. 고령자가 되었다는 실감이 났다. “전철을 무임승차하면 어떨까?” 어린아이처럼 가슴이 설렜다.
주민의 일상으로 찾아가는 복지행정!
얼마 전 관악구 미성동 복지담당 공무원과 보건소 간호사의 방문을 받았다. 봉지형 복지사는 “앉아서 기다리지 않고 현장을 찾아가는 복지행정을 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전철무료승차권과 기초연금신청안내, 주택연금 활용방법 등 손에 잡히는 주제를 설명하였다. 김상희 간호사는 “사회은퇴 후 활동이 축소된 어르신의 건강이 문제된다.”고 하였다. 폐렴예방무료접종, 골밀도검사, 암 검진, 임플란트 치과지원도 설명하였다. 폐렴예방접종이 일생에 꼭 한번 해야 하는 것인 줄 처음 알았다. 치매검사, 우울증검사는 이상 없이 통과하였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찾아 친절하게 설명해준 복지사와 간호사에게 감사한다.
환승기능 없는 전철무임승차권
전철 무임승차 시행초기 춘천막국수, 온양온천 등 원거리 무임승차가 화젯거리가 되었다. 퍼주는 복지라고 야단났었다. 한편에서는 집안에 머무를 고령자를 밖으로 이끌어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긍정론도 있었다. 즐거움은 여기까지였다. ‘어르신 우대용 교통카드’를 받으면서 ‘지공거사’에 대한 기대는 산산이 조각났다. 문제는 시민이 통상 버스타고 전철을 바꿔 타는 ‘환승’에서 발생한다.
전철무임승차권에는 환승기능이 없다. 대중교통 환승제가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환승기능 없는 교통카드가 아직도 존재하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버스와 전철을 한번 환승하면 가까운 거리는 1250원 남짓이면 된다. 전철요금은 무료이나 버스요금은 내야한다. 전철요금은 면제로 알았으나 실제 면제요금은 50원, 한 달 왕복하더라도 3000원이다. “눈 가리고 아옹이지, 누가 전철요금 면제라고 하겠는가?”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공거사 오히려 요금폭탄!
시민은 보통 버스타고 전철로 환승하여 다시 버스를 타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대체로 요금이 1500원 안팎이었다. 그런데 지공거사가 부담하는 요금은 2400원이 된다. 면제요금 합한 총 요금은 2150원 1.43배 많은 3650원이 된다. 교통요금 면제커녕 오히려 폭탄이다. 이만큼 예산도 낭비하고 있다. 많은 시민이 실질적으로 전철요금 면제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현장이다. 이 대목에서 무료승차권 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전철무임승차가 노인에게 오히려 부담을 늘리는 기막힌 현실이다.
무임승차권 환승기능 부여하라
왜, 전철요금 전액 부담자와 면제자의 요금계산이 달라야 하는가? 지공거사의 무임승차카드 환승기능부터 부여하여야 한다. 환승기능도 없는 무임승차 교통카드 발급을 특정은행에 전담시키는 것도 큰 문제다. 계좌이동제, 인터넷 전문은행 출현 등 은행 간 벽이 허물어진지 이미 오래되었다. 모든 은행에 개방하여 시민이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하여야 한다.
치과에 6개월 만에 정기 검진을 받으러 갔다. 스케일링을 중심으로 일반적인 점검을 받았지만, 잇몸 전문의는 따로 있으므로 다시 내원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잇몸전문의라는 의사에게 임플란트 한지 꼭 일 년이 지났으므로 임플란트 경과도 보고 잇몸도 검진 받아보라는 것이었다. 사실 별 불편함이 없어서 굳이 다시 갈 필요는 없었지만, 가보기로 했다. 일종의 협업 영업인 셈이다. 과연 임플란트가 잘 자리 잡고 있다며 잘 관리하라는 얘기만 듣고 끝났다. 잇몸 상태도 좋아서 풍치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했다.
간 김에 임플란트에 관한 질문을 해 봤다. 임플란트는 자연치아처럼 충치로 부식될 염려가 없으니 그냥 놔둬도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임플란트 자체는 그렇지만 잇몸은 일단 탈이 나기 시작하면 자연치아보다 진행이 빠르므로 관리가 역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반 칫솔은 물론 치간 칫솔과 치실도 사용해서 잇몸과 임플란트 사이를 청결하게 유지하라는 것이다. 어금니 칫솔이라고 끝이 뾰족한 칫솔도 사용하라고 했다.
임플란트 한 쪽 끝에 사랑니가 아직 있다. 임플란트를 하면서 더 이상 소용없는 이가 되었으니 뽑는 것이 좋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 사랑니가 없었다면 필자는 40대에 틀니를 하는 신세가 될 뻔 했었다. 지인 중에 치과의사가 2명이나 있었으나 사랑니는 나중에 문제를 일으키니 볼 것도 없이 빨리 뽑으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필자가 볼 때는 사랑니가 잇몸 속에 비교적 깊게 자리 잡고는 있었지만 미련이 생겼다. 뿌리가 튼튼하고 상태가 좋아 문제도 아직 안 일으켰는데 뽑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과연 이 사랑니 덕분에 롱브리지 크라운을 할 수 있었다. 어금니 두 개나 빠진 것을 사랑니가 축이 되어 브리지를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50대를 잘 넘기고 60대 중반이 되어서까지 잘 썼다. 그 당시에는 임플란트가 대중화 되어 있지 않아 꼼짝없이 틀니를 할 판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일이다. 어금니 하나가 없으면 브리지를 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금니가 두 개나 없으니 브리지 할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다행히 보존치아 전공인 치과원장을 만나 사랑니에 브리지를 걸었던 것이다. 10년 만에 브리지가 수명이 다 되어 이제 임플란트를 하고 나니 정말 사랑니의 역할이 없어졌다. 원장은 사랑니와 맞물리는 윗 치아가 없으므로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간 틀니 신세를 면하게 한 지대한 공로가 있으므로 그냥 놔두자고 했더니 사랑니의 존재가 이롭지 않거나 필요 없으면 놔둘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뽑는 방향으로 권했다. 필자 생각은 그대로 놔두자는 것으로 결정했다. 오히려 다시 크라운을 씌우거나 코팅을 해서라도 수명을 연장하자고 했으나 그런 전례도 없으며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며 말렸다.
보통 사랑니는 사람에 따라 다르나 4개까지 날 수 있다는데, 필자는 왼쪽 어금니 옆에 제3의 어금니로 하나만 났다. 보통 18세 정도면 영구치가 다 나오는데, 사랑니는 그 후에 19세부터 30세까지도 난다고 한다. 필자의 경우는 어렸을 때 어금니를 발치하고 나서 턱뼈와 어금니 틈이 생기면서 그쪽만 사랑니가 나온 것 같다. 그래서 인지 사랑니의 상태가 눕거나 매복되어 있지 않고 어느 정도 노출이 되면서 정식 어금니처럼 나온 것이다. 나중에 긴요할 때 쓰라고 여분으로 나왔는데 정말 긴요하게 잘 썼다.
사랑니가 날 때 고통이 따랐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사랑니라고 붙여진 이유가 첫사랑처럼 아프다 하여 사랑니라고 불렀다는 설과, 사랑을 할 시기에 나온다고 하여 그렇게 붙였다는 설이 있다. 서양에서는 사리분별을 할 수 있는 시기에 나온다 하여 ‘지혜의 이(Wisdom Tooth)'라고 한단다. 사랑니가 날 때의 고통의 시기는 지났고 사랑과 지혜의 좋은 뜻만 남았으므로 필자가 사랑니를 사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덕분에 사랑이 다시 찾아오고 지혜가 쌓이면서 지혜의 덕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사랑니 덕분인지도 모른다.
2015년 말 한국직업사전에 직업으로 등재 된 총 직업 수는 1만1440개이다. 그러면 다른 나라 직업의 수는 얼마나 될까? 미국은 30,000개, 일본은 25,000개가 넘는다.
그럼 왜 이 나라들은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직업의 수가 많을까? 가장 큰 이유는 서비스업 발달로 직업이 많아졌다. 미국에서는 애완동물 전문 변호사, 말 치과의사, 음식 조각가등 우리나라에서는 찾을 수 없는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전문 인력이 많다. 예를 들면 애완동물 전문 변호사는 애완동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법률적 문제를 해결해 주는 변호사이다.
대한민국의 일자리와 직업에 대한 관심은 여느 때보다 크다. 특히 전 분야에 걸쳐 고용율이 중요한 지표가 됐고, ‘학교, 기초자치단체, 정부’가 발 벗고 뛰지만 고용율은 제자리 걸음이다. 그 만큼 일자리는 옛날과 달리 고도의 전략과 선행적 산업구조에 따른 직업의 개념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도 청년실업률은 20년 만에 가장 높아졌다. 직업을 가지려고 해도 만만치 않은 경제양극화가 취업 동기에 부정적인 측면이 강하다. 첫 직장을 갖는 청년들은 심각한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초임 차이가 2~3배에 이르는 임금격차인데 자신의 능력이 2배, 3배 낮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첫 직장에 따라 인생이 바뀐다고 생각하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현 정부는 국제적인 통용 기준에 따른 능력중심사회를 위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구축하고 스펙, 학벌보다 직무능력(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지 여부)과 기초직업능력을 중시하는 현장 중심의 인적자원관리를 지향하고 있다.
그럼 실제로 투잡, 쓰리잡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자.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015년 11월 남녀 직장인을 대상으로 ‘직장인 아르바이트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29.8%가 본업 외에 아르바이트(투잡)를 하고 있다. 한편, 투잡을 하고 있지 않은 직장인 중에도 70.6%가 여건이 된다면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투잡이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투잡 쓰리잡은 선진국에서는 낯선 일이 아니고 우리도 그런 사회가 도래됐다.
그래서 스페셜리스트 보다는 한 가지 기반위에 다양한 지식과 정보, 네트워크가 필요하게 되었다. 미래에는 현명한 제너럴리스트가 요구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라고 해도 무림의 고수들이 많기 때문에 얇고 넓게 공부하는 시대다.
‘데이비드 마호니, 리처드 레스텍’의 ‘은퇴 없는 삶을 위한 전략’에서 “밀려나는 것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시장성이 있는 자신만의 기술을 다양화하고 개별화 할 방법을 지금부터 연구하기 시작하는 길이다.”라고 했다. 정신과 의사도, 신경과 의사도 어디에나 넘쳐난다. 그래서 그는 두과의 혼합영역인 신경정신과 모두 수련을 받았다.
직업을 한 가지만 생각하지 말고 두세 가지를 생각해 둬야 하고, 뒤에 지핀 불위에 주전자를 2,3개 얹어놓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자신이 더 행복해질 수 있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