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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외선 소독기 이해하기
- 고속도로 휴게소나 산업체의 대형 식당에는 자외선 소독기를 갖추고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 컵을 소독한다. 이발소나 목욕탕 같은 곳에는 소형의 자외선 소독기를 갖고서 머리빗을 넣기도 하고 가위나 이발 기계 등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물품을 소독한다. 자외선의 소독기능에 대해 잘 모르고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태양에서 나오는 빛을 전자파라고 하는데 이 전자파 중 사람이 눈으로 인식하는 파장을 가시광선(可視光線)이라 하여 380~760nm의 파장을 갖고 있다. 이 가시광선을 프리즘을 통해 분석해보면 무지개 색깔인 7가지 색 즉 빨주노초파남보의 색이 된다. 파장에 따라 색이 다르다는 의미다. 3파장 형광등은 3파장 형광물질인 적, 녹, 청의 세 가지 발광 색 성분으로 이뤄져 있다. 빨간색(赤色) 760nm를 넘어서는 파장을 적외선(赤外線)이라 하며 열을 내기 때문에 일명 열선(熱線)이라 하며 이것을 이용한 것이 원(遠)적외선 사우나다. 380nm보다 파장이 낮은 쪽을 자외선(紫外線)이라 하는데 살균의 효과가 있다. 자외선의 파장 중 가장 살균력이 뛰어난 253.7nm 파장이 많이 나오는 자외선램프(uv-c lamp)를 사용하여 살균한다. 자외선램프는 이 파장이 가장 중심에 다량으로 불쑥 올라와 많이 발산되지만 소량의 다른 파장도 들어있다. 가시광선 범위의 빛이 발산되지 않으면 우리는 빛을 느낄 수 없다. 동남아 지역을 여행할 때 길거리에서 날고기를 파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금방 음식이 상할 것 같지만 강한 자외선 영향으로 음식이 쉬 상하지는 않는다. 자외선 살균기를 제대로 알고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외선의 성질을 알아야 한다. 자외선은 투과력이 약하다. 자외선 빛이 직접 닿지 않는 곳은 살균이 되지 않는다. 컵을 거꾸로 두어 컵 내부에 자외선이 직접 투사되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 일부 음식점에서 물이 빠지게 컵을 엎어서 자외선 소독기 내부에 두는 경우가 있는데 자외선의 파장은 컵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컵 안에는 아무런 살균 효과가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약품 살균이 아니므로 소독의 지속성이 없다. 자외선 살균 후 또다시 오염될 수 있다는 거다. 살균했으니까 살균 효과가 지속하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자외선 살균의 장점은 약품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인체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고, 열처리가 아니므로 물질의 변형을 불러오지 않는다. 하지만 자외선 살균은 빛이 직접 닿은 부분만 살균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잊지 말자. 자외선이 닿지 않는 곳은 살균이 되지 않는 사실을 말이다.
- 2016-10-1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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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과 음식] 가을 낙지와 대하, 양기 보충에 최고
- 가을의 유명한 먹거리를 찾아 보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 전어, 이름 자체에 가을이 들어가 있는 추어탕(鰍魚湯), 서해안의 대하(大蝦), 낙지… 그런데 왜 모두 물에서 자라는 것일까? 가을은 땅에서도 열매가 많이 맺히는 결실, 수확의 계절인데. 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하늘이 높아진다는 것은 대기가 건조해진다[燥]는 말이고, 말이 살찐다는 것은 겨울을 대비해서 몸이 불어난다[濕]는 말이다. 식물은 가을이 되면 잎과 줄기가 마르면서 형형색색의 단풍을 만들어 내고[燥], 모든 진액은 열매와 뿌리 속으로 갈무리되어서 열매와 뿌리가 부푼다[濕]. 다람쥐는 도토리를 모으고, 곰은 많이 먹어서 체중을 20~30% 늘려 동면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사람도 피부는 건조해지고[燥], 속은 살이 쪄서 겨울을 대비한다[濕]. 그러므로 한의학에서는 가을을 마를 조(燥)와 거둘 수(收, 濕)로 대표한다. 그래서 가을에는 겉으로는 건조해서 생기는 피부병은 악화되고, 습기가 많아서 생긴 피부병은 호전된다. 건성 아토피나 건선, 안구건조증 등은 악화되고, 습성 아토피, 어루러기 등은 호전된다. 속에서는 살이 찌면서 습기가 더 강해진다. 그러므로 우울증이 심해지고, 디스크, 관절염도 심해진다. 에서도 가을 습기에 상하면 겨울에 기침을 많이 한다고 했다. 가을은 폐가 주관하는 계절이기 때문에, 폐와 관련된 코, 호흡기, 피부 질환이 많이 나타난다. 감기, 비염, 천식, 피부병, 상기증, 어깨와 등이 뭉치고 아픈 증상 등을 주의해야 한다. 폐가 원래 안 좋은 사람은 가을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가을에 적합한 음식으로는 갯벌, 진흙에 사는 수생 생물과 가을 과일, 견과류를 들 수 있다. 물고기, 낙지, 대하 등 물에 사는 생물은 자신의 몸에 들어온 물을 순환시켜서 몸 밖으로 내보내는 힘이 강하다. 따라서 물고기를 먹으면 예외 없이 부종을 소변으로 빼내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산후에 붓기를 빼려고 잉어, 붕어, 가물치 등 물고기를 먹는 것이다. 그중에서 진흙, 갯벌에 사는 물고기, 낙지, 대하는 습을 소변으로 잘 내보낸다. 물이 정체된 것과 습이 정체된 것은 좀 다른데, 물이 정체되면 위장이 출렁거리고, 습이 정체되면 소화가 안 되고 붇고 머리가 무겁다. 물이 정체되면 안개, 습이 생기기 쉽다. 물이 정체된 진흙, 갯벌에서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습을 제거하는 능력이 발달했다. 그래서 진흙, 갯벌의 생물을 먹으면 습을 순환시켜 건조해진 피부를 촉촉하게 해 주고, 몸속의 습은 소변으로 빼내 준다. 그러므로 피부가 건조해지고 몸속이 습해지는 가을에는 갯벌, 진흙에 사는 수생 생물이 좋다. 이들은 가을철 음식으로만 좋은 것이 아니라, 산후 유즙 분비를 촉진하는 음식으로도 우수하다. 산후 유즙 분비는 위장 기능이 좋아야 하고 피가 충분해야 하며 붇기가 없어야 하는데, 갯벌, 진흙의 수생 생물들은 이런 문제를 모두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추어탕은 미꾸라지(鰍魚)와 초피(제피)를 이용한다. 미꾸라지는 몸속 습기를 소변으로 빼 주면서 피부를 촉촉하게 하고, 초피는 기침을 멎게 한다. 이 둘은 속도 덥혀 준다. 그러므로 추어탕은 가을이라는 조건에도 맞고 감기 예방과 치료도 해 주는 좋은 음식이다. 가을 전어가 유명한 것도 가을철 건강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가을 전어는 물고기라서 습기를 소변으로 잘 빼내 주고, 통통해서 살이 찐 상태이기 때문에 내 몸이 겨울을 대비하도록 하며, 피부를 윤기 있게 한다. 가을철에 낙지가 유명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낙지는 갯벌에 살면서 소화를 돕고 습기를 소변으로 잘 빼내 주며, 기혈을 보충하고 피부를 좋게 한다. 낙지는 또한 근육의 힘이 좋기 때문에, 뱀장어, 가물치처럼 남자의 힘을 돋우어 준다. 연안 진흙바닥에 사는 대하나 수입 민물 대하는 모두 아랫배의 양기를 돋우어서 겨울을 대비하게 한다. 도토리가 다람쥐의 겨울나기를 돕듯이, 가을 과일은 사람, 동물들의 겨울나기를 돕는다. 단맛은 에너지를 만들고, 떫고 시큼한 맛은 진액, 정액을 수렴해서 겨울을 버틸 준비를 하게 한다. 여름 과일인 수박, 참외 등은 단맛이지만, 가을 과일인 감, 사과, 배, 귤, 오미자는 모두 시큼하다. 이 시큼한 맛은 땀구멍을 닫아 피부가 찬바람에 쉽게 상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피부의 땀구멍이 닫히면 인체 내부는 부풀기 시작하는데, 이렇게 부풀면 겨울철 추위를 이기기 쉽게 된다. 하지만 약간 서늘한 성질이 있는 편이므로 많이 먹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단단한 과일인 견과류는 피부에서 속까지 진액, 정액을 단단하게 응축해 주기 때문에 겨울 대비용으로 좋다. 연자육, 밤, 도토리, 땅콩, 호두, 좁쌀 등을 하루 한 줌 정도 먹는 것이 좋다. 견과류는 단단하고 둥글게 응집되어 있다. 사람이 견과류를 먹으면 마찬가지로 뼈와 피부가 단단해져서 찬 기운을 이길 수 있게 도와주며, 기침에도 좋다. 기운이 약한 것, 뼈가 약한 것, 설사가 잦은 것에도 좋으며, 눈과 뇌, 척추에도 좋다. 환절기라는 것은 계절의 변화가 급격하다는 것이다. 특히 가을에 따뜻하다가 추워지면 몸의 저항력이 약한 사람은 폐가 쉽게 약해져 기침, 콧물을 흘리게 된다. 변화의 급격함에는 모두가 약하다. 열대에 사는 사람이 한대에 가거나, 시차가 많이 나는 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온도차가 급격하거나, 감정의 급격한 변화를 겪거나 하는 것은 모두 감기에 걸리기 쉬운 상황이다. 따라서 환절기 감기를 예방한다는 것은 급격한 변화를 완만하게 하거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것이다. 이는 외부 환경을 조정하거나 내 몸의 내부 환경을 조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외부 환경은 잠을 잘 때 긴 팔을 입고, 창문을 꼭 닫고, 방의 온도를 약간 높이거나, 따뜻하게 먹는 것이다. 내부 환경을 조정하는 것은 생강차, 계피차 등으로 몸의 온도를 높이는 것이다. 가을, 겨울에 쉽게 땀이 나고 배 아픈 사람에게는 계피차가 특히 좋다. 저녁을 일찍 먹고, 일찍 자고, 약간 늦게 일어나는 것이 좋다. 심호흡을 자주 해 주는 것 역시 적응력을 높여 준다. 갑자기 추운 곳에 나갈 때는 조금씩 흡입량을 늘려 찬 공기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는 것이 좋다. 얼굴이 흰 사람은 황기, 인삼 등이 좋고, 얼굴이 검은 사람은 산수유 차가 좋다. 가을철에는 태양의 운행에 맞춰 겨울보다는 일찍 일어나고 여름보다는 일찍 자는 것이 좋다. 그리고 여름처럼 마음을 들뜨게 하지 말고, 가을 성격에 맞게 마음을 안정하고 정신을 수렴해야 한다. 또한 성생활도 지나치게 하면 수렴을 방해하므로 당연히 주의해야 한다. 건조한 날씨로 인해 호흡기질환이나 피부질환이 쉽게 생길 수 있으므로 체액을 증강해 건조함에 대비하고, 옷을 껴입고 기운을 보충해 서늘한 바람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약하자면 동면에 들어갈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 2016-09-30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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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홍의 와인여행]어느 가을 저녁, 와인의 속삭임에 감동을 발견하다
- 한 잔의 와인을 따르자. 그리고 잠시 와인이 전해 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여유와 낭만을 가져 보자. 1년 내내 훌륭한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절대 필요조건인 최상의 포도를 생산하려 땀을 쏟으며 온갖 정성을 다한 농부의 숨결이 서사시처럼 짠하게 전해 온다. (포도밭) 포도가 충분히 땅의 기력과 태양의 따스함을 받으며 당도와 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자연의 너그러움이 필요하다. 인간의 주조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최고 품질의 포도가 없으면 훌륭한 와인은 절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만큼 와인은 자연의 산물이자 선물이다. 여기에다 인간의 간단없는 노력이 첨가된 것이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어우러져 연주하는 합주곡에 한 번쯤 겸손한 마음으로 귀 기울여 봄이 어떨까? 모든 것이 바쁘고 팍팍하게 돌아가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남다르고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다시 한 잔의 와인을 따르자 그리고 잠시 숨을 돌리자. 그 한 잔의 와인 속에는 오랜 인간의 역사와 문화가 비밀스러운 코드처럼 속삭이고 있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와는 상관없는 서양의 역사와 문화라고 치부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역사도 문화도 새롭고 낮선 것들이 서로 만나고 상충하며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하는 것 아니겠는가! 각자의 경험과 상상에 따라 무수한 얘기들이 들려올 것이다. 그리스도의 피로 상징되는 와인, 최후의 만찬에 예수가 제자들과 나누어 마셨던 와인, 방주 이후 처음으로 포도나무를 심고 와인을 주조해 무척이나 즐겨 마시며 900살이 넘도록 장수한 노아, 그리스의 밤 와인 향연이었던 심포지엄, 로마의 광란적인 ‘바카날레’, 와인의 주신인 디오니소스, 루이 16세가 단두대로 끌려가기 전에 마셨던 마지막 와인, 프랑스혁명 당시 넘쳐났던 혁명의 와인, 나폴레옹이 애호했던 샹베르텡, 아비뇽 유수 이후로 교황의 와인이 된 샤토네프 뒤파프 등등. 한 잔의 와인에는 지난날의 무수한 이야기와 사건들이 담겨 있다. 조금 지나친 표현일지 모르지만, 와인은 서구 문명의 중요한 한 축이다. 따라서 와인은 서구 문명이란 거대한 곳간을 열기 위해 필요한 하나의 열쇠가 된다고 믿는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와인을 취감을 위한 단순한 알코올로 마시는 데 그치지 말고 와인이 수천 년 동안 간직해 온 인간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가며 음미해 보면 어떨까? 다시 한 잔의 와인을 따르자 그리고 와인이 발산하는 미묘한 색깔에 눈길을 멈추며, 잠시 환상에 젖어 보자. 레드 와인의 경우 가장자리가 보라색을 띠는 검붉은 빨강에서 체리 빛이 도는 옅은 빨강까지 그 느낌이 다양하고 현란하다. 화이트는 잔의 가장자리에 초록색을 띠는 옅은 노랑에서 짚 색을 거쳐 황금의 짙은 노랑까지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로제는 옅고 투명한 빨강에서 잿빛이 감도는 분홍까지 보는 것만으로도 미각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샹파뉴라면 쉼 없이 치솟아 오르는 거품의 윤무를 음미해 보자. 몸의 일부가 간지러운 듯한, 아니면 가벼워지는 느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거품이 잠자는 우리의 여러 감각을 깨우는 느낌에 젖어 보자. 그리고 색상의 짙고 옅음과 투명함을 눈여겨 살펴보자. 다시 한 잔의 와인을 따르자. 당연하지만 잔은 3분의 1이상을 채우지 말자. 황홀한 향들이 잔의 나머지 공간에서 자유롭게 머무를 수 있도록. 이제 천천히 코로 잔을 옮겨 깊숙이 들이마셔 보자. 그리고 지그시 눈을 감고 와인이 발산하는 향에 매료되어 보자. 갓난아기가 엄마의 젖무덤을 찾아 젖꼭지를 빠는 것은 본능이지만, 그 본능을 인도하는 것이 바로 냄새다. 엄마의 고유한 체취가 갓난아기에게는 유일한 등대인 것이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맡아온 여러 향들에 대한 추억을 되새겨 보자. 그리고 과일 향, 꽃 향, 미네랄 향, 동물 향 그리고 때로는 화약 향까지 다양한 와인 향의 팔레트를 느껴 보자. 이런 과정에서 기억의 지층 깊은 곳에 숨겨 있던 어떤 기억들이 문득 기억의 표면 위로 떠오를지도 모른다. 잠시 시간을 두었다가 다시 한 번 더 향을 맡아보자. 처음에는 느끼지 못했던, 기화성이 덜한 미세하고 미묘한 향들이 미각을 자극할 것이다. 잠시 얘기를 돌려보자. 쟝-피에르 빌램(Jean-Pierre Willem)이라는 프랑스 의사가 있다. 가봉에서 슈바르츠 박사의 마지막 조수 생활을 했으며,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에서 의사로서 가장 많이 활동해 기네스북에도 오른 사람이다. 지금은 ‘맨발의 의사회’를 창설해 가난한 국가의 의료봉사를 지원하고 있다. 몇 년 전에 한국을 다녀가기도 했다. 특히 향 치료(aroma-therapy)에 관한 저술을 많이 했으며, 이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이기도 하다. 그는 나에게 아프리카에서의 경험을 들려주며, 그곳에서는 정신 질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향을 이용한다고 했다. 덧붙여 향은 인간의 뇌에 바로 작용을 하기에 가장 심오한 치료법이라고도 했다. 프랑스의 일부 병원에서 환자의 고통을 줄여주고 치료의 효능을 높이기 위해 향, 특히 바닐라 향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도 말해 주었다. 미처 우리가 깨닫고 있지 못하지만 향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을, 그리고 와인은 향의 정원이란 점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 잠시 우회해 보았다. 자, 이제 다시 와인을 한 잔 따르자d 그리고 한 모금 입 안에 머금어 보자. 정신을 가다듬고 보물찾기라도 하듯 와인이 간직한 신비의 베일을 한 겹 한 겹 벗겨 보려 노력하자. 삼키기 전에 와인이 전해 주는 다양한 맛과 질감을 최대한 여유롭게 즐기자. 벨벳이나 실크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것도 있을 테고, 거친 타닌이나 높은 산도로 까칠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과거의 추억이 아니라 미래로 생각의 물꼬를 터 보자. 방금 마신 이 와인이 1년, 2년, 3년… 10년 후에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그렇게 세월이 지난 후, 나는 그리고 우리는 또 어떻게 변해 있을까? 훌륭한 와인처럼 시간과 더불어 보다 성숙하고 깊이와 조화를 더한 멋있는 사람으로 발전해 있을까? 아니면 하찮은 와인처럼 쇠약하고 보잘것없는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이제 와인에 대한 총체적인 느낌을 솔직한 자신의 언어로 표현해 보자. ‘이 와인 참 괜찮네요’ ‘마시기에 편한 훌륭한 와인이네요’ 정도로도 충분하다. 이제는 더 이상 와인을 잔에 따라야 할 당위성 혹은 필요성은 없다. 이미 마실 만큼 마시지 않았나? 분위기와 즐거움을 위해 계속하려면 그렇게 하시라. 끝으로 와인의 속삭임에 다시 한 번 귀 기울여 보자. 와인은 우리에게 속삭인다. “난 오직 당신의 즐거움을 위해 태어났어요. 그 즐거움은 좋은 사람들과 나누면 나눌수록 커져요. 즐거움이 커지려면 가능한 한 과음은 피하세요. 특히 다른 술을 잔뜩 마시고 절 맨 마지막에 마시는 것은 모욕이에요”
- 2016-09-08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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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아침
- 눈을 떠보니 여린 햇살이 수줍게 인사를 한다. 어느새 베란다 너머로 선선한 바람이 고통스럽던 여름의 이별을 고한다. 오고 가는 계절, 또 보내려니 아쉬움도 곁든다. 또다시 찾아온 새 달의 첫날 아침이다. 엊그제까지도 그렇게 숨통을 조이더니 잘 참아온 덕에 겨우 살만하다. 참기 힘들었던 시간들만큼이나 새 아침에 햇살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창문을 활짝 열어 싱그러운 바람을 한 아름 안아보았다. 사람은 어쩌면 이리도 간사한 것 일가. 창밖으로 묵은 숨을 길게 내뿜으며 신선한 공기 속에 넋두리를 해본다. 견뎌낸 고통의 대가로 찾아온 축복 같은 계절의 ‘화려한 아침’이다. 향기 진한 모닝커피가 설익은 아침미소로 유혹의 손짓을 한다. 날씨가 추우면 소름이 끼치도록 춥다고, 더울 때는 끔찍하게도 더워서 안달을 했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다. 참지 못하고 지냈던 지난 시간들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조금만 참고 견디면 다 살기 마련이라고 늘 마음먹어왔는데 여지없이 또 참지 못 했다. 지난해 여름은 그런대로 견딜 만 했다. 그러나 올여름은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도저히 못 참고 곧 죽을 것만 같아 정신을 못 차렸는데 결국은 또 지나간다. 지나고 보니 어쩌면 어딘가 모를 아쉬움도 남는 것 같다. 아마도 곧 다가올 혹독한 겨울이 남아있기 때문인가 보다. 커피 한 잔을 마주하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사람이 성격에 따라 더 못 참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반복되는 계절 속에서도 살아가는 방법이 아주 다양하다. 어떤 이는 에어컨이 있어도 선풍기로만 살려고 하고, 아는 지인은 아예 에어컨도 없다. 참는 법도 살아가는 지혜라는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은 훗날의 세금 폭탄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단은 살고 보자며 에어컨 바람을 끼고 살기도 한다. 어느 누가 참된 삶의 방법인지는 그 향방을 가리기가 힘들다. 그들 삶의 방향 나름대로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는 방식이 다를 뿐이고 모두가 그런대로 다 잘 살아가고 있다. 날씨도 참으로 제멋대로다. 바람이 불고 싶으면 이리저리 불어 마구 흔들어대고, 하늘에서 태양을 내리쬐고 싶으면 힘없는 땅에 맘대로 퍼부어, 찌는 더위로 하소연을 한다. 사람들도 살아가면서 날씨처럼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단지 변덕스러운 그것들에 맞추어야만 살아갈 수가 있다. 추우면 입어야 하고 더우면 벗어야 하며, 비가 오면 우산을 써야 하고 눈이 오면 하얀 눈을 밟아대면서도 쓸어서 깨끗이 치워야 한다. 그것이 조화롭게 대비하는 자연의 순응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도 날씨처럼, 그저 상대에 대한 적응을 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문득 들었다. 이런저런 사람 생긴 대로, 날씨와 같이 맞춰가며 그럭저럭 살다 보면, 또 한세상 모가 남이 없이 잘 사는 것이 아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어진 삶을 살아가면서, 날씨처럼 맘대로 변화하는 온갖 역경에도 잘 맞추어 묵묵히 살아간다면,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진솔한 마음을 가져본다. 생각과 현실은 결코 쉽지 않은 파트너이지만, 생각의 차이가 현실을 또 이끌어갈 것을 믿으며, 모든 것들은 다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것 이리라. 싱싱한 햇살이 반기는 이 ‘화려한 아침’에 모닝커피의 미소가 마음을 넉넉하게 만들어준다.
- 2016-09-05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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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에 둔감한 남자
- 가 수학문제 처럼이나 어려워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철 따라 옷을 찾아 입는 일이다. 원래가 둔감해서 그런지 철이 바뀔 때 제철 옷을 입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주로 아내가 챙겨주는 옷을 입어서인지 아예 그 방면엔 촉감이 퇴화하여 버린 듯하다. 오늘도 또 그런 일을 당하고 말았다. 아직 8월 무더위가 지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열대야 현상으로 잠을 이루기 힘들었다. 사상 최고로 더운 날씨에 낮이나 밤이나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낮엔 낮대로 최하 35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태양 볕은 아예 지구를 달구어 놓았다. 아침저녁으로 수돗물을 가장 차게 해서 틀어 놓고 샤워를 해보지만 돌아서면 다시 덥고, 아예 수돗물도 온천수처럼 미지근한 상태다. 에어컨은 누진세 폭탄이란 말을 듣고 미리 겁을 집어먹고 혼자 있을 때는 돈이 아까워 틀지도 못했다. 따뜻한 바람을 일으키는 선풍기가 힘들게 돌아가지만, 더위를 식히는 데는 무리다. 태풍은 온다는 소식도 멀고 겨우 소나기 한 줄기 국지적으로 잠시 지나가면 그뿐이었다. 그렇게 높았던 기온이 엊그제 내린 소나기에는 한풀 꺽인 듯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고 시원한 바람까지 불었다. 필자는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며칠 전 무더위를 생각하여 반소매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무더위는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차가온 기운이 돌며 찬바람까지 몰아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덥기는커녕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어 감기 걸리기 딱 맞은 날씨였다. 아직 8월 여름이라 방심하고 나온 것이 화근이었다. 주위 사람들을 보니 어느새 복장들이 싹 바뀌어 있었다. 모두가 늦가을이나 초겨울 옷을 입고 거리를 다니는데 필자만 판소매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군중 속을 들어 왔으니 모두가 이상한 사람 취급하듯 대하는 것 같았다. 남의 이목이야 어쨌든 자전거 바람까지 맞으니 온몸이 싸늘하게 식는 느낌이었다. 이미 집을 나왔으니 도로 들어갈 수도 없고 낭패였다. 이런 일은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다. 환절기때만 되면 으레 겪는 일이다. 어떤 때는 남들 다 가벼운 옷을 입는데 두꺼운 옷을, 그런가 하면 남들 두꺼운 옷으로 잽싸게 갈아 입었는데 가벼운 반팔을 입어 낭패를 당한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4계절은 그래서 참 혼동스럽다. 그래서 아내의 잔소리가 심하다. 내일은 무엇을 입고 출근할까? 아직 8월 삼복더위가 끝나려면 며칠 남았는데 여름옷을 입고갈까 아님 가을옷을 입고갈까? 오늘 고생한 것으로 봐서는 반소매는 아닌 것 같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들은 옷 입는 데는 아주 노련하다. 옷도 자기가 사서 입는다. 아내의 레퍼토리가 또 나올 만 하다. 아들 반만이라도 닮으라고.
- 2016-08-2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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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렬의 재미있는 부동산 이야기] 아파트 조망권도 ‘돈’… 어떻게 계산하나?
- 우리나라에서 조망권이라는 개념이 처음 생긴 것은 1970년대 후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현대아파트가 들어서고부터이다. 하지만 당시엔 한강 조망권은 아파트 값을 좌우하는 요인은 되지 못했다. 살아보니 한강이 보여 좋다는 정도였다. 2000년대에 들어서서 서울과 신도시를 중심으로 조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후 새롭게 등장한 것이 경기도 용인시 인근 택지개발과 함께 나온 골프장 조망권이다. 또한 서울에서 청계천 복원공사가 끝난 후에는 하천 조망권에도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조망 대상이 되는 것은 강, 하천, 호수, 바다, 공원 등이다. 그러나 조망 대상이 깨끗하지 못하면 조망권이 아니라 혐오시설 취급을 받는다. 도시민의 소득수준이 증가되고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조망은 아파트 가격에 민감하게 반영된다. 그 원리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조망권 프리미엄이 적게는 수천 만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까지 형성되는 등 이미 부동산 시세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최근에는 조망과 소음 모두 아파트 개별 분양가격 산정 시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망을 가격으로 환산하는 방법은 보통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다. 먼저 조망 대상을 정한다. 조망 대상 중 가장 멋진 풍경을 정한다. 그다음에 등급을 정한다. 보통 10등급 정도로 구분한다. 아파트라면 거실 등 아파트별 기준 지점을 정하고 눈높이를 정한다. 보통 1m 70㎝가 기준이다. 보이는 풍경에 따라 주관적으로 등급을 정한다. 이 등급이 아파트 조망 가격을 결정하는 지수가 된다. 예를 들어 앞이 막혀 한강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 10등급, 가장 멋진 풍경이 담긴다면 1등급을 매기는 식이다. 1등급 조망에 해당되는 아파트는 1000세대라면 5세대가 나오기 힘들 정도라고 보면 된다. 보통 아파트 신규 분양 시 개별 호실별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라면 최종 아파트 가격은 조망, 일조권, 소음, 프라이버시, 구조, 층, 향과 함께 계산한다. 보통 대로변 아파트라면 조망이 좋기 마련이다. 그러나 조망이 좋은 곳은 좋은 만큼 소음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한강변 등 아주 전망이 좋은 곳이 아니라면 도로변보다는 단지 중간에 있는 아파트가 더 인기가 있는 경우도 있다. 서울 암사동의 어느 아파트는 도로변에 있는 아파트보다 단지 중간에 있는 아파트가 2% 더 비쌌다. 소음이 아파트 값에 영향을 준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고가의 주택이 밀집한 지역일수록 조망 가치의 주택 가치에 대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상대적으로 저가의 주택이 밀집한 지역일수록 조망 가치의 주택 가치에 대해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또 소득이 높아질수록 경제가 발전할수록 조망이나 소음 등 환경가치에 민감해지고 있다. 천공 조망과 경관 조망의 차이는 무엇일까? 천공 조망이란 주택에서 거실 창을 통해 보이는 하늘의 차폐 정도를 의미하고 경관 조망이란 거실 창을 통해 보이는 주변경관 정도를 말한다. 해당 호수의 거실 내에서 건물의 건축 전후의 경관을 비교하여 조망에 대한 차폐면적을 계산한다. 건물을 신축해서 기존 건물의 조망을 침해하였을 경우 조망권과 관련한 손해액을 산정할 때 쓰는 방식이다. 환경권의 가치는? 일조 및 조망과 같은 환경권의 가치가 주택 가치의 20%에 달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있다. 이 중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무엇보다도 조망권이다. 일조권은 이미 법적으로 그 권리를 인정받은 것임에 반해 조망권은 아직 그 법적 권리를 인정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망 가치에 관련된 판례들은 2004년 이후 급증하고 있는 추세이다. 일조권은 어떻게 계산할까? 일조권과 조망은 당연히 차이가 있다. 일조권이란 햇볕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률상 보호되어 있는 권리로서, 인접 건물 등에 의해 태양 광선이 충분히 닿지 못하여 생기는 재산적 정신적 피해에 대하여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동지를 기준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의 시간대별 그림자를 분석하여 호별로 일조 확보 여부를 분석한다. >> 김정렬(金淨烈) 한국일반행정사협회 전임 교수 국내 최초로 부동산 전문가들로 네트워크를 구성, RE멤버스를 설립하고 부동산써브 대표를 역임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자산신탁, 기업체, 금융기관 등에 부동산 자문을 꾸준히 하고 있다. 저서로는 등이 있다.
- 2016-08-2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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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주와 하룻밤 지내기
- 8월 중순이 넘어도 무더위는 꺾이지 않고, ‘폭염특보’만 휴대폰을 두드린다. 여름에 시원하여 에어컨 가동이 별로 필요하지 않았던 ‘관악의 전원주택’ 필자의 아파트도 올해는 요금폭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손주와 함께 더위를 쫓으면서 끈끈한 정을 키운 이야기를 펼친다. ◇올 여름 피서하기 올 폭염에 힘들어 보이는 쌍둥이 손녀·손자를 데리고 피서 겸 견학차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가족나들이를 갔다. 아이들은 신안해저유물전시관에서는 어마어마한 유물을 보고 입을 닫지 못하고, 어린이 박물관에서 재미있는 놀이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퇴장이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필자가 귀가하면서 “할아버지 집에서 더 재미있게 놀고, 저녁에 할아버지와 같이 자자!“고 제안하였다. 손녀는 머리를 흔들고, 손자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스쳤다. 바로 옆 가까운 곳에서 살면서 자주 만나지만 여태껏 부모와 떨어져서 할아버지 집에서 자 본 경험이 없는, 몇 번 시도했지만 성공한 일이 없는 큰 숙제였다. 여느 때처럼 ”엄마가 허락하면 그렇게 할게요!“라고 대답하였고, 며느리는 예전같이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하였다. ◇손주와 하룻밤 지내기 공 던지기, 끝말잇기, 가위바위보 게임 등으로 신나게 놀았다. 저녁 식사 후 반전이 일어났다. 아들가족과 손녀는 귀가준비를 하는데 “동생도 할아버지와 자는데, 형이 되어가지고 한 번도 자지 않으면 말이 안 된다.”고 손자가 일성을 발하였다. “초등학생이 되더니 엄청 컸구나!” 모두가 어리둥절하였다. 가까이 사는 5개월 늦은 외손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외손자는 당시 신종 플루 등 감염위험 때문에 필자의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였다. 그래서인지 훨씬 전부터 외할아버지 품에서 잘 잤다. 어려서 부모님의 품을 떠나서 하룻밤을 지내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알고 있다. 중학교 진학을 위하여 집을 떠나기 전에는 같은 시골동네 이모님 댁에서도 자기커녕 밥 한 끼 먹지 못하였다. 사촌들과 놀다가도 식사준비 소리가 나면 부리나케 집으로 내달렸던 기억이 지금도 뚜렷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여름으로 기억한다. 이모님과 함께 하루를 걸어야 하는 외가댁으로 처음 갔다. 집을 떠나 본 일이 없는 터에 밥 먹기도 힘들고 잠자기는 더욱 어려웠다. 무서운 꿈만 꾸다가 날을 밝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기억에 남지 않거나 황당한 꿈을 거의 매일 꾸고 있다. 선풍기·에어컨을 교대로 켜면서 손자의 할아버지와의 첫잠을 잘 자도록 밤을 지켰다. 조금은 서늘해진 아침이 터 오르고 있다. 가슴이 따뜻해진다. 아이의 표정에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부모 품을 떠나서 할아버지와의 첫잠을 손자는 훗날 어떻게 기억할까? ◇즐겁게 만나라, 칭찬하라 손자와 훨씬 가까워진 느낌이다. 다음에는 할머니를 좋아하는 손녀와 같이 지내기를 하고자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하여 할아버지, 할머니의 진정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처럼 격식에 맞춘 보살핌은 아무 소용없다. 가슴에 안고 즐겁게 만나자. 손자는 할아버지의 가슴이 따뜻한지 차가운지 훤히 알고 있다. 책망하지 말고 하루에 3번 이상 칭찬하자.
- 2016-08-1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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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식들을 기다리는 부모님
- 해도 텃밭에는 토마토가 탐스럽게 열렸다. 자연은 참 신비롭다. 언제나 그 법칙을 어기는 법이 없다. 봄이 되면 땅은 씨앗을 품을 준비한다. 땅을 고르고 거름을 하고 씨앗을 심어두면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 그것도 자신의 종족을 보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몸짓이 아니라 넉넉한 인심이다.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내어 이웃에 영양분을 나누어 준다. 언젠가 소설가 이외수 씨가 자살을 하는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글에 공감한 적이 있다. “그대는 자신을 위해 희생한 그 많은 과일과 생선들에게 미안해 본 적이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그렇게 자연의 혜택을 많이 보고도 쉽게 생명을 던질 수 있는냐는 물음이다. 사실 우린 매일 먹고 마시는 모든 것들에 대한 과분한 혜택에 감사보다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온 적이 많다. 우리가 소비하는 자연의 생물 하나하나가 생각해보면 참 감사한 일이다. 다른 과일도 많지만, 여름이 되면 토마토는 필자가 정말 좋아하는 과일이다. 부모님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아신다. 그래서 시골 노인들은 자신의 몸 움직이기도 어려워 하시면서 때만 되면 텃밭을 일구고 씨앗을 심으신다. 뜨거운 태양 볕 아래 빨갛게 토마토가 익으면 부모님은 걱정이 태산이다. 수시로 전화해 언제 올 거냐고 물으신다. 밭에 토마토가 다 익었다는 것이다. 엊그제까지도 파랗던 토마토가 붉으스레 홍조를 띠기 시작하면 앞을 다투어 익기 시작한다. 그러면 두 노인이 따서 드시기에 감당이 안 된다. 부모님의 전화가 빗발치는 것은 주로 이때다. 사실 경비로 따지면야 시장에 가서 사 먹는 것이 싸게 먹힌다. 돈 만 원이면 몇 번을 먹을 만큼 사올 수 있다. 그러나 시골 한번 내려가자면 오가고 기름값에 하루 이틀을 다 소비해야 한다. 시골 다녀온 지도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눈치도 없이 토마토는 앞을 다투어 익어간다. 먼저 익은 토마토는 드시고 남는 것은 냉장고에 이미 채워놓았어도 또 익어 가는 것을 주체할 수가 없다. 사실 시장에서 사서 먹는 토마토의 맛은 밭에 들어가 한 입 크게 베어 무는 그 맛과는 비교가 안 된다. 단맛이 물씬 배어 있는 싱싱한 맛이란 그 무엇과도 비길 데가 없다. 어릴 때부터 학교 다녀오면 토마토 밭에 가서 연거푸 몇 개를 먹어 치우곤 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래도 흙냄새 맡아가며 시원하게 부는 바람이 좋았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고향의 맛이요 향기였는지도 모른다 올해도 여지없이 토마토는 익었다. 힘드신데 그냥 쉬시라고 자식들은 만류한다. 그런데도 매년 토마토를 심는 이유는 한 번이라도 자식들을 더 보기 위함이다. 새가 둥지를 떠나듯 자식들도 뿔뿔이 도심지로 떠나갔다. 저들 나름 바쁘게 사느라 자주 부모님 뵈러 오기도 힘들다. 그러니 토마토는 자식들을 오게 하려는 일종의 미끼(?)다. 그러니 토마토는 내년에도 또 심으실 게 틀림없다. 그리고 전화할 것이다. “얘야 토마토가 익어 지천이다. 언제 내려 올거니?
- 2016-08-0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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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답게 보니 아름다워
- 내리쬐는 태양이 뜨겁다. 입추의 절기가 지났는데 폭염은 식을 줄 모른다. 자기도 모르게 짜증스러워진다. 군중을 향한 집단테러를 비롯하여 상상을 초월한 일련의 사건들이 혼돈에 빠뜨리게 한다. 간혹 조물주는 느슨해지는 인간에게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지 모른다. 현세는 각박한 삶의 연속이라 말하는 사람도 많다. 얼핏 보기에 그런가 싶지만, 눈을 지긋이 감으며 다시 바라본 세상은 아름답다. 폭염 아래에서 여름의 낭만을 즐기는 사람도 많아서다. 자연과 사람이 아름답다. 백사장 모래톱에 두 발을 나란히 담그고 바라보는 자정이 넘나드는 밤하늘의 별은 신비하기조차 하다. 서산에 걸린 상현달은 그림이다. 볶고 지지며 사는 세상이라 하여도 요모조모 살펴보면 정겹다. 살맛이 나는 구석이 있기 마련이다. 현자(賢者)들은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렸다 설파했다. 마음먹기에 달렸고 보기 나름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다. 나는 그 아름다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를 좋아한다. 일상의 분주한 생활에서 카메라를 들면 세상이 네모 상자 안에 아름답게 자리한다. 눈에 보이는 생명체가 모두 정겹고 기쁨으로 다가온다. 세상의 번잡함을 잊는다. 요즘 철에는 숲 속 부엽토를 비집고 슬며시 고개를 내미는 버섯이 눈길을 끈다. 먹을 수 있는 버섯과 먹을 수 없는 독버섯이 제철을 맞는다. 대부분의 버섯이 독을 지녔지만, 나는 그 색감과 자태에 매료된다. 좋은 피사체다. 망태버섯이 그 대표격이다. 노란 색깔과 벌집 모양의 패턴 구조가 신비스럽다. 지고 피는 시간도 짧아 행운의 수간과 만나야 담을 수 있다. 산속에서 만나는 버섯의 아름다움에 아침마다 빠져든다. 저녁노을에 붉게 반짝이는 모래사장의 눈부신 빛깔이 있다. 해변가를 거니는 아가씨의 농익은 각선미가 시선을 사로잡지만, 땀방울이 맺힌 농부의 구릿빛도 얼굴도 좋다. 초봄의 여린 연둣빛에서 초록으로 짙게 바뀌는 산야의 녹음방초가 그렇다. 가슴에 뜨거운 열정을 불러일으켜 주었던 흐드러지게 핀 철쭉이 그랬고 한두 송이 피어나는 오뉴월의 여왕 장미도 그랬다. 그러나 나는 일반인이 눈여겨 보지 않는 들녘에 피어난 이름 모를 작은 들꽃에 더 정감을 갖는다. 살지 못할 것만 같은 바위 틈새에서 생명력을 보여주는 한 떨기 갓난아기 손톱만 한 꽃송이에도 매료된다. 바람에 작게 흔들리는 쇠뜨기 군락도 장관으로 보이고 메마른 돌부리 많은 언덕에 안쓰럽게 피어난 하얀, 분홍, 샛노란 씀바귀도 주변에 자라는 가느다란 줄기와 어울려 한 폭의 수채화가 된다. 카메라 화면에 들어 앉는 이러한 모습은 환상이다. 고색창연한 돌담 곁에 작지만, 고고하게 꽃대를 올리는 개망초는 여지없는 동양화다. 봄철엔 산과 들의 습한 구석에 떼지어 노랗게 핀 애기똥풀도 있었다. 이름 자체가 귀엽고 이른 아침 해가 나무 사이로 비추면 군락으로 핀 그 모습은 더욱 환상이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보면 참으로 아름다운 구석이 있음을 발견한다. 개미를 위하여 꿀샘을 줄기에 뿜어내어 놓는 애기똥풀의 나눔 정신도 배워 볼만한 교훈이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그들의 노랫소리가 들리고 가슴을 활짝 열면 여유롭게 흔들리며 바람 부는 대로 살아가는 자연의 섭리가 다가온다. 산새들과 풀벌레의 노래도 배경음악이 되어 어울린다. 참 아름다운 모습에 빠져들고 정겨운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보잘것없는 그들에게도 놀랄만한 아름다움이 있다. 나는 초대받은 귀한 손님이 되어 어우러져 자연으로 돌아간다. 이런 모습을 발견한 나는 큰 기쁨을 얻는다. 감동이다. 작은 관심으로 얻는 기쁨이다. 그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는다. 사진은 카메라로 쓰는 이야기라 하는 이유다. 유명한 사진 촬영지 여행보다 주변의 돌담길이나 들판, 산언저리, 강가나 실개천 가를 거닐기를 좋아하는 이유다. 그리고 사람이 사는 동네의 사람 냄새가 나는 이웃들의 일상에서 행복을 찾기를 좋아한다. 공원 나무 그늘의 벤치에 줄지어 앉아 세상살이를 이웃처럼 얘기하는 동네 할머니들의 모습도 즐겨본다. 문 닫힌 가게 앞에서 졸고 있는 고양이 모습도 즐겨 찍는 사진 소재다. 수양 버드나무가 휘늘어진 둑길을 드물게 지나가는 허리 굽은 할머니를 기다리면서 한나절을 보내기도 한다. 한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서다. 사진은 기다림이라고 했지 않은가? 세상의 모든 잡다한 일들을 렌즈에 담아 고운 모습으로 승화하려 한다. 곱게 보면 모두가 아름다워지는 생활의 진리다. 카메라로 담아내는 행복한 세상의 이야기다. 글도 글이지만 한 장의 사진으로 그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주기를 좋아한다. 사진으로 써 내려가는 무언의 글이다. 이웃이나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이 가까운 사람들과 공유하기도 즐겨 한다. 세상의 모든 사람과 함께 나누기를 좋아한다. 렌즈로 본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을 말이다. 아름답게 보니 아름답다.
- 2016-08-0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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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피서
- 올 여름은 유난히 더운 것 같다. 장마는 사라지고 연일 태양이 작열한다. 열대야로 잠을 재대로 잘 수 없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이런 변화를 의미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올림픽 중계를 보면서 뒤척일 수 있어 그런대로 길고 더운 여름밤을 버텨낼 수 있다. 낮에는 숨이 턱턱 막히지만 집에서는 에어컨을 틀지 않는다. 거실 구석에 하나 서 있고 안방 벽에 하나 걸려있지만 몇 년 째 가동한 적이 없다. 전기세가 문제가 아니라 여름엔 땀을 흘려야 된다는 논리로 가동을 못하게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아내와 아이들의 원성이 자자하지만 워낙 필자의 고집이 강경하므로 다들 선풍기로 버티고 있다. 이제 입추도 지났으니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고 하니 모두 어이없어 한다. 어제 부모님 댁에 들어서는데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혔다. 저층 연립주택에 사시는데 앞뒤 동 간격이 좁고 저층이라 집안에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다. 선풍기가 몇 대 돌아가긴 했지만 엄청 더웠다. 팔순을 훌쩍 넘기신 두 분이 더위로 고생하시는 것이 걱정스럽다고 했더니 전혀 문제없다고 하셨다. 어머니는 아침 드시고 나서 근처 중랑천 변 그늘로 가신다고 했다. 그곳에서 동네 할머니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로 오전시간을 보내신 후 오후에는 복지관에 가서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저녁까지 지내시다가 들어오신다고 했다.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는 특별한 피서를 하고 계셨다. 그것은 ‘무료 전철피서’ 아주 긴 노선을 택해서 하루 종일 시원한 전철 여행을 하고 계셨다. 우선 아버지 혼자 하는 여행은 다음과 같다. 간단한 도시락을 준비한다. 중랑역에서 전철을 타고 왕십리 역에서 신분당선으로 갈아탄다. 한 시간 이상 걸려서 수원에 도착하면 인천 행으로 갈아타고 소래포구에서 내린다. 소래포구 시장 구경을 하고 인근 다리 밑 그늘에서 쉬고 도시락을 드신다. 다리 밑에는 의자를 많이 설치 해 두어서 편하고 노인들이 많이 모인다고 하셨다. 어머니와 같이 가실 때는 전철 1호선을 타고 온양까지 가신다고 했다. 온양 온천에는 전국에서 모여 든 노인들이 점령했다고 한다. 온천 후 점심 드시고 시장 구경도 하시고 느긋하게 전철타고 서울에 도착하면 저녁. 하루 여행으로는 제격이고 가고 오는 동안 시원한 전철에서 피서할 수 있다고 하신다. 아버지는 가끔 복지관 친구 두 분과 전철여행을 하신다고 했다. 일산에 사시는 분이 계셔서 일단 종로3가에서 모인다. 오전 열시쯤 만나서 서울 역으로 이동한다. 서울 역에서 공항철도로 갈아타고 인천 계양까지 가서 인천 지하철 1호선으로 갈아탄다. 원인재 역에서 오이도행 열차를 갈아타고 가다가 소래포구에서 내린다. 시장에서 우럭 두 마리를 구입해서 식당에 가져가면 매운탕을 끓여준다. 막걸리 한 병 놓고 식사하신 후 시장 구경하고 노선을 거꾸로 타고 집으로 돌아오신다. 1인당 회비는 이만 원인데 몇 천원이 남는다고 한다. 전철피서의 하이라이트는 춘천 행 열차를 타는 것. 춘천 역에 내리면 인근에 닭갈비집에 가서 점심식사를 하신다. 식사 후에는 닭갈비집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승합차를 타고 박사가 많이 배출되었다고 유명한 박사동네, 소양강 처녀동상, 소양호를 두루 구경한다. 구경 후에는 춘천 역까지 친절하게 데려다 준다는데 이 모든 서비스가 공짜란다. 단, 일행이 여섯 명 이상이라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라고 한다. 그래서 춘천에 가실 때는 여러 명이 모여서 간다고 하셨다. 65세 이상에게 제공되는 전철 무료서비스는 여러 가지 면에서 노인들에게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교통비 부담 없이 시원한 피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노인들의 정신과 육체건강에 상당히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 2016-08-08 1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