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긴 명절이었던 설날이 끝났다. 5일간의 긴 연휴였던 만큼 일상으로의 복귀 이후 명절 후유증을 잘 극복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설은 팬데믹 속 네 번째 맞이한 명절에 적응한 영향인지 연휴를 보내는 방식이 다양했다. 지난해 가족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으로 귀성길에 오른 사람도 있었고, 긴 연휴를 기회로 호캉스(호텔+바캉스)를 떠나는 이들도 있었다. 또 명절 시즌에 단기 수입을 얻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알바족도 등장했다.
일산자생한방병원 김영익 병원장의 도움말로 귀성족, 호캉스족, 알바족 각 유형별로 주의해야 할 근골격계 증상과 일상 회복에 도움을 주는 스트레칭을 알아보자.
고향에 간 ‘귀성족’, 장시간 운전에 엉덩이·허리 뻐근하다면 ‘폼롤러 엉덩이 스트레칭’
최근 한 구인구직 플랫폼의 조사 결과 직장인 절반인 50.6%가 귀성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설문조사 결과보다 14%p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귀성길과 귀경길에 같은 자세로 장시간 앉아있게 되면 엉덩이와 허리가 뭉치기 쉽다. 이때 뭉친 근육을 풀어주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명절 후유증으로 몸이 쉽게 피곤해지거나 요통이 생길 수 있다.
명절이 끝난 시점에도 지속적으로 통증이 남아 있다면 ‘폼롤러 엉덩이 스트레칭’이 도움이 된다. 왼손으로 땅을 짚고 옆으로 누워 왼쪽 엉덩이 밑에 폼롤러를 놓은 다음 오른쪽 다리를 구부려 세운다. 왼쪽 발목을 오른 무릎에 올리고 엉덩이를 지그시 눌러 폼롤러를 밀고 당긴다. 1~2분 근육을 풀어준 뒤 다시 오른 다리를 구부려 세워 몸을 밀고 당겨주면 된다. 이어 오른발을 왼 다리 앞으로 넘기고 동작을 반복한다. 반대쪽도 동일하게 실시하여 1세트를 총 3회 반복하면 된다.
혼자서 풀기 힘든 엉덩이 근육을 폼롤러로 자극해주면 엉덩이 근막이 이완되는 효과가 있다. 엉덩이를 포함한 하체의 대부분을 눌러주기 때문에 순환을 촉진하고 손상된 근육의 회복을 돕는다. 둔부 주위로 많은 신경이 지나가기 때문에 처음에는 고통이 느껴질 수 있지만 꾸준히 반복하면 통증이 완화된다.
일산자생한방병원 김영익 병원장은 “둔부는 상체와 하체 중간에서 허리를 받쳐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엉덩이 근육이 뭉치면 허리 통증이 유발될 수 있다”며 “스트레칭 후에도 일주일 이상 통증이 지속된다면 정확한 진단과 함께 추나요법이나 침치료와 같은 한방치료를 받는 것이 척추 질환 예방에 좋다”고 말했다.
연휴 만끽한 ‘호캉스족’, 잘못된 자세로 목 통증 생겼다면 ‘갸우뚱 스트레칭’
연휴의 절반 이상을 호텔에서 푹 쉬려는 사람도 늘어났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에 2박 이상 연박으로 예약한 건수는 지난해 대비 11배 이상 많았다고 한다. 오랜만에 긴 연휴를 맞이해 제대로 쉬어보고자 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내에서 무심코 취하는 편한 자세는 목뼈(경추) 뿐 아니라 주변 근육에 무리가 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높은 베개 등 침구류를 이용할 경우 목과 어깨가 긴장하게 돼 뻐근한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경직된 목 근육은 머리로 향하는 혈관을 압박해 만성피로로 이어지기도 쉽다.
호캉스를 즐기고 난 후 목에서부터 어깨 부근까지 묵직하게 당기는 느낌이 든다면 간단하게 따라 할 수 있는 ‘갸우뚱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이완시킬 필요가 있다. 갸우뚱 스트레칭은 말 그대로 고개를 기울여주는 동작이다. 바르게 앉거나 선 상태에서 고개를 양쪽으로 기울여 좌우 번갈아 4초간 유지한다. 이후 고개를 대각선 방향으로 젖히고 기울인 자세를 좌우 4초간 유지한다. 좌우 대각선 동작을 한 세트로 총 5회 반복하면 된다. 목을 당길 때 어깨가 함께 올라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설 연휴 ‘알바족’, 뭉친 어깨 근육 간단하게 풀 수 있는 ‘몸통 돌리기 스트레칭’
평소보다 시급이 높은 명절 시즌에 단기 수입을 얻으려 하는 ‘알바족’도 많았다. 지난달 한 구인구직 앱에서 성인남녀 12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4명이 설 연휴에 아르바이트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연휴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로는 ‘설 연휴 특별한 계획이 없어서(30.4%)’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설 연휴에 높게 책정되는 시급(18.4%)’도 중요한 조건으로 나타났다. 귀성이나 호캉스 등의 계획이 없는 사람들이 집에 있기보다는 아르바이트를 택한 것이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구직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서빙이나 매장관리 업무는 반복적으로 어깨를 사용하게 되는 만큼 어깨 관절에 큰 부담을 누적시킨다. 만약 연휴 동안 어깨를 많이 사용했다면 일상회복을 위해 어깨 스트레칭을 하는 것을 권한다.
추천하는 스트레칭은 ‘몸통 돌리기 스트레칭’이다. 양손을 깍지 껴 팔을 앞으로 뻗은 후 몸통을 좌우로 3회 천천히 회전시킨다. 시선은 정면에 고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손을 위로 뻗어 동일한 방법으로 스트레칭한다. 이를 1세트로 총 3회 반복하면 어깨 근육과 인대의 피로를 풀 수 있다.
권문현(70) 콘래드서울호텔 지배인은 36년간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근무하고 2013년 정년퇴직했다. 같은 해 콘래드서울호텔에 채용돼 총 45년을 호텔에서 근무하며 인생을 배웠다. 하루 9시간씩 서 있고, 1000번 이상 허리를 숙인다. 그는 오늘도 문 뒤에서, 혹은 앞에서 묵묵히 고객을 맞이하고 배웅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평생직장’, ‘평생직업’이라는 말이 드물어진 시대. 권문현 콘래드서울호텔 지배인은 여전히 한 분야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건설 현장에서 같이 일하던 친구가 어느 날 다른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가지 않겠냐고 물었다. 공사 현장에서의 일이 너무 힘들고 벅차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에 나도 모르게 응했다. 호텔에서 면접을 본다는 말을 듣고 긴장됐다. 영어를 쓰는 곳이라는데 영어라면 한마디도 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면접장에 들어가 뭐든 맡겨주면 열심히 하겠다고만 대답했다. 그렇게 조선호텔 임시직 페이지 보이가 됐다. 어쩌다 호텔에 들어와 40년 넘게 일했고 아직도 출근하고 있다.”
살아 있는 호텔의 역사
페이지 보이는 전자결제 시스템이 없던 시절, 각종 서류에 승인을 받은 후 해당 부서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던 사람이다. “그 시절에 만보기가 있었다면 하루에 2만~3만 보는 족히 찍혔을 거다. 입사 초기에는 온종일 호텔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나면 퇴근 후 다리와 발바닥이 너무 아파 매일 뜨거운 물에 발 마사지를 했다.” 당시 그가 가진 가장 큰 콤플렉스는 영어였다. “가끔 영어로 표기된 서류를 잘못 전달해 혼이 나기도 했다. 당시 조선호텔 고객은 외국인의 비중이 매우 높았는데, 나한테 말이라도 걸까 두려워 목례만 하고 지나가기 바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월급을 받은 뒤 바로 종로1가 영어학원에 등록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ABC부터 따라 그리기 시작했고, 2~3년 동안은 퇴근하면 바로 영어학원으로 갔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그랬을까, 정직원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였을까. “외국인과 마주 보기만 해도 울렁증을 겪던 시기를 지나 서서히 외국인 고객들의 말이 조금씩이나마 들렸다. 정말 간절했다. 다른 회사는 갈 곳도 없고, 무조건 여기에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영어 공부도 못 할 게 없었다. 물론 배우는 속도는 더디고 발음도 좋지 않았지만 말이다.” 피나는 노력 끝에 결국 벨보이로 정식 발령이 났다. 발령 후 대기할 때의 자세나 표정 등을 하나하나 지적받았다. “호텔 직원은 특히 자세가 중요한데, 고객이 눈앞에 없을 때는 나도 모르게 자세가 흐트러지고 무표정한 얼굴로 바뀌기 일쑤여서 초반에는 많이 혼났다. 웃는 얼굴이 아니라며 고객에게 한 소리 듣고는 거울 앞에서 매일 몇 시간씩 표정과 자세를 연습한 적도 있다.”
의전이 전부였던 그때는 도어맨과 벨맨을 대상으로 차 번호 암기 시험을 봤다. “지금도 자동차 번호판을 보면 습관적으로 숫자를 중얼거린다. 특히 대통령, 기업 CEO, 장관 등 특별히 기억해야 하는 차의 번호판 네 자리 숫자는 최대한 많이 외워야 했다. 가장 많이 외웠을 때는 350개 정도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외교관 차가 들어오면 차에 달린 국기만 보고도 어느 나라 외교관인지 알아야 했기 때문에 국기도 외웠다. 자동차 번호는 거의 잊어버렸지만 그때 외운 국기들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가끔 손주들이 보는 책이나 TV에 다른 나라 국기가 나올 때면 자신 있게 맞힐 수 있다.”
권 지배인은 국가적인 행사가 많이 열리는 특급 호텔에서 일하다 보니 박정희 대통령을 시작으로 전·현직 모든 대통령을 봤다. “군인 출신인 전두환 대통령과 노태우 대통령은 겉모습에서부터 힘이 들어가 딱딱한 분위기였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은 따뜻한 인사를 건네주시곤 했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은 언젠가 흰 봉투 속 손 글씨가 적힌 편지를 건네기도 했다. ‘관광 산업을 위해서 노력하는 호텔 직원들 수고가 많으십니다’라고 적혀 있었는데,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격려였다.”
그는 매일 아침 조간신문 세 개를 정독하고 장·차관, 대기업 임원 인사는 꼭 챙겨 메모한다. “인물 정보 파악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오래전 장관을 역임했던 분이 행사 참석차 호텔을 방문했는데, ‘○○○ 장관님 잘 지내셨지요?’라고 인사했더니 어떻게 이름까지 기억하냐며 깜짝 놀라신 적이 있다. 한 끗 다른 정성의 차이다. 기억력이 뛰어난 편이 아니라서 틈날 때마다 메모해둔 걸 보고 또 본다.”
진상 고객은 애정 고객
신입 시절 선배들에게 배운 노하우와 권 지배인의 경험이 매일 더해져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의 택시가 도착했을 때 문을 벌컥 열면 안 된다. 요즘은 카드 결제 후 영수증을 받기까지 몇 초 걸리기 때문에 잠시 기다렸다 고객이 영수증을 받을 때 여는 것이 좋다. 고객이 타고 온 택시 번호를 기억해두면 물건 잃어버렸을 때 빨리 찾을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택시를 타고 출발할 때 내비게이션에 목적지 설정이 잘됐는지 체크해야 한다. 서비스의 질 차이는 디테일이다.”
권 지배인은 항상 고객들이 ‘내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워낙 고객들의 성향이 다양하니 응대에 신경 쓰다 보면 하루에 한두 가지라도 경험과 노하우가 쌓인다.” 더불어 그는 진상 고객을 애정 고객이라 부른다. 무언가를 지적하고 불편함을 표시한다는 것은 그만큼 호텔이 발전할 기회, 애정을 주는 사람이라서다. 그 불만을 귀 기울여 듣고 해결해준다면 다시 방문할 마음이 있다는 것이라 본다. “나는 불만이 가득 쌓인 고객의 말에 우선 귀를 기울인다. 10분이고 20분이고 고객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다. 내 이름의 ‘문’이 들을 문(聞)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다.” 하지만 노련한 그에게도 어려운 손님은 있다. “아무리 설명해도 쉽게 화를 누그러뜨리지 않는 손님을 만나면 명함을 한 장 달라고 한다. 경청을 위한 관계 형성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관계라는 것은 투명해질 때 더 견고해지는 것 같다. 명함을 받고 고객과 잠시라도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나누는 순간, 관계가 한 겹 더 탄탄해지고 단단해지는 마법이 일어난다. 또 고객이 무슨 일을 하는 분인지 알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보이는 경우가 많다.”
훌륭한 선배가 되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호텔 종사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처음엔 나를 깔보는 사람이 주변에 더러 있었다. 결혼하겠다고 처가에 인사하러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서비스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던 시절이었다. 특히 고객들은 호텔 직원을 ‘어이’라고 부르고 다짜고짜 반말을 하기도 했다. 손님이 왕이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1980~90년대로 넘어오며 호텔리어라는 말이 쓰이면서 호텔의 황금기가 열렸다. 자존심 상하는 순간도 많았지만 이제는 직원을 대하는 고객들의 태도가 달라졌고, 친척들이 나를 보는 시선도 달라졌으며, 입사 경쟁률도 높아졌다.”
점차 호텔이 시스템을 갖춰나가고 사내 교육이 늘면서 그는 서비스업 종사자로서, 선배로서의 사명감이 커졌다. “내 일에 내가 가치를 부여하고, 내가 한 번 더 웃고, 내가 더 친절해지려고 노력했다. 자주 오는 고객들의 자동차 번호와 고객의 성함, 나이, 직장, 특이사항 등을 정리해서 공유하고 수시로 업데이트했다. 벨맨과 도어맨의 자세나 인사하는 법,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에게 대응하는 법 등도 차근차근 후배들에게 가르쳤다. 가끔은 이런 것까지 배워야 하나 싶은 표정을 짓는 후배도 있고, 자동차 문 닫는 힘과 소리 등의 세세한 것을 새롭게 배우면서 뭔가 깨닫는 듯한 후배도 있었다. 내가 경험한 것들을 이것저것 알려주다 보니 어쩌다 아들보다 어린 직원들의 멘토가 돼 있었다.”
교육하다 보면 권 지배인은 오랫동안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후배들에게 많이 받는다. “그만두고 싶은 위기마다 가족들이 반대해서 버티다 보니 지금까지 왔다고 이야기했는데, 그 누구보다 자신의 선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요즘 젊은 친구들이 내 이야기에 얼마나 공감했을지 모르겠다. 나 역시 뒤돌아보면 그만둘 위기가 여러 번 있었지만 그게 또 죽을 만큼 호텔 일이 싫었던 건 아니었나 보다. 하기 싫거나 지겹다는 생각도 할 틈 없이 달려왔으니, 알게 모르게 이 일이 내 천직이라고 여겼던 게 아닐까. 내 이름에는 문(文)자가 들어 있다. 항상 문(門) 앞을 지키며 고객들에게 묻고(問) 고객들의 말을 듣는(聞) 사람으로 살고 있으니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지 싶다.”
45년의 비결은 배려와 인내심
권 지배인이 업계 장인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일단 직원들을 향한 배려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젊은 후배들과의 소통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그는 끊임없이 노력한다. “아들딸보다 어린 동료들과 같이 일하며 조심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말과 행동이다. 우리는 희롱이 난무하는 세상을 지나왔고, 나이를 훈장처럼 달고 다른 사람들에게 함부로 말하는 이도 많았다. 하지만 세상이 이제 변했다. 나 같은 세대도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는 제일 좋은 소통법으로 ‘말수 줄이는 것’을 꼽았다. “필요한 말만 하면 된다. 생각 없이 흘러넘치는 말이 없게 해야 한다. 회식 같은 술자리에서는 특별히 더 조심해야 한다. 나는 회식 때 보통 1차만 참석하고 집으로 간다. 요즘 말로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를 줄여 이르는 말)라고 하던가. 나이는 벼슬이 아니다.”
또 하나는 인내심이다. “언젠가부터 인내심이나 버틴다는 말이 구시대의 상징처럼 돼버린 듯하다. 40년 넘게 호텔에서 실습생이나 파트타임 직원들을 보면 반나절 근무하다 밥을 먹고 연락이 두절된 경우도 있었다. 물론 대학생일 때 호텔로 실습 나와 성실하게 일하고 지금은 동료가 된 직원도 분명 있다.” 호텔은 이직률이 높은 편이다. 외부에서 볼 때는 화려함에 이끌리지만 업무 강도가 높고 버티기가 쉽지 않아 실망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신입 사원들의 임금도 높은 편이 아니다. “힘들겠지만 직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호텔에 취업할 것이라면 한 직장에서 몇 년 일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좋은 평판을 쌓고 선배들의 노하우를 최대한 배워 내 것으로 만들어 발전시켜나가면 어떨까. 물론 호텔에서 오래 일한 사람으로서 이 업계가 더 일하기 좋은 직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후배들이 자부심과 소속감을 느끼고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선배로서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 미안하고 안타깝다. 그래서 노력한다. 후배들에게는 또 다른 잔소리로 비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성실하고 우직하게 일했던 45년. 그의 직장 생활에는 자부심이 묻어났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삶의 태도는 따뜻했다.
[TIP] 시시콜콜 호텔 이야기
●욕실에서 쓰는 샴푸, 린스, 보디워시 따위의 어메니티는 가져가도 된다. 슬리퍼와 머리끈 같은 일회용품도 무료다. 호텔마다 어메니티의 디자인과 브랜드가 제각각이라 비교하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호텔에 간 날이 생일이라면 체크인할 때 적는 것이 좋다. 서비스가 좋은 호텔에서는 소정의 선물을 제공하기도 한다.
●객실 뷰 이외에 에어컨이 약하다거나 담배 냄새가 나는 등 객관적인 어떤 이유로 객실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고객은 방을 바꿀 수 있다.
●주변 맛집이나 교통 정보, 예약 등이 필요하면 컨시어지 서비스를 이용해보자.
●짐이 많을 때 배기지 다운 서비스를 요청하면 짐을 로비까지 옮겨준다.
서울에서 레코드숍을 운영하는 그녀는 작은 체구지만 단단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전북 군산에서 태어나 푸른 자연 속을 뛰놀면서 자란 그녀는 어릴 때부터 간직한 꿈이 있다. 바로 ‘지구별 여행자’가 되는 것. 그녀는 오늘도 레코드숍에서 세계 각국의 음악들을 들으며 음악의 본고장을 여행하는 꿈을 꾼다.
이는 어떤 영화의 스토리가 아닌, 도서 ‘여행을 수놓다’의 저자 신명숙 작가(68)의 이야기다. 신 작가는 ‘늦었다 싶을 때가 이르다’는 생각으로 60대의 나이에도 여행과 모험을 즐기고 있다. ‘오늘이 나의 가장 젊은 날’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신명숙 작가에게 받은 에너지를 시니어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신명숙 작가는 2007년 50대에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해 67개국을 다녀왔지만, 아직도 갈 곳이 많이 남았고 힘닿는 데까지 여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 누군가는 편하게 크루즈, 패키지 여행을 즐겨야 할 나이라고 하지만, 그녀는 ‘왜?’라고 반문한다.
신 작가가 문학계에 이름을 올린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녀는 2016년 미래에셋 수필부문 공모에 당선됐고, 2018년 계간지 ‘주변인과 문학’ 수필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2018년 나온 여행 에세이 ‘지구본 위를 거닐다’, 2020년 나온 시집 ‘웅이와 라넌큘러스’가 있다. ‘여행을 수놓다’는 지난 8월 출간됐다. 담백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레코드숍, 그리고 여행
섬세한 글을 쓴 그녀가 여행 작가 이전에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했다. 실제 만난 신명숙 작가는 예상보다 더 호탕하고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역시 평범한 삶은 아니었다. 신 작가는 무려 23년간이나 레코드숍을 운영했고, 그러면서 늘 여행 준비를 해왔다고 밝혔다.
“생각해보면 분명한 것은 레코드숍을 하면서 늘 새로운 세계를 꿈꿀 수 있었고, 새로운 음악을 들으면서 음악의 본고장에 가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꾼 것 같아요. 힘들기도 했죠. 하루 종일 일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많이 쌓이고, 서울에서 분당을 왔다 갔다 하느라 매일 밤 12시에 집에 들어오곤 했어요.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오고 호황도 겪었지만, MP3가 나오고는 사양 산업이 되어 결국 가게를 정리했지요.”
2004년 레코드숍 문을 닫았다. 매일 바쁘게 일하던 사람이었기에 쉼표는 어색했다. 일상이 무료했고, 우울증 비슷한 것도 겪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가 되는 법. 신 작가는 기분 전환을 위해 성남문학원에 다녔고, 여행자의 삶도 시작됐다. 오랫동안 품었던 꿈에 가까워졌다.
첫 여행은 딸과 함께한 중국 패키지 여행이었다. 이후 몇 차례 패키지 여행을 경험한 뒤 신 작가는 여행의 참맛을 맛보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 이에 2007년 패키지가 아닌 배낭여행을 결심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혼자 타국을 여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배낭여행 동아리에 가입했고, 사람들과 함께 인도 여행을 떠났다. 책 소개에도 적혀 있듯이, 이 인도 여행은 신명숙 작가가 여행자의 삶을 사는 터닝 포인트가 됐다.
“두 명씩 현지 가정에서 숙박 체험을 했어요. 저는 한 총각과 아잔타 석굴 뒤편에 있는 집에 가게 됐어요. 거기가 정말로 더러워요. 화장실 하나 없는 곳이더라고요. 제가 간 집은 애들이 되게 많았어요. 그곳 사람들 주식이 짜파티라고 부침개처럼 생긴 것에 달밧이라는 것을 앙금처럼 부어서 먹거든요. 그런데 세상에 그거를 한 일곱 식구가 7~8장을 놓고 먹는 거예요. 그 사람들한테 모자란 양인데, 거기서 또 한 장을 제게 주는 거예요. 사람이 이렇게도 사는구나, 충격을 많이 받았죠. 그리고 18세 아기 엄마가 있었는데, 내가 아이섀도 바르는 걸 그 큰 눈으로 쳐다보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쓰던 것을 줬더니 좋아하더라고요. 그때 저를 보던 눈빛이 지금도 잊히지 않아요. 사람들이 인도에 갔다 오면 인생관이 바뀐다고 하던데 저도 그랬어요. 한국으로 돌아와서 애들이 반찬을 남기면 ‘너네들은 인도 한 번씩 갔다 와야 해’라고 말했어요.”
이후 2008년부터는 남편과 함께 여행했다. 여행 동반자가 된 부부는 서로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여전히 금슬 좋은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은 과거 펜팔로 만난 사이라고. 신명숙 작가는 예전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고, 그 기본에 연애편지와 일기가 있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한다. 일기는 지금도 매일 쓴다고.
“제가 남편한테 같이 여행 다니자고 꼬셨죠.(웃음) 여행하면서 좋은 것들을 많이 보고 오는데 남편과 공감이 안 되는 거예요. 얼마나 서글퍼요. 그래서 제가 나이 들어 공감하면서 얘기할 수 있게 같이 여행 가자고 했죠. 2008년에 중국 장자제에 갔는데, 남편이 반한 거예요. 2009년에는 북인도에 갔고, 그렇게 주기적으로 1년에 두 번은 여행을 갔어요. 지금은 제가 우리를 ‘2인조 시니어 여행단’이라고 불러요. 저는 바람잡이, 남편은 행동대장이에요. 처음에는 제가 다 리드했거든요. 지금은 역전되어 남편이 어디 가자고 예약도 다 하기 때문에 전 신경도 안 써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요.(웃음)”
발칸, 중동, 시베리아 여행을 수놓다
‘여행을 수놓다’는 2017~2018년의 여행기다. 신명숙 작가는 책에 나온 순서와 반대로 발칸, 중동, 시베리아 순으로 여행을 했다. 책에 실린 여행지는 러시아, 발칸 지역의 루마니아, 불가리아, 마케도니아, 알바니아, 코소보,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중동 지역의 이스라엘, 요르단, 이집트, 그리고 그리스, 포르투갈이다.
책을 읽으면 신명숙 작가와 함께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가본 적 없는 곳이지만 설명을 읽다 보면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이는 신 작가가 태블릿 PC에 여행의 순간순간을 기록했기에 가능했다. 그 메모들이 쌓여서 여행기가 됐고,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책으로까지 나왔다. 신명숙 작가는 ‘여행을 수놓다’가 천편일률적인 여행책과는 다르기를 바랐다.
“여행하면서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느낀 것까지 쓰자면 아마 책 몇 권은 되겠지만, 그런 책들은 시중에 이미 많죠. 저는 그것들을 전부 배제하고 진솔하게 긴장된 부분을 이겨낸 후 제 자신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를 부각하려고 했고, 의도한 부분을 함께 여행하는 분위기로 공유했으면 했습니다. 그리고 글을 쓰고 문학을 가까이하다 보니 말장난을 하기 싫었어요.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 아닌 산문식으로 썼고, 차별화하려고 했어요.”
신명숙 작가는 여행지 중에 “발칸 지역의 알바니아, 마케도니아가 좋았다”고 회고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계획을 바꿔서 다른 곳을 가게 될 때가 있는데, 두 국가가 그랬다. 사전지식 없이 갔지만 좋았고 인상에 남는다”고 이유를 덧붙였다.
특히 여행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책을 보면 신 작가도 여행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고 도움도 받았다. 그 수많은 인연 중에서 신 작가는 알바니아에서 ‘저주받은 산’으로 통하는 세스산을 같이 트레킹한 사람이 제일 생각난다고 말했다.
“스물네 살의 프랑스 아가씨인데, 처음에는 배낭 큰 거 메고 당당했거든요. 그런데 한산한 산장에 내리니까 기가 확 죽는 거예요. 혼자 무서우니 계속 우리한테 따라붙는 거죠. 그래서 트레킹을 같이 했는데, 그녀의 가방이 너무 크고 무거우니까 계속 가다 쉬고 가다 쉬고를 반복했죠. 겨울 산행은 빨리 올라가고 빨리 내려와야 위험하지 않아요. 그런데 놓고 갈 수도 없고, 정말 책에 표현한 대로 내버리고 싶더라고요. 그 아가씨 부모님이 의사예요. 우리나라 정서를 생각하면 돈이 많겠다 싶은데, 두 분이 공공기관 의사라서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그녀는 자립심을 키우고자 혼자 6개월 동안 여행을 하는 건데, 1달러에도 벌벌 떨고 그러더라고요. 제가 책에서 ‘깍쟁이’라고 표현했죠.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배운 게 많아요.”
반대로 시베리아 여행은 예상보다 잔잔했다고 기억되는 듯하다. 시베리아 여행 후기는 횡단 열차 탑승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바이칼호를 보기 위해서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르쿠츠크까지 72시간을 내리 기차 안에 있어야 한다. 때문에 책 내용 또한 기차 안과 밖의 풍경,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주를 이룬다. 신명숙 작가는 기차처럼 달리고 싶었나 보다. 역시 에너지가 넘치는 신 작가다.
코로나19, 다시 열린 여행길
“1년에 두 번은 여행을 나가야 견딜 수 있었다”는 신명숙 작가.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혀 답답했을 터. 그래도 남편과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캠핑을 즐기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단다. 또한 언젠가 다시 여행을 떠난다는 마음으로, 건강 유지를 위해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매일 등산을 포함한 운동을 1시간 이상 한 지도 30년이 됐다고 한다. 외국에서도 등산을 많이 해본 신 작가는 안나푸르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여행을 다녀온 67개국 중에서 가장 좋았던 나라를 묻자 어떻게 한 나라만 꼽을 수 있겠냐고 고심하더니 칠레라고 답한다. “칠레를 바람의 땅이라고 하는데, 호수가 정말 많다. 그런데 호수 빛이 다 다르고, 라마들이 능선에서 돌아다니는데 정말 아름답다.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제 해외여행길이 다시 열리고 있기에, 그녀는 다음 목적지로 중앙아시아를 생각하고 있다.
“내년에는 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상반기에 안 되면 또 6개월을 기다려야겠죠. 중앙아시아, 그러니까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아제르바이잔 등을 가보고 싶어요. 아직 안 가보기도 했고요. 비행기로 5시간 내로 갈 수 있는 곳은 다 남겨뒀어요. 일부러 먼 곳만 갔죠. 중남미 쪽은 비행기만 20시간 넘게 걸려요. 하루라도 어릴 때 멀리 다녀온 거죠. 아, 유럽도 나중에 가도 될 것 같아서 일부러 남겨뒀어요. 노후에도 심심하면 여행을 가야 하잖아요. 지금까지 늘 해왔던 것처럼 건강 관리하고 여행을 가야죠.”
신명숙 작가는 여행 외에 글쟁이, 그리고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목표도 있다. 그것은 신 작가에게 ‘제2의 인생’ 희열을 느끼게 해준 손주들과 관련 있다. 손주들, 그러니까 두 딸의 자녀들은 각각 열 살, 일곱 살, 다섯 살이다. 신명숙 작가는 손주들이 태어날 때부터 기억에 남는 순간을 모두 기록해뒀다. 나중에 손주들에게 단 하나밖에 없는 책을 만들어서 선물해줄 계획이다. 과거 바쁘게 사느라 엄마로서는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 할머니로서는 다르고 싶은 마음이다.
“저는 손주들을 정말 사랑하고, 그애들을 잘 데리고 다녀요. 이번 여름에도 제가 자진해서 수영장, 해수욕장에 데리고 다녔어요. 요즘 애들은 정서적으로 시골 이런 것에 너무 고갈되어 있어요. 우리 애들도 호텔이나 가려고 하니까, 그거를 제가 대신 해주는 거죠. 내가 시골에서 자라서 심성도 악하지 않고 순수함을 잃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손주들에 대해 쓰고 있는 것도 나중에 내가 이 세상에 없을 때 할머니의 흔적을 볼 수 있으니까요. 우리 애들이 안 하니까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도 있고요. 그리고 두 딸에게 속죄하는 마음도 있어요.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내 빈자리를 매정하게 다그치는 것이 바르게 세우는 것이라 믿었고, 엄마의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엄마가 곁에 없어 어릴 적 학교 수업이 끝난 후 ‘비가 온다’고 전화하면 ‘조금 더 기다렸다가 그래도 멈추지 않으면 뛰어서 가라’고 했던 말이 그렇게나 서운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지요. 그래도 그런 흔들리는 날들이 쌓여 지금에 이르렀음을 두 딸에게 고백하는 마음도 전하고 싶어요.”
신명숙 작가 인생의 좌우명은 ‘리드하는 삶을 살자’다. 누군가한테 끌려가거나,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내 삶은 내가 키를 잡고 살자는 생각이다. 평생 활기차게 진취적으로 살아온 신 작가는 늦은 나이에 꿈 또한 실현하고 있다. 그녀는 인생에서 늦은 것은 없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자고 말한다. 그래서 오늘도 배낭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많은 시니어분들이 배낭여행을 못 떠나는 이유는 안정적인 현시점에서 탈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인 거예요. 굳이 배낭 메고 힘들게 가야 여행이냐, 패키지로 얼마든지 편하게 갈 수 있는데…. 그거에 갇혀서 못 나가는 거예요. 내 주위 사람들만 봐도 나를 부러워하면서도 오히려 패키지만 열심히 찾아다니더라고요. 제가 만든 말이 있어요. ‘삼잘’이라고.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고라는 뜻이에요. 너무 ‘삼잘’에 연연하지 말고, 여행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많은 시니어분들이 내 책을 보고 도전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하늘길이 막히고, 해외여행이 위축됐다. 이에 호텔 객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부대시설을 이용하는 ‘호캉스족’이 늘고 있다. 장기간 누적된 여행 욕구를 개별 공간이 보장되는 호텔에서 푸는 문화가 확산한 셈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명절 연휴조차 고향에 내려가기보다 호캉스로 시간을 보냈다. 여행 플랫폼 야놀자가 이번 추석 연휴(9월 18일~22일, 총 5일)의 국내 여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호텔 이용률이 전년 연휴 대비 40.7% 증가해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이에 발맞춰 호텔업계는 다양한 패키지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특히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실버 호캉스' 상품들이 눈길을 끈다.
메이필드호텔 서울은 가을을 맞아 11만2400여㎡(약 3만4000평) 숲속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도심 라운딩 앤 호캉스’ 패키지를 출시했다. 라운드와 호캉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데다 골프클럽 짐맥클린 골프스쿨 프로에게 개별 레슨을 받은 후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다. 골프는 비거리 300야드, 3개 층 75타석의 완전 자동 티업 시스템을 갖춘 실외 연습장(90분)과 호수와 그린이 펼쳐진 파3 골프장 중 선택 가능하며 11월 30일까지 운영된다.
웨스틴 조선 서울은 필름 카메라로 추억을 남기고 고품질의 LP 음악을 감상하며 아날로그 감성의 호캉스를 즐길 수 있는 ‘폴 인 레코드’ 패키지를 내놨다. ‘레코드(Record)’의 중의적 의미인 기록과 음악이라는 두 가지 테마를 담아 중장년층에게 추억을 선사한다는 설명이다. 패키지 이용객에게 객실 타입에 따라 흑백 필름 카메라와 LP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턴테이블이 제공된다. 오는 11월 21일까지 이용할 수 있다.
콘래드 서울은 65세 이상 노인을 위한 ‘실버 럭셔리(Silver Luxury)’ 패키지를 선보였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톰 크루즈 등 할리우드 연예인이 다녀간 펜트하우스와 스위트룸에서 숙박하며 서울 야경을 즐길 수 있다. 객실에는 뵈브 클리코 샴페인 1병, 콘래드 서울 타워 모양을 모티프로 하여 만든 시그니처 디저트 타워가 마련돼 있으며 세단 차량 픽업 서비스도 있다. 11월 29일까지 예약 가능하며, 투숙은 9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가능하다.
건강검진과 호캉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패키지도 있다. 부산미래IFC검진센터는 지난 5월 같은 건물의 아바니센트럴부산호텔에서 숙박하며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HO캉스! 프리미엄 숙박검진 패키지’를 선보였다. 숙박 검진을 통해 검진 전 금식, 식이 조절, 약 복용 등 주의사항을 제대로 지키고 건강 상태를 정확히 체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김대훈 부산미래IFC검진사업부 지원팀장은 “오픈 이벤트로 진행했었던 숙박검진 패키지는 젊은 층보다 중장년층 고객이 비교적 많았다”며 “호텔과 센터가 같은 건물이라 이동이 용이함은 물론이고, 대장내시경을 진행하는 경우 검진 전 금식이나 약 복용 등을 집보다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패키지 진행에 대해서는 “현재 VIP 검진 항목에 한정해 조식을 포함한 숙박권이 포함돼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외출을 삼가던 61세 A 씨는 여름을 맞아 갑자기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막상 휴가를 가자니 걱정부터 앞선다. 텅 빈 집에 혼자 있을 반려견 감자가 마음에 걸려서다.
반려견의 안전을 위해서는 창문까지 꼼꼼하게 다 닫고 떠나고 싶지만 계속되는 불볕 더위에 그랬다가는 큰 일이 생길 것만 같다. 실제로 더위로 실내 온도가 올라가면 반려견 감자가 탈진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창문을 열어두면 안전을 보장하기 힘들어진다. 친척이나 친구들에게 부탁해봤더니 “손주가 털 알레르기가 있다”거나 “그날 급한 일정이 있다”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이처럼 펫팸족(Pet+ Family,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 시니어들은 반려동물이 신경 쓰여 휴가를 마음 놓고 떠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인 찬스’를 쓸 수 있는 환경이면 다행이지만 돌봐 줄 지인이 나타나지 않을 때는 곤란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휴가나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강아지를 부탁해! 펫시터
장기간 외출 시 가족 같은 반려동물이 안전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낼 방법이 있다. 바로 ‘펫시터(pet+sitter·애완동물을 돌보는 사람)’ 고용이다.
펫시터를 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반려동물 커뮤니티 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다.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당근마켓에서도 펫시터를 구하는 글을 종종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직접 펫시터 알바를 하겠다고 자청하는 사람들의 글도 다수 올라온다.
최근에는 펫시터와 반려동물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앱도 나왔다. 산책 시 반려동물의 목에 무리를 주지 않는 이중 산책 줄을 착용한다거나 기상악화로 산책이 어려울 때는 정해진 프로그램에 맞춰 실내놀이를 진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주의사항이 있다. 펫시터가 반려동물 훈련사 자격증, 미용사 자격증 등 관련 자격증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돌봄 서비스를 받을 반려견, 반려묘만의 건강 상태와 습관, 개성 등을 잘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애견 동반 호텔도 속속 등장
반려동물을 직접 휴양지에 데려가는 방법도 있다. 위탁 시설에 맡길 수도 있지만 반려동물이 반려인 없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들어하거나 혹시 모를 사고가 걱정된다면 애견 동반 호텔을 추천한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반려 인구'가 급증하면서 호텔업계도 관련 상품을 다양하게 출시하고 있다. 강원 켄싱턴리조트 설악밸리가 내놓은 펫 전용 상품은 9월 30일까지 주말 예약이 모두 끝났다. 패키지에는 펫 유모차, 펫 보양 간식, 펫케어 룸, 펫 웰컴키트 같은 다양한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그랜드 조선 부산이 선보인 반려동물 동반 패키지는 6월 예약 건수가 올해 1월보다 6배가량 증가했다. 콘래드 서울과 조선호텔앤리조트 같은 서울 특급호텔들도 다양한 '펫캉스'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반려동물용 고급 유모차, 드라이 룸 등을 이용하면서 멀리 떠나지 않고도 개인적인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반려인을 타깃으로 했다.
반려동물을 홀로 집에 둔다면 이렇게
부득이하게 반려동물을 홀로 집에 두고 가야 하는 시니어들도 있다. 이럴 때는 강아지가 혼자 있는 시간이 1박 2일을 넘기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반면 고양이는 하루나 이틀이면 환경을 바꾸는 것보다 자신의 공간에 머물도록 하는 것이 낫다.
끼니를 잘 챙겨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양이들은 집사가 집을 비우면 몇 날 며칠을 식음을 전폐하는 사례도 있어 떠나기 전에 캔 같은 걸로 미리 영양을 보충해 주는 것도 방법이다. 화장실 모래도 넉넉히 쌓아두고, 물그릇과 사료는 여분을 준비해 집안 곳곳에 놓아두면 좋다.
강아지는 사료를 한꺼번에 먹어버릴 염려가 있으니 타이머가 달린 자동 배식기 사용을 추천한다. 급식기는 바닥이 뜨거우면 좋지 않으므로 바닥에 카펫 등을 깔아 일정 온도를 유지해 준다.
반려동물을 배려해 외출 시 텔레비전이나 실내등을 켜두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화장실 조명처럼 간접 조명을 이용하는 편이 좋다. 모든 준비를 철저하게 마쳤다고 해도 유비무환의 자세로 주변 지인에게 일정 기간마다 한 번씩 살펴보도록 부탁을 하면 더 좋다.
허니문 트렌드가 레트로를 맞이했다.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국내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혼주인 시니어들은 젊은 시절 울릉도와 제주도, 지리산 등 내륙과 섬을 가리지 않고 국내로 신혼여행을 많이 떠났다. 추억에 잠길 수 있는 국내 허니문의 변천사를 돌아보고, 자녀에게 추천할 수 있는 이색 허니문과 여행지를 소개한다.
20세기 초반까지 혼인은 개인의 결합이 아니라 공동체의 유지 발전을 위한 공동의 행사였다. 당시 신혼부부를 ‘가문’이란 공동체로부터 일시적으로 분리하는 신혼여행은 상당히 낯선 개념이었다. 일부 상류층이나 개화한 지식인들이 하는 낯선 선택으로 받아들였다. 기록에 따르면 1920년에 결혼식을 올린 신여성 화가 나혜석이 신혼여행 도중 자신의 첫사랑 무덤 앞에 가서 비석을 함께 세워주었다고 전해진다.
본격적인 신혼여행은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 1960~70년대에는 결혼식을 마친 후 승용차를 타고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거나 호텔에서 1박을 하는 신혼여행 형태가 등장했다. 이 무렵부터 서울의 남산은 신혼여행을 떠나기 전에 사진을 찍는 대표적 명소였다. 당시 인기 있던 신혼여행은 아산 온양, 대전 유성 등의 온천에서 휴양을 즐기거나 지리산 같은 산에 머물다 오는 것이었다. 1970년대까지 제주도 신혼여행의 항공료와 호텔 숙박비는 일반적인 신혼부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고가였다.
1980~90년대는 신혼여행의 르네상스였다. 1983년 제주공항이 지금의 모습을 갖췄고, 당시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제주도 왕복 항공료 및 호텔 가격 인하 등 혜택이 많아서 신혼여행으로 제주도를 많이 갔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가 시작되면서 1990년대부터 해외로 신혼여행을 많이 갔다. 초기에는 우리나라와 근접한 대표적 휴양지인 태국, 필리핀, 괌, 사이판 등 동남아시아와 남태평양이 인기 지역이었다. IMF 이후 환율이 급등하면서 한동안은 국내로 신혼여행을 많이 갔다. 이후 경기가 좋아지면서 다시 해외로 많이 나갔다. 박부진 명지대학교 아동학과 명예교수는 “신혼여행 문화는 각 시대의 결혼관과 남녀에 대한 인식 등 관념적 차원의 조건과 삶의 물리적 환경을 형성하는 사회경제적 조건 등이 반영된다”라고 말했다.
국내 관광지로 회귀…이색 허니문 등장
코로나19 이후 국내 여행지가 허니문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울릉도와 제주도 등 전국의 관광 명소가 신혼여행지 후보로 부상했다. 특히 제주도 신혼여행이 많았다. 호텔신라에 따르면 제주신라호텔의 경우 지난해 6월 스위트 허니문 패키지 예약 건은 같은 해 3월 판매량의 5배에 달했다. 이 중 3박 이상의 투숙객이 전체의 45%를 차지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해외여행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예비 신혼부부들이 제주도로 본격적인 허니문을 떠나며 3박 이상의 장기 숙박 고객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허니문과 웨딩을 함께 하는 곳도 생겨났다. 올해 3월 파라다이스시티는 ‘트립 투 웨딩’(Trip to Wedding) 프로모션을 선보였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웨딩 스냅 장소와 예식 당일 숙박이 가능한 객실을 함께 제공했다. 지난 3월 예약 고객 선착순 일곱 커플을 대상으로 2박 3일간 이용 가능한 130만 원 상당의 ‘마이 스위트 허니문’ 패키지를 선보였다. 결혼식을 마친 커플은 디럭스 스위트 객실에서 최상의 휴식을 누리며 호텔 셰프가 준비한 스페셜 메뉴와 필리조 앤 필스(Philizot&Fils) 샴페인 파라다이스 에디션을 ‘인 룸 다이닝’ 서비스로 즐기는 패키지였다.
이색 허니문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예가 캠핑카 허니문이다. 야놀자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 2월 기준 야놀자의 글램핑 및 카라반 거래액은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300% 신장세를 보였다. 캠핑카가 워낙 고가라서 구매보다는 대여가 낫다. 실제로 캠핑카 공유업체 ‘캠핑쉐어’는 허니문 캠핑카를 선보였다. 대여료는 4박 5일간 120만 원이며, 집 앞으로 차를 보내준다. 추가 요금을 내면 웨딩카 장식을 해준다. 다른 도시에서 반납해도 된다.
코로나 시대의 이색 허니문으로 무착륙 관광 비행도 괜찮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은 새로운 형태의 ‘A380 무착륙 관광 비행’을 선보였다. 해외로 떠난다는 여행 느낌을 살리기 위해 각국 관광청과 협력해 스페인, 호주 등 국제 여행 콘셉트를 살린 관광 비행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국제선 운항인 만큼 탑승객은 여권을 지참해야 하며, 아시아나항공 기내 면세점을 비롯해 인천공항 면세점과 시내 면세점 이용이 가능하다. 아시나아항공 관계자는 “땅을 밟을 수는 없지만 잠깐의 비행을 통해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기를 바라며 만든 프로젝트다”라고 설명했다.
허니문 추천 국내 여행지
거제도 ▶ 드넓은 남해를 끼고 잘 정비된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그리스 산토리니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지도 모른다. 학동에서 와현 해안도로까지 이어지는 17.3km 구간은 수려한 경관으로 유명하다. 외도 보타니아는 이국적인 모습을 한 해상식물공원으로 둘만의 인생 사진을 남기기에 좋다.
삼척 ▶ 바닷가 언덕에 자리한 ‘나릿골’ 마을은 낡고 허름한 옛날 건물에 알록달록한 색을 입히고, 전망대, 미술관 등을 마련해 작은 테마파크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서핑을 좋아하는 신혼부부라면 서프키키해변을 추천한다. 맑은 바닷물은 물론이고 샤워장, 강습 프로그램 등이 잘 갖춰져 있어 서핑족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여수 ▶ 가볍게 산책하며 야경을 감상하는 것은 놓치지 말아야 할 경험이다. 이순신광장부터 종포해양공원, 하멜등대까지 이어진 코스는 반짝반짝 빛나는 도시와 바다가 연출하는 낭만적인 야경을 선사한다. 낮에는 돌산공원과 돌산대교에서 해상 케이블카를 타고 여수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으리으리한 웨딩홀과 값비싼 예물까지 자녀의 완벽한 하루를 위해 정신없이 준비하다 보면 결혼의 진정한 의미가 등한시될 때가 있다. 반면 이곳의 예식은 소박하지만 늘 한결같고 경건하다. 가난 때문에 결혼식을 미뤄야 했던 아픔을 교훈 삼아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이들에게 무료 예식을 올려준다. 그 철학은 50여 년째 현재진행형이다. 누군가에게는 유명 호텔보다 더 근사하고 특별한 추억으로 기억되는 이곳, 경상남도 마산의 ‘신신예식장’을 찾았다.
“자, 여기 보세요. 찍습니다. 김치, 참치, 꽁치~” 늦지 않게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식장으로 들어섰을 땐 이미 ‘찰칵’ 하는 셔터음이 울린 뒤였다. 백낙삼(90) 사장이 들고 있는 카메라 맞은편에는 나이 지긋해 보이는 부부가 어색하게 서 있다. 최필순(80) 이사는 부지런한 손놀림으로 신부의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이날은 이광현(78)·박숙자(74) 부부의 리마인드 웨딩이 있는 날이다. 순백색 드레스를 차려입은 신부는 아이처럼 “가자”며 신랑을 재촉했다. 신부가 옷을 갈아입으러 간 동안, 신랑에게 이곳을 찾은 사연을 물었다.
“6년 전 오늘, 아내가 사고를 당했어요. 뇌를 다쳐서 6개월 동안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다가 기적적으로 일어났죠. 올해가 결혼 50주년이기도 하고, 오늘이 다시 태어난 날이잖아요. 그래서 겸사겸사 기념하려고 서울에서 예약하고 왔어요. 기분이 참 묘하네요.”
건물 앞에 도착했을 때부터 보통의 식장은 아니구나 싶었다. 삼색 페인트가 칠해진 건물 외벽과 ‘완전 무료’라고 큼직하게 적힌 간판이 그 비범한(?) 분위기를 증명해주는 듯했다. 내부로 입장하면 1960년대로 돌아간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웨딩홀은 드라마 세트장이 아닌 그 시절의 잔상이다. 백낙삼·최필순 부부는 1967년부터 이곳에서 예식을 올리고 있다. 직원에게 들어가는 수고비 70만 원을 제외하고 예식에 드는 비용을 받지 않는다. 그렇게 백년가약을 맺어준 부부만 1만4000쌍이다.
거리의 사진가에서 예식장 사장으로
“삼국사기는 들어봤어도 ‘신신사기’는 처음이지요? 허허.” 식을 마치고 몇 시간 만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백 사장은 한숨 돌리기도 전에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식업을 시작한 계기를 묻자 대답 대신 두꺼운 사진 앨범을 꺼내왔다. 겉표지에 ‘신신사기’란 글자가 한자로 적혀 있었다. 이곳의 50년 역사를 모아둔 그의 보물 1호다. 낡은 종이를 넘기며 그는 90년 인생을 회고했다.
젊은 시절 백 사장은 교육자를 꿈꾼 포부 가득한 청년이었다. 마산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밥을 굶주리면서도 중앙대학교 교육학과에 진학해 여섯 학기를 다녔을 정도로 학구열이 높았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웠지만, 자동차 정비소부터 공장까지 허드렛일을 하며 밤낮없이 교육 사업을 준비했다. 그러나 정부의 검열로 세상의 빛을 보지도 못한 채 무산됐다.
그는 좌절할 틈도 없이 밥벌이를 찾아 나섰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한강에서 보트 타고 뱃놀이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보트장에 놀러 온 이들을 상대로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거리 사진가로 일을 시작했다. 먹고살 만큼의 돈이 모였을 때쯤, 서른한 살 노총각이 돼 있었다.
“고향 사람들이 나보고 몽달귀신 되겠다고 난리가 난 거야. 그래서 중매를 해줬어요. 지금의 아내가 나왔지. 아내한테 ‘내가 가진 건 이 몸뚱이 하나뿐이다. 고생 많이 해야 될 거다. 그래도 고생 안 하게 최선을 다해보겠다’ 말했어요. 그 한마디 믿고 시집을 온 거예요.”
가난한 부부의 예식장은 작은 초가집 마당이었다. 축가는 새들의 노랫소리로 대신했다. 백 사장은 아무려나 행복했지만, 식을 올린 후 아내와 생이별하는 아픔을 맞아야 했다. 있는 집이라고는 열세 명의 식구가 생활하는 작은 단칸방 하나뿐이었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들고 뛰어다니며 악착같이 돈을 모은 그는 1년 만에 아내와 함께 살 셋방을 마련하고, 뒤이어 3·15의거기념탑 뒷골목에 세워진 건물을 매입했다.
“이 건물에 무얼 할까 하다가 나처럼 돈이 없어서 결혼 못 하고 애만 태우는 사람들 결혼시켜줘야겠다 생각했어요. 돈은 사진값만 받아도 충분했지.”
1만4000쌍의 웃음과 눈물이 깃들다
1967년 6월 문을 연 신신예식장은 얼마 되지 않아 요즘 말로 ‘핫플레이스’가 됐다.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손님이 물밀 듯 밀려왔다. 사진값 6000원만 내고 예식을 올릴 수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한창 잘될 때는 하루에 17쌍씩 식을 올려줄 정도였다. 그간 수많은 이들이 거쳐간 만큼 다양한 사연이 예식장을 채웠다.
“11시 30분에 식을 예약한 신랑이 미용사에게 신부 패물을 전해달라 부탁했는데, 나중에 보니 신부는 받은 게 없다는 거예요. 내가 다른 주례를 보는 사이 미용사가 도둑으로 몰려서 파출소 가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알고 보니 11시 신부 것인 줄 착각하고 잘못 건네준 거였죠. 이 일로 부부끼리 의형제를 맺었다고 하더라고요. 참 재미있는 인연이지요.”
유쾌한 에피소드만큼 뭉클한 기억도 많다. 자신이 식의 주인공인지도 모르고 멍하니 서 있는 아픈 신랑의 주례를 봐준 적도 있고, 6년 전 가출한 큰딸이 둘째 딸 결혼 전날 기적적으로 돌아와 자매의 결혼식을 한날한시에 올려준 적도 있다. 그러나 가난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백 사장이 잊을 수 없는 손님은 따로 있다.
“사진 값을 안 내고 도망간 부부가 있었어요. 당시에는 휴대폰 번호 대신 주소를 적었던 때라 집을 찾아갔어요. 그런데 집에는 아픈 사람이 누워 있고, 너무 어렵게 살고 있는 거야. 차마 돈을 받을 수가 없어서 쌀 한 말 사주고 돌아왔어요. 도울 수 있어 그저 행복했지요. 지금도 이렇게 좋은 직업이 세상에 또 있겠나 싶어요. 내가 그동안 행복했던 일을 죽 적어봤는데, 행복하다는 말만 백스물일곱 개가 나와.”
그 따뜻한 인심 덕분일까. 어느 날부터 ‘신신예식장에서 결혼하면 잘산다’는 소문이 돌며 장사는 더 번창했다. 백수 생활을 하던 큰아들이 식을 올린 뒤 직장을 구하자, 여섯 남매가 줄줄이 이곳에서 결혼을 했을 정도다. 그 소문은 최근까지도 이어지는 듯했다.
“작년에 부산에서 전화가 왔어요. 1977년에 선생님 은덕으로 겨우 결혼식을 올렸는데, 이제는 부자가 됐다며 사례를 하겠다는 거예요. 아내가 그 얘기를 듣더니 보이스피싱이라는 거야.(웃음) 괜히 겁이 나서 밤에 자다가 ATM기기 가서 돈을 빼왔어요. 그리고 자고 일어났는데 휴대폰에서 띵 소리가 나대. 100만 원이 들어와 있더라고. 고마워서 가족사진, 리마인드 웨딩, 영정사진까지 다 찍어줄 테니까 언제든 오라고 했지요.”
100세까지 즐겁게, 성실하게, 보람되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어느 추억의 장소를 회고하는 것 같지만, 신신예식장은 오늘날도 여전히 씩씩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성기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예약 문의도 꾸준히 들어온다. 2014년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에 등장한 후로는 젊은 사람들도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그 덕에 두 사람은 요즘 유행하는 웨딩 트렌드까지 공부하느라 바쁘다. 인터뷰를 하던 날에도 연구(?)는 계속됐다. 어느새 백 사장 옆에 자리를 잡고 앉은 최 이사는 앨범을 펼쳐 보이며 열띤 설명을 했다.
“옛날에는 부케가 이렇게 길었어. 바닥까지 왔다고. 그러다 조금씩 길이가 줄어들면서 짧아졌지. 드레스도 얼마 전까지 치렁치렁 뭐가 많이 달린 게 유행이었는데, 지금은 액세서리랑 큐빅을 거의 안 붙여. 아주 옛날에 유행했던 게 다시 돌아오더라고. 여보, 이 사진 괜찮지 않나. 우리도 젊은 신랑 신부 오거든 이렇게 찍어주자.”
나이가 나이인 만큼 힘이 들 법도 한데, 두 사람의 열정은 젊은이들과 다를 바 없었다. 사무실 벽 한쪽에 붙여둔 생활신조가 젊게 사는 비결인 듯했다. ‘생활은 즐겁게, 임무는 성실하게, 인생은 보람되게.’ 그래도 이제는 노후를 즐길 때도 되지 않았나 싶어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100살까지는 일하고 싶어요. 앞으로 10년! 그다음에는 자식, 손주가 대대로 이어나갔으면 좋겠어요. 은퇴하면 이 장부를 배낭에 넣어 메고 아내와 전국 일주를 하면서 예식장에 와주었던 손님들을 만날 겁니다. 그 얘기를 하면, 다들 우리 집에 꼭 오래요. 다 보러 가야지요.”
맞잡은 손 놓지 말고, 서로 깊이 이해하고, 꽃길 따라 함께 걸어가야 한다. 50년 동안 백 사장의 주례사에 빠지지 않은 단골 멘트다. 이 덕담을 한평생 지켜온 부부가 있을까. 잠시 의심했지만 그 주인공이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초가집 앞마당에서 두 손 맞잡은 순간부터 수많은 이들의 앞길에 꽃을 수놓아준 오늘까지 두 사람이 걸어온 인생 여정이 그 자체로 ‘꽃길’이었다.
뉴노멀의 등장과 함께 결혼문화도 바뀌고 있다. 백년가약이라 불리는 결혼은 인생의 중대한 사건이며, 모두에게 공식적으로 축하받고 사랑을 인증받는 행사다. 코로나19 때문에 시·공간적 제약이 생겼고, 이로 인해 결혼식이 점점 소규모·고급화 추세를 보인다. 다음에서는 뉴노멀 시대에 부상 중인 웨딩 트렌드에 대해 살펴본다.
자녀를 둔 시니어는 결혼 문제 때문에 고심이 깊다. 비혼주의를 선언하고 평생 혼자 살겠다는 자녀와 부딪힌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리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시니어와, 결혼이라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방식을 추구하는 뉴노멀인 밀레니얼은 자꾸 어긋날 수밖에 없다. 한편 막상 결혼한다고 해도 문제다. 코로나19로 인해 줄줄이 결혼식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라고 했나? 덕분에 결혼식 비용을 줄이고, 그 금액으로 더 좋은 혼수와 예물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고 답례품도 예전보다 더 신경 쓸 수 있게 됐다. 갈수록 소규모와 고급화를 거듭하고 있는 결혼식, 코로나 시대에 자녀의 결혼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
자식과 부모의 동상이몽
코로나19라는 재앙은 결혼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결혼식을 미루는 신랑 신부가 많았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20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1만4000건으로 2019년 대비 10.7% 감소했다. 특히 30대 후반 남자와 20대 후반 여자에서 가장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관계자는 “30대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면서 혼인 건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결혼식이 많이 취소된 것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라고 설명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자료에 따르면 미혼 남녀의 54.5%는 결혼에 대해 미온적이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것이다. 특히 미혼 남성(42.2%)보다는 여성(66.8%)이 결혼에 대한 의지가 적었다. 실제로 비혼을 남성(11.5%)보다 여성(20.2%)이 더 선호했고, 연령별로는 40대 초반(24.5%)이 비혼을 가장 선호했다. 흥미로운 건 10명 중 3명(29.3%)은 부모 밑에서 월급을 용돈으로 쓰면서 풍족하게 살며 연애만 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권미윤 경인여대 웨딩&이벤트과 교수는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나 노동 환경, 사회경제적 여건 등 다양한 요소가 비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결혼 적령기 자녀를 둔 시니어는 결혼을 위한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비교적 자유로운 연애를 추구하고 결혼이라는 제도에 목매지 않는 자녀 세대와 달리 시니어에게는 결혼이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결혼과 출산을 연동하여 대를 잇는 하나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또한 윗세대가 자신들을 위해 그랬듯이 부모로서 결혼을 지원하는 것을 당연한 도리라고 여기는 부모가 많다.
실제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기혼 남녀와 해당 부모를 대상으로 부모의 결혼 비용 지원에 관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8.0%가 긍정적이었다. 다만 세대별로 차이가 있었다. 부모 세대(84.7%)가 자녀 세대(64.8%)보다 비율이 높았는데, 이는 자녀의 결혼 비용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은퇴한 시니어 김영미(가명) 씨는 “학비와 용돈을 지원했지만 졸업 후엔 일절 지원하지 않았다. 애가 결혼할 때 보니 모아둔 돈이 없었다. 그때 혼수와 집을 구하는 데 조금 보태줬다”라고 밝혔다.
혼수는 투자, 답례는 실용적, 여행은 예약
코로나19 이후 결혼 건수도 줄고, 소규모 결혼식으로 비용도 줄어들었다. 그 덕에 혼수나 답례품에 더 투자할 수 있게 됐다. G마켓에 따르면 결혼 관련 상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혼수용 가구와 가전의 고객별 평균 구매 단가는 전년 동기 대비 총 22%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결혼식을 준비하는 스몰 웨딩용품의 구매 단가는 36% 감소했다. G마켓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결혼식 규모를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 1년 이상 이어지면서 결혼식보다 혼수 준비에 예산을 더 투자하려는 경향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결혼식장에서 식사하는 것이 꺼려지면서 답례품에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식사를 대신해 떡이나 와인, 홍삼 같은 제품을 하객들에게 답례품으로 제공했으며, 이색 답례품도 등장했다. 손소독제나 핸드워시 등도 코로나 시대의 실용적인 답례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롯데백화점 웨딩센터에 따르면 결혼식 답례품 관련 문의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의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시시호시’가 지난해 12월 시범적으로 내놓은 웨딩 답례품 400세트는 완판을 기록했다. 시시호시에서는 5만 원 이상의 세트를 선보였다. 건강한 음식으로 장수를 기원하는 ‘국수세트’, 달콤하고 정갈한 시간을 선물하는 ‘디저트세트’, 향기롭고 촉촉하게 즐기는 ‘스파세트’ 등을 선보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시시호시의 프리미엄 웨딩 답례품은 형식적인 상품과 포장에서 벗어나 정성을 가미한 상품 선정과 고급스러운 포장이 특징이다”라고 말했다.
해외여행 길이 막히면서 신혼여행의 모습도 바뀌었다. 제주도와 울릉도 같은 국내 여행지가 허니문의 중심지로 변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를 기대하며 미리 신혼여행 예약상품을 판매하는 곳도 생겨났다. CJ온스타일 홈쇼핑에서 소개된 노랑풍선의 유럽 여행 상품은 방송 65분 만에 5만2000명분이 전체 매진됐다. 롯데홈쇼핑이 지난 3월 판매한 필리핀 해난리조트 숙박권은 해외여행자가 격리 해제된 후 1년 안에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해당 상품은 총 14억 원어치가 판매됐으며, 동일한 조건으로 방송한 베트남 빈펄리조트 숙박권의 주문 금액은 18억 원을 넘어섰다.
최근 정부가 방역 체계를 신뢰할 수 있는 국가와 단체관광을 할 수 있는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 여행안전권역) 체결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트래블 버블이 체결되면 PCR 음성확인서·예방접종증명서 제출, 도착 후 음성 여부 확인을 거치면 별도의 격리 조치 없이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다. 얼마 전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가는 신혼부부가 출국하기도 했다. 지난해 가을 결혼을 하고 하나투어를 통해 몰디브 신혼여행을 예약했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소한 뒤 이번에 다시 예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결혼의 표준
최근 스몰 웨딩, 럭셔리 웨딩, 노웨딩, 리마인드 웨딩 등 다양한 방식의 웨딩이 등장하고 있다. 개성 강한 젊은 세대는 다양한 곳에서 특별한 방식으로 진행한다. 예를 들어 둘이서 떠난 섬에서 결혼식을 하거나 남산한옥마을 내의 고택을 빌려 100년 전 혼례 방식에 따라 소규모로 결혼식을 올린다. 권 교수는 “전통적으로 부모가 결혼식의 주체였지만, 이제는 자녀가 주체적으로 결혼식을 진행한다. 다양한 결혼식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방식이며, 밀레니얼이 선호하는 가치 중심적 소비문화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유튜브 라이브로 결혼식을 한 부부도 있다. 이 신혼부부는 지난해 결혼식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일가친척 대부분이 대구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 결국 행사를 취소했다. 이 부부를 위해 KT는 해당 예식장에서 유튜브 결혼식을 생방송으로 진행했다. KT는 신랑과 신부가 양가 친척·지인들과 축하 메시지를 실시간 영상으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양방향 다원 생중계 시스템 등을 지원했다.
웨딩의 규모가 줄면서 한층 더 개인적이고 고급화된 예식도 등장했다. 규모가 작아지면서 호텔에서 럭셔리 웨딩을 진행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데스티네이션 웨딩(Destination Wedding)이다. 데스티네이션 웨딩은 통상적으로 소수의 지인과 함께 해외 휴양지에서 진행하는 웨딩을 말하지만, 현재는 도심에서 벗어나 교외의 한적한 자연에 위치한 리조트에서 소수의 인원을 초대해 즐긴다. 소노호텔&리조트는 ‘데스티네이션 웨딩 스페셜 패키지’를 출시했다. 숙박과 다이닝을 함께 제공하기 때문에 웨딩에 참석한 가족 및 지인은 예식과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제주, 양양, 고성 등 교외에서 천혜의 자연을 감상하는 동시에 가족 및 지인들과 함께 프라이빗한 웨딩을 할 수 있다.
해당 패키지는 ▲양·한식 코스 다이닝(30명 기준)과 ▲호텔&리조트 객실(10실)로 구성되며, 패키지 이용 시 2021년까지 대관료는 무료다. 객실은 신혼부부와 양가 부모님 및 친척용으로 4개가 제공되고, 나머지 6개는 하객용이다. 소노호텔 &리조트 관계자는 “데스티네이션 웨딩은 특별한 지인들을 초대하는 결혼식인 만큼 보통 1인당 10만 원에 달하는 다이닝을 제공한다. 30명 기준 다이닝과 객실을 포함한 총비용은 평균 800만~900만 원 정도다”라고 말했다.
간소화와 럭셔리는 앞으로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웨딩업계 관계자는 “향후 스몰 웨딩은 결혼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고, 매년 약 두 배씩 성장 중인 데스티네이션 웨딩은 현재 대중적인 문화는 아니지만 앞으로 인기 있는 프라이빗 웨딩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한편 자녀 세대는 다양한 결혼식에 대한 부모 세대의 반감을 걱정했다. 미혼 남녀는 다양한 방식의 웨딩에 대해 긍정적이지만, 부모의 반대를 걱정했다. 트렌드모니터의 자료에 따르면 미혼 남녀 10명 중 6명(60.7%)은 스몰 웨딩을 부모 세대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결혼 문화라고 생각했다. 특히 하객이 없는 온라인 결혼식 진행 시 부모님이 반대할 것 같다고 말한 응답자가 61.9%에 달했다. 주영애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부모와 자녀가 선호하는 작은 결혼식이 다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녀는 특색 있는 결혼식을 선호하지만, 부모는 말 그대로 기능적으로 축소된 결혼식을 선호한다”라고 말했다.
7월 1일부터 예방접종 완료자는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모임 인원제한에도 속하지 않는다. 실내나 다중이용시설에서는 예방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가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백신을 맞은 시민들은 '이것 만으로도 어디냐'며 반기는 분위기다.
그런데 야외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하는 국내 지역이 있다. 반면 접종증명서만 있으면 2주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해외 여행지도 있다. 백신도 맞았겠다, 들뜬 마음으로 휴가 계획을 세우고 있는 백신 맞은 시니어를 위해 관련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
제주도, 야외서도 노마스크 안 돼!
대표적인 여름 휴가지인 제주도에서는 아쉽게도 ‘야외 노마스크’가 불가능하다. 7~8월 두 달간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실외와 실내공간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하루 4만 명이 넘는 불특정 다수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다음 달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에 따라 수도권에 준하는 기준을 제주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7월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사적모임 인원을 수도권 수준인 6인까지만 허용한다. 직계가족은 8명까지 모일 수 있다.
7명 이상이 모이는 동호회와 동문회, 동창회, 직장 회식, 친구 모임 등 사적모임과 행사는 금지한다. 식당과 카페, 상점 등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에도 7명 이상은 동반 입장과 예약을 할 수 없다. 백신을 접종한지 14일이 지난 접종 완료자는 인원수 제한에서 제외하기, 테이블간 1m 거리두기나 한 칸 띄우기는 지속된다.
500명 이상이 참여하는 지역축제와 설명회 같은 행사는 자체적으로 방역계획을 준비해 소관 부서에 사전 신고를 해야만 개최할 수 있다. 집회는 500명 이상 참여가 금지된다.
임태봉 제주도 보건복지여성국장은 “제주는 변이바이러스 감염자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관광지 특성상 강화된 정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며 “7~8월 두 달만큼은 제주도에서 모두가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트래블 버블 사이판, 격리 없지만 5일간 숙소서 머물러야
반면 접종 완료자는 ‘노 자가격리’ 사이판(미국령 북마리아나제도) 단체여행을 꿈꿀 수 있다. 이르면 다음 달 말부터 사이판 단체여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단 여행사를 통한 단체여행객만 허용하는데, 여행 기간 방역안전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정부가 30일 저녁 사이판과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 시행 합의문 서명식을 연다고 밝혔다. 트래블 버블은 방역관리에 대한 신뢰가 확보된 국가 간 격리를 면제해 자유로운 여행을 허용하는 제도다. 이번 합의는 방역 신뢰국과 맺는 첫 트래블 버블이다.
여행객은 양국 국적자나 그 외국인 가족으로, 자국 보건당국이 승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접종을 완료하고 14일이 지난 사람만 가능하다. 양국 보건당국은 화이자와 모더나, 얀센, 아스트라제네카 4종 백신만 인정한다.
여행객은 자국 보건당국에서 발급한 예방접종 증명서와 출발 전 72시간 이내 코로나19 검사 음성확인서를 소지해야 한다. 예방접종증명서는 종이증명서(양국 모두 해당)나 전자 예방접종증명(‘질병관리청 COOV’ 애플리케이션, 한국만 해당)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자가격리를 면제 받는 대신 사이판 입국 절차는 다소 까다로워졌다. 현지 도착 당일에 한 번 더 진단 검사를 받아야 한다. 지정된 호텔 객실 내에서 대기하다가 음성확인이 돼야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첫 5일 동안은 지정 숙소에만 머물러야 한다는 조건도 붙었다. 다만 격리 숙소 부대시설과 지정구역 내에 있는 해변, 쇼핑몰, 골프장은 이용할 수 있다. 입국 5일째 되는 날 다시 코로나19 검사 후 음성 판정을 받으면, 6일째부터 지정 숙소와 구역을 벗어날 수 있다.
현지에서 드는 검사 비용은 북마리아주 정부가 전액 부담한다. 여행 기간과 함께 늘어난 숙박비 등 비용도 여행사와 항공사를 통해 일부 지원한다. 여행 중 양성 판정이 나오면 전담 치료시설로 즉시 격리돼 치료를 받는다. 치료비용 역시 전액 무료로 지원한다.
여행 재개 시점은 현지 방역조치 사전점검과 여행사의 모객을 위한 준비기간 등을 감안할 때, 이르면 7월 말~8월 초로 예상된다. 그러나 방역상황이 악화되면 ‘서킷 브레이커’ 제도로 트래블 버블을 일시 중단할 수 있고, 양국 합의 후 개시일자를 미룰 수도 있다.
김홍락 국토부 국제항공과장은 "이번 협정 체결이 항공 및 관광사업 회복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방역우수 국가와 트래블 버블 체결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외 해외여행지 관련 정보는 인터파크투어 ‘그린여행’ 홈페이지와 외교부의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린여행 홈페이지에는 나라별로 요구하는 코로나19백신 접종과 음성확인서 제시 여부, 자가격리 일수 등 필요한 조건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정리돼 있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각국의 검역과 격리 기준이 수시로 변하는 만큼, 올 여름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시니어라면 참고할 필요가 있다.
외교부는 현재 세계 모든 나라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린 상태다. 중동과 아프리카, 중남미 일부 국가는 여행경보 3단계인 ‘철수권고’ 또는 4단계인 ‘여행금지’ 지역으로 분류했다.
그린여행 데이터에 따르면 현지 자가격리가 면제돼 여행지 도착 후 바로 여행 가능한 지역으로 하와이, 괌, 사이판, 몰디브, 푸켓, 미주, 프랑스, 독일, 스위스, 체코, 크로아티아, 터키, 그리스, 스페인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투 고’(To go·테이크아웃 포장) 서비스를 선보이는 호텔이 늘어나면서 집에서도 셰프들의 근사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연말 홈파티를 준비 중이라면 아래 메뉴를 참고해보자.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더하는 ‘홀리데이 투고’ 서비스를 12월 31일까지 제공한다. 칠면조(25만 원)와 바비큐 포크립(26만 원), 버지니아 햄(18만 원) 중 선택 가능하다. 17만5000원 추가 시 단호박 치즈 퐁뒤·자체 특허 소시지·무화과 등 총 11종의 사이드 메뉴와 와인 2병, 케이크 등을 제공하는 ‘홈파티팩’을 주문할 수 있다. 모든 메뉴는 24시간 전 예약해야 한다.
글래드 여의도
글래드 여의도의 프리미엄 뷔페 레스토랑 ‘그리츠’는 바질 파스타 샐러드(2만5000원), 스시 플레이트(3만5000원), 닭&새우 강정(2만5000원), 유린기(2만5000원), 크림새우(2만5000원) 등 다양한 메뉴로 구성된 ‘그리츠 투고 박스’를 제공한다. 직접 가지러 갈 필요 없이 배달 서비스 플랫폼 ‘쿠팡이츠’와 ‘배달의 민족’을 통해 비대면으로 주문 가능하다.
파라다이스시티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인천의 프리미엄 뷔페 레스토랑 ‘온더플레이트’는 양갈비, LA갈비, 왕새우와 구운 야채 가니시 다양한 입맛을 충족하는 ‘시그니처 투고 박스’를 선보인다. 2인 세트(9만 원)와 4인 세트(16만 원) 중 선택 가능하며, 최소 1시간 전까지 전화로 주문하면 된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스칼라’에서도 투고 박스(1인 4만 원)를 제공한다. 문어 샐러드와 볼로네제 라자냐 등 고급 요리를 한 박스로 즐길 수 있다. 주중 한정으로 진행되며, 방문 전일 저녁 6시까지 예약하면 된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1층에 위치한 프리미엄 고메 스토어 ‘르 파사쥬’는 국내 최초 피자 판매점 ‘피자힐’의 인기 메뉴를 투고 서비스로 제공한다. 종류는 콤비네이션 피자(스몰 5만5000원, 라지 6만7000원), 갈릭 새우 피자(스몰 6만1000원, 라지 7만3000원), 마르게리타 피자(스몰 4만9000원, 라지 5만9000원) 등 총 3종이다. 투고 서비스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