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외진 산골에 마녀들이 산다. 오순도순 친자매들처럼 정겹게 지낸다. 산골짝 여기저기, 멀거나 가까이에 떨어져서들 살지만 여차하면 만나고 모이고 뭉친다. 모임 전갈이 떨어지면 빗자루를 타고 나는 마녀처럼 모두들 득달같이 달려와 자리를 함께한다. ‘마녀들’이라지만 위험하거나 수상할 게 없는 아줌마들이다. ‘마음씨 예쁜 여자들’, 그걸 줄인 게 ‘마녀들’이라지. ‘마녀들’ 여섯 명은 모두 귀농인이다. 산골에서 산 세월의 길이는 저마다 다르지만 다들 농업을 통해 소득을 올린다. 모임을 제안해 만든 건 된장사업을 하는 임미숙(60) 씨
김장철이 돌아왔다. 김장은 가족의 먹거리를 확보한다는 안정감을 가져다주지만, 한편으로는 가정주부에게 생채기를 남긴다. 고된 김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김장 후유증’이 그것이다. 쌀쌀한 날씨 속 찬물에 배추를 씻고 버무리며, 앉았다가 일어나길 반복하면 허리나 무릎, 어깨 등에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김장 후에는 손, 어깨, 허리, 무릎 등 관절이 쑤시기도 한다. 전문의들은 이 과정에서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김장 과정에서 자세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형외과 전문의인 더본병원 김준한 원장은 “김장을 할 때 주부들은
유행이 돌고 돌아 올가을에 호피무늬가 대유행이라고 한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치타 여사(라미란 역)가 즐겨 입던 호피무늬 옷을 거리에서 종종 보게 될 줄이야. 몇 해 전부터 불기 시작한 복고 열풍은 스치는 바람이 아니라 문화로 자리 잡아가는 것 같다. 학자들은 이 현상을 ‘삶이 고달파서’라고 해석한다. 사람들이 옛것을 통해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위안을 얻는다는 것이다. 세월은 고생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미화시키는 힘이 있으니. 세월을 비껴간 곳을 찾아 추억 여행을 떠나보자. 빈티지의 끝판왕, 을지로 인쇄소 골목
전대미문의 발견이었다. 대작이 전시장에 걸려도, 이번 세기에 나올까 말까 한 예술품이라고 소리 높여 말해도 콧방귀도 안 뀌던 전문가 집단이 수군거렸다. 흔하디흔한 골동품이라며, 귀신 붙은 그림이라며 내다버리고 없애버린 민화. 곱게 단장하고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던 순간 사람들은 바로 무장해제돼 버리고 말았다. 고집불통 깐깐한 개인의 취향에 몰입하며 수많은 민화와 미술품을 수집해온 김세종(金世鍾·62) 평창아트 대표를 만나봤다. 기나긴 세월, 호랑이 눈으로 발견한 가치가 담긴 예술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고리타분한 예술계에 한 방
작년 브라보마이라이프 12월 호 ‘추억이 있는 길’에 필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일이 있다. 37년 전에 동네 친구들과 사진관에서 찍은 사진과 취재 당시 오래 전 사진과 같은 배열로 찍은 사진이 책에 올라가 있다. 4명 중 한명은 미국에 살고 있고, 한명은 멀리 용문, 또 한명은 분당에 살고 있어서 한자리에 모이기도 쉽지 않은데 마침 한자리에 모였던 것이다. 브라보마이라이프 잡지에 실린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일 년 만에 다시 모였다. 미국에 사는 친구가 왔고 한국에 사는 친구들이 다시 모였다. 우리 사진이 실린 잡지를 보여주자
소청도를 출발한 ‘코리아킹’은 불과 10여분 남짓 달려 대청도 선진포항의 선착장에 닿았다. 멀리서 봐도 아담하고 각양각색 지붕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선착장에는 미리 연락을 받고 여행사에서 버스 한 대를 대기시켜놓고 있었다. 아직은 저녁 먹을 시간이 어중간하여 일단 해안을 돌면서 일몰구경하기로 했다. 대청도 선진포항은 고려에 이어 조선시대부터 중국 상선의 이동이 많았던 지역이다. 중국 선원들은 항해하다가 쉬어갈 곳을 찾던 중 이곳이 정박하기에 적합하다고 하여 여장을 풀곤 했다. 또한 선진포항은 일
2011년 5월 어느 날 TV에서 91세에 검도를 시작했다는 이상윤 옹의 이야기를 보면서 크게 자극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상윤 옹은 1917년 생으로 2008년 91세에 검도를 배우기 시작해서 2010년에 초단을 땄다고 한다. 이튿날부터 인터넷을 뒤져 직장에서 가깝고 괜찮다는 평이 난 검도장을 찾아서 전화를 했다. 관장에게 50대 중반인데 운동할 수 있겠는지 물었다. 나보다 열 살 더 많은 분이 도장에 있다는 말에 용기를 얻어 다음 날 등록을 하고 바로 검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2년 동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아침 6시
이름 그대로 ‘땅 한가운데’에 바다가 있다는 의미를 지닌 지중해. 그중에서도 이탈리아와 북아프리카 한가운데 라임스톤 보석이 박힌 것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나라가 있으니 바로 ‘몰타(Malta)’다. 코발트빛과 에메랄드빛의 바다에 풍덩 빠져 있다가 고개를 들면 부드러운 라임스톤의 세계가 펼쳐진다. 복잡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미니멀리즘의 미학! 지중해는 수없이 들어본 이름이지만 몰타는 생소하다. 고작해야 제주도의 6분의 1 크기, 인구도 45만 명밖에 안 되는 나라. 이 작은 섬나라에 발을 딛는 순간, “이곳을 모른 채 살았다면 참으
불과 몇 개월 전의 무더위가 어느새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어느덧 가을이 깊어간다. 기온이 갑자기 하강하여 부리나케 옷장을 열고 겨울옷으로 교체작업에 나선다. TV 화면에 비치는 설악산은 온산이 단풍으로 물들어 장관이 화려하다. 바야흐로 나무들은 아름다움의 절정에서 생의 다운사이징을 준비한다. 꽃이 만발한 청춘의 봄도 화사하지만, 인생을 마무리하는 순간의 중후한 미도 그에 못지않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인생의 황금기로 언급한 6, 70대가 아마도 단풍에 물든 인생의 가을이 아닐까 한다. 아직 나무숲을 헤매고 있는 우리 눈에는
마치 1980년대 극장가를 휩쓸었던 영화 ‘돌아이’의 주인공 황석아가 다시 돌아온 느낌이었다. 전영록은 어리숙하면서도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뜨거운 청년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채 인터뷰 내내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불티’,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봐’와 같은 명곡들을 부른 주인이자 ‘바람아 멈추어다오’, ‘사랑은 창밖에 빗물 같아요’ 등 히트곡 작사 작곡자, 그리고 영화비디오테이프, 만화책, LP판, 심지어 피규어까지 수집하는 소문난 마니아다. 다양한 재능과 취미를 갖고 있는 전영록을 만나 그때 그
또 다른 느낌의 에너지였다. 붓이 물 안에서 살랑, 찰랑. 물 묻은 붓이 물감을 만나면 생각에 잠긴다. 종이에 색 스밀 곳을 물색한다. 한 번, 두 번 종이 위에 붓이 오가면 색과 색이 만나고 교차한다. 파고, 풀고. 수백, 수천 번 고민의 흔적에 마침표를 찍으면 삶의 향기 드리운 수채화 한 점이 생명을 얻는다. 수채화 그리는 일상을 살아가는 김재열 교수의 제자 모임 ‘수연회’를 찾아갔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각자의 시선으로 색감 물들이는 이들에게는 잔잔한 어울림과 따뜻함이 있었다. 수채화를 그리는 모임 ‘수연회
조미료 덕분에 소 한 마리가 살았다는 광고 문구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소 한 마리에서 추출해낼 수 있는 맛을 약간의 조미료가 대신했다는 뜻이다. 조미료는 ‘MSG(Mono Sodium Glutamate)’라 하여 사탕수수나 타피오카와 같은 식물에서 미생물 발효로 뽑아낸 글루탐산을 나트륨과 결합한 성분이다. 인간의 혀는 짠맛, 단맛, 신맛, 쓴맛까지 감별하는 것으로 배웠는데 MSG 덕분에 ‘감칠맛’이란 것이 추가되었단다. 감칠맛이란 혀를 감싸는 묘한 맛을 말한다. 요즘은 어딜 가나 음식이 먹을 만하다. 조미료의 묘한 감칠맛 덕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역시나 시월이 가기 직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 노래를 들었다. 시월 끝 날에 의미를 두기보다 말일까지 처리해야 할 각종 고지서에 신경쓰다보니 어느덧 11월이 훌쩍 넘어갔다. 요즘 대전과 충남지역에서 마을공동체 붐이 한창이라 대전시 주관으로 공동체를 소개하는 책자 발간 작업에 참여하며 글을 쓰고 있다. 벌써 이것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역에 들를 때마다 일행과 밥을 먹고 나면 자연스레 카페를 가곤 한다. 차 한 잔을 하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마땅한 데가 카페만한 곳이 없다
밀려든 중국발 미세먼지로 자욱한 도시 풍경이 묵시록을 연상시킨다. 매캐한 공기 속에 떨어져 쌓이는 낙엽도 이미 단풍으로서의 아름다움을 잃은 지 오래다. 황사마스크를 쓰고 길을 나서 보지만, 눈에 보이는 대기의 칙칙함에 숨을 쉬어야 할지 잠시 혼란에 빠진다. 바야흐로 미세먼지의 시즌에 돌입했다. 이제 어쩔 수 없이 내년 여름 장마까지는 이놈의 미세먼지와 숨바꼭질할 것을 생각하니 암담하다. 그런데 요즘 미세먼지가 공기뿐 아니라 우리의 마음에까지 침투한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가뜩이나 경제도 죽을 쑤고 있는데 주변에서 일어나는 흉
작은 섬에 조그마한 예술극장이 하나 있다. 일반 극장에서 만나기 힘든 예술영화를 상영한다. 도심도 아닌 한적한 어촌 마을에 문을 연 4년째 관람객 12만 명을 돌파한 소극장이다. 한 번 방문하면 또 찾게 되고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추천한다. 섬에 딸린 작은 섬 바닷가 한 마을에 예닐곱 채 농어가와 함께 있다. 서해안의 큰 섬 강화도에 딸린 작은 섬 동검도에 있는 ‘DRFA 365 예술극장’이 그곳이다. 서울에서 53Km, 한 시간 남짓 걸리며 제방도로로 연결되어 있어 배를 타지 않고 승용차로 갈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