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저육찜과 홍시죽순채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잘 조려진 삼겹살이 뺑 돌려진 연저육찜은 사진만 보아도 군침이 돌 만했다. 요즘 요리 배우느냐는 질문이 올라왔다. 맛있겠다는 댓글은 물론 거기 어디냐고 묻는 전화도 받았다. 필자가 다녀온 곳은 국립고궁박물관 별관에 있는 수라간이다. 이곳 수라간은 조선시대 임금의 수라를 지어 올리던 경복궁 내 수라간과는 별개로, 궁중음식을 가르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해 놓은 곳이다. 앞치마를 입고 앞자리에 앉아 임금님이 받던 수라상에 대한 간단한 강의를 들었다. 떡 벌어지게 차려진 12첩
축제였다. 규모는 작았지만 분명 축제다. 지난 12월 3일 애월체육관에서 제주원광재가노인복지센터가 주관하고 제주시 애월읍이 후원하는 실버 학예회가 있었다. 이 행사는 몇 회째라는 말이 없다. 프로그램에도 없다. 필자가 참석한 것은 세 번째다. 첫 행사 때는 주최 측에서도 준비가 부족했다. 어느 날 낯선 인물들이 마을 보건소에서 주관하는 건강교실인 기체조 연습 중에 방문했다. 지도자와 노인회장이 의논을 했고 곧 회원들에게 참가 의사를 물었다. 참가에 적극적인 회원들이 있었다. 행사 참가는 연습의 기회이고 실력도 좋아진다면서 참가하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살 수는 없다.” 이 글을 쓰는 필자 자신을 포함해서 많은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다. 옛날 나라님이었던 임금님들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살았을까?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신하가 “마마 통촉하시옵소서. 아니 되옵니다. 마마~”라는 말을 자주 한다. 임금이라 해도 하고 싶은 행동과 말을 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굳이 안 해도 될 말은 목구멍까지 올라와도 꾹 참는 게 나은 것을 많이 본다. 저 사람이 이 상황에 그 말만 안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정말 많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아
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동생네가 김치를 갖다 준다. 고마운 일이다. 덕분에 김치를 사 먹을 일은 없다. 김치는 있어도 별로 먹을 일이 없고, 없으면 아쉬운 것이 김치이다. 그대로도 먹지만 가끔 해먹는 김치찌개 용도로 유용하다. 가름에 볶다가 물만 부으면 되기 때문에 조리가 간단하다. 해마다 선물로 들어 와 쌓여 있는 참치 통조림도 그때 같이 넣어 소진 시킨다. 동생네가 김치를 갖다 준다고 연락이 오면 필자도 부지런히 그 대신 줄 것을 찾아본다. 추석 때 선물로 받은 20kg짜리 쌀을 이 기회에 주기로 했다. 필자 혼자 그만한
문학, 예술, 철학을 넘나들며 심미주의적 삶의 기술을 탐구해온 문광훈(文光勳·52) 충북대학교 교수. 지난해 을 통해 삶의 심미성과 인문학적 사유를 펼쳤던 그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은 자기 삶의 기술을 터득하는 것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책임 있는 말과 생각, 느낌 등을 통해 오늘의 삶을 쇄신하는 것이 인문학의 최종 수렴점이라는 것. 문 교수는 이를 위한 인문서로 를 추천한다.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는 김우창 고려대학
곧 환갑을 눈앞에 둔 중년 여성 A씨는 매일 한 번씩 홍역을 치른다. 외출 준비에 빠질 수 없는 보정속옷을 입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인데, 가장 괴로운 일은 입다 만 속옷 위로 처진 뱃살이 걸쳐질 때다. 누구는 두 아이를 잘 키운 훈장이라고 위로하지만, 뱃살을 볼 때마다 우울하다. 이런 숨겨진 살들에 대한 비밀을 안고 있는 중년 여성들은 우리 주위에 의외로 많다. 처진 살에 대한 고민은 특히 중년 여성들에게 집중된다. 처지고 접히고 늘어져 처치 곤란인 살들을 어떻게 하면 좋은지 고려대학교병원 성형외과 윤을식(尹乙植·52) 교수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연말연시에 할 일도 많고 바빠지겠지만, 크리스마스 생각을 하면 어린 시절의 추억에 가슴이 촉촉해지고 그리운 마음이 차오른다. 필자는 딸만 셋인 집의 맏딸이다. 아버지는 딸 셋을 큰 사랑으로 키워주셨다. 그런데 집안의 장남으로 딸만 두었다는 게 좀 문제가 되기도 했나보다. 당시만 해도 남아 선호사상이 만연했을 때라 엄마는 아들을 낳지 못한 설움을 톡톡히 받으셨다고 한다. 작은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을 아버지에게 양자로 주겠다는 제의까지 할 정도로 엄마에게 아들 없는 압박이 심했는데 아버지는 일언지하에 거절하시고
사람은 언제 행복함을 느낄까? 행복은 아는 것보다 느끼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 필자가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처음 경험한 것은 결혼하고 약 8년이 지났을 무렵이다. 아내가 성당에서 영세를 받고 다음 해인 1989년 필자가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영세를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 영세는 절대자인 신으로부터 과거의 모든 죄에 대해 사함을 받는 것이다. 필자는 이날 큰 은총을 받았다. 살면서 수없이 많은 죄를 짓고 허물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죄를 용서받는다고 하니 어찌 행복하지 않았겠는가. 더욱이 아내와 함께 종교를 갖게 되어 같은 신앙생
현재 시니어들은 국가와 가정을 위해 몸을 혹사하고, 마음 돌볼 시간조차 없이 열심히 살아온 세대다. 그래서 현재 자신의 몸과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지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회복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상식을 제대로 갖고 있지 못하다. 이제 내가 누구인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야 할 때다. 이번 호에서는 명상의 대가 안동환 코치를 만나봤다. ‘마음공부’를 통해 나를 알고 내 마음을 간수하는 법을 터득하면 좋겠다. ‘몸을 느끼
최근 방송된 건강 프로그램에서 동갑내기 여성 탤런트 L과 전직 스타 농구선수 H의 ‘뼈 나이’를 비교한 적이 있다. 골밀도를 주로 비교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한창 뼈가 건강한 나이에 운동을 많이 한 H는 40대 초반의 나이임에도 20대의 뼈 나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난 반면, 같은 나이의 L은 뼈 나이가 60대로 측정되면서 무려 40년 정도의 차이를 보여줬다. L은 거의 골다공증 위험 수준이었다. L은 왜 이렇게 뼈가 급격히 노화된 것일까? 그것은 생각만 해도 마음 아픈 그녀의 병력 때문이다. 한창 나이에 뇌종양이라는 청천벽력 같
바깥 공기를 마시고 싶었다. 천장이 높고 어두운 극장 안은 어린 배우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무겁고 답답했다. 찾아다닌 끝에 밖으로 통하는 문 앞에 섰다.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여니 주황빛 석양이 스며들다 온몸을 감싼다. 문밖에는 까치머리에 안경을 쓴 사내가 태양과 마주하고 앉아 있다. 그는 미래의 마임이스트 유진규(柳鎭奎·64)다. 내면의 대화와 몸짓 언어를 택한 그는 오늘도 소통의 벽에 길을 내며 온몸으로 외치고 있다. 김장난장, 오랜만에 몸 좀 풀까? “어디서 만날까요?” 서울시청 앞 광장 한복판에서 만
대학 2학년 때인 12월 24일 오후 5시 무렵, 소공동 미도파 백화점 옆에 있는 맥스웰인가 그 비슷한 이름의 커피숍에서 남녀 학생 10명 정도가 자리를 함께했다. 같은 과 남자친구 대여섯 명이 오래전부터 각자의 재주와 인맥을 총동원해 다른 대학 여학생들과의 미팅을 주선해 크리스마스이브를 함께 지내기로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필자도 주변 인맥을 총동원해 알아봤으나 단순한 미팅이 아니라 밤새 함께 지내는 조건이다 보니 아무리 점잖게 행동하겠다고 다짐을 해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먼 친척 여동생의 협조 하에 필요한 비용은 남학생이 전부
요즘 젊은 세대가 가장 관심을 갖는 아이템인 피규어. 그런데 시니어 대부분은 잘 모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그런 선입견을 비웃듯, 기자가 3000여 점의 피규어가 전시된 마니아들의 성지 피규어뮤지엄W를 방문하게 된 것은 한 시니어 독자의 제보 덕분이었다. 그만큼 시니어들의 감식안이 일반적인 생각을 뛰어넘어 젊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피규어뮤지엄W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피규어와 그리고 피규어에 친숙한 아이들과 함께하며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영화감독이기도 한 김동원(金東元·54) 피규어뮤지엄W 관장을 만
한 의사의 말이 기억난다. 수술은 의사에게는 매일 반복되는 일이지만 환자에게는 평생 한 번 있는 중요한 사건이라는. 그 수술이 만약 내 혈육에게 장기를 받는 이식수술이라면 어떨까. 아마 더욱 잊을 수 없는 아픔이자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수술이 두 번 반복된다면? 더욱이 그 대상이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들이라면. 마치 통속적인 비극 드라마 같아 보이지만 현실이고, 비극도 아니다. 바로 경희의료원에서 만난 변은옥(邊銀玉·53)씨의 이야기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사진 오
신명철 스포티비뉴스 편집국장 전 스포츠서울 편집국장 서울 강남의 한 복싱 체육관이 건장한 중년 신사의 감격적인 포옹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복싱 올드 팬들이 추억의 일기장에서 꺼내들 만한, 그러나 얼굴은 많이 변한 두 복서가 또다시 만남의 기쁨을 함께했다. 주인공은 ‘4전 5기’ 신화 홍수환(66) 한국권투위원회 회장과 엑토르 카라스키야(56) 파나마 국회의원이다. 딱 10세 차이인 두 사람은 39년 전 링에서 맺은 인연을 여전히 이어오고 있다. 한국인 첫 프로 복싱 세계 챔피언의 영광은 김기수가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