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였다. 규모는 작았지만 분명 축제다. 지난 12월 3일 애월체육관에서 제주원광재가노인복지센터가 주관하고 제주시 애월읍이 후원하는 실버 학예회가 있었다. 이 행사는 몇 회째라는 말이 없다. 프로그램에도 없다. 필자가 참석한 것은 세 번째다. 첫 행사 때는 주최 측에서도 준비가 부족했다.
어느 날 낯선 인물들이 마을 보건소에서 주관하는 건강교실인 기체조 연습 중에 방문했다. 지도자와 노인회장이 의논을 했고 곧 회원들에게 참가 의사를 물었다. 참가에 적극적인 회원들이 있었다. 행사 참가는 연습의 기회이고 실력도 좋아진다면서 참가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동안 대략 익혀온 운동을 조금 더 연습하고 다듬어서 참가했다. 무대복도 이전 공연 때 입었던 옷으로 성의 없이 결정했다. 첫술에 배부를 리 없었지만 그야말로 무대 분위기는 아이들 학예회, 유치원의 학기말 발표회 수준이었다. 회원들은 우리가 제일 잘했다고 자화자찬을 하며 분위기를 띄웠지만 수준이 너무 낮아 싱거운 대회였다. 회원들의 의견은 대부분 “기왕 참가한 대회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며 아쉬워했다
이번은 세 번째 참가여서 경험이 있는 회원들이 잘하자며 의견을 모았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시기였다. 이때는 감귤 따는 사람이 부족해 이 밭 저 밭으로 품앗이하러 나가기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해서 연습하러 모인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행사가 없었다면 회원의 절반 정도는 일하느라 빠지는데 이번에는 잘해보자 의기투합한 회원들은 열심히 연습을 했다. 그 마음이 피로를 이기게 해줬다.
이번에는 댄스 종목을 택했다. 농업에 종사하는 제주도 할망 할방들의 근면성은 알아줘야 할 만큼 악착같다. 그러나 노동만 한 신체가 제대로 움직여줄 리 없다. 단순한 동작도 참 어렵게 배운다. 지도자가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진전이 없었지만 잘해보겠다는 열정만큼은 대단했다. 행사 날이 가까워오자 회원들은 특별히 시간을 내어 극성스럽게 연습을 했다. 그 덕분인지 몸도 처음보다 유연해졌고 율동도 상당히 부드럽게 한다.
무대복도 신경을 쓰겠다며 대표가 며칠 시장을 누볐다. 눈에 잘 띄는 특별한 색상, 그러면서 평상시에도 입을 수 있는 실용적인 무대복을 선택했다. 그 위에 알록달록 반짝이가 있는 원색의 조끼를 걸치자 화려한 무대복으로 변신했다. 당일에는 한 회원이 수소문해서 시니어를 위한 무대 화장 봉사 그룹을 섭외해 무대 화장도 했다. 대회가 시작되기 세 시간 전부터 회원들은 마을 노인회관에 모여 머리 손질은 물론 짙은 무대 화장을 하면서 고조된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댄스곡으로 선택한 곡에 ‘매니큐어 바른 이유’라는 노랫말이 있다 해서 할아방들까지 매니큐어를 바르는 애교를 부렸다.
그렇게 극성을 부린 실버 학예회의 무대 공연은 5분도 채 안 될 만큼 짧았다. 그러나 그 5분은 50시간의 함축이었다. 투자한 시간만큼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공연 후 댄스교실의 회원이 두 배로 늘었다. 늘 헐렁하기만 한 교실을 볼 때마다 회원이 적어 이 프로그램이 곧 종결될 수도 있겠다 걱정되었는데 그 염려는 씻은 듯 날아갔다. 새로 들어온 회원은 기존 회원들의 스텝을 배우려 열성적이고 기존 회원들의 끼는 더욱 대담해졌다.